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침역 : 클로즈드 에덴 1 - Enemy of Mankind - 상, L Novel
이와이 쿄우헤이 지음, 시라비 그림, 김장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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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에게 무시우타로 유명한 이와이 쿄헤이의 신작입니다. 전작인 무시우타는 초반이 절판이 되어 이젠 구할 수가 없어 필자는 끝끝내 접해보지 못했군요. 전작의 명성을 익히 들어왔던지라 이 작품도 기대를 갖고 구입을 하였는데요. 아직은 1권이라서 그런지 많은 복선이 깔리고 캐릭터들의 성격이 정립되어 가는 수순이다 보니 크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그려가는 부분은 상당히 세밀하며 아픈 과거를 가슴에 품은 채 잃어버린 연인과 가족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 등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군요. 그 외에는 전형적인 라이트 노벨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심도 있는 이야기는 최대한 피하고 주 독자층인 청소년의 입맛에 맞게 역경을 딛고 영웅을 지양하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여담으로 일러스트레이터 '시라비'작가가 보여주는 일러스트는 굉장히 각이 잡혀 있습니다. 캐릭터들이 군더더기 없이 잘 표현되어 있어요.

 

주 이야기- 어느 날 전조도 없이 나타난 보라색 연기로 뒤덮인 도쿄, 넓이가 특정되지 않은 보라색 연기로 원통 형태의 태두리가 생겨난 도쿄 중심부에 EOM이라 불리는 미지의 생명체 '하멜른'이 강림하여 수백만의 거주민을 학살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후 <도쿄 액습>이라 불리는 미증유의 대재앙에서 주인공 '아카즈키 렌지'는 두 살 연상의 연인 '오사토 유이'를, 히로인 '유미이에 카나타'는 친동생을 잃어버렸습니다.

 

2년 후, 렌지와 카나타는 [레이더,raider]가 되었습니다. 대재앙으로부터 간신히 혼란을 수습하고 딛고 일어선 일본은 그 근원지를 <크리티컬 에어리어>라 칭하고 지금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곳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는데요. 하지만 가족을, 연인을 잃어버린 많은 사람들은 <스폿>이라는 <크리티컬 에어리어>로 들어갈 수 있는 장소를 찾아내 불법으로 침입하는 걸 서슴지 않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런 사람들을 통칭 레이더라 부르게 되었으며 정부는 불법으로 간주하고 막고 있지만 역부족

 

그런데 모든 레이더가 연인을, 가족을 찾기 위해 가는 것은 아니라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에 걸맞은 꿀꿀한 이야기도 보여줍니다. 재물을 탐닉하기 위해, 다른 레이더를 죽이기 위해, 그래서 항간에서는 레이더에 대한 소문은 좋지만은 않습니다. 렌지와 카나타는 주변 사람들에게 비밀로 하며 오늘도 <크리티컬 에어리어>로 발을 들이는데요. 이들이 레이더로 활동한 시간도 벌써 1년하고 8개월이 지났습니다. 모든 걸 거부하는 극한의 세계 <크리티컬 에어리어> 거기엔 EOM이라는 통상적인 공격이 통하지 않는 미지의 생명체가 있습니다.

 

서바이벌, 인간을 거부하는 곳 <크리티컬 에어리어> 극한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카나타가 연예인으로 활동하며 벌어들인 수입으로 군대 뺨치는 장비로 무장하고 있지만 한순간의 방심이 생사를 가르는 통에 늘 긴장을 연속입니다. 이 부분이 참 디테일 있게 표현했더군요. 폐허 속을 나아가면서 서로가 맡은 포지션을 소홀히 하지 않으며 서로가 등을 맡기고 때론 '크립티드'나 EOM과 조우하여 격렬하게 싸우기도 하고 패배하여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기도 하면서도 목숨만은 부지했다는 안도감...

 

작품 내용 중 상당 부분이 이런 이야기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들통나면 사생결단으로 전투에 임해야 되는 크립티드나 EOM에 들키지 않기 위해 숨죽이며 앞으로 나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괜스레 손에 땀이 나기도 합니다. 그러다 좌절을 겪기도 하지만 내일이 있기에 또 이들은 도전을 합니다. 이 모든 사태의 근원이 되는 EOM '하멜른'을 무찌르고 연인을, 가족을 되찾기 위해... 그러나 이것만 있으면 곧 재미 없어진다는 걸 작가도 인지했는지 복선을 깔기 시작합니다.

 

전조도 없이 나타난 보라색 연기와 EOM은 구 종인 인류를 멸절 시키고 새로운 종의 탄생을 알리기 위한 사전 포석일까 하는 복선을 주인공 렌지를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렌지의 연인 '유이'를 쏘옥 빼닮은 히마와리와의 조우는 그 가설은 더욱 신빙성을 얻어 갑니다. 2년전 <도쿄 액습>때 렌지와 같은 장소에 있다가 재앙에 휘말렸다가 살아난 이름 모를 어떤 소녀, 지금은 히마와리로 불리며 정부기관인 구무청에 소속되어 렌지와 적대하는 관계에 놓인 그 소녀는 처음 만난 렌지를 잊을 수 없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전대미문의 아포 칼립스를 맞이하여 인류가 맞서 싸워 나간다는 이야기지만 실상은 주로 레이더와 <됴코 액습>이라 불리는 대재앙을 관할하는 '구무청'이라는 정부기관과 구역 싸움입니다. 정식으로 허가받아서 <크리티컬 에어리어>를 탐색하는 구무청과 <스폿>이라는 장소를 이용해 불법적으로 에어리어로 침입하는 레이더가 서로 상생하긴 애초부터 글렀죠. 거기다 레이더는 희생자들의 재물까지 손대고 있는 판이었으니 세간의 평도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흥미로운 건 등장인물 간의 감정적인 대립이 볼만 합니다. 다들 뾰족합니다. 성격이, 어딘가 다들 모났습니다. 누군가를 헐뜯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것마냥 시건방진 말만 늘어놓습니다. 아픔을 이해하려는 배려보다 겉모습으로 판단하여 그 사람을 평가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난 성격으로 사람을 찌르면 죽을 거 같은 상황 속에서도 누군가는 손을 내밀어 주기도 합니다. 그것이 '오사토 유이'라는 것에서 이 작품의 향방은 정해진거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래서 파탄은 예정된 거나 다름없다는 것처럼 차분하게 렌지와 카나타에게 다가옵니다. 오사토 유이를 빼닮은 '히마와리'의 등장으로 사태는 격랑 속으로 흘러가는데요. 무엇보다 우선으로 '하멜른'을 쓰러트린다. 오로지 이것만을 위해 1년 8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준비해온 것들이 렌지에 의해 파탄이 나기 시작합니다. 연예인 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입과 불법적으로 스폰서를 맺으며 모든 것을 쏟아부은 카나타에게 있어서 가족인 친동생을 구하기는커녕 지옥이 기다리고 있다는 미래가 확정되어 버렸습니다.

 

이 작품이 19금이었다면 지금쯤 카나타는 AV에 출연하고 있지 않을까 할 정도로 내몰리게 되는데요. <크리티컬 에어리어>를 탐색하기 위해 조달한 장비와 훈련에 필요했던 트레이너 고용비를 모두 카나타가 부담하고 있었는데 한순간 눈이 돌아간 렌지에 의해 졸지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카나타, 이 부분은 정말 책을 짚어 던지기도 했군요. 유이와 쏙 빼닮은 히마와리와의 조우는 렌지가 그동안 필사적으로 찾으려 했던 모든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말의 동정과 이해는 갔습니다만...

 

맺으며, 적을 만나 싸우고 피투성이가 되면서도 역경을 이겨내며 앞으로 나아가는, 그러다 좌절도 겪고 다시 일어서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통쾌한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상처가 되는 말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일도 벌어지고, 한편으로는 자기가 싸지른 똥을 치우려는 듯 상처를 내고 마데X솔을 발라주기도 하고, 북 치고 장구치고, 병 주고 약주고 하는 일이 참 많이도 일어납니다.

 

그러다 결국은 인류의 적은 EOM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메시지를 넌지시 던지기도 하는데요. 아직은 조그마한 뉘앙스에 지나지 않았는데 보통 이런 아포 칼립스의 상황 이면에는 반드시 자칭 진화의 단초를 제공한다는 명분이랍시고 어깨에 힘이 들어간 인간들의 개입이 있기 마련인데 이 작품에서도 이런 느낌이 느껴지기도 했군요.

 

어쨌건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감정적인 대립은 볼만했지만 그 외에는 크게 여타 작품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우월한 형님 밑에 열등한 동생이 보여주는 능력물이라는 클리셰도 동반하고 있고요. 기모(밥맛)를 외치는 여동생 아사히는 오빠인 렌지를 벌레보듯 여기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렌지를 걱정한다던지하는 여동생 포지션 클리셰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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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세계에서 부여마법과 소환마법을 저울질한다 3 - S Novel
요코츠카 츠카사 지음, 신동민 옮김, 마냐코 그림 / ㈜소미미디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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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느 날 전조도 없이 이세계로 전이된 사립 학원(중,고등부)의 학생들은 추악한 오크떼를 맞이하여 생사의 기로에 놓이게 된 이래 2일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2일동안 많은 일들이 일어났는데요. 카즈히사는 아리스와 타마키를 비롯해 오크에게 유린 당하고 있던 중등부를 해방해 많은 여학생들을 구해 냈습니다. 하지만 여느 영웅물이나 일반 모험물처럼 해피한 상황은 아니었는데요. 남학생들을 비롯해 남자들 대부분은 이세계로 전이되자마자 오크들에게 무참히 죽임을 당했고, 여학생들도 대부분 오크들에게 강x을 당하거나 죽임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이젠 카즈히사의 연인이 된 중등부 여학생 아리스도 그가 아니었다면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짓을 당할뻔하였고요. 역시 카즈히사의 연인이 된 타마키는 숨어 있다가 그에게 구출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미아(중등부 여학생)와 시키(고등부 여학생)가 합류를 하였고, 엑스트라 여학생 다수가 참여를 하였습니다. 이는 카즈히사가 구해낸 학생들의 숫자는 학원 특성상 몇백 명이나 되는 학생들 중 극히 일부분일 뿐이었습니다. 대부분은 끔살을 당하고만 것이죠. 이 작품은 아포칼립스와 시리어스가 공존하는 세계입니다.

 

하지만 마냥 당하고만 있으라는 것이 아닌 RPG 게임처럼 시스템이 존재했고 학생들은 이대로 당하고만 있는 것이 아닌 오크를 죽여 경험치를 얻어 레벨업을 할 수 있는데요. 주인공 카즈히사는 자신을 괴롭히던 일진 시바를 죽이려 파놓은 함정에 오크가 걸려 죽으면서 레벨업을 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누구보다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빨라 적극적으로 오크를 섬멸하며 저항세력을 만들 수가 있었습니다. 이것은 자신을 괴롭히던 일진 때문에 오히려 누구보다 빠른 기회를 얻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씁쓸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카즈히사는 레벨업을 하며 거점으로 마련한 중등부로 오크가 떼로 밀려오면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고, 다른 건물에 살아남은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기도 했습니다. 그 와중에 덧없이 죽어간 학생을 봐야만 했고, 오크에게 강X 당하고 마음이 무너진 아이들도 봐야 하는 등 지옥이 있다면 여기가 지옥이라는 것마냥 처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져만 갔습니다. 하지만 생지옥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 복수를 다짐하는 여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차츰 전력 면에서 우세해지기 시작하며 이제 공수 교대가 시작됩니다.

 

그쯤 일진 시바가 이끄는 고등부가 부각되기 시작하는데요. 아포칼립스적 재앙에서 살아남기 위해 협력해도 모자랄 판에 자신만의 세력 구축에 열을 올리던 시바는 그렇지 않아도 얼마 남지 않았던 학생들 무리를 사욕에 휩싸여 궤멸로 이끄는 등 천하의 개쓰레기 인증하며 곱게 죽지 못할 것이라는 플래그를 세워 가던 중 드디어 카즈히사는 시바와 마주하게 됩니다. 아픈 과거를 떨쳐 내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시바를 넘지 않으면 갈 수 없다는 걸 카즈히사는 알고 있었는데요.

 

하지만 여기까지 오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전날에 아리스가 시바에게 납치된 줄도 모르고 그와 같이 있는 걸 목격 후 심한 좌절을 겪어만 했는데요. 한마디로 자격지심과 섣부른 오해가 그를 몰아세우는 등 모험물의 틀을 깨는 모습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러다 자포자기한 그를 타마키가 일으켜 세워 주면서 다시 일어서고 아리스를 탈환하기 위해, 숙적이자 만인 공통의 적 시바를 쓰러트리기 위해 그는 지금 대지에 섰습니다.

 

이세계로 전이되기 전엔 공포의 대상이었던 시바, 이를 갈며 레벨업 작업을 했던 카즈히사에게 그는 상대가 되지도 않았고 그냥 엑스트라로 전락하고 맙니다. 마치 흔직세의 나구모처럼 덧없는 인생이야 같은 도를 터득하는 일이 벌어지고만 것이죠. 그러고 보면 이 작품은 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 최강이라는 작품과 비슷합니다. 갖은 고생으로 누구보다 빠른 레벨업으로 힘을 손에 넣고 자신을 가로막는 건 무엇이든 배제하는, 그러나 자신의 품 안에 들어오면 그게 누가 되었든 반드시 보호해주는, 그래서 지금은 약 서른 명에 가까운 여학생들이 그의 곁에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흔직세의 나구모처럼 참지도 않습니다. 비록 가상 세계(1)에서 몸을 섞는 것뿐이지만 하렘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기도 한다는 것인데요. 여기서 참 알다가도 모를게 살아남기 위해서라지만 자신은 뒤에서 부여마법(버프)을 걸어주고 소환 마법으로 소환수로 싸울 뿐 전위가 되어 싸우지 않으면서 여자들에겐 싸우는 방식과 스킬 구성을 짜 맞춰주며 전위에 내세우고 있어서 주인공은 솔직히 좋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요컨대 이용하고 있다는 것, 그런 그에게 홀딱 빠져서 2일 만에 몸 섞는 걸 주저하지 않는 히로인들...

 

어쨌든 카즈히사는 평생 트라우마가 될 거 같았던 시바를 뛰어넘었습니다. 그리고 그에겐 이제 새로운 챕터가 다가옵니다. 왜 우리들이 이세계로 전이되었고, 왜 오크들에게 유린 당해야만 했나, 그리고 그들(오크)은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가 하는 철학적인 이야기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조금식 그 해답을 찾아가는 도중 많은 여학생들이 어디로 납치되었나 하는 장면도 보게 되는 등 철저하게 아포칼립스적인 상황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새로운 세계로...

 

맺으며, 이세계 전생물과 아포칼립스적인 요소를 절묘하게 잘 섞어 놨습니다. 오크에게도 같은 인간 남자들에게도 유린 당하는 여학생들, 지옥 같은 상황에서 살아남아 독기 밖에 남지 않은 여학생들(아쉽게도 엑스트라), 그 모든 과정은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이자 사람이 모든 걸 잃게 되면 눈에 뵈는 게 없어진다는 것도 잘 표현하고 있어서 씁쓸하게도 합니다. 그 와중에 호적에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았을 중등부 여학생들과 몸을 섞는 등 윤리관은 얻다 팔아먹었는지 모를 상황을 웃프게 합니다. 카즈히사는 살아남기 위해 여학생들을 이용하고, 여학생들은 그런 그에게 기댑니다.

 

그래서 읽다 보면 사람이 살아가면서 놓지 말아야 될 뭔가가 끊어지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아무리 픽션이라지만 이래도 되나 싶은 장면도 더러 있습니다. 3권은 좀 덜했긴 합니다만, 어쨌든 초반에 죽을 정도로 개고생 했지만 이젠 빠른 레벨업으로 인해 이제 오크와 파워가 역전되는 파워 인플레가 일어납니다. 2일 만에 이렇게 진도가 나가도 되나 싶은 게요. 작가가 완급 조절에 실패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들이 겪어야 했던 일련의 일들의 진상을 밝히는 대목으로 서둘러 넘어갔지 않나 하는... 후반부는 급전개랄까요. 


 

  1. 1, 레벨 업하면 자칭 정신과 뭐시기 방처럼 흰색으로된 방으로 이동하는데 거기는 현실과 단절이 되어 있어서 흰색의 방에서 무엇을 하던 현실에 영향을 미치지 않음, 그러니 몸을 섞어도 현실로 돌아오면 그런 일 없었다는 것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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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좋아 이딴 세계는─퀄리디아 코드─ - 합본판, Novel Engine
와타리 와타루 지음, saitom 그림, 이승원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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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왕고 작가의 사가라 소우가 집필한 '그런 세계는 부숴버려(도쿄편)'와 데어라 작가 타치바나 코우시가 집필한 '언젠가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카나가와편)'에 이어 내청코로 유명한 와타리 와타루 작가가 집필한 '아무래도 좋아 이딴 세계는(치바편)'입니다. 한때 이 작품만 정발 되지 않아 의문을 자아내긴 하였지만 이로써 퀄리디아 코드 시리즈는 모두 국내에 정발이 되었군요.

 

우선 앞서 언급한 작품도 포함해서 이 작품은 작년 3분기에 방영된 애니메이션(작중 시간대)에서 1년 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프리퀄에 해당된다고 이해하셔도 됩니다. 세 작품은 공통적으로 30년 전 지구를 침공한 언노운을 맞이하여 아이들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여 대항한다는 이야기를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세계>란 자신이 꿈꿔왔던 이야기 혹은 트라우마가 현실이 되어 힘으로 발현된다는 것을 말합니다.

 

자신이 바라는 <세계>가 강하면 강할수록 발현되는 힘도 강해지는 원리, 하지만 모두가 평등한 힘을 손에 넣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힘의 차이에서 서열이 생겨나는 건 필연적으로, 힘 있는 애들이 모여 언노운과 최전선에서 싸우는 [전투과]는 엘리트로써 중세 시대에 빗대면 고위 귀족이 되고, 그 이하는 상인과 농민 그리고 천민으로 나눠집니다. 그래서 힘의 서열에 따라 전투과 위주로 돌아가는 세계, 학교를 졸업(1) 하면 힘의 서열에 따라 생활권이 결정되는 불합리가 존재하는 세계가 여기입니다.

 

주인공 카스미는 전투과에서 생산과로 좌천되었습니다. 초엘리트 집단인 전투과에서 농민이 생활하는 생활과로 내려온 그의 앞에 사사건건 트집만 잡아대는 직장 선배 '우루시바라', 잘 살아보세!를 외치며 의욕적으로 신작품 개발에 열을 올리는 선배 여학생 '아사가오' 그리고 전투과에 있을 때 동료였던 덜렁이 소녀 '렌게'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대로 된 인간은 없어 보이는 이곳에서 이 4명은 생활과를 이끌며 오늘도 보람찬 하루를 시작하지만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들에게 기다리는 미래는 암울함뿐이었는데요.

 

엘리트만이 보장받는 시스템, 아무리 발버둥 쳐도 밑바닥 인생뿐이라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천민이 아무리 노력해도 양반은 될 수 없고, 노예가 아무리 노력해도 귀족이 될 수 없듯이 포기하고 운명을 받아들일 것이냐 아니면 불합리한 지금의 시스템을 부수고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미래를 만들 것이냐는 '아사가오'에 의해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 '카스미' 사실 그에겐 이런 세계 따윈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여동생 '아스하'와 떨어져 지내야 된다는 미래를 직시하기 전까지는요. 그에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여동생 '아스하'가 있습니다. 아스하는 전투과에서 차기 수석에 거론될 정도로 엘리트였는데요.

 

하지만 오빠는 힘이 없어 좌천되고만 말단 중 말단, 둘의 미래는 벌써부터 결정된 거나 다름없었습니다. 입은 험해도 츤데레처럼 상냥한 여동생, 떨어져 지내도(2) 가족의 온기를 느끼려는 듯 매일 찾아와 곁을 지켜주는 여동생을 바라보며 카스미는 머지않아 찾아올 이별을 생각합니다. 졸업하고 후방으로 보내져도 더 이상은 만나지 못할 단 하나뿐인 여동생, 30년 전 언노운의 침공으로 콜드 슬립에 들어갈 때 괜찮다고 말해준 부모의 기억이 그의 등을 떠밀기 시작합니다.

 

힘이 있으면 귀족, 없으면 천민인 세상, 비단 카스미만이 아니라 생산과 선배 '아사가오'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미래를 결정하는 포인트 제도, 목숨을 내놓고 싸운다지만 30년이나 지난 지금은 유명무실해진 언노운과 전투를 지속하며 모든 권리를 독점하는 전투과에 대항해 택시 기사도, 비행기 파일럿도, 쌀 배달 아저씨도 다 목숨 내놓고 하는 일이라는 공공의 적 1-1 강철중 어머니의 말씀처럼 우리도 언노운과의 전투에 일조한다는 일념 하에 전투과 이하 부서의 봉기가 시작됩니다. 우리도 잘 살아 보겠다는 몸부림의 시작

 

큰 틀에서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고 자잘하게는 주인공 카스미가 겪는 영업사원의 비애를 그리고 있습니다. 학생이면서 벌써 사회생활과 똑같은 일을 겪어가는 카스미에게 내려지는 온갖 불합리, 하지만 내청코의 주인공 하치만이 그랬듯이 자신의 안주를 위해 속으로 욕해도 묵묵히 일을 해나가는 현대의 아버지상을 엿볼 수 있고요. 어떻게 하면 들고 가던 차(tea)를 머리에 뒤집어쓸 수 있는지 의문인 덜렁이 속성에 눈치 하나는 엄청 빨랐던 렌게에게서 유이의 그림자를 봤지만 사실은 부뚜막에 제일 먼저 올라가는 고양이였습니다.

 

이 작품을 표현하라면 달달함에 숨은 씁쓸함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렌게가 카스미를 향한 핑크빛 달달함은 사실 그녀가 마음속에 품고 있던 어두운 검은색이었다는 결과에서 충격을 안겨 주었습니다. 후반부 렌게에 의해 일어난 일련의 사태는 반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고 클리셰이기도 했군요. 그로 인해 혜택을 본 것은 주인공 카스미였다는 것에서 아이러니했지만요. 모두가 잘 살기 위해 노력했던 아사가오는 닭 쫓던 개가 되어 버렸고, 기득권을 지키려던 전투과는 통째로 수렁에 빠지는 등 성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세계를 맡겨 놓으면 어찌 되는지 단편적으로 보여줘서 씁쓸함이 묻어났습니다.

 

맺으며, 누가 내청코의 작가 아니랄까 봐 분위기가 매우 흡사합니다. 내청코의 하치만 일행이 졸업해서 사회에 진출하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일들이 매우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직장 상사와 선배의 눈치 보며 자신이 악역이 되면 만사 ok라는 식의 카스미, 덜렁이 속성이지만 가드가 높고 눈치가 빠른 유이 같은 렌게, 사람을 막 부려 먹지만 엄한 곳에서 면역이 없어 몸이 고생하는 유키노 같은 아사가오, 대중 앞에 같이 있는 걸 싫어하면서도 오빠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아스하에게선 코마치의 그림자가 엿보였습니다.

 

내청코를 즐겨본 필자로써는 매우 반가운 분위기였지만 기대를 많이 하면서 읽은 탓인지 1권 중반부터 2권 중반까지는 사실 많이 무미건조합니다. 지리멸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는데요. 그냥 일상생활만이 흘러갑니다. 약간의 트러블도 있지만 손에 땀을 쥘 정도로 흥미진진하진 않았고요. 하치만처럼 세상 다 잃은 것 같은 독백도 나오지 않습니다. 유키노 같은 독설도 나오지 않고요. 전체적으로 내청코 하향 버전이랄까요. 그래도 하치만이 코마치를 챙겨주는 것처럼 소파에서 속옷 차림으로 뒹굴거리는 아스하는 바라보며 미래에 헤어지는 걸 걱정하며 챙겨주는 카스미의 구구절절한 마음은 가슴에 와닿기도 했군요. 사실 이것만 생각 나는... 

 

본 리뷰는 네이버 라노벨 카페 NTN과 출판사 영상출판 미디어(노블 엔진)가 주관한 리뷰 이벤트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책을 제공해주신 라노벨 카페 NTN과 영상출판 미디어에 감사를 드립니다.

  1. 1, 어른들은 이능력인 <세계>를 구축할 수 없다.
    일정 청소년 나이대가 아니면 <세계>가 구축되지 않아 작중에서 어른들은 후방에 머물며 아이들을 지원하는 형태
  2. 2, 아스하는 중등부라 기숙사에서 지냄, 주인공 카스미는 꼴에 전투과에 속해 있다고 개인 주택을 받아 기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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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언의 나이트메어 3 - V Novel
다히미아기 지음, Bea.C 그림 / 길찾기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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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번 표지 모델은 '미하'입니다. 그녀가 안고 있는 공포(악몽, 나이트메어)는 거미인데요. 어릴 적 친구 하나 없이 급우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살아왔던 미하, 어느 날 괴롭혔던 애들이 거미를 한 움큼 주워와 미하의 몸에 풀어 놓았고 우연찮게 섞여 있었던 과부거미에게 물려 죽을뻔하였던 것까지 합쳐져서 트라우마가 되어 성장한 지금도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공포는 따로 있었는데...

 

그 미하가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합니다. 20년 만에 잠에서 깨어나 다리를 잃고 그토록 싫어하는 거미 다리를 얻게 된 것도 모자라 연희에게 쥐어짜져 몸이 원래라면 돌아가지 않을 방향으로 꺾어버렸습니다. 이번에 드러난 그녀의 과거도 처참하지만 잠에서 깨어난 뒤로도 험하게 다뤄지는 불행한 캐릭터랄까요. 태범 일행은 혼수상태가 된 그녀를 치료하기 위해 의사를 찾아가는데요. 그런데 그 의사가 하필이면 나이트메어, 인간의 의사(意思)를 가지고 인간의 감정을 가진 꼬마 숙녀의 모습으로 태범 일행을 맞이합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이런 이야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태범 일행은 친구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내놓습니다. 그러다 강한 적을 만나 고전하고 각성하여 좀 더 강하게 성장하는, 그리고 인간을 해치고 잡아먹는 나이트메어라도 인간을 위해 노력하는 존재도 있다는 것을 알아 갑니다. 이들이 병원 동의보감을 운영하는 도롱룡 나이트메어 '널시'를 만난 건 어쩌면 새로운 시대로의 길을 개척하는 게 아닐까도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야 나이트메어를 때려죽이라고 만들어진 이들이 나이트메어에게 치료를 받다니요.

 

하지만 작가는 이것이 아직은 섣부른 판단이고 클리셰라 생각하셨는지 이쪽 길로는 가지 않습니다. 무엇을? 공존의 길을, 하지만 종을 초월한 우정을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했습니다. 실제로 널시에게서 그런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고요. 그러나 그 기대는 연희에 의해 무참하고 처참하게 깨져버립니다. 작가가 이런 점에서 용서가 없더군요. 인연을 소중히 하고 나중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약을 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아련함을 선사하기도 하는데 꽃이 피기도 전에 꺾여버린 심정은 좀 먹먹했습니다.

 

어쨌건 널시의 치료 덕분에 살아날 가능성을 비춘 미하, 본격적인 그녀와 그녀가 품고 있는 나이트메어와의 싸움이 시작됩니다. 이것을 이겨내고 보다 성장한 자신을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힘에 먹혀 힘이 시키는 대로 살아갈 것인가, 그리고 드러나는 그녀가 안고 있는 트라우마의 진실은 그녀를 폭주로 몰아넣습니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슬픔,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던 어린 시절과 죽음 직전까지 몰려갔던 거미에 대한 트라우마, 갈 길을 잃고 손을 어디로 내밀어야 될지 모르는 그녀의 손을 잡아주는 나호...

 

뜬금없지만 글 양을 줄이기 위해서 다른 이야기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S급 나이트메어인 월향 비호를 쓰러트려야 하는 퓨라와 그녀에게 반쯤 꼬임 당하고, 반은 자신들이 다녔던 고등학교를 찾기 위해 태범 일행은 장장 3권에 걸쳐 언급되었던 로스트 타운에 입성하였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살아남은 인류를 보게 되는데요. 사실 여기에 오기 전에 태범 일행은 무련이라는 살아있는 인간 여성을 만났었습니다. 무련 또한 본 이야기에 복선을 안고 있지만 글이 길어지니 패스하고요.

 

로스트 타운에서 그동안 나이트 메어에 대한 인식을 제 정립하게 되기도 합니다. 인간의 말을 하고 인간과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나이트 메어, 마치 중세 시대 계급 사회를 보는 듯한 모습을 갖춰 놨습니다. 여기서 인간은 천민이고요. 널시도 그렇고 상인 나이트메어도 그렇고 인간과 나이트메어 간의 경계가 애매모호해지기 시작합니다. 작중에는 인간일 때의 습성이 남아 있어서 그렇다는 언급이 있긴 합니다만, 이것은 오래된 종은 도태되고 새로운 종의 탄생을 알리는 순간일까요.

 

어째 점점 나쁜 건 인간이라는 흐름입니다. 물론 이런 흐름이 싫은 건 아닙니다. 아무튼 이번에도 복선이 엄청 흘러나왔습니다. 작가가 이것을 다 회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들기 시작하더군요. 잊을만하면 나오는 것이 아닌 조금 거짓말 보태서 책장 넘길 때마다 나오는 느낌이랄까요. 다만 태범의 어머니에 관련된 복선은 흥미로웠는데요. 설마 퓨.. 뭐시기양하고 남매라거나..? 석도와 무련의 관계도 좀 흥미로웠습니다. 석도와 무련에게서 옛날 애니메이션 기동전함 나데시코에 느꼈던 애절함을 엿볼 수 있나 했는데 작가가 수줍음이 많은지...

 

맺으며, 재미있었습니다. 적절하게 개그도 들어가 있고요. 그중에 퓨라의 서질 않는군요.는 최고였습니다. 철 지난 드립이었지만 드루와! 드루 와! 도 신선했고요. 두 명 이상이 모였을 때 보여주는 인간관계도 적절히 잘 표현해주셨습니다. 다만 뭐랄까 기억에 남는 장면이 없다고 해야 할지, 마치 두 개 이상 설치했을 때 충돌 일어나는 백신처럼 혹은 두더지 게임처럼 머리를 자꾸 때려서 위로 못 올라오게 하는 느낌이었다랄까요.

 

요켠대 개성 있는 캐릭터 부재라는 것입니다. 그나마 극렬 얀데레 연희의 등장으로 다소 소름 끼치는 상황이 연출되어 몰입도는 있으나 나이트 메어에게 자꾸 툇짜를 맞는 태범을 비롯해 가연과 나호의 비중에 상당히 적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나마 나호가 미하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장면으로 좀 부각되긴 했습니다만... 아웃사이더 같던 석도도 뭘 하고자 하는지 모르게 되었고요. 그리고 섣부른 존댓말 캐릭터는 좀 지양해야 되지 않을까 했습니다. 이름은 반말로 부르고 용건은 존댓말로 하는 건 좀 그렇잖아요?

 

마지막으로 분위기는 여전히 아포 칼립스에 맞게 잘 표현하고 있어서 이건 높은 점수를 주고 싶군요. 여러 가지 복선과 인간의 감정을 가진 나이트메어도 있다는 걸 알리며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모르게 하는 등 치밀한 구성을 보여주는 것도 괜찮았습니다. 특히 리빙 뭐시기 집단이 점점 악의 축으로 변해 가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더 쓰고 싶지만 지면 관계상 이만..

 

본 리뷰는 네이버 라노벨 카페 NTN과 출판사 V노벨이 주관한 리뷰 이벤트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책을 제공해주신 라노벨 카페 NTN과 V노벨에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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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향신료 2 -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박소영 옮김, 아야쿠라 쥬우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남자에게 속아 수백 년간 마을에서 풍작의 신 노릇을 했던 호로는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아는 걸 넘어 '너 같은 거 이제 필요 없어'를 외치는 마을 사람들에게 질려서 마침 마을에 들렸던 행상인 로렌스의 마차에 숨어 들어서 마을을 떠나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얼결에 그녀를 언젠가 고향 요이츠에 대려다 주기로 한 로렌스, 그런 그에게 자신의 현명함으로 장사하는데 도움을 주겠다는 호로,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 이번에 호로는 사기당할뻔한 로렌스를 구해주게 되는데요.

 

하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호로의 덕분에 제법 큰 돈을 벌게 된 로렌스는 내친김에 사기칠려던 상인을 협박해 외상으로 물건을 매입해 다른 마을에서 팔기로 했지만 겹사기를 당해버렸다는 걸 뒤늦게야 알게 되었습니다. 외상으로 구입한 물건의 대폭락, 이대로 가다간 파산을 물론이고 외상값을 몸으로 갚아야 돼서 노예로 끌려갈 판입니다. 로렌스가 외상으로 구입할 때 판 놈은 이미 이 물건은 가치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그에게 떠 넘긴 것, 그것도 모르고 로렌스는 사기당할뻔한 걸 되 갚아 줬다고 좋아했는데 이 무슨...

 

이번 에피소드는 파산으로 노예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다시 일어서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로렌스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천하의 현랑 호로도 어찌할 수 없었던 겹사기라는 꿈에서도 똥 밟을 일을 로렌스가 당해버렸습니다. 이것을 만회하기 위해 호로는 금 밀수를 제안하고 로렌스는 결국 받아들입니다. 잘하면 돈방석, 못하면 사형, 모 아니면 도, 일이 틀어지면 호로가 변신하여 로렌스를 들쳐 업고 도망치면 된다는 궁극의 부부 사기단의 최초 업적(?)이 시작되는데요.

 

그리고 애절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양치기 '노라'가 부부 사기단의 동료로 가입합니다. 매번 양들을 무사히 방목하고 돌아오는 그녀에게 교회는 악마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피리를 불며 양들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양치기를 이교도 주술사쯤으로 여기는 세간의 인식 속에서 노라는 맡은 바 임무를 무사히 수행 했음에도 오히려 그것이 의심을 사 교회로부터 불합리를 받고 있었습니다. 현실에서도 있죠. 현명하고 일 잘하는 사람은 호구 취급받는 거, 노라가 당하고 있는 건 조금 다르지만요.

 

여튼 언제나 궁핍한 삶, 언젠가 내 가게를 내고 재단사가 되고 싶다는 노라, 그러나 양들을 한 마리도 잃지 않고 방목지에서 돌아왔음에도 그녀에게 떨어지는 돈은 없다시피 합니다. 그래서 로렌스가 제안한 금 밀수를 덥석 물어 버리게 되고 그녀의 파란만장한 하루가 시작됩니다. 교회에게 물먹고 있으니 답례로 같은 물을 건네는 게 도리라는 로렌스의 사탕발림, 노라와 이야기하는 로렌스를 질투하는 호로의 귀여움과 꼬리의 위대함이 절절히 묻어나는 가운데 결행일이 다가왔습니다.

 

요망한 호로, 괜히 몇백 년을 살아온 것이 아니라는 것처럼 로렌스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그가 뭘 생각하는지 단박에 맞추고는 무안 주기를 반복하면서도 애교로 살살 녹이는 호로의 요망함을 보고 있으면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양'을 생각하게 합니다. 먹는 것에 환장하여 먹을 것 이야기만 나오면 꼬리를 빠질 듯이 흔들어 대고, 그것을 지적하면 새침해지는 귀여움, 진짜 깨물어 주고 싶은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납니다. 그런 호로에게 빠져들어 애처가가 되어 가는 로렌스, 밑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호로에게 돈을 갖다 바치면서도 그는 그녀와의 여행이 언제까지고 계속되기를 바라봅니다.

 

하지만 겹사기를 당하면서 더 이상같이 할 수 없다는 일말의 불안이 이들을 엄습하게 되는데요. 파산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인 몸부림으로 어떻게든 이 사태를 해결하려는 로렌스, 그런 와중에 자신만은 어떻게든 여행을 계속하게 해주려는 로렌스를 바라보며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마는 호로, 노예로 끌려가 일생을 마감할지도 모르는 불안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음에도, 자신 때문에 돈 꾸러 다닐 때 문전박대 당했음에도 꿋꿋하게 자신을 챙겨주는 그를 바라보는 호로의 호감도는 단숨에 치솟습니다.

 

필자는 이런 이야기를 참 좋아합니다. 남의 불행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역경을 뛰어넘어 성장하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기엔 충분했습니다. 특히 금 밀수에서조차 사기당한 로렌스를 보라보며 뿜어내는 호로의 분노는 다이렉트로 느껴질 만큼 작가의 필력이 대단했군요. 그 와중에 비에 맞을까 로렌스가 품 속에 고이 접어둔 자신의 옷을 호로가 꺼내는 장면은 이번 에피소드에서 최대의 백미였죠. 또다시 로렌스를 향한 호로의 호감도는 치솟습니다.

 

풍작의 신이자 애정결핍에 시달리는 호로, 로렌스의 거짓말을 간파하여 일갈을 날리기도 하고, 때론 평범한 소녀처럼 그에게서 사랑한다는 세레나데를 듣고 싶어 합니다. 상인 이야기만 없다면 영락없는 가슴 시린 여행길이 아닐까 하는, 그런 와중에 늘 꼬리를 신경 쓰며 치장하기 바쁜 호로는 자신의 꼬리의 위대함을 찬양하라고 합니다. 마지못해 꼬리를 칭찬하자 콧대가 뾰족해지는 호로, 언제나 먹을 것에 환장하여 꼬리를 연신 흔들어 대는 게 영락없는 개의 모습입니다.

 

호로를 보고 있으면 이런 히로인은 참 드물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수백 년을 살아오면서도 감정을 무뎌지지 않았다는 것처럼 말 한마디 한마디에 새침해지고도 하고, 웃기도 하고, 때론 가슴 아프게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상대의 감정에 일희일비하기도 하고, 의자 하나 못 드는 연약함을 보여주다가도 남편의 위기에 세상을 멸망 시킬 것처럼 분노에 몸을 떠는 호로에게서 귀기가 서리기도 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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