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왕자의 적자국가 재생술 ~그래, 매국하자~ 1 - Novel Engine
토바 토오루 지음, 파루마로 그림, 박수진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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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인구 50만의 소국(小國) 나트라 왕국, 자원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 북방의 조그마한 나라에 왕이 병으로 드러눕자 왕자가 섭정이 되어 나라를 이끌어 가는 이야기다. 요즘 시대라면 모로코처럼 군사만 다른 나라에 의지하고 자치국가로 살아남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대 사회 이전의 역사를 보더라도 이런 힘없는 나라는 짓밟히는 게 일이다 보니 괜히 다른 나라에 개기는 것보다 잽싸게 흡수 당해서 백성들의 안위를 돌보는 게 위정자로서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한다. 하는 게 이 작품의 주인공(왕자) '웨인'이 가진 대체적인 생각이다. 이왕이면 나라 넘기는 대가로 돈을 받아서 노후 생활 보장받으면 금상첨화다. 반발하는 보좌관에게 국력의 차이로 거역해봐야 쓸데없는 피를 흘릴 뿐이고, 우릴 흡수하려는 나라가 얼마나 강한지 설명 잘하면 국민들도 알아줄 거라고 하신다.


이렇듯 주인공은 자나 깨나 나라 팔아먹을 생각으로 가득하고 딱 매국노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주인공은 단순히 다른 나라에 꾐에 넘어가서 나라를 팔아먹으려는 게 아닌, 현실적으로 나라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자금, 인재, 자원 골고루 너무나 부족하기에 결국은 현대 사회에서의 자치국가와 같은 플랜을 짜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말투에서 매국노 냄새를 풀풀 풍기고 있어서 나쁜 놈으로 인식되기 십상이다. 행동으로도 적당히 양념해서 이 정도면 옆 나라가 비싸게 사주겠지 하며 행동하는 터라 대충 읽다 보면 이놈 매국노 맞네 같은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사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국민들의 미래를 위해 매국노 소리 듣더라도 총대를 맬려는 성군일 수 있다. 하지만 국민들 입장에서는 나라와 긍지를 팔아먹으려는 매국노 그 이상이 된다. 결국 이걸 조화롭게 풀어가는 게 이 작품의 포인트가 된다.


옆 나라 어스월드 제국은 대륙 통일을 위해 이곳저곳에 싸움을 걸고 있다. 근데 대륙 중간에 커다란 산맥이 있고, 이걸 넘기 위한 지름길이 주인공의 나라에 있다. 여느 이세계물을 보다 보면 주인공이 무능력이면서 먼치킨이라는 요소를 감춰 두듯이, 이 작품도 앞에서는 아무것도 없는 나라라고 해놓고 이렇게 이야기 흐름에 필요한 요소를 집어넣어 놓는다. 당연히 제국은 주인공의 나라를 눈독 들이게 되고, 주인공은 제국에게 어떻게 하면 나라를 잘 넘길까 고민하게 된다. 나, 알고 보면 비싼 몸이야라며 양념을 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기면 무력 침공 당하고, 그렇다고 그냥 넘기면 국내 반발로 쿠데타 일어나 쫓겨날 테고 그러면 편한 노후생활을 물 건너가게 되니 주인공은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여기서 이 작품의, 주인공의 진면목이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은 나라를 팔아서 편한 노후를 즐기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해선 아첨도 마다하지 않는다. 제국의 침략을 받지 않고 스무스하게 흡수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건 제국의 문물을 받아들여서 동화하면 된다. 제국의 자금과 군사 운용의 노하우를 받아 병사들을 제국식으로 키우면 현재 상황(제국 뜻을 따른다)에서나 흡수되었을 때 병사들이 요긴하게 쓰일 테니 제국에게 밉보이지는 않을 터. 자금이 생기고 훈련의 질이 높아지니 국내 여론도 무마할 수 있는 일석 2조나 다름없다. 주인공은 이렇게 매국을 위해 잔머리를 엄청 굴려댄다. 다만 현실은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제국의 황제가 죽어버린다. 결과적으로 흡수는 중지되고, 제국의 자금과 훈련을 받았으니 주인공의 나라는 질적으로 힘이 향상되어 버린다. 


이렇듯 주인공이 매국을 하면 할수록 나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구조고, 주인공은 성군이 되어 간다. 주인공의 바람과는 정 반대로 흘러간다고 보면 된다. 제국과의 일이 흐지부지되니까 마덴이라는 나라가 침공해온다. 주인공은 제국에 잘 보이기 위해 마덴과의 전쟁을 치르기로 한다. 여기서도 주인공의 의도와는 사뭇 다른 전개가 펼쳐지고, 주인공은 절규하게 된다. 적당히 하고 끝내려고 했는데 어째 자꾸 나라가 강해지고, 군사들의 사기는 올라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최빈국에 바람 훅 불면 날아갈 거 같았던 나라가 이제는 부국까지는 아니지만 강병이 되어 가고 있다. 이러면 제국이 안 좋아할 것이다. 왜냐면, 이렇게 자신감이 붙어버리면 국민들은 제국에 흡수되기 보다 싸우길 원하게 될 테니까. 그리고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만다. 군사들은 마덴을 쳐들어 가야 된다고 진언하기 시작한다.


아무튼 요점을 정리하자면, 일종의 착각물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은 이 정도만 했으면 좋겠는데 주변이 그의 의도와 다르게 힘을 내는 바람에 주인공이 원하는 결과에서 몇 배는 더 좋게 일이 잘 풀려 버린다고 보면 된다. 그럴수록 명성은 더 올라가고, 외교에서도 상대가 알아서 착각해주니 주인공으로서는 편할 뿐이다. 다만 주인공으로서는 자신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으니 이보다 짜증 나는 상황은 없다. 얼핏 행운만 높고 무능한가 싶기도 하지만 제목처럼 천재라는 수식어를 보듯이 주인공의 능력 또한 출중하긴 하다. 전쟁에서 전술을 짜고, 적을 분석해서 허를 찌른다던지 소수의 인원으로 다수의 적을 무찌르는 등 매국할 생각만 아니면 제국이고 뭐고 대륙까지 통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실제로 분위기를 보면 그렇게 흘러간다. 


맺으며: 리뷰가 아니라 뭔가 설명만 하다가 끝난 느낌이다. 이런 장르를 거의 접하지 않다 보니 어떻게 리뷰해야 될지 모르겠다. 아무튼 애니메이션화도 된다고 하니 내용적으로는 괜찮은 작품이 아닐까 한다. 보좌관 '니님'과의 러브 코미디 찍는 것도 나름 괜찮았다. 2권에서 '니님'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언급되지 싶은데, 그녀에 관해서는 2권 리뷰에서 다뤄보겠다. 주인공의 고삐를 쥐고 진짜로 나라 팔아먹고 도망 가려는 주인공을 제어해주는 히로인이다. 주인공이 그녀를 대하는 태도도 심상찮은 게 과거가 밝혀지면 좀 흥미진진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어쨌거나 주인공이 뭔가 하려면 몇 배는 잘 풀리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나름대로 개그도 들어있고, 상황을 어렵지 않게 풀고 있어서 진입 장벽은 낮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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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전설이 된 영웅의 이세계담 1 - L Novel
타테마츠리 지음, 미유키 루리아 그림, 송재희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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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제목은 뭔가 중2병을 연상케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꽤 탄탄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주인공이 이세계에 불려가 위기에 빠진 왕녀를 구하고 구국의 영웅이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니까. 틀에 박힌 이야기이긴 한데, 여러 나라가 등장하고 거기에 관련된 인물들을 촘촘히 배치해 둠으로서 인물 관계를 통해 서로 얽히고 설키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주인공은 그란츠 대제국의 제6황녀 '리즈'를 만나 그녀의 편에 서서 싸워 나가게 된다. 이 작품에서 적(에너미)으로 나오는 건 큰 틀에서 보자면 이웃나라도 이웃나라지만, 왕권을 둘러싸고 기싸움 중인 그녀의 오빠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피를 나눈 남매의 전쟁에 주인공이 끼여서 고생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약속된 것처럼 주인공이 담당하게 되는 인물(히로인)은 다른 오빠들보다 연약하다. 지지해주는 세력이라곤 백성들 밖에 없고 정치적으로 뒷받침되는 귀족들은 전무하다시피 한 게 이런 작품에서 왕녀의 특징이라면 특징이겠다.


주인공 '히로'는 사실 이번이 두 번째 이세계 소환이다. 첫 번째는 까마득한 과거, 기울어져가는 나라에 소환되어 [군신]으로 불리며 나라를 구하고, 주변 나라를 정복하여 대제국을 건설한 영웅이 되었다. 모든 일이 끝나고 주인공은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갔고, 다시 3년 후 같은 나라에 소환되나 이번엔 1천 년 후의 세계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이 작품은 무엇 때문에 주인공을 이세계로 소환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첫 번째 소환 때도 그저 나라가 위기에 빠졌으니라는 두리뭉실한 이야기뿐이다. 두 번째 소환해서는 얼핏 느끼기로 위기에 빠진 히로인 '리즈'를 도와 나라의 기강을 다시 잡으라는 메시지를 품고 있는 듯한데, 솔직히 주인공을 소환하여 나라를 구하고 어쩌고 할 정도로 나약해진 나라라면 진화와 도태라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그냥 망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한다. 작가는 주인공으로 하여금 무엇을 시키려는 걸까. 이 작품에서 마왕은 나오지 않는다.


대신에 판타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정령이 등장하고, 정령의 가호와 정령의 부산물로 만들어진 무기, 정령이 깃든 정령검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것이 이 작품에서 전장을 이끌어가는 키포인트가 된다. 정령검이 선택한 인물은 왕이 될 수 있으며, 그 가호를 받아 일기당천이 되는 능력을 얻게 된다. 히로인 '리즈'는 5대 정령검중 '염제'의 선택을 받게 된다. 세상의 기준은 정령으로부터 돌아가는 시대에서 그녀는 왕위 계승권 8위이면서 단숨에 상위권으로 뛰어오르게 되었고, 이로 인해 오빠들의 견제... 말이 견제지 오빠들은 그녀를 죽이려 군사를 푸는 행동을 마다하지 않는다. 어쩌면 중세 시대의 고증을 잘 따라가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네 역사를 봐도 기미 상궁이 괜히 있었던 게 아니니까. 주인공은 오빠들의 계략으로 지방으로 좌천되는 '리즈'를 따라가게 된다. 주인공은 그녀와의 여행길에서 1천 년 전의 기억이 차츰 돌아오게 되고 [군신]이라는 진면목을 보여주며 '리즈'를 돕게 되는 게 1권의 핵심 이야기다.


그런데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작품의 정의(定義)는 무엇인지 1권에서는 명확하지가 않다. 나라의 위기? 그래서 주인공소환? '리즈'의 나라는, 1천 년 전 주인공이 구해준 나라다. 1천 년 후 주인공이 건설한 대제국의 위상은 여전히 건재하며 주변국을 압도하고 있다. 왕권을 둘러싼 자중지란은 어느 나라고 흔히 있는 일이다. 사실 힘이 있는 자가 나라를 이끌어가는 게 중세 시대에서는 나라의 근간을 지키는 일이기에 싸워서 이긴 자가 왕좌에 않는 건 딱히 이상하지 않다. 하물며 그란츠 제국은 이웃나라를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침공해서 전쟁을 일으키고 짓밟는 짓을 하고 있다. 문맥상으로 보면 나쁜 쪽(판타지로 표현하면 마왕이 이끄는 마족)은 그란츠 제국이 된다. 이런 나라에 주인공을 소환해서 뭘 하려는 걸까. 히로인 '리즈'는 오빠들에 비해 백성들을 생각하는 어진 왕으로 표현된다. 지지도 많이 받고 있고. 단순히 '리즈'가 오빠들에 의해 위험에 빠져드니 도우라고 주인공을 소환한 걸까?


아니면 1천 년 전에 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리즈'와 편먹고 마치 천하를 통일하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처럼 주인공 보고 이세계를 통일하여 영웅으로 올라서라는 이야기일까. 근데 아무 이유 없이 다른 나라를 침공해서 내 땅이라고 하는 사람을 영웅이라고 칭송해야 되나? 물론 제국(리즈의 나라)이 아니꼬워서 침공해오는 나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국이 하는 짓을 보면 침공 당하더라도 할 말은 없어 보인다. 일례로 제3왕자가 실적을 바라고 옆 나라를 침공하기도 하고, 전리품이랍시고 잡아온 병사들을 노예로 팔아버리기도 하니까 당해도 싸다는 느낌이다. 보통 어떤 작품이고 시작 초기엔 명분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긴다. 가령 마족이 침공해서 나쁜 짓을 많이 했으니 앙갚음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나 이 작품같이 중세 시대를 표방하고 있다면 적어도 나라가 침공 당해서 바람 앞에 등불이라는 명분이 필요한데 그런 게 없다. 그저 '리즈'가 위험하니 도우는 형식이다.


계속해서 이 작품의 문제점을 열거해보겠다. 첫 번째 히로인 '리즈'가 주인공을 너무 허물없이 대한다는 것, 흔해빠진 이벤트로 숲에서 목욕하고 나오는 리즈와 그녀를 빤히 보는 주인공과의 조우씬. 보통 뭐 여기서 죽이네 마네라는 연출이 생길 법도 한데 그런 건 없고 만난 지 1초 만에 10년은 같이 산 부부처럼 허물없이 대하는 '리즈'의 행동은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다. 호위 기사들의 경계에서 주인공을 두둔하는 모습에선 현실미가 떨어진다. 주인공이 누구인 줄 알고 두둔하는 것일까. 지방으로 떠나면서 같은 천막에 하룻밤 보내기. 두 번이나 주인공에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을 보이고도 태평한 것. 정보 좀 찾아보니 리즈가 이러한 행동을 하게 된 원인을 알게 되었지만 어차피 작가의 머리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지라, 이러한 행동들은 상당히 오점으로 다가온다. 


두 번째, 주인공 우상화. 1천 년 전 [군신]으로 표현할 정도로 지략적이든 능력적이든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오른 주인공은 리즈와의 알몸씬과 더불어 현실미가 상당히 떨어진다. 이 작품은 마법 같은 근사한 능력은 없고 정령검으로만 전장의 판도를 가늠하게 된다. 문제는 정령검이 무슨 우주 결전 병기처럼 표현된다는 것인데, 정령검에 선택된 사람은 일기당천이 되어 진짜로 1천 명의 군사들을 도륙하고 다니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사기템빨이면 전략이든 전술이든 뭐 하러 짜고 많은 군사들이 필요하나 싶다. 혼자서 수천의 군사를 도륙하고, 1만이 넘는 군사를 와해시켜 버린다.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작가는 밸런스라는 말을 모르나? 일반적인 인간 대 인간의 싸움뿐인 이 작품에서 괴리감이 상당하다. 작가는 정령검 들고 주변국을 도륙하라고 주인공을 소환한 것일까? 주인공은 1천 년 전 대영웅(이것도 웃긴 게 다른 나라 침공해서 점령하고 영웅 칭송받는 것)으로 추앙받고, 1천 년 후에 그의 후손이라며 또 칭송받게 된다. 결국은 명분도 없으면서 주인공을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영웅이라며 우상화를 한다는 것이다.


맺으며: 본 리뷰가 옳다고는 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1권의 내용과 이를 유추해서 써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후 또 다른 모습이나 내용이 밝혀질 수도 있다. 가령 그란츠 제국이 다른 나라로부터 침공을 받아 바람 앞에 등불이었다고 나올 수도 있으니까. 아무튼 주인공 소환에 대한 명분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 결국 왕위 계승권 전쟁에서 리즈를 도와 이긴 후 그녀를 왕좌에 앉히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이러면 신화 전설이니 영웅이니 같은 수식어 쓰기에 민망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영웅이란 적어도 핍박받는 백성들을 구하는 사람을 지칭해야 한다. 그런데 적어도 1권에서 핍박받는 백성들은 나오지 않는다. 정보 좀 찾아보니 왕족이나 귀족들과 연관되어 싸워 나가는 거 같던데. 이런 걸 보면 더더욱 영웅이라는 수식어를 쓸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물론 리즈의 오빠들이 보이는 왕권을 둘러싼 추악한 짓거리를 보고 있으면 이들이 백성들을 보살핀다는 걸 생각할 수 없기도 하다.


그건 그렇고 이전 다른 작품에서도 히로인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는데, 작품을 읽다 보면 지금 이 히로인이 주인공과 맺어졌으면 하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 이 작품에서 적어도 '리즈'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아끼는 부하들이 다 죽어 나가고 절망에 차 있는데 주인공의 진짜 정체가 밝혀지자마자(이거에 대해선 2권 리뷰에서) 팔짱을 끼며 알랑방귀 뀌는 모습에서는 약간 질리기도 했고. 전장의 판도를 바꾼다는 정령검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부하들이 다 죽어가는데 망가지는 모습을 보인다던지. 적을 맞아 깡다구 있게 대항하는 의식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것. 작두 위에서 칼춤 추는 주인공에게 너무 기댄다던지 수동적인 모습은 히로인에 적합하지 않아 보였다. 리타이어 안 되려나. 그리고 주인공 진심 사기 캐, 너프 시켜야 된다고 본다(이것도 2권에서 언급해보겠다). 이런 설정만 빼고 본다면 대하 서사시를 보는 듯한 웅장한 스토리가 있다. 세계관도 넓고. 사실 위기에 빠진 왕녀를 도와 나라를 일으키는 주제는 판타지의 정서 중 하나이기도 하니까 흥미는 있다. 역시나 주인공 우상화는 좀 자중해줬으면 하는데... 일본에서는 완결되어 버렸으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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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가 되고 싶다며 도시로 떠났던 딸이 S랭크가 되었다 8 - L Books
모지 카키야 지음, toi8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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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아저씨의 옛 동료 찾기도 종반으로 향한다. 그 옛날 마물에게 다리를 물어 뜯겨 모험가로서의 생명을 잃게 된 아저씨는 폐가 될까 파티 동료들에게 말도 없이 고향으로 돌아왔었다. 이것이 못내 가슴속 상처로 남아 있던 아저씨는 늦게나마 동료들을 찾아 사과하고 묶혀 두었던 응어리를 풀고자 한다. 사실 동료들은 그가 모험가로서 생명을 잃었다고 해서 쫓아내진 않았을 것이다. 우정이란, 유대란 그렇게 가볍지가 않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어린아이들이 모여 파티를 짜고 노력을 하며 모험가로서 조금식 인정받아 가던 세월. 티격태격 하면서도 서로를 챙겨주고, 감싸주고, 보호해줬던 이들의 관계는 아저씨가 없어진 후, 죄책감에 파탄을 맞이하게 된다. 동료들은 아저씨의 다리를 고쳐 주겠다며 세계를 돌아다니고, 다리를 물어뜯은 마물을 잡겠다고 자신을 혹사하지만 다 부질없는 일, 동료들은 폐인의 길을 걷고 있었다.


[대지의 배꼽]에서 '카심'에 이어 두 번째 동료 '퍼시벌'과 해우하게 된 아저씨는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게 된다. 파릇파릇하던, 머리에 피도 안 말랐던 애들이 어느새 흰머리 히끗히끗한 중년을 넘어서고 있다. 여기서 눈물 콧물 쏘옥 빼는 상봉씬을 찍어도 좋겠지만 그럴 나이는 이미 지났다. 중년 아저씨들의 커뮤니케이션은 주먹다짐이 정석이니까. 이것은 곧 혈기만은 젊은이 못지않게 아직 왕성하다는 뜻이기도 하. [대지의 배꼽]에서 솟아 나오는 마물과 최전선에서 마주해도 끄떡없는 진면모도 보여준다. 그 옛날에도 이렇게 서로 등을 맞대고 싸웠으리라. 아저씨는 긴 여행의 피로에 몸져 누우면서도 다시 옛 시절로 돌아간 듯한 생활은 싫지만은 않다. 이것도 아빠의 일이라면 뭐든지 하려는 딸아이(안젤린)가 등을 떠밀어 주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제 남은 한 사람, 엘프(여성) '사티'만 찾으면 된다.


그 '사티'는 어디에 있나. 여기서 주목할 것은 그녀가 판타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미목 수려한 엘프라는 것이고, 옛날에 파티를 짜고 있을 때 아저씨랑 매우 친했다는 것이다. 안젤린은 아빠에게서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남몰래 내 엄마가 되어 줬으면 하는 플래그를 세우기도 했다. 이번에도 동료들이 아저씨를 띄워주며 또 플래그 세우기도 한다. 그래서 그럴까 앞선 중년 아저씨(동료) 둘을 찾고 해우할 때와는 다른 분위기를 띈다. 라노벨이든 일반 소설이든 읽다 보면 어느 히로인에게서 주인공과 맺어졌으면 좋겠다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딱 '사티'가 그런 분위기를 뿜는다. 이전까지 안젤린이 여러 성인 여성을 만나 엄마가 되어줘라며 영업을 했을 때도 이런 느낌의 히로인은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히로인은 항상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사티'는 쫓기고 있다. 그녀는 쌍둥이 자매를 보호하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세계에는 마왕이 존재한다. 이 작품에서 마왕이란, 정신이 '백지' 상태인 호문쿨루스다. 호문쿨루스는 그 옛날 신(神)과 싸웠다는 '솔로몬'의 유산이다. 이 작품은 부녀(父女)의 유대와 가족애를 다루는 동화 같은 이야기인 것과 동시에 마왕이 등장하는 판타지를 그린다. 이 작품에서 마왕은 나쁜 뜻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안젤린의 고향에 있는 '미토'는 인간의 감정을 가지고, 인간의 감정에 상처를 받는 인간과 똑같은 아이로 성장하고 있다. 이전에도 이와 관련 리뷰를 한 적이 있는데 마왕을 만드는 건 다름 아닌 인간의 마음에 달려 있다고 이 작품은 역설하고 있다. 그렇담 마왕은 어디서 오나. 그 이야기가 이번 8권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솔로몬과 72명의 마왕'을 추앙하고 연구하는 집단(이후 흑막).


흑막은 호문쿨루스(갓난 아이)를 세상에 뿌려놓고 관찰 중이다. 마왕이 될지 인간이 될지, 그대로 소멸할지. 그리고 나아가 인간의 몸에 호문쿨루스를 심어 태어나게 하는 실험도 하고 있다. 인륜을 저버리는 실험이기에 흑막은 이 작품에서 악당으로 등장한다. '사티'가 보살피는 쌍둥이 자매는 미토와 안젤린과 똑같은 머리색을 가지고 있다. 사티는 솔로몬의 유산인 호문쿨루스를 이용하려는 흑막과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이미 아저씨와 안젤린은 미토라는 마왕을 보살피고 있고, 나쁜 길에 빠져든 마왕을 물리친 적이 있다. 그렇기에 사티가 쫓기고 있다는 걸 알아가면서 이야기는 차츰 극적으로 바뀌어간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쌍둥이 자매가 참으로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인다는 거다. 세상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어서 항상 새로운 것에 흥미를 보인다. 


그리고 미토 다음으로 가장 안타까운 장면이 흐르게 된다. 자매는 죽음을 이해하지 못해 엄마가 죽은 걸 자는 것으로만 이해하고 있다. "엄마, 여기에서 자", "되게 잠꾸러기야, 언제 일어나는 걸까"하는 장면은 보는 이를 가슴 아프게 한다. 작가는 부녀의 이야기를 그리며 훈훈한 장면을 연출하다가도 이렇게 가슴을 옥죄는 장면도 서슴없이 집어넣는다. 안젤린과 아저씨는 사티와 쌍둥이 자매를 구할 수 있을까. 여느 때 같으면 실력으로 다 몰살 시켜 가겠지만, 흑막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스케일이 장난 아니게 커지게 된다. 농촌에서 농사를 짓던 아저씨가 대처하기엔 너무나 강대한 적(에너미)이다. 하지만 중년이지만 아직 쌩쌩한 아저씨 동료들이 있고, 안젤린도 있다. 사티에겐 천군만마를 얻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길을 선택하게 된다.


마지막 장면, 아저씨 일러스트와 더불어 "지금, 모험이 시작되려고 한다."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과거의 응어리를 풀기 위해 시작한 여정은 이제 곧 끝난다. 카심과 퍼시벌과 사티는 과거 아저씨의 동료들은 저마다 믿는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싸워왔고 지금도 싸우고 있다. 그러니까 아저씨도 무언가를 지키기기 위해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 모험가의 길을 걸으려는 아저씨의 위풍당당한 모습. 쌍둥이 자매부터 시작해서 후반 부분은 뭐하나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필력을 보여준다. 


맺으며: 다시금 살아난 사물과 주변 환경에 대한 표현력이 대단하다. 특히 산야를 표현할 때는 마치 거기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이래서 이 작품을 끊지 못한다고 할까. 아무튼 이번 사티의 에피소드도 그렇고 아저씨의 결의도 그렇고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사티와 아저씨와 안젤린의 장면을 교차 시키며 이들을 언제 만나게 해줄까 하는 두근거림이 있다. 그 사이를 흑막이 파고들어 사티가 위기에 빠져들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아저씨와 안젤린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면서 이야기는 매우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9권에서 결말이 날 거 같은데 언제 나오려나. 이렇게 후속권이 기다려지는 작품은 오랜만이다. 그건 그렇고 또 새로운 히로인이 추가된다. 9권에서 계속 언급되면 그때 리뷰에서 다뤄보겠다. 나름대로 귀여운 구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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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1위의 서브캐릭터 육성 일기 3 - ~폐인 플레이어, 이세계를 공략 중!~, L Books
사와무라 하루타로 지음, 마로 그림, 이승원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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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것이다. 이세계에 떨어지면 가지고 싶은 것. 


1, 귀여운 동물 귀 소녀


2, 무뚝뚝한 다크 엘프 노예


3, 인간형(소녀 혹은 성인 여성) 마물(사역마) 늑대


4, 머리를 구성하는 것 중 뭔가가 빠져 있는 금발 여기사


5, 메이드 & 노예들(이왕이면 미남 미녀). 


그리고 부수적으로 근육 여장남자.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주인공은 뭐 하는 놈인가. 현실에서 온라인 게임 랭킹 1위를 달리다 이를 시기한 어떤 유저가 서버를 폭파하는 바람에 랭킹이 리셋되자 실의에 빠져 자//살 한 놈이다. 방구석 폐인질로 1위를 달성해놓고 그걸 자랑스럽게 여겼고, 이런 점을 지적하면 딴에 상처받는다. 변변찮았던 삶은 그에게 있어서 게임 인생은 나름대로 자랑스럽게 여길 정도로 소중했다고 한다. 누가 곁에서 등짝 스매시라도 날려줬다면 그의 인생은 바뀌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세상 모든 엄마에게서 환영받지 못할 작품이 아닐까도 싶다. 그래도 사람마다 다 자기만의 삶이 있고, 그걸 타인이 지적할 일은 아니지만 뭐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그것대로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주인공은 눈을 떠보니 자신이 하던 온라인 게임 속이었고, 만들어놓고 방치한 부캐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환생한 세계는 현실 게임 설정을 그대로 따라가는 세계관이었고, 이를 알아챈 주인공은 여기서도 세계 1위를 목표로 하게 된다. 이 말은 게임적인 요소가 상당히 들어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좀 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옛날에 성행했던 게임 해설집 같은 이야기라고 할까. 그러해서 캐릭 성장이라던가 스킬 입수와 성장치를 매우 많이 보여준다. 솔직히 이런 건 나중에 가면 별로 중요하지도 않게 되는데 뭐 하러 이렇게 공들여 설명하는지 모르겠다. 주인공이나 등장인물들이 얼마나 강한지에 대한 지표로 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따분할 뿐이다.


아무튼 주인공은 기사이면서 검을 못 쓰는 금발 여기사 '실비아'와 마법학교를 다니면서 마법은 전혀 못 쓰는 고양이 수인 '에코'를 동료로 들였다. 그리고 대장장이 역할로 노예 다크엘프 '유카리'도 들이게 된다. 전부 여자다. 이시키(주인공) 현실에서 방구석 폐인질 하면서 언제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익혔는지 여느 청춘 드라마 인싸들보다 더 잘 나간다. 이들과 파티로 엮여서 세계 1위를 향해 매진하게 된다. 여기서 세계 1위란, 토너먼트 뭔가의 대회가 있고 여기에 출전해서 1등이 되면 세계 1위가 된다나. 참 편리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일단 대회에 나가기 위해서 깡통 부캐를 키워야 하는데, 고생이랄 것도 없이 전생의 기억을 바탕으로 빠른 성장을 보인다.


솔직히 반칙이 아닐까 싶다. 이세계 사람들은 정보도 없이 노력하여 대회에 도전할 텐데 주인공은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어디 가면 뭐가 있고, 스킬을 입수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다 꿰고 있으니 말이다. 실제로 별 어려움 없이 차곡차곡 다 해낸다. 실패란 없고, 어려움도 없다. 아니 정보를 가지고 있고, 노하우도 있는데 오히려 못하는 게 이상한 것이다. 그래서 이런 요소들이 재미있나?라는 물음을 끊임없이 되뇌게 된다. 미리 답을 알고 시험을 치는 것과 같은 것인데 이게 흥미진진할 리가 없잖은가. 돈 버는 것도 두말할 필요도 없이 여의도만 한 대저택을 구입할 정도로 마구 벌어들인다. 작가는 현실에서 못하는 것을 글로서 만족감을 느끼려는 것일까.


이번 이야기는 대회를 주최하는 나라가 위기에 빠지게 되고, 주인공은 나라가 멸망하면 대회도 없고 세계 1위도 없어지는지라 이걸 막기 위해 움직이게 된다. 그러기 위해 또 다른 동료를 영입하기로 하는데, 글쎄 무려 늑대 귀.. 소녀라고 하기엔 나이가 많은 여성형 마물 '앙코'를 사역하기 위해 길을 떠나서 몇 개월간 고군분투를 한다는 이야기를 그린다. 현실 게임에서 거의 사역 불가 판정을 받고 있는 앙코는 주인공이 46,000번이라는 테이밍을 걸어서 성공한 아주 극악 확률의 마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세계에선 어떨까. 현실 게임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으로서는 어떻게 하면 사역에 성공하는지 알고 있다. 더더욱 반칙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자, 아무튼 이렇게 이세계에 떨어지면 가지고 싶은 구성요소가 많이 충족되었다. 치트 먼치킨은 기본 패시브, 금발 여기사 & 고양이 귀 수인 여자애 & 밤 일하는 다크 엘프 노예 & 그리고 이세계물하면 빠질 수 없는 늑대(귀 소녀)가 첨가된다. 스파이스는 다 갖춰진 샘이다. 근데 이것만 가지고 마치 주인공이 축복받은 것마냥 너무 들떠 있는 거 아니냐고 하실 텐데, 진짜는 이제부터다. 단순히 하렘만 구성한다고 해서 흥미가 동할까? 이 작품의 하렘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건 마치 집단으로 최음 된 것처럼 주인공을 바라보는 눈빛이라 하겠다. 개연성이고 뭐고 없다. 집단으로 미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주인공을 향한 광기를 보여준다는 거다.


대저택을 관리하기 위해 뽑은 메이드들과 노예들은 주인공을 한 번도 못 봤는데 왜 눈에서 하트가 발사 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 기억 조작이나 마법으로 매료를 걸은 것도 아니다. 그저 자기들을 사줬고, 먹여주고 재워주니까 좋아합니다!!! 다크엘프 '유카리'가 교육이랍시고 세뇌에 가까운 주인공 만만세를 주입 시켰다곤 해도 절조가 없어도 너무 없다. 심지어 학교에서조차 여학생들이 하트를 발사해대는 모습에서는 학을 떼게 된다. 주인공을 그렇게 우상화하고 싶었나. 근데 여 캐릭터들만이 아닌 남자 캐릭터들도 단체로 뽕 맞았는지 눈에서 하트를 켤 때는 기겁을 하게 된다. 미x거 아냐? 아니 '앙코'는 싸우다 말고 대뜸 주인님! 이러는 건 뭔데. 무성별 정령은 소환되자마자 여성형이 되겠습니다라고 한다. 모두 제정신이 아닌 거 같다.


아무튼 이렇게 세계 1위를 향한 발걸음은 빨라진다. 하지만 대회를 주최하는 나라가 위기에 빠지는 바람에 이것부터 해결해야 한다. 뻔할 뻔자겠지만 주인공이 알아서 다 해줄 것이고 흥미진진해지겠다는 느낌은 없다. 이를 위해 메이드와 노예들을 마치 특수부대 양성소 마냥 훈련 시키는데 그러지 말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그렇지 않아도 노예로 고생한 애들인데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필자가 늙어서 젊은 감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다 읽고 난 소감은 한창 사춘기를 겪는 꿈 많은 청소년들이 보면 꽤나 열광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은 들었다. 나도 주인공처럼 되고 싶다는 대리 만족감 같은 걸 보여준다고 할까.


맺으며: 사실 구성요소를 치밀하다. 스킬이나 캐릭 육성에 있어서 준비를 많이 한 티가 난다. 매우 강한 주인공과 독자들의 취향을 고려해서 동물 귀 소녀들이나 밤 일의 대가 다크엘프를 등장시키고, 현실 방구석 폐인은 죽었다 깨어나도 힘든 하렘의 클리셰도 잘 준비되어 있다. 사실 이번 3권 표지가 이런 요소를 정말 잘 표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근데 반대로 이야기하면 이것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대중적인 흥미요소를 넣어 이야기 자체로는 라이트 노벨이라는 장르에 딱 맞지만, 이러니까 라노벨의 한계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개그 요소도 제법 있고, 라이트 노벨이라는 장르답게 가볍게 읽기엔 더없이 좋은 작품이다. 필자는 하차할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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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궁의 까마귀 4 - J Novel Purple
시라카와 코우코 지음, 아유코 그림 / 서울문화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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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 작품은 중세 중국풍을 기반으로 한 호러 & 추리 판타지다. 주술을 이용하여 사람을 저주할 수 있고, 혼백(유령)을 정화해서 낙토(저승)로 돌려보내는 이야기를 그린다.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 일도 하고 여기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가며 억울한 사람의 원혼을 달래주기도 한다. 주인공이자 히로인인 오비 '수설'은 궁궐에서 황제가 거느리는 수많은 비(妃)중 하나다. '오비'란 까마귀 '오'자에 왕비'비'를 지칭한다. 항상 검은 옷을 입고 다니며 타인과의 접점을 멀리한다. 황제의 수청을 거부할 수 있으며, 건국 때부터 내려온 관습에 따라 황제조차도 그녀가 하는 일에 간섭하지 못한다. 그래서 가끔 황제를 들먹이며 '이놈, 저놈, 그놈'이라고 할 때마다 유쾌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한 게 그녀의 매력 포인트다. 먹는 건 또 얼마나 밝히는지 황제는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항상 간식거리를 들고 와 풀어 놓게 되고, 수설은 그게 못마땅하면서도 다람쥐가 도토리 갉아먹듯 하는 모습에서 또 다른 귀여운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얼핏 아기자기하고 동화 같은 이야기를 그리는가 싶기도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실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작품만의 고유 신화시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 옛날 '오의 신'과 '오련낭랑'이라는 두 신(神)은 격렬한 싸움을 벌였고 무승부로 끝난 이 싸움은 두 신을 깊은 바다에 봉인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오의 신'은 부활의 징조를 띄게 되고, '오련낭랑'은 갈수록 쇠퇴하게 되는데 이쯤에서 눈치챘겠지만, '수설'은 오련낭랑을 모시는 무녀이자 오련낭랑을 품고 있는 당사자다. 그래서 건국 이래 아무리 폭군 황제라도 '오비'만큼은 건드리지 못하게 된다. 더욱이 오련낭랑은 겨울의 왕으로서 여름의 왕인 황제와 쌍(페어)이 되는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여름의 왕이 존재하려면 겨울의 왕인 오련낭랑이 필요하다. 오련낭랑이 없어지면 황제도 없게 되는 것이다.


알고 보면 상당히 난해한 게 이 작품이 가진 특성이다. 얼핏 주술로 사람들을 저주하고, 구원하고, 없어진 물건을 찾는 호러틱한 판타지를 보여주지만 실상은 신화(픽션)를 기반으로 한 매우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오의 신'을 따르는 신도들의 암약으로 '수설'은 위기에 빠지기도 한다. '오련낭랑'은 1천 년이라는 시간 속에 차츰 쇠퇴의 길을 걸으면서 그 신이 가진 힘은 날로 약화되고 있다. 이 말은 수설이 약해지고 있다는 말과 상통하게 된다. 수설은 몸에 오련낭랑을 품고 있다. 그 옛날 초대 오비가 인간의 몸에 오련낭랑을 봉인한 게 유래되어 대대로 오비를 맡는 소녀의 몸에 오련낭랑이 깃들게 된다. 그런데 오련낭랑은 완전한 게 아닌 절반만이 오비의 몸에 깃들고 나머지 절반은 아직 바다에 봉인되어 있다. 이게 오비 '수설'이 가진 비밀이고, 이걸 풀어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런 비밀에 더해 그녀는 전(前) 왕조의 피도 잇고 있다. 작가는 독자로 하여금 머리 터지게 할 요량인지 설정을 너무 과하게 잡아서 매번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뭐가 뭔지 모르게 된다. 보통 왕권이 바뀌면 전(前) 왕조의 피를 말살하는 대대적인 숙청이 이뤄진다. 수설은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도망의 나날을 보내나 뒤쫓아온 관군에 의해 어머니는 수설이 보는 앞에서 참수되고 만다. 이게 수설에게 있어서 커다란 트라우마가 된다. 오비로서 거둬지고 전(前) 왕조의 피의 증거를 숨긴 채 살아가는 수설에게 있어서 이것은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왜냐면, 그녀가 살아 있다는 게 밝혀지만 전(前) 왕조파들이 그녀를 주축으로 해서 반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황제 고준은 그녀의 비밀을 알고 있으면서도 보호해준다. 이것이 이번 4권에서 발목이 잡히는 결과로 이어지고 결국 수설은 궁지에 몰리게 된다.


수설은 왕족의 피를 잇고 있어서인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주술로 사람을 구하고, 죽은 이의 영혼을 달래 구천을 떠돌 일 없이 낙토(저승)로 보내면서 많은 이들을 구원하게 된다. 이에 따라 그녀를 추종하는 세력이 늘게 되는 건 필연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곧 황제의 권위에 도전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녀를 못마땅히 여기는 부류가 생겨나고, 수설을 없애기 위해 움직이는 자가 생기는 것 또한 필연이 되고 만다. 정작 황제 '고준'은 아무렇지 않은데 말이다. 오히려 수설을 어떻게 하면 오련낭랑을 모시는 무녀의 자리에서, 그녀의 몸에서 오련낭랑을 빼낼 수 있을까 하고 걱정해주는 유일한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련낭랑이 가진 본질에 접근하게 되면서 황제와 대립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그래서 선대 오비는 수설로 하여금 사람들과 인연을 맺지 말라고 하였던 것이다.


이번 이야기는 수설을 추앙하는 이들을 역으로 이용해 수설을 없애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된다는 이야기를 그린다. 비단 수설만이 아닌 '오비'의 직함을 가진 자는 황제의 권위에 도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여기에 수설은 전(前) 왕조의 피를 잇기도 했으니 보기에 따라 매우 위험한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으니까. 이 작품은 주술이 횡행한다. 주술엔 저주도 포함된다. 주술은 수설만이 가진 전매특허가 아니다. 수설보다 강한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 주술사가 수설이 아끼는 사람을 이용해 그녀(수설)의 목을 죈다면, 수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선대 오비가 입이 닳도록 충고했던 사람들과 인연을 맺지 말라는 의미,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사람 도우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던 수설은 댓가를 치르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후회하지 않는다. 어머니를 눈앞에서 보내야만 했던 지난 과거, 다시 그런 과거를 보기 싫었을 것이다.


그리고 굴레와 같았던 오련낭랑을 몸에서 빼낼 수 있다는 단서를 잡게 되면서 수설이 가진 운명을 벗어 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긴다. 오비를 버리면 그녀는 평온하게 지낼 수 있게 될까. 황제 고준은 그녀를 구원하고 싶어 한다. 오비는 새장이나 다름없는 궁에 갇혀 평생을 보내야 하고, 오련낭랑을 품고 있는 괴로움은 필설로도 형용하기 힘들다(오비를 맡은 자는 대부분 단명한다). '오의 신'이 대두되고 그 신자들이 준동하고, 오비를 견제하려는 자들이 나오면서 수설은 궁지에 몰려간다. 오련낭랑의 힘은 날로 쇠약해지고, 적은 강대해지면서 수설은 주술 하나 튕겨내는데도 벅차게 된다. 결국 그녀가 전(前) 왕조의 피를 잇고 있다는 것까지 들통나게 되면서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된다. 보통 이런 일이 벌어지면 황제가 그 권위를 이용해 그녀를 지켜줄만도 하겠지만 이런 부분은 현실 고증을 잘 따르고 있다. 정치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마음 아프게 다가오기도 하고, 기승전결이 없어 안타깝기도 하다.


황제 고준이 보내준 종이를 버리기엔 아깝고, 있으니까 편지를 보내는 것뿐이라며 애써 자기 합리화하는 츤데레 같은 모습도 보인다. 그동안 마음을 닫고 살아왔던 그녀에게 작은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을 이번 4권에서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녀올게'라는 말은 언제부터 하게 되었을까. 자연스럽게 하게 된 그녀의 변화. 쓸쓸했던 궁에는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부쩍 늘어서 활기를 띤다. 이제 이런 활기가 없는 세상을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선대 오비가 충고했던 사람들과 연을 맺지 말라는 것을 거부한 변화, 그 변화에 맞춰 마치 등가교환하듯 찾아오는 위기. 그 위기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게 된다. 그 죽음을 보면서 수설은 무슨 마음을 먹게 되고,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세상 풍파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가혹한, 15살 밖에 되지 않은 소녀가 감당하기엔 힘이 많이 부칠 것이다. 그런 그녀를 지탱하려는 사람들이 늘게 되고 그럴수록 수설의 목을 죄는 악순환. 이 모든 것이 이 작품이 가진 매력이자 흥미요소들이다. 


맺으며: 귀여움과 시리어스가 공존하는 참 특이한 작품이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메시지도 던지고, 세상 밖으로 나올수록 위험해지는 이중성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나비가 고치를 뚫고 나오는 아픔을 겪듯, 수설 또한 그런 아픔을 견디려는 모습은 참으로 애틋하기 짝이 없다. 타인의 감정을 알아가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가는 일, 누군가가 웃으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일, 감정에 일희일비하고 소중한 것이 늘어나고, 세상의 넓어진다는 것. 그동안 몰랐던 것들을 알아가는 수설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슬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감정 하나하나를 따라가다 보면 독해력을 제법 요구하면서도 무난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작가의 능력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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