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화의 용사 1 - Extreme Novel
야마가타 이시오 지음, 김동욱 옮김, 미야기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입니다. 마신이 있고 용사들이 있고, 마신을 쓰러트려 세계의 평화를 되찾는다는 전형적인 판타지 지향하고 있는, 1천년전 세계를 어둠으로 물 들였던 마신이 출현하자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였고 무수한 희생 속에서 꽃을 든 어느 성자가 나타나 마신을 대륙 끄트머리에 봉인하는데 성공하고 이후 마신이 부활할 때마다 나의 능력을 물려받은 6명의 용사가 나타나 다시금 마신의 부활을 저지할 것이다.라는 예언을 남기고 1천년이 흐를 동안 두 번의 마신이 부활할 조짐이 보였고 그때마다 6명의 용사가 나타나 마신의 부활을 저지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 마신이 부활할 전조가 보이자 다시금 6명의 용사가 선택되어 마신의 부활을 막고자 길을 떠나는데...

 

시놉시스만 놓고본다면 이젠 게임 스토리로도 써주지 않을 진부한 이야기지만 이 작품은 특이하게 판타지를 기본 바탕으로 깔고 여기에 추리 스릴러를 추가하였다는 것인데요. ​ 반드시 6명만이 선택되는 용사에 제7의 인물이 추가되면서 누가 가짜인지 가려내는 치열한 두뇌 싸움이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최종적으로는 마신이 부활 하기 전 마신의 부하들과 싸워 나가겠지만 그것보다 1권에서는 제7의 인물을 가려낸다면서 누구 하나 범인으로 지목 후 토끼몰이로 죽자 살자 몰아대고 그 범인으로 지목된 용사는 자신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고 결국엔 무죄가 밝혀지는 추리물 패턴을 잘 따라가고 있습니다.

 

그럼, 이 작품의 문제점을 조금 언급해보겠습니다. 주인공인 '아들렛'은 어릴 적 어떤 사정에 의해 흉마(마신의 부하들)를 증오하고 있으며 또한 인간들에게도 좋은 감정을 품고 있지 않는, 스승에게서 아무리 힘들어도 웃으라고 배워서 그런지 정말로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긍정적인 마인드를 소유하고 있지만 그의 성격은 한쪽으로 치우쳐 저 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작품 초반에 보여주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프레미(1)'에 대한 집착은 일본에서 사회적으로 문제시되고 있는 스토커를 방불케해서 다소 인상을 찌푸리게 하기도 합니다.(2) 결과적으로 일이 잘 풀렸다고 할 수 있지만 이런 건 다수의 엔터테이먼트에 적용되는 주인공 보정빨에서 오는 결과일 뿐...

 

여튼 그렇게 7명의 용사가 모입니다. 7명..?? 1천년전 꽃을 든 성자(3​) 왈: '내가 6명이라고 했을 텐데?' 하며 무덤에서 뛰어나올 일이 일어나고 7명은 일동 패닉,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7번째 용사가 쳐놓은 함정에 빠져 자중지란에 휩싸이게 되고(이 부분이 이 작품의 포인트입니다. 일명 밀실 사건과 유사하다고 보면 됨) 그리고 시작되는 추격전과 잡히면 죽었어하며 뒷쫒는 용사들, 마신과 싸우라고 선택해줬더니 자기들끼리 피박 터지게 싸워 댑니다.

 

그림이 그려지나요? 흉마(마신의 부하들)와는 싸우지 않고 용사들끼리 싸워대는 현실을요.(그중에 한 명만 죽어라 패지만요.) 그리고 어머나... 진실이 밝혀진다 싶으니 그놈이 그놈이 아닌가 봐? 하며 다른 용사에게 돌려지는 칼날, 손 바닥 뒤집듯이 의심에 의심의 꼬리가 이어지고... 여기에 개성 강한 캐릭터가 끼여서 '일단 고문하고 보자'하며 날뛰고 있고...

 

초반 주인공이 보여줬던  어이없는 행동이 희석될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여기에 과거에 어떤 일로 인해 아무도 믿지 못하는 '프레미'를 향한 주인공 '아들렛'의 러브(LOVE) 대시가 보는 이로하여금 눈물로 앞을 가리게 합니다.(비아냥 및 반어법 아님) 조금 아쉬운 건 말빨이 좀 평범했다는 것이군요.

 

이 작품은 라노벨 카테고리에 들어가지만 장르가 틀리다고 할까요. 그 흔한 노출과 성적인 대사 등이 일절 나오지 않는 것이 일반 소설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추리물로써는 중간쯤​ 되지 않을까 하는데 독자로 하여금 범인이 누군지 추리할 수 있도록 조금식 단서를 뿌리지만 억지성이 작게 엿보이기도 합니다.

 

흥미 포인트라면 ​인간성을 들 수 있겠군요. 주인공 아들렛이 진정으로 사건을 해결 해나 갈려는 의지를 보여주면서 상대방을 믿어 나가는 장면과 상대방으로 하여금 날 믿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나가며 돌파구를 열어가는 이 모든 것이 아들렛의 인간성이 순수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지 않았나 합니다.(프레미..ㅠㅠ) 반대로 이런 것 때문에 주인공이니까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의 행동이 정당화되고 나중에 수궁으로 받아들여지는 장면은 못내 아쉽기도 하였군요.

 

 

 

  1. 1, 6명의 용사중 한명, 진히로인이 될지는 좀더두고봐야겠지만 현재로써는 히로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듯
  2. 2, 뭣보다 더 어이가 없는건 6용사로 선탹되고 여행을 떠날때 동행하게된 '나셰타니아'를 내팽게치고 프레미를 쫒아 갔다는 장면은 진짜 어이상실하게 하는... 참고로 나셰타니아도 6용사중 한명, 어떻게 생겼는지는 애니메이션 1화 참조
  3. 3, 필자가 비하 할려고 표현한 단어가 아닌 진짜로 꽃을든 성자이며 6용사는 이 꽃잎 6장을 의미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드 아트 온라인 16 - 앨리시제이션 익스플로딩, J Novel
카와하라 레키 지음, 김완 옮김, abec 그림 / 서울문화사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드미니스트레이터와의 싸움이 끝나고 6개월이 지났습니다. 직후 현실과 연락을 취하던 키리토는 모종의 사태와 자신의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채 앨리스와 루리드 마을 근처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하염없이 평온한 나날을 보내던 이들은 인계와 다크 테리토리의 경계와 보호막 역할을 하였던 동쪽 대문의 수명이 다해가자 앨리스는 키리토를 둘러업고 인계를 지키기 위해 동쪽 대문으로 왔습니다. 가 15권까지의 이야기이고요.

 

16권은 그곳에서 예전같이 생활하였던 정합기사들과 키리토와 유우지가 진심으로 언더월드를 지키고자 마음먹게 하였던 티제와 로니에와의 만남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재회의 기쁨도 잠시, 그녀들에게 키리토를 맡긴 채, 앨리스는 전장에 몸을 던집니다. 사실 앨리스는 여기에 안 와도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온 이유는 키리토의 마음을 읽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여튼 본격적으로 16권 포함 앞으로 3권에 걸친 전쟁의 서막이 열렸습니다. 이미 웹 버전이나 도서 완결까지 읽으신 분들 계시지 싶군요. 필자는  웹 버전을 읽은 지 오래돼서 어디 가 수정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위화감이 없는 걸로 보아 큰 줄거리는 수정되지 않은 듯하였습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다크 테리토리 군세의 대규모 침공에 맞서 인계측은 초라한 병력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수세에 몰려가자 6개월 전 <월드 엔드 얼터>로 가라는 메시지를 접한 것과 적의 수장인 벡터가 자신을 노린다는 것을 간파한 엘리스는 <월드 엔터 얼터>가 있을 남쪽으로 가면서 전황은 새로운 국면으로 맞이한다는 게 골자입니다.

 

서로가 목숨을 내놓고, 이용당하면서 산화해가는 정합기사와 마물(오크, 고블린 같은) 간의 전투가 상당히 시리어스합니다. 마물이라도 인간과 똑같은 감정을 가진 채 부당한 명령이라도 따를 수밖에 없는 고통을 리얼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게 악의에 차서 무조건 인간을 때려잡으려는 마물도 있지만, 가족을 위해, 나아가 부족을 위해 할 수밖에 없는 여건에 휘말려 고통스러운 최후를 맞이하는 마물을 잘 표현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이언트(오크던가)의 부족장이 '너(앨리스)를 붙잡고 공로를 인정받아 초원으로 돌아가겠다'(대충 비슷함)는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을 받았군요.

 

사실 마물이 왜 이런 감정을 가졌는지는 이미 이전부터 조금식 밝혀졌으니 새삼스럽지는 않습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언더월드의 마물이라도 근본을 따라 올라가면 인간의 영혼이라는 출발지가 있다는, 모습은 마물이라도 똑같은 인간이라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키리토가 언더월드를 지키게 했던 원동력이었다랄까요. 그래서 혼돈의 상황에서 마물이라도 인간과 똑같은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서 혼란을 겪는 앨리스, 하지만 인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앨리스와 물밀듯이 쳐들어오는 마물에 맞서 산화해가는 정합기사와 하위 기사들에게서 안타까움이 묻어납니다.

 

남쪽으로 향하는 앨리스를 쫓아 벡터도 추적에 나서면서 위기를 맞이하게 되는 앨리스의 그의 부대를 구원하는 '아스나' 하지만 아스나가 참전하였다고 해도 전황은 그리 호전되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꿈에도 그리던 키리토와 재회하는 아스나, 식물인간이 되어 말할 수도, 움직일 수 없었던 키리토의 필사적인 반응, 가슴이 미어집니다. 그리고 견제 들어오는 앨리스... 처음엔 존댓말 썼다가 역시 견제하면서 바로 반말을 하는 앨리스가 상당히 귀엽습니다.

 

원수지간이라기보다 '내 남자에게 찝쩍 거리지 말아 줄래?' 같은 포스가 앨리스와 아스나에게서 풍기는 게 흥미진진합니다. 갑자기 나타나 내 남자라고 하니 기가 막히고, 잠시 못 만난 사이 다른 여자가 곁에 있으니 코가 막히고... 으르렁거리면서 서로가 흥! 하는 게 긴잠감을 풀어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앨리스 말고도 2명이나 더 불어나다 보니 아스나는 머리가 지끈 거립니다. 그러다 유치하게 누가 더 오래 시간을 보냈는지까지 나오는 아수라장이 펼쳐집니다. 뭐, 결국은 사이좋은 친구가 되는 게 이 작품의 특징이니...

 

뭐랄까... 16권을 읽으면서 15권을 읽은 지 1년하고도 2개월이 지났는데도 어느 정도 기억이 되살아난 건 이번 에피소드 중반까지 이전에 있었던 일들을 상세하게 표현한 작가 덕분이 아닐까 합니다. 작가분은 다 좋은데 간혹 상황이라던가 이전에 있었던 일들을 다시 리얼하게 설명하는 게 좀 답답하게 다가온달까요. 하지만 캐릭터가 가진 의미나 상황적으로 왜 이렇게 되어야만 했는지하는 개연성 부과 면에서는 좋습니다. 하지만 제품 설명이 너무 길면 외면받듯이 좀 지루한 건 어쩔 수 없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늑대와 향신료 5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코우메 케이토 그림, 아야쿠라 쥬 캐릭터 디자인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번 에피소드에서 떠돌이 상인 로렌스에게 최대의 위기가 찾아옵니다. 이전 마을에서 호로 덕분에 사기 먹을뻔한 걸 무사히 넘기고 다시 물품을 매입하여 유유자적 뤼빈하이겐 마을에 와서 팔려던 계획이 틀어 저서 쫄딱 망하고 급기야 밀수에까지 손대게 되는데요.

 

매번 장사가 잘되면 부자가 되겠죠. 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으니까 장사라는 것이고 버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게 장사입니다. 문제는 로렌스의 운이 매번 매우 나쁨이라는 겁니다. 호로를 만나기 전에 대체 어떻게 살아왔을까 싶을 정도로 위태위태한데요. 로렌스가 당하는 행위 대부분이 사기라는 겁니다. 눈뜨고 코베이는게 아닌 상대방이 교모하게 속이는 행위, 가령 바닥을 기울여서 저울의 눈금이 쉽게 기우러지게 하여 무게를 속인다거나 때론 시세를 속여서 헐값에 매입한다거나 이런 걸 매번 호로가 아니면 눈치를 못 채는 게 로렌스입니다.

 

이번에도 호로의 덕분으로 좋게 거래가 되어 조금 무리하게 병구류를 구매하여 대규모 원정 떠나는 도시로 와서 병구류를 팔려고 했더니 그만 나라에서 원정을 취소해 버린 겁니다. 당연하게 병구류 가격은 대폭락, 로렌스는 쫄딱 망함 코스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인가 말입니다. 거기다 한몫 단단히 잡으려고 이전 마을에서 병구류를 구입할 때 빚까지 내서 구입한 터라 재산 탕진도 모자라 빚까지 떠안게 되었고, 그놈의 입이 방정이지 자신의 이름을 함부로 밝히는 바람에 채권(1)을 매입한 상회에서 득달같이 로렌스에게 빚을 갚으라고 하는 통에 사면초가에 빠져 버렸습니다.

 

기한은 3일, 3일 안에 갚지 못하면 상인으로서 사망... 그러면 거지가 되는 겁니다. 호로를 북쪽까지 대려다 주기로 한 약속도 지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빚을 갚으려 동내를 돌아다니면서 구걸을 하지만 간에도 기별이 가지 않을 만큼만 모였습니다.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다들 모른 체할 뿐... 세상 살아가면서 돈 관계는 가족하고도 하지 말라 하였습니다. 나름 인맥을 쌓아왔다고 자부했던 로렌스가 차츰 처참한 몰골로 변해갈 즘 왜 그리 다들 돈을 빌려주지 않았는지 드러납니다.

 

그것은 로렌스가 풋내기 상인이자 세상 물정 모르는 꼬맹이었고, 여성의 지위가 낮았던 그 시대의 폐해가 더해진 산물이었습니다. 다들 여자(호로)를 끼고 돈을 빌리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죠. 하지만 이것은 호로가 무리하게 같이 다니길 고집한 결과였고 그래서 로렌스는 호로에게 '네가 괜한 고집을 부려서' 같은 몸짓으로 호로를 내치면서 둘의 관계에 파탄을 불러옵니다.

 

자, 이틀 안에 빚을 갚지 못하면 로렌스는 어딘가로 팔려가 노예의 삶이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이전부터 간간이 이야기가 나왔던 금 밀수에 손을 대기로 하고 양치기 노라를 찾아갑니다. 교회의 양을 치는 노라의 힘을 빌리면 무사히 금을 밀수할 수 있기에... 아니 이건 좀 아니잖아요. 밀수하다 잡히면 빈말로도 좋은 꼴 못 보는데 혼자 하다 잡히면 몰라도 죄 없는 사람까지 진흙탕으로 끌어들 이 다니...

 

여튼 앞으로 잠깐 돌아가서 호로는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래 봬도 몇백 년이나 살아온 구미호... 아니 늑대이니까요. 로렌스의 반응도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자신(호로)을 탓하지 않는 로렌스에게 호로는 더욱 연민을 느껴 갑니다. 아아 여자에게 눈물을 흘리게 하다니 칼을 맞을지어다. 거기에 순진한 양치기를 꼬셔서 범죄의 길로 들어사게 하다니 죽을 때 편히 못 죽겠군요.

 

쫄딱망한 남편을 버리지 않고 곁에 있어주는 호로의 지극정성이 갸륵합니다. 노라와 노닥거리는 로렌스를 바라보며 질투하기도 하고 순진한 노라를 밤의 세계를 알려줘서 오버히트하게 하기도 하고... 밀수하면서 만난 동족에게 위기를 맞는 등 다사다난한 나날을 보냅니다. 역시 이런 맛에 이 작품을 본다고 할까요. 


 

  1. 1, 로렌스가 이전 마을에서 진 빚의 차용증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늑대와 향신료 4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코우메 케이토 그림, 아야쿠라 쥬 캐릭터 디자인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은화 절상에 뛰어들었다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그를 구하기 위해 늑대로 변신하여 무뢰배들을 물리치고 그 길로 모습을 감췄다고 여겨졌던 호로는 남편의 살림을 거덜 내며 언제 그랬냐는 듯 로렌스의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새로운 여행길에서 또다시 호로가 아니었다면 손해를 봤을 장사를 무사히 넘겼습니다. 새로운 물품을 싣고 다른 마을로 향하는 로렌스와 호로 앞에 양치기 소녀 노라가 나타나 그(로렌스)에게 자신을 고용해 달라는 의뢰를 합니다.

 

여기서 양치기가 상인하고 무슨 상관일까 하겠는데요. 이 작품은 완전히는 아니지만 중세 시대를 어느 정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중세 시대 그리스도교에서 양치기는 신자(양)를 이끄는 목자(사제)에 비유되고 있으며, 목자는 양(신자)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신성한 존재 비슷해서 이 당시 이교도라 일컬어지는 늑대(사악한 것)로부터 사람들을 지켜주는 역할이라 여겨졌고, 여행길에 늑대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해준다 하여 양치기를 고용하곤 하였나 봅니다. 물론 필자는 이런 역사를 모르니 진짜인 아닌지는 모릅니다. 어디까지나 요한복음과 이 작품을 참고하여 유추한 것뿐이니 태클은 사양합니다.

 

여튼 로렌스와 호로는 정석대로 다음 마을로 가던 길목에서 용병단이 길목을 막고 꼬장질을 하는 바람에 옆길로 가다가 노라를 만나게 되었고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로렌스에게 자신을 고용 해달라 부탁하게 되는데요. 여기서 로렌스는 상인으로써 양치기의 이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호로의 입장을 배려(정체 들통)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부부 사기단으로써 진가를 발휘(주로 호로지만) 하면서 마음이 척척 맞는 거 같기도 하면서 어딘가 모르게 언젠가 호로는 떠날 상대라 여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호로는 한편으로는 로렌스가 자기와 둘만 여행하고 싶다는 그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놀려대며 로렌스의 가슴에 불을 댕겨 버리는 게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밀당이라는 게 이런 걸까요. 시치미 떼며 아닌 것처럼 서로가 상대를 떠보며 으르렁거리지만 살면서 알아도 모른 척할 때도 있고 눈감아줄 때도 있다는 것도 있다는 걸 둘은 잘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런 힐링 되는 듯한 장면보다 아직 어린 티를 벗지 못한 노라가 벌써부터 인생에 찌든 모습이 가슴 아프게 다가오기도 하는데요. 이 시대에 여자 양치기는 극히 소수이며 편견에 부닥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 듯합니다. 다른 양치기들은 한번 방목 나갈 때마다 1~2마리 식 잃는 게 정석인 상황에서 매번 한 마리도 이탈 없이 무사히 대려오는 노라가 훌륭하다기보다 의심을 눈초리를 보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중세 시대엔 자신들보다 우수하면 이교도나 마녀로 몰려 화형 당하는 건 예사로 있는 일이다 보니 아직 소녀티를 벗지 못한 노라가 노련하게 매번 양들을 무사히 데려오니 의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그래서 늑대가 나오는 사지로 내몰리는 경우가 있었고 이번에도 늑대가 나오는 방목지에 파견되었다가 로렌스와 호로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사실 호로도 늑대입니다. 그러니 노라하고는 상극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는데요. 그녀 말로는 양치기들이 양들을 못 잡아먹게 하여 밉쌀스럽다고 그러지만 아무래도 요한복음에서 자신의 입장(교회에서 보면 호로는 이교도)을 생각한다면 노라를 여자로서 경계(로렌스를 노리는) 한다기보다 양치기 그 자체를 경계한다고 해야겠습니다. 그렇게 양치기를 대동하고 호로와 알콩달콩 밀당을 펼치며 무사히 다음 마을에 도착한 로렌스는 또다시 위기를 맞이합니다. 이 인간 대체 이때까지 어떻게 살아온 것일까 할 만큼 매번 위기를 맞이하는군요.

 

여전히 호로의 귀여움성이 잘 묻어나 있는 4권입니다. 특히 호로의 꼬리 손질 장면은 모의성이 한층 더 부각되어다랄까요. 여타 꼬리 물하고는 차별을 두는 그러니까 일부러 부각 시키지 않고 자연스레 표현함으로써 헤프지 않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게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늑대와 향신료 3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코우메 케이토 그림, 아야쿠라 쥬 캐릭터 디자인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은화 절상에 뛰어들었다가 경쟁자 메디오 상회에 쫓기는 신세가 된 로렌스와 호로, 도시 지하 수로에서 필사적인 도주를 꿈꾸지만 포위망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좁혀오기만 합니다. 올무에 걸린 동물처럼 수로를 미친 듯이 뛰어다녀도 목을 옥죄어오는 상황은 이들에게 더 이상 출구가 없다는 걸 알려줍니다. 의례 이런 일에서 주인공은 먼치킨이 되어 불의나 위기를 타파하고 히로인의 손을 붙잡고 금의환향하는 클리셰를 독자는 바라지만 현실은 시궁창입니다.

 

급기야 칼에 찔려버린 로렌스는 피를 많이 흘려 기절 코스에 들어가고 그런 그를 필사적으로 받아들며 다다른 곳에서 최후를 직감합니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절체절명인 순간, 메디오 상회는 호로를 이용하여 밀로네 상회를 찌부러뜨린다며 그녀를 넘기라는 최후 통첩을 해옵니다. 당연히 거절하는 로렌스... (사실 여기서 몇 가지 추가해야 될 흑막이 있지만 일단 넘어갑니다.)

 

그리고 밀로네 상회만 찌부러트리는 것만 아니라 신의 변덕에 의해 수확량이 정해지는 구태의연한 구시대와 작별하고 새 시대를 열기 위해선 호로는 더 이상 필요 없다고 거리낌 없이 말하는 인간, 몇백 년간 인간을 위해 풍요를 기원했고 그렇게 해왔던 그녀는 지금 이 순간 인간들에게 배신을 당했습니다. 늘 혼자 살면서 외로움을 견디며 살아온 그녀가 더 이상의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따스함을 찾아 인간들의 곁으로 나왔지만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인간들은 그녀를 거부했습니다.

 

그녀를 거부하지 않은 단 한사람 '로렌스' 표지에 호로의 입에서 피를 흘리는 장면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녀에겐 잃고 싶지 않은 사람이 생겼습니다. 출혈 과다로 기절 직전에 몰려있는 로렌스를 지키기 위해, 은혜도 모르는 썩어빠진 인간들을 구제하기 위해 호로는 변신을 택합니다. 변신하기 위해서는 보리나 사람의 피가 필요, 로렌스의 피를 먹고 모습을 바꾸는 그녀는 자신(호로)과 한 북쪽 요이츠로 데려다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인 그(로렌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동안 신세 많이졌다.'

 

출혈 과다로 인해 멀어지는 의식 속에서 그의 눈에 비친 건 멀리 떠나는 호로의 모습... 2권에서 필자가 언급한 적이 있는데 교회의 입장에서 보면 호로는 그 존재 자체가 이단입니다. 그런데 원래의 모습인 늑대가 되어 난장판을 벌였다고 하면 대대적인 토벌령이 내려지겠죠. 이것은 비단 자신만이 아니라 요이츠에 살아 있을지도 모를 동료들에게 화가 미칠 수 있고 곁에서 편을 들어 주었던 로렌스마저 위태롭게 할 수 있습니다.(1) 그래서 그녀는 떠나기로 한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인물이 등장합니다. 양치기 소녀 '노라'는 양치기견(犬) '에네크'와 함께 교회에서 주선한 양을 몰고 들판으로 나가 양을 치며 근근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무사히 방목을 마치고 돌아온 노라를 바라보는 음흉한 시선과 정당한 보수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데다 새로운 방목지라며 그녀를 사지로 내모는 갑질까지 횡횡하는 시대에 시사하는 건 어느 세상이고 여자 혼자서 살아가기란 힘들기 짝이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석양을 바라보며 눈물을 보이고 마는 노라... 이 장면에서는 울컥하게 되었습니다. 작가가 표현력 하나는 정말로 예술이군요.

 

그리고 부부 사기단은 어찌 되었는가... 이대로 정말로 찢어졌다면 이 작품은 여기서 끝을 맺었겠죠. 남편 살림 다 거덜내면서 꼬리를 살랑살랑거리는 호로와 그녀에게 손을 내미는 로렌스, 이들에게 여행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작화나 표정 묘사는 이전에 마르고 닳도록 언급했는지라 칭찬도 많이 하면 욕이 된다고 더 이상 언급은 자제하겠습니다. 그 외에 경제부분에서는 좀 따분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호로와 로렌스가 보여주는 알콩달콩한 모습이 상당히 찰집니다. 질척질척한 여자관계가 없는 일편단심이나 이야기의 끝맺음이 좋은 기승전결이 매우 마음에 듭니다.

 

라노벨 구입할 돈으로 지금 코믹을 구입하고 있는데 이러다 당분간 라노벨은 구입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아직 읽지 않은 책이 5~6권이 있어서 두어 달은 견딜 수는 있습니다만...

 

 

1. 더 나아가 호로같은 다른 토속신도 세트로 토벌될 수 있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