모험가가 되고 싶다며 도시로 떠났던 딸이 S랭크가 되었다 7 - L Books
모지 카키야 지음, toi8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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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보통 여느 모험물이라면 주인공이 여행을 떠나 성장하여 세계를 주름잡는 영웅호걸이 되어 있어야 되는 게 정석이잖아요. 하지만 여행을 떠난 모두가 영웅호걸이 될까? 예전에 어떤 작품에서 이런 이야기가 있었죠. 마왕의 출현에 용사가 동료들을 모아 마왕성에 쳐들어 갔더니 이미 마왕은 퇴치되고 끝나버린. 사실 용사가 한 명뿐이라면 위험부담이 상당히 큰 세계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면, 용사가 여행 중에 죽어버리면 그 세계는 끝장나 버릴 테니까요. 이에 우리가 흔히 보는 모험물의 용사는 그 세계에 오직 한 명뿐인 용사가 아닌 많고 많은 용사들 중 하나이고, 그 많은 용사들 중 운 좋게도 한 명이 마왕 퇴치에 성공해 부와 명예를 거머지는 게 아닐까 하는 거죠. 그렇담 마왕 퇴치에 실패한 나머지 용사들은 어떻게 될까. 가전제품을 파는 점원이 되었을 수 있고, 콜센터에서 상담원이 되어 있을 수도 있겠죠. 


이 작품에서 마왕 퇴치에 실패한 용사는 '벨그리프'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는 딱히 마을을 떠날 때 마왕을 무찌르러 가는 용사가 아니었습니다. 다들 젊었을 적 치기로 도시로 나가 모험가가 되고자 하는 소년 중에 한 명일 뿐이었죠. 그렇게 도시로 나가 동료들을 만나 파티를 꾸리고 던전에 들어가서 모험을 하는 인생을 살아가나 했습니다. 다들 실력과 용기가 있어서 나름대로 승승장구하는 편이었죠. 그러나 성공한 사람이 있다면 실패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입니다. 누구나 다 성공하면 세상은 참 살기 편해졌을 테죠. 벨그리프는 마왕을 퇴치하진 못했습니다. 동료들은 실력을 키워 저만치 앞서가는데. 마왕성에는 근처도 못 가게 되죠. 어느 날 위험에 빠진 동료를 구하려다 한쪽 다리를 잃게 된 그는 꿈을 접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사람은 잃고 나서야 후회를 한다고 했던가요. 한쪽 다리로는 더 이상 모험을 할 수 없게 되어 벨그리프는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그는 동료들에겐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하지 않았죠. 분명 어린 나이에 나만 이 꼴이라는 것에, 더 이상 모험을 못하는 자신에 화가 났을 수도 있고, 멀쩡한 동료들에게 질투를 했었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무 말없이 그는 고향에 돌아와 농사를 짓고 숲에 버려진 딸을 거둬서 키우며 그렇게 불혹의 나이가 되어 갔더랬죠.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의 마음에 남은 건 그날 아무 말없이 떠나온 죄책감만이 존재하게 됩니다. 자신의 옹졸한 마음 때문에 다른 동료들에게 상처를 주진 않았을지. 그러한 마음이 자꾸만 커져갔던 그는 늙어버린 몸을 채찍질을 하며 동료들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기로 합니다.


이번 이야기는 벨그리프가 어릴 적 모험을 떠나 자신이 지켜줬던 '퍼시벌'이라는 동료를 찾는 여행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에게 닥친 위험을 간파하고 몸을 던져 지켜준 대가로 다리를 잃어버린. 사이가 좋았던 이들 파티에게 있어서 이 사건은 대단히 큰 트라우마로 다가옵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그렇기에 말도 없이 떠났던 벨그리프에게 못내 아쉬운 마음과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게 된 퍼시벌의 안타까운 마음이 절절히 흐르죠.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대지의 배꼽]이라는 마수가 창궐하는 곳에서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자신을 혹사 시키는 퍼시벌. 자신을 혹사 시키는 이유가 참으로 절절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벨그리프는 퍼시벌이 거기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기로 하죠. 딸, 안젤린과 딸의 동료들 그리고 이전 사건에서 상봉에 성공한 어릴 적 파티원 카심과 엘프 왕녀 마르그리트도 함께 하기로 합니다.


여행을 떠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설렘은 충분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엔 과거청산이라는 꽤 무거운 주제를 하고 있어서 설렘과는 약간 동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안젤린은 아빠와 같이 모험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레는 것에서 이것만으로도 조금은 흐뭇해지기도 합니다. 약간은 깔보는 무리로 인해 정석적인 전개도 펼쳐지고, 과거에 두고 온 마음은 하나가 아니라는 듯 조금은 나잇값 못하는 풋풋함도 벌어집니다. 약간은 모험 다운 일도 벌어지고, 작가 특유의 표현적이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되어 여행하는 이들 눈앞에 아른거리는 산맥을 그리는 장면에서는 마치 내가 거기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옵니다. 폐촌에서의 하룻밤은 여행의 낭만을 불러오고요. 마적떼에게 쫓길 때는 긴박함이 묻어납니다.


그렇게 긴 여정을 거치며 일행은 드디어 [대지의 배꼽]에 도착합니다.


맺으며: 뭐랄까 몽한적이라고 해야 하나. 마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며 보는 저 멀리 아른거리는 산맥이라든지, 야영하는 분위기라든지, 작가 특유의 자연을 표현하는 부분이라든지, 마치 거기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오는 그런 느낌을 받게 하여 기분을 고양 시키는 그런 게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큰 이야기는 없음에도 빠져들게 하는 작품이랄까요. 거기에 고양이 수인 밀리엄에 이어 록(Rock, 음악)을 사랑하는 개 수인 '루실'의 등장은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하죠. 대사도 록에 비유해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왠지 귀엽기까지 합니다. 아무튼 딸 안젤린이 주인공임에도 이번 이야기는 아빠 벨그리프를 주인공으로 해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어릴 적 동료 퍼시벌을 만나 그날 있었던 일들을 청산하고 아직도 과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그를 다시 양지로 끌어내는 장면들은 비유가 좀 이상하지만 역동적이면서도 잔잔하게 흘러가는 게 인상적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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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하극상 제4부 귀족원의 자칭 도서위원 8 - 사서가 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V+
카즈키 미야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김봄 옮김 / 길찾기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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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 주의, 스포일러 주의






마인의 책 만들기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면서 성공적으로 궤도에 오른다. 진흙 석판으로 시작해 나무를 깎고 파피루스를 흉내 내 풀을 엮어 조잡한 종이를 만드는 등 이세계에서도 책을 만들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었다. 그러한 각고의 노력 끝에 드디어 나무껍질을 이용해 우리가 아는 종이를 생산하는데 이르렀지만, 그녀의 인생에 좋은 일만 있진 않았다. 귀족급으로 타고난 마력과 더불어 종이가 금보다 비쌌던 이세계에서 종이를 만드는 마인의 가치는 말해 무얼 하랴. 뒤는 안 보고 앞만 보고 달렸던 마인에게 벌을 내리듯, 유괴라는 범죄에 휘말리고 납치되는 마인을 지키려 그녀의 가족은 목숨을 걸었다. 


그녀는 가족이 휘말리고 나서야 현실을 직시하지만 때는 늦게 된다. 아무 힘도 없는 가족을 지키려면 그녀는 죽음을 위장해 헤어질 수밖에 없다는 선고가 내려진다. 그렇게 마인은 가족과 헤어지고 귀족의 양녀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이렇듯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세상이다. 그렇다면 좀 자중하면 좋으련만 오히려 귀족의 양녀가 되어 권력을 손에 넣게 되면서 책 만들기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그렇게 가족과 헤어지고 수년이 흘러 드디어 우리가 아는 종이가 만들어지고 책이라 부를 수 있는 물건도 유통되기 시작한다. 가족과 헤어지면서까지 고집했던 그녀의 책에 대한 사랑은 결국 결실을 보았다고 할까.


이렇게 끝내면 이세계물로서 해피엔딩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왜냐면, 주인공이 바랐던 세상이 이뤄졌으니까. 맨땅에 헤딩하듯 이뤄냈으니 그 감회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그러나 세상 이치에서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작용이 있다면 반작용도 있다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마인의 책 만들기 이야기였다면 지금부터는 그 반동에 대한 이야기다. 비단 책과 종이만이 아니라 머리장식이나 샴푸 등 신문물을 퍼트리면서, '유르겐슈미트'라는 나라에서 여러 영지 순위 중 하위에 머물렀던 '에렌페스트'를 중위권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등 마인의 영향력은 대단히 커지게 된다.


더욱이 나라에 3명 있는 왕자 중 2명하고 안면을 틀게 되는데, 짝사랑하는 여자 한 명 두고 1왕자와 2왕자 사이 자칫 또다시 정변이 일어날지 모르는 극박한 사태에서 2왕자의 편을 들어 정변을 미연에 방지하면서 중앙(왕족)에까지 영향력을 키웠으니 그녀만이 아니라 그녀가 속한 영지 에렌페스트는 범에 날개 달 듯 승승장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3왕자하고는 친구 먹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반작용은 작용과 같이 세트다. 이세계는 권력이 모른 걸 지배한다. 귀족이 팥으로 메주를 쓴다면 팥이 메주가 되는 세상이다. 평민은 인간으로 취급되지 않으며, 그로 인한 엄격한 위계질서는 말할 것도 없다.


아무튼 여기서 이번 8권의 진위를 잘 살펴야 한다. 그동안 놔두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마인의 고삐를 누가 잡았는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세계에 대한 상식과 귀족에 대한 사고방식을 주입 시켰고, 몸이 허약한 그녀를 위해 약을 만들어 주고 적대 세력으로부터 그녀를 지켜준 존재가 있다. 그녀의 전생을 알고 있고, 그녀가 신문물을 만든다는 주체라는 걸 세상에 알려지지 않게 연막을 뿌렸던 존재. 그리고 교육에 있어서 엄격함을 보여주고, 때론 상냥함으로 아버지를 대신했던 존재. '페르디난드'는 그녀에게 있어서 부모 다음으로 의지하는 존재라 할 수 있다. 사실 페르디난드가 아니었다면 마인은 진작에 죽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마인이 있었던 것엔 페르디난드가 존재했기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민 가족이 죽지 않게 손써줬고, 후원자로서 뒷배로서 그녀가 잘못을 저지르면 커버를 해주고, 그녀를 적대하거나 노리는 자들을 제거도 해줬다. 이번 8권에서는 두 가지의 길이 나뉜다. 하나는 마인의 가치이고, 또 다른 하나는 페르디난드의 가치다. 마인은 앞서 설명했으니 넘어가고, 페르디난드는 귀족계에서 마법적으로든 머리로든 유례없는 실력자다. 음습함으로 정적을 무찌르고, 귀족원(귀족 사관 학교)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는 등 에렌페스트에게 있어서는 이보다 든든한 보디가드가 없다. 반대로 적대 세력에게 있어서는 그만큼 눈에 가시가 된다.


지금 승승장구하는 에렌페스트와 마인을 차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서 마인이 그동안 해왔던 작용의 반작용이 일어난다. 마인의 출현으로 그동안 에렌페스트에세 있어서 은 과일이었던 현 영주의 어머니 베로니카가 실각하고, 독단 전횡을 저질렀던 구 신전장은 하늘나라로 가버렸다. 그동안 베로니카와 구 신전장에 붙어 꿀을 빨던 세력들은 마인의 출현이 달갑지 않을 것이고, 베로니카의 실각으로 권력마저 잃게 되었으니 현 영주(이제 와 쓰지만 현 영주는 마인의 양아버지다)에 대한 불만이 생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불만 세력 중에 진짜 베기라 할 수 있는, 현 영주의 '누나'도 있다. 누나는 옆 영지 '에렌스바흐'에서 나는 새도 떨어트리는 '실세'다.


자기에게 말도 없이 친애하는 어머니를 실각 시키고 또 친애(도를 넘은 거 같던데)하는 삼촌(구 신정장)을 하늘나라로 보냈으니 누나의 억하심정은 말해 무얼 하리오. 이 모든 중심에는 마인과 페르디난드가 있다. 이 두 연놈을 가만히 두면 화병으로 죽을 판이겠지. 어머니를 실각 시키고 좋아하는 삼촌을 요단강 건너보낸 데다 자기(누나)가 시집간 영지보다 더 잘 살게 되었으니 배알도 꼬이고, 썩은 과일 베로니카의 제례라고 해도 좋은 누나로서는 당연히 두 사람과 에렌페스트를 손보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동안 간간이 복선이 투하되었고, 이제 회수만 남은 상태다. 우선 에렌페스트의 최대 전력인 페르디난드를 제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가 이번 이야기의 핵심이다.


에렌스바흐, 정확히 누나는 에렌페스트를 하찮게 여기며 그동안 꼬봉 역할을 강요해왔다. 그런데 지금 위에서 언급한 꼴이 일어나고 있다. 마인에게서 페르디난드를 떼어 내고, 에렌페스트에서 페르디난드를 떼어낸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에렌페스트는 에렌스바흐가 적대세력이라고 인지는 하고 있지만 대비는 거의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후 불어올 태풍이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게 될 것이고, 마인에게 있어서 슬플 이별을 강요하게 된다. 이 모든 건 마인이 책을 만들기 위해 쫓아다닌 결과다. 책을 만들어도 나대지 말고 조용히 만들었다면 괜찮았겠지만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온 곳을 들쑤시고 다녔으니 눈에 띄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번 이야기에서 알 수 있는 건 마인과 페르디난드의 마음이다. 수년을 같이 하면서 티격태격하고 알몸도 보여준 사이다. 원래라면 평민인 마인은 페르디난드를 감히 우러러보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이것만 놓고 봐도 페르디난드의 성격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마인은 의붓 오라버니의 약혼자다. 장차 의붓 오라버니가 영주가 되면 그녀는 영주의 제1부인이 된다. 그러니 페르디난드와 맺어지는 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애틋한 마음을 놓고 보면 둘은 누구보다 잘 어울린다. 아직은 그런 마음보단 가족으로서 가족애를 우선시하고 있다. 그것이 좀 안타까운 일이랄까. 이번 이야기를 요약하면 이들 앞에 다리가 놓인다면 그 다리는 오작교가 될 것이다. 만나고 싶어도 만 날 수 없게 되는 연인 사이를 이어주는 오작교, 언젠가 이들도 오작교에서 만날 날을 고대하며 이별을 할 수밖에 없는 그런 이야기다.


맺으며: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걸 잘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마인의 상식(사람은 평등)은 현실 지구에 맞춰져 있다 보니 행동도 거기에 맞춰지는 건 당연하게 된다. 그러나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지만 그녀는 로마법을 따르지 않는다. 즉 책임을 지지 않는 마인으로 인해 주변은 늘 뒤처리에 골몰하게 되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에 따른 사람 목숨은 파리 목숨이라는 것도 보여주기도 하고. 하지만 그녀의 행동으로 인해 영지가 발전하는 건 사실이라서 현실적으로 표현하면 불편한 동거라 할 수 있다. 


그녀는 책만 만들 수 있으면 뭐든지 할 것이고, 책을 편안히 읽을 수만 있다면 평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행동하니까 에렌페스트 입장에서는 계륵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이야기는 그런 책임회피가 쌓이고 쌓여서 결국 터져버린 이야기다. 그러나 마인은 반성하지 않는다. 아무튼 다음이 5부 시작인가 했더니 9권이 있다. 9권은 아마 에필로그 같을 테고, 5부부터가 마인이 저질렀던 행동에 대한 반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첨언하자면, 이 작품은 이전에도 언급했는데 결코 아기자기한 라노벨 특성에 맞는 작품이 아니다. 마법과 마수 등이 출현하는 판타지 계열의 라노벨 치고 굉장히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는 현실적인 작품이다. 귀족과 평민의 관계라든지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 교훈도 들어 있다. 기본적으로 이세계 전생을 통한 신문물을 퍼트리는 이야기이긴 한데 세계관도 짜임새 있고 캐릭터 개개인의 성격과 지명 등 작가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게 절절히 느껴지는 작품이다. 다만 그걸 온전히 느끼게 해줘야 할 번역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 문맥이 이상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닌, 이걸 주제로 사이트가 개설될 정도인데 개선될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 이전엔 대사가 통째로 누락된 것도 있었다. 이번만 해도 불륜으로 애를 낳은 건지 왕족의 애인지 분간이 안 되는 번역은 정말... 출판사는 독자의 피드백을 뭐라 여기는지 고칠 의향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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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어문 제국 이야기 4 - S Novel+
모치츠키 노조무 지음, Gilse 그림, 현노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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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권및 이번 4권 스포일러 있으니 주의









단두대행을 피하려고 결사의 마음으로 동네방네 쫓아다닌 결과 미래는 바뀌었다. 전생에서 라면이 없으면 빵 먹으면 되지, 빵이 없으면 케이크 먹으면 되지 하며 백성들이 굶어 죽든 말든 내 알 바 아니라고 여겼던 황녀의 비참한 최후. 그런 미래가 다신 일어나선 안된다는 모토로 지방 상인 귀족을 닦달해서 유통망을 개선하고, 돈은 어디서 났는지 모르겠지만 식량도 제법 비축해두었다. 전염병이 시작되는 슬럼가를 밀어 버리고 병원을 세우는 등 청결을 유지하라고 사람들 궁디 차댄 결과 미래에서 가져온 일기가 소멸하면서 드디어 단두대행은 피하게 된 건 좋은데 이 작품은 여기서 끝내야 했다.


3미터짜리 파도를 견뎌냈더니 10미터짜리 쓰나미가 몰려온다. 이전생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원인은 대외적으로 기근과 전염병에 있다. 근데 실상은 그게 아닌 어둠에서 암약하는 혼돈의 뱀이라는 존재에 의해 나라가 멸망했다는, 쿠데타에 앞장섰던 지방 귀족 나부랭이와 이웃 나라 왕자들은 깜빡 속은 것이다. 미아도 전생하고 나서야 알게 된다. 일단 이번생에서 기근과 식량을 해결했으니 혼돈의 뱀이라는 사교 집단을 잡아 족쳐야 되는데, 미래에서 손녀가 찾아온다. 손녀가 있던 미래는 미아가 기근과 전염병을 해결해서 구데타가 일어나지 않은 세상이다. 근데 구데타가 일어났고 이전생에서 미아가 당했던 일들을 손녀가 당하다가 죽기 직전 과거로 날아오게 된다. 여기까지 놓고 보면 참 스펙터클한 이야기가 분명할 것이다. 


근데 아쉽게도 이 작품은 착각물과 연애물이다. 미아가 미래 단두대행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건 어쨌거나 자기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주변에서 보기엔 백성들을 살피는 성녀나 다름없다. 결과적으로 백성들이 잘 사는 세상으로 만드는 것이니까. 그게 그거 아닌가 싶지만 엄연히 차이가 있다. 백성들이 잘 살게 된 건 어디까지나 부산물이니까. 이렇게 하나 일단락 시켰고 이제 혼돈의 뱀이라는 사교를 발본색출해야 하는데, 미아가 전생에서 치렀던 옥고와 단두대의 이면엔 혼돈의 뱀이 존재하고 있었음에도, 미아의 손녀의 미래도 어쩌면 혼돈의 뱀의 사주로 인한 쿠데타일 거라는 그런 급박한 상황일지도 모름에도, 자칫 나라가 멸망 수 있는 중대한 증거물을 수집하고도 어째서 소풍이나 즐기고 앉았나 하는 어이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미아의 성격은 원래 이런 성격이다. 빵이 있고, 케이크가 있고, 미래의 서방님만 있으면 족한 이 작품은 그런 세계관이다. 고로 아포칼립스나 시리어스는 이 작품과 무관하다. 혼돈의 뱀 끄나풀이 붙잡혀도 고문이나 끔찍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는다. 장르에 개그도 추가해야 된다고 하면 이 작품의 느낌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려나. 실상은 미아의 학원 라이프와 인터넷 오프모임으로 바쁘다. 내레이션은 전형적인 일본 개그물이고. 이번에 4권과 5권 악역 영애인 에메랄다의 사주로 미래의 서방님들(이 작품은 역하렘도 겸하고 있다)과 무인도에 놀러 갔다가 갇혀서 고생하게 되는데 대체 이런 이야기가 미래에 무슨 영향이 있나 싶을 정도로 지리멸렬하다. 그렇다고 섬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슨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당췌 이번 4권의 아이덴티티는 무얼까 하는 의문이 떠나질 않는다. 그냥 섬에 갇혀서 하하 호호 해수욕을 즐기고(여기서도 외모 지상주의가 판을 처서 훈남은 미아가 다 차지한다), 밥때가 돼서 풀을 뜯고, 남의 말 안 듣고 땡깡 부리더니 태풍을 만나 동굴에 기어 들어가고, 서바이벌이라면 분위기라도 있지 그딴 건 애초에 기대도 하지 말라는 듯 평범하게 밥을 해 먹고 아침에 일어나 멱을 감는 게 다다. 대체 기본 스토리는 무겁게 깔아 놓고 이렇게 학원 라이프 축에도 끼지 못하는 지리멸렬한 이야기로 꾸며 놓은 이유가 뭘까 싶다. 그래도 끝에 가면 뭔가 있겠지 해서 400여 페이지 되는 걸 끝까지 봤다? 어떨 거 같아요? 5권을 기대하시라 하며 뭔가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었다면 이런 글을 싸지르지도 않는다.


악영 영애를 자처하는 이번 에피소드 서브 히로인인 에메랄다는 그냥 왕국도 아니고 제국이라는 큰 나라에서 단 한 명뿐인 황녀(미아)의 말은 개가 짖나로 치부하고, 황녀를 섬에 가둬서 직접 풀을 뜯어 연명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목숨을 부지할 수 있나 하는 극박한 상황임에도 난 잘못 없는데요? 대체 이 나라의 위계질서는 어디다 팔아먹은 걸까. 애초에 황녀가 하는 일(미아가 학교 세우는 일)을 방해 해놓고, 그 이유가 나랑 놀아주지 않아서라는, 이쯤 오면 이 작품의 분위기가 어떤지 이해할 거라 봅니다. 말이 황족이고 황녀지 위계질서라든지 위기감이라든지 일절 없는 그냥 러브 코미디일 뿐이다. 그래놓고 미래는 암울하게 그려놓은 냉탕 온탕을 적절히 섞는 게 아닌 줏대가 없는 그런 이야기일 뿐이다.


사실 필자의 바람이 이렇게 어긋났다고 해서 이 작품은 졸작인가?라고 한다면 글쎄다. 필자가 그동안 리뷰하면서 놀랐던 건 도저히 사회 통념상 허용되지 않은 작품임에도 좋게 보는 분들이 많았다는 거다. 좋게 풀이하면 픽션은 픽션일 뿐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러브 코미디로서는 괜찮은 작품일 것이다. 이성을 만나 가슴이 콩닥콩닥 하고 수영복을 보여주는 게 창피해서 꼼지락거리고, 그게 이성에 대한 성적인 갈망인지 모르는 풋풋함이 있다. 차라리 이렇게 흘러갔으면 좋았을 텐데 뭐 하러 쿠데타니 혼돈의 뱀이니 같은 걸 집어넣었는지 모르겠다. 이번 4권은 온리 이런 이야기만 들어가 있다. 말은 자신(미아)이 하는 일을 방해한 에메랄다의 꿍꿍이를 살피러 간다고 해놓고 놀기 바쁘다. 아무튼 필자와는 맞지 않다.


근데 손녀 벨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냐. 미래에서 그렇게 고생하고 과거로 왔는데 케어해줄 생각은 안 하고 할머니(미아)는 데이트에 여념이 없다. 이왕 귀엽게 나가려고 했으면 벨을 이용해서 흐뭇함을 연출하면 좋겠는데 그딴  일절 없다. 잊을만하면 얼굴 비춰서 이런 애도 있었나? 하고 알려줄 뿐인 참으로 비정한 세계관이 아닐 수 없다. 


맺으며: 이번 4권은 그야말로 지리멸렬하다. 일본에서 인기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우리나라에서 정발해주는 소미에서 빠른 정발을 보여주고 있는 걸 보면(소미는 인기 없다 싶으면 알짤 없다) 우리나라에서 어느 정도 인기는 있나 본데 아마도 귀여운 캐릭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이걸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 일본에서도 어느 정도 인기가 있는지, 일본 현지에서 발매되는 작품들의 고질병이 이거다. 인기가 좀 있으면 질질 끄는 거. 이번 4권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주제로 놓고 설명은 지리멸렬하게 해서 400여 페이 중 300여 페이지만 가도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 즉 이 말은 내용이 없다는 뜻이다.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고 끝나거나 다음 이야기로 넘기는 게 보통인데도 그런 거 없다. 그냥 노는 게 다다. 거기에 내레이션은 일본 개그 프로그램 특유의 그것(저렴함)을 보는 거 같아 몰입에 방해를 준다. 어쨌거나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작품은 졸작인가?는 필자가 정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엔, 필자하고 맞지 않았다. 그뿐. 그래서 필자는 이번 4권을 끝으로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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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은 이미 죽었다 1 - Novel Engine
니고 쥬우 지음, 우미보즈 그림, 김민준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1년 1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대 스포일러 주의, 장문 주의






보통 초면에 대뜸 상대의 입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목젖을 인질로 삼나?


등장부터가 파격적이다. 주인공 남고생 '키미즈카'에게 난데없이 찾아와 입에 손가락을 쑤셔 넣고 날 무시하지 말라는 히로인의 등장은 앞으로 범상치 않은 이야기를 상상케 한다. 여고생 '나츠나기 나기사'는 대뜸 "네가 명탐정이야?"라며 상대 목젖을 인질로 삼는다. 이런 부조리를 당하는 키미즈카는 누구인가. 4년 전, 고도 1만 미터 상공에서 하이재킹 당한 비행기 안에서 천사(외모만 놓고 봤을 때) 같은 탐정 '시에스타'와 같이 사건을 해결한 명탐정 '조수'가 되시겠다. 사실 그의 파격적인 만남은 새삼스럽지 않다. 


시에스타 왈: "알겠지? 네가 벌집이 되는 동안에 내가 적의 목을 칠게"


4년 전, 여객기 하이재킹 실행범을 제압하기 위해 시에스타는 초면인 주인공에게 위와 같이 한가지 제안을 한다. 


이렇듯 주인공의 삶은 언제나 부조리로 가득 차 있다. 코난이나 김전일처럼 사건을 불러들이는 체질 때문에 가는 곳마다 사건이 일어나고, 좀 쉴라치면 집 나간 고양이 찾아 달라는 의뢰를 받고, 시내에 나갔더니 살인 사건에 휘말린다. 그리고 지금 불합리하게 여고생의 손가락이 입안에 쑤셔져 목젖이 인질로 잡혔다. 그녀가 찾는 탐정은 누굴 말하는 걸까. 탐정이라면 1년 전에 죽어 버렸다. 부조리하게.


코난이 그랬듯이 언제나 진실은 하나.


지금 주인공 키미즈카의 입에 손가락을 쑤셔 넣고 있는 '나츠나기'는 1년 전 심장을 이식받고 살아났다. 이러니까 추리로서는 반 스푼이라는 거다. 당연히 나츠나기의 심장은 누구 것인가 하는 의문점이 떠오르고, 그 심장은 당연히 걔 것이겠네?라고 귀결되기 때문이다. 여튼 나츠나기는 지금 꼭 만나야 될 사람이 있는데 그게 누구인지, 어디 사는지 성별조차 모른단다. 그러니 찾아줄래? 웃으며 협박 중이다. 사막에 떨어져 있지도 않은 바늘을 주인공 보고 찾아내라고 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없는 바늘을 찾아낸다.


기억 전이라고 들어봤어?


분위기가 심상찮다. 정통 추리물인 줄 알았더니 어째 판타지로 간다는 느낌을 들기 시작한다. 참고로 이 느낌은 틀리지 않게 된다. 그 심장에는 생전의 그 사람의 기억이 서려 있단다. 비단 심장만이 아니라 이식받은 장기에는 그런 감성이 들어 있데. 그래서 이식받은 사람은 경험하지 않은 사실을 경험하고 한단다. 나츠나기가 찾고자 하는 사람은 심장의 주인이 가지고 있던 기억 속의 인물, 그리고 그 심장이 찾고자 했던 사람은... 질긴 인연은 이렇게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명탐정이 탄생한다.


이쯤 오면 그 심장이 누구 것인지 머리 좋은 분들이라면 이해하시겠지. 그래서 스포일러 좀 하겠다. 사실 스포일러 안 하면 이야기를 풀어놓질 못한다. 심장의 주인은 예상대로 시에스타의 것이 맞다. 그리고 그걸 전해 들은 나츠나기는 시에스타의 탐정으로서 유지는 내가 이어받겠다 선언한다. 이렇게 해서 나츠나기와 이 상황이 어이없는 키미즈카는 이제부터 세계를 구하는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결국 조수는 어디까지 조수다. 탐정이 있는 곳에 조수가 빠지면 안 되듯이, 키미즈카는 부조리하게 머리에 든 거라곤 하나도 없고 감정만 앞세우는 탐정의 조수가 된다. 당연하게 추리는 탐정이 아니라 조수가 하게 된다.


어째서 의뢰인이며 주변엔 죄다 여자인 거냐.


라노벨에서 하렘이 빠지면 섭섭하다. 그래서 바로 여중생 아이돌 사이카와'를 투입해 새로운 의뢰를 받게 한다. 그녀의 의뢰, 싯가 30억엔짜리 보석 좀 지켜 줄래요? 일러스트를 첨부하지 못해 아쉬운데, 겉모습은 깜찍 발랄한 '중2병이라도 사랑을 하고 싶어'에서 나왔던 릿카를 연상시키고(안대도 했다) 성격은 내청코의 잇시키를 연상시키는 그야말로 상대 남자의 마음에 아무렇지 않게 발을 들이밀고 변태로 몰아가는 그런 여자애가 난데없이 나타나 의뢰를 한다. 그리고 여기서 두 번째 추리물로서는 빵점짜리 전개가 펼쳐진다. 애초에 주인공 일행이 어디에 있는 줄 알고 찾아온 거냐의 복선이 그렇다. 퇴근길의 그 복잡한 지하철 플랫폼에 있는 이들을 찾아왔다. 당연히 사이카와는 뭔가 사주를 받고 접근하게 되었다는 추리를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이다.


추리에 어둠의 세력도 빠질 수 없다. 그러면 이능력 배틀도 넣으면 어떨까?


이미 초장부터 세계를 위협하는 악의 세력이 있다는 복선이 나온다. 명탐정 시에스타와 조수 키미즈카는 그런 적들과 싸워 왔다. 탐정 본연의 임무는 무엇?이라며 주인공이 태클을 걸자 시에스타 왈: 탐정은 '의뢰인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라며 자기가 하는 일은 탐정이 맞다고 구라를 친다. 근데 여기서 적이라는 존재들이 괴물로 변하는 [인조인간]이다. 필자는 이 작품의 본질이 뭔지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요점은 이거다. 세계를 위협하는 인조인간에 맞서 싸운다. 그에 걸맞은 인조인간이 나와 주인공 일행의 앞을 가로막는다. 즉, 장르는 판타지라는 거다.


적과 써우긴 싸워야 하는데 이런 동료를 대리고 싸우라고?


머리에 든 건 없지만 의욕은 있는 나츠나기와 꾐에 쉽게 넘어가는 중2병 사이카와가 동료로 들어온다. 세계를 돌며 시에스타가 남긴 유산을 손에 넣어 악의 세력에 맞서야 하는데, 시에스타는 능력이라도 있었지 유지를 받든 나츠나기는 능력이라곤 개뿔도 없고, 그렇다고 추리력이 높나. 사이카와는 그나마 능력이 있어서 도움은 된다. 발랑 까져서 그렇지. 그리고 옛 동료(여자다)도 합류하면서 나름대로 팀은 꾸려지는데 앞 날이 영 불안하다. 그야 어둠의 세력이 자기들을 노리는 걸 알면서도 대비를 안 하다 된통 당하기 때문이다. 꼴좋다는 느낌과 짜증과 고구마를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아주 요상한 팀웍이라고 하겠다.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면.


러브 코미디로는 손색이 없다. 나츠나기와 주인공 키미즈카의 사이는 첫 대면에서 서로 손가락 빨리고 빨아준 사이가 아닌가. 사이카와때는 손가락 빨아줄까?(대충 비슷, 아마도) 하다가 변태로 찍히는 게 여간 웃긴 게 아니다. 이들의 대화는 리뷰 초반에 시에스타를 예를 들었듯이 유쾌해서 몰입도는 꽤 있다. 하지만 늘 이런 작품이 다 그렇듯 남자 주인공은 둔해 빠진다. 만난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은근히 어필을 시작하는 나츠나기(질투심이 꽤 있다)의 행동을 이해 못하고, 옛 동료에게 방 키를 빼앗기고 사이카와 방에 아무렇지 않게 찾아가 동침을 한다던지(아무 일 없다). 이런 러브 코미디적 요소 덕분에 이것만 놓고도 이 작품은 성공을 거두지 않을까 한다.


이능력 배틀로서는 잘 엮으긴 했는데 러브 코미디를 풍기면서 이질적인 괴물의 등장은 현실미를 떨어트린다. 즉, 애들이 긴장감이 없다. 나츠나기가 찾아오면서 어둠의 세력이 조수(주인공)를 위협으로 보고 제거 작전을 시작하는데, 그걸 인지하고서도 시에스타의 유산을 찾으러 배에 올라서 리조트를 즐기는 이상 행동을 보인다는 거다. 고로 대비도 뭣도 없다. 당연히 적들의 기습에 우왕좌왕하게 되고 주인공 일행은 위기에 몰려간다. 그러면서도 대비하지 않은 것에 대한 반성은 찾을 수 없다. 요컨대 너무 무방비한 모습을 보인다는 거다. 결국 나츠나기의 심장, 시에스타가 현현해서 싸운다는 황당한 전개를 어떻게 보아야 할지. 판타지가 맞다.


추리물로서는 구멍 숭숭이다. 알기 쉽게 복선을 배치한 건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으나 복선을 내놓지도 않은 부분을 뒤에 해답편에서 내놓으니 어리둥절해지고 중간중간에서는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하게 된다. 요컨대 아무 전조도 없이 위화감이 있다는 둥 자기만 아는 행동을 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추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지 않는다는 거다. 고로 이 작품은 러브 코미디로서 접근하면 좋은 작품이 되겠고, 추리물로서 접근하면 실망할 것이다. 물론 필자의 주관이지만.


맺으며: 일러스트는 잘 나왔다. 사이카와의 아이돌적 일러스트와 나츠나기의 우물우물 거리는 일러스트라든지. 아무튼 픽션에서 논픽션을 찾는 건 어리석긴 한데, 러브 코미디같이 분홍빛을 띠는 현실적인 모습을 보이다가도 SF 같이 인조인간 괴물을 투입하는 뭔가 좀 설익은 보리밥 같기도 하고. 요상한 작품이랄까. 그리고 주인공은 과거에 너무 연연하는 게 아닌가도 싶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히며 어둠의 세력을 무찔러 가는 여정을 그리고는 있는데, 지금은 없는 시에스타에 연연하는 모습은 지금의 동료들에게 민폐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가령 나츠나기와 패어로 해서 적과 마주해 싸우는 게 불가능했지만 현현한 시에스타와는 축지 척척 맞는다던지.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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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16 - S Novel
오모리 후지노 지음, 야스다 스즈히토 그림, 김민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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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이성과 해보는 데이트(헤스티아는 인간이 아니니 무효.)


다가오는 여신제(축제)에서 데이트 하자는 편지가 벨에게 도착한다. 상대는 주점 풍요의 여주인에서 서빙하는 '시르'가 되겠다. 여기까지만 언급해도 드디어 '시르' 복선이 회수되는 건가?라고 하실 텐데 맞다. 근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필자는 이제까지 리뷰를 쓰면서 몇 번의 위기를 맞곤 했는데 이번에는 정말로 큰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왜냐면, 이미 '시르'의 정체는 99% 밝혀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데다 이걸 밝히지 않으면 리뷰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밝히자니 저어되는 게 밝혔다간 특대 스포일러라고 마구 까일 것은 자명하고, 은근 독자층이 두꺼운 상황에서 스포일러를 했다간 대차게 까이면 필자는 살아날 가망이 없다. 


아무튼 시르의 데이트 공격을 받은 벨은 평소 그녀에게서 호의 받은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응하게 된다. 근데 이것만으론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을뿐더러 이것만 가지고 돈 받고 도서로 낸다는 건 날로 먹는 것이기에 작가도 큰 마음먹고 스토리 하나를 끝내려나 했나 보다.


근데 그냥 끝내진 않는다. 이런 이야기에 누군가가 난입하지 않는다면 팥 없는 찐빵이라는 듯 초장부터 사람 헷갈리게 만드는 두 가지 시선을 넣어서 독자로 하여금 혼란하게 만든다고 할까. 그렇게 벨과 시르의 데이트 이야기는 진행이 된다. 하지만 쑥맥인 벨이 여성을 리드하면서 데이트를 이끌어 가기는 무리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마스터'라고 불리는 1급 모험자(말해두지만 '아이즈'는 아니다)의 도움이라 쓰고 스파르타 교육을 받게 되는데 이게 또 가관이다. 마스터는 츤데레에다 피도 눈물도 없는 마치 사자가 새끼를 낭떠러지에 떨어트려 올라오는 새끼마저도 다시 떨어트리는 냉혈한이다. 근데 정은 또 있어서 미워할 수 없는 부분이 포인트다. 이렇게 정신 개조를 받고 당일 시르와 데이트를 즐기는데 내가 즐기는 게 즐기는 것이 아니야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도시에서 주목받고 있는 신인이 데이트를 한다는데 주변인들은 그걸 두고 볼 위인들이 아니기에 파란을 불러오는 건 자명한 것이다. 헤스티아는 마치 집 나간 아들 찾는 것마냥 정신줄을 놓고, 릴리는 얼굴이 파래지고, 류는 못난이가 되고, 아이즈는 갈팡질팡한다. 더욱 흥미진진해지는 건 시르의 정체다. 이쯤 오면 작가는 이제 숨길 마음도 없다. 대놓고 뉘 집 자식인지 99% 까발려 버린다. 그러해서 마치 귀족 규슈를 호위하는 마냥 호위꾼들이 달라붙는데 데이트가 제대로 될 리 있나. 거기에 시르는 아무도 없는 곳으로 도망가자고 부추기지. 여자 면역이 없는 벨군은 그녀의 살결에 심장이 콩닥콩닥. 여기까지라면 여느 데이트물 처럼 풋풋한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시르의 정체에 대해 거의 다 밝혀져 있는 상황에서 시르가 정말로 벨을 좋아하는가?라는 문제점이 떠오른다.


'외전 '프레이야'를 읽은 독자라면 시작부터 시르에 대해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니 16권 읽기 전에 외전 '프레이야'를 먼저 읽으면 벨이 왜 노림 받는지 대한 이유와 시르의 정체도 거의 명확하게 확인이 가능할 것이다. 이 말은 16권을 읽고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어서 필자 나름대로의 어드바이스다. 어쨌거나 그러해서 핑크빛으로 끝나야 될 데이트가 핏빛 장미로 끝이 나니 작가가 얼마나 마음 독하게 먹었는지 여실히 알 수 있었다.


일방적인 마음은 파탄만 불러올 뿐...


이번 16권에서 눈여겨봐야 될 것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벨의 마음이다. 사실 주변에 여성이 많아도 이제까지 벨이 여성에게 먼저 좋아한다며 엉겨 붙은 경우는 전혀 없다. 그러던 것이 던전에서 어떤 여성을 만나게 되면서 이후 그 여성만 바라본다는 것이다. 이번에 일편단심이라는 눈물 나는 모습도 보인다. 다만 그것이 마음에서 우러나는 이성에 대한 갈망이라기 보다 동경에서 우러나는 갈망이고 그것이 호감이라는 것은 아직 알지 못한다. 그러해서 벨은 시르의 대시를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즉, 벨이 의식하는 여성은 시르가 아니라는 뜻이다. 고자라면 고자 일 수 있으나, 벨도 이성과의 관계(성 지식)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 사실 벨은은 주변과의 파탄을 피하려고 관계를 가지지 않는 거라 할수 있는데 주변과의 단절을 벨은 뭣보다 두려워한다는 걸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두 번째: 시르의 마음이다. 어느 날부터 벨이 신경 쓰이면서 마음을 키워 왔는데 그녀 시르의 겉모습만 본다면 정말로 애틋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진짜 정체의 시각에서 본다면 벨을 이성으로서가 아닌, 이 부분도 외전 '프레이야'에서 잘 나타나 있는데 집착이 낳은 아집이다. 즉, 시르는 일방통행식으로 벨에게 대시 중이고 이런 그녀의 마음을 알았다기보다 벨은 주변과의 파탄을 우려해 그녀를 멀리하게 되지만 이게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러니까 일방통행식 마음은 파탄만 불러올 뿐이라는 거다. 시르는 끝까지 이런 점들을 깨닫지 못한다. 결국 남은 건 무력뿐이고 17권에서 파란으로 끝나지 않을 누군가가 죽을 만큼 심각한 이야기로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이야기를 이번에 내포하고 있다.


여기서부턴 다른 이야기. 데이트 중인데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영웅 이야기를 왜 가미한지는 모르겠으나 영웅 이야기가 꽤 나온다. 아이즈의 조상부터 해서 어쩌면 시르와도 안면이 있을 영웅까지 들추던데 아무튼 여봐란 듯이 복선을 투하한다. 그야 이 작품은 영웅으로 시작해서 영웅으로 귀결되기 때문이기도 할 텐데 벨이 그 영웅이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복선을 별책부록에 대놓고 실어 놨다. 재판 구매하는 사람은 어쩌라고, 어이 상실.


맺으며: 휴... 시르 정체 밝히지 않고 끝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먼산). 아무튼 데이트로 시작해서 데이트로 끝나는 이야기다. 다만 끝맺음은 100년 묵은 식초를 먹는 듯했다. 끝난 게 아니라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듯 17권부터는 대파란을 불러오지 않을까 하는 복선을 투하하면서 기승전결은 개나 줘버린다. 벨의 입장에서는 원만한 해결로 끝을 맺으나 상대방은 누구 마음대로 끝내하는 분위기다. 주인공으로서는 완벽한 대응이지만 상대가 좋지 않았다. 누구도 말리지 못하는 광녀(狂女)라는 점에서 다음에도 또 벨은 [파밀리아] 브레이커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건 그렇고, 류가 제대로 망가지는 모습을 보인다. 데이트하는 시르와 벨을 보고 못난이 구닥다리 엘프가 되어 짐짝 취급 당하는 게 여간 웃긴 게 아니다. 아무튼 간에 벨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고 할까. 이 작품도 끝이 멀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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