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자, 후에… 2 - S Novel+
나하토 지음, 미야 카즈토모 그림, 박춘상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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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이런 말을 할 때가 올 거라곤 꿈에도 몰랐습니다. 아무리 미흡한 설정이라도 웬만하면 다 보고, 특이한 취향을 가지고 있다는 자각은 있어서 남들이 재미없다 망작이다라고해도 재미있게 보곤 하였는데 이건 도저히 못 참겠습니다. 사실 필자는 '나무야 미안해'라는 말은 몰랐어요. 이게 책으로 내기 아까운 망작을 내었을 때 조롱하는 단어라는 것도요. 미리 말하지만 지금부터 쓰는 건 필자 주관적임을 밝혀둡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 다를 수 있어서 부제목부터 신경 거스르게 할 수 있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고로 기분 나빠질 수 있으니 거슬린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뒤로 하기나 페이지를 닫아 주세요.

 

사실 NTR 당한 주인공이 빡처서 하렘을 목표로 매진해 나간다는 설정은 잘 없는 소재이죠.(물론 동인 계열 빼고요.) 실연의 상처로 말미암아 착하게도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순수하게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아 하렘을 구축한다는 건 꽤 기특한 일이 아닐까 합니다. 뭐 죽창 부대에게 있어선 기특하진 않겠지만 말입니다. 하여튼 죽기 위해 들어갔던 마경에서 세계 제일 내가 잘 났어를 외치며 속세로 나온 건 좋은데 목표로 했던 하렘은 고사하고 이성과의 접점을 만들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찌 된 일인지 여신들이 길드 카드에 깃들기 시작하고 용왕(드래곤 킹)의 딸이 따라붙는 등, 인 외의 존재에게 사랑받고 있었는데요.

 

어쨌건 이번엔 사로나와 타타에 이어 왕녀 둘과 호위 기사입니다. 사로나는 주인공이 고백했을 때 부족을 우선시하며 그를 차버렸고, 타타는 고백에 대한 답을 해주기 전에 야반도주를 하여만 했죠. 그런데 사실 사로나나 타타에겐 피치 못할 사연이 있어서 주인공을 멀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호감이 있으면서도요. 뒤늦게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지기로 하고 주인공 뒤를 쫓고 있긴 한데 애초에 주인공이 조금 더 몰아붙였더라면 일이 쉽게 풀릴 수 있었지 않나 싶은 게요. 근데 이놈(주인공)이 여자 면역이라곤 아리아(진히로인) 밖에 없다 보니 뭘 알아야 말이죠. 요컨대 주인공은 하렘을 주창하며 뛰쳐나와놓곤 여자 마음은 하나도 모르는 백지상태라는 것입니다.

 

그게 이번 2권에서 굉장히 심각하게 나타나요. 모 작품의 난닷데?라며 난청을 겪고 있는 난봉꾼처럼 위기에서 그의 도움을 받은 왕녀가 보수로 자기를 준다고 했음에도 어디서 모기가 짖나 하고 있고요(사양이나 거부 같은게 아님). 왕성에서 문관이 왕녀에게 해코지할 일이 없는데도 마치 불한당에게 지켜준답시고 끌어앉아 보호해주는 장면에서는 얘(왕녀) 얼굴이 빨개진 이유를 몰라 고개를 가로 젖혀댑니다. 왕녀가 약혼자는 있지만 약혼자가 아니며 너 님만을 바라보고 있다라는 뉘앙스를 어필하지만 또 어디가 모기가 짖나 하고 있고요. 물론 왕족과 평민이라는 계급에서 오는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고 서술은 되어 있는데요.

 

하지만 요점은 그게 아니라, 현실도피가 아닌 직시를 하고 있다면 맺어질 수 없다고 해줘야 되잖아요. 그게 아니에요. 뭐랄까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기 보다 상식에 얽매여 아예 마음을 차단을 해버린다는 거죠. 얘가 왜 이래?라며 인정을 안 하는 뭐 그런, 그렇기에 사로나에게 고백을 해놓고 밀어붙이지도 못하고 타타의 마음을 듣기 전에 포기해버립니다. 이래놓고 무슨 놈의 하렘을 만든다고 하는 걸까요. 사실 사람은 배우지 못하면 알지 못한다고는 합니다만. 13살 한창 사춘기를 겪던 나이에 여친 앞에서 죽도록 망신 당하고, 오매불망 2년을 기껏 기다렸던 여친은 남의 여자가 되어 버렸고(이건 복선), 산속에서 2년을 살며 누가 연애를 가르쳐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니 여자의 심리에 대해 알리가 없겠죠. 오히려 여친을 빼앗겨서 트라우마를 짊어지지 않은 것만 해도 용하다 할 수 있지만 어쩌면 지금 주인공이 앓고 있는 난닷데(난청)는 아마 그 여파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르면 배우면 됩니다. 그런데 주변 사람은 쳐 웃기만 하고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아요. 물론 주인공이 난청을 앓고 있다는 걸 꿈에도 몰라서 그러는 거겠지만요.

 

하아... 어쨌건 조금 심각한 문제점을 열거해 보겠습니다.

 

여자들이 너무 헤픕니다. 이거 여성분들에게 공격받지 않을까 싶지만 꼭 말해야겠는데요. 밀당이 없습니다. 왕녀(그것도 둘이나)가 주인공에게 대시하는 일방적인 것만 주구장창 나와요. 연애에 있어서 사랑이란 양방향이고 마주 보는 게 아니라 같은 곳을 보는 거라 하잖아요. 작가는 사랑을 해보지 못한 걸까요? 여기서 한술 더 떠 주인공은 그런 왕녀들의 대시를 자각하지 못하고 얘들 왜 이래? 만 씨불이고 있어요. 보다가 열불 나 죽을뻔했던 방패 용사 나오후미도 이렇진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야구 동영상을 찍으라는 말은 아니지만 하렘이라는 주제를 만들었으면 그에 맞게 진행이 되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이건 일방적으로만 흐르고 있어요.

 

두 번째 문제점, 우연이 너무 많아요. 사로나를 만났을 때도 타타도 이번 왕녀들과 만났을 때도 뭔 놈의 악인들은 왜 주인공이 가는 길마다 나타나는 거냐고요. 좀 더 무난하게 만날 수는 없었나요. 도적에게 인질로 잡히고 질 나쁜 영주에게 쫓기고 이번엔 왕좌를 노린 쿠데타에 휘말리고 주인공은 걸어다는 저급 영화인가요? 그래요 저급 영화이든 뭐든 스토리만 탄탄하다면 필자는 장르를 가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긴장감이라던지 반전은 고사하고 어디 마실 나가는 기분으로 뚝딱 다 해치워 버리면 그걸 보는 독자는 뭐 어쩌라고요. 열에 아홉은 말한다는 나무야 미안해로 잘 알려진 즉사치트(1)가 오히려 양호하다면 이 작품이 얼마나 심각한지 전해지려나요?

 

세 번째 문제점, 두 번째하고 겹쳐지는데 이야기에 두서가 없어요. 아니 두서는 있는데 적이 나타났으니 때려잡고, 여자들이 있으니 고백을 해보지만 지레짐작으로 저 여자는 날 좋아하지 않을 거야라며 의기소침해서 삐치고, 계급사회임에도 왕(폐하)이 친구 먹자고 한다고 냉큼 친구 먹질 않나... 하렘을 만들려 내려왔으면 거기에 매진을 하던지, 13살 때 트라우마를 안겨준 용사를 찾아가 때려눕힌다던지(이건 나중에 그러는 거 같긴 합니다만.), 애가 워낙 강해서 적이 될만한 것도 없고 그렇다고 하렘에 진척이 있는 것도 아니고 뭐 어쩌라고 싶군요. 아무리 라노벨의 정의가 가벼운 소설이라지만 너무 가볍습니다.

 

맺으며, 1권을 읽고 NTR 당한 주인공이 강해져서 하렘을 구축한다는 설정은 참으로 신선하게 다가왔었습니다. 작가 필력은 출중하지는 않지만 말하는 요소요소에 개그 일색으로 채워져 있어서 단숨에 읽을 정도로 몰입도가 좋았어요. 그런데 이건 뭐죠. 정보를 모으면서 주인공이 난닷데 난청을 앓고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건 심해도 정도가 너무 심하잖아요. 그리고 히로인들이 첫눈에 반했다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너무 노골적으로 들이미는 건 개연성이 너무 없지 않나요. 아무리 주인공이 착하다지만 뭘 믿고? 저주받은 자신을 구해주는 장면에서 처음으로 안긴 남자의 품이 뭐 어쩌고 저째요. 조상에 서큐버스라도 있는 겁니까. 아니 야구 동영상에서도 이렇진 않아요.

 

그리고 제일 문제점이 뭐냐면 주인공을 신격화하는 것입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일본 작가들 중에 주인공을 신격화하지 못해 안달이 난 작가가 더러 있더라고요. 이미 여신들이 길드 카드에 깃들며 그렇지 않을까 하는 복선이 투하되었고 힘을 얻어 가면서 인간을 벗어나는 것에서도 그랬고 이번엔 아주 노골적으로 신격화하는 스킬까지, 에라이... 요즘 일본이 어려우니 아마테라스가 강림하길 바라는 건가? 근데 읽다 보면 이건 두 번째 문제점과 연결이 되는 부분이라는 걸 알 수 있기도 해요. 왜 주인공 가는 길마다 악당이 나타나고 주인공을 신격화하려는지 길드 카드에 깃든 여신들이 복선을 투하해주긴 했지만 뭐 어쩌라고 싶네요.


 

  1. 1, 즉사 치트가 너무 최강이라 이세계 녀석들이 전혀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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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자, 후에… 1 - S Novel+
나하토 지음, 미야 카즈토모 그림, 박춘상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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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보면 정통 판타지에서 용사가 마왕을 쓰러트리기 위해 시작의 마을을 떠나 여행을 하며 동료들을 모으잖아요. 여기서 동료라는 게 용사와 비슷한 연령대이고 남자는 어찌 되었든 개중엔 히로인들도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그런데 늘 궁금했던 것이 히로인들 중에 소꿉친구라든지 장래를 약속한 남친이 있지 않을까 싶은 게요. 그야 히로인으로 발탁될 정도로 외모라든지 실력이라던지 면에서 다른 이들의 이목을 끌 텐데 그 나이까지 남친이 없을 리 없잖아요. 어쨌건 히로인은 용사의 부탁이나 신탁이 내렸다는 교회의 말을 듣고 용사를 따라나서게 되죠. 그렇다면 이건 남친 입장에서 보면 여친을 용사에게 빼앗긴다는 소리이지 않을까요? 그야 판타지물 엔딩을 보면 주인공(용사)과 히로인이 맺어지기도 하잖아요.

 

이 작품의 주인공 '와즈'가 딱 그런 경우입니다. 어릴 때부터 한마을에서 살았던 히로인 '아리아'와 장래를 약속한 사이죠. 그러던 어느 날 교회에서 신탁이 내려지고 아리아는 성녀가 되어 그녀로 하여금 용사를 거들어 마왕을 무찌르라는 사명을 부여받습니다. 그날, 마을을 찾아온 용사에게 소꿉친구를 내주기 싫었던 와즈는 대들게 되고 보기 좋게 나뒹구게 됩니다. 이를 바득 갈며 어쩔 수 없이 보내준 그는 후일을 기약하는데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2년 후 마왕을 무찌른 용사 일행은 개선을 합니다. 그리고 왕은 용사에게 소원을 말하라 하죠. 용사의 입에서 나온 말은 와즈를 전율케 했고 그 자리에서 아리아와 키스를 나누는 용사를 본 와즈는...

 

힘은 개뿔도 없고 농촌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남이 바로 주인공 와즈입니다. 그는 소소하게 살며 히로인 아리아와 장래를 약속하고 머지않아 결혼해 아이를 낳고 그렇게 일생을 살아 가려 했던 그에게 용사가 아리아에게 했던 말은 참으로 비참함 그것이었겠죠. 2년 전과 2년 후 연속 크리티컬로 인생의 패배자가 되어버린, 그는 이제 다 필요 없어를 외치며 죽기 위해 강력한 몬스터가 산다는 마경에 발을 들이고 맙니다. 하지만 죽기 위해 찾은 거기서 마물을 만나 피해 다니는 동안 살고자 하는 마음이 싹트게 되고 배가 고파 줏어 먹은 것들이 그에게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합니다.

 

이것은 중2병을'흔직세'이자 젊은 '다나카'라 할 수 있습니다. 나락에 떨어져 살기 위해 먹은 마물을 힘으로 바꿨던 나구모, 와즈도 살기 위해 독초와 마물의 찌꺼기를 먹으며 힘을 키웠고 어느새 젊은 다나카가 되어 버렸습니다. 참고로 다나카는 '다나카 ~나이=여친 없는 역사인 마법사~.'라는 작품을 말합니다. 다나카는 회복술 하나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디펜서가 되었죠. 와즈는 둘을 섞어 놓았습니다. 최강의 힘을 얻은 것 동시에 성검도 어찌할 수 없는 방어력을 얻었죠. 발을 굴리면 별도 쪼갭니다. 그리고 '동정', 하지만 마법은 못 쓰지, 아직 35세가 넘지 않아서 흑마법사는 고사하고 백마법사도 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마경에서 용왕(드래곤 킹)을 만나 일기토를 벌이고 그러다 의기투합해서 친구 먹고, 그(용왕)의 딸이 주인공이 마음에 들어 앵겨오고, 용왕 친구들의 꼬임에 넘어가 여자에게 차였다면 여자로 치유받으면 됨,이라는 감언이설에 속아 속세로 내려가 하렘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마는데요. 그런데 필자가 괜히 다나카를 언급한 게 아닙니다. 그리고 괜히 동정을 강조한 것도 아니죠. 인 외 존재에게 사랑받는 다나카처럼(참고로 에스텔도 따지고 보면 인 외의 존재) 와즈도 인연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그럴수록 멀어저만 갑니다. 그런 그의 곁에서 용왕의 딸 '메아르'만이 뀨뀨~, 그리고 그의 길드 카드엔 어찌 된 일인지 여신이 깃들어 있는데...

 

하렘 만들기 프로젝트, 어디서 싸구려 같은 멘트를 날리고 있어 하겠군요. 좌우지간 1권에서는 두 명의 히로인(아리아 빼고) '사리나'와 '타타'와 인연이 닿지만 이번 생에서는 글쎄?라는 분위기만 팍팍 풍기기 시작합니다. 착하고 심성이 고운 주인공에 이끌리는 히로인이라는 클리셰를 답습하고는 있지만 사실 이건 아무래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만나고 착각으로 시작하는 어긋남이군요. 서로가 이끌려 '좋아해요!'를 말하지만 같은 극의 자석이 서로 밀어내는 것처럼 좀처럼 다가가지를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와즈는 자신의 외모가 평범해서 이러는가 싶은 자격지심에 빠지기도 하고요.

 

이 작품의 특징을 들라고 하면 히로인 입장에서 주인공에 이끌려 가는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보통 주인공이 뭘 했기에 히로인들 눈에 하트를 그리게 하나 하는 의문점을 이 작품은 히로인의 입장에 서서 풀어주고 있죠. 요거 하나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작가의 필력이라고 해야 하나 어떻게 하면 독자가 흥미를 끌까 하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이야기를 풀어 놓는 것에서도 거침이 없습니다. 이와 유사한 게 다나카죠. 분명 그로테스크 하거나 여기서 웃으면 안 되는데도 웃음기 유발하는 실력이 대단하다고 할까요. 일례로 여신이 길드 카드에 깃들어서 주인공과 소통하며 악당들을 때려잡자 같은 거라든지요.

 

사실 이 작품도 좀 비참합니다. 용사에게 창피 당한 것도 모자라 소꿉친구라 쓰고 여친을 빼앗기고, 얼결에 고백한 여성에겐 차이고, 또 얼결에 고백한 여성은 다음날 되니 홀연히 모습을 감춰 버렸습니다. 후자의 여성은 유곽에서 제법 비참한 삶을 살고 있었고요. 근데 인 외의 존재인 용왕(드래곤 킹) 딸과 얼굴을 한 번도 못 본 길드 카드에 깃들어 있는 여신이라던지에겐 사랑을 듬뿍 받고 있죠. 그리고 기껏 마을을 구했더니 난 없는 사람 취급이나 하고 말이야. 사실 다나카가 많이 생각났습니다. 뭔가 열심히는 하는데 돌아오는 건 하나도 없는, 이 모든 과정을 희극으로 표현한 게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뒤늦게 주인공 뒤를 쫓는 히로인들...

 

맺으며, 부제목으로 쓴 '착각으로 시작하는'은 사실 히로인 아리아를 염두에 둔 것입니다. 정보를 모으면서 용사가 아리아를 와이프로 맞아들인다고 했을 때의 상황을 알게 되었거든요. 정발판에서는 아직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듯하여 주인공이 뭘 착각했는지는 언급하지 못하지만, 어쨌건 제목 때문에 걸렀던 작품인데 NTR 성향이 있다고 해서 구입했는데 대만족입니다. 이야기 자체는 전형적인 먼치킨 라이토 노벨의 범주를 벗어진 못하지만 이야기를 꾸려가는데 있어서 거침이 없는 진행 방식이 마음에 들었군요. 가령 누굴 좋아한다고 해서 마음속으로만 담아두지 않고 말할 건 한다던지, 대머리를 대머리라 부른다던지, 여신에게 동정받기도 하고, 싸구려 멘트 날리기도 하고, 제일 인상적인 건 인간이길 포기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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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양피지 2 - 늑대와 향신료의 새로운 이야기,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아야쿠라 쥬우 그림, 박소영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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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없다.

 

어릴 적 겪였던 교회의 이단 사냥과 핍박을 보다 못해 내가 교회 상층부가 되어 마을을 구하겠노라 하며 신앙의 길에 몸을  던졌던 '콜', 하지만 기세 좋게 뛰쳐나온 거까진 좋은데 사기를 당해서 오도 가도 못하던걸 로렌스와 호로에게 주워지게 되고 그들과 여행하며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성장하였습니다. 지금은 20대 청년으로 자라난 그는 여전히 높은 신앙을 가슴에 품고 '늑대와 향신료(온천장)'에서 10여 년 넘게 머슴을 하였었죠. 성직자가 되어 마을을 구하겠다는 포부는 어디다 팔아먹고 온천장 시다바리를 하며 지내던 어느 날, 윈필 왕국의 '하이랜드'라는 귀족의 부름을 받아 시다바리 생활을 청산하고 그는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경건하고 정직한 신앙을 품고 신의 뜻은 만인에게 공평하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간직하고 있었던 그는 과도한 세금 부과와 잇속 챙기기에 급급하며 썩을 대로 썩어버린 교회의 폭거에 대항해 싸우기로 결심한 윈필 왕국을 도와 종교개혁을 꿈꾸기 시작합니다. 교회 측과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하나라도 더 많은 아군을 끌어들여야 했던 윈필 왕국에게 있어 콜은 큰 도움이 되어 가고 있었는데요. 콜의 도움으로 교두보를 확보하며 조금식 저항의 끈을 조여가던 중 이번엔 검은 성모(상)를 모신다는 북부 해적들이 우리들 편이 되어 줄지 적이 될지 알아보라는 하이랜드의 특명을 받아 뮤리와 함께 북부로 향합니다.

 

'성모상'이라고 하면 순백의 그것을 떠올리기 십상이잖아요. 그런데 검은 성모상이라니? 성모상 색 때문에 이단의 혐의까지 뒤집어 쓰고있는 북부 해적들, 이들이 과연 원필 왕국을 도와 교회랑 싸워 줄 것인가. 여담으로 이번 에피소드를 다 읽고 나면 작가는 처음부터 결과가 어떻게 될지 미리 서술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하여튼 섬으로 이뤄진 북부에 도착한 콜과 뮤리, 이들이 여기서 본건 살풍경한 환경과 하루하루 겨우 입에 풀칠하며 살아가는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 섬사람들이었습니다. 가혹한 환경에서도 그래도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건 검은 성모상이 있기 때문이라는데...

 

근데 읽다 보면 이들(북부 사람들)의 삶은 사실 어떻게 되든 상관 없어집니다. 중요한 것은 콜과 뮤리의 관계, 그리고 거기서 만난 인간이 아닌 존재로 압축되요. 이 작품에선 세상엔 호로같이 늑대의 화신만이 아니라 새, 양, 사슴 등 다양한 인간이 아닌 존재가 있다고 서술하고 있기도 하죠. 여기에 하나 더 추가되는데요. 아득히 이름조차 잊어버린 동료인지도 자식인지도 잊어버린 존재를 찾아 머나먼 북부까지 찾아온 인간이 아닌 존재, 그가 북부 섬사람들에게 살아가기 위한 주춧돌이자 신앙의 중심이 되어 있었고 어느 날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가는 부녀(父女)에게서 딸을 빼앗아 노예로 파는 그에게서 콜은 자신이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는 알아 갑니다.

 

여기서 콜은 그 옛날 로렌스가 저질렀던 잘못을 저지르게 돼요. 착박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무얼까. 그리고 북부까지 부패한 교회의 손길에 맞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그만 디디지 말아야 할 곳에 발을 디디게 되고 뮤리와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누가 현랑 호로의 딸이 아니랄까 봐 뮤리는 엄마와 똑같이 영악하고 머리가 매우 비상합니다. 호로가 로렌스의 꿍꿍이를 간파하고 머리 꼭대기에 앉아 이랴이랴 했듯이 뮤리 또한 콜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반려가 잘못된 길을 가려 하면 궁둥이를 찰삭찰삭 때려댔었는데 이번엔 콜은 도가 지나친 행동을 해버리고 맙니다.

 

옛날 로렌스가 호로의 힘에 기대어 위험을 해결하려 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관계까지 빠질뻔하였었는데 세대가 바뀌어도 피는 통하지 않지만 봐온 게 있어서인지 콜도 비슷한 길을 걷고야 마는군요. 하지만 비가 온 뒤 땅이 굳듯이 잘못된 길을 간다고 하면 되돌리면 되는 것, 호로는 콜에게서 과거 멍청한 로렌스를 엿보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딸이 몰래 그를 쫓아가도 말리지 않았던 것이겠죠. 뮤리는 아직 어린아이라도 현랑의 피를 이어 현명함이 무엇인지 보여주며 잘못된 길을 가려는 콜을 양지로 이끌고 지혜를 나눠줍니다. 정말 로렌스나 콜이나 이 모녀가 없었다면 진즉에 객사해도 객사했지 않나 싶더군요.

 

뮤리는 영원을 살아가는 엄마 호로의 피를 이어받아 자신도 엄마만큼은 아닐지언정 콜보다는 매우 오래 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인간이란 모녀에게 있어서 찰나의 시간일 뿐이죠. 그래서 뮤리는 자신이 늑대의 자손이라는 걸 간혹 원망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자신과 같은 정령들이 본 모습을 드러내고도 거리낌 없이 살 수 있는 마을을 꿈꾸기도 하고(교회의 입장에서는 이단), 함께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있는 힘껏 살기 위해 온 동네를 들쑤시고 호기심 만땅인채로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한순간이라도 허투루 하지 않기 위해 살아가는 모습은 애틋하기 그지없죠.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힘을 빌려준다. 하지만 거기에 기대 자신의 가능성을 놓쳐선 안 돼. 호로가 로렌스에게 그랬던 것처럼, 뮤리가 콜에게, 이번 에피소드를 요약하라면 이 구절이 적절하지 않을까 합니다. 부패한 교회를 타도하고 세상에 진실된 신의 뜻을 전하기 위해 우물 안의 개구리에서 벗어나려는 콜과 그것을 바라보며 마음 아파하는 뮤리, 이 아픔은 이성으로서 그를 좋아하기에 더욱, 그렇기에 그를 성직자의 길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그녀 노력이 대단합니다. 콜이 성직자가 되면 결혼을 못한다나요. 나고 자란 곳에서 정상적인 남자라곤 콜 밖에 없었기에 왜곡된 이성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기도 했습니다.

 

* 그렇담 뮤리를 바라보는 콜의 마음은? 친동생 그 이상은 아닙니다.

 

맺으며, 약간은 독해력을 요구합니다. 분명 멋진 말을 하고 있는데 머리에 도통 들어오지가 않았군요. 읽으면서 소름이 돋기도 했는데 어디 구절에서 소름 돋게 했는지 한참 찾느라 이번엔 다 읽는데 다소 시간이 걸려 버렸습니다. 여튼 자잘한 이야기를 벗어던지면 20살이 넘어 이제야 껍질을 깨고 제대로 된 성직자로서의 길을 나아가고자 하는 콜과 그를 바라보며 세상 물정 어두운 것도 정도가 있지 하며 뇨히라로 돌아가 세상과의 연을 끊고 평온하게 살자는 뮤리와의 대립을 그리고 있습니다. 거기에 인간이 아닌 존재가 나와 신앙이란 무엇인가를 고찰하고 있죠. 그리고 그 옛날 호로가 그랬던 것처럼 자칫 낭떠러지로 떨어질 거 같은 위태로운 콜을 보다 못해 도와주기도 하고 티격태격하면서 같이 다니는 뮤리의 귀여움은 덤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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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13 - S Novel
오모리 후지노 지음, 야스다 스즈히토 그림, 김민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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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간에 남의 말을 죽어도 듣지 않는 인간이 있어요. 판타지나 여느 작품을 보다 보면 위험하다거나 너와는 상관없으니 따라오지 말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잖아요. 정상적인 작품이라면 상대가 싫어서라든지 공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는 게 아닌 그 사람의 안위를 걱정해 따라오지 말라고 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상대는 그런 건 안중에도 없고 너 님 여기서 뭐 하세요? 이러며 부득불 기어이 따라나섭니다. 혹은 뒤를 밟든지 해서요. 그러다 결국 걱정대로 일이 터지고야 맙니다. 따라온 사람이 위험에 휩쓸려 죽게 생기게 되는 것이죠. 그러면 그대로 죽든 말든 내버려 두면 되는데 또 구해주다 보면 둘 다 위험에 처해지고 보는 사람은 고구마를 트럭째로 먹게 되죠.

 

벨은 질풍(류, 엘프녀)이 18계층에서 사람을 죽이고 도망갔다는 무뢰배의 말을 듣고 그럴 리 없다며 그녀의 뒤를 밟게 되고 어느 계층에서 따라잡아 그녀에게 자초지종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류는 벨의 안위를 걱정하여 따라오지 말라는 말을 남기죠. 한때 복수귀가 되어 모든 것을 부숴버렸던 그녀의 과거를 알고 있었던 벨은 또다시 그녀가 복수귀의 길을 들어선 게 아닐까 하는 마음에 뒤를 밟게 되고 결국 그녀의 걱정대로 이제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격류에 휘말리고 맙니다. 자, 여기서 벨은 고구마 장사일까 사이다 장사일까의 기로에 섭니다.

 

벨에게 있어서 류(질풍)는 지금까지 겪었던 전투에서 든든하게 뒷받침 해주었던 소중한 동료입니다. 도움을 받은 게 한두 번이 아니죠. 아폴론 파밀리아와 항쟁을 벌일 때 하며 18계층에서 계층 터주와의 전투에서 벨은 류가 없었다면 이기지 못했을 겁니다. 그런 그녀가 5년 전의 악몽을 쫓아 다시금 미궁으로 발을 들였습니다. 그날 분명히 모두 몰살했을 거라 여겼던 [악]이 살아 있음을 알게 된 그녀, 다시금 살아나는 그날의 악몽은 그녀를 그 시절의 그녀로 각성 시키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슬픔과 격정에 몸을 맡긴 채 오로지 복수만을 위해 달려가는 그녀, 앞으로 한 발만 내디디면 모든 게 끝난다. 벨이 그녀를 말리기 전까지는...

 

마지막으로 남은 [악]의 축 한 마리를 앞에 두고 격한 감정 때문에 존댓말도 생략한 채 울부짖는 그녀, 그녀의 진의를 파악하고자 막아서는 벨, 그걸 보는 독자에겐 고구마가 트럭째 도착합니다. 조금만 벨과의 인연이 얕았으면 썰리는 것은 그였으리라. 기어이 자신의 만족감을 채우려는못난 놈 때문에 극은 절망으로 치달아 갑니다. 필자는 류를 생각하는 너의 마음은 고작 이 정도였느냐?라고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그녀에게 받은 은혜가 얼마이더냐 이 못난 놈아, 그러니 그녀의 마음에 네놈보다 시르가 더 많이 각인되어 있는 것이지. 벨의 개입은 류에겐 5년 전의 악몽을 더불어 같은 계층에 있는 모두에겐 재앙을 선사합니다.

 

길드 퀘스트를 받아 파밀리아 연합을 꾸려 내려와 아직 지상으로 복귀 못하고 그대로 류를 쫓아왔던 헤스티아 파밀리아는 물론이고 같은 파벌의 다른 파밀리아까지 위험에 빠져듭니다. 길드에서도 수배령이 내려진 악의 축을 제거하려는 류를 벨이 개입하지 않고 말리지 않았더라면, 질풍에게 매겨진 현상금에 눈이 어두워 무리를 짓고 내려온 속이 시커먼 모험가들이라도 죽어마땅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악의 축 한 마리가 선사하는 재앙은 모든 걸 집어삼키기 시작합니다. 속이 시커먼 모험가들은 물론이고 벨의 동료들인 헤스티아 파밀리아를 주축으로 한 다른 파밀리아 동료까지 휘말려 가는 재앙 앞에 벨이 내린 결단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전투 신을 보여줍니다. 이게 끝난다면 분명 벨은 레벨 5로 올라서지 않을까 싶더군요. 미노타우로스전을 시작으로 해서 제노스까지 쉴 틈 없는 격류에 휘말리면서 어찌할 수 없는 적을 많이도 맞이해봤지만 이건 차원을 한층 더 끌어올려 줍니다. 파워 인플레란 이런 것일까요. 릴리는 아직도 1이고 벨프는 이제야 2로 올라선 지금 자꾸만 혼자서 멀리 달아나버리는 벨, 벨을 키워주는 것도 좋지만 다른 애들도 좀 키워줬으면 좋겠더군요. 이제야 간신히 동료라 부를 수 있는 존재들이 생겼는데 어깨를 나란히 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일까요.

 

어쨌건 류의 격정이 대단합니다. 5년 전의 악몽을 아직도 고스란히 안고 있었던 그녀의 폭주는 서슬이 퍼레질 정도입니다. 그만큼 동료를 아꼈던 그녀의 마음이 구구절절해지기도 했군요. 복수만이 능사는 아니다라지만 그렇다고 남겨진 자는 과거를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가며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도 좋다.는 것도 좋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악몽을 이겨내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테죠. 그런데 이제 조금만 하면 되는데 이 토끼시키가 산통을 다 깨 놓는군요. 하지만 자신이 저지른 죄는 자신이 갚아야 되는 게 도리가 아닐까요. 재앙을 맞아 그야말로 뼈와 살이 분리된다는 게 무엇인지 몸소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 과정까지 가는 길은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이 작품이 원래 사설이 길었던가요. 12권까지는 이런 느낌이 없었는데 갑자기 사설이 많아진 느낌입니다. 뭐랄까 마치 필자가 쓸데없이 장황하게 늘어놓는 리뷰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하면 적절한 표현일까요. 보통 이런 걸 두고 남 말할 처지는 아니라고 하긴 합니다만. 전체적으로 보면 대략 200페이지 선에서 끝낼 수 있는 설정이었는데 고놈의 예언하며 뭔가를 두고 설명하는 것하며 쓸데없는 이야기가 장황하게 들어가 있어요. 알맹이는 결국 류를 뒤쫓아 내려가서 재앙을 만나 싸우게 되었다. 요것 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을 들러리 하며 뭔 사설을 그리도 집어넣어 놨는지 필자는 작가가 바뀐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이건 참을 수 있었지만 끝끝내 참지 못 했던 건 매번 장면 바뀜이군요. 이 장면 저 장면 바꿔가며 마치 현장 생중계처럼 이리 돌렸다 저리 돌렸다 맥을 끊어버리는 행위는 학을 떼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작가는 모처럼 류의 뒤를 밟으며 추리 형식을 기용해 봤다고는 하는데 능력이 되지 않으면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그 왜 있잖아요. 단서를 발견하고 뭔가를 알아챘는데 계속 이어지지 않고 다른 장면으로 넘어가버려서 사람 멍하게 만드는 방식, 책이 많이 팔리더니 돈 좀 벌었나 봅니다.

 

맺으며, 벨이 재앙을 맞아 싸우는 장면은 SAO 70몇 개 층에서 해골바가지와 싸우는 장면(애니메이션)을 연상케 하였군요. 어찌 할 수 없는 적을 맞아 절망이 깃든 얼굴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이었다랄까요. 단점들이 많이 보여서 책을 덮을까도 했지만 그래도 참고 볼 수 있었던 건 이 장면 덕분이었습니다. 요즘같이 손가락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하는 먼치킨이 주류인 세상에서 이렇게 처절하게 싸우는 주인공도 참 드물죠. 어쨌건 그동안 미뤄져왔던 류의 에피소드가 끝이 나면 그녀도 헤스티아 파밀리아에 들어갈지 사뭇 궁금해졌습니다. 자신을 위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게 싸워 주고 있으니 호감도가 올라가지 않을 수 없겠죠.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냉큼 팔을 뻗는 거 하며... 이 작품이 19금이었으면 좀 더 솔직해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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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림용사의 복수담 1 - S Novel
우사키 우사기 지음, 시라코미소 그림, 손종근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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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이 있죠. 이걸 이 작품에 비유하자면요. 도끼 자루가 썩은 것도 모르고 휘둘렀다가 발등 찍히는 정도가 아닌 정수리에 꼽혀 세상을 하직했다고 하겠습니다. 믿고 휘둘렀는데 똑 부러지더니 정수리에 꼽혔다. 이보다 더 억울한 게 있을까 싶을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정말로 억울할까? 하는 게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우리 속담엔 돌다리도 두들겨서 건너라는 말이 있죠. 도끼를 휘두르기 전에 점검을 했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억울한 죽음은 피할 수 있었지 않을까요. 이 작품의 주인공 '아마츠키 이오리'는 그런 경우입니다.

 

그는 용사로 소환되어 무찔러야 할 마왕을 코앞에 놔두고 동료의 배신에 그만 세상을 하직하고 말죠. 여기서 동료란 썩은 도끼 자루입니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호의를 조심하라 했고, 웃으며 다가오는 사람을 경계하라 했습니다. 웃으며 주인공 곁에 모인 동료들, 이세계에 와 내편 하나 없던 시절에 예쁜 처자를 만나 이 여자를 위해서 좋은 세상을 만들 거라며 시작의 마을(여기선 왕도)을 떠난 건 좋은데 말입니다. 평화로운 일본에서 살은 폐해인지 온통 머릿속엔 꽃밭만 들어앉아 세상은 평등하고 다들 사이좋게 살 수 있어 같은 이상향만 품고 떠났던 골 빈 용사의 최후는 비참함 그뿐이었군요.

 

그리고 30년 후, 다시 같은 나라에 아마츠키 이오리는 어찌 된 일인지 그날 분명히 죽었을 터인 그는 다시 용사로써 소환되었습니다. 30년 전 주인공을 배신한 동료들이 아직 살아 있는 세상, 그것을 알게 된 주인공은 복수를 다짐하게 되는데요. 그런데 사실 자신을 배신하고 죽였으니 당연히 복수를 꿈꾸는 건 좋은데 말입니다. 여기서 이런 물음을 던집니다. 사기 친 놈이 잘못일까 사기당한 놈이 잘못일까. 물론 사기 친 놈이 나쁜 건 사실입니다. 대문을 열어놨다고 도둑질해가라는 소리가 아니듯 남을 해하는데 있어서 대문 열어놓은 놈이 잘못이라는 논리를 들이미는 건 잘못이죠.

 

하지만 조금은 조심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물음을 던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피해자에게 과실을 묻는 건 잘못된 것이지만 의심과 경계를 했더라면 피할 수 있는 운명이 아니었나 하는 것입니다. 이런 점을 들먹이는 이유가 조금 정도는 자신의 미숙함을 부끄러이 여겨 반성을 보였다면 좋았을 텐데 전혀 그런 게 없다는 것입니다. 오로지 자신을 배신한 동료들에 대한 복수심에만 불타 있죠. 그래서 사기 친 놈이 나쁜가 속은 놈이 나쁜가 하는 언급도 해보았는데요. 그러고 보면 작중내내 이런 분위기가 많습니다. 주인공을 못 잡아먹고 안달 난 기사들은 자신들의 미숙함보다 주인공은 하지도 않은 비겁함만 부각 시키기도 하죠.

 

어쨌건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한 주인공은 용사의 힘을 부활 시키기 위해 여정을 떠납니다. 지금 당장은 힘이 없어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미궁에서 전직 마왕 '엘피스자크' 통칭 엘피를 만나 뜻이 맞아 같이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요. 엘피 역시 동족에게 배신당해 몸이 파트로 분리되는 아픔을 맛봐야 했고 그 파트를 찾아 다시 마왕의 자리에 오르고자 합니다. 동료에게 배신당한 용사와 마왕, 어째 모 작품의 장면을 떠 올린다면 착각은 아닐 것입니다.

 

그건 그렇고 이 작품의 문제점을 들춰보자면요. 기승전결이 없습니다. 눈앞에 30년 전 주인공을 배신한 동료가 있는데 죽일 방법이 없다며 죽일 거 같이 몰아붙이면서도 매번 살려주는 것하며 첫 번째 미궁에서 이제는 잘 쓰이지 않는 재생 마물을 등장시켜 같은 장면을 계속 플레이 시키는 것은 몰입을 상당히 방해하는 요소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30년전 유들유들한 성격으로 배신 당해놓고도 고쳐지지 않은 주인공 성격은 보는 이로 하여금 기분 나쁘게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에게 악의를 들이민다면 이유고하를 막론하고 때려 부숴버리는 카타르시스가 없습니다.

 

진정으로 복수귀를 자처한다면 그에 걸맞은 성격을 보여 주면 좋겠건만 사람들을 위하는 용사는 용사라는 듯 타인에게 손을 내미는 장면은 이질감으로 다가옵니다. 네가 지금 그럴 겨를이 없을 텐데 말입니다. 물론 복수를 하더라도 관련이 없는 사람이 말려든다면 그거야말로 마왕 그 이상일 테니 되려 명분이 없다 할 수 있겠죠. 상냥한 복수귀? 물론 이것대로 현실미가 있다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리 복수심으로 야차가 되었다곤 해도 혼자선 할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겠죠.

 

작가는 후일을 기약하며 힘을 되찾아 하나하나 복수 해나가는 과정을 그리려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보는 입장에서 보면 단순히 여행을 하며 복수한다는 알맹이가 정해진 수순으로만 진행이 되어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습니다. 식상하다고도 할 수 있죠. 상냥한 복수귀 따윈 있을 수 없습니다. 정해진 길을 걸어가고자 한다면 보는 이로 하여금 식상하지 않을 무언가를 준비해두는 게 매너가 아닐까요. 작중에서는 미숙함을 들어내며 자신의 잘못을 타인에게 뒤집어 씌우며 역린을 건드리는 악당들도 나오긴 하지만 이런 건 단순히 흥미 위주에 지나지 않습니다.

 

맺으며, 구입할까 말까 많은 망설임 끝에 초판이 종료되고 증쇄가 나왔을 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입은 했지만 역시나 조금 후회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회복술사만큼은 아니더라도 악귀가 되어 보다 복수에 대한 집념을 보여 주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말로는 복수하겠다고는 있는데 행동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소심한 데다 부딪혀서 역경을 이겨내는 그런 것도 없어요. 특히 첫 번째 복수신은 허망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이걸 위해서 새는 밤새도록 울었나? 울지도 않았지만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부제목으로 저렇게 지었습니다. 이 작품은 아주 당연한 일이 일어나는 것뿐이라는 거죠. 샛길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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