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 11 - L Novel
시라코메 료 지음, 타카야Ki 그림, 김장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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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대 스포일러 주의, 긴 글 주의






1~2권만 더 나오면 결판날 거 같다. 대미궁 [빙설 동굴]을 끝으로 모든 신대 마법을 손에 넣는데 성공한 주인공 일행은 이제 지구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모두 마쳤다. 하지만 들뜬 마음은 곧 절망으로 바뀌게 된다. 마족 '프리드'가 사도 500마리를 이끌고 이들 앞을 가로막는다. 프리드는 신대 마법을 손에 넣은 강자다. 주인공과 대립하며 결전을 치렀지만 무승부로 끝날 만큼 강한 존재다. 한때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 주인공 편으로 돌아설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낳았으나 결국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아 아쉬운 캐릭터다. 그는 마왕이 주인공 일행을 초대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들을 구속하려 하나 한 성격하는 주인공이 들을 리가 없다. 


그래서 준비한 게 '인질'이다. 그동안 말도 안 되는 주인공의 실력을 봐온 프리드로서는 그를 구속하기 위해 왕성에 남아 있던 선생님과 떨거지 용사들을 인질로 잡고 어떻게 할 거냐는 협박을 해온다. 하지만 그들(선생님 빼고)의 지난날의 과오를 알고 있는 주인공으로서는 뜨끈 미지근하다. 그래서 또 하나 준비했다. 바로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뮤'와 뮤의 어머니다. 뮤와 뮤의 어머니는 주인공에게 있어서 역린이다. 이렇게 인질이 등장하게 되면서 주인공이 그동안 간과했던 점들에 대한 벌을 받게 된다고 할까. 사실 주인공 입장에서는 무능력자라고 놀림을 당하고, 질투에 사로잡힌 남학생에 의해 나락으로 떨어진 시점에서 반 아이들이 어떻게 되든 내 알 바 아니게 되었다.


게다가 반 아이들은 반란을 일으켜서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기도 했으니까. 이런 애들이 뭐가 이뻐서 인질이 되었다고 구해줘야 하는가. 이 점은 마왕성에 연행되고 그들을 만난 자리에서 '왜 너희들을 우선시해야 되는데'라는 말에서 주인공의 마음이 어떤 건지 잘 알 수 있다. 여기서 주인공이 간과했던 점이 바로, 마족이 대규모로 침공해오고 사도가 나타난 시점, 그리고 아이들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 그나마 선량한 아이들을 골라서 제대로 된 무장이나 도망갈 수 있는 방편을 마련해두지 않았느냐다. 반란을 일으킨 무리 중에 '에리'가 도주한 시점에서 뮤와 뮤의 어머니를 숨겼더라면 미래는 바뀌었을까.


이쯤 오면 마왕은 왜 주인공 일행에게 집착하는가 하는 의문을 던지게 한다. 없앨 뿐이라면 사도를 이용해 물량전으로 밀고 가면 이 작품이 아무리 주인공빨로 먹고 산다지만 없앨 수는 있을 것이다. 이전에 사도 한 마리에게 총력전을 펼쳤음에도 거의 패배나 다름없는 굴욕을 주인공에게 안겨준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사도가 500마리를 동원하고도 사로잡는데 집착하는 이유. 뮤가 인질로 잡힌 시점에서 주인공이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런데 마왕성으로 강제 연행된 주인공 일행 앞에 나타난 건 죽은 줄만 알았던 '유에'의 숙부다. 유에에게 있어선 나라를 배신하고 자신을 나락에 봉인한 철천지 원수나 다름없다. 그런 숙부가 마왕이 되어 이들 앞에 나타난다.



경고: 스포일러 주의



주인공이 그동안 했던 행동의 결과가 총집합된다. 히로인 중 한 명인 카오리가 자신의 주변의 공기를 살피지 않는 우둔함에서 시작된 나비 날개는 주인공을 나락으로 떨어트렸다. 거기서 봉인된 유에를 해방하지 않았다면, 어떻게든 지상으로 올라와 반 아이들을 몰살해버렸다면, 지금의 마음이 찢어지는 고통은 당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주인공 일행이 마왕성에서 초대된 이유, 그들 앞에 나타난 유에의 숙부가 가지는 의미는 무얼까. 자신을 권속신(神)으로 소개하는 숙부의 말에 나비 날개는 태풍이 되어 되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주신(神) 에히트의 강림은 절망이 무엇인지 이들, 주인공 일행에게 똑똑히 각인시킨다. 에히트의 목적은, 마왕성에 초대된 목적은 '유에'의 납치였다. 이유? 이건 진짜 스포일러인지라 12권 리뷰에서 언급해보겠다. 아무튼 주인공 일행은 그동안 한 번도 맛보지 못했던 패배의 쓰라림을 겪게 된다.


사실 주인공 일행이 어디에 처박혀 있던 신의 눈길을 피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늦든 빠르든 유에의 납치는 예정되어 있었고, 뮤와 뮤의 어머니를 어디에 숨기든, 신대 마법을 넘어서 개념 마법까지 만들어낸 주인공이 손한 번 못 쓰고 당하는 시점에서 반 아이들을 강화 시킨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었다. 문제는 이렇게 당하고 나서 더욱 파워업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건데, 진작에 좀 머리 썼으면 어땠을까. 새로운 적이 나타나 싸우며 강해지는 것이 아닌 주인공이 간과했던 점에서 아이러니하게 강해진다고 할까. 즉, 에히트를 얼마나 간과했는지 잘 나타내기도 한다. 요컨대 에히트를 간과한 참사라고 하겠다. 그런데 이런 점을 작가는 표현하지 않는다. 물론 이런 점들이 소년 영웅물의 클리셰이기도 하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반 아이들은 주인공을 무능력자라고 비웃는다. 히로인 카오리가 주인공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는 이유로 그들은 질투심에 주인공을 나락으로 떨어트려 버린다. 이세계 소환되었다고 다 강해지는 건 아니라지만 끝끝내 싸우길 포기하고 방구석 폐인처럼 왕성에서 처박혀 있다가 잡혀왔다. 인질이 된 이들을 지키기 위해 카오리는 결사의 마음으로 사도를 막는다. 티오는 죽음을 불사한다. 주인공은 에히트와의 싸움에서 힘 한번 못 쓰고 만신창이가 되어 간다. 이렇게 주인공 일행들이 자신들 때문에 마왕성에 잡혀와 고초를 겪고 있음에도 구해준 주인공에게 고마운 마음은커녕 여전히 자신들만 우선시 해달라는 것에서 사죄의 마음을 가지는 건 아무나 못한다는 걸 알게 해준다. 용사 코우키는 결국 곁에서 그렇게 바로잡으려 노력했음에도 비웃듯 타락해버리는 장면에서는 씁쓸한 감정을 들게 한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왕성에서 대량의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간 '에리'가 신(神) 에히트의 편에 서서 돌아오게 되는데, '스즈라'는 여학생이 친구라는 이유로 그녀(에리)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다. 에리는 용사 코우키에 빠져 미치광이가 되어 있다. 오로지 용사만을 사로잡아 자신의 인형으로 만들고 싶었던 에리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고통을 받았다. 어쩔 수 없는 희생이 아닌 어쩌면 마왕보다도 더 잔혹한 짓을 저질렀음에도 그에 따른 사죄를 시킨다거나 죄를 묻는 게 없다. 작가의 윤리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픽션은 픽션으로 대해야 하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 픽션의 파급효과를 생각해보면 마냥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기도 하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건 세상 이치라는 걸 메시지로 넣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맺으며: 12권은 유에 탈환이 되겠다. 이번 이야기는 잃고 나서야 알게 되는 소중함이 더욱 부각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미친 듯이 울부짖는 주인공이 인상적이다. 그런데 그건 그거고, 역시 남자는 능력빨인가 보다. 신(神) 에히트와 1차전이 끝난 후 새로운 히로인들 반응이 장난 아니다. 모두가 주인공을 바라보며 홍조를 띤다. 물론 그만큼 주인공이 노력하고 있으니까 이유 있는 반응들이라 하겠다. 흡혈귀, 토끼, 왕녀에 이어 선생님도 하렘으로 들어온다. 베리에이션이 참으로 풍부하다. 용사가 멋대로 생각하는 것뿐이라지만 용사가 짝사랑하는 시즈쿠까지 합류하고(사실 용사가 삐뚤어진 원인 중 하나), 엑스트라로 활약 중인 반 여자애들도 꺅꺅~. 뮤의 어머니는 벌써부터 부인 행세에다 목욕탕에서 등까지 밀어주는 지경인데 동인지에서도 이렇게 막 나가지 않는다. 그에 따라 소소한 이야기까지 마구 집어넣어놔서 솔직히 이런 이야기가 필요하나?라는 의문도 마구 생긴다. 앞에서 에히트와 싸울 때 잡아놨던 무거운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어진다. 필자가 한번 이 작품에서 하차한 이유가 불판 위에 올라간 오징어같이 사람 몸을 배배 꼬게 만드는 글씨체 때문인데 또 넣어놨다. 그것도 거의 200페이지 이상으로. 이번 리뷰가 늦어진 원인이 이거다. 오글거려서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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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인 내 스테이터스가 용사보다도 훨씬 강한데요 2 - Novel Engine
아카이 마츠리 지음, 토자이 그림, 도영명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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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명의 학생들이 이세계로 소환된다. 전형적인 레퍼토리로 마왕을 무찔러 달란다. 이세계를 동경하고, 되지도 않는 정의감에 사로잡혀 있던 아이들은 애들 장난처럼 도와주자고 설레발을 친다. 연필 깎는 칼에 배여도 죽을 만큼 아프다는걸, 보건실에 가서 붕대를 처바르는 자신들이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어디 소풍 가는 생각으로 들떠 있다. 주인공은 그런 아이들에게서 위화감을 느끼고 이탈을 선택한다. 하지만 소환 주체였던 왕녀가 이를 눈치채고 목숨을 위협하자 도망친 끝에 미궁 나락에 처박히는 신세로 전락한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을 도와줬던 기사단장이 목숨을 잃고 그 죄까지 뒤집어써버린다. 뭔가 영화 같은 이야기 아닙니까? 어쨌거나 미궁에서 슬라임에 삼켜져 있던 엘프 왕녀 '아멜리아'를 구출한 후 그녀의 고향 마을에 입성하게 된다. 도착해보니 인간족만 생각하면 머리 아파 죽겠는데 아멜리아의 고향 엘프국(國)에서도 뭔가 개차반 같은 일이 벌어진다. 하지만 주인공이 해결했다.


이번 이야기는 엘프의 나라를 뒤로하고 수인국으로 넘어가 마족과의 싸움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출발부터 대담하게도 아멜리아를 납치하려는 도적들을 만나게 되고, 퇴치하고 보니 수인국이 관련되어 있다. 원래는 미궁에서 망가진 칼을 수리하러 수인국에 가려는 건데 보통 여느 작품에서도 그렇듯, 주인공이 가는 길은 곧 사건과도 연결된다. 그런데 시작부터 아멜리아가 노려지면 조심하거나 앞 일을 예상하고 그에 맞는 전술을 짜는 게 보통 아닌가? 주인공이 잘못인가, 이런 스토리를 짜는 작가가 잘못인가. 미궁에서 '요루'라 이름 붙인 마왕 오른팔과 계약을 맺어 시종마로 들일 때부터 자신은 마족과 연루되었다는걸, 마왕이 주인공을 만나고 싶어 하고 있다는 요루의 말을 들었을 때 경계는 당연한 거 아닌가. 사실 이런 부분은 평화롭게 살아온 일본인의 위기의식 부족이나 경험 부족이라고 역설하는 것일 수 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얻게 되는 비참함은 주인공 몫이 된다.


이쯤 오면 둘(주인공과 아멜리아)의 관계는 부부 이상이다. 영화 스피드를 보면 사건으로 만난 커플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하는데, 얘들은 아직 젊어서일까. 정신을 못 차린다. 아무튼 도착해서 칼 수리에 들어가는 재료를 모으다 보니 마물들이 쳐들어오고, 아멜리아는 위기에 빠진다. 히로인 납치설이 시작된다. 90년대 롤플레잉 게임이 이렇게 시작된다. 잡혀간 왕녀나 여친 구하러 남자는 시작의 마을에서 뛰쳐나가 영웅이 되고, 용사가 되고, 개선한다. 작가는 그걸 바라나? 이와 비슷한 롤플레잉 게임으로 '루나 실버스타스토리'가 있다. 워낙 오래되어서 더 이상 구입은 불가능하겠지만(유툽에서 오프닝 곡을 들을 수 있다). 아무튼 이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점이 발생한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미 엘프의 나라에서부터 아멜리아를 노리는 존재가 있었고, 그 흑막이 수인국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음에도 아멜리아를 혼자 행동하게 놔둔다는 거다. 그녀를 이용해 함정을 파는 것도 아니다. 


물론 아멜리아는 이세계에서 모험가로서는 물론이고 그녀 자신의 능력은 출중하다. 하지만 동서고금 물량전에는 장사가 없다. 거기에 그녀보다 더 강한 마족이 나온다면 알짤없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바보다. 이미 요루에게서 납치 흑막이 예사롭지 않을 거라는 언질도 받았다. 그런데 정작 주인공이라는 놈은 자신의 칼을 고치는데 필요한 재료를 모은답시고 거기에 정신이 팔려 있다. 그러다 납치당하니까 엄청 화를 낸다. 여기까지는 좋다. 평화에 찌든 일반인에게 앞 날을 예상해 전술을 짜라는 건 가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은 실수 혹은 실패에서 배운다 했다. 자신의 미숙함을 반성하기 보다 몰려오는 마물떼에게 폭주로 맞대응하다가 마력 고갈로 기절해버린다. 뭐 이런 주인공이 다 있나 싶다. 그렇게 3일 동안 기절을 하고 깨어나 보니 마족 고위층이 관련돼있다는 걸 알게 된다. 지금의 주인공으로서는 절대 무리인 상대다. 하지만 아멜리아 없는 세상은 생각도 못하는 주인공으로서는 쫓아갈 수밖에 없다.


작가의 분위기 전환하는 능력이 빵점이다. 바로 앞에까진 주인공이 재료를 모으며 벌어지는 개그를 풀어 놓더니 한 장 넘기니까 상황이 지옥으로 변해 있다. 갑분싸라는 신조어가 있는데 딱 맞는 장면이 펼쳐진다. 더욱 웃긴 건 주인공의 마음이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 지구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같이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그녀에게 목매면서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마음을 내비친다. 갈등으로서 연인을 선택할지 편찮은 엄마와 미덥지 못한 여동생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갈지를 선택하라는 분기점이 온다면 주인공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하는 그런 이야기를 준비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분위기 전환하는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이 두 개를 놓고 갈등하는 것이 아닌 따로따로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아멜리아 입장에서는 사실 마음 아픈 일일 것이다. 그녀는 질투심이 상당히 강한 소녀다(라고 하기엔 나이 엄청 먹었다고 하던데).


아멜리아 입장에서는 미궁에서 마물에게 먹혀 오늘내일하는 걸 구해주었고, 먹을 것도 많이 얻어먹었다. 그녀의 추정 나이는 수백 살은 되어 보이던데 그동안 변변한 남자를 못 만난 것일까. 조금의 친절에 목을 매기 시작한다. 고향에 수많은 남자들이 어프로치를 해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다. 잘생기고 인간족에게는 영웅이나 다름없는 용사의 눈길조차 외면한다. 사실 여기서 한가지 흥미로운 건 주인공을 만나 노력하는 그의 모습에 자신을 비춘다는 거다. 동생의 질투심에 많은 걸 잃어야 했고, 주위에서 떠받드는 생활을 해온 그녀에게 있어서 주인공은 자신이 그동안 노력해서 얻어야만 했던 진짜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에게 감정이입을 많이 하게 되고, 그에게서 앞으로의 이정표를 보게 된다는 거다. 그런 감정이 앞서다 보니 남에게 머리를 숙여가며 가르침을 받으려는 등 많은 노력을 하게 되고, 그러나 야속하게도 빛을 보는 것보다 운 나쁘게 마족에게 이용당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꽤 비련한 히로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이야기에서 주인공에게 큰 상처를 입혀버린 그녀의 앞날은 불투명해지기 시작한다.


맺으며: 주인공 띄워주는 장면이 많아 상당히 보기 불편해진다. 자기 잘못에 대한 반성은 없다. 그리고 후반부, 히로인 구출을 하러 가는 주인공을 보며 이번 2권 히로인 '리아'의 반응은 가관 그 자체다. 만난 지 몇 시간도 안 돼서, 마족과 싸우는 주인공을 바라보며 호감도 맥스를 찍을 기세다. 그녀의 대사중에 싸우는 주인공을 보며 "나는 천재라고 하는 인간을 처음 만났다" 그걸 읽은 필자의 반응, 개풀 뜯어먹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성질머리 못 이겨서 폭주나 하는 주인공이다. 리아가 이번 2권 표지를 장식했길래 최소 2권에서 주된 히로인 역할일까 기대했는데 단 몇 페이지만 출연해서 주인공 떠받드는 역할뿐이라니. 어쨌건 동정은 이래서 안 되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장면도 있고, 착한 주인공이라는 클리셰란 클리셰는 다 갖다 붙여 놨다. 뭐, 어디까지나 필자의 주관적이다. 자신과의 느낀 점과 다르다고 돌팔매질은 사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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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미궁과 이계의 마술사 2 - Novel Engine
오노사키 에이지 지음, 나베시마 테츠히로 그림, 이경인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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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VR 게임하다가 도둑에게 죽은 주인공의 이세계에서 살아남기 그 두 번째 이야기다. 기억을 찾고 보니 자신이 하던 게임 세계관이란다. 주인공은 기억을 되찾기 전, 귀족가에서 서자로 태어나 온갖 설움을 다 받았고, 5살 때 어머니마저 돌아가시자 의지할 곳 없이 종자 흡혈귀 하프 소녀 '그레이스'와 둘이서 삶을 꾸려왔다. 그러던 그의 나이 13살이 되던 날, 본처의 자식이 죽으라고 떠민 결과 강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그때, 그는 전생의 기억을 되찾게 된다. 그리고 바로 집구석과는 의절하고 그레이스와 길을 떠나 미궁(던전)이 있는 경계의 도시 탐윌즈로 향한다. 이번 이야기에서 주인공 어머니의 정체가 무엇인지 밝혀진다. 세상은 그의 어머니를 마인(魔人)들에게서 사람들을 지킨 성녀로 받들고 있다. 그럼에도 주인공 본가에서는 어머니를 첩으로 취급하고 아들을 서자 취급 중이다. 전형적인 이세계인들은 똥 멍청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렇게 주인공 과거의 삶은, 콩쥐와 팥쥐처럼 불행과 차별과 학대로 점철되어 있다는 전재를 깔고 간다. 이런 설정들은 사실 엔터테인먼트에서 일부 소비자들의 욕구를 반영한 결과 중 하나라고 할까. 현실에서 불행하다고 느끼는 나와 빗대어 성공하는 미래를 꿈꾸는,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것에서 좋은 소재거리가 된다. 즉, 등장인물에게 감정이입하게 하는 제일 좋은 방법이 이런 설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하렘도 빼놓을 수 없으며, 능력적인 면에서도 이세계 똥 멍청이들보다 강하다는 측면을 보인다. 이는 현실에서 노력하지 않는 자들이 내가 마음만 먹으면 누구보다 능력적으로 우수하고 여자들도 줄을 선다는 허왕 찬란한 마음을 대변한다고도 할 수 있다. 어째 어그로성이 짙긴 한데, 노파심에서 말하지만 노력해서 성장하는 타입의 주인공은 논외다.


아무튼 주인공 테오도르와 그레이스는 탐윌즈에서 모험가 등록을 하고 살아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간다. 그리고 주인공에게 도움을 받아 집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된 '애슐리'도 그의 하렘 2호로서 주인공과 함께하게 된다. 주인공 나이 13살이다. 벌써 다 같이 목욕도 하고 같은 침대를 이용한다. 이렇게 대놓고 염장 지르는 작품도 또 없을 것이다. 물론 일선을 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될 테니까. 그리고 하렘은 끝이 아니다. 이번 이야기는 '실라'라는 이름의 고양이 수인이 주인공에게 친구를 찾아 달라는 의뢰를 하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을 업신 여기는 귀족이 등장하고, 그 귀족이 사건에 연루되어 있는 전형적인 이야기를 풀어간다고 할까. 문제는 이런 작품이 다 그렇듯 주인공 손에 걸리면 해결되지 않는 사건이 없다. 


사건을 캐다 보니까 마인(魔人)이 관련돼 있고, 전투가 일어나는데 마인은 그냥 찌부러진다. 정의의 주인공이 있고, 악당이 있다. 그 어떤 작품이고 간에 악당이 주인공을 이긴다는 건 있을 수 없다. 문제는 얼마만큼의 활약을 펼치느냐이고, 이 작품은 그런 면에서 기대하는 건 좋지 않다. 실패 없이 성공하는 작품은 많아도 실패에서 배우는 작품은 정말 드물다. 사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을 비웃을 수는 없을 것이다. 흐름을 그냥 따라가는 것뿐이니까. 아무튼 뭔가 하지도 않았는데 사건은 해결된다. 주인공을 업신여기던 귀족을 어떻게 찌부려트려 줄까 내심 기대했는데 작가가 이런 부분에서는 좀 허술한 편이다. 그렇게 고양이 수인 실라는 친구를 찾는다. 또 노파심에서 말하지만 이건 엔딩이 아니다. 주인공은 사건을 해결하고 '실라'라는 새로운 하렘 3호를 영입하게 된다.


근데 일이 점점 커지고 있다. 마인을 처치했더니 기사단에서 시기와 질투를 내보인다. 자기들은 못하는데 주인공이 해냈다는 것에서 오는 추잡한 마음을 내비친다는 거다. 이런 점도 사실 독자들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전형적인 흐름이다. 요컨대 주인공이 그런 옹졸한 놈들을 밟아줄 때 느끼는 쾌감을 느껴보라는 거다. 국왕은 국왕 나름대로 주인공을 불러다 치하의 한 말씀을 내리는 등 주인공의 인맥이 날로 늘어간다. 그리고 멍청한 기사단이 모험가 등 다른 사람과 공조를 하지 않은 채 공적을 원했는지 마인(魔人)에게 덤비다 몰살 당해놓고 그걸 칭송하는 꼬라지는 희극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와중에 제4왕자도 주인공과 친구 먹고 주인공을 이용해 뭔가를 하려는 등 주인공을 중심으로 해서 이야기는 점차 커져만 간다.


그 외의 이야기는 사실 별다른 건 없다. 이세계 지침서마냥 던전에서 어떻게 사냥해야 되는지, 마력을 다루는 것등 장황한 설명이 가득하다. 그러다 위기에 빠진 모험가들을 구출도 하고, 약초도 뜯고, 겸사겸사 마인(魔人)이 던전에서 뭔가를 노리고 있다는 알기 쉬운 복선도 던진다. 주인공은 그런 마인들을 막아서며 세계의 위기를 해결하게 될 테고. 지금은 히로인들과 던전에 들어가 마물을 사냥하면서 능력을 키우고 있다. 위기는 없으며, 실패도 없다. 이래서 배움의 효과가 있긴 하나 의심이 들지만 뭐 어떠랴 싶다. 이쯤 하렘 4호를 영입하게 되는데 무려 여성형 마물이다. 이제 하다 하다 마물에게까지 손을 뻩친다. 인간으로 변신이 가능한 '리미아'라는 마물이다. 주인공을 업신여기던 귀족이 일으킨 사건의 피해자다. 주인공이 구해주게 되면서 같이하게 된다.


이렇게 자꾸만 늘어나는 주변인들을 챙기며 주인공은 바쁜 나날을 보낸다. 


맺으며: 결국 이 작품은 게임 지식으로 이세계를 살아가는 먼치킨이다. 어디에 뭐가 있고, 어떤 인물인지 알고서 시작하는 튜토리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실패는 있을 수 없다. 나오는 적(에너미)도 별로 강하지도 않고. 솔직히 이번 마인(魔人)과의 전투는 싱겁기 짝이 없다. 주된 요점은 주인공이 이세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일 뿐이다. 긴장감도 없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몰입도도 사실 없다. 그저 가족으로 들인 사람과 인연이 닿은 사람을 어떻게든 지키려는 마치 어릴 적 학대를 받은 아이가 어른이 되어 주변을 과보호하는 그런 성향을 보인다고 할까. 이 과정에서 감동적인 장면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솔직히 그런 것도 없다. 근데 그런 것치고는 꾸준히 발매되어(현 8권) 걸로 보아 필자의 감성이 어딘가 메말랐을 수도 있겠다.


그건 그렇고 원작이 그런지 모르겠는데 번역 상태가 상당히 안 좋다. 등장인물의 이름을 내레이션으로 거론할 때 바로 위에서 성으로 표기했다가 바로 밑에서 이름으로 표기하는 통에 헷갈리게 하기도 하고, 차남을 동생으로 번역하질 않나. 말에 두서도 없다. 분명 앞 페이지에서 매듭을 지은 거 같은데 뒤 페이지에서 끝난 줄 알았던 대사가 이어지니까 내가 페이지를 띄워 읽었나 싶어 앞으로 다시 가보게 하는 등 글의 배치가 자기 멋대로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42페이지에서 위에선 스카우트라고 해놓고 아래에서 납치라고 언급해버리니까 헷갈리게 된다는 거다. 


이런 것도 있다. 103페이지, "미궁에서 가지고 나온 물건을 다시 가지고 돌아갔을 때 붉은 전계석을 써도 잃어버리지 않는 걸 고려하면" -> "미궁에서 가지고 나온 물건을 다시 가지고 '들어갔을 때' 붉은 전계석을 써도 '없어지지' 않는 걸 고려하면"이 맞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미궁은 돌아가는 것이 아닌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잃어버린다는 표현도 맞지 않는 게 아이템이 소멸되어 버리는 것이니까 없어지지 않는 표현이 맞다고 할 수 있다.


내용은 둘째 치고라도 표현 자체가 변해버리는 번역은 정말 극혐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원작 자체가 이렇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한데 유연하게 고쳤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필자가 잘못 알고 있고, 잘못 이해했다면 정중히 사과한다. 그게 아니라면 출판사는 일 좀 제대로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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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했더니 검이었습니다 9 - S Novel+
타나카 유 지음, Llo 그림, 신동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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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말에 가까운 스포일러 주의, 긴 글 주의






멍청한 조상 덕분에 후손이 고생하는 전형적인 예다. 좀 사이좋게 지내면 어디가 덧나는지 인간은 인간대로, 수인족은 수인족대로 서로가 우월하다고 지껄이게 되면 필연적으로 싸움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눈과 귀를 막고 주변의 말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보려고도 하지 않으니 꼰대 소리나 듣는 것이다. 그래도 서로 으르렁거리는 게 안타까워 사이좋게 지내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있다. 이번 9권에서는 인간과 수인족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가교 역할을 하려 했던 어떤 흑묘족 왕녀의 기구한 삶이 드러난다. 근데 사실 사서 고생이다. 어차피 눈과 귀를 다 막은 꼰대들에게는 뭘 말해도 통하지 않는다. 말을 해서 바뀐다면 세상살이가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왕녀가 간과한 건 어른들을 너무 물로 봤다는 것이고, 장밋빛 그림을 그린 머릿속 꽃밭이 문제였던 거다. 그래서 그런가 작가는 포인트를 엄한 곳으로 돌린다.


프란은 자신의 진화에 계기를 준 '키아라'를 찾아 수인국으로 넘어온다. 키아라는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맸던 진화를 프란이 이뤘다는 것에서 흑묘족의 미래를 보게 된다. 장장 500년이나 청묘족에 의해 탄압을 받아왔던 흑묘족에게 있어서 프란은 기적이나 다름없다. 사실 신(神)은 흑묘족을 벌하면서 진화의 조건을 내놓았긴 한데 세월이 흐르면서 소실이 되어버렸다. 그 조건이라는 게 매우 단순함에도, 이세계의 신(神)은 그렇게 야박하지 않다. 그렇다고 친절하지도 않지만. 키아라는 이번 이야기에서 마지막 불꽃을 피운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이다. 프란에게 있어서 키아라는 정신적 지주가 되어준다. 부모가 객사하고, 노예로 붙잡혀 마물의 먹이로 전락할뻔했던 프란이 스승을 만나고 여러 사람을 만나고 이별을 하면서 조금식 마음의 성장을 이뤘다곤 해도 아직은 12살 어린 애다.


하지만 응석 부릴 시간은 없다. 500년 전 망령이 자신의 어리숙함을 망각한 채 모든 수인족들을 말살하겠다고 마물을 이끌고 대규모 침공을 하기 때문이다. 이번 이야기는 청묘족을 피해 간신히 터를 잡아 숨어살던 흑묘족 마을이 위기에 빠지게 되고, 그 흑묘족 마을을 지키기 위해 프란이 나선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둘도 없는 친구를 만난다. 프란이 성장하면서 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었지만 한 곳에 머물지 못하는 프란으로서는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친구라고 불러주는 '메아'라는 소녀가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흑묘족 마을을 위협하는 마물 무리에 맞서 친구와 싸워가는 프란, 여느 이세계물이면 우정 파워로 쉽사리 정리하겠지만 이 작품은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을 험하게 굴리기로 이 작품만큼 심한 게 있을까 싶다.


아무튼 마물떼를 물리치면서 500년 전 흑묘족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실이 드러난다. 어쭙잖은 생각으로 인간과 수인족간 가교를 놓으려 했던 흑묘족 왕녀가 죽은 지 500년 만에 부활해서 자기 후손들을 말살하겠다고 한다. 어차피 인간과 수인족이 사이좋게 지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건만, 자신의 생각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뿔이 제대로 난 왕녀가 되시겠다. 그러다 인간 남자와 눈이 맞아서,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순애라도 있으면 좋았을 텐데 왕녀가 남자 보는 눈도 없다. 결국 차였고, 집안에서는 인간 남자를 끌어들였다고 극딜을 놓는다. 이처럼 불쌍한 왕녀도 없을 것이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그래서 손댄 게 사신(死神)이다. 신(神)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사신이라고 없을 리 없다. 사신의 힘을 손에 넣어 뭐 좀 어떻게 해보려고 하니까 이번엔 아빠가 그녀를 사신에게 받쳐 버린다.


보다 힘을!! 외치던 흑묘족들이 사신의 힘에 손대자 분노한 착한 신(神)에 의해 신벌이 내려졌고 그렇게 흑묘족은 몰락했습니다.


방아쇠는 왕녀가 당긴 것이지만 이유 있는 방아쇠라 할 수 있다. 사실 꽉 막힌 흑묘족 일족들에게 화가 났긴 할 것이다. 남친은 도망가 버렸지, 거기다 다른 여자랑 애까지 낳았으니 꼭지가 안 돈다면 이상한 것이다. 그래서 왕녀는 힘을 얻기 위해 사신에게 힘 좀 받았는데 그게 또 탐난다고 아빠가 딸내미를 사신에게 받쳐버렸다. 결과는 착한 신의 분노였고, 흑묘족은 탄압받게 된다. 즉, 선조(왕녀 및 왕족들)의 잘못을 후손이 짊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뭐 청묘족의 음해가 끼여 있다곤 해도 신벌을 받은 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그걸 납득하느냐는 별개다. 그래서 500년 후 누군가에 의해 소환된 왕녀는 잘 되었다는 듯이 사신의 힘으로 중무장하고 수인국을 유린하려 든다. 알고 보면 자신이 미숙해서 욕먹어 놓고, 자신을 욕했다고 죽이겠단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작가는 포인트를 엄한 곳으로 돌린다.


신파극을 원했나. 악당으로 가고자 했다면 철저히 악당으로 갔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것이 기승전결이라는 것이고 깔끔한 진행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작가는 왜, 피도 이어지지 않은 어린애를 출연 시켜서 왕녀가 이러지 않으면 안 되었다는 면죄부를 주는지 모르겠다. 프란의 고생과 나아가 흑묘족이 전원 노예로 추락할 정도로 많은 탄압과 괄시를 받게 한 원흉이 왕녀다. 꽉 막힌 흑묘족 위정자들도 한몫했다고는 해도 방아쇠를 당긴 건 왕녀다. 500년 후 이 땅에 다시 재림한 왕녀는 프란이 흑묘족 마을을 지키려 고군분투하는 장소에 나타나 압도적인 힘으로 프란 일행을 유린하게 된다. 일러스트는 쓸데없이 고퀄이다. 흑묘족을 향한 왕녀의 증오는 매우 크다. 그렇게 비춰진다. 늘 그랬듯, 프란은 이번에도 궁지에 몰려간다. 여느 이세계물처럼 주인공빨은 없다. 이 작품은 주인공을 험하게 굴리기로 유명하다.


아무튼 이번 이야기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을 꼽으라면 '키아라'라는 존재다. 평생을 종족의 비원인 진화의 단서를 찾아 전세계를 돌아다녔다. 그러다 수인국에 붙잡혀 노예로 전락하고 고생을 많이 하게 된다. 그녀는 프란을 처음 만날 때부터 친손녀로 생각하고 있다. 자신이 못했던 일을 프란이 해주었다. 그래서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오늘 내일 하던 노인이 벌떡 일어나 자신도 진화를 외치며 마지막 불꽃을 피우듯, 만약 키아라가 노예로 잡히지 않고 수인국에 붙잡혀 있지 않았다면 아마도 살아오면서 프란의 성인 버전으로서 활약을 했을 것이다. 프란의 평행세계에 있는 인물이라고 하면 그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왕녀와의 싸움은 녹록지가 않다. 증오로만 살아갔고, 죽어서도 증오에 얽매어 있는 왕녀다. 그런 왕녀를 맞이해 프란을 살릴 수 있는 일은 무얼까. 키아라는 뒤늦게 핀 꽃이다. 작가가 분위기를 다 말아 먹어서 그렇지 마지막 불꽃을 피우는 키아라의 모습은 애잔하기 그지없다.


이렇게 프란은 또 한번 정신적 성장을 이루지 않으면 안 되게 된다. 넓은 의미로 보면 프란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굳이 이렇게 해야 되나 싶은 게 필자의 본심이다. 뭔 말이냐면, 기승전결을 8권부터 내다 버리는 만행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 해치울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도 무슨 드래곤 볼의 셀도 아니고 적(에너미)은 걸핏하면 잘린 신체가 회복되고 그러다 보니 싸움이 지리멸렬해진다. 왕녀를 잘 구슬리면 우리 편으로 넘어올 것도 같은데 그렇게 분위기 잡아놓고 왜 또 싸움질인데 싶은 어이없는 부분도 있다. 사실 왕녀가 흑묘족은 물론이고 수인국을 멸망 시키겠다고는 했지만 피해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필자는 왕녀가 개심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일말의 희망을 품었다. 작가도 그렇게 표현을 했고. 그런데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입 싸악 닦고 '너 죽을래?'라며 처음으로 돌아가 또 싸움질하는 건 뭔데 싶다.


맺으며: 용두사미가 따로 없다. 왕녀라는 최악의 적을 맞이해서 절체절명의 위기라는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정작 그 왕녀의 최후는 작가가 독자들과 어지간히도 싸우고 싶은가 보다 싶을 정도로 어이가 없다. 또한 위의 신파극을 언급한 부분으로 돌아가서 왕녀의 진짜 목적은 따로 있다는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소리를 한다는 거다. 이건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은 힘든데(10권 리뷰에서 언급 가능할 듯) 철저히 악당으로 설정 해놓았다면 그렇게 흘러가던가. 왕녀 자신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에 목숨을 걸었다는 것이 좀처럼 이해도 감정 이입도 되지 않는다. 작가는 정말로 이게 먹힐 거라 생각한 것일까. 분명 기승전결을 낼 수 있었음에도 질질 끌다가 엄한 사람을 사망케해서 감정이입을 하게 만드는 싸구려 각본은 최악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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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이끄는 이세계 여행 7 - L Novel
아즈미 케이 지음, 마츠모토 미츠아키 그림, 정금택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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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긴 글 주의






모험가 길드에 토모에와 미오를 등록시키면서 드러난 그녀들의 레벨은 이세계 주민 '휴만'들의 인지를 까마득히 초월하는 것이다. 이는 이세계 주민들로서는 대단히 큰 충격으로 다가오게 된다. 그러니 필연적으로 이렇게 등장할 때부터 센세이션을 일으키는데 소문이 안 날 리가 없다. 여기에 주인공이 장사를 시작하면서 돈을 쓸어 담으니 더욱 눈에 띄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게 되었고. 여담이지만 현실 지구에서 성인도 장사하려면 대단한 노력이 필요한데 고작 10대가 이세계에서 장사로 성공하다니 역시나 픽션답다 싶은 부분이긴 하다. 아무튼 주인공이 판매하는 포션류는 가격도 저렴하면서 성능은 발군, 너도나도 몰리다 보니 오전 중에 품절되는 건 예사다. 이렇게 놓고 보면 주인공은 이세계에서 상인으로 성공한 거나 다름없다. 처음엔 그저 저주받아 구울이 되어버린 대상인의 딸들을 구해주고자 했던 것뿐이다. 그런데 그렇게 구해주고 보니 뭔가 뿌듯함이 생기잖은가?


실패를 모르고 성공을 논하지 말라고 했다. 이 말은 스텟치만 열거해서 주인공의 능력을 수치화하는 데만 급급한 여타 이세계 먼치킨 작품들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그렇담 이 작품은 어떠한가. 이 작품의 주인공은 마법적인 능​만은 여느 이세계물 못지않다. 무능력이면서 마력 하나에만 의지해 현실 지구인 특유의 발상으로 대단한 능력자가 되었다. 그런데 여기에 상인으로서도 성공이라고? 사실 이세계 여신은 공평하다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이라고 모든 걸 가진다는 건 불공평하다는 듯이 그에게 물리적인 능력은 아무것도 주지 않았고, 아인과 마물 하고만 살아가라는 저주의 말까지 퍼부어 주었다. 그럼으로 상인으로서 성공은 있을 수 없다는 건 아주 당연하게 된다. 게임에서 초보가 운이 좋아 득템을 한 것에 기고만장하여 난 운이 좋아라고 거들먹 거렸다간 순식간에 파멸하는 거와 같다. 주인공은 장사가 잘 나갈 때 알아서 눈치껏 물건을 팔아치워야 했다. 왜냐면, 동종업자들은 주인공이 잘 나갈수록 배가 아파질 테니까.


초짜 신입이 선배들에게 인사도 없고, 모임에도 나오지 않고, 협회에 얼굴 도장 찍지도 않은 채, 떼돈을 벌고 있다. 그것도 자기들이 판매하는 것보다 매우 저렴하게 말이다. 현실적으로 대입해보자면 '덤핑'이라는 거다. 무역 불균형이 일어나고, 그러면 나라는 반덤핑 관세를 매긴다. 주인공은 이런 상도를 무시한데다 신입이 선배에게 인사도 안 하는 무례한 놈으로 찍혀 버린다. 당연히 견제가 들어오고 온갖 음해성 공작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한마디로 주변 상인들은 배가 아프다는 건데 솔직히 주인공 입장에서는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소리다. 주인공 입장에서는 민주주의에 입각한 경쟁체재의 시장원리라는 개념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긴 이세계고, 주인공의 생각은 이세계를 물로 보고 있었다는 걸 반증하는 것뿐이다. 그러니 협회장에 불려가 생각도 없이 내뱉은 말은 주인공 스스로가 발목에 올가미를 채워버리는 것에 지나지 않게 된다. 


결정적으로 초짜 신입이 선배에 대놓고 '얼마면 되?'라고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니 좋게 비칠 리가 더욱 없다. 경쟁자들에 의해 지금 당장 제거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 건만, 주인공은 꽤나 억울해하는 것에서 아직도 정신 못 차린 일면을 보이기도 한다. 즉, 신입이 콧대만 높아서 기고만장한 걸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던 협회장에게서 아주 매서운 매도가 쏟아진다. 주인공으로서는 자존심은 물론이고 자존감이 무너질 정도다. 


물론 주인공은 경쟁 상인들의 베타적인 관습과 협회의 관료주의에 휘말린 희생자라 할 수 있다. 사실 이 부분은 늑대와 향신료라는 작품에서도 잘 나타나 있으니 기회가 되면 여러분도 읽어 보시기 바란다. 신입이 그저 잘 나간다는 이유로 밟아주겠다는 건 학교에서 눈에 띄는 아이를 이지메하는 거와 같다. 참으로 치졸하고 옹졸한 게 이세계 상인 시스템이다. 주인공은 이렇게 궁지에 몰린다. 벌이의 대부분은 죽을 때까지 배상금으로 토해내라는 협회의 선고는 주인공으로 하여금 상인을 그만두라는 거와 같다. 이는 사실 주인공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 선배들에게 인사는 차지하더라도 물건값의 선정과 동종업자들의 매출 감소 등 헤아려야 될 부분을 간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음해성으로 마족과 연관된 게 아니냐는 모함까지 듣게 되니 주인공으로서는 버틸 수가 없다. 보통은 우수한 부하들을 이용해 쓸어버리는 힘의 논리를 보여줄 만도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는 부분에서는 꽤 리얼리티를 보여준다.


이렇듯 주인공이라고 해서 만능은 아니라고 역설한다. 주인공도 이세계 사람들을 깔보기도 하고, 방심도 한다. 보기 좋게 역전해서 모함하는 사람들의 콧대를 납작하게 해주는 일도 없다. 무능력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어느 정도 이어간다고 할까. 그저 운이 좋아 토모에와 미오등 아인들을 손에 넣었고, 이렇게 큰 힘을 얻게 되자 발밑을 못 보게 되어 엎어지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이제 당장 있는 재산을 다 빼앗기고 이세계 주민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건 접아야 될 판이다. 그동안 잘 나간다고 우쭐한 것도 있었고, 이제 그 벌을 받는다고 해도 되겠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격언을 주인공이 알았다면. 여신이 저주로 퍼부었던 아인과 마물을 상대로 장사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은 주인공을 버리지 않는듯하다. 학원에서 무투제가 열리고 거기에 출전한 제자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자 각 나라에서 눈독을 들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제자들의 스승은 누구인가? 경우에 따라 접어야 했던 장사를 다시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누가 보면 장사에 수완이 좋아 떼돈을 버는 것처럼 비치다 보니 주인공으로써는 자존감이 엄청 올라갔었다. 제자들도 훌륭이 키워냈다. 이게 다 자기 능력으로 일궈 냈다고 자화자찬해도 될 테지. 그런데 사상누각처럼 이번에 한순간에 박살 나버리는 부분은 여타 이세계물에서 느끼지 못하는 짜릿함이 있다. 주인공은 만능이 아니라고 역설한다. 송충이는 솔잎만 먹어야 된다. 잘 익은 벼처럼 고개를 숙이던지. 이제 남은 건 이렇게 박살 난 자존감을 어떻게 다시 일으키냐다. 그나마 제자들이 선방해줘서 위안은 받지만 어차피 학원 도시에서 장사 못하게 되면 제자들과도 이별이다. 그 제자들도 사실은 주인공 업보 때문에 무투제에서 불합리한 처사를 받고 있다. 상대는 진검인데 제자는 목검으로 싸워야 되는 불합리는 어디까지나 주인공의 부주의한 행동에 기인하게 된다. 요점은 생각 없이 나댄 주인공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그 피해라는 게 가해자들의 불합리한 요구 때문이지만.


이제 세계가 움직인다. 경우야 어쨌든 상인으로써 떼돈을 벌었고, 무투제에서 좋은 성과를 보여주는 제자들 덕분에 여러 나라들이 주인공을 눈독 들인다. 거기엔 주인공 자체를 구속하려는 나라도 있고, 이용하려는 왕녀도 나타나는 등 주인공을 둘러싼 물밑 경쟁이 치열해진다. 문제는 떡줄 놈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 국물을 마신다고. 주인공의 의향은 안중에도 없이 모두가 설레발을 친다는 거다. 주인공의 진짜 능력은 알지도 못한 채, 주인공이 드래곤 슬레이어 소피아와 전투에서 왕도 근처에 엄청난 크기의 호수를 만들어버렸다는 걸 아무도 모르는 것에서 오는 무지는 여간 흥미진진한 게 아니다. 요컨대 주인공의 힘을 이용하려고 하다가 그가 휘두르는 힘에 모두가 망할 수도 있는데도 인지를 못한다는 거다. 사실은 협회의 관료주의나 선배 상인들의 농간은 주인공이 대리고 있는 많은 종자들을 풀어 버리면 해결된다. 이세계는 암살도 횡행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러지 못한다는 리얼리티가 있다.


맺으며: 주인공이 제자들을 가르치는 부분은 어떻게 보면 싸움에서 기교를 모르는 무지한 멍청이들의 눈을 뜨게 해주는 여타 이세계물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정형화된 틀을 깨고 새로운 전술을 도입함으로써 실력이 상승하는, 그런 전술을 보여줌으로써 위정자들의 눈에 띄게 되고 노림 받게 되는 클리셰를 보여주긴 한다. 그 예로 제자들은 이세계 멍청이들을 발라버리기도 하니까. 다만 이 작품은 이런 것만 있는 게 아닌, 실패에서 얻는 교훈이 상당히 크게 작용한다는 거다. 상인으로서의 실패는 주인공에게 있어서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을 때와 같은 고뇌를 가지게 한다. 물리적으로 힘이 있다고 만사는 아니라는 메시지도 있다고 할까. 아무튼 그렇게 눈에 띄게 되면서 여러 나라는 물론이고 마족까지 주인공을 관심하에 두게 되면서 앞으로 매우 흥미진진해지지 않을까 한다. 개중엔 주인공을 얕보는 무리도 있어서 주인공의 진실을 알았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흥미의 대상이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의 또 다른 흥미 포인트는 여러 등장인물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것이다. 주인공의 종자들은 물론이고 주인공 대신 소환된 용사들의 시각 등을 비추며 저마다 가진 마음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는 것인데, 그중에 매료를 쓰는 토모키라는 용사와 그를 이용하는 왕녀의 행보가 심상찮다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에 안 들면 칼부터 나가고 그걸 합리화하는 용사와 그를 이용해 어머니의 복수를 다짐하는 왕녀의 시커먼 속내는 주인공의 행보와 더불어 이 작품의 최대 포인트가 되겠다. 권력의 망자가 되어버린 귀족들의 방해라든지, 여자에게 말 걸었다가 주인공에게 깨진 것에 원한을 품고 주인공에게 대드는 귀족 차남 등 시종일관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사실 더 큰 포인트는 주인공의 행동에 따라 그 결과가 뚜렷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치한 당하는 걸로 보이는 여자를 구해줬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는 것에서 오는 반동이라던지. 이번 상인 건도 사실 주인공의 행동에 따른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그걸 깨달아가고 고쳐 가려는 주인공이긴 한데 문제는 잘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이고. 어쨌건 이런 흥미 포인트 때문에 필자는 이 작품을 높게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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