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 10 - L Novel
시라코메 료 지음, 타카야Ki 그림, 김장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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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 주의, 중급 스포일러 주의 





-포기하지 마! 반드시 돌아올 것!-


이번 에피소드에서 가장 가슴을 울리는 단어를 고르라면 저것이다. 사실 필자는 9권에서 하차를 하였으나 외전인 '제로'에서 작가가 보여준 필력(이라 쓰고 중증 중2병)에 반하여 다시 본편을 보게 되었는데 역시나 유치함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그래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건 마치 고기쌈에 벌칙 재료만이 든 게 아닌 고기도 들어 있어서 먹을 수 있었다고 할까. 이번 에피소드는 그런 느낌이다. 아무튼 저 단어는 이 작품의 주인공 '나구모 하지메'의 부모가 아들에게 남긴 문자로, '하지메'는 이세계에 떨어지고 나서야 휴대폰에 부모가 남긴 이세계에 간다면 7가지 수칙을 보게 된다. 이 단어는 하지메가 나락으로 떨어져서도 인간성을 버리지 않고 견딜 수 있었던 계기가 된다. 그가 나락으로 떨어진 후 이 문자를 회상하며 일어서는 장면은 이번 에피소드의 백미라 하겠다.


길고 길었던 이세계 여행에 드디어 종착역이 가까워진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7대 미궁을 돌아 그 미궁의 고유 신대 마법을 손에 넣어 개념 마법을 구사해 시공에 구멍을 내는 마법을... 필자도 뭔 말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번 이야기는 마지막 미궁인 [빙설 동굴]에 도전한 하지메 일행이 각각 분단되어 미궁이 내리는 시련을 돌파하는 마지막 에피소드다(완결이라는 소리 아니다). 아담과 이브의 동산에서 사과를 따먹은 뱀처럼, 사람은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7대 죄악이라고 해야 하나 비슷한 어둠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비유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미궁은 그런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어둠을 끄집어 내어 받아들이던지 거부하던지 눈을 돌리던지 아니면 어둠에 잡아먹혀 인간을 그만두던지하는 시련을 내린다. 그러니까 자기와의 싸움이다.


여기서 유독 눈을 끄는 건 하지메의 연인 '유에'라 할 수 있다. 흡혈귀 종족의 왕족으로서 태어나 본분을 다하고 인간과의 전쟁에서 최일선에 서는 등 노블레스를 충실히 수행하던 과거의 그녀가 숙부의 배신으로 나락에 봉인되는 과정에서 숙부는 그녀를 죽일 수 있었음에도 왜 봉인으로 그쳤는지에 대한 단서가 흘러나온다. 유에는 300년간 나락에 봉인되어 있으면서 배신당한 충격을 고스란히 짊어지고 살아왔으니 그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그러나 미궁의 시련은 그녀가 과거에 있었던 본질을 끄집어 낸다. 숙부는 자신을 죽일 수 있었음에도 봉인에 그친 건 무엇 때문일까. 그리고 교회가 자주 부각된다. 이 부분은 외전인 '제로'를 읽어야 제대로 이해가 될 것이다. 대충 요약하면 막강한 교회의 힘과 교회에 속한 사람들은 마치 매트릭스의 가상공간에 잡힌 사람들을 연상시킨다. 즉, 숙부는 유에를 교회로부터 지키기 위해 봉인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낳게 한다. 그러나 아직 진실엔 접근하지 못한다.


'시아'의 시련은, 읽지 않아도 예측이 되는 그런 것이다. 자식이 마력 조작이라는 선조 회귀로 태어났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일족은 핍박받으면서도 그녀를 버리지 않았고 그녀는 그것이 안타까워 늘 마음속에 응어리를 안고 살아왔었다. 요컨대 이런 것이다. '너만 아니었으면' 현실에서도 가끔 있을 일이다. 부모가 너만 태어나지 않았으면 하고 아이의 마음에 대못을 박아버리는, 이번 에피소드에서 조금은 서글픈 이야기라고 할까. 누군가가 찾아오면 어린 그녀는 놀다가도 숨을 수밖에 없는, 모두가 그녀를 버리라고 하지만 일족은 그러지 않는 가족애는 심금을 울린다. 시련은 반드시 클리어할 필요는 없다. 과거의 잘못과 불행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좌절해도 시련은 실패만 할 뿐 미궁은 그녀를 어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족이 지켜줬고, 죽은 엄마의 상냥한 말을 떠올린 그녀는 미래로 가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작품의 최대의 관심사가 등장한다. 바로 용사 '코우키'가 되겠다. 현실에서 엄친아로 인생 최고가를 구가하던 그가 이세계로 굴러 들어와 현실의 엄친아 생활 그대로 생활하려다 쪽박 차고 망해가는 클라이맥스라 하겠다. 사실 하지메에게 있어서 용사는 고기 방패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조금 성장시켜서 노인트(신의 졸개)와 상대할 때 앞에 세운다던가 같은 음흉한 생각뿐. 그래서 이번 시련에도 데려와 돌파하라고 했는데... 당연히 잘 될 리가 없다. 정의만 있으면 모든 게 관철되고 내 생각이 곧 정의라 믿는 일방통행 용사가 과연 현실의 벽이라는 '네 뜻대로 세상이 돌아가면 경찰은 필요 없다'라는 현실이 들이밀어진다면 용사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하는 게 두 번째 백미라 하겠다. 


이번 이야기의 클라이맥스 중 하나가 이것이다. "잘 봐, 현실이 찾아올 거야" 힘을 날로 먹었다고 착각해서는 강한 하지메를 질투하고, 하지메가 여자들을 다 차지해서 내 건 없다고 질투하고, 여자를 마치 물건 대하듯 니꺼 내꺼로 구분하고, 그러다 마침내 짝사랑하던 여자까지 하지메가 빼앗아 갔다는, 내 생각이 정의고 여자들은 날 좋아하는 게 당연한 용사에게 있어서 짝사랑하던 여자까지 주인공의 등에 업힌 모습을 보게 된다면, 처음으로 현실의 벽을 느끼게 되었을 때, 그동안 누구 하나 현실의 벽을 제대로 지적하지 않아 이 벽이 무엇인지 몰랐던 용사가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는 뻔하다.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메시지로 이만한 게 있나 싶다. 아무튼 누군가가 현실을 알려줄 필요도 있고, 이런 놈은 맞아야 정신 차리는 건 세상의 이치라는 듯 불쌍할 정도로 엄청 두들겨 맞는다.


근데 웃긴 게 사실 용사가 폭주한 주된 원인은 정의보다도 짝사랑하던 여자를 주인공에게 빼앗겼다는데 있다(용사가 빼앗겼다고 멋대로 착각 중).. 하지메가 나락으로 떨어진 원인인 '카오리'는 물론이고 소꿉친구인 '시즈쿠'까지 하지메에게 가버리게 되는데, 시즈쿠의 경우 용사가 폭주한 원인(하지메에게 업혀 있었던 것)이 자기에게 있다는 걸 눈앞에서 보고도 바로 하지메에게 가버린다는 것. 나중에 하지메에게 두들겨 맞아 정신을 잃었다 깨어난 그에게 아직 충격의 여파가 가시지 않았는데도 대놓고 하지메를 좋아한다고 해버리니 이 작품의 히로인들은 참 못됐다는 인상을 받게 한다. 하기야 꼴통 용사를 누가 좋아하겠냐마는. 애초에 소꿉친구고 용사가 어릴 때부터 꼴통이라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제대로 된 길로 인도하지 않아 용사를 피폐하게 만들었던 원인은 그녀와 친구들에게 있다. 결국 용사가 꼴통이 된 건 그녀와 친구들임에도 그런 반성은 없다는 게 서글플 따름이다.


맺으며: 주인공 하지메가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한 마음이 절절히 묻어나는 이야기다.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한 개념 마법을 구축하면서 흘러나온 과거의 영상은 다시 한번 1권으로 돌아간 느낌을 받게 한다. 나락에 떨어져 살기 위해 몸부림치며 부모가 휴대폰에 남겨준 -포기하지 마! 반드시 돌아올 것!-을 떠올리며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과 마지막에 이세계에서의 하지메와 현실에서의 하지메를 겹치듯 그려놓은 일러스트는 정말 가슴을 짠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리고 시아가 엄마를 그리며 상냥한 괴물이 되겠다는 구절 또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이제 현실로 돌아가는데 한 발짝만 남겨둔 시점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자기를 도와준 주변 인물들에게 고맙다는 인사에서는 이렇게 진지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몰입감이 있었다. 이런 분위기면 이후 계속 구매할 수밖에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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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F급 관심용사 1 - V+
파르나르 지음, 아야미 그림 / 길찾기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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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는데 본 작품은 국산 라노벨이다. 딱히 국산이라고 해서 재미없을 거라는 선입견이 있는 건 아니다. 읽다 보니 주인공 이름으로 '강한수'가 나오길래 정보를 찾아보니 국산이더라. 이 말은 그만큼 일본 작품들과 견주어 이질감이 없다는 뜻이다. 아무튼 간에 본 작품의 주된 내용은 마왕이 상주하는 판타지에 소환되어 마왕을 무찔러 달라는 신탁을 받고 동료들과 여행을 떠나는 고등학생 '강한수'의 지구 귀환기를 그리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주인공이 으레 마왕을 무찌르고 공주와 맺어져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마왕은 서브이고 본 내용은 지구로 돌아가기 위한 눈물 나는 여정이라 하겠다.


여기서 현실적인 게 일본 작품에서는 거의 표현되지 않는 위생 관련이라는 거다. 특히 화장실 문화에서 수세식에 길들여져 있는 현대인이 푸세식조차 변변치 않은 이세계로 소환되어 개고생 하는, 이와 관련된 웃픈 내용이 있는데 " 잘난 황제도, 예쁜 공주도, 대마법사와 소드 마스터도, 요강이나 수풀 위에 쭈그려 앉아서 힘주는 인생인 건 똑같거늘"​​라는 게 있다. 오죽하면 장래의 꿈이 이세계에서 수세식 화장실을 개발하는 거라고 할 정도이니 현실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이 주인공 성격이 매우 현실적이다 보니 당연히 이세계 소환 당한 걸 기꺼워 할리가 없다. 그의 주장은 이와 같다. "내가 왜 무료 봉사를 해야 하는가"


​당장 자신을 소환한 무녀(여기선 고고학자)는 죽도록 밉고, 자신을 수련 시켜준답시고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패는 후에 검왕이 되는 기사단장은 철천지 원수가 된다. 그리고 재료를 들여서 우리가 소환했으니 너(강한수)는 우리의 소유물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국왕은 지금 당장 찢어 죽여도 시원찮은 존재가 된다. 기타 동료들은 여행 내내 부려먹기만 하고 마치 인종차별하듯 왕따를 해대는 데다 그렇지 않아도 끌려와 의무를 다하라고 하니 열불 나 죽겠는데 당연히 위에 열거한 인간들을 좋게 볼 리가 없다. 그렇게 10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마왕을 무찌르러 간다. 그리고 거기서 사달이 일어난다. 


이 작품은 '회귀'물이다. 리뷰 초장에 지구로 돌아가기 위한 눈물 나는 여정이라고 쓴 바 있다. 마왕을 무찔렀으면 냉큼 돌려보내 주는 게 인지상정일 것이다. 근데 쉽게 지구로 돌아갔다면 여정이라고 언급하지는 않겠지. 이세계에는 무려 채점이 존재한다. 마왕을 무찌르는 과정에서 얼마나 용사 다운 행동을 했느냐에 따라 F등급부터 SSS등급까지 매겨진다. 여기서 눈치채셨겠지만, 본 작품 제목이 괜히 FFF급이 아니다. 주인공 '강한수'가 1회차에서 마왕을 무찌르기 전에 저질렀던 어떤 짓은 그의 인성을 F등급으로 만들고 만다. 고로 이세계 시스템은 회귀를 선택하고 주인공을 2회차로 넘겨 버린다. 참고로 F등급은 낙제다.


주제는 '반성', 1회차에서 내가 뭔 짓을 했는지 곰곰이 살펴보고 반성해서 다시 그와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말라는 교훈적인 작품이라 하겠다. 근데 이렇게 반성하며 1회차 때 잘못을 바로잡는 등, 주인공이 올바르게 살아간다면 이 작품은 나오지도 않았겠지. 이미 '내가 왜 무료 봉사를 해야 하는가'라는 정신머리를 가지고 있는 이상 잘 될 리가 없다. 게다가 이세계인들을 수세식 화장실도 없는 야만인 취급하는 주인공에게 있어서 이세계 주민의 목숨과 생명과 삶은 내 알 바가 아니다. 그러해서 대륙이 초토화되든, 경험치를 얻기 위해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도륙하는, 마왕을 무찌르고 이세계를 구해달라고 소환했더니 되레 이세계를 멸망 시킬 기세로 용사의 탈을 쓴 마왕이 재림하게 된다. 


이세계 시스템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선동과 날조로 '평판과 인성' 작업(어쨌거나 F등급을 넘어야 지구로 귀한)을 해대는 꼼수 하며 자기가 위기로 몰아넣고 구해주는 마치 놀부가 제비 다리 부러트리고 나중에 박 씨 물고 온나 같은 일을 해대는 꼬라지를 보고 있으면 100날이 가도 이세계 졸업은 힘들겠구나 하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간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 동료가 될 거 같은 히로인들은 독자들의 바람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주인공의 그날 기분에 따라 목이 부러져 주인공의 경험치가 되는 엑스트라만도 못한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한 명 빼고). 일본 작품에서는 금기시나 다름없는, 혹은 악당들만 하는 짓을 저지른다고 할까. 사람을 사람으로 안 보고 경험치로 보고 있는 게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당연히 인성은 갈수록 개차반이 되어 가는지라 졸업은 요원하기만 하고 3회차로 넘어가는 건 당연하다. 여기서 주인공이 왜 삐뚤어졌는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주인공은 현실주의자다. 그래서 이세계에 소환된 것 자체를 싫어하며, 수세식 화장실이 없는 게 그의 역린을 건드리고 있고, 소환했으면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 하는데 실상은 노예에서 약간 윗등급 취급을 당한다. 동료란 놈들은 왕따나 시키고,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대륙을 돌아다니며 개고생 했으니 나라도 삐뚤어질 것이다. 그래서 2회차 때는 이런 면상들이 좋게 보일 리 없고 내가 왜 고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울분만 있으니 성격이 삐뚤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무튼 간에 개그도 적당히 섞여 있고, 뭣보다 한글의 우수함이랄지 표현에서 거침이 없는 게 굉장히 흥미롭다. 시놉시스에서 언급된 클리셰를 뒤튼다 답게 용사물의 정도를 걷지 않는 것도 흥미롭고. 다만 회귀물에서 조심해야 될게 앞에서의 잘못을 바로 잡아가면서 똑같은 진행을 보여줄 때 식상함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1권에서는 이와 관련된 식상함은 찾을 수 없긴 하다. 근데 주인공이 지구로 귀환하기 위해 벌이는 악당 짓은 좀 인위적인 느낌도 없잖아 있다. 마치 내 경험치나 되라는 듯, 잘 닦여진 길 위를 걷기만 하고 고생은 전혀 없는, 회귀하면서 기억이 리셋되지 않다 보니 그에 따른 회귀전의 경험을 기반으로 어디에 가면 뭐가 있다는 걸 알고 시작하는 통에 후반으로 갈수록 흥미는 조금식 하락하는 그런 면이 좀 없잖아 있다.


맺으며: 그래도 일본 라노벨과 견주어 손색이 없을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준다고 자부한다. 필자가 국산 라노벨을 거의 접하지 않아 평은 못하겠는데 이 정도면 일본에서도 먹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사실 이런 언급 자체가 이미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긴 하지만. 어쨌거나 일본 작품에서는 거의 못 봤던 '불효 자식'이라느니  한 명의 용사가 용사 다운 모습을 보이자 그럼 '니가 선두에 서'라는 둥 유쾌한 표현이 제법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좀 보수적인 사람에겐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히로인(엑스트라 등등) 브레이커와 경험치를 위해 몰살 등도 있다. 마지막으로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8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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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따위가 마왕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며 용사 파티에서 추방되었으니 왕도에서 멋대로 살고 싶다 3 - S Novel+
kiki 지음, 킨타 그림, 조민경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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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리뷰는 뭔가 멋있게 써보려다 망한 케이스다. 그냥저냥 설명에 가까우니 굳이 읽어 보시라고 권하진 않는다.

단, 이 작품은 제목과 다르게 상당히 시리어스해서 시리어스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필자가 추천하는 작품이다.



스포일러 주의 




이번 3권을 읽는 분들은 다 읽고 표지를 다시 보면 뭔가 보이는 게 있지 않을까 싶다. 바닥의 꽃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이고 꽃잎이 흩날리는 건 영혼이 하늘로 올라간다는 의미, 먹구름이 흩어지는 건 올라가는 영혼을 받아들인다는 의미, 남자는 각오를 다지고, 여자는 미련이 없어 보인다. 이번 이야기는 그런 이야기다. 이들은 주인공도 여주인공도 아닌 서브 캐릭터로서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히로인인 플럼의 동료와 동료의 옛 부인이다. 이번 3권 에피소드의 주제는 이것이다. ""죽은 줄 알았던 사랑하는 사람이 어느 날 살아 돌아온다면". 정말로 사랑했고, 무기력하게 빼앗길 수밖에 없었던 지난 과거. 지키지 못했다는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온 남자가 살아 돌아온 와이프의 해맑은 웃음을 보았을 때, 이번 이야기는 거짓된 삶인 줄 알면서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절함과 거짓을 끝낼 수밖에 없는 아픔이 공존하는 에피소드라 하겠다.


불량품이라고 버려졌던 '잉크'를 거둬들여 심장을 이식함으로써 잉크는 더 이상 인간병기로서 불안한 삶을 살지 않아도 되었다. 이로써 '에타나'와 더블어 '잉크'까지 눌러 앉는 통에 집은 제법 북적이기 시작한다. 플럼의 한때는 노예로 전락해 어떻게 되나 싶었던 삶은 의외로 잘 풀려가고 있다. '밀키트'와의 관계는 날로 발전해서 이젠 한 이불 덮고 자는 사이가 되었고. 그러나 교회의 마수는 플럼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또다시 그녀를 사지로 내몰게 된다. 마족 타도라는 명분으로 인체실험을 공공연하게 했던 교회의 산하기관 중 하나인 '네크로맨시'가 접촉해오면서 플럼은 본격적으로 교회와의 싸움에 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플럼이 가진 '반전'이라는 스킬은 교회의 인간병기를 무력화 시킬 수 있는 단 하나의 비책이다. 그러니 교회로서는 플럼을 그냥 내버려 둘 수가 없고, 플럼은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 시키려는 교회를 용납 못하게 된다. 참고로 교회의 희생자 중 하나가 '잉크'라는 소녀다.


죽은 자가 살아 돌아온다. 가족이나 사랑하던 사람이 살아 돌아온다면 이것보다 기쁜 일은 없을 것이다. 플럼의 옛 동료 '가디오'(표지의 남자)는 6년 전 부인(표지의 여자)과 잃었다. 부인이 눈앞에서 몸이 꿰뚫려 죽는 장면을 보고 트라우마가 되어 지금까지도 후회와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런 남자에게 부인이 해맑은 얼굴로 나타난다면, 죽기 전의 완전한 그대로 나타난다면, 온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고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면 지금 눈앞의 여자가 살아돌아온 부인이라는 걸 의심할 건덕지는 없을 것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교회는 이런 악행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른다. 교회의 산하기관 '내크로맨시'는 죽은 자에 대한 모독을 추억과 재회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산 사람을 농락하기에 이른다. '네크로맨시'가 주창하는 살아 돌아온 사람과의 재회와 행복은 그럴싸하게 들린다. '가디오'는 이성은 이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몸이 이성을 짓눌러 버린다.


하지만 덧없는 행복과 죽은 자들의 도시는 언젠가 파탄이 나게 마련이다. 신(神)의 변덕으로 온전히 소생한 것이 아닌 실험으로 소생한 몸은 어딘가 부자연스럽기 마련이고, 영혼이 없는 몸은 거짓된 삶이라는 듯 조금식 파탄을 향해 달려간다. 플럼을 손에 넣기 위해 주변인들부터 공략에 나섰던 교회는 아이러니하게도 교회는 명명백백 적이라는 인식을 심어줘버리는 게 이번 하이라이트다. 아무리 똑같이 만들었다고 해도 '사소한 차이'는 쌓이고 쌓이다 보면 산이 된다. 비로소 남자는 알게 된다. 눈앞의 여자는 내 부인이 아니라는걸, 그렇다면 더 이상 모독이 되지 않게 보내주는 게 인지상정이라는 대목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여자는 담담히 받아들인다. 이 거짓된 삶은 끝내야 한다는 걸 남자도 여자도 잘 알고 있다. 그저 옛날의 행복을 조금만 더 느껴보고 싶었을 뿐. 작가나 편집부에서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번 표지는 많은 것을 시사하고 먹먹하게 만든다.


여기서부터는 다른 이야기


이 작품은 왕도에서 그냥저냥 살아가는 이야기가 아니다. 안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우려가 있어서 대놓고 언급하지는 못하겠지만, 한마디로 표현 하라면 세기말적 시리어스라 하겠다. 대표적으로 플럼이 밀키트를 납치한 이전 주인을 살해하는 장면은 여과가 되었을 텐데도 끔찍함을 선사한다. 이번 '네크로맨시' 본거지에 쳐들어 갔을 때 실험실의 관계자들이 죽어가는 장면을 표현한 대목은 공포를 자아내기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은 그런 이야기다.


그리고 백합


대놓고 백합이라 광고한다. 이번 3권에서만 플럼과 밀키트를 제외하더라도 세 커플이 나왔다. 이것들 사망 플래그 뿌리나 싶을 정도로 농익은 모습들을 보인다. 그에 따라 이성 커플은 성립이 되지 않는다. 이번 3권에서만 두 커플이 산화해 갔다. 플럼과 밀키트는 이번 네크로맨시 사건을 해결하고 더욱 농익게 되어 둘의 분위기가 장난 아니다. 그래서 그럴까 둘의 의존증은 더욱 심해져만 간다. 조금만 더 진행되면 한쪽이 안 보일 때 울면서 찾아대는 파탄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고 할까.


플럼과 교회의 관계


1권부터 플럼이 교회와 관련이 있을 거라는 복선은 나왔지만, 이번엔 더욱 노골적으로 마치 어마금의 '라스트 오더'와 비슷한 느낌을 마구 풍겨된다. 결국 교회가 만드는 인간병기를 조종할 수 있는 혹은 그 중추에 플럼이 위치하지 않을까 하는 복선을 투하하기에 이른다. 교회가 플럼을 집착하는 이유랄지. 그녀가 가진 반전은 교회의 수장 격인 '오리진'을 무찌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서 경계하는 그런 상투적인 게 아닌 보다 근본적으로 플럼은 교회와 깊숙한 관계가 아닐까 하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이야기


용사 패거리를 왜 마왕성에 보내는지 드러난다. 교회는 거기서 뭔가를 탈환할 목적이고 용사 패거리는 이용당하고 있다는 게 밝혀지지만 그렇다고 용사는 아무것도 모른다. 알아도 할 수 있는 건 없겠지만. 마족 타도를 제1로 내세웠던 교회는 이제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는 식이다. 마치 네르프의 신인류 프로젝트처럼 뭔가를 하려나 본데 사실 플럼의 활약에 묻혀 분명 시리어스의 주인공이건만 크게 부각되지는 않고 있다. 다음에 잉크처럼 또 한 명의 인간병기가 플럼에게 합류하지 싶은데, 이번에 온갖 사망 플래그를 뿌려놓은 통에 힘들어 보인다.


맺으며: 원서가 그런지 몰라도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다. 여자이면서 "~xxx군요." 대사 끝맺음이 남자가 말하는 것처럼 끝나다 보니 마치 딴 이야기하는 듯한 이질감이 상당하다. 선입견일 수 있으나 "~xxx네요."라고 했으면 다소 부드러워졌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이야기를 너무 질질 끈다. 이번 3권은 450페이지나 되는데 그중 한 50페이지는 줄여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러다 보니 긴장감이 끊겨서 몰입도에 약간 지장을 준다. 다만 싸울 때나 현장 상황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공포를 조성하는 능력은 수준급이다. 등장인물들 간 감정 표현도 풍부한데, 가령 플럼이 밀키트에게 좋아한다고 말하는 대목은 그야말로 그 나이대의 풋풋한 느낌을 들게 하여 흐뭇하게 한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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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공작으로 전생했으니까, 이번엔 너에게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어 8 - Novel Engine
아이다 리즈무 지음, nauribon 그림, 박경용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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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와 긴 글 주의, 별로 재미없으니 굳이 안 읽어도 돼요.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집과 명예와 부와 출세를 버리고 오직 한 여자만을 바라보고 개망나니 짓을 해왔던 주인공 '데닝'이라는 쥐구멍에 드디어 햇빛이 비치기 시작한다. 아무리 간접적으로 표현해도 '난닷데?!' 여자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망국의 공주 '샬롯'에게 드디어 고백하는데 성공한 데닝은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 끓는 점을 도무지 짐작조차 못하는 이 여자(샬롯)에게서 어떤 매력을 느꼈기에 모든 걸 버리고 올인하게 되었는가는 솔직히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바람의 대정령(지금은 길고양이화 되어서 굴러 다닌다) 뒤에서 칼을 드리밀고 '그녀(샬룻)을 울리면 재미없어!'라는 협박에 마지못해 응했다는 걸 얼핏 읽은 적이 있는데 사실이야 어떻든 데닝 그 자신도 샬롯에게 푹 빠져 있었으니 이젠 어떠랴 싶다.


데닝은 지금 행복에 겨워 죽는다. 비록 살 찌우라고 거위 간 키우듯 먹을 걸 목구멍에 쑤셔 넣는 일을 당해도 말이다. 샬롯은 이전부터 은근히 질투가 심했다. 데닝의 마음은 알아주지 않으면서 자신의 마음을 알아 주지 않는다고 분개하면서 대들기도 하고, 살 빼라고 독약을 만들어 목구멍에 쑤셔 넣더니 이젠 살 찌우라고 음식을 쑤셔 넣는다. 그래서 그녀의 끓는점을 특정할 수가 없다. 그동안 데닝은 대도적을 잡아내고, 마물떼를 소탕하고, 드래곤을 퇴치해서 학원을 구한 영웅으로서, 북쪽 지방 거대 국가 도스톨 제국의 침공을 막아내는 등 데닝의 전과는 마왕을 무찌르는 용사라 할지라도 범접하지 못한다. 이에 왕국을 이끌어가는 여왕이 직접 행차해 딸(공주)의 가디언이 되어 달라고 할 정도로 출세를 하였다. 그러고 보니 왕녀를 두 번이나 구해주고 여왕도 구해준 이력도 있다.


이 정도면 학원에서 인기스타가 되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샬롯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괜히 이웃나라(지금은 망했음)의 공주라고 알려주는 바람(어릴 때 나라가 망해서 자신이 공주인 줄 모르고 자람)에 헛바람이 들어갔는지 원래 종자와 귀족은 맺어질 수 없음에도 마치 첫 번째 부인인 것마냥 데닝의 주위에 여자들이 못 오게 하는 질투가 대단해진다. 하지만 대놓고 으르렁거릴 수는 없다. 그래서 나온 답이 데닝을 예전 돼지처럼 만들면 인가기 식겠지 하는 1차원적인 생각으로 데닝에게 음식을 목구녕으로 쑤셔 넣는 게 이 작품의 첫 번째 백미다. 노골적으로 뚱뚱해져야 된다며 음식을 대령하는 호러의 상황에서 샬롯 앓이 하는 데닝으로서는 거부할 권리가 없다. 자, 그래서 그럴까.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을 만난다면 교감을 안 할 수가 없겠지 하는 게 이번 8권의 주된 이야기다.


절대적 힘을 자랑하는 어둠의 대정령을 물러나게 하고, 북방을 다스리는 도스톨 제국과의 우호조약 비슷하게 해서 전쟁을 막았더니 왜 그 나라의 제2왕자가 학원에 유학을 오는지 데닝으로서는 이해 불가능 영역이다. 오만 방자함과 자신감 충만함으로 학원에 진출하자마자 트러블 아이콘으로 등극해서 학원 전체를 무기력하게 만들어 버리는데 제2왕자 '네온'과 그의 종자 '스즈(표지 모델이다)'의 출현은 데닝에게 있어서 혹은 샬롯에게 있어서 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친구 찾아 여기까지 왔다는 네온의 말에 절대로 관여하지 않겠노라고 다짐을 하지만 진(眞) 주인공 '슈야'의 폭주로 인해 늪에 빠진 놈에게 바짓가랑이 붙잡혀 같이 빠져 가듯 휘말려 가는 게 압권이다. 친구 찾기는 자기 나라에서나 하지 뭐 하러 왔을까. 수행원이라곤 종자 스즈 밖에 없는 것도 이상하다.


그래서 휘말리지 않게 조심하고 있건만 시대는 영웅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내가 안 가면 상대가 올 뿐이니까. 네온은 데닝에게 관심을 보인다. 불쌍하게도 친구 찾아 머나먼 타국 학원까지 찾아왔건만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는다. 이야기는 여기서 1막이 끝나고 2막이 시작된다. 네온이 왜 학원을 찾아오게 되었는지 슬슬 복선을 띄우기 시작한다고 할까. 어째서 종자 한 명만 대려 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종자가 주인을 위해서라면 마치 불에도 뛰어들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어렴풋이 이야기의 윤곽이 잡혀간다. 이게 참 작가의 필력은 대단하지 않는데 구성 짜임새는 대단하다고 할까. 아무튼 네온은 자신에게 대드는 슈야에게 관심을 보이고 슈야의 정체가 들통나면 큰일이기에(도스톨은 적국이다) 관심을 자신(데닝)에게 돌리면서 뜻하지 않게 네온의 과거와 지금의 상황을 알아가게 된다.


거기엔 데닝이 있었다. 데닝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모든 걸 버린 전적이 있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때론 많은 걸 버려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왕자라는 간판은 쉽게 버리지 못한다. 도스톨에서 태어날 때부터 권력의 다툼에서 살아남기 위해 네온은 처절한 싸움을 해왔다. 그러다 스즈를 만나게 되었고, 오로지 적들밖에 없는 나라에서 오로지 단 한 명의 아군을 만났을 때는 과연 어떤 기분이었을까. 모든 걸 버리고, 모든 걸 포기하고, 오직 그녀만을 바라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네온은 제2의 데닝이 되고자 했던 거다. 이것이 밝혀지면서 데닝은 그동안 관여하기를 거부했던 것에서 관여하기로 마음을 바꾼다. 거기엔 나 자신이 있으니까. 이 과정이 백미라고 하면 어감이 좀 이상하지만 클라이맥스라고 해도 되겠다.


이번 이야기에서 눈여겨볼 것은 당연 '스즈'라 하겠다. 처음엔 데닝을 싫어하며 으르렁거리고 독설을 내뱉는 모습은 여간 짜릿한 게 아니다. 독자로 하여금 변태적인 느낌을 들게 하는 뭔가가 있다고 할까. 그런 반면에 사물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해서 쪼그리고 앉아 풀을 관찰한다든지 하는 귀여움도 내포하고 있다. 그런 귀여움과 달리 그녀의 싸움 실력은 초일류다.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본국에서 보내오는 암살자들을 상대로 홀로 싸워 가는 용기는 대단다하고 하겠다. 그리고 진짜배기는 그녀의 정체에 있다. 그녀의 정체에 관해 밝혀지고 네온의 진의가 밝혀지면서 최고의 클라이맥스를 선사한다. 관여하기 싫어했던 데닝이 후반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게 되는 것도 다 그녀의 정체와 일편단심 숭고한 정신에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맺으며: 진부하지만 이번 테마를 정하라면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네온과 스즈의 관계가 드러나면서 초반 네온이 왜 온갖 민폐짓을 다 하고 다닐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된다. 사람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일 거 같았던 네온은 사실 누구보다도 순정파였다는 걸, 사실 닭살도 돋는다. 이런 점이 이 작품의 매력이 아닐까 싶지만. 아무튼 이런 점 말고 이 작품의 매력을 꼽자면 귀찮은 건 남에게 떠 맡기자는 마인드가 또 일품이다. 트러블을 일으키는 네온을 어찌하지 못해 데닝에게 달려가 어떻게 해달라는 학생들의 이기심이라든지. 뒤에서 욕하고 앞으로는 칭찬하는 등 속물적인 현실 미도 재미있다. 좌우지간 샬롯의 얀데레도 볼만하고. 다음 에피소드(9권)는 더욱 피를 부르는 에피소드가 아닐까 하는 예고가 나와서 더욱 흥미진진해진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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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향신료 22 -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아야쿠라 쥬우 그림, 박소영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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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와 호로에게 있어서 양아들이나 다름없었던 '콜'이 세상을 바로잡고자 길을 떠난 지도 상당한 시일이 흘렀다. 이들의 딸내미 '뮤리'는 미래의 서방님 콜을 쫓아가버렸고. 산중에서 온천 여관을 열어 여행과 여생을 여기서 끝내기로 했던 이들은 둘의 안부가 궁금하여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다. 그런데 10여 년 넘게 행상을 그만뒀던 로렌스에게 있어서 여행은 새로운 만남 같은 두근거림은 없고 몸이 녹슬어 불도 못 피우는 구박데기로 전락해버리는 게 여간 웃긴 게 아니다. 호로는 생각 날 때마다 놀려 먹기 바쁘고.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왔더니 이놈의 애시키들이 글쎄 세상을 뒤집어 놓고 있다. 콜과 뮤리는 교회를 개혁한답시고 벌집을 쑤셔 놓은 통에 가는 곳마다 그 영향권에 들어 있어서 골머리를 앓는 정도가 아니다.


이번에 그 뒷수습을 위해 이들과 마찬가지로 먼 길을 달려온 호로의 천적 '엘사'가 등장한다. 주근깨가 인상적이었던 원리원칙의 소녀가 어느새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다. 로렌스와 호로는 교회의 의뢰를 받아 저주받은 산을 조사하기 위해 어떤 지방을 찾는다. 거기서 엘사와 맞닥트려 저주받은 산을 둘러싼 소문과 진실을 파헤쳐 간다. 엘사는 파견 나와서 쇠락해가는 이 지방을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 중이었고, 마을의 부흥을 위해 산을 팔아야 하나 세간엔 저주받았다느니 들어가면 돌아오는 사람이 없다는 둥 흉흉한 소문이 끊이질 않는 산을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전전긍긍 중에 로렌스와 호로가 찾아온 것이다. 엘사에게 있어서 천군만마를 얻은 거나 다름없다. 다만 호로에게 있어서는 늘 원리원칙을 내세우는 데다 골수 교회파인 엘사가 달갑지만 않다.


그야 호로는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고, 인간이 아닌 자는 이단으로서 화형을 시키는 게 교회의 본분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매사 깐깐하고 규칙과 검소함으로 살아가는 엘사와 반대로 술을 옆에 끼고 고기만 찾아대는 방탕한 생활을 하는 호로가 어울릴 리가 없다. 그래도 엘사는 로렌스와 호로의 결혼식 때도 와줬고 십수 년 전에는 궁지에 빠진 엘사를 호로와 로렌스가 도와줬기도 해서 으르렁거리는 사이라도 원수지간은 아니다. 그래서 이들의 묘한 신경전이 이 작품의 백미 중 하나라 하겠다. 어쩌면 엘사는 호로를 다루는데 일가견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고기라면 사족을 못 쓰는 호로에게 그녀는 마을에 가서 토끼 좀 받아 오라고 심부름 시키는 대목이 있는데 호로는 두말 않고 쪼로로 쫓아가서 받아온다. 평소엔 내가 왜?라는 게 호로의 성격이다.



호로는 살던 고향에서 쫓겨났다. 인간의 개발에 밀려 산이 황폐해지고 오염되고 더 이상 살 곳이 못되어 일족은 뿔뿔이 흩어지고 만다.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도 이젠 돌아갈 수도 없다. 그 아픔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1부에 해당하는 17권까지의 여행이 그녀의 고향을 찾는 여행이었으니까. 그것이 눈앞에서 되풀이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이 산에는 '다람쥐'가 살고 있다. 그 산은 철광산과 소금광산의 채굴로 황폐해졌고 채굴이 끝나자 산은 버려졌다. 마을이 쇠락한 원인도 여기에 있다. 풀 한 포기 없을 거라는 생각에 찾았던 산은 어찌 된 일인지 녹음을 되찾고 있다. 질서 정연하게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이 산은 저주받은 산이라고 소문난 산이다. 들어간 자는 살아서 돌아오지 못하는 곳이라고 한다. 그런데 '도토리' 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자신이 살던 산이 황폐해져 가는 것을 두고 볼 수밖에 없을 때의 고통은 누구보다도 호로가 잘 알고 있다. 이 산에는 다람쥐가 살고 있다. 다람쥐는 사람이 아닌 자다. 우직하게 사람들이 떠난 곳을 지키며 나무를 심어왔다. 다람쥐는 떠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호로는 가슴이 더욱 먹먹해진다. 그런데 지금 엘사는 이 산을 팔려고 한다. 팔아야 마을이 굶어죽지 않기 때문이다. 교회의 말석을 차지하는 그녀로서는 사람들이 고통받는 걸 두고 볼 수는 없다. 로렌스와 호로는 산이 왜 저주받았다고 소문이 났는지, 들어간 자는 살아서 돌아오지 못하는 소문이 도는지 알아간다. 거기엔 호로보다도 더욱 기구한 삶이 기다리고 있다. 다람쥐는 떠나간 어떤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벌써 60념 넘게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 시대의 사람은 그리 오래 살지 못한다. 호로에게 로렌스가 있듯이 다람쥐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한다.


다람쥐는 그 사람을 기다리며 우직하게 황폐해진 산을 가꿔왔다. 하지만 인간이 아닌 자들 중에는 현명한 자들이 많다. 시간의 흐름은 똑같지 않다는걸, 호로는 이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가슴이 아픈 것이다. 산을 팔아야 마을이 산다. 산에는 다람쥐가 있다. 언젠가 돌아와 줄 사람을 기다리며 지금도 우직하게 산을 가꾸고 있다. 이것이 플러스가 되어 산은 좋은 값에 팔릴 거라 한다. 로렌스는 다람쥐가 떠나지 않으면서 산을 팔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호로가 떠나라고 하면 다람쥐는 떠날 것이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을 다른 산에 가서도 기다릴 것이다. 필자는 이 부분에서 정말 가슴이 아려와서 못 읽을뻔했다. 자, 로렌스는 서로가 윈윈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그 열쇠는 호로에게 있다.


도토리 빵이 나온다. 다람쥐가 선물한 어마어마한 양의 도토리를 받아 어찌할 수 없었던 엘사는 갈아서 빵을 만든다. 호로는 질색을 한다. 이게 또 여간 웃긴 게 아니다. '인간'의 모습을 한 다람쥐는 호로에게 없는 것이 있다. 그래서 호로의 기분은 언짢아진다. 둘이(호로와 다람쥐) 처음 만났을 때도 여간 흥미진진한 게 아니다. 자신들을 훔처보고 있는 다람쥐를 물어다 로렌스 앞에 내려놓는 거라든지, 늑대 모습의 호로에 쫄아서 머리를 땅에 박고 안절부절 못하는 다람쥐가 여간 귀여운 게 아니다. 그렇기에 호로는 다람쥐를 도와주려고 한다. 쫓겨나버린 자신의 과거를 다람쥐에게서 보게 된 그녀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다람쥐가 비록 보답받지 못하더라도...


맺으며: 긴 시간을 살아가야 되는 자들의 회환을 그리고 있다. 18권부터 줄곧 이래왔지만 이번 에피소드는 유독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알면서도 마치 인정하면 모든 게 끝나버릴 거 같은, 호로는 다람쥐에게서 자신의 미래를 보게 된다고 할까. 그래서 매일을 충실히 살아가려는 호로를 보고 있으면 쓸쓸한 기분이 들곤 한다. 작가가 이런 부분에서 표현력이 좋다고 할까. 아무튼 엘사에게 기를 못 피는 호로도 재미있고, 천진난만한 다람쥐에게선 힐링이 되는 어리바리와 이별의 아픔이 동시에 전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외전에서 개들의 왕이 된 뮤리의 활약도 볼만하다. 부모가 찾으러 온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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