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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녀 전하는 화가 나셨나 봅니다 2 - L Novel
야츠하시 코우 지음, 나기시로 미토 그림, 이진주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1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주의, 엄청나게 길어져 버린 긴 글에 주의
이 작품의 주된 이야기는 전생에서 나라와 남편을 잃고 적의 손에 목숨을 잃은 왕녀가 1천 년 후 환생하여 살아간다는 내용이다. 무슨 인과관계가 있어서인지는 모르나, '레티시엘'은 전생의 기억을 가진 채 공작가의 영애로 환생하게 된다. 태어나 보니 집이 공작가라는, 나름대로 금수저다. 위에 언니와 오빠가 있고, 여동생이 있다. 왕국을 이끌어가는 왕의 아들 제1왕자 하고 약혼한 사이이기도 하다. 나라는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다. 전생에서는 모든 것이 부족하고, 모든 산야가 불타던 때와 대조적이다. 이렇게 그녀의 삶은 전쟁과는 인연이 없어 보이는 나라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에게 마력이 있었다면 말이다. 축복받은 삶이었던 그녀의 어린 시절(전생의 기억이 돌아오기 전)은 마력이 없다는 이유로 졸지에 '재수 없는 아이'로 전락하게 한다.
이 세계는 마력만이 그 사람의 가치가 된다. 환생 전의 세계는 마력이 적을 수록 능력자가 되고, 환생 후의 세계는 마력이 많을수록 능력자가 된다. 레티시엘은 전생에서 전자에 해당된다. 그러나 환생 후의 세계에선 후자가 되어 무능력자가 된다. 환생 후 그녀의 삶에서 빛을 보는 날은 없었다. 모든 것은 쌍둥이 여동생을 기준으로 돌아간다. 바보 취급 당하고, 없는 사람 취급 당한다. 그래도 그녀(레티시엘)는 노력한다. 마법을 뺀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하지만 마력이 없는 사람에겐 아무리 노력해도 마력을 제일로 치는 세계에서 시궁창 삶을 벗어날 순 없다. 그녀 나이 6살 기준으로 그녀의 세계는 변한다. 더 이상 그녀에게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16살이 되던 해에 전생의 기억을 찾는다. 이 부분은 지금까지의 그녀가 죽고, 전생의 레티시엘이 덮어씌워졌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녀는 전생의 기억을 찾고 지금의 삶이 얼마나 시궁창인지 알아간다. 시종들조차 그녀를 업신여긴다. 약혼자인 제1왕자는 레티시엘의 여동생과 바람이 났다. 둘은 이걸 감출 생각도 없다. 무능력이라는 이유로 사람을 처절하게 구석으로 몰아붙인다. 하지만 전생의 기억을 찾은 레티시엘에겐 아무래도 좋다. 모든 게 시시하게만 느껴질 뿐이다. 이미 전생에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전란이라는 시대를 겪어온 그녀에게 지금의 상황은 애들 장난도 되지 않는다. 사실 그녀는 마법은 못 써도 마술로는 최강이다. 그녀는 이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는다. 어쨌거나 이번엔 내 쪽에서 무시를 시작하자 가족들이 단체로 히스테릭을 보이기 시작하는 게 여간 웃긴 게 아니다. 그중에서 압권은 약혼자 제1왕자다. 약혼녀(레티시엘)인 여동생과 바람이나 피우는 주제에 날 무시하지 말라며 방약무인같이 방방 뛰어다니는 게 가정 교육도 못 받고 자란 티를 만방에 내비치는 모습이 재미있다.
주변이 온통 히스테릭 병자들만 득시글 거린다. 여동생은 언니 취급도 안 해준다. 되레 내 남자(제1왕자) 빼앗지 말라는 무언의 압력도 넣는다. 이렇게 그녀의 주변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풍선이다. 이 풍선에 계속 바람이 들어가면 어찌 될까. 이번 2권에서 그 결과가 나온다. 제1왕자에게 있어서 그렇지 않아도 마음에 안 들었던 약혼녀(레티시엘)가 이젠 죽도록 밉다. 이유 없는 미움이 자꾸만 커져간다. 그래서 넘으면 안 되는 선을 넘고야 만다. 레티시엘을 마녀로 몰아 죽이겠다며 설레발을 친다. 미치광이가 되어 나대지만 레티시엘의 적수가 되지는 못한다. 레티시엘에게 있어서 이 남자가 죽든 말든 상관없지만 다음 왕좌를 이을 제1왕자다 보니 죽이지는 않는다. 그녀에게 있어서 관심이 없는 부분은 철저히 무관심으로 밀고 간다. 그녀는 애초에 제1왕자가 왜 폭주하는지 이유를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번 2권은 제1왕자와의 약혼을 파기하고, 집을 나와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녀는 숨 막히는 집을 뛰쳐나와 자유를 원하게 된다. 왕은 아들이 저지른 악행도 있고 해서 그녀의 바람을 들어주게 된다. 이로써 그녀의 발에 걸려 있던 족쇄는 모두 사라졌다.
...라고 할 줄 알았다면 오산이다.
왕은 그녀의 능력, 마술에 눈독을 들인다. 마법과는 조금 다른, 이질적인 초능력 같은, 그녀의 능력은 정체된 지금의 마법의 활로를 뚫어주지 않을까 기대를 한다. 그래서 그녀에게 연구소를 차려주며 마술에 대해 연구를 하고 성과를 내어 나라의 전력을 상승시키는 업무를 맡긴다. 이거 원, 개똥을 피했더니 소똥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바라 마지않는 일이었다. 어차피 집에 있어봐야 열받은 끝에 집을 박살 내버릴지도 모르는데 그렇다면 왕의 지원을 받아 독립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왕은 대단히 우수한 성군이라는 것이다. 나라의 안녕을 도모하고 대륙에서 대국이라는 지위를 유지시켜주는 것도 지금의 왕 덕분이다. 그런데 어째서 첫째 아들인 제1왕자의 성격이 개차반이 되었는가다.
그렇담 엄마에게 문제가 있나? 지금은 죽고 없는 왕비의 성품은 왕의 회상에서는 상냥하다고 표현이 된다. 여기서 작가는 등장인물에 대한 숨겨진 뒷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작가는 이 인물이 왜 이렇게 삐뚤어질 수밖에 없었나 하는 과거를 보여준다. 제1왕자는 좋아하는 엄마(왕비)의 죽음, 약혼녀인 레티시엘의 여동생 '크리스타'에 대한 연심, 이런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고 마음에도 없는 레티시엘과 짝을 지어준 아버지(왕)에 대한 반발, 여기서 삐뚤어지기 시작한 아들을 보다 못해 레티시엘과 맺어주면 나아질까 오판해버린 왕, 그래서 탄생한 게 천하의 패륜아. 알고 보면 이놈 나쁜 놈이네라고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방약무인처럼 자신만의 생각하고 주변에 민폐만 잔뜩 끼친 원인은 다름 아닌 주변의 영향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레티시엘의 경우는 제1왕자와 약간 다른 삶을 보여준다. 사실 그녀가 자신만의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환생 후, 기억이 돌아오기 전의 그녀는 비록 마법적으로는 무능력이라도 그 외의 부분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었고 주변도 그녀의 노력을 점차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부모가 모든 걸 망치기 시작한다. 재수 없는 아이라며 생일 연회에서 동생만 부르고 그녀는 부르지 않는다. 그렇게 그녀는 서서히 주변에서 멀어진다. 그때 그녀에게 다가왔던 '알렉'이라는 동년배는 그녀에게 큰 위안이 된다. 그러나 그녀의 나이 6살 때 돌연 알렉의 사망은 그녀의 세계를 변화 시킨다. 상심이 큰 그녀를 케어해주는 어른은 없다. 그래서 그녀는 망가진다. 그럴수록 가족은 그녀를 더욱 외면한다. 이렇게 그녀는 가족에게서 정을 느끼지 못한 채 자라게 되는 비운의 히로인이 된다.
레티시엘의 여동생 '크리스타'의 경우는 좀 더 직설적이다. 어릴 때 언니를 무척이나 따랐던 동생은 핍박받는 언니를 보며 내가 지켜줘야 된다는 어미닭 같은 감정을 품는다. 하지만 자신에게 기대지 않는 언니가 밉고, 성장하면서 마법 이외에 자신보다 더 두각을 나타내는 언니에게 질투를 느껴간다. 거기에 남의 이목을 끄는 언니의 외모는 질투심을 가속화 시킨다. 그럼에도 언니를 연모하는 부분도 보인다. 이처럼 여러 감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캐릭터는 정말 드물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1왕자와 바람을 피우는 것도 사실 이러한 질투심의 발로라 할 수 있다. 걸핏하면 언니에게 예절을 들먹이고, 지아비(제1왕자)에게 대드는 거 아니라며 유교사상 같은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레티시엘은 이 모든 걸 시시하다고 치부하며 외면해버리고, 그렇게 언니의 마음에 자신을 넣어주지 않는 것에 질투를 넘어 살기를 띄기 시작한다. 이걸로 보아 아마 최종 보스는 여동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가지게 한다.
사실 이렇게 길게 쓸 내용은 아니다. 왕에게서 마술에 대해 연구하라며 연구소를 받게 되고, 학원에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왕따 당하는 아이들을 규합해 [마법동호회]를 만들어 찬란한 청춘을 구가하는 장면들만 가득하다. 대체 이런 장면들은 왜 필요한가 같은 이야기가 듬뿍 들어 있어서 사실 필자는 읽기가 좀 힘들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길게 리뷰를 쓸 수 있는 건 그런 내용에서도 숨겨진 이야기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우선 레티시엘이 쓰는 마술에 관련해 복선을 보자면, 이웃 나라에서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이는데 사실은 레티시엘은 공작가에서 태어난 게 아닌 이웃 나라에서 어떤 실험으로 태어난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낳게 한다. 혹은 실험을 당했거나. 이 추측의 이유는 자신들이 낳았음에도 재수 없는 아이라며 철저히 외면하는 부모의 행동에서 위화감이 느껴지고, 이웃나라가 쓰는 마법이 레티시엘이 쓰는 마술과 유사하기 때문, 그리고 레티시엘과 유사한 외모를 가진 자들의 출연이 있다.
그리고 이런 복선만이 아닌, 이웃나라의 심상찮은 행보는 전쟁의 기운을 느끼게 해주고, 레티시엘로 하여금 다시 한번 전쟁에 휘말리게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분위기도 있다. 왕은 죽은 왕비를 회상하면서 어쩌면 레티시엘이 쓰는 마술로 소생 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복선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전형적인 복선보다도 위에서 언급한 등장인물이 왜 이렇게 삐뚤어질 수밖에 없었나 하는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이 숨겨진 이야기는 하나의 에피소드가 아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깨달아가는 그런 부류다. 그래서 이유 있는 반항이나 방약무인이라는 것에서 등장인물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한다고 할까. 특히 레티시엘의 여동생은 애처롭기 그지없다.
맺으며: 어쩌다 보니 길어졌는데, 위의 내용은 극히 일부다. 주된 내용은 하라는 마술 연구는 안 하고 애들 모아서 놀러만 다닌다. 지원해준 왕이 본다면 혈압으로 쓰러질 그런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 있다. 인터넷에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웃나라의 공작인지 뭔지로 국경이 어수선하고, 어쩌면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제1왕자가 미쳐 날뛰는데도 딴 세상을 그린다. 사실 레티시엘이 겪고 있는 콩쥐팥쥐 같은 이야기는 전형적인 클리셰의 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그걸 뛰어넘어 백조가 되는 이야기를 그려가는 거 같은데 어째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를 보여주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관심분야가 아니면 철저히 외면하면서도 고통받는 이가 있으면 외면하지 않는다던지, 착한 이면도 보여준다. 거기에 내청코의 쌀쌀맞은 유키노 같은 레티시엘의 성격은 이 작품의 최대 흥미 포인트다. 여성향이다보니 남자 캐릭터가 엄청 나온다. 제1왕자가 리타이어 되자마자 제2왕자가 나타나 그녀와 인연을 만들어 가는데, 또 여동생이 질투하지 않을지 사뭇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에피소드다. 근데 마지막 부분을 보니 언니가 대신 질투하지 않을까 기대하라는 듯한 장면을 보인다. 궁금해서라도 3권 나오면 구입해봐야겠다. 마지막으로 전체적인 이야기는 마치 고기는 조금, 벌칙 양념 가득한 쌈 같은 이야기였다고 할까. 뱉기는 아깝고, 먹기는 고통스럽고. 일단 3권을 보고 판단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