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핀 모험가 1 - Lezhin Novel
아토 케이이치 지음, bob 그림, 최승원 옮김 / 레진노벨(레진엔터테인먼트)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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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무리 노력해도 남들보다 뒤떨어지고 결국 더 이상의 성장을 하지 않고 정체되어버린 모험가가 있습니다. 나라를 세운 모험가 왕을 동경하여 모험가의 길을 들어섰지만 레벨 3에서 정체된 지 어언 10년, 슬슬 같은 나이대의 모험가들은 은퇴를 하여 새로운 생활을 찾아 떠나는 상황에서 모험가 '이그니스'도 슬슬 장래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동료 한 명이 그렇게 은퇴를 하여 떠났습니다.

 

이 작품은 정통 판타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요즘 트렌드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현실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한 이세계물이 아닌 처음부터 판타지의 세계이고, 주인공도 뼛속까지 판타지에서 자란 20대(아마도) 아저씨입니다. 오크와 고블린, 코볼트가 등장하고 엘프와 드워프도 나옵니다. 단, 마법은 거의 사문화되다시피한 형태가 일그러진 사도격의 마술과 정령술만 존재합니다. 그리고 당연하다면 당연한 노예제도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작품은 노예제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은퇴의 기로에 서있던 어느 날 이그니스는 지금 살고 있는 테레시아에서 왕도로 향하는 상단의 호위 임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노예로 끌려가는 엘프 소녀 '실비아'를 운명적으로 만났습니다. 왕도로 향하는 상단을 호위 하면서 줄곧 자신을 바라보는 '실비아'의 시선을 느낍니다. 하지만 애써 외면하고, 하면 할수록 계속 처다보는 그녀의 시선에 결국 져버리고 전 재산을 들여 실비아를 구입하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엄청난 바가지를 쓰고, 빚까지 지면서, 왜, 그랬을까...

 

불행한 과거, 어느 엘프족 마을에 정령의 힘을 다루는데 탁월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무녀라 치켜세웠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술을 쓸 수 있는 소녀에게 축복이라며 마을 사람들은 남들 보는 앞에서 그녀에게 위해를 가했습니다. 정신이 아득해지고 기억의 소실까지 불러온 그 행위는 소녀가 인신매매에 넘겨진 후에야 멈췄습니다. 그리고 만났습니다. 운명의 상대 이그니스를... 꿈에서 바라마지 않던 계약자를...

 

[계약] 무녀로서 수업을 받아오며 자신의 정체를 어렴풋이 알아왔던 소녀, 소녀는 왜 일면식도 없는 이그니스가 이리도 신경이 쓰일까, 위험에 처한 그를 위해서 몸을 던지기까지 하는 그녀의 행동은 짐짓 어리둥절하게 만듭니다. 상단을 습격해오는 몬스터를 쓰러트리며 큰 상처를 입고만 이그니스, 그리고 그걸 고쳐준 실비아, 상처를 치료하면서 그녀를 줄곧 신경 쓰게 하였던 그것의 정체는 '계약자' ​정령의 힘을 쓸 수 있는 능력자를 인식할 수 있었던 실비아는 이그니스가 계약자로서 능력이 있는 걸 무녀의 감으로 알고 줄곧 쳐다봤습니다. 그리고 이그니스는 실비아의 과거를 떠올리게하는 어떤 말 한마디에 그녀와 계약 하기로 합니다.

 

독해력을 그렇게 요구하는 건 아니지만 이그니스와 실비아의 만남이나 계약까지의 장면이 상당히 개연성 부족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주인공 보정빨, 아무리 못난 주인공이라도 소꿉친구가 있고 반에서 제일 예쁜 여학생이 말을 걸어온다 같은. 또 이쁜 히로인이 들러붙는 거 아닌가? 하는 지레짐작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계약에 관련된 설명은 누구의 입장과 시각에서 설명하는지 자칫 헷갈릴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군요. 물론 필자만 이해력이 딸렸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실비아를 노예로 구입하여, 사족을 달자면 사람을 구입하니 산다느니 같은 단어가 많이 나와서 읽는 내내 상당히 거슬렸습니다. 여튼 당분간 왕도에 자리 잡고 그녀와의 계약으로 얻은 정령술을 시험하고, 알프 파티를 만나 다사다난한 나날을 보내며 다시 테레시아로 돌아오면서 또 다른 사태를 겪으며 주인공 이그니스는 모험가로서 늦게나마 성장을 이우고, 그렇게 주인공 이그니스는 모험가로서 세상으로 향해 늦은 출발을 하게 됩니다. 자신도 처음엔 이런 여행을 떠나게 될지 몰랐겠죠.

 

하렘의 시작? ​이그니스에겐 10년 지기인 엘프 소녀 '마르시아'가 있습니다. 테레시아에서 길드 수납원을 하며 주인공과 인연을 맺은 게 어언 10년이 지난 지금 허울 없이 막말을 하며 지내는 그녀 또한 주인공을 눈독 들이고 있습니다. 그것도 엄청난 기세로... 정통 판타지답게 장수하는 엘프인 마르시아는 어린 시절 이그니스가 모험가를 시작할 때부터 봐 왔고 그렇게 티격태격하는 사이 알게 모르게 연심을 품고 말았는데요. 상당히 쾌할한 성격에 남을 가지고 놀다 보니 첫인상 아니 중간 인상은 좋지가 않습니다.

 

첫인상은 일러스트가 좋아서인지 상당한 호감이 갔는데 그녀의 행동이 드러나는 중간부터는 거의 일방적으로 주인공에게 대시하는 장면이 이어지며 이거 무슨 한대 쥐어박아선 분이 풀리지 않겠는데? 같은 왈가닥 같은 성격에 이그니스는 용케 어울려주고 있다 싶더군요. 하지만 그녀가 파티로 들어오면서 활약을 하며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면서부터는 일직선입니다. 그리고 마르시아가 도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막 나가는지에 대해 드러나면서 좀 허탈하게 합니다. 실비아가 했던 계약의 재림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결국 못난 주인공이라도 하렘은 필수인가? 같은 결말로 이어진다는 것이군요.

 

이 작품은 늦게 시작해도 용사가 될 수 있다. ​​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결국은 이런 것이냐?라고 기존 모험작과 비교해서 바뀐 게 뭘까 하는 디스 당할 우려가 크기도 합니다. 일찍 시작했던 늦게 시작했던, 레벨 3에서 정체되어 은퇴할까 했던 아저씨는 치트 쓰는 엘프 아가씨 둘을 만나 계약하고 용사가 되어 간다는 스토리는 신선한 감은 있지만 결국은 용사가 되기 위해 떠났던 소년이 몬스터와 전투를 벌이며 사선을 넘나들고 최종적으로 보스를 쓰러트리며 개선하는 용사와 다름없다는 것이 씁쓸하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꼭 그렇게 나쁜 쪽으로 볼 수만은 없는 게 매미 유충은 성충이 되기까지 땅속에서 7년이라는 시간을 보냅니다. 대나무는 꽃을 피우기 위해 몇십 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요. 몇 년을 기다려 이제야 꽃을 피운 식물이 있습니다. 마르시아는 이그니스에게 이 꽃을 보여주며 그를 빗대었습니다. 늦게 피어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그만큼 기다린 보람이 크다는, 정말로 중요한 건 시작점이 빠르고 늦냐가 아니라는 걸 이 작품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맺으며

 

전체적으로는 어딘가 던만추를 보는 듯하였습니다. 주인공 벨의 시각이 아닌 오라리오의 이름 없는 어느 모험가의 시각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듯하여 몰입감은 의외로 좋았습니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지만 자신의 능력으로는 여기가 한계라는 것마냥... 같은 모험을 해왔던 동료들은 성장하여 떠나갔습니다. 홀로 남겨진 자신, 살기 위해 달려왔던 지난 나날에 동료라 부를 수 있는 자는 존재해도 같은 인생을 살아갈 동료가 없다는 것의 씁쓸함, 그리고 여보란 듯 그런 빈자리는 채워주기 시작하는 실비아와 마르시아...

 

라고 해도 솔직히 말해서 좀 지루합니다. 위에서 몰입감은 좋다고 했는데도 지루한 모순적인 양면을 보여주는 게 상당히 특이한 작품이랄까요. 아직 1권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주인공이 실비아를 만나기까지, 만나고 나서 상당 부분을 무미건조한 일상이 흘러갑니다. 가끔 입꼬리가 올라가는 흐뭇한 장면이 있긴 합니다. 그에 반해 짜증지수 올려주는 장면도 더러 있는데 이것은 후반에 왜 그렇게 되는지 알고 나면 아무렇지 않게 되는 게신기합니다.

 

마지막으로 전투 쪽은 정통 판타지처럼 흘러가서 마법이 날아다니고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는 건 아닙니다. 아무래도 이것 때문에 필자는 던만추를 떠 올린 거 같은데 소규모의 파티로 이뤄진 전투만 간간이 나올 뿐이군요. 그렇게 박진감 넘친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시작에 불과해서 그런지 하렘을 형성하는 단계이고 그렇게 알콩달콩한 장면은 나오지 않는군요. 그래서 전체적으로 좀 희미한 느낌이랄까요.

 

 

본 리뷰는 네이버 라노벨 카페 NTN과 출판사 레진노벨이 주관한 리뷰 이벤트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책을 제공해주신 라노벨 카페 NTN과 레진노벨에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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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 환상의 그림갈 8 - 그리고 우리는 내일을 기다린다, NT Novel
주몬지 아오 지음, 이형진 옮김, 시라이 에이리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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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룽갈에서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여 겨우 그림갈로 넘어왔습니다. 오크 마을을, 화룡의 둥지를 거치며 누구 하나 탈락자를 내지 않고 무사히 그림갈로 넘어온 하루히로 일행의 고난은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였습니다. 다룽갈과 그림갈을 잇는 동굴을 나온 일행을 반겨준 건 지독한 안개, 그리고 자신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이들이 시작의 마을 오르타나로 돌아가기 위해선 수백키로나 되는 기나긴 여정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무턱대고 움직이기 힘들어 하루히로와 유메가 정찰 나간 사이, 예전부터 유메를 의식했던 란타의 설레발로 하루히로와 유메의 수색에 나사게 되면서 란타와 메리가 2차 조난 당하고, 쿠자크와 시호루 마져 흩어지게 하였습니다. 그런 가운데 하루히로 앞에 새벽의 연대 '록스 파티'가 나타나면서 한편으로는 든든한 아군을, 한편으로는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 했던 충격과 공포를 하루히로에게 선사합니다.

 

'재발하는 하루히로의 걱정증'​

 

다룽갈에서 넘어오며 하루히로의 리더로서 잘해 나갈 수 있을는지 하는 걱정증이 재발합니다. 지금 가는 길이 그림갈로 이어지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과연 자신이 옳은 선택을 하였을까, 누가 대신 나서 줬으면 하는 생각, '모든 걸 그만두고 싶다.'​ 늘 자기가 나서서 모든 걸 선택하고 실패하면 돌아올지 모를 책망, 후회, 죄책감에 억눌려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그에게 '그걸로 괜찮은 거야?'​​라며 마나토가 말을 걸어옵니다.

 

죽어서 이젠 없을 그의 목소리가... 그리고 모구조의 목소리도... 이젠 그만 포기하고 싶었던 하루히로는 마나토처럼 파티를 어딘가로 이끌어 가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기 시작 합니다. ​왜, '좋은 파티가 되었어'​라고 마나토가 이야기해주었으니까... 불사족 노라이프킹의 부하들과 맞서 처절한 전투를 벌려가며 자신에게 맡겨진 파티를 책임감 있게 끝까지 완수하려는 하루히로는 더이상 초식동물이 아닌 리더로서 빛을 발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노력을 절실히 느껴가는 파티원들...

 

'적지에서 만난 아군, 그리고 찢어지는 파티'

 

그림갈로 넘어와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안개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하루히로는 유매와 함께 정찰을 나가서 만납니다. 오르타나와 600키로​나 넘게 떨어진 적지 한가운데서 같은 클랜 소속의​ '록스'를 만나 이들과 동행하기로 합니다. 예전부터 새벽의 연대 클랜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고, 그 행동에 따라 새벽의 연대 클랜 활동 반경이 엄청 넓어져 버렸습니다. 지금은 어떤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이곳에 와 있다는 록스의 말에 따라 하루히로 일행은 지금 당장 오르타나라 돌아가지 못하고 남겨진 파티원들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전투에 휘말리며 피말리는 상황이 이어져 갑니다.

 

록스를 만난게 하루히로 일행에게 있어서 천운이나 다름 없었지만, 오크와 언데드가 득실거리는 이곳을 지도도 없이 빠져나간다는 건 있을 수 없었던지라 어쩔 수 없이 같이 행동​한 것이 그만 돌이킬 수 없는 사태로 번지게 되는데요. 하루히로와 유메가 돌아오지 않자, 하루히로와 유메를 구조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란타와 메리를 대리고 나섰다가 2차 조난에 빠져 버리고, 남아 있던 시호루와 쿠자크는 예전부터 살고 있는 원주민을 만나 따로 행동하게 되면서 뿔뿔이 흩어지고 맙니다.

 

'란타, 이 남자가 세상을 살아가는 법'

 

기어이 똥 덩어리 포지션이 빛을 볼 날이 왔습니다. 그동안 이것이 남자로서 정상적인 반응이라며 숱하게 파티 내 여성진​들에게 상스러운 말을 던지고, 나오는 대로 내뱉는 말로 인해 호감도를 끝 모르게 추락 시켰던 그, 시호루는 란타에게 '죽어버리지' 같은 독설을 아무렇지 않게 날릴 만큼 경멸을 하였고, 하루히로는 늘 파티에서 방출해버릴까 하는 생각에 빠지게 하였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차지하고 있는 포지션 덕분에 파티가 위험에서 벗어난 적도 있었고, 말은 썩어빠져도 일리는 있었적도 있었고, 전투에서도 한쪽을 맡아 밀리지 않고 잘 막아줘서 든든한 아군이었다는 것이 하루히로로 하여금 고뇌하게 하였습니다.

 

늘 약자에겐 강하고 강자에겐 머리를 조아리고, 말 싸움에서 밀린다 싶으면 뜻 모를 말을 뱉고 걸핏하면 성희롱을 마다하지 않던 그가 드디어 일을 저질러 버렸습니다. 그림갈에 넘어와서도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급기야 대놓고 여자를 안고 싶다는 말을 꺼내는 통에 이번 에피소드에서 뭔 일 나겠다 했습니다. 오크, 언데드, 인간, 엘프, 드워프등 온갖 군상들로 합쳐진 '불사족 노라이프 킹'을 기반으로하는 '포르간'이라는 새로운 적의 집단을 마주하게 된 이 시점에서 조난 당했다가 '포르간'의 포로가 되어버린 란타와 메리, 최소한 메리만이라도 도망치게 했더라면 란타는 파티에서의 호감도 업은 따놓은 당상이었건만 그만 차버리고 말았습니다.

 

제목에 스포일러라고 해뒀으니 조금 심한 스포일러를 하자면, 그 란타가 어디 가겠습니까. 포위되자 머리 조아리기 신공으로 냉큼 포르간에게 항복을 해버립니다. 결국 여기서 하루히로 파티에게 분기가 찾아왔습니다. 파티로 남을 것인지 떠날 것인지하는 분기점, 한때는 유망한 파티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올 정도로 입은 험해도 나름 실력과 의리 면에서는 타인에게도 인정 되었던 란타, 그동안 축 처지는 작품 분위기를 띄워주는 소방수 역할을 충실히 해왔던 그, 겉으로는 잘란척 폼을 잡아도 본심은 유약하기 그지 없었던 그가 어째서 제 버릇을 버리지 못한 것일까요. 란타 때문에 메리는 위험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메리의 각오'

 

이 작품은 이세계물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판타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정통 판타지에서 오크나 고블린이 마을 여자를 잡아다 어떤 일을 벌이는지 잘 아실 겁니다. 메리는 각오를 다집니다. 자신에게 다가올 운명을, 아니 하루히로 파티를 만나기 전 예전 파티원들을 전멸로 이끈 자신은 살 가치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루히로 파티를 만나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있어도 괜찮다는, 힘들 때 누군가가 어깨를 빌려준다는 안도감, 다룽갈에서 급속도로 가까워진 시호루와 유메와 많은 우정을 쌓았습니다.

 

모든 것이 끝났습니다. 한때 자신을 구해주지 않을까 일말의 희망을 걸었던 란타는 머리 조아리기를 시전하여 적의 편이 되어 버렸습니다. 하루히로는 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그에게, 하루에게 도와줘​라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나약해지는 자신, 고개를 떨구고 한없이 지난 나날을 생각합니다. 무슨 짓을 당하더라도 결코 소리를 지르지 않겠다는 마음, 하지만 모든 게 끝나고 살아나더라도 다시 하루히로 파티에 얼굴을 내밀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가슴이 아려 옵니다.

 

'애틋해지는 관계'

 

그동안 하루히로 파티에게 연애는 남의​ 이야기였습니다. 시호루는 마나토가 죽은 후 더 이상 남자를 이성으로 보지 않으려 했습니다. 일행과 떨어져 쿠자크와 시호루는 이야기를 나누며 둘은 무언가가 싹트는 모습을 보이지만 갈 길은 좀 멀어 보입니다. 이성으로써 연애 감정을 일절 몰랐던 유메는 이성을 좋아한다는 개념을 쪼금 알아 갑니다. 자기를 지켜 주려는 하루히로의 등을 바라보며, 먼저 다가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사랑인지는 알지 못 합니다. 하루히로도 이성보다 가족으로서 좋아하는 게 아닐까 짐작할 뿐...

 

그리고 대망의 하루히로와 메리의 관계는 정말 애틋합니다. 작가가 쪼금만 더 극적으로 표현했다면 진짜 이거 보는 사람들 죄다 눈물바다로 만들어 버렸지 싶은데 작가가 이상한 데서 절제하고 그러는군요. 정말 안타깝습니다. 메리는 하루히로를 좋아한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약해지는 자신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애써 둑을 쌓아둔 듯하였습니다. 이걸 부수면 걷잡을 수 없게 되겠죠.

 

하루히로는 처음으로 메리를 인식하고 그녀를 걱정하기 시작합니다. 애써 파티원으로서, 동료로서 걱정한다지만 필사적으로 메리를 구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하루히로가 멋있게 다가 옵니다. 그도 이젠 누군가가 등을 조금 밀어주면 이 또한 메리를 향한 마음이 걷잡을 수 없게 될 겁니다. 시호루는 그걸 알고 있습니다. 쿠자크도 어느 정도 눈치 체고 있고... 모두가 떨어져 있기에 비로소 소중한 걸 알아 갑니다. 부족해도 지친 삶에 버둥거려도 누군가가 곁에 있기에 견딜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하루히로는 목숨을 걸었고, 메리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약간 뜬금없는 진행은 분위기를 좀 먹습니다.'

 

다룽갈에서 넘어와 그림갈에 도착하고 록스 파티를 만난 건 좋은데 뜬금없이 일본 사무라이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마을은 좀 아니다 싶군요. 판타지를 지향하는 장소에 일본색이 짙은 폐쇄적이고 사무라이 집단 같은 마을을 집어넣는 건 좀 마이너스군요. 물론 록스 파티와 하루히로 일행이 앞으로 닥칠 복선을 대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나 굳이 판타지 분위기를 망쳐가며 그런 마을을 넣었어야 했었군요.

 

맺으며

 

사람은 살아가면서 베푼 만큼 돌아온다고 했습니다. 자신을 죽여가며 파티원들을 위해 무던히도 애쓰는 하루히로의 마음이 유독 강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흑자는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고도 하지만 말을 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게 있습니다. 하루히로가 리더로서, 남자로서 얼마나 믿음직한지는 시호루와 유메의 행동에서 절절히 묻어나고 있습니다.

 

그의 희생정신에 보답하듯이 다룽갈에서부터 몸을 사리지 않고 용감무쌍하게 싸워대는 유메, 1인 몫을 하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치는 쿠자크는 애처로웠습니다. 독설을 마다하지 않고 자신이 더 힘들면서도 유메를 위로해주고, 늘 누군가가 지켜줘야만 했던 시호루는 더이상 울지 않는 성장을 이뤄내고 있습니다. 하루히로는 언제나 걱정병이 도지지만 도망치지 않습니다. 뿔뿔이 흩어지고서야 하루히로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알아가는 파티원들(란타 빼고)이 애잔합니다.

 

뜬금없는 사무라이 마을 관련 진행을 빼고는 전반적으로 매우 훌륭했습니다. 특히 메리의 다짐은 눈물을 자아냅니다. 시종일관 록스 파티와 포르간 전투에 휘말린 전투를 펼치며 사선을 넘나들고 초심으로 돌아간 듯한 하루히로 일행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지경이라서 주몬지 아오 작가의 작품 답지 않게 엄청 진지하였습니다. 뭣보다 란타 빼고 하루히로 일행의 연애 관계도가 진전을 보여서 매우 흥미로웠군요.

 

그래서 필자는 조심스럽게 자주 있지 않는 추천작 반열에 올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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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녀전기 5 - Abyssus abyssum invocat, Novel Engine
카를로 젠 지음, 한신남 옮김, 시노츠키 시노부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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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냐 데그레챠프, 10대 초반의 나이로 203 마도대대를 꾸려가며 이제까지 사실상 무패를 자랑하는 전설을 쌓을 수 있었던 건 극단적인 효율성만 추구한 그녀의 성격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극단적인 효율성만 추구한 나머지 사회에서 성과를 내지 않는 직원 따위 대리고 있을 가치 따윈 없다고 하는 악덕사장이나 직속상관에 비유하는 건 틀립니다. 그로 인해 이해하지 못한 어느 사람 덕분에 30대 아저씨가 10대 여자애가 되어 버렸다는 건 차지하고, 타냐는 왜 그렇게 되는지하는 분석을 제시하고 그 이치에 맞지 않는 사람을 가차 없이 내치는 성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분석이 듣는 사람에겐 무지막지하고 일방적이라는 건 함정이지만요. 하지만 이해력이 빠른 사람은 또 알아듣는 게 함정이라는 아이러니의 연속입니다.

 

그런 타냐가 대학을 나오고 자신의 부대를 꾸릴 때 부하들에게 그 이치에 맞게 고된 훈련 시킨 건 익히 알려진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로 인해 그녀와 그녀의 마도대대는 승승장구를 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경미한 피해도 입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타냐가 놀고먹을 수 있는 기반 조성의 희생양이라는 건 비밀에 속합니다. 즉, 그녀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출세는 하고 싶지만 귀찮은 건 싫어서 부하를 키워 대신 써먹을 생각이 가득 찬 못된 상사와 비견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무능한 상사에서는 무능한 부하 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진리에 따라 유능한 부하를 키우려면 유능한 상사는 필수라는 아이러니로 인해 결국 고생하는 건 타냐라는 것이죠.

 

여튼 타냐는 전시에서 혼합 부대의 운영 실험을 겸해서 보병과 포병을 흡수하여 전투단을 꾸렸습니다. 거기에 소령에서 중령으로 진급을 하였고요. 언제나 후방에서 놀고먹을 생각으로 가득 찼지만 자신이 내세운 독트린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기 위해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일을 처리하여 현대로 치면 육군과 공군을 통합하여 전술을 짜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갑니다.

 

적당히 놀고먹고 싶지만 효율성을 따지는 결벽증 때문에 유능한 사람은 혹사당한다는 사회의 진리(?)에 따라 실험이 적당히 끝날무렵 또다시 참모부의 부름으로 육군과 해군의 알력에 낑겨 북해까지 원정까지 갔다 왔더니 이번엔 새로운 글자 그대로 육군 신입들을 붙여주며 또 다른 실험을 강요 당합니다. 자기가 내리친 도끼, 자신이 주창한 독트린이라는 도끼에 계속해서 발등이 찍힙니다. 전쟁이 길어지며 병참이 무너져가고 신병의 질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작금에서 계속해서 한직으로 돌고만 있는 타냐와 부하들...

 

그 반동인지 점점 타냐의 지성이 폭발합니다. 똥만 가득 찬 상부가 미처 생각도 못한 전술과 전략을 진언하여 전쟁의 판도를 바꿔 갑니다. 하지만 날카롭게 창의 날을 갈아가는 그녀의 부대는 이젠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악마가 되었다는 그 순간을 노린 듯 대규모 역습을 당하면서 전장의 신은 그녀에게 치명타를 날립니다. 처음으로 맛보는 굴욕감과 패배감, 그리고 부하를 키우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대한 분노, 구멍 난 자리를 메꾸기 위해 할당된 신병의 질적 하양...

 

그리고 더욱 타냐에게 굴욕적이었던 건 부하들을 만나기 위해 향했던 장교 전용 술집 입구에서 미성년은 출입 금지라며 제지 당하는 모습은 이 작품 유일하게 개그코드입니다.(권두 컬러 일러스트도 있어서 더욱 빛이 납니다.) 유녀이면서 유녀 다운 모습은 나오지 않는 작품에서 유일하게 유녀스러운 모습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그러고 보면 은근히 자신이 처한 현실을 자각하는 장면이 다수 들어가 있고, 연방의 수장 레니야가 타냐에게 집착하는 모습 등, 결국은 30대 아저씨의 성격이라도 자신의 몸 상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이제야 인정하는 듯한 장면들을 보여줘서 의미가 깊습니다.

 

이전 에피소드보다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독해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당사자의 입장이 아닌 제삼자의 입장에서 타냐가 내뱉는 독트린과 그녀의 생각을 이해하기란 꽤나 힘이 듭니다. 이것은 다른 등장인물들만 출연하는 장면과 확연히 구분이 되기도 합니다. 무난하게 읽을만하다 싶었는데 타냐가 등장하는 구간에 들어서면 난데없이 브레이크가 걸리는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작가도 이런 점을 의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주변 등장인물, 특히 여성 등장인물들을 부각 시키며 분위기를 다소 누그러뜨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2차대전을 모티브로 하고 있어서인지 그에 관련된 역사적 사실이 조금식 가미되고 있습니다. 소련의 참전과 영국의 지원, 간 보는 미국, 그로 인한 태풍 속 소용돌이의 정치적 배경과 동부전선 전반을 집중했던 독일로 하여금 초조하게 만들었던 다가오는 겨울, 마도대대 1/4을 잃어버리고 갓 입대한 신병들로 꾸며진 부대를 합쳐 또다시 전투단을 꾸린 타냐에게 겨울이 닥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타가 너무 심합니다. 그냥 대충 읽으려고 해도 용서가 안되는 몇 곳이 있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높은 독해력을 요구하는 작품에서 오타까지 합처지니 최악이었습니다. 만약 출판사가 본 게시물을 본다면 찾아서 수정해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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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콘! 1 - Lezhin Novel
분가 히데노리 지음, 사쿠라기 케이 그림, 이은혜 옮김 / 레진노벨(레진엔터테인먼트)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죽음의 신(神) 메멘토모리를 모시는 무녀 마리아벨의 소원은 남편 찾기입니다. 이 작품을 구입하고 제일 처음 난감한 게 앞,뒤 표지에 온통 할짝할짝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상스럽고 경박한 이야기로 도배되어 있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앞서게 됩니다. 실지로 마리아벨의 머릿속에는 온통 미래의 남편을 맞이하여 밤의 전투니 할짝할짝으로 가득 차 있으며, 그녀가 모시는 신인 메멘토모리는 저승에서 이런 그녀를 바라보며 머리가 지끈 지끈 두통이 끊이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왜 이런 지경에 빠지게 되었는지 알게 되면 일말의 동정이 생기게 됩니다. 죽음의 신은 글자 그대로 죽음을 관장하는 신으로써 죽음이라는 불길함을 다루는 신을 사람들은 좋게 볼 리가 없었던 것, 그래서 그 신을 모시는 무녀 또한 사람들은 경외를 보내며 멀리하는 통에 인연을 만들 수가 없었고, 대대로 죽음의 신을 모시며 살아온 집안에서 커온 마리아벨은 집안 여자들이 이런 시련(?) 속에서 속절없이 인연을 만들지 못하고 솔로로 생을 마감하는 걸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마리아벨은 필사적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100년마다 열리는 신화제가 다가왔습니다. 8명의 신을 모시는 무녀는 용사를 맞이하여 세계를 돌며 곤란한 사람들을 돕고 신화를 쌓아 신앙을 얻어 주신에게 바치는 행사가 코앞에 다가온 어느 날, 마리아벨은 이 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운명의 단짝을 맞이해 어떻게든 남편으로 만들어 처참한 인생을 벗어나겠노라를 주창하였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녀의 망상은 변질되어 할짝할짝으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맞이한 용사를 대동하고 여행길을 떠날려던 그날, 어릴 적 어떤 일을 계기고 소원해졌던 생명을 관장하는 신의 무녀 아우스티나와 그녀의 용사 나슈탈을 만나 잠시 에피소드가 일어나고 마침내 마을을 떠나려던 이들을 가로막는 사교도, 죽음의 신을 인정하지 않는 사교도의 습격을 받으며 시작부터 난장판이 되어 버립니다.

 

뭐랄까 이 작품을 다 읽고 기억에 각인되는 건 할짝할짝과 활화산입니다. 사교도와 싸우면서도 용사를 향한 온갖 망상에 사로잡혀 꽃밭을 만드는 마리아벨은 웃음을 자아내는 한편 너무 할짝거려서 도가 지나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 할 일은 빠릿하게 해주고 있어서 미워할 수만은 없는 게 흥미롭고, 주신 메멘토모리는 저승에서 그녀가 보내는 일방적인 사념(기도)을 소화하느라 죽을 지경에 이르는 피해를 보면서도 자신을 향한 신앙은 진짜여서 더욱 머리를 쥐고 데굴데굴 구르는 게 웃음을 자아냅니다.

 

그런데 활화산이 뭐냐면, 대칭이랄까요. 상스럽지만 언급해보자면 빈유(마이라벨)가 소꿉친구인 거유(아우시티나)를 바라보며 속으로 내뱉는 악담 같은 겁니다. 거의 저주에 가까운 말을 내뱉으면서도 미래의 남편이 거기에 홀딱 빠지는 게 아닐까 노심초사하는 게 이게 또 귀엽습니다. 여담으로 자신의 주신 메멘토모리도 같은 빈유라는 거에 안심하면 속으로 대놓고 빈유라고 언급하는 바람에 주신의 이마에 빠직 핏대 세우기도 하는 게 또 웃음을 선사합니다.

 

그러고 보면 이 작품은 경쟁이나 질투, 시기가 없습니다. 8명의 신중에 최상위에 서 있으며 용사를 제일 먼저 고를 수 있는 특권(1)등 모든 면에서 우수한 아우시티나를 바라보며 마리아벨은 활화산에만 신경 쓸 뿐 시기도 질투도 하지 않는, 오히려 동료로서 사교도와 싸우며 호흡을 척척 맞추는 등 배려를 잊지 않습니다. 아우시티나도 그런 그녀에게 우월감에 젖어 오만방자한 성격이 아닌 소꿉친구로서 어릴 적 어떤 일로 인해 마리아벨에게 상처를 준 것을 매우 마음 아파하는 등 훈훈한 모습을 자아냅니다.

 

사실 필자는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는 게 아닌가 했습니다. 그야 8명의 신을 보좌하는 무녀들는 자신들의 신을 추앙하게 하여 신앙을 모아야 되는 입장이니 다른 무녀는 라이벌이나 다름없거든요. 그런데 아직 1권이라서 그런지 무녀는 마리아벨과 아우시티나 밖에 나오지 않는군요. 그래도 이들의 관계를 보면 앞으로 만나게될 다른 무녀와도 관계는 원만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인간관계에서는 양호, 사교도를 무찌르는 권선징악도 양호하지만 내용이 지리멸렬합니다. 마리아벨의 꽃밭 향연은 자칫 미저리를 떠오르게 하고 그런 그녀의 4차원적인 망상으로 인해 사교도와의 싸움은 심각성을 지워 버렸습니다. 그리고 아우시티나와의 만남과 어릴 적 소원하게 했던 사건을 풀고, 두 무녀가 선택한 용사들의 힘겨루기 등 일상생활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다 보니 지루하기 짝이 없습니다.

 

마리아벨이 고른 용사(자칭 미래의 남편) 아벨카인의 과거의 복선을 넣어서 약간의 흥미로운 점을 부각 시킨 건 좋았으나 이 또한 사교도의 등장으로 대충 감이 잡히는 등 스토리가 많이 허술한 측면도 보이는군요. 하지만 초반에 보여줬던 거침없는 표현, 가령 xxx 나발이고 같은 거나 xxx 개박살 같은 흠칫거리는 단어를 과감하게 기용한 건 큰 점수를 주고 싶군요. 하지만 뒤로 갈수록 언어순화 당하는 게 안타까운...

 

일러스트는 괜찮습니다. 등장인물들의 표정까지는 살아있지 않지만 읽으면서 이런 느낌이겠다 싶은 인물상을 최대한 가깝게 표현 해놨다랄까요. 특히 죽음의 신 메멘토모리는 로리의 신으로서 이쪽 계통을 좋아하는 속칭 오타쿠들에게 먹힐만했습니다. 하지만 일러스트는 그리 많이 실려 있지는 않습니다.

 

개그 포인트가 솔찮게 들어가 있지만 작위적인 내용이 좀 강했군요. 어느 정도 기승전결을 노리고 있기도 하고 권선징악 같은 소년 영웅물에 나올법한 전개와 속칭 암 걸릴만한 내용은 없어서 읽는 데는 무난하였지만 그로 인해 내용이 다소 처지고 무미건조한 구간이 많아서 편치는 않았습니다. 

 


 

  1. 1, 죽음의 신은 제일 꼴찌로 위 7명이 고르고 남은 떨거지 용사 지망생을 받아 골라야 되는 비참함이 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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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 1 - L Novel
타오 노리타케 지음, ReDrop 그림, 이진주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작품은 리뷰 쓰기가 좀 곤란한 작품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쪽 계통에서 '중고'라는 은어는 비처녀를 의미하기 때문이죠. 요즘 세상에 비처녀가 무슨 문제 일까 할 수도 있지만 그게 그렇지 않는 게 오타쿠 문화 전반을 이루는 연애물(게임 포함)에서 비처녀는 주로 애 딸린 엄마등 주로 히로인이 가진 파급력이 미치지 못하는 엑스트라 한정이고 순수하고 깨끗해야될 진히로인(1)이 비처녀일 경우, 플레이어(독자)의 감정에 반한다 하여 거센 비난이 폭주하게 되고 심각할 때는 매출에도 영향을 끼쳐서 좀처럼 비처녀 히로인은 기용하지 않는게 철칙입니다. 단적으로 몇 년 전 모 애니메이션에서 비처녀 히로인 때문에 제작사는 항의하는 시청자 때문에 몸살을 앓아야 했고, 넷상은 전쟁터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어쩐 일인지 아x나가 이런 대접을 받고 있기도 하죠.

 

'아라미야 세이이치'는 연애 시뮬 게임에 등장하는 2차원 여자애들에게만 관심을 가질 뿐 3차원 여자는 거들떠도 안 보며 성인용 게임을 구입하기 위해 알바까지 하는 진성 오타쿠입니다. 여동생은 그런 그를 동정이라 놀리며 쓰레기 보듯이 하지만 학교에는 진성 오타쿠라 소문이 나지 않아 그럭저럭 학교생활은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여담으로 여동생하곤 한 살 터울이고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흔히 오빠와 여동생의 촌수를 초월한 츤데레 사랑 어쩌고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아라미야'는 어느 비 오는 밤 야겜을 구입하고 돌아오던 길에서 불량배들에게 겁탈당할뻔한 여자애를 구해주게 되고, 다음날 학교에서 그 여자 애가 전교에서도 알아주는 불량소녀에 원조교제까지 하는 인생 막장 테크 타고 있는 같은 반 여학생 '아야메'라는걸 알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날 어디서 아라미야의 취향을 듣고 왔는지 노란색 머리를 검은색 트윈테일로, 불량스러운 복장을 버리고 학생 버전의 교복을 입고 온 아야메에게서 고백을 받으면서 2차원 생활은 종지부를 찍습니다.

 

주인공 아라미야는 뼛속 깊이 처녀론자인데요. 사실 이게 좀 거북합니다. 좀이 아니라 상당히요. 초반 이것만 보고 책을 덮는 분들도 다수 있지 싶군요. 그의 성격은 야겜 여주가 비처녀라는 이유만으로 1만엔 가까이라는 게임을 쓰레기통에 버릴 만큼 그가 신봉하는 처녀론은 매우 다크 합니다. 사실 요기까지 보면 역시 진성 돼지 오타쿠, 나가 죽어! 밥맛, 이런 말이 나올 법도 합니다. 필자도 첫 번째 페이지부터 괴성을 지르며 컴퓨터를 부수는 주인공의 행동에 역시 이 작품을 잘 못 구입했나 했었거든요.

 

여튼 그녀의 고백이 있은 후, 처녀 2차원 여 캐릭터만 신봉하는 아라미야는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원조교제를 하는 등 비처녀인 아야메를 일고의 가치도 없이 내치게 되고, 그녀는 이에 기죽지 않고 끊임없이 도시락을 해주는 등 어필을 해나갑니다. 그리고 아라미야의 이상에 맞는 이성이 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겠다며 야겜을 구입해 연구를 시작하며 본질을 깨닫지 못하는 그녀와 황당한 아라미야는 그녀의 노력에 거짓이 없고 한편으로는 야겜 동지가 늘어났다는 것에 거부감을 보이지 않게 되어 갑니다.

 

그리고 이 둘의 관계가 크게 진전도 나빠지지도 않는 어느 날 같은 반의 '하츠시마 유우카'가 느닷없이 끼어드는데요. 성우 일을 하며 카스트 제도에서 상위권에 속한 그녀는 아야메보다 더 당황스럽게 아라미야에게 고백을 하며 대시를 시작하면서 이거 또 별 볼일 없는 주인공에게 달라붙어서 하렘으로 가는 구도인가 했습니다. 실지로 상당한 분량 동안 유우카는 아라미야와 아야메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둘을 갈라 놓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이렇게 끼여든 유우카에게 반감을 가질 독자가 상당히 많으리라 봅니다. 접점이라곤 하나도 없는 주인공에게 부비부비를 시도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짜증지수가 올라가기도 할 겁니다.

 

불량스럽지만 차분하고 말이 별로 없는 아야메와 반 분위기를 휘어잡고 나를 거스르면 학교 인생 쫑 날 수 있다는 유우카의 행동에서 누가 날라리이고 누가 모범생인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아야메와 유우카의 2파전이 시작되고 아라미야는 아야메에게 따라다니는 불량소녀에 원조교제라는 딱지가 어울리지 않는 조신하고 정의로운 성격이라는 본 모습을 보아 가게 되면서 그녀가 왜 뒷골목 타이틀을 달고 다니는 것인지 의문을 품어 갑니다. 여담으로 의문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아야메의 처녀니 비처녀니 하며 보는 이들을 들었다 놨다하는 진행이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그리고 아야메가 초등학교부터 알고 지내온 '손고 나오스미'라는 남학생이 개입되면서 그녀, 아야메가 그동안 받아온 부당한 대우를 받게한 원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되고, 아라미야는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아야메를 본의 아니게 도와주면서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싶었던 그는 태풍속으로 몸을 날리게 됩니다.

 

아라미야는 '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 최강'에서 나오는 '시라사키 카오리'와 비슷합니다. 카오리는 주인공 '나구모 하지메'가 사실 타인을 도와주는 착한 애라는 본모습을 보고 그를 좋아하듯이, 아라미야는 아야메의 본모습을 보아가며 사실 그녀는 부당한 처우를 받을 만큼 나쁜 녀석이 아니라는 걸 알아 갑니다. 불량소녀라 여겨지며 누구와도 친하게 지낼 수 없었던 지난 나날, 이것은 불우한 가정사가 가져온 그녀의 비극이었습니다. 부모의 관심이 필요했던 사춘기 소녀는 불량스러움으로 지금의 기분을 표출하였고 그것이 고착화되어 발목을 잡아 버렸습니다.

 

그래서 아야메를 도와가는 아라미야를 보고 있으면 지금은 돌아가신 '카츠노 아키나리' 작가가 집필한 MM이라는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 '사도 타로'가 '유우노 아라시코'를 구하기 위해 힘도 없으면서 권투 하는 상대를 찾아가 결투하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2차원 밖에 관심이 없었던 그가 3차원 여자 아야메를 만나 그녀가 가진 2차원의 여자애들과 같은 순수함을 엿보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녀를 위해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 장면은 애처롭습니다.

 

'아야메가 내 이상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유치한 문구입니다. 자신의 신념 속에 가둬둘 거 같은 저 발언은 과연 오타쿠 답 네...라는 비아냥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아라미야는 아야메가 부당한 대우를 받게 한 출처를 찾아가며 진실을 접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아야메는 중학교 시절부터 집요한 집착을 보여온 '손고(아야메 소꼽친구)'를 위시한 불량배들에게 몹쓸 짓을 당할뻔합니다. 그런 그녀를 구해주며 아라미야는 그동안 그녀의 본모습에서 보아온 자신의 이상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습니다. 그리고 유우카가 왜 자신들 사이에 껴들었는지도 밝혀 집니다. 유우카 때문에 아야메는 겁탈당할뻔 하였지만 어리석고 안타까운 그녀의 가족사정이 들어나면서 벌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주인공이 왜 처녀 2차원 여자만 찾는지 이유가 나옵니다. 그 이유가 들어나면서 초반에 그가 보여준 진성 돼지 오타쿠 같은 행동은 사실 기만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물론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가 왜 2차원 여자애만 찾고 그가 왜 처녀만 찾게 되는지 알아가면서  그럴 수밖에 없겠다. 하는 동정을 하게 됩니다. 이점은 내청코의 하치만과 비슷한 구도입니다. 사실 필자는 이 작품을 보면서 내청코의 분위기를 느껴서 책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사회 비판적인 시각은 안 나오지만 분위기는 빼다 박았습니다. 특히 아야메의 경우 독설 날리지 않는 유키노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2)

 

이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기승전결 입니다. 깔끔하게 사태를 매듭짓고 인간 관계를 정립 시키는 것이 매우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추리물과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원인이 있고 해결 과정이 있고 답이 있습니다. 아야메를 중심으로 그녀에게 쏟아지는 부당한 현실을 파헤치며 악의적이고 노골적인 집념이 그녀를 아무도 없는 사지로 몰아넣었지만 진실은 언제나 하나라는 모 작품의 캐치프레이즈처럼 진실을 알아가는 구도는 매우 흥미진진합니다. 결국은 소문은 소문일 뿐이고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진부하지만 재미로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는 생과 사를 넘나든다고 하죠.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접점이 없던 인간이 모여 상대방이 가진 순수한 마음을 꿰뚤어보고, 누구도 이해해주지 않는 취미를 이해해주며 곁에 머무는 클리셰를 동반하고 있습니다. 보잘것없는 주인공이라도 그가 보인 작은 선의로 시작된, 몇 년간 사람의 온기를 별로 느끼지 못 했던 아야메에게 그날 밤 겁탈당할뻔하였던 자신을 구해준 아라미야가 진심으로 고마웠습니다. 그의 이상이 되어 여친이 되겠다는 꿈을 꾸게 할 정도로... 그래서 필자는 아주 드물게 이 작품을 추천 합니다.

 

 

1.1, 이건 필자가 그렇다는게 아니고 이쪽 계통에 은근히 그런 흐름이 있다는 것 입니다.

2.2, 냉정한척 하지만 고양이를 좋아한다던지 하는 약간 나사가 빠진 듯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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