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블린 슬레이어 3 - SL Comic
카규 쿠모 지음, 쿠로세 코우스케 그림, 박경용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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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원작인 라노벨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그림으로 접하니 많이 와닿는군요. 이번 이야기는 소치기 소녀가 살고 있는 농장 방어전입니다. 도시를 치기 위해 거점을 마련하려는 고블린 로드(왕)가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오는 걸 고블린 슬레이어와 모험가들이 막는 이야기이죠. 단순히 고블린을 쓰러트린다는 이야기가 아닌, 초보 모험가 전유물로 여겨지는 고블린 퇴치에 난색을 표하고 아웃사이더 같은 고블린 슬레이어의 행동에 못마땅했던 여타 모험가들이 그의 진심을 접하고 힘을 보태주게 돼요. 늘 혼자 다니며 커뮤니케이션 장애를 안고 살아가던 그가 타인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인 모습이 참 애처롭게 합니다.

 

만약 여기서 고블린 슬레이어가 모험가 특유의 안하무인식으로 나왔다면 아무도 그에게 손을 내밀어 주지 않았겠죠. 그의 성품이 그렇습니다. 10년 전 고블린에 의해 누나를 잃고 방황의 끝에서 복수의 화신이 되어 돌아온 그, 오로지 복수만을 위해 살아가는 그에게 있어서 타인의 시각은 반미치광이 그 이하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누구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일편단심 고블린만을 사냥하는 그에게 있어서 진정성을 느껴가는 사람이 늘어나게 돼요. 그렇기에 모험가들은 이번 그의 정중한 부탁을 외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죠. 그전에 길드에서 고블린 한 마리당 금화 1개라는 퀘스트를 내리긴 했지만 사실 접수원 누님이 나서지 않아도 은근슬쩍 도와주지 않았나 싶더라고요.

 

있을 곳을 지킨다. 누군가가 흘리는 눈물을 외면하지 않는다. 유년기 이후 청소년기를 넘어가는 시점까지 오로지 고블린만을 잡으며 살아온 그에게 있어서 목장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소치기 소녀는 그에게 있어서 어떤 존재일까. 다녀왔어!라고 말할 수 있는 곳, 암흑 속을 끝없이 걷는 그에게 한줄기 빛과 같은 곳, 그걸 알기에 소치기 소녀는 대규모 고블린의 습격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고블린에게 붙잡히면 여자로서 모든 게 망가진다는 걸 알면서도(작중에서는 표현이 되어 있지 않지만 분위기상) 그가 머물고 돌아올 곳이라는 걸 알기에 떠나지 않게 되죠.

 

그리고 고블린 슬레이어도 그걸 알기에 굳이 말리지 않습니다. 그녀가 흘리는 눈물을 보았기에, 소치기 소녀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필자는 고블린 슬레이어를 대신해 그녀가 울어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10년 전 악몽 같은 그날, 모든 걸 봐버린 그에게 있어서 과연 구원은 있을 것인가. 그렇지 못하기에 여신관이 떠나지 못하고, 소치기 소녀가 떠나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그래서 접수원 누님은 그에게 사소한 것이라도 도움을 주려 하고 있고 차라도 한잔 더 주려고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우왕!!!!! 고작 코믹 리뷰에 너무 심도 있는 글을 써버렸군요. 이걸 두고 중2병이라고 하나요? ㅎㅎㅎㅎㅎ

 

그건 그렇고 '여기서부턴 베테랑의 전장이다.' 이거 피가 끓어오르더군요. 사실 이 대사 또한 중2병틱하긴 하지만 뭐 중2병스러우면 어떠한 가요. 고블린 챔피언의 등장으로 전장의 판도가 바뀌어 가자 베테랑들이 전선에 나서면서 느껴지는 포스란 원작인 라노벨에서는 결코 느끼지 못하는 짜릿함이 아닐까 했습니다. 이래서 코믹을 끊지 못하겠더군요. 나잇살 먹고 만화나 본다고 등짝 스매시 당해도 어쩔 수 없는 겁니다. 어쨌건 이번 3권의 키포인트는 신뢰와 진심으로 정했습니다. 고블린 슬레이어와 소치기 소녀의 진심, 그리고 그를 믿고 따라오는 여신관의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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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고문공주 1 - Novel Engine
아야사토 케이시 지음, 우카이 사키 그림, 신우섭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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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피 냄새나는 걸로 유명한 B.A.D. 아야사토 케이시 작가의 또 다른 작품입니다. 정발전부터 많은 호응을 얻은 작품인데요. 전작인 B.A.D.에서 보여준 작가 특유의 다크 판타지는 기존 라이트 노벨과의 장르를 달리하고 있죠. 이 작가의 특징은 매번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사망에 이르게 되고 결코 좋은 엔딩을 맞이하진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작품 '이세계 고문공주' 역시 그러한 노선을 타고 있어요. 선혈이 낭자하고 신체 절단술이 예사로 등장합니다. 그럼에도 역겹다거나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는 것이 이 작가의 또 다른 특징이기도 하죠.

 

주인공 세나 카이토는 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하고 이세계로 소환됩니다. 자기 의지나 신의 개입으로 보내지는 것이 아닌 누군가에 의해 소환이 되고 그는 소환자의 시종이 되어 이세계를 살아가게 돼요. 그 소환자는 '고문공주'로 낙인찍혀 살아가고 있는 '엘리자베트'이고요. 그녀는 자신의 영지의 영민들을 학살한 전력이 있습니다. 타인의 고통으로 마력을 얻는, 그렇게 해서 최강의 마법사가 된 '엘리자베트'는 교회에 붙잡혀 사형 당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그녀는 죽기 전에 선행하라는 교회의 마지막 자비에 기대어 14계급 악마와 그 계약자들을 토벌 중이었습니다. 카이토는 그런 그녀의 시종이 되어 피가 낭자하는 사선에 몸을 던지게 되죠. 말이 던진다이지 B.A.D.의 남주 오다기리처럼 매번 구르는 게 그의 일입니다. 이 작가는 특징이 참 여러 가지인데요. 그중에 하나가 남주를 정말로 험하게 굴린다는 것이군요. 이런 거죠. 드래곤 볼에서 손오공이 프리저나 셀과 싸우는 에피소드에서 크리링의 역할 같은 거랄까요.

 

그럼에도 도망갈 수도 없고 불사의 몸이 되어 죽을 수도 없고 참으로 기구한 인생을 살아가게 돼요. 전생에서 아버지에게 학대받은 끝에 죽임을 당하고 이세계로 넘어와서도 벌레보다 못한 인생을 살아 가요.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하던가요. 기동 인형, 클락워크 플래닛의 류즈 같은 인형을 손에 넣은 뒤론 그나마 조금은 편한 인생을 살아가는 게 참 눈물겹습니다. 다만 전생 때 옆집 개 이름을 기동 인형에 붙여주는 네이밍 센스는 좀 아니긴 하지만요.

 

어쨌건 주인공 카이토는 고문공주 엘리자베트의 시종이 되어 그녀가 왜 고문공주로 불리고 있는지, 그녀는 사실 무지막지한 냉혈한이라지만 내면은 단순하고 소심하고 깨지기 쉬운 그릇이라는 걸 알아 가요. 타의에 의해 만들어진 악마, 그걸 인생의 일부라 여겨 받아들이고 궁극적으로 사형 당하는 것조차 인생의 클라이맥스라 여겨 받아들이고 순응해 가려는 그녀의 진짜 모습을 간파하고 그녀의 곁을 지키려 하는 모습을 애틋하게 그려가고 있죠. 하지만 구르는 게 일이다 보니 빛을 바랍니다.

 

일단은 전작인 B.A.D.의 분위기를 계승하고 있어서 전작을 유심히 보셨다면 이 작품도 몰입하는데 큰 지장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기동 인형 '히나'가 등장하는 이후로는 이야기가 상당히 무미건조해져요. 그래서 부제목으로 용두사미라 적어 봤는데 중반까진 피가 낭자하고 다크 판타지의 세계를 여과 없이 보여주지만 중반 이후로는 핑크빛이 도는, 윗물은 뜨거운 반면에 아랫물은 차가운 물 같은 이질감이 상당합니다.

 

하지만 엘리자베트가 왜 고문공주로 불리게 되었는지를 풀이하는 구간에 접어들면 주인공 카이토 못지않은 그녀도 참 기구한 인생을 살아오고 있었구나를 알게 되면서 마음을 착잡하게 합니다. 그녀는 나약한 자신을 버리고 화려한 정미일 때 생을 마감하려 하고 있어요. 이것은 강하면서도 부드럽다 할 수 있어요. 그런 그녀의 이면엔 작은 바람에도 부러져버릴 거 같은 심약한 소녀의 마음이 자리하고 있죠. 주인공 카이토는 그걸 보게 되면서 같이 걸어가고자 하고요.

 

맺으며, 글이 다소 두리뭉실 두서가 없군요. 요즘 피곤하기도 하고 슬럼프이다 보니쓰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군요. 리뷰를 일주일에 두 권은 반드시 쓰자고 다짐은 하고 있지만 이러다 일주일에 한 권 쓰는 것도 힘들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어쨌건 B.A.D.를 흥미롭게 본 필자로써는 이 작품도 반갑긴 한데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다크 판타지로 밀고 갈 거면 그대로 밀고 갔으면 좋았으련만 히나라는 핑크빛을 가미함으로써 작중 분위기가 많이 죽습니다. 물론 그러한 부분을 좋아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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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 슬레이어 2 - SL Comic
카규 쿠모 지음, 쿠로세 코우스케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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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싫으면 왔던 길 되돌아가면 될 것을 괜히 고집 피웠다가 똥물 뒤집어쓰고 온갖 고초를 겪게 되는 엘프 궁수의 첫 출연입니다. 고블린 슬레이어와 다니면 여자로서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리게 되죠. 이미 여신관은 달관하였고요. 이번엔 엘프 궁수가 그 전철을 밟게 돼요. 만인 평등하게 여자라고 봐주는 것도 없고 남자라면 더 시켜 먹는,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고,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잡는 게 그의 특징입니다. 하지만 고블린은 오는 것도 막고 가는 것도 막아요. 그가 같은 동족보다 얼마나 고블린 사랑에 빠져 있냐면요. 엘프 궁수가 마신이 부활해서 세계가 위기이니 이참에 영웅놀이 좀 하자 했더니 돌아오는 건 그건 먹는 건가? 이러는 것에서 말 다했죠. 빠직, 이마에 핏대 세운 엘프 궁수는 이참에 고블린 사냥에 따라나서요.

 

그리고 비참한 상황에 빠져 있는 동족을 보게 되죠. 그래서 그가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조금은 알게 돼요. 그깟 고블린이라고 했던 그녀에게 있어서 그와 고블린의 싸움에서 무얼 보았을까. 누군가에겐 그까짓이라고 했던 몬스터에게 고통받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고통에서 해방 시켜주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 앞에서 그녀는 자신의 미숙함을 알게 되었을까요. 고블린 슬레이어는 결코 배려를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배려란 강요가 아니라 타인이 가지 않는 길에서 비롯된다는걸, 그와 고블린의 싸움에서 알게 되죠. 여기서 타인이 가지 않는 길이란, 세간의 고블린의 인식이 그래요. 초보 모험가라면 쉽게 물릴 칠 수 있고, 농민도 두어명이서 농기구로 쫓아낼 수 있는 허접쓰레기 같은 몬스터가 고블린이라는 종족이죠.

 

그래서 고블린의 퇴치 퀘스트는 언제나 외면을 받고 있어요. 타인이 가지 않는 길이란 이런 것입니다. 그 길을 가는 것이 고블린 슬레이어이고요. 분명 이런 일에도 생명을 건지고 구원받는 사람이 있음에도 아무도 가지 않는 길, 그래서 접수원 누님은 언제나 고블린 슬레이어를 눈으로 좇으며 그의 일이라면 만사 제쳐놓고 제일 먼저 처리해주기도 하죠. 그로 인해 구원받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기에, 여기서 보다 깊은 내면까지 들여다본 게 여신관이 되겠고요. 여신관은 이번에도 여전히 쌀쌀맞기 그지없는 그에게서 이 길이 과연 자신에게 맞는지 갈등을 내비칩니다. 자신이 모시는 지모신의 교리인 생명존중에 반하는 그를 따라 이대로 계속 가야 될 것인가. 그걸 정하는 것은 자신...

 

맺으며, 분명 엘프 궁수의 에피소드인데 여신관이 많이 활약합니다. 죽을 둥 살 둥, 그와 함께 있으면 목숨이 몇 개라도 모자라죠.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곳이기도 하고 때론 개똥밭에 뒹굴어야 되는 모순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여튼 은등급 몇 명이 붙어도 이길지 말지 의심스러운 오우거를 만나 네놈은 뭐냐?라는 고블린 슬레이어가 단연 압권인 에피소드였습니다. 분명 엘프 궁수 에피소드였는데 어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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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아트 온라인 프로그레시브 5 - J Novel
카와하라 레키 지음, abec 그림 / 서울문화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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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완결이나 다름없는 결말이 나왔지만, 전기물이 그 사람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것처럼 이 작품의 외전도 키리토와 아스나가 그동안 무엇을 하며 아인크라드에서 생활했는지 같은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할 수 있겠죠. 다만 진행이 너무 느려서 지금의 세대가 죽기 전에 완결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긴 합니다. 하지만 독자가 죽기 전에 작가가 먼저 죽겠지만요. 살벌한 이야기는 이만하고 이번 내용은 키리토와 아스나가 6층에 올라와 경험치를 얻기 위해 퀘스트를 하면서 래핑코핑의 전신(1세대)에 해당하는 무리들의 공격을 본격적으로 받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전 층에서 키리토를 죽이려 들었던 도끼 전사의 공격을 운 좋게 물리쳤던 키리토와 아스나는 6층에서 이번엔 대거 전사까지 합세한 그들을 다시 만나 일촉즉발의 위기에 빠져요. 퀘스트를 하며 아직은 어린 티에서 벗어나지 못한 키리토는 그들이 다시 습격할 거라는 생각에 미치지 못하였는데요. 퀘스트 중 아스나와 페어로 마비독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는 사이에 습격을 받게 되죠. 일촉즉발의 상황, 어떻게든 아스나만은 도망치게 해주고 싶었던 그의 몸부림과 그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있다는 것마냥 아스나의 도움이 합쳐져 위기를 타파해 가는 게 참으로 눈물겹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키리토와 아스나는 그렇게 성장해 가고, 서로가 의식해 가지 않았을까 했군요.

 

이전에 필자는 서로가 의식해가는 관계인 이 두 사람이 언젠가 헤어지게 될때 어떤 일로 헤어지게 될까 참으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아스나는 한 달 남짓 양심이라곤 개털만큼도 없는 그와 함께 행동하며 그가 혼자서 모든 걸 떠안고 모든 걸 혼자서 해결하려는 마음을 알게 되었죠. 미움받는 역을 자처하면서 개의치 않는 그의 마음이 언젠가 부러져버릴 거 같기에 키리토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꿋꿋하게 지키고자 하는 그녀의 마음이 이번에 드러나요. 반드시 내 눈에 보이는 장소에 있으라는 그녀의 말, 사실 얼핏 사망 플래그 같은 대사 같은 이 분기점은 그녀가 혈맹 기사단에 들어가기 위한 플래그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서로가 의식해간다고 했지만 키리토는 현재 그녀를 한 명의 이성으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아직은 중2라는 어린 나이 탓도 있지만 그녀는 자기에게 어울리지 않는 무언가로 여기고 있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아스나가 느끼는 감정은 이미 한 명의 여자로서의 영역에 들어가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다른 감정 때문에 결국을 갈라지는 원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이번 에피소드에서 들게 되더군요. 키리토는 그녀로 하여금 공략집단의 선봉에 서주길 바라고 있고, 그녀는 그의 곁에 있길 바라고 있죠. 내색은 안 하지만요. 안 하지만 '매너 위반 방지 코드'가 발동하지 않는 시점에서 이미 그녀의 마음이 어떤지 잘 드러나고 있지 않나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에피소드는 많이 착잡했습니다. 이전에는 둘이(주로 아스나쪽) 호감도를 이렇게 올려가면 나중에 찢어질 때 어떻게 하려고 했던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분위기니까 쉽게 찢어질 수밖에 없다는 느낌이었군요. 그만큼 둘의 사이가 많이 가까워졌습니다. 이젠 같은 방에 같은 침대에서 자도, 같은 목욕탕에 우발적으로 조우해도 매너 위반 방지 코드가 작동하지 않는 시점에서 이 둘의 관계가 어떤지 잘 보여주고 있지 않나 했습니다. 하지만 둘은 균열을 안고 있죠. 키리토는 그녀를 언젠가 놓아줘야 될 존재로 여기고 있고, 아스나는 그런 그의 곁을 지키려 하고 있는. 이 두 개의 마음이 충돌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플래그가 이번 에피소드에서 보였습니다.

 

맺으며, 전생이나 환생처럼 이전에 했던 일들을 반복해도 작가의 필력에 따라 작품의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게 이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키리토는 게임을 두 번 하는 것이지만요. 필자의 필력이 딸려 딱 꼬집어 비교할 수는 없지만 가령 앞전에 리뷰했던 원치 않는 불사의 모험가와 이 작품을 비교 하라면 압도적으로 이 작품에 손을 들어 줄 것입니다. 그만큼 같은 일을 해도 작가의 필력에 따라 이렇게 확연히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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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치 않는 불사의 모험가 2 - J Novel Next
오카노 유 지음, 쟈이안 그림, 한수진 옮김 / 서울문화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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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팔릴 거라 생각을 하였으니 발매를 하였겠죠. 땅 파서 장사하지 않는 이상 이익을 내야 되잖아요. 그런데 간혹 보면 돈 벌고 싶긴 한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작품을 만나곤 합니다. 어떤 작품을 들여오면서 1+1로 사은품 형식으로 들여오는지 도저히 상품으로써 가치를 느낄 수 없는 작품을 보다 보면 나 자신에게 화가 나요. 내가 금쪽같은 시간을 들여 이걸 왜 읽고 있는지 같은 생각과 이걸 돈 주고 구입했다는 자괴감 같은 걸로 사람 참 곤혹스럽게 합니다. 이 작품도 그런 범주에 들어가요. 물론 필자의 주관적인 것이고 다른 분들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어요. 그러니 본 게시물은 눈살이 다소 찌푸려질 수 있을 겁니다.

 

일단 이 작품은 내용이 없어요. 1권은 그래도 육하원칙에 따라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려 주어서 평범한 라노벨 범주에 해당되었긴 한데 이번 2권은 내용적에서 사실상 제로입니다. 노파심에서 쓰지만 인쇄 오류로 글씨가 인쇄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닙니다. 글자 그대로 건질만한 내용이 하나도 없어요. 필자가 그동안 라노벨 리뷰만 300여권 이상이고 만화(코믹)까지 합치면 400여 권이 넘어요. 필자가 리뷰하면서 가장 지독했던 S모 출판사의 작품을 내용적인 면에서 신랄하게 비판한 적이 있었는데 이 작품은 그 작품을 뛰어넘는다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요. 아니 사람이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되잖아요.

 

그런데 이 작품은 무를 도마 위에 놓고 이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그것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를 썰어서 국을 만들던 무침을 만들던 뭔가를 해야 되잖아요. 주인공은 무를 어떻게 썰어야 되는지 몇십 페이지나 고심을 합니다. 이게 가장 참기 힘들었어요. 주인공 렌트가 용에게 잡아먹히고 똥으로 산화되어 정신을 차리니 언데드가 되어 있더라. 까지는 좋습니다. 이 작품은 주인공이 모험가라는 진화에서 도태되어 더 이상의 승격이 어려워 후진을 양성하며 지내다 언데드라는 불사의 몸을 얻고 성장이라는 활로를 개척해 나아간다는 아이덴티티인데 작가가 자신이 정한 이 아이덴티티를 걷어차 버려요.

 

그러니까 작가가 정한 길을 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사실 이런 내용이 이번 2권 한정인지는 몰라요. 필자는 2권을 끝으로 하차할 생각이니까 이후 어떻게 되든 내 알 바 아닙니다. 하여튼 간에 언데드 궁극의 존재인 흡혈귀인지 뭔지로 보다 인간에 가까운 모습으로 진화한다는 성장의 길을 가겠다고 했으면 거기에 맞는 길을 가던가 어쭙잖게 자기도 힘이 없으면서 타인을 도와준답시고 선인 군자처럼 행동하는 게눈꼴 시리게 다가와요. 물론 타인을 도와주는 것에 타산이나 이익을 바라서는 안 되고, 선행을 베푸는 사람을 비하해서도 안 되지만 주인공은 자기 코가 석자라는 것입니다.

 

왜 존재진화라는 자기가 가고자 했던 길을 가지 않고 엄한 길만 가고 있는가. 이번 2권을 읽고 있다 보면 이 생각이 끊이질 않습니다. 주인공은 언데드로 다시 태어나 새로운 모험가를 시작하면서 승격 시험을 치르게 되었어요. 일단 똥이 되기 전 순수한 인간이었을 때 한번 해봤으니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건 필연이죠. 이건 두 번째 인생을 사는 전생이나 환생물과 비슷한 흐름이라 할 수 있어요. 사람은 경험이 중요하죠. 초보 모험가 둘이랑 시험을 보면서 함정을 피해 다니는 등 나름 잘 나가요. 아니 반대로 생각하면 못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죠. 작가는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는 게 이 부분입니다.

 

차라리 지구에서 트럭에 치여 환생한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수긍을 하겠는데 주인공은 이 세계 사람이고 이전 생에서 한번 경험한 걸 못 할 수가 없잖아요. 물론 못하는 사람도 있겠죠. 하여튼 간에 그래서 내용이 무미건조하다는 것입니다. 꼴에 한번 해봤다고 초보 모험가 둘에게 선생질을 하는 꼴이란(노파심에서 쓰지만 선생님 자체를 비하하는 것이 아닙니다). 앞가림이나 잘 하세요.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리고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뭔 설명을 그리도 해대는지 단순한 상황 설명이 아니라 가령 길드원 셰일라에게 정체가 들통나게 되었을 때 내 정체를 밝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같은 설명으로 무려 15페이지를 잡아먹고 있다는 것이군요.

 

필자가 말주변이 별로 없어서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위의 무를 예로 들은 것에서 조금 더 첨부하자면 씨앗은 언제 생산되었고 생육주기는 어떻게 되고 수확은 언제 했고 유통과정이라던지 이걸 꼭 독자가 알아야 되는지 같은 불필요한 정보가 산을 이루고 있어요. 결국은 무일뿐이고 소비자는 생산과정이야 어떻든 몸에 아무런 해가 없다면 굳이 그걸 알 필요가 없잖아요. 그런데 작가는 그걸 굳이 설명하면서 페이지를 엄청 잡아먹습니다. 정말로 농담 아니고 고역이 따로 없어요. 가장 심각한 건 이런 설명 때문에 정작 중요한 내용이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것입니다.

 

초보 모험가에게 선생질하고, 셰일라에게 정체에 관련해서 수 십 페이지를 무미건조하게 그냥 허비해버리고 후반엔 인신공양을 막아 달라는 퀘스트도 딱히 이렇다 할 흥미로운 건 전혀 없어요. 돈 받고 집필하는 작가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군요. 제이노블은 무슨 생각으로 이 작품을 발매하였을까. 필자는 이 작품과 작가의 행태보다 출판사의 기행을 고찰하느라 진땀을 흘려야만 했고 결국 답은 찾지 못했습니다. 아니 승산이 있으니까 발매를 하였겠죠. 그런데 또 언급하지만 리뷰 400여권 중에 이렇게 내용적인 것에서 무(無)를 창조하는 작품은 없었어요. 진심으로요. 물론 이건 필자 주관적임을 밝혀둡니다.

 

맺으며, 근데 사실 내용은 무(無)라도 작가의 필력으로 커버할있는 게 이쪽 세계이죠. 그런데 이 작품은 이것도 없습니다. 주인공이 하는 말도 무미건조하고 억지웃음이나 흥미를 끌게 하는 느낌등 정말 힘들었군요. 거기에 필자는 웬만해서는 지적 안 하는 것이 일러스트인데요. 이 작품은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았어요. 내용적으로 최악이고 일러스트는 말해서 무얼 해 같은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성의가 없습니다. 그래도 그 작품을 몰입하는데 있어서 일러스트도 한몫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은 그게 없어요. 이게 시너지가 되어 내용은 더욱 참담해지지 않았나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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