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사는 기도하지 않아 2 - Extreme Novel
스도 렌 지음, 니리츠 그림, 정혜원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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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번 이야기는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내용입니다. 글이 길어 피곤해 하시는 분들을 위해 요약하자면 정체에서 벗어나 성장을 바라는 노예와 타인이 휘두르는 힘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백설공주가 세상 밖으로 나아가기 위한 몸부림을 그리고 있다 할 수 있어요. 그 중간에 끼인 주인공 라자루스의 고생은 덤이고요. 그러다 보니 이번 1권은 도박사와 노예 소녀의 만남이라는 신선한 소재여서 리뷰 쓰는 것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거에 비해 이번 이야기는 이후 이들이 서로에게 다가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보니 여느 로맨스나 계급물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참고로 계급물이란, 귀족과 평민이나 우리로 치면 마님과 돌쇠의 관계를 말합니다. 사실 종이 다른 종족간 맺어지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죠. 또한 계급이 다른 사람끼리 맺어지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은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요. 그렇다면 이 작품의 주인공인 라자루스와 히로인 릴라도 맺어지는 걸까? 하는 물음엔 '글쎄요.' 밖에 말을 할 수가 없어요. 릴라는 라자루스가 아니었다면 귀족에게 팔려가 죽도록 밤일만 하다가 창관에 팔리는 것으로 인생의 끝을 봐야 했을 겁니다. 그런 시궁창 같은 인생에서 끄집어 올려준 게 라자루스였죠. 그런데 구해줬다고 호감으로 이어질지언정 사모하는 마음으로 이어질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은 무얼까. 릴라는 자신을 구해줌으로써 라자루스가 얼마나 피해를 보고 있는지 잘 알고 있어요. 결국 고향과 같은 제도에서 쫓겨나다시피 여행길에 오른 것도 다 그녀 때문이죠. 여행길에 들린 마을에서 노예(릴라)를 대리고 있다는 이유로 여관은 이들을 문전박대 합니다. 어딜 가도 마찬가지, 결국 여기서도 자신은 족쇄밖에 되지 않는다는 마음을 품어 버려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 마음에 솔솔 부풀어 오르죠. 버려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거기에 그녀의 마음에 쇄기를 박듯 여행길에 들린 마을의 지주(땅 주인) 대리 '이디스(참고로 여자)'와의 만남은 릴라를 더욱 파국으로 내쫓기 시작합니다.

 

좋아한다 = 자신을 필요로 해준다.는 동의어일까요. 릴라는 라자루스를 만나 행복이 무엇인지 고찰합니다. 노예의 삶에서 벗어난 지금, 괴로운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현재, 차가우면서도 한번 테두리에 들어온 건 버리지 않고 길러주겠다는 듯한 포근함을 보여주는 그의 등을 바라보며 지금의 자신은 행복할까?를 자기 자신에게 물어갑니다. 하지만 행복과는 거리가 먼 자신의 가치를 떠올리는 그녀, 자신 때문에 많은 것을 잃어버린 그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무얼까. 그렇게 골머리를 앓아가던 그녀를 아랑곳하지 않고 라자루스를 꼬시기 시작하는 이디스를 바라보는 릴라의 마음은 타들어가기만 합니다.

 

이 타들어가는 감정은 좋아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일까? 참 미묘합니다. 하지만 그녀가 메이드를 거느리고 있는 지주(땅 주인)인 이디스와 라자루스가 결혼하게 되면 자신을 필요 없게 된다는 생각에 미치게 됨으로써 사모한다는 마음보다는 자신(릴라)을 필요로 해줬으면 하는 마음 그 이상은 아니라는 걸 이 작품은 서술하기 시작하죠. 결국엔 답을 찾지 못하고 릴라는 노예 때의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버립니다. 그만큼 그녀는 궁지에 몰려 있다고 할 수 있는 대목이어서 참 가슴 아프게도 하는데요. 그렇담 그녀가 이렇게 방황하고 있는데 라자루스는 뭘 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소재에서 처음엔 늘 주인공이 문제로 다가오죠.

 

머나먼 중앙아시아에서 팔려온 것도 모자라 귀족 취향에 맞춰 개조되어야만 했던 그녀(릴라)가 품었던 만년설 같은 마음, 그걸 녹여준 사람에게 이끌리는 건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남자. 자신 때문에 있을 곳을 잃은 남자. 그러나 그거에 대한 보답을 해줄 수 없는 자신. 마음이 망가져 가는 것도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제도에 있을 수 없어 여행을 떠난 라자루스를 따라 그녀도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가슴 두근거려야 할 여행길, 하지만 그녀의 마음 한켠엔 자신은 필요 없는 존재라는 어두운 감정이 자리하기 시작하죠. 이것은 있을 자리, 발밑이 불안정한 그녀의 위태로움을 표현하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릴라의 마음만 절절하게 표현된 건 아니고 새로운 히로인 '이디스'의 등장에 포커스를 절반 맞추고 있기도 합니다. 부모님을 여의고 어린 나이에 넓은 땅을 물려받아 지주가 되었지만 시기가 여성이 경제나 사회에 참여하는 걸 그리 탐탁지 않게 여기던 시절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보니 그녀의 처지는 딱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거길 비집고 들어와 그녀의 약혼자 행세를 하는 변호사의 악질적인 행위로 인해 이디스는 점점 궁지에 몰려 가죠. 그 궁지를 타파하기 위해 죽음까지 불사하던 그녀(이디스)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라자루스에게 매달려 위기를 극복해 갈려는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두 개의 마음이 하나의 에피소드에 들어가 있다고 할까요. 자신을 필요로 해줬으면이 아니라 자신의 발로 자신의 가치를 알리려는 릴라의 마음과 시대적으로 여자의 힘으론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디스의 마음이 혼재해 있다 할 수 있어요. 그 중간에 끼여 '아무래도 상관없어'만 외치며 외면만 해가던 라자루스의 극적인 마음의 변화는 한편의 드라마와 같고요. 근데 극적인 변화라고 해도 후반부 해답 편에 이르러서는 능구렁이 같은 놈이었구나 하게 해주지만요. 사실 라자루스는 릴라를 끔찍하게 아껴주고 있어요. 그렇지 않다면 그녀와 같이 여행을 떠난다는 선택지는 없었을 테니까요.

 

맺으며, 언뜻 보면 라자루스를 사모하는 릴라라고도 할 수 있는데 한 번도 그런 표현이나 장면이 없어서 참 애매한 이야기였습니다. 필자에겐 그저 노예로써 자신을 좀 더 필요로 해줬으면 하는 릴라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군요. 노예 소녀에게 있어서 행복이란 무엇일까. 그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돌아봐 줌으로써 비로써 노예 소녀는 행복을 느껴간다? 이야기는 이내 그런 건 틀렸다고 서술하기도 합니다. 행복이란 그런 게 아니라고, 자신의 손으로 잡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서술하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이야기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한번 녹아버린 눈은 다시 원래 형태로 돌아가지 못한다.' 이렇지 않을까 했습니다.

 

녹아버린 눈은 강물이 되어 흐를 뿐이죠. 라자루스에게 구입된 뒤로 릴라는 강물이 되어 허우적거리며 떠내려갈 뿐 강가로 벗어난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할 수 있어요. 이번 이야기는 그런 릴라가 강가로 올라서는 그런 느낌입니다. 자신을 필요로 해줬으면 하는 생각을 버리고 자신의 발로 그 필요한 자리를 만들어 간다는 생각, 그리고 그녀는 불안정한 발판에 발을 내디뎌 걸어가죠. 이디스는 사실 들러리입니다. 그 흔한 위기에 빠진 소녀 역을 맡으며 주인공 보고 구해주세요. 같은 가시덩굴에 둘러싸인 성에 갇힌 공주 같은 역할 그 이상은 아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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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능력은 평균치로 해달라고 말했잖아요! 7 - S Novel+
FUNA 지음, 아카타 이츠키 그림, 조민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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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행어사 출두요~ 이 대사를 안 다면 아재 중 아재일 것입니다. 한때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던 사극이죠. 암행어사가 전국 팔도를 돌아 다니며 악행을 저지르는 판관오리(?)들을 잡아다 문책하고 다녔던걸 드라마화한 것인데요. 그걸 이 작품에 빗대어 본다면 수행이라는 목적으로 온 대륙을 제집 드나들듯이 싸돌아다니는 마일 일행이 딱 그런 짝입니다. 힘이 있다고 과시하지 않고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 않는 그녀들은 법도에 어긋난 짓을 저지르는 범죄자들을 찾아 일벌백계해버리죠. 요컨대 그런자들을 찾아서 정의의 심판을 내린다는 마법소녀물 같은 이야기랄까요. 그러다 보니 곳곳에서 중2병을 볼 수가 있어요. 드래곤 볼을 흉내 낸다던지 마법소녀를 흉내 낸다던지, 작가도 후기에서 중2병 쓰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고도 했죠.

 

이번 이야기는 어떤 괴한들에게 납치된 자신들이 머무는 여인숙 간판 아이돌(마일 일행 한정)인 수인 파릴의 탈환과 마일이 이세계에 왜 전생하게 되었는지 하는 복선과 대놓고 암행어사 찍기입니다. 사실 마일 일행을 막을 자는 없어요. 주인공이 무적이다. 사실 이것만 놓고 보면 위기감 없이 주인공(혹은 일행 포함)이 무쌍을 찍는 이야기 따위 뭐가 재미있나 할 수준이죠. 하지만 이 작품 자체가 그렇게 고찰을 필요로 하지도 않고, 일반적인 상식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위에서 중2병을 언급했듯이 흥미 위주로 전개될 뿐이죠. 근데 반대로 말하자면 무쌍을 찍는 먼치킨 주인공이라도 이세계에서 살아가기 팍팍하다는 걸 보여주기도 합니다.

 

뭔 말이냐면 작고 귀여운 여자 아이들만 모인 파티가 상식에 어긋난 힘과 능력을 보여준다. 현실 같으면 잡혀서 해부 당하지 않으면 다행인 것이죠. 다른 출판사 작품이지만 '즉사 치트(제목 엄청 길어서 생략)'라는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이 어릴 때 받았던 취급이 사실 꽤 리얼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할 수 있어요. 세상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그런 걸 알고 있는 마일은 자신과 일행의 힘을 과시하지 않고 언제나 숨기기에 급급하죠. 사실 이런 몸사림은 가식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가련한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본 모습은 헐크라는, 좀 더 비꼬면 초보존에 노는 고렙 유저 같은 거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마일과 그녀의 일행은 악의적으로 타인에게 다가가 본 모습을 숨기고 방심한 틈을 찔러 이익을 취하거나 즐거움을 찾는 변태가 아니라는 것에서 지탄은 할 수 없습니다. 그녀들이 악의적으로 다가가 타인을 해치는 경우는 상대가 도적이나 범죄자일 뿐임으로 딱히 이런 부분으로 뭐라할 건 없죠. 상대는 다 자업자득이니까요. 그런 이야기가 이 작품에 녹아 있습니다. 여튼 마일은 납치된 파릴을 되찾으면서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이세계의 멸망에 대해 알아가게 돼요. 사실 이미 그녀는 전생하면서 이세계는 신들조차 포기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이제 와 생각해보면 이 작품에서 제일 커다란 복선이었군요.

 

그렇담 신들조차 포기하게 한 그 원인은 무언가. '안 가르쳐주지~' 만화적 비유로 표현하자면 미끄덩인 상황이 벌어져요. 어쨌건 그 원인 일부가 조금 밝혀지긴 하지만 이건 스포일러니까 패스, 일단은 그 멸망의 원인과 마일이 이세계로 전생이라는 인과관계가 조금식 밝혀진다고 할까요. 작가가 길게 끌고 갈 마음은 없는 듯, 필자 나름대로 유추해보자면 마일 보고 용사가 되어라. 뭐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아무튼 파릴을 구출하고 암행어사로 넘어갑니다. 비밀 의뢰를 받고 도적 소탕전에 뛰어들죠. 모든 건 길드 평판 업그레이드를 위해, 도적들 상대하면 힘을 아낄 필요가 없는 그녀들이 질 요소는 없어요. 근데 이거 스포일러이려나?

 

그리고 수행을 위해 다시 길을 떠나는 마일 일행. 거기에 끼이고 싶지만 자신의 입장을 잘 알고 있는 어느 귀족 소녀의 안타까운 마음이 절절하게 흐릅니다. 이 부분은 마일 일행의 미래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했는데요. 자작가를 이어받은 마일, 백작가의 막내딸로 태어난 메비스는 언젠가 집으로 돌아가 영지를 이어받거나 시집을 가야 되는 운명이죠. 나머지 두 명도 나름대로 미래가 정해져 있고, 그것을 알고 있기에 하루라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 매일을 기운차게 살아가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럴 일은 없지만 누구 하나 죽기라도 하는 날에는 이보다 더 우중충하게 변하는 작품을 찾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느낌도 있었군요.

 

맺으며, 위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해버려서 맺음에서는 딱히 할 말이 없군요. 7권을 끝으로 하차하려 했는데 8권이 또 흥미진진해져서 구매할까 말까 고민이 됩니다. 그래도 뭐 진도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느낌이고 주인공이 먼치킨이면서 같은 출판사 작품 여느 작품과 다르게 완급 조절을 잘하고 있기도 해서 더욱 고민이 된다고 할까요. 뭐 내키면 나도 모르게 구입하곤 하니까 정신 차리고 보면 구입해서 읽기 위해 넣어놓는 박스에 들어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장은? 변색과 습기 때문에 본 거 안 본거 나눠서 박스에 바로 밀봉 해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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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를 대비해 이세계에서 금화 8만 개를 모읍니다 3 - Novel Engine
FUNA 지음, 토자이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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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FUNA 작가의 내 방식대로 유쾌한 진행에는 브레이크가 없다는 걸 잘 보여줍니다. 이세계로 넘어가 돈을 벌어 노후를 편안하게 살려는 미츠하의 계획은 날로 번창해서 지금은 자작이라는 귀족 계급과 영지를 받아 더욱 고군분투를 하고 있는데요. 근데 말이 고군분투이지 그녀가 이세계로 가서 저지르는 만행을 한마디로 표현 하라면 '편한 일은 내가, 힘든 일은 너 님이', '고소한 알맹이는 내가 먹고 맛없는 껍질은 네가 가지세요.' 이번 이야기는 '내 머릿속에 심씨티'와 '대항해 시대'입니다. 그녀 미츠하는 돈을 벌기 위해 현실의 지식과 문물로 이세계에 없는 가령 팝콘이라던지 샴푸라든지 기초화장품이라던지 딴에는 이세계에 영향이 적은 걸로 시작해서 신문물 퍼트려 가요.

 

그러다 좀스러웠는지 그녀는 미래를 투자하기 시작하는데요. 하사받은 영지에 팝콘용 옥수수를 심고 종이를 만들기 시작해요. 자고로 나라를 세우고 도시를 만들고 마을을 만들 때 가장 기초적인 게 1차 산업이죠. 근데 말이 1차 산업이지 염소 27호라는 둥 하는 걸보니 참 비참한 영지 사정인 걸 알 수 있어요. 애초에 중세 시대를 표방하는 작품에서 비참하지 않은 영지는 별로 없겠죠. 귀족들이야 잘 살아도 영주민(평민)의 삶이란, 여튼 그런 영지민이 두 자릿수인가 세 자릿수인가 밖에 되지 않는 비루하고 초라한 어촌을 영지로 받아 기죽지 않고 심씨티를 계획하는 미츠하가 되겠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왕도에서 저지레나 하고 있으니...

 

이세계 전생물중에 현실의 지식을 이용해 신문물을 퍼트리지 않는 작품을 찾기가 힘든데요. 보통 이런 걸 두고 문화 침략이라고도 하죠. 근데 문화 침략이라고 해도 새로운 문물을 퍼 트림으로써 현지인이나 원주민의 삶을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착한 침략이 존재하는 반면에 이익을 바라며 악의적으로 이용해서 그거 없인 못 사는 몸으로 만들어 버리는 나쁜 행위도 있다는 것입니다. 즉 문화 침략이라는 말은 양날의 검이나 같은 거라 생각해요. 그런 관점에서 이 작품은 어떤가 하는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는데요. 미츠하는 자신의 노후를 위해 현실의 지식과 물품을 가져와 팔기 시작하죠.

 

그런 관점에서 미츠하는 후자라 할 수 있어요. 그거 없인 못 사는 몸으로 만들어버리는 행위, 하지만 미래에 고고학자의 위장에 구멍을 뚫어버리는 짓은 하지 않으려고 하죠. 이익은 취하되 이세계 발전에 영향이 갈만한 건 도입하거나 판매하지 않는다. 현실과 이세계를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미츠하에겐 사실 이세계는 노다지나 다름없죠. 뭘 가져오든 이세계에서는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고가에 팔리거든요. 하지만 그녀는 자중이라는 말을 잘 알고 있어요. 그 흔한 플라스틱조차 가져오길 망설이죠. 이세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요. 그전에 자신이 하는 장사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도 있지만, 여튼 이런 관점에서 보면 미츠하는 원주민의 삶의 질을 소소하게 향상시키는 전자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담 이번엔 뭘 하나, 오셀로와 장기를 가져와 이세계에서 팔아 제낍니다. 당연히 이세계 사람들은 그게 뭔지 모르죠. 얘가 이런 잔머리가 있다면 현실에서도 돈 많이 벌 거 같은데 말입니다. 일단 공략할 사람을 물색해 가요. 주변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귀족과 왕족을 끌어들여 자신의 사업에 동참 시켜 버립니다. 여기서 FUNA 작가 특유의 주인공 악마 만들기가 유감없이 발휘되기도 합니다. 일단 이익에 반드시 수반되는 위험을 귀족이나 왕족에서 떠넘겨 버리죠. 그렇다고 거창한 건 아니고 이권을 바라는 파리들을 막는 것 정도? 문제는 당사자(귀족&왕족)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언반구도 없다는 것이지만요. 일명 '허세'라고도 합니다. 내 뒤에 이게 있다고 구라치는 솜씨가 대단하죠. 다만 여기서 유념할 건 그렇게 표현되진 않고 느낌상 그런 부분이 많다는 것입니다.

 

참, 위에서 언급한 대항해시대는... 그냥 작가가 생각하는 판타지스러운 상상의 나래가 활짝 열린다고만, 어느 날 자신의 영지로 쳐들어온 적(에너미)선을 접수해서 우리 것으로 만들자를 시작해요. 배 만들어서 교역도 하고 적 해군과 싸울 때를 대비하고 나아가 배 만드는 조선업이 성황을 이루고 그러다 보면 영지도 발전하고, 하지만 거기에 따르는 부작용 예로 산업이 호황을 부리면 별별 사람이 다 꼬이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죠. 거기에 수반되는 치안 악화를 옆집 백작가에 떠넘기고 배 만들어서 들어오는 이익은 내가 가져야지 같은 악마의 기질을 여실히 보여주는 곧 죽어도 자신은 손해를 안 보려는 미츠하의 잔머리가 기가 막힌다는 겁니다.

 

맺으며, 뭔가 두리뭉실하고 알맹이가 없는 리뷰가 되어 버렸군요. 그도 그럴게 대체적으로 FUNA 작가의 작품은 전반적으로 가볍다 보니 그렇게 시사하는 게 없고 고찰을 요구하지도 않아요. 그러다 보니 리뷰 쓰는 입장에서는 내용에 살을 붙여 쓸 수밖에 없어요. 다른 이세계 전생물에서는 십수 권이 지나야 비로소 결실을 맺는 작업을 그냥 설명 몇 번으로 뚝딱 해치우곤 하니까 깊게 생각했다간 정말로 피곤해집니다. 개인적으로 FUNA 작가의 작품을 보는 이유는 주인공의 악마 기질 때문이군요. 내 손을 쓰지 않고 타인을 이용해 물건을 만들게 한다거나, 이익을 나눠주고 힘든 일은 타인에게 떠넘긴다거나 그럼에도 자신의 몫은 착실하게 챙기고, 주변에 이용할 건이용하는 등 언제고 칼 맞을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일을 많이 하죠. 그래서 '자신이 죽으면'이라는 말을 많이 해요. 자신의 죄를 알긴 아는 주인공이랄까요.

 

사족: 필자는 될수록이면 재미있다 같은 타인이 이 작품의 구매에 영향을 끼칠만한 글은 쓰지 않습니다. 나무야 미안해라든지 정말 이런 뭐 같은 내용으로 돈 받고 팔다니 같은 독설은 몇 번 날리긴 했지만요. 재미란 주관적입니다. 내가 재미있다고 해도 타인의 감각으로 보면 재미없을 수 있어요. 독설을 날린 작품 중에 난 재미있는데 왜 독설을 날리고 GR이야 같은 테클을 받기도 했죠. 사람의 감정이란 좀 진부하게 표현하자면 하늘의 별만큼이나 다양해요. 타인에게 물어보기 전에 정보를 최대한 구해서 자신의 판단으로 선택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간혹 이 작품 재미있어요? 같은 질문을 하는 분들을 보면 이해할 수 없기도 합니다. 물론 필자 주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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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곰전생 2 - 숲의 수호신이 된 전설, Novel Engine
미시마 치히로 지음, 쿠루리 그림, 김민준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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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경고 했습니다.

 

 

 

 

 

번식기가 아니어서 꿈쩍을 안 한다. 1권에서 백곰 '쿠마키치'가 했던 말입니다. 인간이 아닌 곰이라는 1년에 한번 번식기를 맞는 생물의 몸이다 보니 아무리 인간일 적 마음과 지식과 경험과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일단은 야생동물인 곰인 이상 자연의 이치를 따라야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에 나오는 히로인들은 정말 불쌍하다 할 수 있어요. 아무리 마음을 전달해도 목석같은 남편이 안아주지 않고 바늘로는 밤을 지새울 수가 없게 되죠. 라지만 일단은 전연령가니까 그렇고 그런 장면은 나오지 않아요. 루루티나는 16년 동안 부모님 밑에서 교육은 받았다지만 교육이 완성되기 전에 부모님의 품을 떠날 수 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단편적인 지식과 감정에 휘둘려 남녀 관계에서 조금 일그러진 모습을 보이는 것에서 좀 씁쓸하게 합니다.

 

이번 이야기는 루루티나와 사실상 부부의 연을 맺고 그녀의 여동생들과 생활하던 쿠마키치, 어느 날 숲에서 어떤 조그마한 엘프 소녀를 만나게 돼요. '리코타' 올해 8살입니다. 일러스트가 조금 불만인데 일단은 귀엽게 나왔어요. 성격은 발랑까지고 조숙하고 건방짐의 표본으로서 세상의 무서움을 모르고 방방 뛰다가 호된 꼴을 당하게 된 순간 쿠마키치의 도움을 받아 기사회생을 하죠. 그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이렇게 되면 너에게 시집갈 수밖에 없네'라는 리코타의 황당한 말에 이끌려 간 곳엔 소녀의 어머니가 계셨으니, 쿠마키치 왈: 어머님! 안녕하세요? 날아오는 마법, 리코타의 어머니 '로비올라'와의 만남은 참 극적입니다. 리코타의 괴팍하고 잔망스러운 성격은 엄마에게 물려받았을까, 아무리 천하무적 백곰이라지만 쫄지 않을 수 없었어요.

 

섹슈얼리티가 보강되었습니다. 1권에서 꿈쩍을 안 한다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성숙한 성인 여성과 유부녀라는 조합이 불러오는 숨 막히는 섹슈얼리티, 섹슈얼리티의 뜻이 뭔지 모르면 검색해보세요. 성생활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만 포괄적으로 나아가면 이 뜻이 의미하는 게 많아집니다. 여튼 1권에선 백곰으로 전생한 것을 두고 루루티나를 구할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라 여겼지만 리코타의 어머니 로비올라를 만난 백곰은 지금의 자신이 백곰인 게 너무나 저주스러웠을 겁니다. 그녀(로비올라)는 딸을 구해준 백곰에게 호감을 느껴 어프로치를 단행해요. 루루티나와는 비교도 되지 않은 성인 여성의 매력, 눈앞이 아찔해지지만 정작 꿈쩍을 안 하는데 뭐 어떡하라는 심정이 절절하게까지는 아니지만 아무튼 나무 아미 타불인 상황이 벌어져요.

 

그런데 왜, 이런 외딴 숲속에 엘프 모녀가 있는 것일까. 아이를 생각해도 로비올라의 나이(20대 초반)를 생각해도 도시에서 살아가는 게 생활적인 면에서 나을 텐데라는 의문이 시작돼요. 곰이라는 짐승이라서 그런지 둔하고 학습이 없는 걸까요. 루루티나의 경우를 보더라도 제2의 루루티나가 나온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세계관이라는 걸 백곰은 망각하고 있어요. 사실 타인의 과거를 캐는 건 상대에게 비수를 꽂는 일이라 할 수 있어요. 그럼에도 자신이 추측하기 보다 너 님들 왜 여기에 있어요?라고 비수 같은 말을 그녀에게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못된 고자 백곰, 하지만 로비올라는 괜히 어른이 아니라는 것처럼 애둘러 말하며 자신의 과거를 밝히지 않습니다. 백곰은 인간일 때 20대 후반이었는데 나이를 헛 먹은 듯, 리코타의 성화에 못 이겨 집에 돌아가지 못한 백곰은 그녀(모녀)들과 오붓한 소풍을 즐기는데...

 

언제나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은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처럼 난데없이 초절정 미남 엘프 남자로 구성된 전투부대가 들이닥쳐서 로비올라 모녀를 대려 갈려고 하는 극박한 전개가 펼쳐져요. 그리고 드러나는 로비올라 모녀의 과거, 모녀는 물건 혹은 재물(제물 아님)이었습니다. 과거 중앙아시아에선 형이 죽으면 부인은 동생에게 재물로 귀속된다는 풍습이 있었습니다(보다 정확하게 알고자 하면 검색 해보셈). 형수는 동생과 재혼을 하고, 그 동생도 죽으면 또다시 아래 동생과 재혼하는, 이걸 잘 표현한 게 모리 카오루의 '신부 이야기'인데 기회가 되면 한번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여튼 로비올라 모녀는 그런 과거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남편 죽음의 이면에 도사린 추악한 진실, 자신을 노리는 시동생으로부터 도주, 그런데 그녀가 부족의 관습을 깨면서까지 도주한 이유가 무얼까.

 

재물로서가 아니라 한 명의 여자로서, 자신의 길은 자신의 발로서, 그리고 남편의 원수나 다름없는 부족 속에서 자신이 있을 자리 따윈 없다는 걸 깨달은 그녀는 세상 밖으로 도주를 꿈꾸죠. 하지만 그 꿈은 오래가지 못해 좌절되고 맙니다. 형수에 집착해 여기까지 쫓아온 시동생, 일찍이 결혼하여 세상의 즐거움을 모르고 성인이 된 반동인지(작중엔 표현되어 있이 않음) 단 하루 쿠마치키와의 즐거웠던 생활에서 지금 필요한 건 무엇인지 로비올라는 깨달아 버립니다. 하지만 그녀는 누구(루루티나)와는 다르게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건 좋지 않다는 걸 어른으로서 자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잔망스럽고 발랄한 리코타, 너그러운 모성과 때묻지 않은 순진한 소녀 같은 모습의 로비올라가 흘리는 눈물을 봐버린 쿠마키치는 모녀를 지키기로 결심을 하게 되죠.

 

백곰은 가족과 도움을 바라는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다. 시동생과 그의 부하들 그리고 시동생이 끌고 오거나 자기 멋대로 와버린 엘프족 미치광이 연금술사를 상대로 정말로 목숨을 거는 일전을 펼쳐요. 시동생이나 백곰이나 서로에게 정의는 있습니다. 시동생은 사모하게 된 형수를 되찾기 위해, 백곰은 눈물 흘리며 괴로워하는 사람을 못 본 채 하지 않는다는 결의에 따라. 백곰 이번엔 정말로 위기를 맞아 가요. 하지만 작가는 이딴 건 부차적이라고 생각하는지 백곰 힘을 좀 냅니다. 아무리 강한 적이라도 백곰의 근육과 날카로운 손발톱 앞에선 적수 없으리. 백곰 태어나서 진심으로 싸운다. 등이 까지고 불에 타는 한이 있어도 이 여자만큼은 지킨다. 이렇게까지 자기를 지켜주는데 반하지 않을 여자는 없습니다.

 

사실 백곰도 로비올라에게 흑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백곰이라도 꿈쩍을 안 하는 데다 본능도 그럴 시기가 아니라는 유전자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는 둔감형 주인공이 되어 버리죠. 늘 틈만 나면 이불 펼려는 히로인들을 말리느라 진땀 빠집니다. 여기에 로비올라도 가세하게 되죠. 이런 부분에서 비단 여자만이 아니고 사회생활하면서 타인의 호감을 얻는다는 건 무엇인가를 고찰하게 합니다. 잇속을 바라지 않는 순수한 도움의 손길, 이 사람이라면 인생을 맡겨도 되지 않을까 하는 든든함, '당신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이라는 말에 넘어가지 않는 목석같은 마음, 그리고 아이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그건 그렇고 백곰 번식기가 여름이라고 하니까 언제까지고 목석으로만 있지 않을 거라는 복선이 떴습니다.

 

맺으며, 더 쓰고 싶지만 글이 길어져서 이만 줄여야 되는 게 안타깝긴 이 작품이 처음이군요. 이번 리뷰는 반도 표현 못했어요. 루루티나의 얀데레 같은 성격과 꼬맹이 세쌍둥이가 펼치는 귀여움은 뇌 속에서 그림으로 그려질 정도로 작가의 필력에 대단했습니다. 이걸 글로 표현할 수 없는 필자의 저질스러운 필력이 이렇게 저주스러울 데가 없었군요. 특히 서열 관련해서 후반부 라로(세쌍둥이중 하나)가 로비올라에게 목걸이를 주는 장면에서는 분명 감동스러운 부분인데도 이제 앞으로 너 님은밑이라는 것 같아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초반에 보면 웨어울프는 서열이 깐깐함으로 라로는 제일 밑이니까 목걸이 줄게 하는 부분이 있죠. 백곰에게 구원받아 울고 있는 로비올라에게 목걸이를 건네는 라로, 물론 작가는 다른 뜻으로 이 장면을 연출했겠지만 초반에 그런 장면 넣어놓고 이러니 감동이 웃음으로 바뀌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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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가 되고 싶다며 도시로 떠났던 딸이 S랭크가 되었다 1 - L Books
모지 카키야 지음, toi8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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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블린 슬레이어라는 작품에 보면 모험가가 모험을 하다가 죽는 일은 흔한 일이라고 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다치거나 마음의 상처에 망가진 모험가들이 귀향하는 것도 어쩔 수 없다고도 하고요. '벨그리프'는 고블린 슬레이어에서 흔히 표현되는 어디에나 있는 신출내기 모험가였습니다. 어느 날 던전에서 마물에게 다리를 뜯기기 전까지는요. 모험가로서의 말로, 보통 이런 좌절을 겪는 모험가는 술에 절어 어디 길가에 처박혀 객사할 운명이건만 그는 고향에 내려와 마을 일을 돕고 모험가의 경력을 살려 마을을 마물로부터 지키는 일을 해왔죠. 마을 사람들은 점차 그를 인정하게 되고요. 그러던 어느 날 오늘도 순찰하던 그의 귀에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어요.

 

모험가로서는 끝장났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과 신체를 수련하는데 게을리하지 않았어요. 마을 정착 초기 받은 비난과 괄시, 일반 사람들에겐 모험가 = 무뢰한이라는 공식 속에서 그 편견을 깨고 마을에 정착할 수 있었던 건 그의 타인을 돕는다는 올곧은 성품 때문이었죠. 그런 그에게 다가온 어리고 어린 바구니에 담겨 버려져 있었던 아직 말도 못하는 가여운 생명, 그는 그 아이를 목숨 바쳐 열심히 길렀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모험가로서 경험했던 모든 것을 그 아이에게 가르쳤어요. 그 아이가 12살이 되던 날, 그 아이는 아버지를 본받아 자신도 모험가가 되겠다며 길을 떠납니다. 그리고 5년 후 그 아이는 훌륭하게 성장하여 자신을 길러준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귀향을 서둘러요.

 

후기에 보면 제목 때문에 대략 난감이라고 작가 스스로 인정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사실 제목만 놓고 본다면 별 볼일 없는 작품이라 여겨질만하죠. 정발 되기 전 일정 정보를 접한 분들 중 사이에선 근친이니 키잡이니 같은 말도 나오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전혀 그런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음... 뭐랄까 필자는 일찌감치 분가해서 부모님과 살았던 기간이 적어요. 게다가 필자의 아버지는 매우 엄격하셔서 분가 전 십수 년을 같이 살았어도 별다른 대화도 하지 않았고 명령 내린 것만 하는 못난 자식이었죠. 그렇다 보니 아버지에 대한 사랑은 거의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와 별다른 접점이 없었던 필자에게 있어서 이 작품은 솔직히 좀 고역이었군요.

 

무슨 말이냐면 이 작품은 자신(주인공)을 길러주신 아버지에 대한 주인공의 애정을 그리고 있어요. 파더콤까지는 아니고 부모님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이랄까요.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마냥 보고만 있어도 든든하고 응석 부리고 싶고 며칠 못 보면 그리움에 보고 싶은, 성장하여 분가 후 안부 전화하면서 보고 싶은 마음에 눈물을 짓고, 명절 때 귀향하면서 뭐라도 하나 더 챙겨 드리고 싶은, 그런 이야기라 할 수 있죠. 아마 작가는 각박해지는 현실 속에서 아이가 성장하면서 부모에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이 자꾸만 잊혀가는 세태가 안타까워 이 작품을 집필하지 않았나 싶더라고요.

 

안젤린, 바구니에 넣어져 버려졌던 아이의 이름입니다. 줄곧 아버지의 등을 바라보며 커왔던 그녀는 아버지를 동경하고 있죠. 그녀는 솔선해서 마을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사냥하여 고기를 나눠주고 아이들에게 싸우는 법을 가르치는 등 타인을 위해 살아가는 아버지에게서 자신의 미래를 보게 돼요. 결국 동경의 끝에 그녀도 모험가로서의 길에 들어서죠. 그리고 현재 17살이 된 안젤린은 동경하는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귀향을 서두르지만 급격하게 불어나는 마물에 대처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몇 번이나 휴가를 내 이번에야말로를 외치며 여행길에 오르지만 그때마다 길드 직원이 나타나 마물이 나타났으니 대응 좀 하는 통에 매번 좌절을 겪어요.

 

곤란을 겪거나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외면하지 말라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어기는 건 그녀에겐 있을 수 없어요. 이상하게 늘어나는 마물을 상대하며 원인을 찾아간 끝에 마주친 마왕이라는 존재, 1권에서 거하게 큰 복선을 떨어 트려 주더군요. 마법과 검이 난무하는 판타지의 세계에서 마왕은 빠질 수 없는 감초 같은 역할이라면 역할이겠죠. 그러나 한 마리만 있는 게 아닌 무려 70여 마리나 되는 마왕이 존재한다는 복선, 작가는 대체 몇 권을 쓸려고 이런 큰 복선을 떨어 트렸을까요. 자, 아버지를 못 만나게 한 원흉인 마왕을 어떻게 요래해줄까. 그리고 안젤린은 갖은 난관을 돌파하고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아버지에 대한 절절한 동경이 메인이지만 작가가 풀어놓는 몽환적인 이야기가 더 흥미를 돋웁니다. 눈 내리는 장면 설명과 해가 바뀔 때마다 따라 바뀌는 자연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들은 향수를 불러와요. 요즘 도시 사람들은 잘 모르는 그런 감정이랄까요. 시골에서 살며 보았던 뒷동산이나 앞산이 계절을 맞아 변화해가는 모습들, 단풍으로 물드는 가을과 눈으로 덮이는 겨울, 봄의 새싹이 피어나는 파릇한 파랑, 그리고 푸르름이 시원한 여름, 작중에는 이런 표현이 직접적으로 표현되어 있지 않지만 필자 주관적으로 표현하자면 이런 느낌이었다랄까요. 거기에 만화 충사에 나올법한 이질적인 존재들과의 만남은 상상력을 자극하죠.

 

맺으며, 나이를 먹어가는 벨그리프를 보고 있으면 데자키 오사무 감독의 보물섬에 나오는 '롱 존 실버'를 떠오르게 해서 가슴 한켠을 아리게 하더군요. 마지막 회 생명이 꺼져가는 앵무새를 다시 일으켜 세워 어깨에 오르도록 하는 장면은 지금도 잊히지가 않는데요. 벨그리프도 그런 인생을 살다 가는 걸까 잠시 생각에 잠겼었습니다. 하지만 열혈 효녀 안젤린이 있으니 인생의 종착점에 다다른다고 해도 쓸쓸한 마감은 하지 않을 거라는 것에 위안을 얻기도 했군요. 거기다 딸의 활약으로 자신이 사는 영지의 젊은 여백작의 눈에 들어 버렸으니 어쩌면 딸 보다 잘 나가는 인생을 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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