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탄의 망령은 은퇴하고 싶다 7 - ~최약 헌터에 의한 최강 파티 육성술~, S Novel+
츠키카게 지음, 치코 그림,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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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번 7권에서는 이것만 기억하면 됩니다. 여동생 여우, 언럭키 하기로는 주인공과 쌍벽을 이루는 황녀, 그리고 가여운 범죄 조직. 가만히 있어도 복이 굴러 들어오기는커녕 각종 트러블이 알아서 제 발로 찾아오게 만드는 주인공에게 황제는 그동안 고생했다고 무제제(무술 대회) 참가권을 하사하죠. 그리고 역시 길을 걷기만 해도 각종 사건에 휘말리는 황녀를 교육 시켜 제발 좀 언럭키한 체질을 고쳐 달라는 의뢰를 합니다. 마이너스와 마이너스가 만나면 플러스가 되나? 아뇨, 플러스되면 본 작품의 아이덴티티가 아니죠. 불운 창출은 이 작품의 묘미입니다. 주인공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건은 일어나고, 주인공이 일으킨 것도, 관여한 것도 아닌데 주인공을 중심으로 사건은 커져만 갑니다. 그러다 결국 도시 하나를 말아 먹죠. 그런 체질의 주인공에게 밖으로 나갔다 하면 사건에 휘말리는 황녀를 만나게 했으니 이번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리고 6권에서 황제 호위하다가 만난 여동생 여우가 찾아옵니다.

여동생 여우는 사람이 아니라 마물입니다. 레벨 10(주인공은 8, 8이라도 영웅 등급) 헌터들이 떼로 덤벼도 어쩌지 못하는 보물전(던전) [길 잃은 여관] 소속으로 유부에 환장해서 가출 후 주인공을 따라왔었죠. 하지만 본 작품은 여느 작품들처럼 귀엽다고 마스코트화 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황제 따라갔던 사막의 나라에서 나무 키우는 방법 좀 알려 달라는 마을 사람들에게 냉큼 떠넘기고 줄행랑을 쳤었죠. 그런데 사막에 있어야 할 여동생 여우가 무제제에 참가하는 주인공을 찾아왔는데, 왔다고 여느 작품들처럼 귀여운 모습으로 아빠!! 혹은 오빠!! 하며 방구석 폐인들이나 좋아할 법한 장면을 연출할까 했지만 이 작품은 그렇게 아기자기한 파스텔톤이 아니란 말이죠. 언럭키+언럭키가 모인 장소에(결국 주인공은 황녀의 교육 의뢰를 받긴 했지만 냉큼 동료들에게 떠넘겨버렸음) 레벨 10의 헌터들도 만나면 간담이 써늘해진다는 여동생 여우가 찾아왔으니 사태는 일촉즉발이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유부 하나면 다 됩니다. 여동생 여우는 누가 여우 아니랄까 봐 유부에 환장해서 안 주면 공격하겠다고 어찌나 살벌한 협박을 해대는지. 이에 주인공은 세상 벌벌 떨게 만드는 범죄 조직을 회유해서 유부를 만들게 하는데... 집에 있어도 언럭키가 찾아오는 자(주인공)와 걸어 다니는 언럭키(황녀)의 조합이라는 시너지가 폭발해서 애꿎은 범죄 조직이 엮이게 되죠. 그러니까 주인공의 언럭키는 자석과도 같습니다. 그의 주위에 있으면 사건 사고에 휘말리죠. 동료들이야 하나같이 맛이 가서 그런 상황을 즐기지만, 선량한(?) 사람들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번엔 그 대상이 범죄 조직이 되었고, 주인공은 그 범죄 조직에 여동생 여우를 떠넘기다시피 하죠. 결국 범죄 조직 소속 무녀는 졸지에 유부를 만들어야 되고, 조직은 주인공의 행동을 착각해서 유부로 세상 점령이라는 영문모를 일에 휘말리고 맙니다. 그런 와중에 여동생 여우는 이 상황을 불쾌히 여겨 주인공을 함정에 빠트리려 하는데...

그런데 황녀의 교육은? 주인공과 엮이면 좋은 꼴을 못 보는 게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죠. 주인공의 의도야 어쨌든 간에 그와 엮이면 죽음뿐이고 죽고 싶지 않으면 발버둥을 처야 만 하죠. 그렇다면 주인공은 엄격하나? 아니죠. 귀찮든 아니든 일거리가 들어오면 남에게 떠넘기는 걸 지상 과제로 삼고 있는 주인공은 사자 우리(맛이 간 동료들)에 던져 넣으니 황녀는 죽고 싶지 않으면 절벽을 기어 올라가야만 하죠. 근데 작가가 시작할 때는 무제제와 황녀 교육, 그리고 언럭키와 언럭키가 만나 시너지가 폭발하는 그런 이야기를 계속 그러줄 거처럼 해놓고 왜 여동생 여우를 더 부각하는지? 은근슬쩍 귀와 꼬리의 귀여움도 어필하고, 결국 작가는 자기 욕망을 이기지 못한 듯한? 여동생 여우가 좋아하는 유부 타령은 어찌나 심한지, 솔직히 지겹게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무제제와 황녀 교육은 저 멀리 밀려 버리고, 고생은 범죄 조직이 다 합니다. 조직에 속해 있는 무녀는 하루 종일 유부를 만들기만 합니다.

맺으며: 주인공과 황녀의 언럭키한 상황을 잘 살려 범죄 조직이 엮어서 자멸해가는 과정을 참 드라마틱 하게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주인공과 엮이면 황제라도 고생한다는 걸 이미 6권에서 증명했는데, 범죄 조직이라고 다를까 싶을 정도로 주인공은 마구 휘젓고 다니죠. 그런 주제에 자기가 휘젓고 있는 조직이 범죄 조직인지도 모른다는 멍청함은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일본 엔터테인먼트에서의 여우는 유부에 환장한다는 설정을 본 작품에서도 충실히 따르고 있는데, 결국 자기가 유부 만들기도 하는 등 소소한 볼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했군요. 흥미로운 건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귀엽다고 마스코트화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마물은 어디까지나 마물이고, 인간과 교류는 해도 서로 이해 못 한다는 설정도 참 현실적으로 잘 그리고 있습니다. 아무튼 주인공 짝퉁도 등장해서 분량을 차지하고, 황녀를 아무렇지 않게 복제하는 히로인 등 이번 7권은 1~6권 중에 단연 압권입니다. 다만 520페이지나 되고, 글을 워낙 촘촘히 해놔서 여느 작품이라면 900페이지는 될법한 분량이다 보니 리뷰로 다 표현하지는 못했군요(한 5%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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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사 치트가 너무 최강이라 이세계 녀석들이 전혀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만. 9 - J Novel Next
후지타카 츠요시 지음, 나루세 치사토 그림, 김경훈 옮김 / 서울문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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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현자에 의해 이세계로 소환된 애들은 거의 다 죽어 버렸고, 나름대로 쓸만한 능력을 받은 애들만 몇 남았지만 이것도 조금씩 갈려 나가는 중입니다. 애들을 소환한 현자, 현자라고 해서 판타지의 인자하고 박식한 마법사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겠지만 본 작품에서는 그저 돌+아이일 뿐이죠. 외부에서 침략해오는 미지의 존재로부터 이세계인들을 지켜주는 거 같긴 한데, 이건 정의감으로 행하는 행동이 아니라 내 장난감이 없어지고 다른 놈들에게 내 장난감을 빼앗기는 게 싫은 어린애 같은 감정이 더 앞서는 그런 종족들입니다. 주인공 반 애들을 소환한 것도 뭐 그런 맥락인데, 살아남으면 현자 자리 준다고는 하지만 살아남는 놈이 있어야죠. 애들도 협동심이나 눈물겨운 우정? 같은 건 이세계에 도착하자마자 개(dog)한테 줘버렸습니다. 능력을 못 받은 주인공과 히로인을 본 공룡이 입맛 다시는데도 구해주기는커녕 놔두고, 오히려 주인공 일행이 먹힐 동안 우린 도망가자 하며 내뺀지 오래였죠.

그 결과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 속에서 신에 필적하는 능력을 얻은 녀석과 현자의 반열에 오른 몇 놈만 빼고 다 죽어버렸습니다. 이것들도 주인공과 적대했다가 거의 다 요단강 건너 친구 만나러 가버렸죠. 반 친구들이 거의 다 죽은 후 주인공은 본격적으로 이제 몇 안 남은 현자들을 찾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현자의 돌을 이용해 원래의 지구로 돌아가는 여정에 들어섭니다. 오만방자한 현자들이 곱게 현자의 돌을 내줄 리도 없고, 게다가 현자의 몸속에 돌이 들어 있다 보니 꺼내면 현자도 죽어 버리는 사실상 그로테스크한 일들이 일어나죠. 그러고 보면 주인공의 성격이 참 흥미로운데요. 어느 섬에서 반 친구이자 현자 한 명을 요단강 건너로 이송하고, 다시 밖으로 나오려고 보니 제도(수도)가 무언가의 공격을 받는데 주인공은 사람들 구해줄 마음은 없어 보인다는 것, 그에게 있어서 누가 죽던 그런 일 따위 알 바 아닌 시크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죠. 남들에게 다 무시당하는 돼지 오타쿠 힐러에게조차 '재수 없는 즉사 치트맨'이라는 소리까지 듣습니다.

본 작품은 현실성을 논하면서 읽으면 안 됩니다. 한때 나무야 미안해라는 소리까지 듣긴 했지만, 여느 이세계물과는 궤를 달리하는 게 굉장히 흥미롭죠. 별별 외계인이 다 나오고(현자들은 이들과 싸워댐), 신(神)들은 너무 자주 출몰하여 시장의 흔한 콩나물 같은 존재로 전락한지 오래고, 꼴에 신이라고 힘은 강대해서 이세계를 파괴하고 다니지만 언제나 주인공에 의해 골로 가는 패턴이죠. 반 애들도 힘을 얻은 전능감에 설치다 다 죽어버리고, 주인공을 깔본 이세계인들도 다 골로 가버립니다. 그리고 개그물의 한 장면같이 어찌어찌 현자 돌을 모아서 한데 뭉쳤더니 어린애의 모습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을 향해 아빠!! 보통 이세계물에서 어린 여자애가 아빠 아빠그러면 주인공은 입이 풀어져서 헤벌쭉 해지기 마련이나 본 작품의 주인공은 시큰둥하게 여자애라고 이름을 걸(girl)로 지어버리죠. 여자애가 싫다니까 그럼 스톤? 현자의 돌이니까 스톤. 결국 돼지 오타쿠에게조차 비아냥을 듣게 되는 장면은 여간 웃긴 게 아닙니다.

주인공의 즉사 능력은 이세계에서 받은 게 아닌 지구에 있을 때부터 원래 가지고 있던 능력입니다. 본 작품은 정상적인 지구에서 애들이 이세계로 넘어가는 이세계 먼치킨 계열이지만, 근본적으로 지구도 이세계와 마찬가지로 능력자들이 살고 암약하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죠. 이 부분이 여느 이세계물과 다른 점입니다. 주인공은 그 능력자들 중에서 으뜸이자 유일무이한 존재고요.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지하 깊숙한 연구소 같은데 갇혀 지냈죠. 이전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사실 이세계는 주인공을 가둬두기 위한 가상의 공간이 아닐까 하는 것이고, 히로인은 그를 붙잡아둘 인질 혹은 트리커(주인공이 유일하게 지키려는 단 한 사람) 역할이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번외 편에서 새로 언급되기를, 연구소는 주인공을 봉인 시킬 수 있다는 대목이 나오는 걸 보면 연구소에 의해 이미 봉인은 끝났고, 지금의 이세계는 꿈이거나 가상 세계가 아닐까 하는, 그만큼 주인공의 능력은 범 우주적이죠. 이번에도 주인공과 유사한 즉사 능력을 가진 반 친구가 등장해서 주인공과 대적하는 관계일까 했는데 쪽도 못 썼거든요.

맺으며: 현자의 돌도 많이 모았고, 지구로 돌아가는 방법도 알아내는 등 이야기가 속도를 붙입니다. 사실 이런 얘기보다 본 작품은 인간은 힘을 얻으면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나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것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다들 노 브레이크로 달려가죠. 그러다 종착점은 언제나 주인공 앞이고, 주인공을 얕봤다가 다 골로 갑니다. 사실 원패턴이어서 지루할 수 있으나 그걸 중화하듯 가령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도게자 하나만으로 끝까지 살아남은 돼지 오타쿠의 개그 같은 장면들이 소소한 재미로 다가옵니다. 주인공이 자신과 히로인에게 살의만 가지지 않으면 죽이지 않는다는 걸 알고 나서는 스스럼없이 나대는 것들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죠. 이번에는 현자의 돌을 모았더니 아이가 만들어지고, 그 아이가 이름 좀 제대로 지어 달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거나, 걷기 힘들어 안아 달라 했더니 주인공이 거부하자 불만을 내비치는 등의 모습들이 앙증맞습니다. 현자의 돌을 줬더니 점점 커지는 등 무슨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흘러가는 것도 흥미롭죠. 하루빨리 지구로 돌아가자고 해놓고, 귀찮은 일은 서로 떠넘겨야 제맛인 장면들도 소소하게 웃음 짓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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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레벨업 1
추공 지음, 이백 그림 / 파피루스(디앤씨미디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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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올 1분기 애니메이션화된 국산 라이트 노벨입니다(만화도 있다고 합니다). 판타지에서 으레 등장하는 던전과 모험가들의 이야기를 현대적 시대 배경과 시각으로 풀어낸 작품이죠. 장소 배경은 서울 어딘가이고, 주인공은 20대 청년입니다. 여느 판타지물처럼 모험가(본 작품에서는 헌터)들은 적정 등급을 가지고 있는 건 유사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그 등급은 정해져 있고 한번 정해지면 윗등급(가령 E 급에서 D 급으로 승격)으로는 승격하지 못한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현대에서 어떻게 발버둥 치든 위로 올라가기 힘든 하류층과 중산층, 그리고 1%의 엘리트(상류층)의 삶을 현실적이고 사실적으로 그려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령 주인공과 같이 E 등급일 경우 던전도 그에 맞는 곳에 가야만 하고 벌이도 신통찮습니다. A등급이나 S 등급일 경우 E 등급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벌이와 사회적 명성과 인기(아이돌)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한번 정해진 등급은 노력을 통해서는 타파가 불가능한, 결국 버는 사람만 더 버는 사회 불평등을 낳을 수 있는 구조의 세계라 할 수 있죠.

10여 년 전부터 던전은 어느 순간 찾아오듯 시내 어딘가에 무작위로 열리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헌터로 각성하기 시작한 것도 그쯤이죠. 던전이 생성되면 헌터들은 빠른 시간 안에 보스를 처치하고 던전을 폐쇄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스탬피드(몹 범람)로 도시로 몬스터들이 쏟아지고 그러면... 참고로 현대 무기는 통하지 않습니다. 그런 세상에서 주인공은 E 등급 중에서도 하(下)에 속하는 거의 일반인이나 다름없는 능력을 가졌습니다. 월세 아파트에서 곧 대학 가는 여동생과 몸이 안 좋아 병원에 입원 중인 엄마와 살고 있죠. 엄마의 병원비와 동생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주인공은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헌터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주인공으로서는 매번 목숨을 걸어야 되고, 그렇게 목숨을 걸어도 손에 쥐는 건 월세 내기도 빠듯한 푼돈이죠. 오늘도 던전에 들어갔다가 손에 쥔 건 몇만 원짜리 마정석 하나. 빈민은 아무리 발버둥 치든 위로 올라가지 못합니다. 그런 주인공에게 던전은 흉악한 미소를 짓죠.

[플레이어가 되실 자격을 획득하셨습니다]

깨어나 보니 병원이고, 만신창이가 된 몸은 어느새 말끔히 나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주인공의 일상은 180도 바뀌게 되죠. 사실 여기서부터는 여느 이세계물처럼 주인공도 무능력에서 먼치킨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던전에서 죽다가 살아난 주인공은 현실로 돌아오면서 어떤 능력을 각성합니다. 다른 헌터들은 못하는 레벨업이라는 변칙 시스템을 얻게 되죠. 이제 태어날 때부터 힘이 고정된 세상에서 주인공은 여기서 + 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좋아할 일인가? 아닙니다. 능력치가 고정된 세계에서 나만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는 게 밝혀지면 어떻게 될까 하는 우려를 낳는다는 것이죠. 그래서 생활에 변화를 줘선 안 되며, 먼치킨처럼 무쌍을 찍는 걸 남에게 들켜서도 안 됩니다. 물론 들켜도 빠져나갈 구멍은 만들어 두었긴 합니다만, 주인공은 혼자 돌아다니는 걸 선택하죠. 하지만 언제까지고 감출 수는 없고, 차츰 여러 사람에게 들키면서 주인공의 인성에 대한 시험대가 펼쳐집니다. 한번 정해진 등급을 타파할 수 있다면 그 파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겠죠. 평범한 삶은 물 건너간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단순히 주인공이 능력을 얻어 강해지는 이야기였다면 낮은 평가를 주었을 텐데, 본 작품은 여러 복선을 깔아둡니다. 가령 주인공을 플레이어로 선택한 던전 시스템은 주인공을 이용해 무언갈하려고 한다든지, 강제 퀘스트를 발동하여 주인공을 컨트롤해서 때에 따라 인류 전체와 적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었죠. 그 댓가인지 이론상 주인공은 무한으로 능력치를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게 뭐가 재미있나 하겠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작가는 여러 장치를 마련해두었습니다. 정체가 발각되면 의학적으로 표현해서 해부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숨긴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듯 조금씩 주인공의 달라진 점은 세상으로 퍼져 나가고, 이익에 눈이 먼 사람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하죠. 소심하고 쭈구리 인생이었던 주인공이 능력치를 올리면서 용감해지고 성격도 밝아지며 긍정적으로 변해가는 모습들도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아직 1권이라서 그런지 주된 이야기는 주인공의 성장을 그리지만 점차 주인공이 마주해야 될 적은 던전의 몬스터만이 아니라는 걸 그려가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맺으며: 그래서 재미있나? 이것만 원하는 분들에겐 재미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보통 450여 페이지 읽는 데 5~6일 걸리는데(느리게 읽는 게 아니라 직장 시간 관계상) 반해 본 작품은 잠을 줄여가며 2일도 안 걸렸을 정도로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절대값은 아닙니다만, 그동안 국산 라이트 노벨 몇 작품을 접해온 바로 평가하자면 본 작품을 제일로 치겠습니다. 일본 작품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라고 하는 건 오히려 특색을 살리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니 일본 작품들과는 비교하지 않겠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우리나라 고유 색상을 충분히 잘 살리고 있다는 것은 말씀드릴 수 있군요. 그리고 던전이라는 이익 앞에서 눈에 뵈는 게 없어지는 인간들의 추악한 욕망을 참 현실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쫄보 그 자체였던 주인공이 성장하고 돈을 왕창 벌게 되면서 성격 변화를 거치고, 이전에는 목숨을 걸어야 했던 몬스터를 앞에 두고 아무 감흥이 없어져 가는 게 흥미 포인트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고 무덤덤하다는 것이 아닌 이런 장면들을 소소하게 개그로 풀어 놓기도 해서 재미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산이라고 해서 재미있다고 난발하는 건 아니고, 그냥 필자의 표현력이 부족한 것뿐입니다. 필자 리뷰를 꾸준히 봐온 분들은 아시겠지만, 재미없는 건 신랄하게 까는 게 필자라는 것을 아실 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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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테가미 쿄코의 추천문 - 카니발 플러스
니시오 이신 지음, VOFAN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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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본 작품은 추리물입니다. 탐정이 등장하여 사건을 파헤치고 범인을 특정해가죠. 흥미로운 점은 탐정의 시각이 아닌 주변 인물이 주인공이 되어 그의 시각으로 탐정을 보조하며 사건을 추리해가는 게 특징입니다. 그래서 명탐정 코난이나 김전일처럼 다이내믹한 풀이는 크게 없습니다. 주로 사건이 터진다-> 탐정이 등장한다(혹은 의뢰한다-> 단서를 모은다-> 그러다 주인공이 의문을 품으면 탐정이 설명한다-> 해결된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죠. 크게 보면 여느 추리물과 비슷한 흐름이긴 합니다만. 작가는 여기서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소재를 기용하죠. 수면을 취하면 직전까지의 기억은 깔끔히 리셋이 되는 "망각 탐정" '오키테가미 쿄코'는 뛰어난 두뇌를 가진 탐정이나 수면을 취하면 직전까지 기억이 지워진다는 특이한 체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사항은 항상 몸에 매직으로 메모를 해두고 있죠. 그녀의 그런 특성 때문에 사건은 하루 만에 해결해야만 하고, 그렇게 해냅니다.

주인공 '오야기리 마모루'는 이번 씨리즈 두 번째 이야기부터 등장합니다. 그는 사설 경비업체 소속 경호원(경비원)으로서 미술관 경호원으로 처음 등장하죠. 어느 그림의 호위를 맡아 자칫 무료할 수밖에 없는 일상을 보내다 3명의 사람을 만나면서 그의 인생에 커다란 전기를 맞이하게 합니다. 첫 번째가 망각 탐정이고 두 번째가 미술에서 천재의 두각을 나타내는 건방진 10살(8살인가) 소년, 그리고 어느 다혈질 노인. 경호원으로서 미술관 손님에게 말을 걸면 안 되는데도 말을 걸은 게 손님으로 온 망각 탐정이고 하필 그녀의 머리색(흰색)으로 인해 노인으로 착각한 게 발단이 되어 앞으로 인생 다이내믹한 경험을 하게 되죠. 두 번째 10살 소년에게 아는 척했다가 쪽팔림을 당하고, 세 번째 노인이 자신이 지키던 그림을 박살 내는데도 말리지 못해 경호원에서 짤리는 비참한 삶을 하루 만에 겪게 됩니다. 그리고 노인으로부터 '너 경호원에서 짤렸지? 잘 되었네, 내 경호원이나 해라'라는 연락을 받습니다.

노인 자기 때문에 짤렸는데 내 경호원이나 하라니. 근데 알고 보니 그는 미술계에서 거물이었고, 노인의 말에 따르면 그림을 부순 건 이유가 있습니다. 근데 주인공 입장에서 나는 왜 잘림?이라는 의문이 들고, 결국 어른들의 사정 때문이라는 기가 찰 노릇만이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었고, 이 상황을 나 혼자면 만끽하기엔 억울했던 주인공은 물귀신 작전으로 탐정(오키테가미 쿄코)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같이 경호원으로 일하자며 꼬드기는데(약간 각색했습니다)... 주인공에게 있어서 인생의 전기를 마련해 주는 3인 중에 두 명(탐정과 노인)이 모였습니다. 그리고 무슨 화학 반응처럼 사건이 일어나죠. 탐정이 가는 길에는 항상 사건이 일어나는 필연을 주인공은 애써 외면하며 탐정과 조사에 들어가는데, 노인이 살던 건물에 일전에 만났던 10살(혹은 8살) 건방진 꼬맹이가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로써 3인이 다 모였습니다. 꼬맹이는 여기서 무얼 하고 있었나, 노인의 목적은 무엇인가를 밝히는 게 이번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맺으며: 망각 탐정 씨리즈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탐정으로서의 이야기는 평범합니다. 흥미로운 점을 들라면 수면을 취하면 직전까지의 기억이 리셋된다는 것이겠죠. 아주 깔끔하게 잊어버립니다. 여덟 번째(8권) 이야기에서는 주인공에게 매일 처음 뵙겠습니다가 첫인사였죠. 그럼에도 상식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어서 일상생활하는 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그녀에게서 잊혀진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하는 그런 감상에 빠지곤 했군요. 어제까지만 해도 깊은 관계였어도 오늘이 되면 깔끔하게 잊어버리는 그녀. 평범한 남자라면 견디지 못하겠죠. 아쉬운 건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해줄 만한 이야기는 들어있지 않습니다. 그녀는 돈에 깐깐하고 패션 센스가 남다르며 언제나 밝은 모습을 보이죠. 누가 의문을 품든 바로 해답을 내놓고, 사건 현장을 처음 접해도 바로 범인을 유추하는 신들린 추리를 보여줍니다. 그런 그녀이기에 수동적이고 냉소적이고 생각이라는 걸 안 하는 주인공을 견딜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군요. 이 작품에서 하나 옥에 티가 있다면 주인공의 성격이군요. 일본 수직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듯, 누가 결정해 주지 않으면 자기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판단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듯 장황하게 독백을 늘어놓는 것들이 잠깐잠깐식이 아닌 장면마다 몇 페이지식으로 풀어 놓다 보니 지루함을 넘어 분노까지 치밀게 합니다. 가령 사건 현장에서 탐정은 긴밀하게 움직이는데 주인공은 멀뚱멀뚱 거린다든지... 8권에서는 이러지 않던데, 차차 나아지는지 두고 봐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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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흉의 버퍼 화술사인 나는 세계 최강 클랜을 이끈다 3 - S Novel+
쟈키 지음, fame 그림, 박정철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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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작가는 주인공의 성격을 '자존심에 얽매인 완벽주의자'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에게 고단한 수련을 받으며 귀에 딱지 앉을 정도로 들은 말은 '얕보이지 마라'였죠.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사상 최강의 '시커(모험가)'였던 할아버지의 등을 바라보며 커 왔지만 반대로 자신은 시커계에서 무능력이나 다름없는 [화술사]인 그로서는 내면 어딘가에 자격지심 같은 게 있었을 겁니다. 할아버지가 사망할 때 유언으로 남긴 최강이 되어라는, 주인공에게 있어서 내면의 어둠과 맞물려 뒤로 물러서지 못하는 벼랑 같은 인생을 걸어가야만 했을 테죠. 그래서 누군가가 자신을 업신여긴다(무능력자다 같은) 싶으면 그것은 곧 벼랑으로 내모는 것으로 비추어졌을 것이고요. 이것은 자존심으로 연결되고, 주인공에게 있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는 건 죽음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상대를 적대자로 낙인찍고, 자신의 잔학성과 공포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작중 어느 캐릭터는 이런 말을 합니다. 공포라는 감정으로 다른 사람을 지배하는 수단에 집착하는 건, 자존심이 세고 다른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클랜을 창설한지 몇 달 되지 않아 제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성장한 주인공과 그의 동료들은 한층 더 올라 기기 위해 고난도 비스트(마물) 사냥에 나섭니다. 사람들은 신생 클랜이고 다들 겉으로 봐서는 초짜나 다름없는 이들이 무모하게 나서는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죠. 하지만 한시바삐 최강이 되어 우매한 민중들을 위에서 내려다보기 위해 혈안이 된 주인공으로서는 무모란 먹는 것에 지나지 않았고, 고생은 동료들에게 맡기고 도전에 나섭니다. 결론적으로 언급해 보자면, 뭐 여기서 꼴까닥 했으면 3권으로 완결 났을 테죠. 참고로 작가의 주인공 버프가 장난 아닙니다. 아무튼 이렇게 한건 해결하면서 이제 제국에서 7개밖에 없다는 '레갈리아'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레갈리아는 시커에게 있어서 꿈의 자리이고, 레갈리아에 선정되면 최강의 호칭과 영웅 반열에 오르게 되죠. 최강이고 싶어 하는 주인공에게 있어서 반드시 쟁취해야 될 목표입니다. 그러나 레갈리아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일단 기존 레갈리아를 끌어내려야 한단 말이죠. 그러기 위해 주인공은 더러운 성격을 총출동 시킵니다.

최강이 되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저지르려는 주인공에게 있어서 선의의 경쟁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애초에 아무리 작가의 버프를 받는다고는 해도 전력 면이나 인지도면에서는 상대 클랜이 압도적이거든요. 그래서 주인공이 선택한 건 공포정치였습니다. 레갈리아에서 끌어 내리고자하는 상대 클랜을 쓰레기로 만들어 사회에서 매장 시키고, 여론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 상대가 주최한 중요 국가사업 발표회에 끼어들어 똥물을 뿌리고 마치 선의를 베푼다는 식으로 손을 내밀어 내가 널 구원해 줄게 식으로 상대의 자존심을 박살 내버리죠. 그런 주인공의 더러운 면을 폭로하려는 기자의 가족과 지인, 친척 등을 인질로 잡아 협박하고 용서를 구하는 기자의 손가락을 잘라 버립니다. 도시의 미디어를 협박으로 장악해서 자신에 대한 안 좋은 소리를 못하게 하고, 귀족을 협박해서 상대를 무너트리기 위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갑니다. 진짜 주도면밀하게 진행해가죠. 단순히 협박한다고 사람들이 겁을 먹나? 싶겠지만, 사람은 약점이 잡히면 악당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게 되죠. 위 기자처럼 가족을 죽이겠다고 하면 누가 주인공 말을 거부할까요. 이게 정령 청소년물에서 나올 주인공이란 말인가?라는 물음을 수없이 던집니다.

여기에는 사죄의 마음은 없으며, 피해 보상 같은 것도 없습니다. 그저 얕보이면 죽는다는 자격지심밖에 없죠. 그래서 주인공이 공포 정치를 하는 이면엔 겁쟁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공포를 보여줌으로써 나에게 대들 생각을 못 하게 하는 것, 저 시키가 날 재끼면 어떡하나 같은. 상대를 용서하는 것보다 세상에서 지워버림으로써 걱정을 덜어버리는 길을 선택하죠. 그래서 팬들에겐 죄송하지만 지금의 동료들은 생각이라는 걸 하지 않는 짠따같은 애들 밖에 없기도 하죠. 그저 주인공을 우러러 보고 주인공에게 대들 생각을 안 합니다. 이것은 주인공 성격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죠. 이전 파티에서 파티 공금을 횡령한 동료들을 노예로 팔아버린 일이 되풀이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할까요. 요컨대 배신을 두려워하는 조직 폭력단 두목 같은 게 주인공이란 말이죠. 어찌 보면 굉장히 처절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강이 되기 위해 무슨 짓이든 그게 살인이든 개의치 않고 저지릅니다. 이제는 그 최강을 위해 자신의 수명까지 악마에게 파는 짓도 서슴지 않죠. 대체 무엇이 주인공을 이렇게 내모는가 하는 측은한 마음이 생길 정도입니다.

맺으며: 그래도 작가는 주인공을 아주 나쁜 놈으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아주 조금이나마 상대를 악당으로 묘사하죠. 겉으로는 선량한 사람이지만 주인공이 정보를 모아 알아보니 뒤로 구린 일을 한다 같은, 주인공에게 명분을 주고자 하는 게 느껴지죠. 하지만 주인공이 워낙 악당 같은 짓을 하다 보니 희석되고, 주인공이 활약할수록 주인공은 더욱 악당이 되어가는 그런 모양새를 띕니다. 가령 상대가 범법 행위를 한 것에 처치 명분을 잡으면서, 주인공도 선량한 기자들이나 귀족들을 협박한다는 것이죠.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라고 할까요. 뭐 이런 게 이 작품 주인공의 아이덴티티겠죠. 한 번쯤은 주인공이 악당인 것도 괜찮을 것입니다. 문제는 작가가 복선 없이, 사전 작업 없이 즉흥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서 황당한 부분이 꽤 많습니다. 가령 적과 싸울 때 사전에 그걸 유추할 수 있는 복선 없이 비장의 패를 꺼내든다는 것입니다. 이기지 못할 거 같은 비스트(마물)과의 싸움에서 뜬금없이 능력을 써댄다든가, 총에 사전 작업하는 걸 보여주지도 않았으면서 마치 미리 준비한 것인 양 총을 폭발하게 해서 상황을 유리하게 만드는 부분들은 다소 당황스러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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