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에서 시작하는 마법의 서 3 - 아크디오스의 성녀 - 하, NT Novel
코바시키 카케루 지음, 시즈마 요시노리 그림, 김혜성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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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적의 성녀 이면에 감춰진 진실 그 두 번째입니다. 성녀가 마녀인지 아니면 뒤에서 조종하는 사람이 있는지에 대한 해답에 접근해가던 제로와 용병에게 기다렸다는 듯이 성녀 살해 미수라는 꼬리표가 붙은 채 쫓기는 신세가 되는데요. 그리고 도적들이 머물고 있다는 로터스 성채에 흘러들어간 제로와 용병은 성녀의 진실을 접하게 됩니다. 그것은 자신들이 추리했던 것과 동일했고 제로가 창조했던 마법 이론을 근간으로 한 기적도 뭣도 아닌 사기라는 것을...

 

하지만 워낙 순하고, 세상 물정 모르고, 의심이라는 것을 모르고, 남에게 기대며 살아갔던 성녀를 두고 과연 처벌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을 던집니다. 사기를 치고 있지만 정작 그게 사기인지 모른 채 베풀고 있는 성녀, 그녀가 베푸는 기적의 진실은 병을 치료한다기보다 여러 사람에게 나눠줘서 병을 분산 시키는, 가령 흙탕 물에 맑은 물을 부어서 희석 시키는 방식의 치료가 성녀가 베풀었던 기적의 진실이었는데요.

 

제로가 마법을 배운 적이 있는가 하는 물음에 성녀는 마법?이라며 마법 자체를 모르고 있었고 이에 흑막이 존재한다는 암시를 띄웠는지라 그래서 제로와 용병은 성녀 뒤에 마법을 배운 막강한 적이 도사리고 있지 않을까 추리를 했었는데요. 결국 이에 도달하는 해답엔 성녀는 흑막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 바지사장과도 같은 포지션이라는 것입니다.

 

조저야 되는 건 성녀 뒤에 있는 흑막, 하지만 몰랐다고 해서 무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병을 분산한다는 건 10식 받아오던 것이 언제가 100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건 자명하죠. 이것을 알아버린 사람들이 모여있던 곳이 로터스 성채였고 그들은 호시탐탐 성녀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성녀 뒤에 흑막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성녀만 죽이면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지만 이미 병을 분산 받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소수, 그래서 실행범(?)으로 제로와 용병이 나서게 됩니다. 더 이상 세상 물정 모르는 성녀가 죄를 짓는 걸 막기 위해, 그리고 흑막을 잡고 제로의 서 사본을 회수하기 위해 성도로 향합니다. 거기서 제로와 용병은 흑막으로 오로지 복수만을 위해 살아온 복수 귀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파헤칩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참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오로지 사람을 구하고 싶다는 일념을 이용해 못된 마법(1)인지도 모르고 그저 의심 없이 베풀며 살아왔던 성녀를 누가 욕할 수 있는가, 알고 있음에도 먹고살기 위해 병을 분산 시키는 매개로 작용하는 각인을 받아 여러 사람을 치료하면 할수록 자신의 몸이 망가진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극빈층을 누가 욕할 수 있는가, 성도를 둘러싼 호수 밑바닥엔 시체로 산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철학적인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무지가 죄라면 이 세상 모두가 죄라는 것처럼 이용하고 이용당하면서 죽어가는, 성녀를 이용해 자신의 복수만을 바랐던 흑막의 복수가 복수를 낳는 연쇄가 되어 소용돌이칩니다. 그 와중에도 노력도 안 하고 무조건 성녀에 기대어 치료를 바라며 찾아오는 사람들의 이기심은 누가 정의이고 누가 악인지조차 구분하기 힘들게 합니다.

 

나비의 날갯짓으로 태풍이 된다는 것처럼 제로가 창조한 마법의 이론이 이렇게 태풍이 되어 많은 사람들을 죽음에 몰아넣었습니다. 제로가 염려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죠. 하지만 잘못의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물음도 동반합니다. 제로가 이론을 창조하지 않았다면, 13번이 제로의 서를 들고나가지 않았다면, 성녀가 조금만이라도 주변을 의심했더라면, 하지만 일은 일어나고 말았죠. 그러나 용병은 누구의 잘못인가 하는 물음에 자동차를 만들었다고 차 사고가 차량 제조사에 있지 않다는 말을 합니다.

 

그러니까 제로는 지금 일어나는 일들이 자신의 잘못이 아닌 악용하는 사람의 잘못임에도 그 이론 창시자로써 책임을 다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숭고하고 의미 있는 일이기에 누구도 욕할 일은 아니라고, 보면 제로는 이런 면에서 많은 집착을 보여 조금은 측은함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용병은 제로를 떠나지 않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제로는 여느 히로인과 다르게 용병에게 고백이나 다름없는 말을 늘어놓습니다. 다이렉트로 고백을 뱉으며 용병의 품으로 파고드는 모습에서 그녀가 안고 있는 외로움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하였군요. 가족 같은 동료들이 죽고 자신을 아껴주었던 13번은 광기에 휩싸여 미친놈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10년이나 동굴에서 홀로 지내야 했습니다. 그 외로움을 이루 말할 수 없이 컸겠죠. 그러나 용병은 쉽게 마음을 내주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더욱 제로는 용병을 신뢰하는 것일지도 모르겠고요.

 

어쨌건 슬픔과 분노, 그리고 희망이 공존하는 에피소드였습니다. 글이 길어질 거 같아 많이 생략했는데 뭐 어둠이 있으면 빛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는 것이군요. 분노로는 아무것도 이를 수 없고 슬픔만 낳는다는걸, 그리고 그걸 뛰어넘었을 때 빛으로 충만한 세상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무슨 종교 같은 말이군요.

 

그래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게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인 기승전결 부재는 꼭 찬물을 끼얹는다는 겁니다. 1권 13번 에피소드도 그렇고 이번 성녀와 흑막의 에피소드도 기승전결로 끝나지 않고 '두고 보자'라는 전형적인 매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악당 클리셰를 동반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뭐 이 작품 자체가 적과 아군을 구분해서 권선징악 하는 것이 아닌 인간 누구나 죄를 저지를 수 있고 그 죄를 용서하는 것도 관용이라는 이야기인지라 태양이 떠오르는 동쪽 하늘을 보며 오늘도 보람찬 하루를 만끽하려면 이 작품도 괜찮을 것입니다. 

  1. 1, 제로는 선의로 창조한 마법 이론이지만 사용에 따라 악용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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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에서 시작하는 마법의 서 2 - 아크디오스의 성녀 - 상, NT Novel
코바시키 카케루 지음, 시즈마 요시노리 그림, 김혜성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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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3번에 의해 일어난 웨니어스 참극을 뒤로하고 제로와 용병은 크레이온 공화국으로 왔습니다. 참극의 근원이 되었던 제로의 서는 알바스가 가지고 있기로 했고, 제로와 용병은 제로의 서 사본을 찾아 여행 중인데요. 현실 세계에서도 시대를 앞서간 기술은 바로 공개하는 것보다 묵혀두는 것처럼(1) 제로가 창조한 마법 이론은 이 세계를 멸망에 이르게 할 정도로 강력한 것이던지라 이들은 사본을 회수하고 퍼져나간 마법 중에 악용하는 것을 배제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후회, 그때 왜 자신의 손으로 제로의 서를 불태우지 않았을까, 자신이 창조한 마법 이론이 적힌 제로의 서가 도둑맞았을 때 그걸 되찾기 위해 13번에게만 맡겨두고 왜 스스로 나서지 않았을까, 믿었기에 뒤통수를 맞았고, 행동하지 않았기에 후회하는, 웨니어스에서 일어난 참극은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일어났기에 두 번 다시 그런 일을 겪지 않으려 제로는 스스로 사본을 찾고 악용하는 인간을 죽이기 위해 용병과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만났습니다. 아크디오스의 성녀를, 기적을 내리는 성녀를, 폐렴에 걸린 지방 영주의 아들을 치료하려 가던 중 도적들에게 희롱 당하던 성녀를 구해주게 된 용병과 제로는 웨니어스에서 일어난 참극보다 더 지옥 같은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성녀를 만나 인간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환영이지만 악용되는 것이라면 누가 되었든 제거해야만 하는 제로에게 있어서 성녀는 과연 제거의 대상이 되는 것인가 하는 물음을 끊임없이 용병과 제로에게 던지게 됩니다.

 

사람들에게서 절대적인 신뢰를 얻고 있는 성녀, 하지만 신이 아닌 이상 성녀도 사람이고 체력적으로도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즉 모든 사람들이 성녀가 내리는 기적의 은혜를 받을 수 없는 것이죠.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이 문제점이 부각됩니다. 흔히 여타 소설이나 라이트 노벨에서 성녀로 추앙받고 있는 존재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적을 내리며 사람들에게 평온을 준다면 이 작품은 그 한계, 이면을 비추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기적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고, 거기서 생겨나는 악의의 소용돌이는 필연적이라는 것을요.

 

그리고 이 작품은 미스터리 추리물도 겸하고 있어서 과연 겉으로 보이는 것이 모든 것인가? 하는 물음도 던집니다. 머릿속이 꽃밭인 성녀는 사실 누군가에게 이용당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가령 사람들에게 신임을 얻어 추앙받는 성녀를 뒤에서 조종하게 되면 막대한 권력을 손에 쥐는 것은 자명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성녀를 마녀로 몰았던 마을 소녀는 뒷골목에서 처참하게 죽어야만 했고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성녀 때문에 의사가 떠나자 기적을 받기도 전에 죽어가는 사람들이 생기고, 죽어가는 사람들 때문에 성녀가 사람을 가려가면서 받는다는 오해가 버무려져 혼돈은 커져만 갑니다.

 

맑은 날이 있으면 흐린 날도 있다는 듯이 용병은 그런 성녀를 보다 못해 챙겨주자 제로는 바람피운다고 삐질 대로 삐지는 등 용병과 제로의 관계로 삐걱거리기도 하고요. 먹을 것을 두고 싸우기도 하고, 삐진 제로를 달래주려 선물을 사 오는 등 이들의 일상생활은 유쾌하게 흘러가기도 합니다. 여행 중에 만난 테오라는 꼬맹이까지 가세하여 용병은 그동안 싸움터만 전전하느라 몰랐던 일상 상식을 알아가기도 하고 여자에 대해 알아가기도 하고, 이거 무슨 짐승을 인간으로 만들기인가 싶기도 하였군요.

 

여튼 제로와 용병은 성녀가 진짜 기적을 내리는 성녀인지 아니면 마법을 어디선가 배운 마녀인지, 그리고 성녀 뒤에 있는 흑막이 있다면 알아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해답에 접근하면서 성녀가 내리는 기적의 정체를 알아내고, 그리고 성녀가 머무는 성도 아크디오스의 정체를 알아가면서 성녀의 흑막도 어느 정도 윤곽을 잡았지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용병과 제로의 목숨을 노리는 자라 나타나게 되면서 사태는 단숨에 시리어스하게 흘러갑니다. 그리고 해답을 알고 싶다면 3권을 보라네요.

 

이 작품은 기적을 내리려면 눈에 보이는 사람들 모두에게 내리던지 아니면 찌그러져 있으라고 합니다. 섣부른 선의는 악의만 낳는다는 교훈을 던지는데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기적을 받는 사람이 있다면 차례를 기다리느라 못 받고 죽어버리는 사람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이게 참 부조리한 것이죠. 저 사람은 살았는데 내 가족은 죽었을 때, 아! 성녀가 바빠서 그랬으니 이해해야지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작가가 사람들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달까요. 하지만 어째서인지 읽다 보면 본질은 이게 아닌 거 같은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맺으며, 뭔가 흑막은 있어 보이는데 안 보여서 짜증이 난다기보다 누구일까 하는 두근거림 같은 게 있더군요. 필자는 대충 눈치 까긴 했습니다만, 여튼 거기에 성녀가 진짜 성녀인지 마녀인지 가리기 위해 교회에서 파견된 이단 심문관 맹목의 신부와 용병간 싸움과 개그는 일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츤데레 신부 같으니.. 같은 입꼬리 올라가게 한다거나 소소한 재미가 있군요.

 

어쨌건 육화의 용사처럼 판타지물이라면서 미스터리 추리물도 겸하고 있는지라 문제가 제출되고 해답을 맞춰가는 구성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필자는 판타지는 그냥 끼얹은 듯한 느낌이었지만요. 여튼 퍼즐을 맞춰가는 식으로 진행되보니 조금 집중해서 봐야 됩니다. 그러나 집중한다고 해서 답을 바로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요.

 

그래도 읽다 보면 아!! 얘가 범인 같다거나 얘가 수상한데? 같은 걸 찾는 재미가 있습니다. 투닥거리는 제로와 용병의 관계도 볼만하고요. 대부분 소유욕이 강한 제로가 일방적으로 용병에게 대시하는 것뿐이지만요. 거기에 용병은 둔감형이고요.  


 

  1. 1, 주로 군사부분, 일 예로 F-22 탄생때 비화가 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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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녀전기 7 - Ut sementem feceris, ita metes, Novel Engine
카를로 젠 지음, 한신남 옮김, 시노츠키 시노부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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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타냐는 올해 14살이 되었습니다. 9살부터 시작한 군 생활은 곧바로 이웃 나라들과의 전쟁으로 여자다운 생활을 보내지도 못하고 5년이나 전장을 누벼야 되었군요. 특출난 마력과 이전 생의 기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병적으로 집착하는 노후 생활 보장을 걱정하여 가는 곳마다 승전보를 울리며 제국의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해줬는데요.

 

제국(독일)을 둘러싼 나라들과 전정에서 연승을 얻어내고 지금은 해를 넘기며 연방(소련)과 전쟁 중입니다. 2차대전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 이 작품에서도 연방을 상대하는 동부전선은 빈말로도 제국에 좋게 흘러가진 않고 있었는데요. 혹독한 겨울을 지나 진창으로 변하는 봄을 맞이하고 누적된 출혈로 보급은 파탄 직전, 극심한 인적 소모로 젊은이 고갈 등은 제국을 빈사 상태로 몰고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국과 연방은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이는 중이고 지금은 제국이 조금식 밀리고 있습니다.

 

베테랑의 소모로 초짜와 늙은이로 채워진 전선은 별다른 저항도 못해보고 후퇴를 지속 중인 제국, 이런 상황에서 아군 최후미에 서서 후퇴를 돕기도 하고 집결지에서 적의 포격을 맞아 아군 사령부가 날아가는 바람에 전선이 화해될뻔한 걸 간신히 유지시키는 등 타냐의 고생은 이루말 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보급도 원할하지 않아 직속상관으로 온 레르겐 대령에게 양말 좀 달라고 할 지경, 사실 14살이면 필요해지는 것도 많을텐데 이 작품은 마니악한 요소(1)가 없다보니 애둘러 양말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군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선 관찰과 제국군 운용 상태 등을 보러 동맹국에서 온 관전무관은 시가전에서 윤리적 운운에 전시법을 들먹이며 한시가 급한 명령을 내리려야 했던 타냐를 붙잡는 통에 화딱지 나지만 어쩔 수 없이 급신 거려야 되는 모습에서 은근히 통쾌했군요. 하지만 타냐는 워낙 소시오패스 같은 성격이다 보니 위기를 기회로 삼아 노후대책으로 삼는 것에서 혀를 내두르게도 합니다. 요컨대 자기는 싫다고 했음에도 억지로 맡긴 상부에게 빚을 지게 했다나요.

 

어쨌건 아군의 오폭을 맞아 죽을 뻔도 하고, 후퇴를 거듭하면서도 쫓아오는 연방군을 격퇴하며 여전히 아니 갈수록 그 누구도 대적할 수 없다는 것처럼 밀리터리계 먼치킨으로서 유감없는 실력을 발휘합니다. 이심전심으로 척하면 탁한다고 손발이 척척 맞는 부하들과 사이도 좋아 전선에서 뒤통수 맞는 일도 없고요. 하지만 길어지는 전쟁은 자원을 소모 시키지만 진보를 이루는 것도 있다는 것처럼 적인 연방은 그동안 물량공세에서 질적 향상을 보이며 무적의 타냐의 부대를 조금식 궁지로 몰아갑니다.

 

평범한 술식으로는 이제 뚫지 못하는 적 전차, 마도사전에서는 아직 제국에 상대도 되지 않지만 머지않아 질적 향상을 보일 것이라는 암울한 미래, 밀리던 전선을 추수려 대규모 반격전으로 포위 섬멸에 성공하며 제국은 숨통을 열었지만 인적 자원 고갈과 파탄 직전인 보급은 제국으로 하여금 선택 아닌 선택을 강요합니다. 이대로 자멸할 것인가 연방과 정전을 맺을 것인가, 하지만 2차 대전 때 폭주하는 독일처럼 제국은 계속 승리를 갈망하며 군과 나라를 젊은이들을 사지로 떠밀기 시작합니다.

 

이번에도 타냐의 보신 주의는 여전합니다. 미꾸라지처럼 자기만 살자고 하는 게 아닌 어떻게 하면 상층부에 잘 보여서 안정된 노후를 얻어낼까 고민하며 무리한 명령도 완수하는 등 죽을 둥 살 둥 노력을 하는 게 눈물겹다고 할까요. 물론 워낙 먼치킨이라서 타냐와 그녀의 부대를 상대할만한 적은 없지만요. 이렇게 노골적으로 자신의 보신 주의를 설파하는 캐릭터도 없지 싶군요. 당연히 입 밖으로는 내놓지 않고요. 그녀는 삐끗하면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절벽을 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타냐의 성격을 알아챈 일부 상관은 그녀를 괴물 취급 중이죠. 절벽에 매달려 있음에도 일은 완벽하게 해내고 있으니...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것이 그녀를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것을 타냐는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능한 부하를 놀릴 상관은 없고 지금은 고양이 손이라도 빌릴 판인 최악의 상황인지라 유능하게 하면 할수록 발은 더욱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적을 맞아 존재 X와 아델하이트라는 매드 사이언티스의 합작품인 엘레니움 95식 연산 보주를 쓰다가 정신 오염이 되어 맛이 가는 등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면서도 그만둘 생각은 추호다 없는 어떻게 보면 이 작품에서 제일 미친 존재는 타냐가 아닐까 했군요.

 

어쨌건 이제 전쟁이 끝나겠지 하며 전선 상황을 유추하는 등 미래에 대해 희망적 관측을 해가지만 제국은 그럴 생각이 없다는 것에서 타냐에게 희망고문을 합니다. 이제나저제나 전쟁이 끝나길 바라며 무리한 상층부의 부탁도 들어줬고 포위 섬멸전에서 일등공신으로 활약했고 하니 이제 노후는 문제없겠다는 타냐를 비웃듯 전선의 상황은 점점 타냐의 생각과 다르게 흘러갑니다. 그리고 타냐의 대척점으로 활약 중인 메어리 수는 가뭄에 단비 내리듯 오랜만에 발암적인 요소를 넣어줍니다. 


 

  1. 1, 단도직입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흔해빠진 양판소물에서 흔히 나오는 요소 같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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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아트 온라인 19 - 문 크레이들, J novel
카와하라 레키 지음, abec 그림, 김준 옮김 / 서울문화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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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를 무사히 리얼월드(현실세계)에 보내고 남겨져버린 키리토와 아스나의 이야기지만 이번 19권은 로니에 1인칭 시점에서 진행이 됩니다. 로니에는 키리토가 수검 학원에 다닐 때 그를 보좌했던 초등 연사입니다. 키리토는 학원 시절 로니에를 무척이나 잘 돌봐줬고 그런 그에게 로니에는 연정을 느끼고 있었는데요. 어느 날 티제와 더불어 상급 귀족에게 몹쓸 짓을 당할뻔한 그녀를 그가 구해주었고 키리토는 그때부터 세상 부조리에 맞서 기나긴 전쟁에 몸을 던지게 되었죠.

 

전쟁의 끄트머리에서 앨리스를 현실로 보낸 직후, 500만 배 배속이 시작된 언더월드에서 키리토는 반란을 일으킨 4제국을 평정하고 귀족 제도와 여러 가지 악습을 뜯어고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스나 또한 여신으로 추앙받으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고요. 전쟁의 상흔은 이제 보이지 않게 되었고 나아가 다크 테리토리와 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되어 인계에 여행을 오는 아인족도 많이 늘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안고 있는 파나티오, 그때 앨리스를 지키려 했던 기사장 베르쿨리의 마음은 결실을 맺고 있었습니다.

 

전쟁 이후 이런 일련의 일들을 키리토 곁을 묵묵히 지켜온 게 로니에입니다. 수검 학원 이후 끝이 났을 이들의 인연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는데요. 참고로 아스나는 엑스트라급 분량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여튼 어느 날 금기 목록에 묶여 살인 같은 강력범죄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인계에서 아인족에 의한 살인사건이 일어납니다. 로니에는 그걸 해결하기 위해 키리토를 도와 여러 곳을 돌아다니고요. 그러다 그의 어깨를 바라보며 줄곧 가슴속에 품어 왔던 연정을 애잔하게 풀어 놓습니다.

 

그리고 다시 감도는 전운, 척박한 땅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아인과 퐁요로운 땅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사이는 가진 자와 없는 자의 차이만큼 심각한 갭을 불러오고 있었는데요. 키리토는 머지않아 또다시 인계를 차지하기 위해 아인에 의한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단언하고 그의 말을 뒷받침하듯이 아인에 의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간신히 평화를 손에 넣었는데 또다시 악의를 가지고 다크 테리토리와 인계 간 전쟁을 획책하는 무리가 나타나면서 사태는 예사롭지 않게 흘러갑니다.

 

어쨌건 18권에서 이미 엔딩을 내놨는지라 심각하게 흘러가지는 않을 거라 봅니다. 그래서 딱히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급박하게 돌아가는 건 없고요. 그런데 말이 왜 미래형이 나면 이번 19권은 상편이고 하편으로 20권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19권은 여전히 남 말 잘 안 듣고 미워할 수 없는 언동으로 사람 신경 건드리는 키리토에게서 입꼬리를 올라가게 하고, 그를 바라보며 콩닥콩닥 거리며 그와 맺어지지 않을 바엔 평생 독신으로 살아가겠다는 로니에가 귀엽기도 하고 애처롭게 했군요.

 

맺으며, 18권을 읽고 언더월드에 남겨져버린 키리토와 아스나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19권이 나오길 학수고대했는데 90% 정도로 기대에 부응해주었습니다. 여전히 주위에 민폐를 끼치는 키리토와 달관한 아스나, 키리토를 바라보는 눈빛이 더욱 강렬해진 로니에, 그리고 서로의 마음이 결실을 맺어 내어난 벨체와 리제타의 귀여움이라는 보너스, 여담으로 파나티오의 아이 벨체 일러스트가 귀엽게 나왔군요. 하지만 표현은 애가 자고 있다는데 일러스트엔 눈을 뜨고 있어서 좀 무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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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하극상 제2부 신전의 견습무녀 2 - V+
카즈키 미야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김봄 옮김 / 길찾기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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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에 들어가 귀족만이 될 수 있다는 청색 무녀 견습이 되어 만사형통 순항을 거듭하는 마인, 신전 부설 고아원의 원장이 되어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아이들을 거둬들여 먹이고 씻기며 일 거리를 줘서 자립의 길을 걷게 하는 것도 순항 중에 있습니다. 시종을 두 명 더 들여 평민에서 귀족의 품위를 배우며 껍질뿐이지만 귀족으로써의 행동거지도 완성해가고 있습니다.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가니 엄마가 셋째의 소식을 전해오고 마인은 동생에게 줄 동화책 제작에 들어가겠다는 등 여전히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이번 2부 2권은 크게 세 가지 이야기가 들어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마인에게 닥칠지 모를 암울한 미래인데요. 마력을 가진 자들끼리 2세를 가질 수 있다는 특이한 설정 때문에 마인이 귀족들의 씨받이로 이용당할 수 있다는 것(1)이 부각됩니다. 거기에 2세는 모(母)계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방대한 마력을 가진 마인의 경우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다나요. 하지만 아직 마인이 어린데다 자주 쓰러져서 돈이 많이 들어갈 거 같아 귀족들에게 노려지지는 않고 있지만 시간문제라고, 그래서 소문이 옆 마을까지 퍼지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복선이 나와버렸습니다.

 

두 번째로는 책 만들기와 고아원의 겨울나기 입니다. 우라노가 마인의 몸에 깃들고 3년여,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부단한 노력 끝에 종이를 만들고 드디어 책까지 만들게 되었습니다. 내친김에 잉크도 만들고요. 여전히 생활계 먼치킨답게 꼼지락거리며 잘도 만들어냅니다. 책을 향한 마인의 집념이 어느 정도인지 잘 보여주고 있죠. 그리고 고아원의 겨울나기, 없는 돈 탈탈 털고 고아원 아이들에게 공방에서 종이를 만들게 해서 파는 등 이쪽으로도 부단하게 노력합니다.

 

세 번째는 신관장과 마인의 미래에 대한 복선입니다. 미래라는 건 신관장과 마인이 서로가 이끌려 맺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인데요. 눈에 보이면 짜증 나고 안 보이면 그것대로 걱정되는 걸 이걸 두고 하는 말이라는 것처럼 신관장과 마인의 관계는 참 독특합니다. 마인을 청색 무녀 견습의 자리에 앉힌 건 신관장(2)으로 그는 마인에게 귀족으로써 품위를 배우게 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지만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데다 조잘조잘 거리는 마인 때문에 언제나 두통을 안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지내다 보면 고향이고 싸우다 보면 정이 든다고 했던가요.

 

20살의 신관장, 7살(추정)의 마인, 키잡물이냐?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마인은 행동거지를 귀족에 맞춘다고는 하지만 평민이 하루아침에 그럴 수는 없는지라 늘 신관장은 그런 그녀의 행동거지에 태클을 걸고 마인이 뭔가 일을 저지르면 비밀의 방에 소환해 잔소리하는 게 일입니다. 하지만 계급사회의 절대적인 수직관계가 원칙인 세계에서 껍질은 귀족이라도 언제든 평민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마인이 원래라면 귀족(신관장)과 이렇게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 할 수 없는데도 대등하게 대해주는 신관장에게서 사람으로써의 됨됨이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늘 마주치기만하면 지적질에 눈을 홀기며 싫은척하면서도 열심히 마인을 챙겨주는 신관장의 츤데레가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거기에 마인은 자신의 기억을 보려는 신관장을 오히려 기억 속으로 초대까지 하는 것에서 신관장을 향한 그녀의 신뢰를 엿볼 수 있기도 합니다. 보통 기억을 본다고 하면 경계나 싫다고 하는 게 보통이 건만, 이것은 마인에게 있어서 시종 몇 명과 고아원 아이들을 제외하면 온통 적 밖에 없는 신전(3)에서 그나마 기댈 수 있는 곳이라면 신관장 정도라는 것을 조금식 알려가기 시작하는 대목이 아닐까 했습니다.

 

후반부 신관장이 예사롭지 않는 기이한 행동을 하는 마인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그녀의 기억 속에 들어가서 보게 되는, 그녀가 안고 있는 전생의 가족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을 절절하게 표현하는 장면은 정말 눈물 없인 볼 수 없었습니다. 그녀가 걸어온 길, 그녀가 얼마나 책을 좋하는지, 전생의 집을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전생의 엄마에게 이별의 말도 못하고 죽어버린 죄를 고하는 장면은 정말 애절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걸 봐버린 신관장의 정신적 대미지를 치료해주려는신관장을 안아주는 장면 또한 애잔하게 다가옵니다.

 

맺으며, 일상생활 이야기로 2/3을 차지하다 보니 이 작품을 어지간히 좋아하지 않으면 많이 식상하지 않을까 합니다. 책을 완성해가는 과정도 이때까지처럼 같은 레퍼토리에서 조금 더 진화했을 뿐 크게 벗어나질 않습니다. 꿈은 창대하지만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느끼며 주변과 타협도 하고 좌절을 보이기도 하는 등 의미 없지는 않는데 역시나 먼치킨 계열이다 보니 특성상 말하면 이뤄지는 게 조금은 지루했군요.

 

여튼 이제 꿈에도 염원하던 책을 만들었고, 기반도 닦았으니 남은 건 신관장과 마인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 작품이 여성향이라서 그런지 밴노도 그렇고 마인은 은근히 성인 남자들에게 관심을 많이 받습니다. 아버지나 오토, 밴노에 이어 신관장의 관심을 받게 된 마인, 토론베 토벌 때 마인을 괴롭히던 귀족 기사들에게 그녀는 내 보호 아래에 있으니 죽고 싶지 않다면 건들지 말라고 공언해버린 신관장, 자신의 기억을 보고 정신적 대미지를 받은 신관장을 꼬옥 안아주는 마인, 일상생활로 3/2나 되는 분량을 갉아먹었던 무미건조한 이야기를 신관장과 마인이 메꿔줬다고 할까요.

  1. 1, 마력은 귀족만의 전유물, 하지만 간혹 마인이나 프리다처럼 신식이라는 마력을 가진 평민의 아이도 태어나는 듯
  2. 2, 청색 무녀나 신관은 귀족만이 될 수 있음, 평민인 마인의 경우 부모님을 해치려던 신전장을 죽일려다 타협점으로 신관장이 제시한 것
  3. 3, 평민이 귀족만이 될 수 있는 청색 무녀 견습이 되었는데 좋아할 귀족따윈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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