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와 환상의 그림갈 11 + 탁상달력 + 메모패드 (한정판)
주몬지 아오 지음, 이형진 옮김, 시라이 에이리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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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가 죽어 버렸습니다. 그동안 마나토와 모구조를 그렇게 보내 놓고 뭐가 아쉬웠는지 진히로인격인 그녀마저 리타이어 시키다니 정말 충격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찌끄레기만 모인 파티에서 희생은 어쩔 수 없었겠죠. 이세계 먼치킨 애들도 아니고 전쟁터 소년병처럼 평범한 아이들에게 초보 마법과 기술을 가르쳐 놓고 나가서 너희들끼리 잘 해봐라고 하니 생존 확률이 낮을 수 밖에요. 사실 처음엔 고블린도 제대로 잡지 못해 굶는 걸 밥 먹듯이 했던 이들이 이렇게 길게 살아 있는 건 오히려 신기한 것이죠. 그러고 보면 강해서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아서 강하다는 말은 이걸 두고 하는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본론으로 들어가서...

 

오늘 연명할 양식을 구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어도 언제나 지지리 궁상이요. 돈 좀 벌어볼 요량으로 떼쟁(1)에 참여했다가 윗사람에게 바른 말했더니 돌아오는 건 목숨 값일지니. 도망가다 들어간 곳은 멸망한 지구가 아닐까 하는 복선이 투하된 다룽갈이더라. 북극의 밤처럼 온종일 어둠만 지배하는 곳에서 개고생 끝에 그림갈로 돌아왔더니 초보 마을에서 몇백 킬로나 떨어진 고렙존이라니 이보게 이게 무슨 말이요. 그래도 어찌 하오리까 바퀴벌레 같은 생명력을 우습게 보지 말라는 듯 열심히 구르고 또 굴렀건만 끝끝내 덧없이 떠나간 그대여...

 

울고불고 해봐야 변하지 않는 노라이프 킹의 저주를 받은 좀비요. 화장하자니 업으로 삼는 신관이 없네, 내 손으로 땅에 묻자니 가슴이 미어지는구나, 밝은 하늘 아래 목 놓아 그대를 불러 보아도 돌아오는 건 메아리뿐(요건 각색), 좋아했다고 되뇌어도 이미 버스는 떠나간 뒤라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하였던가, 태곳적부터 이어져온 생명의 질긴 인연은 다시 그녀에게로 이어질지니, 내가 받은 생명을 그대에게 베풀리라, 부디 그 생명을 소중히 간직하시구려

 

살아났습니다.

 

누가? 메리가요. 아니 뭐 메리를 살리기 위해 이야기를 늘려서 또 다른 모험을 할까 했는데 작가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것마냥 순풍 산부인과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순풍 나아버립니다. 아니 부활해버립니다. 울고불고 '네가 좋아, 네가 없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라고'라며 목놓아 울었던 하루히로는 바보가 되어 버렸습니다. 제시(2)는 자신의 마을이 궤멸된 것은 하루히로 파티 때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용서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생명을 불살라 메리를 살려주는 모습에서 숭고한 희생정신이라기 보다 연가시가 다음 세대를 이으기 위해 숙주를 물로 인도한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을 받았는데요.

 

왜 연가시를 들먹였냐면 개연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메리를 살려주고 자신은 생명을 다한다. 무슨 메리트가 있길래? 이것은 그녀가 제시에게서 물려받은 기억에 비밀이 있지 않나 했습니다. 먼 과거부터 이어져온 것 같은 타인의 기억과 경험을 모두 물려받은 메리, 그녀는 메리 본인이 맞나? 단순히 껍질만 메리이고 내용물은 타인의 것이 아닐까, 마치 뇌만 이식해서 다른 사람의 몸을 지배하는 영화처럼요. 그 기억이 연가시에 해당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숙주를 발견하면 지금의 몸을 버리고 새로운 사람에게 기억과 경험을 물러 주는 것, 물론 필자가 소설을 쓰고 있는 것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똥 덩어리 란타의 달갑지 않은 귀환

 

그냥 죽어주면 안 될까요. 사실 란타는 솔직한 성격입니다. 마음속에 담아두는 성격이 아닌 나오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뱉어내죠. 때론 사이다 같은 경우도 있습니다. 예로 단체나 사회생활할 때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자신이 받는 불합리를 애써 참아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란타는 이걸 왜 참아야 하냐는 식으로 타인의 마음을 대변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사랑을 못 받는 것이죠. 분위기를 망치니까요. 란타는 단체 구성을 파탄 내는 성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합리라도 모두를 위해선 참아야 할 때가 있다는 걸 란타는 모르는 것이죠. 더욱 심각한 문제는 주위에서 그걸 알려 주어도 뇌가 인식하길 거부한다는 것입니다.

 

이 성격은 해가 바뀌고 달이 바뀌어도 그대로라는 것입니다. 조금은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긴 하는데 바탕은 변하지 않는, 그런 인간을 하루히로 파티가 다시 받아줄까?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봅니다. 아마 이번에 뒤쫓아온 사무라이 아저씨에 의해 키워지고 하루히로 파티에겐 중간 보스격으로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군요. 여전히 자신의 파탄 난 성격을 자각하고 있음에도 고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하지만 없을 때야 비로써 소중한 것을 안다고 하루히로 파티와 이별 후 추억을 되새기는 모습에선 처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게 있을 때 잘하지 그랬어요.

 

맺으며, 좀 밋밋해졌습니다. 매너리즘이라는 것일까요. 적을 만난다->까부순다->적을 만난다->까부순다. 이긴다. 이긴다. 그 상대가 무엇이 되었든 우린 이긴다. 고블린도 제대로 잡지 못해 굶는 걸 밥 먹듯이 했던 이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강해진 것일까요. 물론 상처하나 없이 이기는 것은 아닙니다. 매번 생사를 넘나들긴 하는데 진짜 끈질긴 게 무엇인지 보여준다고 할까요. 바퀴벌레의 생명력을 보는 거 같았습니다. 라고하는 것보다 보리 싹 같다고 해야 할까요. 밟아도 밟아도 일어서는... ​그래서 더 이상 찌끄레기만 모인 인간 군상이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사실 메리가 죽은 것도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죠. 삐끗하지 않았다면 죽지 않아도 되었을 일, 물론 전투에서 한순간의 실수가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건 맞지만요.


 

  1. 1, 단체전이라는 인터넷 게임 용어(?)
  2. 2, 제시렌드라는 마을 통치자, 하루히로 파티를 간단하게 제압함, 여성진에게 성희롱을 일삼기도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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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 용사 성공담 2 - Novel Engine
아네코 유사기 지음, 박용국 옮김, 미나미 세이라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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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자 주인공 때문에 고통받는 히로인

 

망할 인간이 가슴골을 보여주며 어때요? 하는데 뭐가? 이럽니다. 주인공 나오후미는 이세계로 넘어와 여자(왕녀) 잘못 만나 전국 방방곡곡에 강간범이라는 소문이 퍼져버려 일상생활이 말이 아닙니다. 사실 이건 그의 사람 보는 안목이 없었다고 해야겠죠. 대가를 바라지 않는 호의를 조심하지 않았다가 당했으니 누굴 탓하겠습니까. 물론 사기 친 여자도 잘못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세계선 권력이 장땡인 관계로 왕녀를 거스를 사람 따윈 왕 빼곤 없죠. 왕녀인 그녀가 저 인간이 강간범이라는데 맞다고 해야죠 뭐 별 수 있나요.

 

그래서 그럴까요. 아주 여자 불신에 빠져 버렸죠. 나프타리아도 지가 노예로 사놓고 처음부터 그녈 믿지 않는 생활 끝에 그만 현실도피성으로 이건(나프타리아) 딸이다라고 각인해버렸습니다. 그러니 그녀의 체형이 16~7살이 되어도 여자로 보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것 때문에 나프타리아는 여자로서 히로인으로써 어쩌면 주인공보다 더 굴욕적인 일을 당하는데요. 나프타리아 쟁탈전 이후 다시 나오후미를 선택한 그녀에게 노예계약을 다시 걸던중 그녀가 가슴골을 보여주며 어때요? 했는데 뭐가? 이러니 뭐가 되겠습니까?

 

그녀딴에는 그의 마음에 들기 위한 회심의 일격이었는데... 황망하죠. 의자를 갖다 주면 100% 하얗게 불태웠어 완성입니다. 거기다 새로운 히로인 등장 하는데요. 등에 천사 날개를 장착한 필로가 되겠습니다. 노예상에서 바가지 쓰고 구입한 마물의 알을 부화 시키니까 글쎄 로리 미소녀가 나오지 뭡니까. 여기서 그(나오후미)에게 걸리면 뭐가 되었든 로리 미소녀 탄생으로 이어진다는 복선이 투하되었지만 아무래도 좋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나프타리아에게 연적이 등장했다는 것이죠. 여담으로 얼마나 먹어 대는지 정신을 못차릴 지경입니다.

 

다시 용기 내어 한 발 더 내디뎌 봤습니다.

 

나머지 용사 3마리(창,칼,활)가 싼 똥을 치우느라 피똥 싸는 나오후미, 식충이가 둘이나 생기다 보니 식비가 장난 아닙니다. 돈 벌기 위해 행상과 약사를 시작했군요. 나프타리아를 바지사장으로 내세우고(나오후미는 강간범이라는 소문 때문에 나서지 못함) 전국을 떠돌기 시작하는데요. 그런데 그가 곳마다 머저리 3용사들이 싸놓은 똥 때문에 주민들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 뒤치다꺼리를 하면서 돈도 뜯어내고 겸사겸사 아픈 사람들 치료해주다 보니 어느새 신조(神鳥,필로)가 끄는 마차의 성인(聖人,나오후미)이 되어 있었군요.

 

근데 웃기지 않나요. 바지사장은 나프타리아인데 모든 칭찬은 나오후미가 듣고 있으니까요. 뭐, 그녀 입장에서는 주인이 칭찬받으면 노예인 자신의 칭찬이기도 하니까 크게 상관은 없겠죠. 그래서 용기 내어 말을 건네 봅니다. "오늘 밤 저랑 같이 잘래요?" 여기서 남자라면 마음속에서라도 우오오!! 왔다!라고 해야 되는 게 정상이잖아요. 나프타리아 입장에서는 그를 놀리려거나 떠보려는 게 아닌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말을 건넨 겁니다. 그런데 이 망할 고자시키가 한다는 말이 딸로서 좋아한다!며 그녀를 차버립니다.

 

그래도 내 마음은 일편단심

 

필로가 좀비 드래곤에게 먹혀버렸습니다. 먹보이긴 해도 나를 좋아해 준 몇 안 되는 사람(?)이었는데, 그 충격으로 맛이 가버린 나오후미는 흑화(커스화)를 하는데요. 어딘가 멀리 가버릴 거 같은 그의 모습에 그만 자신이 다친다는 생각도 안 하고 그에게 달라붙어 제정신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나프타리아는 그의 오라(마법 현상)에 중상을 입어 버립니다. 이놈 이젠 팀킬까지 시전하는군요.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요. 머저리 3용사들에 의해 맨날 피똥 싸는 일상을 보내면서도 속으로만 dpg시키 망할 시키라고 떠들기만 하고 말로 표현 못하는 찌질한 주인공 같으니...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인간에 의해 노예로 끌려와 소아 성애자에게 죽도록 고생하고 병까지 얻어서 죽어가던 자신을 돌봐주고 있을 곳을 마련해준 그에게서 서투른 온정을 느낀 것이죠. 사실 나노후미가 제대로 된 인간이었다면 처음부터 단추를 잘 끼웠겠지요. 꼭 이런 일에 누군가가 희생을 해야 정신을 차리는 주인공 타입이랄까요. 이번 일(팀킬 사건)로 나오후미는 자신에게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아 갑니다. 단순히 칼(소드)로써 그녀의 존재를 인정했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지금부턴 동료로써 그녀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로 합니다.

 

3용사가 싼 똥을 치우며 주인공이 얻어 가는 것

 

그것은 신용인데요. 전국 방방곡곡에 강간범이라는 오명이 퍼지면서 그의 신용은 땅에 떨어진 정도가 아니죠. 그래서 지신이 방패 용사라는 걸 숨기고 나프타리아를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생활비를 벌어야 될 지경입니다. 하지만 3용사가 저지른 재해들을 해결해주고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준 뒤 자신의 정체를 까발리면서 신용을 조금식 회복해 나간다는 것이군요. 문제는 보기에 따라 거의 반강제적으로 신용 되찾기라고 할 수 있죠. 죽기 싫으면 내가 파는 약 사지? 그래도 뭐 아픈 사람을 나 몰라라 하지 않고 도와주고 있으니 미워할 수도 없는 게 묘하기도 합니다.

 

맺으며, 이번 2권은 아주 정석적인 이세계물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들도 다 하는 스킬 입수나 뭔가를 만들어 가며 새로운 발견 같은 거 주야장천 나열만 해대는군요. 하지만 뭐라 할 수 없는 게 이 작품의 발행 연도를 보면 이세계물붐 초창기 작품이라는 것이죠. 그 당시엔 신선했을 수도 있다는 소리, 여튼 필로를 만나서 로리 미소녀로 태어나게 하는 건 사실 좀 많이 지루합니다. 거기다 행상을 하며 알고 싶지 않은 약 조합이나 방패 해방 같은 것도 절찬 나열 해대서 이번 2권 읽는데 시간 꽤나 잡아먹었군요.

 

그리고 머저리 3용사 등장때만 흥미진진하고 그 외엔 딱히 이렇다 할 이야기도 없습니다. 그냥 여행하며 마을에 들려 3용사가 싼 똥을 치우고 돈 벌고, 히로인들과 노닥 거리고, 흑화 덕분에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이제야 깨닫고 뭐 그런... 뭐, 그래도 쬐금식이지만 방어 위주였던 지난 나날을 뒤로하고 공격 방법을 조금식 터득해가면서 성장하려는 모습도 보이긴 합니다. 제자리에 있는 것보다 조금식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좋은 것이죠. 하지만 지리멸렬하다는 게 흠, 알고 싶지 않은 것도 절찬 나열 중, 하지만 일러스트가 예뻐서 용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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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오라토리아 2 - S코믹스 S코믹스
야기 타카시 지음, 야스다 스즈히토 외 그림, 김동주 옮김, 오모리 후지노 원작 / ㈜소미미디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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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라이트 노벨 리뷰하면서 언급했던 복선들의 시작 편에 해당합니다. 아이즈의 엄마는 정령이라는 설에서 파생된 그녀(아이즈)가 영웅을 바라는 것과 그녀가 왜 강해 질려는지 하는 것들, 자신 앞에 아빠와 같은 영웅의 등장을 바랐던 그녀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영웅을 기다릴 바엔 스스로 강해지기 위해 던전에 몸을 던지기에 이르렀죠. 거기에 대한 외골수이다 보니 세상 물정에도 어둡고 주변 사람들 감정에도 서툴기만 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벨의 등장은 그녀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 주게 되었죠.

 

이번엔 두 가지의 이야기가 들어가 있습니다. 하나는 위에 언급했던 아이즈의 영웅에 관련된 것이고 하나는 레피야의 활약인데요. 아이즈의 이런 고뇌를 아는지 모르는지 주변에선 왠지 풀 죽어 있는 그녀를 북돋아주기 위해 여자라면 옷이지 같은 쇼핑들로만 이야기가 꾸며져 있습니다. 동료라는 이름은 언제 들어도 울림이 좋습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지만요(릴리 에피소드). 여튼 그런 와중에 프레이야의 토끼 사냥도 시작됩니다.

 

레피야의 분전, 본편이 벨의 성장을 다루고 있디면 외전은 레피야의 성장을 다루고 있습니다. 벨의 대척점까진 아닌데 노력하는 모습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기도 합니다. 거기다 노리는 사람(아이즈)도 비슷하고요. 하지만 고고한 엘프라서 어쩔 수 없는 게 사람(인간족)을 깔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군요. 특히 풍요의 여주인에서 베이트가 벨을 토마토 자식이라며 놀리는데 편승하기도 했죠(1). 이런 점을 더해 캐릭터로써 놓고 보면 레피야를 좋아할 수 없기도 합니다.

 

본편 3권에서 벨이 미노타우로스를 잡는 장면을 본 로키 파밀리아의 베이트를 위시하여 수뇌진은 그(벨)를 다시 보게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그 자리에 레피야는 없었죠. 아까웠던게 그 자리에 레피야도 동석 시켰다면 어땠을까 하는 건데요. 그러면 좋은 경쟁자가 탄생했을 텐데... 이런 말을 나불나불 늘어놓는 건 사실 그녀(레피야)도 레벨 3이라지만 무리에서는 약하기 때문입니다. 이동 포대로서의 진가를 발휘해줄 때도 있지만 이건 주변에서 그녀를 보호해줄 때나 가능한 것이고 혼자일 때는 순삭 당할 뿐이죠.

 

이번에 딱 그런 상황에 놓이는데요. 몬스터 필리아에서 모 여신의 꿍꿍이로 몬스터 탈주극이 벌어지고 거기에 편승해 나타난 식인 꽃의 공격을 받아 옆구리에 구멍 나버립니다. 사실 레벨 3이면서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엘프지만)과 레벨 1이면서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을 놓고 보면 누가 더 한심한지 일목 묘연하죠. 이후 동료들이 필사적으로 막아준 덕분에 이동 포대로서의 진가를 발휘해주지만 뒷맛이 씁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째 뫼비우스의 띠처럼 몇 번이고 이런 맛을 보게 되는군요.

  


 

  1. 1, 다만 크게 비웃은건 아니고 그저 주변 분위기에 편승해서 웃은 것뿐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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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 슬레이어 5 - L Books
카규 쿠모 지음, 칸나츠키 노보루 그림, 박경용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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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히로인을 들라면 이 작품의 히로인 여신관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그녀의 모험가 시작은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일명 히로인 굴리기라고 할까요.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신참 파티와 고블린 퇴치하러 갔다가 싸움에 패배해서 죽는다면 덜 얼울했을지도 모를 능욕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고블린을 얕잡아 봤던 뼈아픈 실책으로 파티는 궤멸, 이것도 단순한 궤멸이 아니라 남자는 다짐육으로 여자는 능욕 코스였으니 눈앞에서 벌어지는 참상은 그녀에게 트라우마를 짊어지게 하기엔 충분했었을 겁니다.

 

그때 그녀를 겸사겸사 구해준 게 고블린 슬레이어였죠. 그도 고블린 퇴치 의뢰를 받았었고, 마침 여신관 파티와 겹친 게 그녀에겐 보통의 행운이 아니었습니다. 근데 보통 이럴 때 위험에 처한 여자를 구해 줬으면 다정한 말을 건네며 안심 시켜야 되는 게 인지상정이 건만 이 남자는 그런 거 관심 없고 오히려 그녀를 부려 먹기 바빴죠. 무뚝뚝한 도시남 +_+ 스타일 때문이었까요. 그녀는 심통 하나 안 부리고 그가 지시하는 데로 잘만 따랐죠. 얼굴도 모르는 남자의 말을 순순히 따르다니 간이 보통 큰 게 아닙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아니 뭐, 스피드라는 영화에 보면 사건 때 만난 남녀는 오래가지 못한다고는 합니다만. 그걸 비웃듯 이들의 관계는 지속형으로 발전해가죠. 아마 트라우마 때문이 아니었을까 항상 고블린 고블린 하며 그 외엔 관심이 없는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그를 챙겨준답시고 자연스레 파티를 맺어 다닌 게 벌써 1년입니다. 돌이켜보면 이 사람이라면 지켜 줄 것이다라는 믿음이 있었겠죠. 어딘가 방정맞지도 않고. 그렇다고 음흉하지도 않고. 말하면 '그래, 그런가'뿐이지만 제대로 대꾸도 해주니 여자 입장에서는 안심이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고블린 슬레이어는 사람 부려 먹는 게 험하죠. 여자라서 봐준다가 아닌 하나의 동료로써 대우하다 보니 필연적으로 여신관은 쫓아가기 바빴습니다. 그래도 이게 살아가는데 유용하다는 걸 고블린 사냥에서 증명이 되면서 여신관은 오히려 그에게 더욱 친밀함을 느껴 갑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걱정도 앞서고 본부인 같은 마음도 가지게 되었죠. 그래서 이번 영애 검사 구출 작전 때 그의 등을 지키며 분전하는 모습은 딱 수십 년을 같이 산 부부와도 같았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통째로 영애 검사 구출작전입니다. 늘 초보 모험가가 그러듯 영애 검사(1)도 파티 맺고 고블린 사냥 갔다가 파티는 궤멸, 그녀는 붙잡혀 몹쓸 짓을 당하고 정신 붕괴 직전까지 갔다가 고블린 슬레이어 파티에게 구해진 후 이들과 같이 행동하게 되는데요. 그녀는 여신관과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신관도 사실 고블린 슬레이어가 아니었다면 영애 검사와 똑같은 길을 걸었을 것인데요. 이때 옆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사람의 인생이 바뀐다니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여신관은 그에게 구해지고 살아가는데 지식을 얻고 전투에서 경험을 쌓으며 의연하게 대처해나간 끝에 이젠 그의 등을 지킬 정도가 되었죠. 트라우마를 안고 있으면서도 주저하기 보다 앞으로 나아가길 선택한 겁니다. 아무리 고블린 슬레이어라도 실수나 죽을 수 있음에도 그를 믿고 따라가는, 그에 반해 영애 검사에겐 아무것도 없게 되었죠. 부모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일어 서려 지원한 모험가는 초반에서 주저앉고, 몸도 버리고, 머리카락도 잘랐는데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덤으로 성격도 안 좋습니다. 귀족이라는 녀석입니다. 그럼에 받은 대미지가 컸던 것이겠죠.

 

어딘가 공황상태에 빠진 그녈 일으켜 세운 게 바로 고블린 슬레이어였습니다. 고블린 성체에 잠입하면서 패닉에 빠져 파티를 위기에 빠트리고 독설을 내뱉고 대려 가 달라고 할 땐 언제고 와선 깽판이나 부립니다. 그런 그녀에게도 고블린 슬레이어는 여전히 평등한데요. 일거리를 주며 일하라는 투로 처음 만났던 때의 여신관과 똑같이 대우하며 비난도, 비아냥도, 쓸데없는 다정함도 없습니다. 그저 그는 살아남기 위한 길을 제시하고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는 것뿐... 하지만 이것만으로 전해지는 무언가가 그녀에겐 있었나 봅니다. 이후 이야기에서 그녀는 여신관이 걸었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하는 오픈된 엔딩을 내놓습니다.

 

맺으며, 개인적으로 1~5권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였습니다. 고블린 슬레이어를 둘러싼 인간관계를 잘 나타내고 있지 않나 합니다. 오직 고블린만을 생각한 차도남이 여신관을 맞이하고 엘프를 위시한 동료들을 맞이하면서 동료들의 소중함과 따스함을 배워가는, 소치기 소녀나 길드 접수원 누님 등 이전부터 이런 느낌이 있어 왔는데 5권에서 완성된 느낌이랄까요. 혼자보다 둘이 좋고 둘보다 여럿이 좋은 그럼에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는 일석이조의 효과라고 하면 벌받겠죠. 떠들썩한 걸 싫어해 혼자 떨어져 있어도 동료들은 그걸 서운해하지 않고 오히려 챙겨주는 것에서 그가 받고 있는 사랑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1. 1, 이 작품은 등장인물 이름은 거론 안 되고 포지션으로 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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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 용사 성공담 1 - Novel Engine
아네코 유사기 지음, 박용국 옮김, 미나미 세이라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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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주인공 나오후미가 방패 용사라는 이세계에선 별로 쓸모없는 직업을 받아 왕따+이지메를 당하고 여자에게까지 배신 당하면서 인간+여자 불신에 빠진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는 창, 칼, 활에 이어 방패 '용사'라는 칭호를 받았지만 방패는 규약에 따라 공격무기를 들 수 없다나요. 그래서 쓸모없는 놈이라고 낙인이 찍혀버린 것입니다. 문제는 쓸모없는 놈이라는 낌새를 느껴놓고도 난 기죽지 않아를 외치며 잘해보자 하는게 이럴 때는 제깍 자기 갈 길 가는 게 나았을 텐데 애가 좀 외로움을 많이 타나 봐요. 괜히 빌붙으려다 된통 당하는 게 가학성에 취미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군요.

 

눈 뜨고 코 베이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은 이럴 때 쓰이는 말일 겁니다. 자기들이 불러 놓고 용사 주제에 도움도 안 된다는 비웃음을 내뱉지 않나, 방치 플레이까지, 이때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 마인이라는 이름의 여성은 구세주나 다름없었는데요. 소환 주체인 왕은 물론이고 같이 소환된 다른 세 용사들까지 아무도 자기편이 되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선뜻 동행을 해준다고 하니 이보다 기쁠쏘냐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뭐 당연한 수순으로 그날 밤 그의 속옷과 방패 빼고 홀랑 다 털어버립니다. 그리고 다음날 갑자기 쳐들어온 병사들에 의해 연행 당해보니 졸지에 강간범이 되어 있네요? 누가, 누굴? 네가(나오후미) 마인을

 

누굴 탓하겠습니까. 대가를 바라지 않는 호의를 의심치 않은 자기를 탓해야죠. 보면 이런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애가 갑툭튀한 마인을 뭘 믿고 따르나 싶은 게요. 사실 이 부분에서는 친절의 대명사인 일본인을 꼬집는 듯했군요. 사람을 믿어 의심치 않는, 좋게 말하면 순진한? 그래서 그러다 뒤통수 당하지 말고 조심해라라는 메시지도 함께 느껴지기도 했지만, 뭐 여튼 자기 홀랑 벗겨내 자신이 추앙하는 창술사 모토야스에게 몰아줘 버린 것도 모자라 강간범 누명까지 씌운 마인에게서 심한 충격과 좌절 그리고 분노를 느끼지만 울부짖어봐야 씨알도 먹히지 않고 그럴수록 돌아오는 건 매몰찬 지탄뿐이었습니다.

 

솔직히 이럴 때 자신을 이렇게까지 추락 시킨 놈들을 죄다 암살을 해버려야 카타르시스이자 포텐이라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방패는 사람은 물론이고 몬스터조차 공격할 수가 없다는 것이군요. 정확히는 할 수는 있지만 대미지가 들어가지 않아요. 이 부분이 좀 아쉬웠는데 조금은 대갚음해 줘도 되지 싶은데 그런 게 없어요. 그래서 눈물을 흘리며 찾아간 곳이 노예시장, 그곳에서 자신의 칼이 되어줄 한 명의 노예를 삽니다. '나프탈리아'라는 라쿤족 소녀를... 이 날 나오후미나 나프탈리아에게나 운명 같은 날이자 만남이 아니었나 합니다. 여자 불신에 빠진 남자와 인간들에 의해 노예로 팔려버린 소녀가 만나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며 성장해 가는 이야기, 필자는 이런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들의 처음은 최악 그 자체입니다. 여자 불신에 빠져 얘(나프탈리아)도 그렇지 않을까, 나보다 모토야스(창술사)를 더 좋아하지 않을까, 빼빼 마른 10살짜리 소녀가 병들어 콜록거리는데도 죽으면 그때 다시 노예를 구입하면 되지 같은 쓰레기급으로 타락해간다는 것이군요.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일본에서 살 땐 부모가 어리광을 다 받아줬는데 여기선 그런 환경은 고사하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까지 당했으니 그 충격은 장난 아니었겠죠. 근데 사실 이 부분에서는 자신의 미숙함을 탓하는 건 찾아볼 수 없고 타인을 탓하는 경향이 강해서 보기가 좀 그랬습니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호의는 주의하라는 걸 배우지 못했나 싶은 게요.

 

그래도 천성은 착하다는 주인공 보정 때문인지 무의식적으로 그녀(나프탈리아)에게 호의를 베풀어 가면서 나는 그 녀석들(마인을 필두로 모든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면을 보여주기 시작하는데요. 병을 치료받고 맛있는 밥도 꼬박 먹여 주자 나프탈리아의 상태는 눈에 띄게 좋아집니다. 이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주인공에게 끌리는 히로인 탄생이죠. 처음엔 말도 잘 못 붙이다가 이젠 몸소 나서서 나오후미를 보살펴 주는 게 딱 연인 그 이상으로 보였군요. 그래서 그런지 아인 특성으로 어릴 때 광렙하면 체형이 커진다는 설정을 들이밀며 정신은 10살이고 체형은 16~7세라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집니다. 개인적으로는 10살 체형이 나았는데 말이죠.

 

여튼 마인의 꼬드김에 넘어간 모토야스(창술사)가 보여주는 자기중심적이자 자기 편한 대로 해석하는 성격은 혀를 내두르게 하는군요. 흔직세의 용사 고우키는 상대도 안 돼요. 나프탈리아가 억지로 나오후미의 명령을 듣는다고 멋대로 해석해서 싸움을 걸었다가 된통 당할 때 마인의 개입으로 간신히 이겨놓고 눈치채지 못하는 둔함은 전율 그 자체였군요. 특히 후반 그의 에피소드는 가관인데요. 살려 달라는 여자의 비명을 어떻게 설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지, 자기 동료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실황중계로 나불나불 거리는데도 몬스터가 현옥하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쨌건 하나(모토야스)를 빛내 보이기 위해 희생양이 되어 버린 나오후미, 보통 현실에도 있잖아요. 누굴 짓밟고 일어서며 나는 저 사람보다 우위에 있다는 자부심과 성취감 같은 거, 그 밟힘 대상이 나오후미가 되어 버린 것이죠. 그걸 알면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분함, 그래서 그나마 하나 있었던 나프탈리아까지 빼앗아 갈려는 모토야스와 그 일당들을 바라보며 망가지기 일보 직전까지 가는 그를 감싸 안으며 자신이 받았던 온기를 이번엔 그에게 되돌려 주며 부활 시키는 장면에선 찡함을 넘어서서 가슴이 아플 정도입니다.

 

맺으며, 발암이 심하다고 해서 구입할까 말까 고심했던 게 1년하고 수개월이군요. 근래에 들어와 점점 발암물이 좋아져서 구입은 했는데 역시 기대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이 작품이 발매될 당시엔 심했을지 몰라도 그동안 항암제를 너무  먹어 버린 것인지 아님 신경줄이약해졌는지 그렇게 큰 발암적인 요소는 없었군요. 다만 주인공이 그렇게 당하고도 나만의 길을 가지 않아 이 부분에서는 발암이 좀 심했다랄까요. 특히 나프탈리아를 놓고 모토야스와 쌈질에 들어갔을 땐 올게 왔구나 싶었습니다. 권력과 자신의 위치를 생각한다면 이성으로써의 존재를 떠나 그녀를 잃으면 당장 사냥을 못해 굶어 죽을 판인데도 고작 왕이 돈 좀 준다고 세 용사들을 냉큼 따라가서 못 볼 꼴 당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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