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 6 - J Novel Next
아이자와 다이스케 지음, 토자이 그림, 한수진 옮김 / 서울문화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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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번 6권은 5권하고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학원 지하에 봉인되어 있는 디아블로스 오른팔을 훔치기 위해 디아블로스 교단은 학원을 점거하고 학생들에게 폭탄 목걸이를 걸어 인질로 삼았었죠. 이 과정에서 가해자들은 물론이고 피해자인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간의 추악한 이면(내가 살기 위해 타인을 희생 시키는 짓)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이것만큼은 참 현실적이라는 느낌을 받게 하였었습니다. 그 왜, 위기 상황에서 사람 본연의 성격이 나온다고 하잖아요. 물론 자기희생적인 학생들도 있었긴 합니다만. 아무튼 사건이 마무리되고 이제 자기가 살기 위해 다른 학생들을 희생 시킨 학생(이하 가해 학생)을 법의 심판을 받게 하여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문득 작중에서는 언급이 없지만 필자는 '카르네아데스의 판자(이하 판자)'가 생각났습니다. 두 사람이 물에 빠졌는데 판자가 하나 있고, 한 사람 분량만큼의 부력밖에 없어 다른 한 사람을 희생 시켜야 하는. 이번 6권에서는 '판자'라는 단어는 안 나오지만 죗값을 치러야 할, 즉 자기가 살기 위해 다른 학생을 희생 시킨 가해 학생 측에서 이와 유사한 논리를 펼친다는 것인데요. 문제는 그 희생 시킨 정도가 너무 심했다는 것이고, 그래서 법의 심판을 받게 하려니까 권력으로 찍어 누르며 암살도 마다하지 않으려 하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5권에서 신규로 등장한 '크리스티나(히로인)'는 그런 악행을 저지른 학생을 규탄하고 법의 심판을 받게 하려고 하지만, 이게 쉽지가 않습니다. 현실에서도 돈과 빽이 있으면 고개가 빳빳해지는 일부 부류가 있잖아요. 가해 학생이 딱 그런 부류죠. 그 가해 학생의 뒤에 있는 건 나라를 주무르는, 왕(王)도 어쩌지 못하는 중2병이 충만한 '13의 야검'이라는 이름의 어둠의 범죄 조직이 있었거든요. 그래 놓으니 후작 딸내미(가해 학생) 주제에 공작가(엄밀히 따지면 왕족) 딸내미(크리스티나)를 후두려 패도 문제시되지 않는 말세가 되어 있었죠. 근데 여기서 엉뚱하게도 주인공이 이 '어둠의 조직'에 필이 꼽힌다는 것인데요. 그가 무슨 짓을 하는지는 6권 핵심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은 힘듭니다만, 이 인간, 지구 나이와 이세계에서의 나이 합치면 30은 훌쩍 넘겼을 텐데, 동정을 떼지 못해서 그러나 아직도 중2병에 심취해서 나잇값도 못하고 싸돌아다닙니다. 아무튼 가해 학생을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하는데, 크리스티나는 알렉시아 왕녀와 비굴한 강강약약 엑스트라 여학생을 더해 3명이서 가해 학생을 처벌하고 그 뒷배인 13의 야검의 만행을 까발리려 합니다만, 쉽지가 않습니다. 주인공은 그런 그녀들에게 대놓고 힌트를 주며 즐기는 여전히 잡몹 위치를 고수중으로 이놈이 진지할 때는 어둠이라는 중2병이 충만할 때뿐이죠.



그러던 어느 날부터 갑자기 누군가에 의해(?) 13의 야검(13명이 주축이라 해서 13의 야검인 듯)은 차례대로 죽어 나가고, 그때마다 니들이 저지른 거 아니냐고 크리스티나 일행은 누명을 써가고, 그럴 때마다 굴하지 않고, 이젠 본연의 임무는 어디 가고 13의 야검 살해 사건이라는 범죄 사건이 되어 진실을 파헤치는 명탐정물이 되어 갑니다. 이 작품은 진지하게 읽으면 손해죠. 이 과정에서 명탐정 코x등 온갖 패러디가 난무해서 읽는 사람을 아연실색케 하는 건 덤이고요. 애초에 섀도우 가든(어느새 구성원이 700명 돌파했음)이 암약 중이고, '어둠'의 단어가 들어가면 좋다고 발발이처럼 온 동네를 싸돌아다니는 주인공이 있고, 이들의 실력은 이세계 먼치킨 계보를 철저히 따르고 있어서 아무도 상대할 수 있는 범죄자들이 없어요. 그보다 그들이 보여주는 희극에 초점을 맞춰 그냥 즐기는 연극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가죠. 머리에 든 건 없지만 착하고 예의 바른 '델타'라든지, 곱게 자랐을 왕녀가 시궁창을 기어가며 범죄자 아지트를 찾아가는 장면 등 이번 6권은 꽤 유쾌한 장면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인물도 있는데요. 공작가에서 태어났지만 권력은 없는 크리스티나가 힘을 원해서 주인공을 동경해가는 장면들, 정의를 주창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법을 벗어나 범죄자를 단죄하는 꿈을 꿔가는 게 흥미롭죠.



이번 6권에서 눈여겨볼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4권까지였나 은근히 분량이 많았던 오리아나 왕녀는 의지를 갖고 디아블로스 재단과 맞서기로 했지만 가시밭길을 예고합니다. 알렉시아 왕녀(1권에서 주인공에게 벌칙 고백받음)는 주인공을 의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연장선으로 주인공을 지켜준답시고 크리스티나가 주최한 합숙에 끼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귀엽죠. 섀도우 가든은 날로 사업이 번창해서 떼돈을 벌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그녀들이 나라 안팎 진짜로 유명한 장사꾼인 줄 아직도 모르고 있죠. 그런 주제에 돈과 재물을 받아 챙기는 기동 서방질을 충실히 수행 중이고요. 이번 6권에서는 딴짓한다고 주인공의 분량은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물론 겉으로 그렇다는 것이고. 이야기는 크리스티나와 알렉시아 왕녀에 의해 진행이 되죠. 13의 야검은 이번 5권을 위해서 급조한 티가 좀 납니다. 그래도 주인공을 위한 잡몹이라는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으니 불만은 없습니다. 덕분에 좋은 그림(표현은 텍스트로 되어 있지만, 자세한 건 스포일러라서)도 볼 수 있었고요. 그리고 4권에서 베타가 지구에서 주워온 '니시노 아카네'의 행적이 드디어 밝혀집니다. 애니메이션 1화에서 등장한 히로인으로 그동안 뭐하나 했더니, 자세한 건 스포일러라 언급은 힘들지만 이세계에서도 고생하며 살아가려나 봅니다.



맺으며: 이번 회차에서 눈여겨볼 인물을 꼽으라면 크리스티나입니다. 나라를 뒤에서 조종하고 범죄를 저질러가는 악당 귀족들을 어떻게 하고 싶은데 막을 힘이 없어 고뇌하고, 누군가에 의해(?) 그런 귀족들이 죽어 나가자 희열을 느끼는 변태 같은 모습도 보이는 게 흥미롭죠. 결국 힘이란 정도의 길을 걸어선 얻을 수 없고, 주인공처럼 사도의 길을 걸어야만 비로소 쟁취할 수 있다는 약간은 삐뚤어지게 되는, 결국 5권에서 자기가 살기 위해 다른 학생을 희생 시킨 가해 학생도 정도의 길로는 처단할 수 없다는 걸 알아 가게 되죠. 어쩌면 이 작품에서 주인공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캐릭터는 그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이번 6권에서 필자에게 있어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였군요. 아무튼 13의 야검이라는 급조티 나는 범죄 조직을 만들고 주인공을 메인으로 삼았지만 메인 같지 않게 크리스티나 일행으로 이야기를 꾸려 갑니다. 거기에 머리에 든 건 없지만 착하고 예의 바른 델타의 과거 얘기를 외전으로 넣어 놨고요. 다른 섀도우 가든 그녀들도 하나같이 불행한 과거를 가지고 있지만 델타는 좀 더 처절한 가정사를 보여주는 게 인상적입니다. 그녀가 왜 이상한 존댓말을 하게 되었는지 나오죠. 그리고 니시노 아카네의 이야기도 외전으로 들어가 있는데요. 주인공에 대해 뭔가 착각하고 있어서 둘이 만났을 때 인식 차이에 따른 개그가 기대된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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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왕, 극한의 무를 위해 전생하다 1 - S Novel+
하야켄 지음, Nagu 그림, 마일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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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밑도 끝도 없이 말해보자면 본 작품은 판타지를 끼얹은 TS물입니다. 여신의 총애를 받고, 당대 최고의 기사이자 신(神)의 힘을 다루는 '디바인 나이트'로서 인류를 위협하는 마물과 악신을 뿌리를 뽑은 영웅왕이 죽어서 여신에게 빌기를 다음 생에서는 다른 삶을 살고 싶다 하여 전생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죠. 시작부터 뭐가 엄청 휘황찬란합니다. 나라를 건국하고, 선정을 펼쳐 백성들을 풍요롭게 하고, 어쩌고저쩌고 대단한 인물로서 그가 세운 나라는 천년만년 태평성대를 이룰 것이니 모두가 찬양하고 우러러보는 역사에 길이 남을 어쩌고저쩌고... 하면 뭐 할 건데, 전생하고 보니 나라는 멍멍이같이 망하고 없는걸. 당대를 주름 잡았던 영웅왕은 할애비가 되어 천수를 누리고 백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습니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여자애가 되어 있었죠. 여신과의 인식 차이로, 전생 전 할배가 말했던 다른 삶이란, 여신은 그가 남자로 살아 봤으니 여자로 살아보고 싶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건지 그를 여자로 환생 시켜 버렸습니다. 표현은 없습니다만, 욕먹고 싶지 않은지 그녀가 전생하고 보니 여신은 어디 짱박혀서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있죠.



1권은 0세부터 15세까지에 있었던 일들을 풀어 놓습니다. 여주인공은 어느 잘나가는 기사 가문에서 태어났죠. 태어나자마자 그녀가 한 일은 마법 수련. 전생 전에 그는 뼛속까지 무인이었지만 괜히 나라를 건국해서 왕이 되는 바람에 국정에 치여 제대로 된 무인의 길을 가지 못한 게 한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생하게 되면 다른 건 다 집어치우고 오로지 강자와 싸우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지만 현실은 여자애. 근데 그게 발목을 잡는 일은 없습니다. 0세부터 될성떡잎이 되어 무인으로서 두각을 나타내죠. 그리고 마침 그녀의 바람을 들어주려는 듯, 마석수라는 마물이 쳐들어 옵니다. 전생하고 보니 마법은 쇠퇴했고, 건국했던 나라는 멍멍이같이 망해서 흔적도 찾을 수 없고, 프리즘 뭐시기라는 비(雨)로 인해 동물이 마물로 바뀌는 세상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늘에 떠다니는 천x의 성 라x타라는 하이랜드와 거에서 살고 있는 하이랜더의 지원 덕분에 인류는 마석수와 겨우 싸울 수 있는 체재를 갖추고 있었죠. 그런데 이들의 관계는 빈말로도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이랜더들은 인류를 깔보고, 인류는 그들에게 굽신굽신하며 살아가는 중이었죠.



그래서 냄새가 딱 나더라고요. 프리즘 뭐시기라는 비(雨)를 뿌려 동물을 마물로 바꾸는 흑막은 하이랜더들이 아닐까. 이유는 지상에 대한 영향권을 행사하기 위해. 마석수를 잡을 수 있는 무기는 하이랜더들만 만들 수 있거든요. 근데 여주는 그게 없어도 된단 말이죠. 여기서 딱 그림이 나오더군요. 여주가 더욱 성장해서 악덕 하이랜더들을 토벌해버리는 것, 그 복선으로 하이렌더들이 만든 생체 무기들 일부가 배신을 때리고 인류 측에 붙었단 말이죠? 아마 여주가 다 가지지 않을까. 근데 지금으로서는 아무래도 좋습니다. 본 작품은 훈훈한 가족 드라마로서 위기에 빠져 헤쳐나가는, 그에 따른 흥미를 돋우기 위한 장치로 밖에 보이지 않으니까요. 하이랜더들에 대항하는 게릴라도 있고, 여주는 그들과 조금씩 말려 들어가는 이야기로 진행해가겠죠. 아무튼 그런 상황에서 여주는 무럭무럭 자랍니다. 수련도 게을리하지 않아서 이제 기사들은 상대가 되지 않는 경지에까지 올랐죠. 그리고 그녀는 동년배 4촌과 학원에 입학하려 왕도로 길을 떠납니다. 가는 길에 하이랜더와 관련된 사건사고도 겪고, 하이랜더라고 다 나쁜 사람만 있는 건 아니라는 클리셰도 접하게 되죠.



맺으며: 단점을 꼽으라면 개그가 없습니다. 작가 딴에는 노력한 거 같은데 그냥 국어책 읽기죠. 전체적인 분위기는 초등 저학년들이나 볼법한 동화책 같고요. 근데 여주의 행동은 애들이 볼만한 게 아니었습니다. 사람들 위기는 내 알 바 아니라는 식, 강한 자와 싸우는 걸 우선하고, 사람들 구하는 것에 대한 정의와 대의관은 없다면서(한마디로 내 알 바 아님) 본인의 일이 되자 그걸(정의) 들이미는 2중성. 전생에서 사람들을 구하는데 일생을 받쳐 내 마음대로 못한 게 한이 되었다는 개연성을 두고는 있지만, 그로 인해 내 마음대로라는 발암에 성격 파탄자가 되어 버렸죠. 하이렌더들에 의해 무고한 사람들이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은 나 몰라라 하면서 지인의 일이 되자 야차가 되는 모습은 썩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일러스트는 그렇지 않던데 천상의 외모라는 둥 그넘의 외모지상주의, PC주의만 경계해서 안 된다고 역설하는 거 같았습니다. 또한 속은 할애비면서 변태같이 거울 앞에 서서 이쁘다는 둥 성인 여성의 매력 어쩌고라는 둥 외모 평가나 해다는 것도 그렇고, 목욕신에서는 내가 왜 이걸 읽고 있지? 같은 의문과 자괴감이 몰려왔군요. 이야기 적으로는 복선 같지도 않은 복선 투하하다가 말아 먹는 게 보이기도 하고, 뭔가 숨기는 사람을 투입해 극중 긴장감을 끌어올리려 했으면 끝까지 밀고 가서 터트려 주던가, 사실은 복선이 아니었습니다!!라고 하니 이게 대체 뭔가 싶더라고요. 유툽에서 애니 리뷰 보고 재미있을 거 같아 구입했는데, 그 유튜버가 리뷰를 너무 잘 했던 거 같군요. 마지막으로 본 리뷰는 필자의 극히 주관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다른 분들과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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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경험치 1 - L Books
하라쥰 지음, fixro2n 그림, 김장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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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본 작품은 근미래 VR MMORPG가 보편화된 현실 세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VR MMORPG 장르의 선구주자인 '소드 아트 온라인'을 떠올리면 본 작품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듯합니다. 물론 로그아웃 불가에 따른 데스매치 그런 건 아니고 설정만 그렇다는 것입니다. 완전히 딴판이니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사실 말이 VR MMORPG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지금의 온라인 게임에 빗대어도 큰 무리 없는 작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여느 게임처럼 각종 콘텐츠를 즐기며 나만의 캐릭터를 키워가는 그런 이야기인데, 이 작품에서 차별점으로 두고 있는 건 여주인공 '레아'는 정도의 길을 가는 것보다 게임사가 설정한 것보다 앞서가는 사도의 길을 걷는다는 것에 있습니다. 우선 '레아'를 소개하자면, 여성이고, 나이는 20살 넘은 거 같은데 친구는 없어 보이죠. 실전 무술을 전파하는 가계에서 태어나 나름대로 예절을 배웠고, 부모가 자산이 많은지 불편함 없이 자랐다고 합니다. 보통 엔터테인먼트에서 이런 집의 자녀는 이면에 약간의 어두운 감정(혹은 나사 빠짐)을 가졌다는 클리셰를 동반하는데 그녀도 비슷한 감정을 보입니다.



그녀는 베타 때부터 테스터로 뽑히기 위해 노력하였고, 거기서 얻은 정보와 그걸 처리할 수 있는 지능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정식 오픈 시작부터 남들보다 빠른 성장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그녀의 성격이 어딘가 좀 모나 있다 보니 모험심이랄지 남들은 잘 안 하는 행동을 좋아하는 변태 기질이 있다는 것인데, 보통 사람이라면 선택할 초보존보다는 마물이 사는 대삼림 동굴에서 시작는 걸 선택하죠(물론 여길 선택한 이유는 따로 있지만 리뷰 재미를 위해서 생략). 도착해 보니 도적고양이 수인 4명(NPC 그녀들)이 있길래 뚜까패서 부하로 만들고, 늑대 무리가 있길래 사역해서 부하로 만들고, 개미 여왕과 똘마니들이 있길래 사역해서 부하로 만들고, 대삼림 전역을 나와바리로 만들어 가죠. 여기서 흥미로운 건 눈앞에 고양이 수인 그녀들, 늑대들, 개미들이 있으니까 테이밍 해야겠다고 단순하게 생각해서 스킬 트리를 그렇게 짰더니 어째 점점 더 어둠의 계열이 되어 간다는 것입니다. 정보 처리 능력은 있으면서, 저런 행동에 대한 자각이 있는지 없는지, 눈앞의 일만 신경 써서 일을 키워가다 나중에 정신 차리고 보니 돌이킬 수 없게 되어 버리죠.



이래서 조언을 구할 친구를 사귀어야 하건만, 1권 내내 그녀의 친구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이왕 이렇게 된 거 부하들이 벌어오는 경험치에 빨대를 꼽고, 부하들을 희생 시켜 뭔가를 실험하려는 악당 기질이 더해집니다. 본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황금의 경험치의 의미는 여기에 있죠. 레벨 업 시스템은 없고 오로지 경험치만으로 성장할 수 있는데, 몬스터를 잡든, PK를 하든, MPK(NPC PK)를 통해서 경험치를 얻어야만 합니다. 여주인공은 부하들을 이용해 이 시스템을 단 2주 만에 효율적으로 완성 시켜 버리죠. 그래서 다른 유저보다 압도적으로 경험치를 얻게 되고 빠르게 성장해 나갑니다. 운도 얼마나 따라주는지, 고찰해서 얻은 답이 있다고 해도 실패할 우려가 있음에도 결단을 내려 성공 시키는 운빨을 보유하고 있죠. 다르게 말하면 주인공 버프겠지만요. 이렇게 그녀의 군단은 날로 번창합니다. 그런데 번창은 하는데 부하들 상판떼기가 고양이 수인 그녀들 빼면, 늑대에 개미에 해골까지 더해지면서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군대가 되어 가고, 결국 이 세계에서 [특정 재해 생물]로 판정받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 작품에서 흥미로운 점을 꼽으라면, 주변 환경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들 수 있습니다. 비록 게임 진행에 효율적으로 선택했다곤 해도 엘프로 시작하며 빛 계열로 가는가 했습니다만, 마침 도적고양이 수인 소녀들(NPC)이 거지꼴로 옹기종기 모여 있고, 동굴 밖으로 나갔더니 커다란 늑대들이 있고, 개미 떼가 있고, 배회하는 해골들만 있다면 어째야 쓰겠습니까. 결국 이들을 활용하려다 보니 스킬 트리가 어둠의 계열이 되어 버리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더 흥미로운 건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어둠 계열로 아예 발을 들여서 다른 유저들과 적대 관계가 된다는 것입니다. 상황이 어쩔 수 없었다곤 해도 그녀 스스로 선택해가는, 여 캐릭터에게 할 말은 아니지만, 일부러 얻어맞으려는 변태 기질이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대놓고 PK를 선언하고, 죽은 유저가 부활하는 곳에 죽치고 앉아 오는 족족 죽여 버릴까 같은 악마 같은 생각도 하고요. 이때쯤 되면 그녀의 군단은 호러쑈가 되어 있어서 다른 유저들이 떼로 덤벼온들 늑대 1호의 발차기 한방이면 나가리 되는 아주 저세상 모드가 되어 있죠. 그리고 그녀는 마지막 고삐를 스스로 내던지고 세상에 선전포고를 합니다.



맺으며: 단점을 꼽으라면 스킬과 능력 설명입니다. 그 왜 있잖아요. 이세계를 가든 어디를 가든 본 내용보다는 스킬과 능력치 설명에 더 치중하는 거요. 본 작품도 알고 싶지도 않은 스킬 트리를 열거하고, 그에 따른 능력을 고찰하는 게 반 이상입니다. 이게 뭐가 중요하지? 아주 지겨워 죽겠어요. 그나마 거미입니다만처럼 감정을 넣어 설명을 하면 읽는 맛이라도 있을 텐데, 이 작품은 그냥 가전제품 설명서 읽듯이 하니까 지루하기 짝이 없어요. 작가가 밀어주는 여주인공에 대한 버프(운빨)도 좋아서 실패하는 것도 없고, 뭘 만들어도 뚝딱, 테이밍 하는 족족 성공, 꼬질꼬질 수인 소녀들과 약간은 개그성이 보이는 늑대를 활용 못하는 어이없음, 여주는 일찌감치 실력을 키워놔서 위기를 맞는 것도 없어요. 무슨 이세계 지침서 마냥 이걸 들고 가면 나도 먼치킨 길라잡이죠. 꼬질꼬질한 수인 소녀들도 NPC와 유저의 차이점은 메시지 받는 유무라고 해놨으면 풍부한 감정이라도 보여주던지. 다른 유저들과는 일찌감치 파워 인플레를 만들어 놔서 상대도 되지 않아 지리멸렬하고. 이럴 바엔 차라리 게임이라는 설정보다는 이세계 전생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죠. 2권부터는 여주인공이 [특정 재해 생물]에 지정된 것을 좀 살리는 거 같긴 한데... 1권이 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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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입니다만, 문제라도? 2 - L Books
바바 오키나 지음, 키류 츠카사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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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미 16권으로 완결된 작품인지라 이제 와 추리한다고 헛발질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만. 여주를 비롯해 반 아이들이 어떤 현상에 휘말려 이세계로 전생하게 된 계기가 여주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2권입니다(뭔 얘기인지는 후술). 여주는 하층에서 상층으로 가기 위해 현재 중층에 있는데요. 여기서 매기라든지, 해마 같은 걸 잡으며 레벨 업을 하고 진화를 거쳐 갑니다. 상층에서 뱀에게 쫓기더니 이번엔 장어에게 쫓기며 다사다난한 매일을 보내고 있죠. 2권에서 주된 행동은 이것뿐이어서 리뷰는 여주의 행동보다는 진화와 복선에 대해서 언급해 보고자 합니다. 복선이라고 해도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고, 누구라도 다 짐작 가능한 것들인데요. 일단 1권 첫 번째 장에서 "용사와 마왕"이 싸움질을 하다 시공 마법으로 고등학교 반(클래스)을 잘라 버렸다는 구절이 있죠. 이번 2권에서 여주는 맹독 계열로 진화하면서 7대 죄악 중 '오만'이라는 스킬을 손에 넣게 됩니다. 오만은 마족이나 악마들의 전유물이죠.



시작하자마자 얘 마왕 되는 거 아니야?1권에서도 복선이 나왔을 수 있으나 필자 기억력 3초 붕어 머리인지라 잘 모르겠고, 몇 페이지 지나 지옥 계열 스킬을 손에 넣으면서 이거 빼박이네. 이 이전에 용사 파티가 여주가 있는 엘로 대미궁에 진입했으니 필연적으로 이들은 싸우겠구나 하는 복선을 투하하면서 도화지에 미래라는 그림을 완성 시켜버리는군요. 그렇담 여주는 인간들과 교류는 완전 불가능은 아니어도 많이 힘들지 않을까? 이세계는 마왕이 있고, 마족이 있고, 인간들과 싸움박질 중인지라 여주가 마왕으로 진화하면 결론적으로 인간들과 적대할 수밖에 없게 되겠죠. 여주는 인간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만, 진화를 거쳐가며 인간의 마음은 유지해도 그 외의 것들은 인간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로 구성되어 있어서 힘들겠죠. 거기다 교회에서 보였다 하면 때려죽이려 하는 '금기'라는 스킬도 입수했으니 종교가 우세한 이세계에서 여주가 있을 곳은 결국 마계뿐이라는 결론이 내려지게 됩니다.



리뷰 끝?은 아니고, 결국 여주는 마왕이라는 스킬을 입수하고 이후 공간 마법을 손에 넣게 되죠. 이쯤 되면 대놓고 얘 마왕 된다고 광고한다고 할까요. 그리고 주목할 것은 공간 마법, 순간 이동도 가능하다고 했으니, 나중에 시공 마법도 손에 넣을 거 같고, 그렇게 되면 1권에서 용사와 마왕이 싸우고 어쩌고는 사실 여주와 당대 용사가 싸우다 아이들을 말려들게 한 거 아닐까 하는 추측을 들게 하더군요. 물론 사고가 났을 때의 시기가 과거냐, 미래냐의 문제는 있습니다만. 이렇게 추리해 봤는데, 일단 16권까지 보신 분들은 스포일러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점점 더 어둠 계열로 진화를 해가고 결국 까만 흑갸루가 되어 버리는군요. 2권 중반만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먼치킨이 되어 버렸습니다. 다만 거미 특성상 불에 약하다는 건 여전하지만요. 매지컬 마법 소녀를 꿈꾸던데, 소원도 이뤄지고요. 분할 사고인지 자아 분열인지 내 안에 너 있다 식으로 자아도 몇 개 습득하고 지루할 틈 없이 노가다를 해댑니다.



한편 다른 아이들도 나름대로 성장 중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같이 말려온 선생님도 엘프녀가 되었다는 것이고. 이세계 본질에 대해서 많이 다가가 있는 거 같더군요. 여주에 대해서도 아는 거 같고. 여주도 진화하면서 관리자 어쩌구 같은 본질이 다가가 있는 상태입니다만, 대충 느낌으로는 신(神)의 존재 등등 이세계물 클리셰 같으니까 이건 넘어갈까 합니다(사실 머리 아픔). 이세계로 오면서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기중심적인 애도 있고, 종교에 미친 애도 있고, 용사처럼 사람들을 돌보는, 얘가 남자 주인공이겠구나 하는 캐릭터도 있습니다만. 이런 이야기들은 이세계 전생물 왕도라 할 수 있겠죠. 그래도 눈여겨볼 것은 생명의 무거움을 어린 나이에 알아 버렸다는 철학적인 장면들이군요. 아무리 위험한 상황이었어도 생명을 해친다는 것에서 오는 반발과 공포와 두려움을 남자 주인공(가칭)을 통해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1권에서 여주도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었다곤 해도 어쩔 수 없었다는 걸로 퉁쳤던 장면과 오버랩 된다는 것인데, 어쩌면 이미 1권 시작부터 여주의 미래는 마왕이라고 정해져 있지 않았나 싶더군요.



맺으며: 여주와 반 아이들 사이에 시간 개념을 달리해놓은 서술 트릭은 추리하며 집중력을 높여주는 효과는 있으나 정해진 미래라는 점에서 약간은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다만 이렇게 정해진 미래라고 여겨지게 만들어 놓고, 사실은 아니었다는 반전도 있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나아가 여주로 보이는 마왕과 용사를 교차 투입해서 보여준다든지, 만나게 하지만 마왕이 진짜 여주이고, 당대 용사인지, 아님 평행세계인지 등 여러 가지를 추리하게 하여 서술 트릭에 목매지 말라는 메시지도 있는 거 같기도 하고요. 이게 아닌 단순히 관리자의 복선은 여주를 어둠 계열로 성장시키고, 반 아이들을 빛의 계열로 성장시켜 서로 대립 시키려는 정도의 길을 가는 것일 수도 있겠죠. 아닌 게 아니라 외전에서 그런 흐름을 보이지만 자세한 건 스포일러라 패스. 이제 슬슬 본말전도가 되어 가는 스킬과 능력 설명은 좀 줄었으면 좋겠습니다. 중층에서 벗어나려는 장면은 조금뿐이고 거의 다 능력 설명과 고찰이니 조금은 질리더라고요. 차라리 반 아이들이 나오는 외전이 더 흥미진진하다고 할까요. 그야 전생하면서 성별이 바뀌었다든지, 여주와 마찬가지로 마물로 태어나 펫이 된 경우라든지... 필자, 단순한 게 맞나 보네요. 아, 참. 여주가 강해지는 이유를 넣어 놓긴 했더군요. 마물은 원래 성장이 빠른데, 인간의 지혜가 더해지면 먼치킨은 정해져 있는 거라고... 다른 먼치킨물도 이런 식으로 합리화해두는 건 어떨까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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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톨이의 이세계 공략 2 - life. 2 최강 미궁황도 외톨이였다, Novel Engine
고지 쇼지 지음, 부타 그림, 도영명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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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세계 전이물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 한 개 학급 학생 40여 명이 이세계로 전이하였죠. 치트를 부여받아 먼치킨을 찍어가는 흔해빠진 양산형이지만 치트는 선착순이라는 차별점을 두고 있는 게 특징입니다. 하지만 특징은 거기까지고, 일명 인싸들이 좋은 능력 다 받아 가고 주인공은 찌끄레기만 받아 간다는 클리셰를 채용하고 있죠. 그리고 법률이라는 통제가 없으면 인간의 본성이 나온다는 왕도물이기도 한데요. 1권에서는 그에 맞게 능력 강탈이라든지 매료라든지 타인을 지배하고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 학생들이 출몰했고 그들이 지배하는 콜로니(공동체)를 건설하는 등 세계가 멸망하면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까 같은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어 그나마 신선하긴 했습니다만. 주인공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스킬을 받아 쩌리가 되어 버렸습니다. 지구에 있을 때부터 쩌리였던 그는 곧바로 아이들과 헤어져 혼자 아싸 생활을 즐기던 중 여학생들을 괴롭히던 인싸들의 뚝배기를 따버리고, 의자왕이 되어 버렸습니다. ????

이번 2권에서는 여학생들에게, 살던 동굴을 빼앗기고 홈리스로 살아가던 주인공이 그녀들의 조언에 따라 마을로 내려왔다가... 그녀들에게 잔소리 듣는 게 지겨워 던전에 있다는 페로몬 반지를 찾아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쩌리이자 무능력인 주인공이 인싸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근데 이미 1권 후반부터 무능력 먼치킨이 되었고, 인싸들 뚝배기 따면서 여학생들에게 절대적인 우상으로 숭상 받고는 있지만 주인공만 모르고 있습니다. 자, 이쯤 쓰면 이성의 호감에 둔감한 풋풋한 청춘 러브 동정 놈이라고 생각하실 거 같은데요. 엄밀히 따지면 그렇긴 한데, 문제는 주인공이 경계성 지능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령 히로인들은 주인공이 걱정되어 위험한 일하지 말라고 잔소리를 하면, 주인공 왈: 난 잘못 없는데 꾸중을 듣네? 혹시 선물을 안 줘서 그러나? 이성의 호감을 남(히로인들) 탓하며 여관 주방을 빌려 케이크를 치덕치덕 만들어 주는 게 주인공입니다. 히로인들이 바라는 건 이게 아니죠.

던전에 들어가려면 무기가 필요하고, 오타쿠들을 협박해서 구입할 무기 리스트를 만들어라고 했더니, 리스트에 '동료', '상식'이 적혀 있습니다. 그걸 그대로 점주에게 내밀어 사겠다고 하니, 점주 왈: '동료를 사지 않으면 없는 거니? 상식도 우리 가게엔 없는데, 너는 없니? 없는 거 같네'. 아, 진짜 웃겨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주인공은 상식이 없는 게 맞아요. 카스트 최하위 오타쿠들도 주인공에 의해 머리가 불에 타는데도 그렇게 적어냈으니 오죽했을까 하는 느낌이죠. 고블린 슬레이어에서는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는 고블린 엠퍼러 같은 것도 동네 마실 다니듯 잡고, 바람 씌러 마을 밖에 나갔다 오크 떼를 혼자서 다 때려잡고, 마을에서는 마물떼가 쳐들어온다는 첩보에 따라 만반의 대비를 했더니 주인공이 다 잡았네? 그래서 여학생들이 위험하게 왜 혼자서 잡아라며 잔소리했더니 호감도가 낮아서 꾸중하는 거라며 남 탓을 오지게 해대죠. 기본적으로 협동심도 없어요. 히로인들도 주인공이 그렇게 걱정이면 같이 붙어 다니던가.

맺으며: 주인공은 타인과의 소통하는 방법을 모릅니다. 그래서 상대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죠. 의심을 하고, 그렇게 믿어 버립니다. 독백은 남 탓 80%고요. 히로인들은 히로인대로 감정이입이 정말 대단합니다. 주인공에게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이 세계는 우리들이 흘린 눈물로 잠길 거라는 표현까지 있을 정도죠. 이는 인싸들에게 겁탈 당할 뻔하고 죽임을 당할 뻔한 걸 주인공이 구해줬으니 그에 따른 호감도 표현이라 어느 정도 개연성은 있습니다만. 도가 너무 지나친 경향을 보이죠. 그리고 주인공의 능력이 어떻게 되는지를 가늠하기보단 자기들보다 약하다는 편견(주인공은 이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먼치킨)에 사로잡혀 극도로 보호하려 들고, 간도 쓸개도 다 빼주는 걸 넘어 기둥서방을 위해 몸을 파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한쪽으로 몰빵된 분위기를 보여줍니다(물론 필자 주관적 느낌). 마음이 부풀어 갈수록 잔소리가 늘어나며 그럴 때마다 주인공은 호감도가 없어서 그런가 해서 페로몬 반지 원정대를 꾸리죠. 주인공은 대단히 4차원적인 성격으로 타인의 감정을 곡해하고, 안 좋은 쪽으로 해석해댑니다. 한마디로 피해 망상증에 사로잡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을 향한 히로인들의 호감은 Max인데 반해 주인공의 히로인들에 대한 호감도는 언제나 마이너스로 인식 중이고 그럴수록 호감도를 올려야겠다며 기행(2권에서는 페로몬 반지 원정대)을 펼쳐 갑니다. 문제는 단순한 착각에 따른 러브 코미디라면 훈훈하기나 할 텐데, 주인공은 자기가 느끼는 착각이나 오해(히로인들이 주인공에게 호감이 없다는 것들)를 진심으로 믿고 있으며, 자기 탓으로 생긴 오해를 풀기보단 자기는 잘못이 없고, 상대가 잘못(잘못 없는데 왜 꾸중하느냐는 식)이라는 식으로 상황을 인식하고 있어서 솔직히 보고 있으면 러브 코미디같이 달달한 게 아니라 이런 발암도 없는 거라는 느낌을 들게 하죠. 이걸 두고 경계성 지능 장애라고 하죠? 감정선은 시종일관 히로인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흘러갑니다. 물론 이런 설정 자체가 작가가 의도한 러브 코미디의 한 장르라고 치부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솔직히 너무나 유치해서 결국 반도 못 읽고 도서를 집어던지게 되었군요. 필자 라이트 노벨 리뷰 역사 10년 동안 이렇게 집어던진 건 이 작품이 유일합니다. 후반에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어서 읽을 용기가 나지 않는군요. 인간의 본성을 까발리는 아포칼립스가 어떻게 하면 이렇게 변질이 될 수 있을까 상당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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