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향신료 19 -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아야쿠라 쥬우 그림, 박소영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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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오를 다지고 시작했던 삶은 그 끝을 향해 달려갑니다.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맺어진다는 건 그런 것입니다. 어느 한쪽은 반드시 남겨지게 마련이거든요. 엘프와 인간, 마족과 인간, SF적으로는 안드로이드와 인간, 한때 이런 주제로 한 작품이 유행하기도 했죠. 지금도 잊지 못하는 건 안드로이드와 인간이 맺어진 영화의 결말이군요. 언제까지고 주인공의 곁을 지키는 안드로이드, 그가 늙어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해도 언제나 젊음을 유지한 채 그의 곁을 지키며 끝나는 장면은 많은 여운을 남겨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물음을 던져 주었죠. 과연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종족끼리 맺어져도 행복이라 할 수 있을까?

 

로렌스와 호로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수백 년을 살아온 호로에게 있어서 인간인 로렌스가 가진 시간은 찰나의 순간일 뿐이죠. 그걸 알면서도 맺어진 것은 축복해 마지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차츰 남겨지는 반려와 자신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삶, 그것이 눈에 보일 정도면 애틋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할 수 있죠. 이번 에피소드는 둘이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미래를 준비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요. 둘은 처음부터 각오를 했기에 시간이라는 벽에 몸부림을 치지 않고 담담히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남겨진 자가 외로움에 삼켜지지 않게 하기 위해 로렌스는 무언갈 준비해갑니다.

 

외로움이라는 단지에 행복이라는 뚜껑이 덮여 있습니다. 지금은 로렌스와의 시간이 마냥 행복하지만 언제까지고 이어지지 않을 거라는 걸 호로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외로움을 극단적으로 무서워하죠. 수백 년을 보리밭에 매어져 지내며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조차 까먹어 버린 그녀,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인간들과 초토화된 고향 그리고 뿔뿔이 흩어진 동료들은 그녀에게 혼자 남겨진다는 외로움을 각인시켜버렸습니다. 그런 그녀는 로렌스를 만나 그 외로움을 단지 속에 봉인하고 행복이라는 뚜껑으로 덮어 감춰 두었었죠. 하지만 야속하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외로움이라는 독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그(로렌스)와의 추억을 하나라도 더 쌓기 위해 이벤트를 만들려고 하지만 고즈넉하고 세상 풍파와는 거리가 먼 온천마을에서 이렇다 할 이벤트꺼리가 있을 리 없습니다. 그때 마침 뮤리와 콜이 떠나고 일손이 부족해진 '늑대와 향신료(로렌스가 세운 온천장)'에 일전에 남방에서 올라온 늑대 무리 중에 '세림'이라는 젊디젊은 여자 늑대가 종업원으로 찾아옵니다. 이에 호로는 혹시나 로렌스가 바람이라도 피우면 투닥거려 추억이라도 쌓을 텐데 하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해버리는데요. 초조해지는 마음, 언젠가 분명 그와의 추억은 풍화되어 사라질 거라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호로는 점점 애가 타들어가죠.

 

어쨌건 이런 분위기는 줄곧 있어온 것이고 이번 에피소드는 그걸 확인하는 수준입니다. 그리고 준비에 들어가죠. 내가 먼저 떠나도 남겨진 사람이 외로움에 먹히지 않도록, 그걸 옆에서 담담히 거들어주는 호로, 외전 두어 개 빼고 줄곧 이런 이야기들로만 채워져 있습니다. 다만 호로의 애틋한 마음은 구구절절한데 로렌스가 행상을 하며 돈에 눈이 어두워 발 들이지 말아야 할 곳에 들이밀었다가 된통 당하고 호로에게 구해지고 그러는 장면은 없기에 조금은 무미건조하게 다가오긴 합니다. 하지만 남겨지는 쪽인 호로가 다시금 몰려오는 외로움을 표현하는 장면은 애달프게도 합니다.

 

맺으며, 사실 이 작품은 17권에서 멈춰야 했습니다. 누구나가 다 아는 결말인데 이렇게 굳이 표현할 필요가 있었나 싶더군요. 이런 장르의 결말은 좋게 끝나지 않습니다. 남겨지는 한쪽은 분명히 슬픈 결말일 테니까요. 그걸 반증하듯 이번 에피소드는 조금식 준비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죠. 예전 지금은 없는 로렌스와의 여행을 추억하는 광고 문구인지 시놉시스인지를 읽었던 기억 때문에 이번 에피소드는 조금 먹먹했습니다. 하지만 외전에서 뮤리가두 마리에게 씨름 시키는 장면은 좀 유쾌하긴 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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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연금술사는 마을에서 조용히 살고 싶다 1 - J Novel Next
노노하라 우사타 지음, OX 그림, 이신 옮김 / 서울문화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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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 전에 이 작품은 이세계 전생 먼치킨류가 아님을 밝혀둡니다. 이 작품은 판타지 세계에서 나고 자란 16살 소녀를 주인공으로 해서 그녀의 시각에서 진행되는 전형적인 일상 생활물인데요. 스승에게서 내리사랑으로 주입받은 연금술을 이용해 약을 만들어 팔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 있죠. 그 흔한 껄떡대는 인간들도 없으며 마물과의 처절한 싸움이나 인간들 간의 알력과 편견 시비가 없는 아주 평화로운 일상을 그려갑니다. 다만 이러면 정말로 식상하겠다고 느꼈는지 작가는 약간의 흥미로운 설정을 추가합니다. 주인공이자 히로인인 마리엘라의 주변 환경을 확 바꾸면서 그녀로 하여금 새로운 출발을 하게 한다는 것인데요.

 

스승이 떠나고 홀로 지내던 어느 날, 스탬피드(마수 대량 증식)가 발생하고 이렇다 할 힘이 없었던 그녀는 재난을 피해 잠들었다 깨어났지만 잠시 잠든다는 게 어찌 된 일인지 일어나 보니 200년 후 미래였던 것입니다. 내가 아는 세상이 아닌, 날 아는 사람, 내가 아는 사람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그녀는 스승에게서 주입받다시피한 연금술을 이용해 포션을 만들고 약을 만들어 팔면서 있을 곳을 마련해 갑니다. 하지만 여자애 혼자서 살아가기엔 판타지 세계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는 것입니다. 거기다 200년 전 포션을 만들어 팔면서 이용당할 대로 이용당하며 겨우 입에 풀칠만 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그녀로써는 모든 게 무섭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노예 남자를 사들여서 내 편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마치 자발적으로 기둥서방을 구하고 나아가 집 열쇠를 복사해서 건네주는 것 같은 참으로 서글픈 모습을 보여줍니다. 200년 후 막 밖으로 나왔을 때 마물에게 공격받는 흑철 수송대와 인연을 쌓으면서도 애가 의심이라는 걸 안 하는 건지 아니 의심을 안 한다기보다 200년 전 처절하다시피 한 삶의 기억과 마을에 도착해 내가 살던 시대와 다르다는 무서움 때문인지 날 보호해줄 기댈 곳을 찾아 그들(흑철 수송대)의 선심을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모습 또한 매우 안타깝게 했는데요. 그야 보통 여느 작품이라면 이런 장면 뒤에 능욕은 필수 코스이니까요.

 

하지만 그런 우려는 전혀 안 해도 된다는 듯, 필자의 머리에 마구니가 꼈다는 걸 비판하듯 아주 건전하게만 흘러갑니다. 그래서 주인공이 함정에 빠지고 능욕 같은 안 좋은 일을 당하고 일어서는 걸 바라는 분들에겐 이 작품은 맞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로 진행되면서 역경을 이겨내고 우뚝 서는 주인공을 그린다면 그것대로 카타르시스가 있겠지만 이 작품은 안전 노선을 추구할 뿐이군요. 일단 1권 한정해서요. 하지만 노예 남하고 사이가 좋아 주인과 종이라는 선을 넘어 같은 방에서 기거하고 아주 대놓고 반말 찍찍 거리는 판타지에선 있을 수 없는 일도 벌어지긴 합니다. 하지만 초건전하니까 마구니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으니 기대는 하지 마세요.

 

그렇게 200년 후 마을에서 자신이 있을 곳을 만들어 가며 궁극적으로 약국을 열어 빌어먹고자 조금식 입지를 넓혀 갑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복선과 그럼 그렇지 하는 먼치킨 이야기를 언급해보자면요. 200년 전 스탬피드로 연금술사들이 떼거지로 몰살 당하고, 200년 후 연금술사라곤 마리엘라 한 사람뿐인 세상(라기 보다 마을), 포션, 200년 전 땅바닥에 굴러다니며 발에 치이던 것에서 200년 후 만드는 사람이 없다 보니 금싸라기보다 매우 귀해진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물론 200년 전부터 포션을 만들어왔던 귀족 가문이 하나 살아남아있긴 한데 널리 퍼트릴 만큼 만들어서 내다 팔 지를 않아서 지금으로써는 마리엘라가 유일한데요. 즉 이것은 신감각 먼치킨의 시작을 알리는 서막이라는 것이죠.

 

먼치킨이라고 해서 딱히 힘이 세다는 의미는 아닐 것입니다. 어느 하나의 특성에서 남들보다 특출하다면 그것이 먼치킨이 아닐까요. 그 예로 포션 빨로 연명이라는 작품도 이에 해당하겠죠. 마리엘라는 그런 부류입니다. 다만 그녀는 지혜도 세상 물정에도 어두워 포션을 무기화하지는 못하는군요. 세상(마을)에서 나만이 포션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노려질 수밖에 없는 필연, 그것들에게서 지켜주는 사람들, 무지한 세상 물정으로 인해 언제 잡혀가 혹독한 시달림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 놓여 있음에도 차분하게 슬로우 라이프를 이어갈 수 있었던 건 노예 남과 그녀의 착한 성품에 이끌려 도와주는 주변 사람들 덕분이 아닐까 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복선을 파헤쳐 보자면, 200년 전 홀연히 모습을 감춘 스승의 뒤를 잇듯 스탬피드가 일어난 점이 석연치 않게 다가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날걸 마치 예상이라 한 듯 가사 마법진을 가르쳐준 스승, 스승은 어째서 고아 소녀를 데려와 저급 포션만 만들어 최소한의 연명할 정도만 가르쳐도 될 세상임에도 상급을 넘어 특급 포션까지 만들 수 있는 교육을 해준 것일까. 어쩌면 스승은 마리엘라의 성격을 파악하고 지금의 시대엔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려 미래에 이 아이의 가능성을 봐줄 시대에서 살았으면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애가 워낙 순박해서 남들에게 이용당하기만 하거든요.

 

그녀는 말이 순박하지 세상 물정 어둡고 타협이라 쓰고 포기해버리는 성격이 강해요. 포션을 힘들게 만들어놓고 아무도 구입해주지 않자 거의 원가에 가까운 가격에 도매로 넘기게 되고 그걸 구입해간 사람은 고가에 팔아치워 그 사람만 배불리는 악순환, 그럼에도 그렇게라도 해주니 내가 배를 곪지 않는다는 낙오적인 발상은 시대가 그렇게 그녀의 성격을 만들었다곤 해도 착잡하지 않을 수 없었군요. 하지만 200년 후 미래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그녀를 이용하기 보다 그녀의 능력을 인정해주고 인간으로서 대우해주게 되죠. 200년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따스한 감정들, 스승은 그녀에게 이런 감정들을 알려주기 위해 스탬피드를 일으켰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맺으며, 복선이라고는 했지만 사실 필자의 어거지에 가깝습니다. 딱히 신경 쓸만한 내용은 아니군요. 뭔가 의미를 찾지 않으면 필자가 이 도서를 왜 읽었을까 하는 의문점이 남을 거 같아 괜히 언급해 보았습니다. 이 작품은 포션 만들기로 시작해서 포션 만들기로 끝이 납니다. 각종 재료의 설명과 조합 설명, 그리고 만들기, 또 만들기, 흙 퍼서 병 만들기, 노예 길들이기, 밥 먹고, 목욕하고, 빨래하고, 또 약초 뜯어와서 포션 만들고, 설명하고, 그러다 추억에 눈물 흘리고, 석양을 바라보며 내가 있을 곳은 어디일까 하는 철학적인 물음까지, 허구한 날 포션 만들고 밥 먹고 만들고 그것뿐인 일상입니다.

 

그 흔한 개그도 없고, 위기에 빠질만한 이야기도 없습니다. 자잘한 복선은 몇 개 나왔지만 워낙에 초건전한 작품이다 보니 심각하게는 흘러가진 않겠죠. 있을 곳을 마련하고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집을 장만해서 살아갈 길을 열고, 사람들이 찾아와 왁자지껄하는 모습에 흐뭇해지는 일상, 200년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따스한 감정들이 솟아나는 소소한 일상들,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그저 조그마한 행복과 내일을 위한 양식이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는, 그런 슬로우 라이프를 느껴 보고 싶다면 이 작품도 괜찮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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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티처 7 - S Novel+
네코 코이치 지음, Nardack 그림, 이승원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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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 피아가 합류하였습니다. 9년 전 일정 나이가 차면 세상 밖으로 여행을 떠나야 된다는 일족의 관습에 따라 여행을 마치고 마을로 복귀하던 피아는 모험가 남정네들의 음흉한 마수에 걸려 위기에 빠졌었는데요. 그때 주인공 시리우스가 구해주게 되었고, 피아는 그의 성품에 그만 빠져 버렸었죠. 10년 후 너의 와이프가 될 테니 받아 주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훌쩍 떠나버렸던 그녀는 9년째 되던 해에 느닷없이 가출하여 다시 시리우스를 찾아왔습니다. 9년 동안 줄곧 시리우스를 사모하며 지내왔다는 그녀, 그날 반나절 동안의 인연치고는 그녀의 연심이 심상치 않았는데요.

 

피아의 합류로 정체되어 있던 시간이 순식간에 흐르기 시작합니다.

 

이들에게 있어서 시간이란, 연인을 향한 마음이라 하겠습니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노예로 잡혀 갖은 고생 끝에 탈출을 하였지만 마수의 습격에 죽음 직전까지 몰렸던 에밀리아(&레우스), 그때 시리우스의 도움으로 구사일생하였고 그의 인도로 그녀는 시종으로써 길을 걷게 되었죠. 하지만 이후 동생 레우스의 방황으로 적잖은 동요를 보였고 이를 해결해준 게 또 시리우스였습니다. 거기다 성장해선 부모의 원수를 죽이는데 도움까지 받았습니다. 사실 에밀리아는 그와 맺어졌다고 해도 시종으로써 본처가 될 생각은 없습니다. 본처 자리는 리스를 밀어주고 있죠.

 

그래서 에밀리아 다음으로 이제 리스 차례가 되겠습니다. 시리우스는 여행을 떠나기 전 그녀들(에밀리아, 리스)의 마음을 언젠가 받아 주겠다고 했고 그 다짐에 따라 에밀리아에 이어 리스 차례가 되었지만 그녀는 좀처럼 용기가 나지 않고 있었는데요. 그러던 것이 피아가 합류하고 그녀(피아)가 등을 떠밀어 주자 냉큼 어른의 계단으로 올라 버립니다. 사실 좋아하는 사람끼리 맺어지는 건 축하해줄 일일 겁니다. 여느 고자 주인공과 다르게 히로인의 마음을 허투루 듣지 않고, 흘리지 않고, 외면하지 않고, 받아주는 주인공은 야구 동영상 이외에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어쨌건 피아는 굉장히 적극적인 성격입니다. 우물쭈물하는 성격이 아닌, 길이 제시되면 거침없이 앞으로 걸어가고자 하죠. 아니 길이 없더라도 만들어서 나아간다고 할까요. 그래서 9년 동안 시리우스를 잊지 못해 찾아왔고, 본처가 되지 못할 거면 첩이라도 상관없다는 듯 앞에서 알짱 거리던 리스를 떠밀어 큰 길로 나아가게 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차례를 만들어 버리는 대범함. 한눈에 반한다는 이야기를 믿지 못하겠다는 사람은 사랑을 해보지 못했다고들 합니다만. 만나자마자 이 사람이 내 운명이다라고도 하니까 피아가 시리우스를 바라보는 감정은 개연성은 있다고 봐야겠죠. 그러해서 피아의 등장은 이들에게 느리게 흐르던 시간을 가속화 시켜주게 됩니다.

 

사실 피아에겐 시간이 없다고 할 수 있죠. 그녀는 엘프입니다. 인간과 같은 시간을 살아갈 수가 없는 것이죠. 그럼에도 인간인 시리우스와 같이 지내려는 모습에서 그녀가 그를 얼마나 사모하는지 잘 알 수 있어요. 그걸 담담히 언급하는 부분은 좀 씁쓸하게도 합니다. 인간과 엘프, 서로가 사랑해서 맺어져도 과언 행복했다 할 수 있을까. 엘프 입장에서 보면 인간은 찰나의 시간이고 그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도 엄마보다 일찍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피아는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데요. 앞에서 알짱 거리는 리스의 등을 떠밀고 자신의 차례를 아무렇지 않게 만들어 가는 모습은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피아 같은 장수종이 짧은 생을 살아가는 사람과 맺어진다는 건 이런 겁니다. 즉, 어떻게 발버둥 치든 남겨진 자에겐 슬픔이라는 결말만 있을 뿐이죠. 이걸 알면서도 시리우스와 맺어지는 피아, 그녀의 마음을 소중히 하려는 시리우스, 피아는 이 모든 걸 위해 에밀리아에게 술을 먹여 인사불성으로 만들어 버리는 등 굉장히 저돌적인 면을 보여줍니다. 거기다 가는 시간이 아쉬워하듯 시리우스와의 정열적인 침대씬은 앞서 에밀리아와 리스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랄까요. 그렇다고 적나라하게 표현은 되어 있지 않으니 일부러 찾아보진 마세요. 이로써 히로인 3명을 순식간에 비처녀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 정도 쓰면 온통 이런 이야기만 들었다고 오해하실 텐데 그렇진 않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무투제에 참가하는 이야기가 주류입니다. 비중 있게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뭐 주인공과 레우스가 워낙 먼치킨인데다 이런 이야기는 사실 들러리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 자체가 스승인 시리우스가 제자인 나머지 일행을 교육한다는 것인지라 이런 무투제에 참가해서 제자들을 한 단계성장시키는 그런류다보니 이렇다 할 에피소드는 없군요. 물론 껄떡대는 인간도 나오지만 참교육이 뭔지 보여주니까 이 또한 어찌 되든 상관없겠죠. 중요한 것은 히로인들이 시리우스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일 것입니다.

 

맺으며, 부제목으로 왜 막장 드라마라고 썼냐면, 스승과 제자 사이에 불순한 교제 때문입니다. 불순하다는 건 좀 어폐가 있고 필자 주관적이지만요. 사실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가 스승이 제자를 가르치는 교육이라는 것입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세상으로 나와 여행을 하면서도 에밀리아와 리스는 그의 제자로 지내고 있죠. 시리우스도 틈만 나면 제자들이라고 언급하고 있기도 하고요. 피아도 제자로 받아 달라고는 하고 있지만 아직은 애매하니 패스하더라도요. 필자의 머리에 마구니가 끼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씁쓸한 건 어쩔 수 없었군요. 어쨌건 한꺼번에 히로인 둘과 맺어지는 전대미문(?)의 에피소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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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을 토하는 소녀 7 - S Novel
나미아토 지음, 케이 그림,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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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고 지금의 행복이 지속되길,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돌아봐 주길, 철이 들 때부터 도적들에게 배를 차이며 보석을 토하며 살아왔던 소녀는 어느 청년을 만나 인생의 전기를 맞이하였습니다. 그가 베풀어준 따뜻한 보금자리와 배를 굶지 않아도 되는 나날들 그리고 더 이상 배를 차일 일도 없는 평온한 일상... 자신의 특이체질을 경멸하지 않고 받아들여준 상냥한 사람, 그 사람을 위해서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방황하던 소녀는 답을 찾고자 그가 젊었을 적(?)에 다녔던 보석 학원 체험교실에 참가하였습니다. 거기서 사랑하는 사람의 발자취를 찾게 된 그녀는 자신이 원했던 답을 찾고 특별한 무언가를 공유할 수 있었을까?

 

 

뽀록나다.

 

그녀의 특이체질, 보석을 토하는 체질, 세간에서는 광석증으로 알려져 있는 이 병은 아직 치료제가 없습니다. 스푸트니크도 그녀의 병을 고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수소문해가지만 공교롭게도 클루의 눈엔 그런 모습들이 바람피우는 걸로 비처 버렸죠. 여기서 알 수 있었던 건 클루의 질투가 대단했다는 것입니다. 자칫 10살 내외로 보여지며 세상 물정은 모르면서 사랑은 어디서 배워 왔는지 자신만을 바라보길 바라는 모습은 섬뜩할 때도 있었죠. 그런 그녀가 자신의 의지로, 보석을 토하는 체질이 들통나면 해부당할지도 모름에도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기 위해...

 

그 의지가 남달라 마치 아기 새가 알의 껍질을 깨듯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역시나 한쪽으로 편중된(주로 사랑 계열) 스테이터스는 고쳐지거나 바로 잡히지 않은 채 밖으로 나온 게 화근이 되어 가는데요. 학원 지하에 갇혀 있다는 도시전설에 기대어 요정을 찾아 소원을 빌겠다는 모습은 딱 그녀스러웠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녀가 스푸트니크를 얼마나 사모하는지 절절하게 표현되어 있어요. 거의 미화 수준인데 정작 본인(스푸트니크)은 클루를 애 그 이상으로 안 보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이성을 의식하는 흐름이 되면 언제나 톱니가 맞물리지 않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고 그때마다 클루는 겉돌기만 하죠.

 

그런 그녀의 조바심&조급심이 불러온 화근이랄까요. 하필 제일 알려지면 안 될 인물에게 그만 클루의 체질이 들통나고 맙니다.

 

 

가족을 만나고도 가족이라 부르지 못하는...

 

그녀의 과거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언제부터인지 기억을 잃은 채 도적들 소굴에서 배를 차이는 생활을 하고 있었고 철이 들 무렵 스푸트니크에게 구해진 후 리아피아트 시(市)에서 살게 된 게 다 죠. 이후 그녀의 기억이 돌아왔다는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스푸트니크도 딱히 기억을 되찾게 해주지 않았고요. 그런 그녀에게 '소아란'이라 불리는 마법소녀(?)가 찾아오면서 클루를 둘러싼 환경이 바뀌기 시작했죠. 악의 마법사들이 찾아오고 노려지게 됩니다. 그러다 결국 클루는 최대의 위기에 빠지게 되고 지나가던 선량한 마법사가 구해주면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하는 의문을 낳기 시작했었습니다.

 

그런 의문이 이번 에피소드에서 대부분이 밝혀지는군요. '가족' 그리고 '언니' 클루를 둘러싼 분위기가 일변하기 시작합니다. 이번 에피소드에선 클루가 누구의 딸인지 누구의 동생인지 과거 그녀는 어디서 지냈는 지하는 것들, 소아란이 왜 클루를 찾아 북쪽 도시에서 멀고 먼 동쪽 끝 도시 리아피아트 시(市)까지 찾아오게 되었는가 하는 의문들이 함께 풀려 갑니다. 클루에게 언니가 있다는 사실, 정작 클루는 모르는 사실들, 거기엔 어떤 사고로 인해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었던 기막힌 가족사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스포일러 안 하고 쓸려니 글이 두리뭉실 해지는군요.

 

여튼 지금으로써는 클루의 가족에 관한 것이 나오고, 소아란의 약혼녀 '퍙숑'이 연루되어 있다는 것만 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6권까지 양파를 밭에서 재배했다면 7권부터는 수확해서 한 꺼풀식 풀어내는 형식이랄까요. 일단 클루의 가족사부터 풀어내고 있습니다. 행불된 부모와 세간엔 죽었다고 알려진 천재 마법사로 칭송된 언니, 그런데 가족사를 들추기 위해 7권까지 이야기를 끌지는 않았을 테고 뭔가 또 숨겨진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번에 나온 연구소라는 키워드는 허투루 흘려들을만한 단어도 아니었고, 이제 본격적으로 악의 마법사들과 전쟁이 시작되려는 걸까요.

 

맺으며, 스포일러 안 하고 쓸려니 많이 힘들고 재미 없어지는군요. 요즘은 누가 읽든 상관없고 그저 서점 포인트 얻기 위해 의무적으로 쓰는 느낌이 자꾸만 들어갑니다. 각설하고 이번 7권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클루의 과거와 가족이 누구인지 밝혀지고 덩달아 더 이상 스푸트니크와는 같이 할 수 없는 복선이 투하되어 버립니다. 게다가 어떤 인물에게 클루의 체질이 뽀록 나버렸기도 하고요. 그동안 필사적으로 클루의 정보를 숨겼던 소아란이 잡혀가고 클루의 체질을 의심한 악의 마법사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상당히 급변하기 시작합니다.

 

언제까지고 평온할 것만 같았던 일상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고 할까요. 어떻게 보면 우리 딸의 라티나와 비슷한 전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특별한 힘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흐름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아직까진 본인(클루)은 자각하고 있지 않아 스푸트니크를 지키기 위해 위험한 곳에 뛰어드는 모습은 보이고 있지 않지만, 자신의 체질이 뽀록나고 악의 마법사가 노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클루는 어떤 선택을 할지 사뭇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죽었다고 알려진 클루의 언니가 등장하면서 클루에게 또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도 흥미롭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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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품은 소녀 1 - L Novel
나나사와 마타리 지음, 루케이치 안드로메다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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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읽다 보면 이런 노래가 떠오릅니다. 태진아의 '미안 미안해' -행복 찾아서 꿈을 찾아서 저 멀리 떠나야 해-(저작권에 걸리려나), 사나이로 태어났으면 무우라도 심어야지 같은 야망으로 대륙을 통일하고 성군 정치로 태양제라는 닉네임을 부여받으며 말년까지 칭송을 받았던 황제가 죽은지 100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손자 놈이 3대째 왕위를 이어받아 나름대로 대륙을 잘 굴리던 어느 날, 황제는 여명 계획이라는 거창한 프로젝트를 시행하시는데요. 거기에 끌려가 내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랐던 코드네임 13번, 이후 '노엘'이라 이름 지어지는 소녀는 태양제 손자 놈이 죽도록 싫었습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라면 으레 사랑하는 이성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말년에 한날한시에 떠나는 게 행복일까? 기본적인 행복은 무엇일까, 배가 고파 밥을 먹고 포만감에서 오는 만족감? 한정판을 손에 넣었을 때? 누군가에겐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며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 삶이 행복이라 할 수 있겠고, 키우던 개가 새끼를 낳았을 때 일 수도 있겠고, 각자가 추구하는 행복이란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지 않을까요.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히로인인 '노엘'은 친구가 알려준 행복을 찾아 여행을 떠납니다. 그녀에게 있어서 행복이란 무엇일까. 친구의 죽음에서 행복의 편린을 발견하는 그녀, 행복하지 않으니까 죽은 것이다. 때론 섬뜩함을 선사합니다.

 

이 작품은 시종일관 '행복'이라는 키워드가 둥둥 떠다닙니다. 연구소를 떠나 시골마을 거쳐 만나는 사람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그녀는 적, 아군 가리지 않고 답을 알기 위해 반란군에 들어가고 토벌군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악덕 영주를 치기 위해 분연히 일어난 반란군에서도, 그 반란군에게서 구해주게 되는 영주 가족들에게서도, 손바닥 뒤집듯 토벌군에 가담해서도, 행복이라는 답은 얻지 못합니다. 왜냐면 사람에게 있어서 저마다 추구하는 행복은 다 다르기에, 시행착오는 필연이 되어 가죠. 그리고 노엘은 인연이 닿아 영주의 아들 엘가와 직속상관이 되어가는 신시아와 약속을 나눕니다. 행복이란 무엇인 가의 답을 언젠가 찾자고...

 

기껏 지옥 같은 연구소를 빠져나왔더니 왕위를 둘러싼 전쟁에 휘말려 버립니다. 3대 손자 놈의 아들들 4대째가 되겠군요. 판타지에서 흔한 집안싸움 같은 것이 일어나고야 마는데요. 가족이라도 수 틀리면 전력으로 까부순다를 이 작품에서도 이어가고 있죠. 서로가 파벌을 만들어 너 죽고 나 살자식으로 음해하고 독을 타고(이건 비유) 암살을 시도하는(이것도 비유), 그런 시궁창 속에 노엘은 굳이 발을 들여서 개헤엄을 칩니다. 이 과정에서 노엘은 배우지 못했기에 모르는 순수함과 배웠기에 잔혹해지는 이중성격을 극명하게 보여주게 되는데요. 연구소에서 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자라온 그녀에게 있어서 사람을 선악으로 나누는 게 아니라 친구인가 아닌 가로 나눠 버립니다.

 

옛날에 이런 소재가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떤 비밀 연구소에서 각종 실험을 당하던 주인공이 탈출하여 악에 맞서 싸우는, 지금 당장 몇몇 작품이 떠오르는데 제목은 생각이 안 나는군요. 이런 작품의 주된 내용은 연구소에서 탈출한 주인공을 처단하기 위한 자객을 상대하고 정부의 관계자에게 회유 당하고, 그러다 뜻이 맞는 사람을 만나 친해지죠. 자기 있을 곳을 만들기도 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기도 합니다. 때론 모든 걸 내려놓고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가다 자객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고 분노로 점철된 주인공은 복수극을 펼치기도 하죠.

 

그 과정에서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고찰을 하기도 합니다. 주인공은 연구소에서 행복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실험을 당하며 고통 속에 나날을 보내게 되고 그러다 우연찮은 기회에 행복을 알게 되죠. 그리고 자신이 받았던 부조리와 불합리를 깨달아 가고요. 이런 것도 있죠. 행복의 증표인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 아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슬픔, 그리고 그 아이가 자라 자신과 대적하게 되는 아픔, 이것을 뛰어넘었을 때 주인공은 진정으로 행복이라는 환상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런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고...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히로인인 '노엘'또한 그런 경우입니다. 악의 연구소에서 철이 들 때부터 인간병기로 키워진 그녀, 소모된 동료 대신 추가된 친구에게서 그녀는 행복이라는 환상을 알아갑니다. 이제는 죽어버린 친구, 주검 앞에서 그녀는 약속합니다. 행복을 찾겠다고, 그리고 그녀는 길을 떠납니다. 시골 마을에서 만난 친구들, 그리고 전쟁터에서 만난 동료들에게서 행복이란 무엇인지는 묻고 다니죠. 하지만 돌아온 답은 하나같이 자기 주관적이었고 노엘이 알고 싶었던 행복과는 거리가 멀기만 합니다. 어떻게 하면 행복을 알 수 있을까, 자칫 섬뜩하게 들릴 수 있는 이 질문에 답을 과연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일단 2권이 나오면 구입은 하겠는데 딱히 와닿는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사실 행복 찾기라는 키워드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실상은 악의 연구소에서 키워진 인간병기가 세상 밖으로 나와 전쟁의 주역이 되어 날뛴다는 이야기 그 이상은 아닙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적을 맞아 싸우고 같은 시설의 동료를 만나 필연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는 클리셰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죠. 선악은 나눠져 있지 않습니다. 선악의 개념보다 친구인가 아닌 가로 나눠서 니편 내편이 되어 싸우죠. 노엘 역시 딱히 이쪽 진영이 마음에 들어서 몸을 담는 게 아닌 친구로 지내자라고 말을 건네 상대가 수락하자 몸을 담는 희한한 모습을 보이게 되요.

 

그런 면에서 약간 사이코 기질이 있는 노엘의 언동과 행동이 천진난만하여 흐뭇하게 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엔 연구소에서 주입받은 잔혹함이 숨어 있죠.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웃으며 사람을 도륙하는 섬뜩한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합니다. 군사학을 전수받은 경험으로 마치 양웬리처럼 전쟁의 판도를 바꾼다거나 도적의 무리를 자기 수하로 만드는 등 하나의 영웅적인 면모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러해서 얻는 시기와 질투라는 클리셰도 따라오고요. 하지만 그녀가 바라는 진정한 행복과는 거리가 멀기만 하죠. 자신으로 인해 정세가 크게 바뀐다는 걸 개의치 않는, 그런 그녀의 천진난만한 겉모습에 속아 넘어가는 어른들 하며 대략 난감은 이런 게 아닐까 했군요.

 

맺으며, 행복 찾아 삼만 리 같은 것입니다. 자신에게 행복을 가르쳐준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세상 밖으로 나와 여행 중이지만 좀처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아니 애초에 행복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는 상태이니 찾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죠.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보지만 행복이란 저마다의 주관적이다 보니 도움이 되지 않게 되요.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보는 이로 하여금 애틋함을 심어줄 만도 하겠건만 그런 게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항상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웃음이 떠나지 않는 그녀에게서 감정이입을 못할 수도 있는데 돌이켜보면 감정 표현에 서툴러 항상 웃는 것 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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