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술사의 재시작 7 - ~즉사 마법과 스킬 카피의 초월 힐~, J Novel Next
츠키요 루이 지음, 시오콘부 그림, 문기업 옮김 / 서울문화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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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보수적인 고리타분한 개념을 설파하는 대목이 있으니 속된 말로 꼰대의 지적이 싫으신 분들은 읽지 않길 바랍니다.





마왕에게 먹혀 꼭두각시가 되어버린 지오랄 왕을 타도하고 나라를 되찾은 주인공 일행은 다음 타깃으로 대포의 용사 '브렛'을 처단하기 위해 움직인다. 별것 아닌 줄 알았던 대포의 용사는 작가의 띄워주기 버프를 받아 지금은 주인공에게 있어서 최대의 적이 되어버린 상황. 주인공은 그를(대포의 용사) 잡아다 이전생에서 당했던 굴욕을 되돌려주고 싶지만 현자의 돌을 손에 넣어 파워 업한 브렛은 주인공의 손아귀에서 유유히 사라져 버렸고 이에 주인공은 겉몸이 달아간다. 한편 전대 마왕을 쓰러트리고 새로운 마왕이 된 '이브'는 무사히 마족의 땅을 접수해서 정점에 올라 무난한 행보를 보이게 된다. 그러나 겉으로는 그렇게 보일뿐이다.


이번 이야기는 대포의 용사 브렛이 주인공의 최대의 적이 된다는 포지션 굳히기다. 이전생에서 브렛은 주인공 케얄가 등짝을 수시로 점검했었다. 그나마 여자에게 학대 당하는 건 참아도 같은 남자에게 당하는 건 씻을 수 없는 치욕이자 트라우마다. 주인공이 양성애자나 동성애자라면 또 모를까. 그래서 다른 복수 대상자 히로인들보다 브렛을 향한 분노는 매우 크다. 이제 그놈을 잡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유유히 사라졌으니 케얄가 입장에서는 미치고 졸도할 일이다. 지오랄 왕국을 탈환하고 그놈이 어디 있나 했더니 옆 나라에 가서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다. 이에 옆 나라까지 가서 브렛을 잡기로 하는 게 이번 7권의 주된 이야기다.


아무튼 스토리 이야기는 이쯤 하고, 이번엔 좀 심각한 문제점이 있어서 짚어볼까 한다. 그동안 주인공의 성적 취향에 대해 언급 해왔기에 새삼 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지만 이번엔 좀 심각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루밍 성폭력이라는 말이 있다. 대상에게 접근해 정신적으로 지배해서 성적 관계를 맺는 걸 말한다. 주인공 케얄가에겐 신수(神獸)가 있다. 히로인 중 하나인 '이브'를 마왕으로 추대할 때 만난 신수에게 받은 알에서 태어난 여우 요괴다. 이름은 '구렌'이라고 하는데 6권 표지모델이기도 했다. 모든 동물은 알에서 태어나 처음 만나는 생명체를 부모로 인식한다지만 구렌은 태어나자마자 도망 가려 했다.


구렌은 주인공 케얄가의 마력과 마음의 영향을 받아 태어난 금수다. 그러니 그녀보다 주인공 케얄가를 잘 아는 히로인은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정조의 위기를 알아챈 것인지 도망 가려 했지만 붙잡혀 속박의 저주를 받아 주인공 곁을 떠나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그 여우가 자라 이제 14살쯤 되는 소녀가 되었단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히로인 브레이커다. 다시 말해 눈에 띄는 여자는 전부 비처녀로 만들어 버린다는 욕망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구렌도 당연히 그 욕망에서 벗어나진 못한다. 자, 분명 구렌은 주인공의 마력과 마음을 먹고 태어난 자식과도 같다고 언급한다. 즉 주인공은 구렌의 친아빠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이 소리를 들으면 윤리적으로 건든다는 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14살짜리를 건든다는 게(늑대 소녀 세츠나도 이 나이쯤 될텐데), 대체 작가의 윤리적 코드는 어떻게 되어 먹은 걸까 하는 의심을 들게 한다. 아니 이전부터 윤리 코드를 찾아 볼 수 없었느니 어쩌면 작가로서는 당연히 구렌도 예외는 아니었을 수 있다. 여기서 진짜 문제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관계를 맺는 게 아닌, 이걸 하면 기분이 좋다는 둥 감언이설로 꼬드겨 관계를 가진다는 거다. 이 행위가 남녀 관계다라는 것을 가르쳐 주지 않았고, 합의 따윈 애초에 없었다. 구렌은 주인공으로부터 도망가지 못하는 속박의 저주에 걸려 있다. 아무튼 마사지의 일부라며 속이고 성감대를 공략하다가 애가 흥분으로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삽입하면 더욱 기분 좋다는 말을 내뱉는다. 결국 구렌은 이 행위가 무엇인지 인지하지도 못하고 응하고 만다는 것이다. 그나마 19금으로 발매돼서 용서가 되는 걸까? 필자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후에도 기분 좋은 것이라고만 할 뿐 구렌은 이 행위가 남녀 행위(sex)라는 걸 인지하지 못한 채 계속 주인공과 관계를 가진다는 거다. 주인공은 이전생에서 지독한 성적 학대를 당해 왔다. 보통 이런 트라우마가 있으면 관련된 행위는 멀리하지 않나? 이젠 4P도 거뜬하다. 어쨌건 이건 윤리적으로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픽션에 너무 목매는 거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법한데 필자는 작중 내용의 문제보다 작가의 윤리적 코드를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성 관련 개념이 달라서 오는 괴리일 수는 있겠으나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런 내용은 상업지(어둠)에서나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맺으며: 본 리뷰는 지극히 필자의 주관적으로 작성되었다. 작가를 비난하는 듯한 글을 썼긴 하나, 비난이든 비평이든 읽는 본인의 판단에 달려 있긴 한데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해서 써 보았다. 보수적인 필자의 고리타분한 푸념으로 넘겨도 좋고, 건방지다고 해도 어쩔 수 없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여서 위의 저런 점은 고쳤으면 하는 그럼 바람도 없잖아 있다. 19금으로 발매되어서 적어도 청소년들이 접할 기회는 없다는 게 다행이긴 한데, 그렇다고 19금으로 발매되었다고 면죄부가 되어선 안 된다고 본다. 사실 필자는 6권에서 하차하려 했으나 인터넷 서점 회원 등급을 유지하려 어쩔 수 없이 구매하게 되었다. 이젠 다른 작품들을 발굴한 이 시점에서 더 이상 이 작품을 구매할 일은 없지만 필자에게 있어서 이 작품은 흑 역사 중 하나라는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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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여행 6 - S Novel+
시라이시 죠우기 지음, 아즈루 그림, 이신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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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사기 치는 마녀


이전에도 언급한 거 같은데 여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돈(머니)이다. 여행 동반자? 낭만? 그딴 거 다 필요 없다. 지금 당장 먹을 게 없어서 배는 고프고, 잠 잘 곳이 없어 하늘을 이불 삼아 노숙하게 된다면 배부른 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마녀 일레이나의 여행기는 처절함으로 점철되어 있다. 누가 떠나라고 부추긴 것도 아닌데 뭐 하러 세계를 여행하며 오늘 일용할 양식을 걱정하고 잠 잘 곳을 걱정하는지 도통 모르는 게 일레이나의 기행이라 하겠다. 그래서 그럴까 사람이 참 지저분해진다. 돈을 벌어야 여행을 할 수 있고, 돈을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서 나온 결론이 사기에 가까운 행동이라 하겠다. 일례로 부탁하지도 않은 점을 봐주고 복채로 금화 한 닢 내놔라 하면 당하는 쪽에서는 칼만 안 들었지 순 도둑이나 다름없잖아. 그렇지 않나?


어느 도시에서 빗자루 레이싱 대회가 열린다. 여기에 최연소 소녀가 참가하는데 무려 9연승 중이다. 누구나 축하해줄 일이지만 어째서인지 이 도시의 사람들은 소녀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정도가 아니라 질투의 화신이 되어 소녀를 괴롭힌다. 그야 어른이 되어서 애한테 진다는 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값싼 질투가 횡행하는 도시에 일레이나가 찾아온다. 그리고 일레이나는 괴롭힘당하는 소녀에게 점을 봐준답시고 복채로 금화 한 닢을 내놔라 한다. 여기에 적당한 속담이 있었는데 생각 안 난다. 아무튼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소녀의 심지가 대단히 굵다는 것이다. 자기한테 사기 치는 마녀에게 쫄지 않고 되레 도와 달라고 부탁을 하니 말이다. 소녀는 질투를 받아도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고, 이렇게 질투를 받으면서도 대회에 참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심금을 울린다. 수전노에다 사기꾼인 일레이나는 소녀를 도와주기로 하는데...


그건 그거, 사기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


사실 이 세계는 눈 뜨고 코베이는 약간은 시리어스한 이야기도 들어 있다. 일례로 어떤 마녀가 사기 치는 것만 봐도 그렇잖은가. 하지만 악행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웬일로 좋은 일 하나 싶었더니 도박에 전 재산을 걸었다가 홀랑 날려먹는 대목은 깨소금이 아닐 수 없다. 근데 실패에서 배우는 점이 없다는 게 그녀(일레이나)의 아이덴티티라고 할까. 이번엔 다른 도시에서 여행 자금을 벌려는 목적으로 또 도매금으로 물건을 떼다가 금화 한 닢으로 팔아재낀다. 그러다 신문사 기자에게 들통나서 약점 잡혀 협박 당하게 되는데 그렇고 그런 동영상을 촬영하게 되었다면 얼마나 흥미진진할까 싶기도 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아무튼 나쁜 짓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신문 기자에게 들통난 건 다 계산된 행동이라고 밝혀지긴 하는데 언젠가 칼 맞을 일이 있지 않을까.


그도 그럴게 딱 자기와 비슷한 사기를 치는 10살 소녀에게 속아서 약을 낼름 받아먹어서 초곤란을 겪게 되니 말이다. 이렇게 이 작품은 유쾌한 일의 연속이다. 읽는 내내 지루함이란 단어는 찾을 수가 없다. 가슴이 커진다는 말에 속아 뭔지도 모를 물약을 냉큼 받아 먹어버리는 모습은 오늘만 사는 그녀답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가는 말해 뭘 하겠나. 고생이라는 말로 끝나지 않는다. 그런 주제에 부탁엔 약해서 사기꾼이 사기를 치는데 속아 넘아가는 모습이란.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일레이나로서 이걸 또 전화위복으로 삼아 사기를 치는 모습은 천성은 못 버린다 싶은, 이젠 대놓고 사람들을 호구라고 칭한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흉악한 범죄자 같은 느낌으로 비칠 수 있으나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대가를 치르니까 권선징악식 메시지로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시사하는 것도 있다.


빗자루 레이싱 대회에서 사람들이 왜 소녀를 질투했는가. 어린 나이에 승승장구하다가 패배했을 때의 반동을 어린 소녀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내적인 이야기도 있다. 근데 이건 일레이나의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장면에선 씁쓸함이 묻어나기도 한다. 그리고 친구가 부조리한 행정 때문에 날개를 펴지 못하는 것에 울화가 치밀어 세상을 바꾼답시고 나쁜 길로 빠지게 되면서 주변에 민페를 끼치는 에피소드가 있다. 근데 세상을 바꾼다 해놓고 주변을 희생 시키는 건 본말 전도라는, 정작 그 친구는 아무렇지도 않는데 혼자 나대는 장면에서는 왜 멋대로 남의 행복 가치를 자기가 판단하는가 하는 충고적인 메시지도 있다. 그 친구는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그리고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걸 이미 일레이니가 몸소 보여주고 있기도 하고.


맺으며: 일레이나라는 캐릭터를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의 부탁이 왠지 귀찮아질 거 같아 거부하려는데 돈(머니) 줄게 하니까 냉큼 응하는 거 하며, 살기 위해서라지만 사기를 아무렇지 않게 치는 죄의식이 없으면서 타인이 사기 치는 건 못 참는 성격하며, 부탁엔 또 약해서 분명 귀찮은 일이 될 텐데도 부탁을 들어주는 마음 약한 모습도 보인다. 정말 이런 캐릭터 만들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지루함이란 찾을 수가 없다. 그건 그렇고 부제목을 저리 지은 건, 이 작품이 은근히 그런 쪽(백합은 기본이고 이성간 교류도 활발하다) 개그를 많이 선보인다는 거다. 이번엔 대놓고 노빠꾸 에피소드를 보여주는데 산전수전 다 겪은 일레이나도 학을 떼는 모습은 여간 웃긴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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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여행 5 - S Novel+
시라이시 죠우기 지음, 아즈루 그림, 이신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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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 당하는 마녀


사람은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미인이니 미남이니 잘 생겼다느니 하면 기분이 좋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말로 미인이라서 칭찬을 하는 경우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은 입에 발린 소리다. 거기에 홀랑 넘어가서 좋다고 헤실헤실 웃어봐야 호구만 당한다고 보여주는 게 이 작품이다. 그래서 노점 아주머니가 내미는 빵은 '네가 미인이라서 덤으로 주는 거야'라고 받아들이기에 충분하지 않았을까. 기분 좋게 빵을 뜯고 있는데 아주머니가 손을 내민다. '동화 한 닢 내야지?' 평소에 일레이나는 자뻑이 굉장히 심한 편이다. 거울을 보는지 안 보는지, 이렇게 호구 당하는 일이 간혹 있다.


취직을 꿈꾸는 마녀


여행엔 돈이 필요한 건 당연하다. 금수저가 아닌 일레이나로서는 돈이 떨어지면 당연히 일을 해서 벌어야 한다. 이런 부분이 이 작품의 매력이자 리얼리티다. 그래서 일자리를 알아보는데 어째 요상한 것들만 들어온다. '왕녀 호위해보실래요? 목숨은 보장 못하지만, 마약 밀매상 구인중' 그나마 멀쩡한 우체국에 갔더랬죠. 우체국 하면 공기업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거긴 블랙 기업이었으니. 하루 24시간 노동을 해도 일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블랙 기업에서 탈출을 꿈꾸지만 고생하는 선배가 눈에 밟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게 아니라, 사실 일레이나의 성격은 참 끝내준다. 남을 도와주려는 성격은 있지만 내가 고생할 거 같으면 가차 없이 도망가 버린다. 그래도 블랙 기업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해주는 착한 마음씨도 있다.


사기꾼 마녀


여전히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자리는 원한다고 나오는 게 아니다. 그래서 조화(가짜 꽃)를 도매금으로 끊어와서 팔기로 하는데 원가가 동화 한 닢이다. 그걸 금화 한 닢에 내다 판다. 행복인지 뭔지를 불러들이는 아주 요험한 꽃이라고 선전하면서. 사람들은 거기에 낚여 구입해 간다. 언젠가 마녀는 천벌을 받을 것이다. 한 날은 점술가 행세를 하며 떼돈을 벌어들이는데, 당연히 점술가로서 능력 따윈 없다. 그냥 사람 심리를 이용한 트릭으로 끼워 맞추니까 사람들은 용하다며 지갑을 연다. 마녀는 언젠가 벼락을 맞을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경찰이 찾아왔다. 쫄아버린 마녀는 전전긍긍하다가 결국 납치당한다.


마녀 일레이나의 여행은 이런 식이다. 좋은 것을 보고 맛있는 걸 먹고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며 힐링하는 그런 여행 따위가 아니다. 삶은 언제나 처절하다. 그럼에도 일레이나는 여행을 꿈꾼다. 이유는 나오지 않는다. 그저 전 세계를 여행하며 그 나라의 특색을 경험하고 의뢰를 받아 해결하면서 나아간다. 때론 사건에 휘말려 고생도 하고, 남의 말을 안 듣는 사람 때문에 곤란을 겪기도 한다. 이번에는 왕녀를 만나 대도(도둑)을 잡아오라는 의뢰를 받는데 당연히 일레이나는 귀찮을 거 같은 일이기에 거부하려 했으나 '너에게 거부권은 없다'라는 왕녀의 말에 의뢰를 수행해야 하는 그런 곤란을 자주 겪는다.


그렇기에 야무지게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안 된다. 언제 코 베일지 모르는 게 이 세계다. 방금도 왕녀의 의뢰를 수행하는데 어떤 아가씨의 낚시에 걸려 된통 당하기도 한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이야기 자체가 시리어스한가?라는 의문이 들 텐데,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 일레이나가 여행을 하며 좌충우돌하는 그런 이야기를 코믹스럽게 그려 놓은지라 호구 당하는 것도, 낚시에 걸리는 것도 다 일레이나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고 거기에 걸려도 일은 심각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가령 위 아가씨의 낚시에 동원되었던 동네 꼬마의 말을 예로 들자면. '멍청이랑 외지인은 식은 죽 먹기라니까'같은 유쾌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독설도 예를 들 수가 있다. 이번에 일레이나의 스승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스승이 동문과의 에피소드 중에 이런 것이 있다. 동문이 제자에게 담배를 선물 받는다. 그러자 일레이나의 스승이 말하길 '어머나 일찍 죽었으면 하는 걸까요? 사랑받고 있군요.'라고 한다. 물론 속으로지만, 동문과 처음 만났을 때도 동문을 바라보며 독설을 내뱉고 있으니 독을 뿜고 있다고 과언이 아니라는 둥 표현에 거침이 없는 게 여간 흥미로운 게 아니다. 이 작품은 이런 재미가 있다. 표현에 거침이 없지만 그걸 개그로 승화 시켜서 독자로 하여금 웃음을 끊이질 않게 한다. 


시간의 흐름이란...


이 작품은 성장하는 이야기보다 시간의 흐름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주인공은 나이를 먹어간다. 시간의 흐름은 아무도 못 막는다는 듯이. 일레이나의 엄마가 주인공일 때가 있다. 그 엄마는 제자를 들이고 여행을 떠난다. 제자는 성장을 하고 엄마는 은퇴를 한다. 그 제자는 또 제자를 들인다. 스승은 일선에서 물러나고 그 제자는 지금 여행 중이다. 그 제자는 엄마가 지나갔었을지도 모를 길을 걷으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아무런 생각도 없다). 이런 부분을 보면 참 서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스승과 제자는 다시 만난다(엄마는 안 나온다). 자신에게 많은 걸 가르쳐 주었고, 마녀로서의 길을 제시해줬던 스승도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일레이나도 언젠가 나이를 먹고 제자를 들이고 그렇게 늙어 갈 것이다. 독설이 난무하고 사기가 횡행하는 이야기에서 이런 조그마한 서정적인 느낌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다고 할까.


맺으며: 흔한 이세계물에 식상한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볼만한 작품이 아닐까 한다. 사기 치고 사기당하고 돈에 인색한 일레이나의 모험이 꽤나 유쾌하기 짝이 없다. 거기에 일반적이지 않은 등장인물들과 주변 사람들로 인해 오즈의 마법사 같은 동화적인 이야기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상식이란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고 주관은 개개인마다 다르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 그런 개념이 존재하는 세계를 여행하며 곤란을 겪기도 하고 때론 그걸 이용해서 떼돈을 버는 일레이나의 모습은 흐뭇함이라기 보다 영악하기 그지없는 악마를 보는 듯하다. 이런 점들이 필자로 하여금 이 작품을 놓지 못하게 한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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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하극상 제4부 귀족원의 자칭 도서위원 7 - 사서가 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V+
카즈키 미야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김봄 옮김 / 길찾기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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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매우 강한 스포일러 주의





책에 너무 정신이 팔려버린 나머지 '마인'은 주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 지금까지 쭈욱 그래왔다. 결국 영주의 양녀가 된 원인도 책에서 비롯된다(그렇지 않으면 가족이 죽는다). 이 작품은 현실 세계의 문물을 이세계에 너무 많이 도입하면 주인공이 어떻게 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실 여느 이세계물처럼 치트 능력도 동반되어 내 스스로 지키는 능력이라도 있으면 도망을 가거나 주변을 지킬 수는 있었을 것이다. 이 작품이 그런 이세계물과 차별을 두는 게 이런 부분이다. 주인공 스스로는 아무것도 못한다. 좀 더 세분화해서 그녀를 평가하자면, 힘(마력)은 있다. 그런데 체력은 없다(곧잘 쓰러진다). 물품을 만들 지혜는 있어도 남을 속일만한 지력이 없다. 책이나 소재를 던져주면 지옥을 마다하지 않는 집념을 보인다(모르는 사람이 사탕 주면 따라갈 타입이다). 그녀는 책에 살고 책에 죽는다. 그래서 주변은 항상 그녀에게 휘둘려 위험에 노출된다.


이 세계는 동화 같은 세계가 아니다. 영주의 자리를 놓고 형제 남매끼리도 치고받고 싸운다. 파벌은 부모와도 원수지간으로 만든다. 아버지가 같은 이복형제는 말할 것도 없다. 독살이 횡행하고 같은 나라에 속해도 이웃 영지를 서슴없이 침공해서 약탈을 한다. 귀족은 평민을 인간으로 대접하지 않는다. 아이는 세례를 받기 전엔 인간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병으로 유아 사망률이 매우 높다왕권을 둘러싸고 정변이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 버렸다. 권모술수가 판치고 남을 끌어내리기 위해 혈안이 된 곳이 이 세계다. 그런 세계에서 황금알을 낳는 마인의 가치는 말해 무얼 하겠나. 작품 초반(1부) 지식이 없다곤 해도 자신의 행위(책 만드는 것)로 인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전생에서 20살이나 먹은 성인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볼 일이 건만, 결국 벌로 친부모와 친언니와 생이별하는 꼴을 당하게 된다(그렇지 않으면 죽는다)이쯤 되면 자신의 행위에 신중해질 법도 한데 말이다.


작가가 참 외골수랄까. 주변을 초토화 시키면서도 책을 위해서라면 지옥도 마다하지 않는 마인의 성격을 계속해서 그대로 밀고 간다. 어떻게 보면 아이덴티티를 잃어버리지 않고 초심 그대로 밀고 가는 뚝심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뚝심이 이번 4부 7권에서 정점을 이룬다고 하겠다. 마인은 제3왕자를 모셔다 놓고 다과회 중 왕자가 왕궁의 도서실에 갈 수도 있다는 말에 실신을 해버린다. 너무 기뻐서 까무러친 것이다. 사실 마인은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체력이 없다. 흥분하면 체력이 따라가지 못해 정신을 잃어버린다. 그렇지 않아도 책이라면 부모가 죽건 말건 상관없는 애에게 도서관의 정점인 왕궁 도서관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기쁘지 않겠는가. 근데 문제는 이게 아니다. 정말 심각한 건 왕자 앞에서 까무러쳤다는 것이다.


눈앞에서 갑자기 사람이 실신해서 쓰러지는 걸 상상해보라. 그게 트라우마가 되지 않는다면 인간이 아니지. 에렌페스트(마인 영지)보다 상위 영지의 영애까지 대려다 놓고, 왕자와 영애의 시종들과 호위 기사들이 바글바글한 곳에서 애가 실신을 했다. 마인 덕분에 중위 영지는 되었다지만 여전히 하위 영지 취급 당하는 에렌페스트로서는 멸망의 기로에 선거나 다름없다. 그렇게 친부모와 헤어지게 된 원인이 책에 있음에도 이젠 영지까지 박살 낼 기세다. 이 사건을 들은 그녀의 양부모와 후견인 페르디난드는 과연 어떤 기분이었을까 싶은 게 이 작품의 백미이다. 그런데 문제는 영지까지 박살 나게 생겼는데 '마인'은 자신이 뭔 짓을 했는지 모른다는 거다. 초 파워 당당이다. 내가 왜 꾸중을 들어야 되는지 이해를 못한다. 이보다 철면피는 없을 것이다. 더더욱 문제는 마인 멋대로 제3 왕자를 자기 부하로 만들어버렸다는 거다(참고로 왕자는 마인보다 어림). 하늘이 노래진다는 건 이런 거다.


사실 이런 부분에서도 리얼리티가 느껴진다고 할 수 있다. 카스트 제도가 없는 이전 생에서의 몸에 밴 습관대로 이 세계에서도 그렇게 행동하는 것뿐으로 태어날 때부터 교육을 받아온 귀족들과 다르게 환생 후 평민으로서의 자아가 성립된 시기에 귀족이 된 데다 이전생의 기억까지 가지고 있으니 바로 귀족과 같은 행동을 보이라는 거 자체가 무리인 것이다. 원래는 감히 말도 못 붙이는 상위 영지의 영애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걸고 첫째, 둘째, 셋째 왕자하고도 친구 먹자고 덤비니 보호자들의 위가 구멍 나지 않은 게 이상한 거다. 권력 다툼이 일상화되어 있고, 왕권을 둘러싼 대립도 리얼하게 그려대는 이 작품에서 마인의 행동은 자//살 폭탄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본인은 전혀 이해하지도 자각하지도 못하고 그걸 지적하면 왜?라는 의문만 표할 뿐이다. 


그런 와중에 '왕이 될 상'이라는 폭탄 위에 원자폭탄이 얹혀진다. 이야기는 결국 파국으로 치달아 간다. 책에 미쳐서 가리지 않고 읽어대다 성전이라는 책에서 너는 '왕이 될 상인가?'라는 물음을 마인에게 던진다. 지금의 왕족에게 있어서 역모나 다름없는 이야기가 흘러나온 것이다. 보호자인 페르디난드는 현실을 도피해버린다. 아무리 막강한 그래도 이건 좀...이라는 인상이 매우 강하게 느껴진다. 그런 와중에 타이밍 좋게도 지금의 현왕에게 정통성을 묻는 일이 벌어진다. 정통성이란 마인이 아까 읽었던 성전이 던졌던 물음을 말한다. 거기에 대답해야만 왕이 될 자격을 얻는다. 이 물음은 아무에게나 보이지 않는다. 왕은 이걸 찾고 있다. 이 의미가 뭔지. 그리고 우연인지 필연인지 귀족원(학교)의 연례행사에 참여한 왕족을 노리고 테러가 일어난다. 


맺으며: 잔머리는 늘어서 책 읽을 핑계를 만드는 게 보통이 아니다. 마인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양어버지(영주)를 감시하라고 해놨더니 그 양아버지의 사탕발림에 홀랑 넘어가 책 읽으러 갔다가 페르디난드에게 꾸중 듣는 게 여간 웃긴 게 아니다. 일만 저지르는 마인을 단속하느라 자꾸만 다크서클이 늘어나는 페르디난드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들의 만담식 말싸움을 보고 있으면 둘이 아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페르디난드가 꾸중을 하면 마인은 노골적으로 싫은 표정을 하며 대들고 그러다 또 혼나고. 그러면서도 페르디난드는 마인을 챙겨주는 모습은 또 흐뭇하게 다가온다. 이번 왕족을 노린 테러가 일어났을 때 마인을 지키는 페르디난드는 멋있다고 표현으로는 부족할 만큼 늠름한 모습을 보인다. 일러스트도 한몫해서 유부녀(작중)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해주기 충분했다. 일러스트 말 나와서인데 필지가 이때까지 본 여타 작품 포함 일러스트 중 제일 멋이었다.


이번 4부 7권은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집념이 불러온 절망이라고 하겠다. 이 절망은 엉뚱한 곳에서 튀어나온다. 마인은 자신의 울타리로 들어온 사람이라면 설령 적이라도 보호해준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모두를 지키다 보니 이번 왕족을 노린 테러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너의 주위는 어째 희생자가 없다?'라고. 이 말은 즉 테러에 관련된? 결국은 책에 미처 앞뒤 분간 못하고, 책 때문에 친부모와 생이별한 원인이 책에 있음에도 버리지 못했고, 친부모와 헤어진 트라우마로 인해 사람들을 지키려는 행동이 되려 그녀의 발목을 잡게 되었다는 거다. 그녀만이 아닌 영지 에렌페스트 전부가 휘말릴지도 모를 파란이 예고되었다고 할까. 남은 건 절망이라는 열매뿐... 그건 그렇고 복선을 정말로 많이 깔아댄다. 발매 텀을 보면 기억도 못하는 거 왜 자꾸 깔아대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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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이끄는 이세계 여행 2 - L Novel
아즈미 케이 지음, 마츠모토 미츠아키 그림, 정금택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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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긴 글 주의




여신에게서 못생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쫓겨나 이세계 끄트머리에 불시착하게 된 주인공 마코토, 지역에서 토지신 역할하던 드래곤 녀와 계약해서 부하로 들이고(후에 토모에라고 이름 붙여준다.), 손에 잡히는 거라면 뭐든지 먹어버리는 대식가 거미 녀(후에 미오라는 이름을 붙여준다)와 계약해서 부하로 들였다. 원판이 마물인 토모에와 미오는 주인공과 계약하면서 인간의 모습을 할 수 있게 되었긴 한데 인간의 모습이 되었다고 해서 인간의 개념을 탑재했다고는 할 수 없다. 게다가 토모에는 드래곤이라는 인간이라면 범접할 수 없는 마물이고, 미오는 글자 그대로 재앙이라고 일컬어지는 검은 거미(과부 거미?)의 화신이다. 어쩌면 주인공은 이세계가 이 둘에 의해 멸망할지도 모를 일을 사전에 막았다고도 할 수 있다.


아무튼 이번 이야기는 황야에 띄엄띄엄 있던 도시 하나를 초토화 시키고 아무 일 없다는 양 다시 길을 떠나는 주인공과 어딘가 나사가 빠진 히로인(The마물) 둘의 여행과 종착점을 그리고 있다. 미오가 워낙 강하다 보니 앵간한 마물은 접근을 못한다. 여행길은 순탄 그 자체. 토모에는 수련이니 뭐니 하며 사라졌다. 얘는 당초에 이멋세의 '아쿠아'같은 존재다. 사고 처놓고 나 몰라라 하고, 주인공의 명령은 듣는 둥 마는 둥, 주인공 기억을 뒤져서 얻은 시대극 정보에 심취해서 사무라이 흉내를 내지 않나. 지 성질에 못 이겨 때 쓰는 거 하며. 이번 에피소드에서 미오가 모험가에게서 돈 뜯어내는 장면을 보고 자기도 따라 한답시고 뚜들겨 팬 모험가 주머니를 뒤지고 일본도 비슷한 거 주워서 이제야 폼 난다는 둥 그녀가 보이는 만행은 배꼽을 잡게 한다.   


이들은 여행 끝에 '츠이게'라는 도시에 도착한다. 여기서 주인공 마코토는 상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뒷배를 구하려 하는데 당연히 에피소드가 일어난다. 도시 최대 상인의 퀘스트를 받아 클리어해가면서 인정을 받고 주인공은 상인으로서 초석을 다지게 된다. 모험가가 아니고 웬 상인 같은 뚱딴지같은 이야기가 들어가는지는 조금 복잡하다. 일단 주인공의 레벨은 1이다. 이건 어린애만도 못한 레벨로서 당연히 사람들로부터 멸시를 받게 된다. 여신의 농간인지 아무리 노력해도 1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하지만 마력은 토모에와 미오를 압도한다. 이 두 마물이 덤벼도 주인공을 이기지 못한다. 이 두 마물은 이세계에서 최종병기에 가깝다. 그런 그녀들이 이기지 못하는 주인공의 능력이란, 요컨대 힘은 없지만 강하다는 이세계 전생 먼치킨 클리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상인이 되고 싶은 건 그런 이유(렙)도 있고, 여행이라는 목적도 있고, 처음 이세계로 와서 만났던 향기 나는 오크 녀와 그녀의 부락을 이공간에 이주 시켰는데 거기서 생산되는 각종 물품을 팔고 싶다는 의향도 있어서다. 그러니까 모험가 행세를 하면서 상인으로, 근데 여신의 저주로 인간어를 못하는 데다 선남선녀만 존재하는 이세계에서 가는 곳마다 못생김 주의보가 발령되는지라(그래서 항상 가면을 쓰고 다닌다 샤아처럼) 뭘 해보고 싶어도 난간에 부딪힐 뿐이다. 부하 둘은 사차원으로 항상 골 아프게 하지, 사람들은 레벨 1이라고 깔보는 일이 예사다. 이번에도 이 지역 최대 상인을 찾아갔을 때도 처음엔 존대를 하다(지역 최대 상인이) 주인공 렙이 밝혀지자 단번에 반말에 무시 일관이다. 주인공이 아무나 못 구하는 의뢰 품을 내놓았을 때도 존대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런 난관을 뚫고 주인공은 상인으로서의 길을 개척해 나간다. 하지만 거래했던 도시 최대 상인의 이면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데, 작가가 아무리 먼치킨이라도 만능은 아니라는 걸 역설하듯 본의 아니게 악인을 돕게 되는 이야기여서 조금 씁쓸하게 한다. 분명 몇 번의 플래그나 단서가 있었음에도 그동안의 플래그에 지쳤는지 주인공은 상인의 추악한 이면을 간과해버린다. 그로 인해 선량한 사람은 나쁜 놈이 되고, 연쇄적으로 여러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여기서 문제는 주인공이 타인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자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고 선량한 사람이 피해를 보고 있음에도 능력이 안 되니까 그만두는 게 어때? 같은 약자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는 거다. 사실 이런 부분은 갑자기 힘을 얻은 것에 대한 우월감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하는 메시지로도 비춰진다.


이를 뒷받침하는 게 자신이 바랐던 이상향의 용사를 소환하지 못했던 여신은 새로운 용사 두 명을 소환해서 마족과 싸우는 최전선에 있는 두 나라에 파견하게 된다. 한쪽은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용사(일단 A로 지칭)로서의 길을 착착 진행하는 반면에 다른 한쪽(B로 지칭)은 이용만 당하며 쥐여 짜여지고 있음에도 자각을 못하는 것에서 알 수 있다. 너는 강하니까 하며 황녀가 몸과 마음을 다 받처오며 띄워주니 정말 그런가? 싶어 우월감에 빠져가는 B의 모습에서 타인을 위한다는 마음은 찾을 수가 없었다. 작가가 이런 점에서 참 리얼리티 있게 그려가는 게 일품이다. 힘에 심취하면 사람은 어떻게 되는가와 감언이설에 놀아나 우월감에 빠져가는 인간의 심리를 잘 표현한다고 할까. 주인공은 전자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기야 주변에 마물들 밖에 없으니 인간의 감정을 느낄 수 없었긴 할 거다.


용사 이야기가 나와서인데, A와 B는 여신에 의해 각각 다른 나라로 소환이 되었다.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한쪽은 주변의 조력을 얻어 정석적인 용사로서의 길을 가는 반면에 B는 용사와 여신을 인정하지 않는 군사대국에 소환되어 이용만 될 뿐인 모습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여기서 사실 A도 주변의 조력을 받고 용사로서 인정을 받고 있다지만 B와 마찬가지로 이용당하고 있을 뿐이라는 거다. 시사하는 건 주변의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 있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성이 바뀌어간다는 실험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A는 동료의식에 사로잡혀 착취 당하면서도 사람들을 구하려 하고, B는 어머니를 앗아간 마족에 대한 분노에 먹힌 황녀에 의해 착취 당하면서 사람(B)이 악으로 변해간다는 것이다. 뭔 말하고 싶냐면, 주인공도 주변에 마물밖에 없다 보니 인격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이다.


맺으며: 이번 리뷰는 필자가 봐도 횡설수설만 늘어놓고 알맹이는 없다는 게 느껴진다. 아닌 게 아니라 이번 이야기는 외전에 가깝다. 황야에서 겨우 사람이 사는 도시로 와서 상인으로서의 길을 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그걸로 끝이다. 이후에 자투리 형식으로 토모에의 시각에서 주인공의 뒷배가 되는 도시 최대의 상인 뒤를 캐고 더러운 진실을 알아가는 내용과, 용사 A와 B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당연하겠지만 이 용사들은 앞으로 주인공과 접점을 만들어 갈 것이다. 그렇기에 외전 형식이지만 중요한 에피소드가 아닌가 싶다. 흥미롭게도 아마 A는 주인공에게 협조적이지만 B는 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B를 받은 황녀가 보통 미X년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고 보니 거미 녀 미오에 대해선 별로 언급이 없는데, 사실 존재가 좀 희박하다. 이번에 모험가를 협박해서 돈 뜯어내는 장면은 좀 흥미로웠지만... 그리고 미오는 용사 A와 접점이 있는 거 같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욱 흥미롭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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