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 4 - J Novel Next
아이자와 다이스케 지음, 토자이 그림, 한수진 옮김 / 서울문화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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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악마 빙의라는 병이 발현해 썩어 문드러진 채 팔려가던 '알파(히로인)'를 구출한 주인공은 마력 조작 시험을 하다 그녀의 병을 치료해버렸었죠. 이에 놀라워하는 그녀에게 적당한 거짓말로 시작한 악의 무리 디아블로스 교단은 실제 했고, 주인공의 설정을 착각한 알파는 곧장 부하들을 주워 모아 그 교단과 사생결단을 펼치기 시작 하였더랬습니다. 그런데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고 보고하면 주인공은 그런 설정인갑다하고 장단 맞춰 주기 시작했고, 그럴수록 더욱 중2병에 빠져 사는 주인공이 코믹스럽게 그려져 흥미로웠죠.. 그러니까 주인공 입장에서는 세계가 멸망할지도 모르는 디아블로스 교단의 만행을 어디까지나 설정으로 치부하고 있다는 것. 그런 주제에 자기는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다며 마치 울트라맨처럼 슬라임 갑옷으로 치장&변장해서 뒷골목을 누비며 악당을 처치하는데, 웃긴 게 그 행동으로 교단 관계자들을 쓸어 버리면서 자기도 모르게 사람들을 구하는 짓거리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주인공은 선행을 베풀지 않습니다. 알파도 사실 선행으로 구해준 게 아니죠. 몇 날 며칠이나 마력 조작 시험이랍시고 쪼물딱 거렸고 어쩌다 그녀의 병이 고쳐진 것이거든요.

그럼에도 히로인들의 주인공을 향한 착각은 나날이 부풀어져 올라가는데, 주인공이 별다른 의미 없이 내뱉은 말은 그게 정답인 양 받아들여지고, 의미 없이 한 행동도 마치 자기(히로인)를 위해 희생하는 것으로 비쳐서 호감으로 이어지는 웃지 못할 일도 여전합니다. 사실은 이런 언동이나 행동은 어디까지 주인공에게 있어서 어둠의 실력자라는 설정 놀음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죠. 그 최대 피해자가 1권에서 테러리스트의 공격으로 학원이 반파되던 사건에서 자신을 구해준 주인공을 향한 사모하는 마음을 키워갔던 '로즈 오리아나'가 되겠습니다. 교단에 의해 나라를 빼앗길 위기가 찾아왔고, 꼭두각시가 된 왕(아버지)을 직접 처단하며 나라를 되찾고, 국민들을 위해 분연히 일어났지만 악마 빙의가 발현되어 모습을 감춰야만 했죠(3권 읽은 지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 그리고 얼마 뒤 주인공은 모르는 주인공을 수장으로 하는 '섀도우 가든'에서 어째선지 그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번 4권에서는 그 '로즈 오리아나'편 마지막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섀도우 가든에 속해 어느 임무에서 교단과 함께 행동 중이던 엄마(왕비)를 만나게 되고 그 길로 자국으로 돌아갔던 그녀는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고, 집어삼키려는 흑막과 조우합니다. 악마 빙의가 발현되는 사람은 보통 사람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큰 힘을 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 흑막을 처치하지 못하죠. 어느 방에 갇혀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면서 문득 처음 주인공을 만났던 날을 회상합니다. 우숫광스러웠던 첫 만남을 지나 어느덧 그를 사모하고 있다는 감정을 느끼게 되죠. 그리고 운명이 얼마 안 남았을 때, 그녀는 주인공과 다시 만납니다. 그리고 그녀는 또다시 엄청난 착각을 하기 시작하죠. 주인공은 그저 자신의 설정에서 '로즈'가 무슨 용사처럼 일어나길 바랐을 뿐, 그녀를 구하려 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주인공은 선행을 베풀지 않습니다. 온 세상을 그저 설정으로만 대하고 있을 뿐이죠.

주인공은 그저 어디까지나 자신이 설정한 대로 중2병 대사를 씨불이고, 히로인들은 거기에 감명받아 의미를 부풀려 용기를 얻고, 찬사를 해대죠. '로즈' 역시 착각을 해서 용기를 얻고 자신이 가야 될 길이 무엇인지 깨달아 가죠. 어쨌거나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잖아요. 흑막을 까부수고 바닥에 떨어진 민심을 회복하고 나라를 되찾는다. 그런데 흑막도 예사롭지 않는지라 일이 커지고, 주인공은 또 중2병이 도져서 어둠의 실력자 납신다 같은 모습으로 로즈의 싸움에 개입은 했는데... 어째서 누가 봐도 깨름찍하고 위험해 보이는 흑막이 소환한 게이트에 뛰어 들어가냐고요. 그냥 생각 없이 사는 게 분명합니다. 부하들이 스스로 악마의 빙의자들을 찾아내 치료하며 기하급수적으로 부하에 부하에 부하들을 불려도, 장사 수환을 발휘해 세계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시켜놓아도 애초에 자기가 설정 놀음에 빠져 있다 보니 이게 긴가민가, 호텔에서 호화 생황을 해도 부하들이 돈 내주는 것이겠지, 엄밀히 따지면 주인공이 회장인데.

게이트에 뛰어들어 눈을 떠보니 일본, 그리고 일본은 붕괴했습니다. 로즈 에피소드가 끝이 나고 제2편, 일본 붕괴 편에서, 앞 전에 로즈 에피소드에서 흑막이 했던 말이 있습니다. 이 세계는 하나만 있는 게 아닌 다차원이고, 그 다차원은 서로 충돌 중이라는 것, 뭐 대충 지구는 이세계랑 다차원 충돌을 일으켰다는 것, 근데 불행하게도 주인공은 그걸 듣지 못했죠. 일본에 도착한 주인공을 맞이해주는 건 대규모 마물, 그러나 주인공 입장에서는 날파리에 지나지 않으니 패스. 중요한 건 일본으로 돌아온 주인공이 누굴 만나느냐입니다. 그리고 흥미로운 것 하나, 이세계로 전생하기 전에 주인공은 이미 중2병에 취해서 폭주족에 시비를 털고 있었다는 거. 전생 전에 그 기술(?)을 바탕으로 지인을 구해주게 되었고, 마음 쌓아갈 시간도 없이 이세계로 전생하게 된 주인공이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 그 사람과 재회하는 이야기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2편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있을 곳 없이 괴로워하는 히로인을 구하라, 하지만 주인공은 선행을 베풀지 않죠.

맺으며: 이세계 전생물이자 치트물로 접근하면 여느 이세계물과 다를 바 없습니만, 중2병과 착각을 집어넣음으로써 차별을 유도하고 있죠. 본 리뷰에서 세 번 정도 언급한, '선행을 베풀지 않는다'의 뜻은 주인공은 어둠의(장소에 따라 명칭이 바뀜, 일본에서는 칠흑) 실력자라는 설정을 철저히 지켜 놀이로 치부뿐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저 사람이 진짜 위기에 빠졌는지에 대한 이해하기보다는 자신이 설정한 놀이에 편승해 줬으면 하는 의미로 그저 말 툭 던져 놓거나 약간의 행동으로 이 사람이 일어나 알아서 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움직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로즈'도 그렇고, 일본에 돌아와 만나는 지인도 그는 구해주지 않습니다. 이게 이 작품만의 특징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착각물 답게 주인공의 행동으로 인해 구해질 사람은 구해지고, 해피한 마무리로 연결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럴수록 주인공 추종자는 더욱 늘어나, 간부급만 열댓 명에, 현장 직원만 666명을 거느린 거대 조직이 되었죠.

사실 주인공만이 아니라 주인공은 모르는 주인공을 수장으로 하는 조직 섀도우 가든도 그저 교단과 싸운다는 이념 아래 뭉쳐 있을 뿐 서로 사이가 별로 좋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선인들도 아니죠. 악마 빙의자들을 고문하고 실험하고 죽이려 했던 교단에 복수심에 불타 사생결단을 내려 할 뿐. 그 예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이번 4권에서 주인공 따라 일본에 왔던 '베타'가 보여준 행동이죠. 일본에서 모은 가전제품을 이세계로 들고 가지 못해 마침 근처에 쓰러져 있던 2편 주인공 지인을 주워 이세계로 데려간 이유도 인명은 소중하니까가 아니라 신문물 발명 때문이었으니까요. 이런 장면들이 꽤나 흥미롭습니다. 주인공은 말할 것도 없고, 아무리 악당이라도 정신 차려 사람들을 구하는 여느 작품과 궤를 달리한다고 할까요. 1편(1권 말고, 4권 1편)에서 부하와 싸우고 있는 사람이 교단의 소속인지 일반인인지 확인도 안 하고 그냥 가루로 만들어 버리는 게 주인공이죠. 그 부하도 진짜 부하로 여기기 보다 예전에 구해준 적이 있는 거 같은? 그런 느낌으로 대하고요.

어쨌거나 1권부터 이어져온 로즈 오리아나의 에피소드는 끝이 났습니다. 물론 완전히 끝난 건 아니고요. 섀도우 가든 666번으로 계속해서 쩌리로 등장하겠죠. 그리고 이번 4권에서 주인공 부하가 대려 운 일본 지인은 스포일러라서 자세히 언급을 못했는데, 5권에도 나온다면 언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옛 지인을 만난다의 클리셰를 따라가고 있지만, 주인공은 그 지인의 인생에 개입하기 보다 방관자의 입장에서 최소한만의 개입만 하려 하는 게 특징입니다. 착각물 답지 않게 그 지인과의 첫 만남부터 해서 지금까지의 장면들이 진실하게 흘러가는 게 상당히 흥미로웠군요. 그리고 베타가 보여주는 일본 가전제품에 대한 욕심과 인터넷에서 댓글 공방은 이번 4권 최대 백미이니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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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서 돌아와, 모든 것을 구하고자 최강에 도달한다 2 - L Novel
shiryu 지음, 테시마nari。 그림, 김장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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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간신히 마족 팰릭스를 물리치고 마을을 구할 수 있었던 주인공은 소꿉친구 '티나(히로인)'와 함께 왕도로 향합니다. 팰릭스를 해치운 공로를 인정받아 기사단에 특채되었죠. 원래는 한 2년은 수습을 거쳐야 정식 기사가 되는 것에 반해 주인공과 티나는 곧바로 기사로 특채되었으니 이례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시골뜨기가 출세한 것이죠. 그래서 그와 관련 시기와 질투, 그에 따른 이지메와 결투 등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펼쳐지나 했더니 그런 건 없습니다. 오히려 주변은 이들이 기사단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배려를 하는 지경에 이르죠. 그걸 본 필자 왈: 먼치킨 주인공이 등장하는 라이트 노벨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그런데 잘 풀릴 거 같았던 기사단의 생활은 의외의 곳에서 문제가 터집니다.

본 작품은 타임 회귀물입니다. 주인공은 첫 번째 생에서 마족 팰릭스의 침공으로 마을과 가족, 친구 모두를 잃어버렸죠. 생존자는 주인공 혼자. 절망의 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주인공은 두 번째 삶을 부여받습니다. 이번에는 철저히 대비해서 마족 팰릭스를 물리치고 모두를 구하리라. 그리고 그는 해내죠. 그 공로로 왕도 기사단에 입단은 했습니다만, 어찌 된 게 기숙사에 남는 방이 없어서 여자 동료와 한 방에 지내야 한다는, 무슨 쌍팔년도 여관 에피소드(이제 막 사귄 여친과 놀다 통금에 걸려 여관에 갔는데 방이 하나밖에 없다는 여관 주인)가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 여기사는 나보다 약한 남자랑은 '안 잔다'라는 절대적으로 오해를 일으킬만한 폭탄을 투하해버리고, 그걸 들은 '티나'는 검은 오라를 내뿜어서 수라장 직전까지 가는 등 초반은 이런 일상적인 이야기가 흐릅니다.

자, 그런 알맹이 없는 이야기는 접어두고, 이 작품에서 최대 흥미 포인트인 주인공이 전생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지금의 주인공을 기억하고 있을까?라는 것입니다. 주인공 전생에서 그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람이 두 명 있습니다. 하나는 검과 마법의 스승이자 친구인 '크리스토', 또 하나는 망가진 마음을 지탱해 주었던 연인 '이레네'. 이 두 사람은 과연 주인공을 기억하고 있을까? 크리스토는 수소문 끝에 어이없이 재회를 합니다. 이 나라 왕에게 불려가 내 아들 호위 좀 해달라는 의뢰를 받죠. 그리고 나타난 왕자가 바로 '크리스토' 절망으로 살아가던 주인공에게 싸울 힘을 가르쳐 주었던 친구. 당연히 그 친구는 주인공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오늘부터 1일, 뭔가 마법소녀물에서 여주가 적(소녀)에게 우리 친구 하자 그런 분위기랄까요. 이런데 면역 없는 필자는 다음 페이지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지탱해 주었던 '이레네'는 '티나'와 메인 히로인이 될지를 두고 각축전을 펼칠 인물로 보였습니다. 사실 당장 2권의 분위기를 놓고 보면 '이레네'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있죠. 전생에서 살을 맞댔다는 독백이 있는 걸로 보아 이들의 관계는 매우 깊었지 않았을까 그런 추측이 들었군요. 그런 '이레네'는 지금 어디에 있나. 옆 나라 마족 왕녀로서 당연히 주인공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쓰고 보니 내가 왜 이런 걸 쓰고 있는지 하는 자괴감이 몰려오는데, 사실 이런 이야기밖에 없기 때문에 리뷰도 그에 맞게 쓸 수밖에 없습니다. 전생에서 자기를 지탱해 주었던 둘을 만난 주인공의 애가 타는 마음을 구구절절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고 할까요. 크리스토도 그렇고 이레네를 만나서 서둘지 않고 오늘부터 1일식으로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가려 하는 게 인상적입니다.

맺으며: 그렇다 보니 후반 이레네가 있는 옆 나라로 여행 갈 때까지 이렇다 할 이야기는 없습니다. 연애관에서는 역시나 남주의 둔함은 빠지지 않는군요. 주인공은 소꿉친구인 티나가 보내오는 감정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면서 그 티나와 같은 감정을 이레네에게 보이고 있죠. 이런 식 연애담은 90년대 연애 시뮬 게임에서 자주 보던 설정인데 아직도 쓰이고 있다니 좀 씁쓸했습니다. 중반부터는 중증 이레네 앓이 하는 게 이러다 스쿨 데이즈 같은 파국을 맞지나 않을지 하는 느낌도 들었는데, 티나는 얀데레 성격을 가지고 있죠. 거기에 기름을 끼얹듯이 주인공은 계속해서 히로인들과 만나 연을 만들어 가고요. 이게 말로만 듣던 주인공 보정이라는 건가?

아무튼 주인공은 전생에서 만난 크리스토와 이레네가 왜 거지꼴로 숨어 살고 있었나 하는 복선이 풀립니다. 애초에 일국의 왕자와 왕녀가 왜 거지꼴이었는가를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답을 알 수 있었죠. 주인공은 크리스토의 비밀 잠행에 따라나섰다 고국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문제는 주인공이 전생 때의 복선을 깨닫는 게 너무 늦었다는 것이고, 소꿉친구 티나의 목숨이 풍전등화라는 것. 후번에 들어서면서 제법 흥미로워집니다. 주인공 주변에 여자들이 몰려들고, 권력자들과 인연을 만들어 가고, 연애에서는 둔하다는 클리셰 범벅이지만 이건 라이트 노벨 특성이라고 치부해버리면 읽을만했군요. 1권도 다시 읽어보면 다른 평가를 내릴 거 같은데 2년 전에 읽은 거라 지금 도서가 남아 있을 리 없는 관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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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마검이 지배한다 1 - Extreme Novel
우노 보쿠토 지음, 미유키 루리아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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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주의

신작입니다. 아마도 애니메이션 방영에 맞춰 정발하지 않았나 싶은데, 일단 1권을 읽어보니 우리나라에서 정발이 늦은 이유는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고전 '콥스 파티'류인 다크 한 이야기여서 그렇지 않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무대는 마법 학원이며, 학생들은 7년간 교육을 받습니다. 학원이라고 하면 청춘 로맨스가 뿜어져 나오는 풋풋함을 연상하기 쉬우나 본 작품에서는 7년간 살아남기 위해 골육상쟁을 펼쳐야 할 정도로 배틀로얄 같은 학창 생활을 강요받죠. 신입생 중 무려 2할이 중도 탈락하며, 선생의 설명으로는 단순히 탈락의 정도의 의미가 아님을 역설합니다. 주인공은 입학하자마자 그 의미를 몸소 체험하게 되죠. 밤이 되면 미궁으로 변하는 학교에서 친구의 분실물을 찾으러 교실에 갔다가 마주칩니다. 광기에 차서 자신들을 공격해오는 선배들을요. 4학년쯤부터 학생들은 인간의 범주를 넘어서 미궁의 마물 무엇과 비슷한 모습을 보입니다.

본 작품을 읽다 보면 근본적인 질문이 떠오릅니다. 주인공은 이런 마굴 같은 학원에 뭐 하러 입학을 하였는가. 이거에 대한 힌트는 프롤로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들에게 쫓기는 어떤 여학생이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고, 응전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 사망하고 말죠. 그리고 이 부분이 본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일곱 개의 마검의 힌트이기도 합니다. 프롤로그가 끝나고 이후부터는 영화 도입부처럼 학원에서 선생님들에게 수업받는 것을 시작으로 아인종의 인권 다툼 등 그동안 못 봤던 설정들을 보여줍니다. 주인공은 이종족 인권 다툼에 끼인 히로인을 구해주고, 동방에서 온 사무라이 소녀의 인생 가치관도 바꿔 주는 등 나름대로 주변을 돌보느라 고생을 많이 합니다. 이 이종족 인권 문제는 다소 흥미로운데요. 반대파의 논리: 인간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위험 시되는 마물에게도 인권을 줘야 할까?

옹호파의 논리: 대화하면 서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문제는 마치 현실의 길고양이 문제를 보는 듯했습니다. 생물은 저마다 자신의 위치가 있고, 그 위치를 다 할 때 자연이 돌아간다는 이치를 옹호파 히로인은 거부하려 하죠. 그래서 당연히 트러블이 일어나고, 그 뒤처리는 주인공이 떠맡게 되는, 그로 인해 히로인의 호감도가 올라가는 뭔가 씁쓸한 이야기들이 상당히 들어가 있다고 할까요? 그리고 눈에 띄는 히로인으로는 사무라이 소녀가 있는데, 동방에서 스카웃되어 마법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고, 오로지 칼로만 승부를 거는, 코스프레가 아닌 진짜 전쟁터를 누빈 진짜배기 사무라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서양 상식이 약간 부족하고, 일생을 전쟁터에서 살았던 반동인지 싸움만 났다 하면 끼어들어 사생결단을 내려는 모습은 개그가 아닌 광기를 엿보이게 합니다. 죽을 자리를 찾아 도저히 이기지 못할 마물과 대적했을 때도 희열을 느끼는, 그래서 보다 못한 주인공이 또 구해줍니다.

주인공은 주변에서 무슨 트러블이 있을 때마다 해결해 주는 게 인상적인데요. 고민이 있는 히로인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적을 맞이해서 이를 따닥따닥 부딪힐 뿐인 친구에겐 용기를 북돋아 주는 등 올라운드 만능형 포지션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시종일관 트러블 해결 능력은 발군인데 싸움 실력은 중간밖에 되지 않아 언제나 주변, 가령 사무라이 소녀가 앞에 서서 적을 없애는 도움을 받죠. 그래서 그의 능력 때문에 독자들은 속기 십상입니다. 말로 트러블 현장을 수습하는 능력은 있어도 그의 싸움 실력은 그렇게 높지 않다는, 그런 그가 복수 귀가 될 거라는 걸 꿈에도 모르게 하는 작가의 실력이 제법 있습니다. 다만 눈치가 좀 있는 분들이라면 중간중간 나오는 복선, 가령 주인공은 왜 선생에게 반발하는 가 같은 대목에서 과거에 뭔 일 있었나, 1학년치고는 박식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이런 부분에서 어느 정도 유추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맺으며: 아직 1권이라서 그런지 일곱 개의 마검에 대해선 많이 밝혀지진 않습니다. 현재 밝혀진 바로는 마검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현재 가진 무기로 발현 시키는 것이며 1권에서는 두 개가 발현하게 되죠. 이건 2권이 나오면 다시 언급해 보도록 하고요. 1권 기준 단점을 좀 언급해 보자면, 이종족 인권 문제가 얽히면 앞뒤 가리지 않는 히로인 때문에 눈살이 찌푸려졌습니다. 자신이 해결할 능력도 없으면서 말만 앞세워 이종족과 서로 이해할 수 있다고 떠벌린들 그걸 곧이곧대로 들어줄 어른들 세계는 만만하지 않다는 걸 몰라 결국 주인공이 구하러 가야 되는 민폐를 끼치죠. 그리고 주인공의 경우 주인공 보정이 꽤 심각할 정도입니다. 1학년 치고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며, 어떤 트러블이고 해결하고, 어떤 고민도 해결해 주면서 노력과 고생이라는 단어를 무색게 하는 게 좀 있습니다. 그리고 악당까지 도와주려 하고, 악당을 제거하지 않는 착함은 호감보다는 발암으로 다가왔군요.

아무튼 470여 페이지 동안 한순간도 빼놓을 수 없는 농밀한 이야기를 보여줘서 리뷰를 어떻게 써야 될지 막막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이 말은 필자가 추천한다는 의미기도 한데요. 착해빠진 클리셰의 주인공과 자신의 분야(이종족 인권)만 나왔다 하면 극단적이 되어가는 히로인만 보정하면 꽤 수작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외에 아마 앞으로도 메인이 되지 싶은 이종족 인권 옹호파와 배척파 사이에 끼게 되는 주인공과 그 일행들이 그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지가 최대 홍미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연구를 위해서라면 생명은 안중에도 없어지는 선배들과의 싸움도 흥미요소로 작용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 부분이 초반에 언급한 콥스 파티 같은 분위기를 풍기죠. 그리고 이 작품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주인공의 진짜 목적과 목표, 이건 2권에서 본격적으로 다뤄 보겠습니다. 아마 예상으로는 일곱 개의 마검을 가진 적과 싸우게 되겠죠. 참고로 마검은 온리 1템은 아닌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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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녀 전하는 화가 나셨나 봅니다 8 - L Novel
야츠하시 코우 지음, 나기시로 미토 그림, 이진주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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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7권에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기억이 안 나는군요. 이웃 나라와 전쟁을 시작한 건 기억나는데, 흑막과 조우하고 싸우기 직전이었나?는 어찌 된 게 생각이 안 나네요(7권 확인하려니까 도서가 어디로 가고 없음). 아무튼 최대 복선이었던 흑막의 정체는 밝혀졌습니다. 이번 8권 리뷰를 위해서 간략하게 설명해 보자면, 1천 년 전, 여주는 마술을 연구했던 스승의 밑에서 열심히 마술을 배우고 있었고, 스승에겐 딸이 있었죠. 또래로서 친하게 지냈던 이들은 어느 날 어떤 사고로 인해 갈라지게 됩니다. 그 사고로 스승은 사망, 딸인 '사라'는 어느 날 모습을 감춰버렸습니다. 그리고 1천 년 후 현재, '사라'는 다시 여주 앞에 모습을 드러내죠. 그녀는 여주에 대한 극렬한 복수심에 불타고 있었습니다. '사라'가 왜 복수심에 불타고 있는지는 제대로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뉘앙스로는 여주의 스승이자 '사라'의 아버지가 여주 때문에 죽었고, 그와 관련 말싸움하다가 갈라지게 되어 앙갚음을 하려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추측만 할 뿐이죠.

하지만 이번 8권에서 마력의 원천이 되는 마소를 봉인하려는 '사라'를 막기 위해 싸우는 과정에서 이상한 복선이 투하됩니다. 그녀(사라)는 복수심 때문이 아니라 여주가 어릴 때 자신과 나눴던 어떤 약속을 어겼고, 사실은 여주를 좋아하는데(은근히 백합 분위기 있음) 알아주지 않아 화가 나서 복수하려는 게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그 예로 마소의 봉인으로 마술을 쓸 수 없게 된 여주를 충분히 죽일 수 있었음에도 사라는 주저하게 되고, 그 찰나의 시간에 응원군이 오면서 결국 여주를 죽이지 못하고 마소 봉인 마법진은 미완성이 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가설로는 1천 년 전, 전쟁 때 여주의 남편을 죽인 건 다름 아닌 '사라'였다는 것이고고, 사라는 여주에게 윤회의 주술을 걸어 버리죠. 그리고 1천 년 후, 여주가 여주로서 각성할 때 사라가 개입했었고요. 각성할 계기를 줬을 때 죽이거나 꼭두각시로 만들 수 있었음에도 사라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이 말은 여주에게 호감이 있으니까 한 행동이 아닐까 하는 것이죠.

어쨌거나 그동안 뿌려댔던 복선이 많이 회수됩니다. 몇백 년 전부터 있어 왔던 일련의 사건 사고는 사라가 개입하거나 일으킨 것이고, 그에 파생되는 것들이 세상에 나오면서 전설로 내려온 것뿐인, 사실 이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복잡한 복선을 넣어 이야기에 집중 시키려는 작가의 노력쯤으로 보면 되지 않을까 싶군요. 그저 사라는 환생을 거치며 당대 유명인으로 환생하게 되었고, 그게 어쩌다 전설이나 신앙으로 발전한? 그런 느낌이죠. 거기에 자신의 주술을 강화하기 위해 실험을 했고, 어쩌다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탄생하여 나라를 건국하는 초대 왕이 되었다느니, 좀 황당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이게 지금의 여주와 무슨 상관이 있나?로 접근하면 하등 관련이 없다는 것이죠. 물론 여주의 나라가 건국되고, 그 덕분에 공작가라는 지체 높은 귀족이 될 수 있었으니 삶이 풍요로웠다 정도? 지금은 그 공작가도 멸망해서 여주는 평민이 되었지만요.

미완성이라도 사라가 만든 마소 봉인 마법진으로 인해 마술을 쓸 수 없게 된 여주는 상당히 곤란하게 되었습니다. 마소 봉인 마법진 설치 장소에서 일전을 벌였던 사라는 그 이후 모습을 감춰버렸고요. 어서 빨리 마법진을 없애는 방법을 찾고, 마술을 아예 못 쓰지 않는다는 걸 시험을 통해 찾아가는 등 나름대로 노력은 합니다. 언제 사라가 다시 나타나 싸움을 걸어올지 모르고, 마법진이 완성될지 모르는 상태라서 노력은 합니다만, 그 모습이 느긋하고 위기감이 없어서 조금은 발암적인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후는 학원으로 사라가 만든 주술병들이 쳐들어 오면서 수성전을 펼치는데 학원 관계자들이나 왕자들이 나서서 대응하지만 사태는 녹록지만은 않게 됩니다. 마법진으로 인해 마소 전멸은 마술을 못 쓰게 하고, 마소를 기반으로 하는 마법 또한 쓰지 못해 사면초가에 빠져 가죠. 여주는 마술에 전적으로 기대온 지난 나날을 뼈저리게 후회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맺으며: 필자는 이번 8권으로 하차합니다. 복선이 너무나 많이 투하되고, 조금도 독자들이 유추할 수 있는 단서를 제시하지 않는 불친절함은 혀를 내두르게 하는군요.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복선 하나를 회수하면 다른 걸로 그 몇 배를 바로 투하해버리니 머리가 따라가질 못합니다. 여주 남친 미만으로 어정쩡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지크'의 경우 1천 년 전 여주 남편과 똑같이 생겨서 남편도 환생 하 거 아닐까 하는 기대와 복선을 투하 해놓고 좀처럼 회수를 하지 않습니다. 그래놓고 이번 8권에서 사라도 지크와 똑같이 생겼다는 설정을 넣음으로써, 전문 용어가 생각 안 납니다만, 결국 사라는 1천 년 전 여주의 남편이 부러웠고, 그래서 똑같은 모습으로 자신을 꾸몄지 않나 하는 것입니다. 그럼 지크는? 결국 사라가 그동안 실험해온 주술의 산물이 아닐까 하는 그런 느낌이 강하군요. 이젠 어떻게 되든 알 바 아닙니다만. 이 작품만큼은 생각하길 포기했군요.

그리고 말 나온 김에 비평을 좀 하자면, 8권까지 오면서 사라가 왜 복수심에 불타는지에 대한 이유는 거의 없고, 마소 봉인 마법진의 부산물로 검은 눈이 내리고 두꺼운 구름이 대륙 전체에 끼면서 인간 포함 생물 전반이 전멸 위기에 빠졌는데 여주는 그 타개책을 구상하거나 제대로 찾지를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약한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게 하려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라이트 노벨에서 주인공이 이러는 건 자/살 행위에 지나지 않죠. 주인공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1천 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복선, 그동안의 여주에 대한 복선을 회수하지도 않고 어떤 현상의 인도를 받아 타개책을 찾아가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넣음으로써 산만하게 만드는 재주가 남다르더군요. 그리고 남편과 똑 닮았고 어쩌면 남친으로 발전할 수 있는 지크가 행방불명 되었는데 찾을 생각도 안 하는 것에서 여주가 이렇게 냉혈한이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은 복선을 전부 언급하며 리뷰를 쓰고 싶었지만 도저히 엄두가 안 나는군요. 제일 큰 복선인 사라는 어째서 마술을 없애고 싶어 하는가에 대한건 8권까지 왔음에도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 그리고 사라의 진짜 목적은? 사라와 지크는 어째서 여주 남편의 모습인가 하는 것, 이후 차차 밝혀지긴 하겠지만, 이게 제일 큰 복선임에도 전혀 상관없는 복선만 투하하고, 회수될 때는 알고 보니 별거 아니라는 느낌, 여주와 건국 때 초대 왕이 무슨 연관이 있고, 성녀가 또 무슨 연관이 있는가. 알고 보니 사라와는 관련이 있어도 여주와는 크게 상관없다는 거. 중요한 것은 사라가 여주에게 왜 복수심에 불타는가에 중점을 둬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는 것이 여간 짜증이 아니었군요. 물론 필자가 제대로 읽지 않아 포인트를 놓쳤을 수 있고, 제대로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을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더 짜증 난 건가 싶기도 하고요. 아무튼 라이트 노벨 수백 권을 읽어온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머리 아픈 작품은 또 처음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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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 기사단의 노예가 착한 모험가 길드에 스카우트 되어 S랭크가 되었습니다 1 - S Novel+
지오 지음, 유우야 그림, 박정철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2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주인공 먼치킨, 히로인 다수의 하렘을 기반으로 한 판타지입니다. 이세계 전생물은 아니고요. 주인공은 5살 때 부모님을 따라 마물이 득시글 거리는 마경에 들어갔다가 부모님은 비명횡사, 주인공은 그대로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마경에서 홀로 마물 등을 잡아먹으며 지내게 됩니다. 10년 후 근처 기사단에 의해 구출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주인공을 죄인 취급하며 감금, 나아가 강제로 기사단에 편입 시켜 버립니다. 그런데 하필 그 기사단은 말도 못 할 정도로 악덕해서 심각한 구타와 언어폭력, 먹을 것은 부족, 잠도 못 잘 정도로 혹사 시키고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10년 동안이나 문명과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일까 이게 괴롭힘인지, 정상적인 조직의 생활인지조차 인지를 못하는 상황이었죠. 주인공은 그저 나약한 놈이라느니 나라를 위해서라는 단장의 말빨에 그런가 보다 하고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길드 마스터가 찾아오면서 이 지옥 같은 생활이 끝이 납니다.

초반부터 앞으로의 주인공 생활에 대한 개연성을 엄청나게 집어넣습니다. 우선 마경에서 10년이나 지냈다는 부분, S랭크 모험가조차 섣불리 들어가지 못하는 마경에서 5살짜리가 어떻게 생존했을까. 이것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주인공 진짜 정체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작중에 보면 여신과 용사, 그리고 마족이 언급됩니다. 여신의 신탁은 아직 내려오지 않았다 했으니, 그렇다면 주인공이 용사일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이 가설의 신빙성이 높은 게, 작중에 성녀(히로인)가 등장하는데 그녀는 한 번도 못 본 주인공을 적극 두둔하고 나선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이렇게 마경에서 살아남으면서 먼치킨에 대한 개연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말도 못 할 정도로 엄청나게 강합니다. 어디서 뭘 했는지 같은 개연성도 없이, 전생물도 아닌데 초반부터 강하면 쓰레기 소리 듣겠죠. 이렇게 마경에서 지냈다는 개연성을 넣음으로써 비판을 미연에 방지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10년이나 사회와 떨어져 지냈고, 처음 만난 사람이 악덕 기사단의 단장이었고, 그러다 보니 세상 물정과 상식 결여로 사기당하기 딱 좋은 상태가 바로 주인공이란 말씀. 마침 길드에서 사람 좋은 '쿠에나(메인 히로인)'를 만나 쿠사리를 먹으면서 상식을 배워가는 게 조금은 흥미롭습니다. 언제나 상식 결여로 바보짓 하는 주인공이 위태로워 어쩔 수 없네 식으로 보살펴주는 게 한편으로는 귀엽기도 하죠. 두 번째 히로인 '실라'가 본격적으로 합류하면서 은근히 연적으로 경계를 하고, 내가 먼저 부뚜막에 올라가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얼굴 벌게져서 흥흥 거리는 게 전형적 하렘의 분위기를 뿌려 댑니다. 물론 히로인들과의 개연성도 충분히 뿌려 두는데요. 쿠에나와는 S랭크를 두고 시합을 벌여서 인연을 맺었고, 실라는 기사단에 있을 때 부기사단장으로서 단장인 아버지가 주인공을 못살게 굴 때마다 걱정을 해주었죠. 이후 아버지의 폭주를 주인공이 막아주면서 본격적으로 주인공 진영에 합류합니다.

본 작품은 콩쥐팥쥐같이 구박받는 히로인(콩쥐역)이 왕자를 만나 구원받는 전형적인 인생 성공 스토리를 보여줍니다. 다만 여기서 히로인은 주인공(남자)이고, 왕자 역으로는 길드 마스터 로리 할망구가 되겠습니다. 팥쥐는 기사단의 단장이죠. 근데 기사단 단장은 팥쥐보다는 팥쥐 엄마에 가깝다고 해야겠군요. 왕자 역인 로리 할망구는 주인공을 기사단으로부터 구해줬지만, 굳이 왕자 역에 연연하지는 않습니다. 그 왕자 역할을 쿠에나에게 맡겨 놓은 상태죠. 그래서 늘 둘이 같이 다닙니다. 쿠에나는 상식이 없는 주인공 때문에 언제나 골머리를 썩고요. '실라'는 부뚜막에 먼저 올라가기로 마음먹고 거리낌이 없습니다. 남주가 있고, 여주가 있다면 생기는 이벤트의 클리셰인 가슴 주무르기도 이 커플에 의해 발생합니다. 2권부터 합류하지 않을까 싶은 성녀의 인상은 본 작품이 동인지였다면?를 먼저 떠오르게 했습니다. 길드 마스터 로리 할망구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듯하고요.

주인공은 길드 스카우트되고 S랭크가 되었습니다. 여기서도 의문점이 생깁니다. S랭크로의 승급은 모험가들이 죽어라 고생을 하고, S랭크의 모험가들의 추천을 받아야만 가능한데 어째서 주인공은 단숨에 S랭크가 될 수 있었나. 그것도 이변이 없으면 S랭크로 승급되어야 할 쿠에나를 제쳐두고 말이죠. 성녀는 그를 만나기도 전에 그를 추천한 이유는? 길드 마스터는 어떻게 주인공을 찾아내고 그의 실력을 알아차렸을까. 길드 마스터는 주인공 부모와 아는 사이이고, 10년 후 주인공이 죽지 않았다면 찾아내라는 의뢰를 받았을까? 그리고 길드 마스터는 왜 성가신 의뢰를 주인공에게 몰아 주는가, 그것도 성녀와 만날 수 있는 의뢰 위주로. 이렇게 복선을 많이 투하하면서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실력이 좋습니다. 하지만 무얼 하든 다 해내는 주인공 때문에 이런 복선은 의미가 없고, 너무 강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용사 내지는 그에 준하는 무엇일 테지 같은 느낌을 줘서 기대치를 높여주지는 않습니다.

맺으며: 늑대소년 같은 세상 물정 모르는 소년이 세상으로 나와 신기해하며 세상을 알아가고 상식을 알아가는 다소 신선한 소재이긴 합니다. 상식은 없어도 사람들을 구하고, 지키려 노력하고, 자신의 힘을 어디에 써야 될지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죠. 그래서 위기에 빠진 옆 나라도 구하고, 히로인들도 구하고, 그러다 보니 인기인이 되는,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영웅 같은 이야기, 돌려 말하면 방구석 폐인들이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는 그런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먼치킨 주인공, 주인공을 좋아해 주는 히로인들, 악당을 물리치고 그런 주인공을 우러러보는 주변 사람들. 이런 상황들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것도 특징이죠. 전체적으로 보면 청소년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여기서부터는 필자 개인적인 느낌, 한 번 본 마법은 그게 무엇이든 따라 할 수 있고, 그러해서 남들은 시합이니 시험이니 하며 고생을 하는데 주인공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해내는 통에 넓게 보면 흥미로웠던 이야기가 주인공 때문에 다 말아 먹는 느낌이 장난 아닙니다. 수천의 기사단 본진에 단독으로 쳐들어가 '실라'를 구출해오고, A랭크는 목숨이 간당간당한 의뢰를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통에 이게 뭐가 재미있나? 같은 느낌도 있습니다. 세상 물정 어둡고 대인관계가 빈약하다는 개연성에 충실하려는지 악덕한 사람들이 내뱉는 부조리한 말에 적어도 말빨로 반격을 하지 않는 장면들은 발암으로 다가왔군요. 그런 주제에 주인공 말 한마디에 호감도가 수직 상승하는 히로인들의 의미 모를 장면들은 훈훈함보다는 눈살이 찌푸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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