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향신료 9 -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박소영 옮김, 아야쿠라 쥬우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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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자신을 함정에 빠트리고 도망갔던 에이브를 쫓아 내려오던 중 들었던 호로의 죽은 동족일지도 모를 늑대의 뼈에 관련된 정보를 모으기 위해 항구도시 케르베에 들린 로렌스와 호로 그리고 +@로 꼽사리 격인 콜은 남북으로 갈려서 땅따먹기에 혈안이 된 귀족과 상인들 틈바구니에 끼여 양측에 이용당하다 자칫 죽을 수도 있다는 위기에 빠집니다. 이에 로렌스는 뒤로 안 돌아보고 도망가려고 했으나 호로의 '쫄았어?'라는 말에 그만 울컥한 그는 격랑 속으로 몸을 던지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일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건 호로를 주운 날부터 예견된 것이겠죠.

 

자칭 똑똑하다는 수식어와 동의어인 현랑이라는 늑대 소녀는 늑대의 본연 프라이드에 걸맞게 자신의 반려가 멍청이 쪼렙인채로 두고 볼 수만은 없었는데요. 이번 에피소드는 호로가 살아온 역사에서 이런 일은 애들 손모가지 비트는 것보다 쉽다는 사탕발림에 그만 넘어가서는 남북으로 갈려서 쌈박질 중인 귀족과 상인 집단에 몸을 던진 로렌스의 기구한 인생 스토리 종반입니다. 원래는 자신을 두들겨 패고 돈을 갈취해서 모피를 구입해 먹튀한 에이브를 잡아다 족치는 게 목적이었는데 어디부터인지 길을 잘못 들었는지 그만 로렌스의 마음에 에이브는 대상인(大商人)이 되어 있었습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마라?

 

살다 보면 고향이고 싸우다 보면 정든다고 했던가요. 자신을 물 먹이고 죽일뻔한 에이브에게서 배울게 있다며 그녀를 용서하고 그녀가 가진 늑대 뼈에 관련된 정보를 모으던 중, 먹으면 불로불사가 된다는 인어 고기에 버금가고 만병통치약으로 통하는 일각고래가 어떤 어부에 의해 잡히게 되면서 남북으로 갈려서 대립 중인 항구도시 케르베는 순식간에 아수라장 아귀다툼의 장으로 변질되어 버립니다. 에이브는 북측 대리인으로, 남측에서는 로렌스가 가입되어 있는 상인조합의 '키먼'의 등장으로 로렌스의 입지는 더욱 좁아만 가고요. 이제 양측에 끼여서 도망 갈래야 도망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발을 담그자니 죽을 거 같고, 이제 여기서 나서야 될 건 와이프 밖에 없다는 것처럼 화려하게(?) 등장하는 호로에 의해 로렌스는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갑니다.

 

사실 지루해요. 이 작품의 본질이 상인과 상업계의 이야기다 보니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이번 에피소드는 그 본질에 제일 많이 다가간 게 아닐까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장르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는 엄청 곤혹스럽지 않을까 했는데요. 필자도 그러해서 참 난감했군요. 그렇다고 시사하는 것도 있는 게 아닌 데다 어차피 현랑이라 일컫는 호로가 나서면 해결되지 않는 일은 없기에 싫어도 해피한 상황으로 끝날 거라는 건 자명하거든요. 실제로 그렇게 되었고요. 후반부에 반전이랍시고 상황이 급작스럽게 흘러가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때까지 고생했던 건 뭘까 하는 자괴감이 물려 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표면적으로는 상업계를 지향하고 있지만 뒷구멍으로는 온갖 더러운 이야기가 판치고 사람 등치고 죽이는 걸 예사로 한다는 어두운 이야기가 상당히 들어가 있습니다. 실제로 로렌스는 몇 번이나 죽을뻔하였고요. 에이브는 집안이 몰락해서 귀족 타이틀과 상인에게 팔려 갔다가 파경을 맞은 이후 살아가기 위해, 이 끝에 뭐가 기다릴지 기대감으로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게 밝혀지면서 애처롭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악인이면서 미워할 수 없는 존재로 부각되어 결국은 그녀도 거대한 권력과 알력에 휘말려 하나의 희생양에 지나지 않았다는 클리셰로 마무리되어 조금은 씁쓸하기도 했군요.

 

이번 에피소드에서 호로는 별 비중이 없습니다. 그저 여전히 먹는 걸 밝혀서 어떻게 하면 로렌스의 지갑을 열게 할 수 있을까 골똘히 생각하는데다 그가 다른 여자에게 한눈을 팔면 여지없이 발을 밟아 버리는 질투를 발휘해줘서 귀엽기도 했지만 예전만은 못했군요. 콜을 주운 이후 좋은 장난감을 발견했다는 것처럼 머리를 헝클인다거나 때론 지식을 발굴해주는 등 다소 모성적인 면모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그녀가 불로불사의 영약인 일각고래를 수백 년 전에 노렸다는 언급이 있었는데 이는 과거에 그만큼 사랑하는 이가 있었지 않나 하는 복선을 투하하기도 했군요. 이건 이전에도 간간이 나온 대목이긴 합니다만... (1)

 

맺으며, 여전히 말 주변을 빙빙 돌리며 알아주길 바라는 듯하는 호로의 언행으로 인해 난해하기 그지없습니다. 멍한 상태로 읽었다간 뭔 말하는지 도통 모르겠더군요. 이것은 현량의 입장에서 모든 걸 가르쳐주기 보다 지식과 지혜를 스스로 짜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러고 있다는 걸 가슴 한편으로는 이해하고 있지만 머리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걸 이해하는 순간 저의 독해력은 한 단계 레벨업 하겠죠. 언젠가 그날이 오길 빌어 봅니다. 

  1. 1, 거의 무한으로 살아가는 호로에게 있어서 인간은 찰라의 시간과도 같았죠.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과 똑같은 시간을 살아 줫으면 해서 일각고래를 노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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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소녀의 이력서 2 - Extreme Novel
카라사와 카즈키 지음, 쿠와시마 레인 그림, 한신남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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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세계로 넘어와 파란만장한 삶을 구가했던 '료'는 어느새 10살이 되었습니다. 사실 주인공이자 히로인을 이렇게 막 굴리는 작품도 흔하지는 않을 거라 봅니다. 전생에서 바람피우느라 서로가 무관심했던 부모님의 관심을 돌리고자 무던히도 애썼지만 '그런 거 다 소용없다'라는 하느님의 말씀이라도 내리셨는지 먹을 거 사러 편의점 들렀다가 차 사고로 죽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먹은 게 없어서 젖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엄마, 가진 거라곤 개뿔도 없는 깡촌에서 막내로 태어나 걷기 시작할 때부터 자기 먹을 것을 스스로 구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고 결국 2~3살 때 은화 석 냥에 하녀(라 쓰고 성 노예)로 팔려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귀족 집에서 하녀로 일하며 장래에 그 집 아들내미의 성교육(행위 포함)의 재료로 쓰일 뻔도 했고 그러다 몇 년을 보낸 후 5~6살에 세상을 달관하여 이러한 들 어떠리 저러하면 어떠리 하며 어느 로리콘 상인에게 시집을 가다가 산적에게 납치되어 또 몇 년을 산을 타고 멧돼지를 잡아 해체하는 생활을 하다가 산적의 알선으로 귀족의 양녀로 들어갔다가 지금은 귀족의 영애가 되어 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콩쥐이자 신데렐라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는데요. 계급사회에서 평민의 자식으로 태어나 귀족이 되었으니 이보다 성공한 삶은 없겠죠. 하지만 지나온 과정을 돌이켜보면 정신이 망가지지 않은 것이 이상하기도 합니다.

 

어쨌건 이세계는 마법이 우선인 세상이다 보니 딱 두 부류만이 존재합니다. 마법사이냐, 아니냐, 마법사만 되면 귀족보다 더 우대받는 세상에서 료의 부모는 료의 기행에 한줄기의 희망을 품고 그녀에게 마법사 적성을 보게 했지만 전혀 가망 없음이라는 통지를 받고 고민도 없이 냉큼 그녀를 팔아 버렸다죠. 알고 보면 시리어스가 따로 없습니다. 료가 태어나기 전의 언니도 그렇게 팔려 갔다고, 머뭇거림도 없이 자신을 팔아버린 부모님, 팔려간 곳에서의 대우, 절대 편하지 않은 몇 년 동안의 산적 생활을 거치고 10살이 되던 해에 귀족의 영애가 되어 학교에 입학한 신데렐라, 이 정도면 무난하게 성공한 인생이네?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뭐랄까 필자는 어떤 의미에서 무서웠습니다.

 

보통 인격에 형성되는 유아기를 거처 유년기에 어른도 겪어보지 못할 일들을 죄다 겪어 놓고 태연자약한 료를 보고 있자니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신경 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군요. 물론 그런 그녀 곁에서 돌봐주는 사람도 있었고 동료라 불렀던 산적 등이 있었지만 필자가 보기엔 이거 스톡홀름 증후군 같은 건데?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산적에 있을 때 여장남자를 엄마라 부르며 지금도 같이 지내는 코우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워서 인격적으로 망가지고 타락하는 걸 막았다는 복선이 있긴 합니다만, 어쩌면 이전 생에서는 기겁했을 여장남자를 보고 엄마라 부르며 졸졸 따라다니는 것부터가 정신이 망가졌지 않나 하는 부분이기도 한 게 씁쓸하기도 합니다.

 

여튼 이번 에피소드는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하녀로 일할 때 신세 졌던 그 집 아들래미들인 '앨렌과 카인'과의 재회, 그리고 친구 만들기가 주된 이야기입니다. 이게 참 무미건조하면서 한편으로는 읽는 사람 신경을 살살 건드리는 게 작가가 약간은 절재하는 기술이 좋더군요. 하녀로 일할 때 '료'를 무척이나 따랐던 '앨렌'은 그녀가 산적에게 납치된 후 그녀를 되찾았을 때 지켜주겠노라 노력하며 기술을 닦다가 그만 자신만의 세계에 심취해서 진성 스토커가 되어 료를 집착하는 장면은 소름이 돋습니다. 현실에서도 그러잖아요? 내가 아니면 누가 널 지켜 주겠냐, 싫다고 하면 본심은 그게 아니지? 넌 연약하니까 내가 지켜줘야 돼, 널 때리는 건 널 사랑하니까(요건 각색), 화장실까지 따라오는 앨렌에게서 귀기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료의 동급생이자 마법사인 카테리나와의 빈번한 마찰은 두 부류만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평민은 우리가 지켜줘야 한다는 선민사상에 찌든 마법사와 그런 마법사를 바라보며 담을 쌓고 그저 그들이 내려주는 은총에 감사히 살아가는 평민이라는 부류가 융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난제가 료 앞에 떨어집니다. 마법사는 마법을 쓰지 못하는 평민을 이끌어야 될 노블레스지만 평민과는 대화하기 싫고 너희들은 그저 우리 마법사들의 말만 들으면 돼, 마법사의 위대함을 받들며 그런 자들과 감히 말을 섞다니 말도 안 돼라면서 그들에게 기대어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평민과의 미묘한 대립, 결코 섞이지 못하는 물과 기름인 상황에서 마법사들과 친하게 지내는 료는 이질적인 존재로 부각하기 시작합니다.

 

맺으며, 리뷰 끝? 사실 별거 없습니다. 학교에 입학하고 스토커에 시달리고 그러다 마음에 들은 여자애와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계급 사회의 벽 때문에 망설임이 생기고 그 망설임은 료만이 아닌 다른 여자애들도 마찬가지더라, 그래서 료의 물꼬를 터 줬고 이런 학원물이 다 그렇듯 종반에 사이좋게 계급사회를 뛰어넘어 친구가 되었습니다. 해피엔딩, 잘 되었군. 잘 되었어! 하지만 여봐란듯이 2중 생활을 구가하는 핸섬 남으로 인해 3권은 그야말로 대파란 예상, 그리고 복선으로 등장하는 계급 사회지만 서로가 이해하고 조금만 노력하면 융화하여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 '과거에도 종종 이세계로 넘어오는 현실 세계의 인간이 있었고 그 인간 덕분에 이세계의 마법 체계가 구축된 게 아닐까 하는 아마테라스설 <-중요도 상(上)'까지 우리나라 사람 입장에서 보면 다소 껄끄러운 이야기도 들어가 있습니다.

 

여기부턴 사설, 이번 에피소드를 읽는 내내 말끝마다 '응, 응'을 집어넣어놔서 아주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이 아닌 료의 1인칭 시점에서 그녀의 개인적인 감정으로 진행이 되는데, 필자가 제일 싫어하는 게 이겁니다. 뭔가 혼자 말하고 납득하곤 반드시 말미에 '응' 넣는 거요. 딴에는 귀여워라고 넣은 거 같은데 이건 닭살 돋는 수준이 아니라 분노가 치밀었군요. 거기에 료 본인은 물론이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분위기 파악 못하는 문장들도 혀를 내두르게 했습니다. 1권에서 애가 이렇게 경박했나? 싶은 게요. 이걸 어떻게 표현해서 써야 싶어 난감한데 마치 지능이 떨어지는 날라리 푼수 같다고 표현하면 적당 할려나요? 도른자(돌+아이) 같기도 하고요. 지나온 삶에 치여서 성격이 파탄 났나 싶기도 했습니다.

 

그야 이지메 가하려는 여자애에게 친구가 되고 싶다고 하질 않나, 앨렌이라는 진성 스토커를 바라보며 내가 잘못한 게 있으니 저러는게 이해가 되 같은 말도 안 되는 가해자 합리화까지, 나아가서 회해한답시고 앨렌과 결투를 벌이곤 억지로 짜 맞춘듯한 눈물 연기도 볼썽사나웠는데 바뀐 건 아무것도 없고, 후반엔 카테리나가 까칠하게 굴었던 진실이 드러나며 좋게 마무리되어 훈훈한 분위기로 넘어갈 때 정신분열인가라며 분위기를 못 읽고 망발을 일삼고 행동으로 산통 다 깨 놓는 게 미처도 이렇게 미치는 것도 가능하구나 하는 걸 여실히 보여줬군요. 애가 부모에게 버림받고 10살도 되기 전에 거친 생활에서 분명 정신이 망가진 게 틀림이 없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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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향신료 8 -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박소영 옮김, 아야쿠라 쥬우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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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로렌스를 보고 있자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언제나 위험한 장사에 고개를 들이밀다가 머리가 댕강 잘릴뻔하고도 봉어 대가리처럼 3초면 잊어버리는 그의 기억력은 타고난 것인가? 에이브의 꾐에 넘어가 그래도 나름(?) 이 작품의 히로인인 호로를 저당 잡고 돈을 빌리는 희대의 주인공 포지션도 기가 막히는데 이전에 몇 차례 사기를 당하고 어디 원양어선에 잡혀갈 직전까지의 처지에 놓였다가 간신히 살아났음에도 또다시 위험한 다리를 건넙니다.

 

자신의 숫컷이 여우 같은 암컷에게 속은 것에 화가 났던 호로는 웬만해서는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나 이번엔 제대로 열받았던 그녀는 늑대로 변신해 에이브의 뒤를 쫓았는데요. 그런데 신이 나서 너무 나대는 바람에 다음날 근육통에 시달리는 등 바쁜 나날을 보냅니다. 이런 호로를 바라보던 로렌스 왈: '들에 풀어 놓은 개 같다.' 오랜만에 변신해서 그런지 묘하게 흥분해서는 들이고 산이고 강이고 한 다름에 내달리는 등 그야말로 개를 연상시켰던 호로, 그리고 다음날 근육통, 오랜만에 귀여운 모습을 보여줘서 좋았습니다.

 

여튼 이번 에피소드는 크게 두 가지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호로와 비슷한 이교의 신인 늑대의 뼈와 관련된 것인데요. 지금 있는 곳에서 좀 더 북쪽, 강을 따라 내려오며 주운 사위 '콜'의 고향 근처에서 교회와 상회가 늑대의 뼈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로렌스와 호로는 호로의 동료가 교회의 이교도 배척에 이용될 수 있다는 소식에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 그래서 정보를 모으기 위해 케르베라는 항구 도시에 왔습니다. 그리고 에이브와 접촉하게 되는데요.

 

로렌스야 에이브가 내밀었던 건물 등기등본으로 저당 잡혔던 호로를 되찾았던지라 크게 개의치 않았으나 호로는 내 남자를 감히 건드려?라며 길길이 날뛰는 등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전에 서로의 감정이 마멸(磨滅) 되기 전에 헤어지자던 호로, 단순히 마을 탈출용으로 그의 마차에 올랐다가 어느새 마음이 동해서 같이 여행길을 떠난 지도 벌써 수개월이 흘렀습니다. 로렌스에게 있어서 여자라곤 어느 산골 마을 식당 웨이트리스에게 대시했다가 차인 것밖에 없었던 그에게 호로라는 존재는 크게 다가왔습니다.

 

두 번째는 에이브를 쫓아 도착한 항구도시 케르베에서 구역 싸움에 휘말리는 이야기입니다. 남, 북으로 갈려서 남쪽 상인들이 북쪽 귀족들에게 돈을 빌려준 것을 기회로 잡아 너 님들 호구가 되라는 남쪽의 말에 이 신발색이 까만색이 라며 어떻게든 돈을 값아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혈안이 된 아포 칼립스 상황에 로렌스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하며 발을 담그게 되면서 또 붕어 대가리 같은 일을 벌이는데요. 이 과정에서 에이브에게 당했던 것은 잊어버리고 그래도 그런 그녀(에이브는 여 상인)에게서도 배울게 있다며 자화자찬하는 그를 바라보고 있자니 기가 막힙니다.

 

혼돈의 도가니로 변해가는 항구도시에서 자신의 중립적인 위치를 이용해 한몫 잡으려는 로렌스, 호로는 이젠 그런 그를 바라보며 일이 좋아 내가 좋아?라는 말은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1). 현랑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미래예지 같은 말을 하면서 언제나 로렌스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자신의 뒤를 쫓아오는 그를 바라보며 놀려대도 문득 생각났다는 것처럼 고개를 처드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로렌스의 품에 파고들었던 그녀, 그러나 한편으로는 먹을 것과 마실 것에 온통 관심을 쏟는 통에 언제나 머리를 싸매는 건 로렌스, 이번에도 에이브의 뒤를 쫓아 내려와서는 본연의 임무를 잊어버리고 온통 먹는 것만 밝혀댑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상업과 항구도시에서 일어나는 아포 칼립스적인 이야기로 거의 9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지혜를 따라오기 위해 아등바등 거리는 로렌스를 골리는 재미는 거의 없어졌고요. 마을이 돌아가는 상황과 자신이 우위에 서려고 했던 일이 되려 이용당하게 생겼다든지 에이브와 자신이 속한 상회 클랜 사이에서 갈등을 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함정과 비슷한 것에 빠져 갈피를 못 잡는 등 또다시 로렌스는 수렁 속으로 빠져듭니다. 뭐, 정말로 위험하다 싶으면 호로가 지혜를 짜내고 여차하면 늑대로 변신해서 도망가면 되니 로렌스 입장에서야 수렁에 빠진다 해도 적어도 죽임을 당할 일은 없겠죠.

 

맺으며, 그동안 여자에 대한 면역이 없었던 로렌스는 호로와 사이를 제대로 좁히지 못했었는데요. 여기까지 왔으니 너  혼자 집에 갈 수 있지?라며 호로의 마음에 대못을 박고, 호로는 그녀 나름대로 마음이 마멸되기 전에 헤어지자며 울고불고 하는 통에 불안한 여행길을 떠났던 둘의 관계는 깔끔하게 웃으며 헤어지자는 합의 도출이 있은 후 표면적으로는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관점에서 본다면 한 단계 성장했다고 할까요. 


 

  1. 1, 이 말은 농담조가 아닌 무엇이 소중하냐의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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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하극상 제2부 신전의 견습무녀 3 - V+
카즈키 미야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김봄 옮김 / 길찾기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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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노가 지진으로 무너진 책에 깔려 죽고 이세계로 전생해서 넘어온지도 벌써 2년하고 반이 흘렀습니다. 말이 전생이지 깨어나 보니 신식이라는 병으로 다 죽어가는 5살짜리 여자애였고 조금만 움직여도 앓아눕는 통에 뭘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전생에서 책을 워낙 좋아했는지라 마인의 몸에 깃들고서도 아등바등 움직여 책을 만들길 2년여, 전생에서 책에 깔려 죽었는데도 보통 죽은 원인이 자기가 좋아하는 거라면 다신 거들떠도 안 볼만하겠건만 이세계로 넘어와도 여전히 책을 갈구하며, 책을 만들기 위해 참으로 무던히도 노력하였고 드디어 결실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전생의 기억을 더듬어 인쇄술을 개발하고 자기가 맡은 고아원 애들과 함게 지금은 어린이용 성경책을 만들어 냈습니다. 나아가 대량 생산에 착수하게 되는데요. 참고로 우라노가 마인의 몸에 깃들어 환생한 곳은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세계입니다. 마력과 마법이 있고 판타지에서나 나올법한 여러 가지 설정 등이 나옵니다. 이 작품은 특이한 게 작중의 리얼리티를 강조하기 위함인지 보통 여타 판타지를 지향하는 작품에서는 거의 언급이 되지 않는, 가령 화장실 문제라던가 다소 비위생적인 서민들이 거주하는 거리의 풍경이라던가가 참 리얼하게 표현하고 있는 게 특징이기도 합니다.

 

여튼 이번 에피소드는 책을 만드는 건 종말 단계에 접어들었고 이제 새로운 세계로 넘어가기 위한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마인이 가진 이익을 노리는 불온한 세력의 대두와 그로 인한 현재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신변 위협으로 다가오고 이들을 지키기 위해 마인은 이별이냐 파멸이냐는 기로에 서게 됩니다. 현재의 마인이 선택할 수 있는 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귀족의 양녀로 들어가는 것뿐, 그러려면 가족과 이별을 해야 하지만 그녀는 전생에서 가족들에게 제대로 이별의 말도 못 건네고 왔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가족을 무엇보다 소중히 하려고 했고, 그런 마인에게 세상은 또다시 이별을 요구합니다.

 

마인이 앓고 있은 신식은 처음엔 그냥 몸을 좀먹는 병이라 여겼는데 알고 보니 이 병은 토지를 활성화할 때 필수적인 마력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마인의 가치는 단숨에 올라가버렸습니다. 그것도 어중이떠중이가 가진 고만고만한 마력이 아닌 속된 말로 몇백 년 만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한 전설급이었고, 엄마(모계)의 마력이 높을수록 영향력이 큰 귀족 사회에 마인이라는 존재가 불러올 파장은 예상을 할 수 없는 지경이었는데요. 그런데 여기서 더 불행한 게 마인은 평민이라는 것에서 잘해야 씨받이 정도로 일생이 끝날 것이라는 말은 이미 이전부터 나왔었습니다.

 

신관장과 벤노의 필사적인 정보 조작으로 마인의 정체가 그리 알려지지 않고 있었으나 언제까지고 정보를 막을 수 없었는데다 애(마인)가 자꾸 발명이니 뭐니로 이세계엔 없는 물건을 만들어내는 통에 결국 정체가 들통나기 시작하는데요. 그로 인해 막대한 마력 보유자라는 타이틀과 돈이 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마인을 노리는 세력이 등장하게 되고 슬슬 시리어스 한 분위기가 되어 갑니다. 이전엔 그냥 평범한 판타지 라이프였다면 지금부터는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아포칼립스의 도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급기야 마인을 노리고 습격하는 자들이 나오고 사망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마인은 지금의 가족과 이별을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이게 참 애잔합니다. 정신은 전생 전의 우라노의 것이라서 다소 차분하지만 역시나 몸은 어린 데다 전생에서 제대로 이별의 말을 건네지 못했다는 마음에 어떻게든 최후까지 지금의 가족과 지내려는 그녀에게서 애틋함이 묻어났습니다. 하지만 이별이 있다면 새로운 만남이 있다는 것처럼 마인에게 동생이 태어나고 이들을 지키기 위해 결국 마인은 귀족의 양녀가 되기로 결심을 합니다. 그러면 가족도 지키고 자신의 몸도 지킬 수 있기에, 하지만 이것은 두 번 다시 지금의 가족과 만날 수 없다는 것과도 같습니다.

 

음... 뭐랄까 작가의 필력이 준수하도가 할까요. 일상적인 이야기를 이끌어가면서 이면에서 일어나는 암투를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마인이 가진 여자애라는 매력을 거침없이 표현하고 있는데요. 가령 많이는 없지만 아장아장 걷는 표현과 신관장에게 안겨 어리광을 부린다거나 때론 우라노의 마음으로 신관장을 대한다거나 같은, 뒷일은 생각도 안 하고 발명을 마구 하는 바람에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만 주면 사람들은 아이고 골치야 하면서도 마인을 미워하지 못 한다던지, 얄미워 꿀밤을 먹이고 싶지만 그랬다간 앓아누울 거 같아 어른이고 애들이고 간에 전전긍긍하는 게 여간 귀여운 게 아닙니다.

 

참고로 이 작품은 역 하렘입니다. 물론 마인이 이제 7살이라 그렇고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마인의 주변 사람들(애들이고 어른이고) 상당수가 남자로 채워져 있어요. 특히 신관장과 벤노중에 누가 본남편이 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도 펼쳐지기도 합니다. 같이 걷다 보면 답답해서 마인을 들춰안고 걸어간다던지, 평민이면서 우라노의 기억 때문에 계급사회의 개념을 밥 말아먹은 통에 원래는 사형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행동을 서슴없이 해대서 늘 두통을 퍼트리지만 미워할 수 없도 없어서 볼을 양손으로 잡아당긴다던지 꿀밤을 먹이는, 사실 이런 장면은 여타 작품에서는 흔치가 않죠.

 

맺으며, 사실 그렇게 손에 땀을 쥘만 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책을 기반으로 한 만남과 이별의 이야기입니다.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러다 기세가 올라 폭주하는 그녀를 제어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은 늘 고생을 하면서도 그녀가 이룩하는 결과를 보며 세상이 바뀌어 간다는 걸 조금식 깨달아 가죠. 그렇게 만남을 계속해 가면서 해피한 상황을 시기하듯 마인이라는 이익을 알아보는 세력의 등장으로 이젠 이별의 시간이라는 것마냥 그녀에게 가시밭길을 걷는 걸 강요하기 시작합니다. 이건 필연적이라고도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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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향신료 7 -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박소영 옮김, 아야쿠라 쥬우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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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7권은 외전입니다. 항상 이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원을 살아가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은 의례 과거를 비추는 장면 한둘 정도는 있게 마련이죠. 호로는 로렌스를 만난 후 자신의 과거를 숨기기보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자 했고 그로 인해 그녀가 살아온 발자취가 어떤 걸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었는데요. 이번에 그 궁금증이 조금은 풀립니다. 수백 년을 살아오며 많은 사람을 만나 여행을 했고 같이 지내기도 했다는 그녀, 여기서 조금 걱정되었던 게 여느 작품이고 간에 히로인이 비처녀라고 비치면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조금 파격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누군가에게서 폭로되는 것이 아닌 자기 입으로 여러 사람을 만나 왔고 같이 지냈다는 걸 스스럼없이 말하는 히로인은 정상적인 작품에서는 극히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호로가 로렌스를 놀리려고 했던 말인지라 사실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군요. 어쨌건 필자는 조금 더 19금적인 이야기를 늘어놓고 싶지만 미성년도 접근할 수 있는 리뷰라서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고요.

 

이번 7권은 호로가 로렌스를 만나기 수백 년 전, 어느 남자의 꾐에 빠져 수백 년이나 보리밭에 메어져 있기 전의 지금보다 조금 더 어린 호로가 만난 어린 소년과 소녀의 여행담으로 시작합니다. 영주의 저택에서 일하던 어떤 소년이 영주가 사망하자 쫓겨나게 되고, 덩달아 영주의 숨겨진 딸로 보이는 연상의 소녀도 쫓겨나게 되자 같이 오른 여행길에 호로를 만나 여러 가지 가르침과 도움을 받고 그렇게 인연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속에서 로렌스와 마찬가지로 연상의 소녀를 바라보며 안절부절못하는 숙맥인 소년의 등을 떠 밀어주는 호로가 상당히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저 시키는 일만 하는 소년과 저택에 감금되다시피 자라온 소녀가 아무것도 모른 채 세상으로 발을 내디뎠다가 맞이하는 절체절명의 순간, 소년은 그저 소녀에게 바다라는 자기도 못 본 넓디넓은 호수를 소녀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 일념 하나로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바다를 찾아 떠난 길에 아직 여물지 않은 아이들답게 투정도 부리고 내일 걱정거리는 모른척하며 앞으로 나아가던 이들에게 시련을 던지듯 습격해오는 늑대 무리, 그런 것들에게서 구해주는 호로는 세상 물정 모르는 소년과 소녀가 세상에 먹히지 않게 하기 위해 지금의 호로라면 생각할 수도 없는 행동을 보여주는 것에서 신선함이 묻어나기도 합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이젠 기억이 잘 안 나지만 1권 직후의 이야기일 것입니다. 로렌스가 은화 절상인지 절하인지하는 무모한 도박에 나섰다가 과거와 결별하려는 파슬로에 마을 사람들 때문에 위기를 맞이하고 어찌어찌 사건을 해결한 직후 떠나갔다고 여겨졌던 호로가 대량의 물건을 매입해 청구서를 로렌스에게 보내면서 그를 어이없게 만든 사건 직후인데요. 평범한 사람이라는 반년은 먹을 수 있는 돈으로 옷을 냉큼 구입하고도 태연한 척, 다 먹지도 못할 사과를 마차(馬車) 가득 사서 그를 기겁하게 하고, 결국 그 사과를 다 처리한다고 우걱우걱 거리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리고 있습니다. 뭐, 사과는 계기일 뿐이고 진짜 이야기는 옷이지만요. 그렇게 심각하고 의미 있는 이야기는 아니니 패스하겠습니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금 밀수 직후의 이야기입니다. 몇백 년이나 하릴없이 보리밭에 메어져 살았고, 로렌스에게 주워져 허구한 날 흔들리는 마차에 시달려야 했던 호로, 이쯤 되면 운동부족이라는 건 누가 봐도 다 알 수 있죠. 작중 언급은 없지만, 노다지 덜컹거리는 마차를 탔더니 엉덩이가 아프고, 금 밀수 때 멍청한 로렌스 때문에 개고생하고, 그동안 먹을 거 사달라고 해도 모른척했던 그에게 앙갚음이다라는양 앓아눕게 되는데요. 아닌 게 아니라 그녀의 병명은 피로, 중세 시대를 모티브로 하는 이 작품에서 굶주림에 죽어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시대에 이렇게 가냘픈 몸매로 고생이란 고생을 다 했는데 쓰러지지 않으면 이상한 거죠.

 

근데 문제는 은근히 질투심이 강한 호로를 눈치채지 못한 로렌스 때문에 누워 있어도 마음고생은 여전하다는 것입니다. 금 밀수 직후라서 아직 노라와 만나고 있었고 그런 노라의 곁에서 싱글싱글 거리는 로렌스를 보고 있자니 배알이 꼬여가던 호로는 여봐란듯이 열에 쓰려 저 버리고 병석에서 로렌스에게 간호를 받으며 그동안 자신이 지내왔던 일들을 회상하며 이런 인생(견생?)도 괜찮지 않을까, 어린 묘목이 성장하여 거목으로 자라날 동안의 시간을 보리 밭에서 보내야 했던 외로움을 로렌스에게 풀어 버리겠다는 양 그를 놀리지만 이런 쪽엔 영 젬병인 그를 바라보며 망할이라고 혀를 차지만(요건 다소 각색), 한편으로는 순수한 그를 바라보며 이런 인간을 잡아먹는 것도 기쁨이라며 자신의 고집을 꺾는 호로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다는 것처럼 병문안 온 노라를 들이는 로렌스, 멍해지는 호로를 보고 있자니 이리도 풋풋한 연애도 다 있나 싶습니다.

 

아마 호로가 로렌스를 바라보며 한 마리의 수컷으로 보이기 시작했던 건 이 시기가 아닐까 합니다. 금 밀수를 하며 쫓기던 그때 비 오는 숲에서 숲의 주인과 담판을 위해 호로가 건네준 겉옷이 젖을까 품속에 고이 간직했던 로렌스, 지금은 자신의 마음을 몰라줘서 속상하지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에게 잘 해주는 그를 바라보며, 현랑이라고 불리는 자신과 대등한 위치에 서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지만 언제나 호로에게 역습을 당해 좌절하면서도 아등바등 쫓아오는 그를 바라보며 싫지 않은 감정이 생기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는 것마냥 그에게 호감을 느껴갑니다.

 

맺으며, 과거에서 미래로는 사실 흔한 클리셰이긴 합니다. 로봇물에서도 간혹 쓰이곤 하는 소재이죠. 나만이 나이를 먹지 않는 세상, 사랑하는 사람과 주변 모두가 늙어 죽어갈 때, 나만의 시간은 정체되어 있을 때의 괴로움은 불사는 될 것이 못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이번 7권에서 이런 아련함을 조금 느낄 수 있을까 했는데 그냥 밝게 끝내 버리는군요. 못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18권부터 필자가 바라는 현실이 조금식 표현되고 있는 거 같으니까 빨리 정발해줬으면 하는 바람이군요.

 

첫 번째와 두 번째 에피소드는 사실 아무 내용도 없습니다. 첫 번째는 그저 그녀의 인생에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이고 두 번째는 먹는 것과 옷 이야기로 끝, 세 번째가 진짜 이야기로 호로가 노라를 바라보며 질투심으로 포장된 외로움을 단락적으로 표현한 게 조금 아려옵니다. 과거에도 비슷한 인연이 있었지만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으면 했지 진지한 인연은 없었고, 로렌스를 만나 진지해지는 자신에게서 새로운 인연의 가능성을 발견하면서 앞으로의 여행이 기대되리라.. 같은, 마치 첫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느끼는 두려움과 기대감이라는 두근거림 같은 게 전해져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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