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콘! 1 - Lezhin Novel
분가 히데노리 지음, 사쿠라기 케이 그림, 이은혜 옮김 / 레진노벨(레진엔터테인먼트)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죽음의 신(神) 메멘토모리를 모시는 무녀 마리아벨의 소원은 남편 찾기입니다. 이 작품을 구입하고 제일 처음 난감한 게 앞,뒤 표지에 온통 할짝할짝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상스럽고 경박한 이야기로 도배되어 있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앞서게 됩니다. 실지로 마리아벨의 머릿속에는 온통 미래의 남편을 맞이하여 밤의 전투니 할짝할짝으로 가득 차 있으며, 그녀가 모시는 신인 메멘토모리는 저승에서 이런 그녀를 바라보며 머리가 지끈 지끈 두통이 끊이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왜 이런 지경에 빠지게 되었는지 알게 되면 일말의 동정이 생기게 됩니다. 죽음의 신은 글자 그대로 죽음을 관장하는 신으로써 죽음이라는 불길함을 다루는 신을 사람들은 좋게 볼 리가 없었던 것, 그래서 그 신을 모시는 무녀 또한 사람들은 경외를 보내며 멀리하는 통에 인연을 만들 수가 없었고, 대대로 죽음의 신을 모시며 살아온 집안에서 커온 마리아벨은 집안 여자들이 이런 시련(?) 속에서 속절없이 인연을 만들지 못하고 솔로로 생을 마감하는 걸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마리아벨은 필사적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100년마다 열리는 신화제가 다가왔습니다. 8명의 신을 모시는 무녀는 용사를 맞이하여 세계를 돌며 곤란한 사람들을 돕고 신화를 쌓아 신앙을 얻어 주신에게 바치는 행사가 코앞에 다가온 어느 날, 마리아벨은 이 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운명의 단짝을 맞이해 어떻게든 남편으로 만들어 처참한 인생을 벗어나겠노라를 주창하였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녀의 망상은 변질되어 할짝할짝으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맞이한 용사를 대동하고 여행길을 떠날려던 그날, 어릴 적 어떤 일을 계기고 소원해졌던 생명을 관장하는 신의 무녀 아우스티나와 그녀의 용사 나슈탈을 만나 잠시 에피소드가 일어나고 마침내 마을을 떠나려던 이들을 가로막는 사교도, 죽음의 신을 인정하지 않는 사교도의 습격을 받으며 시작부터 난장판이 되어 버립니다.

 

뭐랄까 이 작품을 다 읽고 기억에 각인되는 건 할짝할짝과 활화산입니다. 사교도와 싸우면서도 용사를 향한 온갖 망상에 사로잡혀 꽃밭을 만드는 마리아벨은 웃음을 자아내는 한편 너무 할짝거려서 도가 지나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 할 일은 빠릿하게 해주고 있어서 미워할 수만은 없는 게 흥미롭고, 주신 메멘토모리는 저승에서 그녀가 보내는 일방적인 사념(기도)을 소화하느라 죽을 지경에 이르는 피해를 보면서도 자신을 향한 신앙은 진짜여서 더욱 머리를 쥐고 데굴데굴 구르는 게 웃음을 자아냅니다.

 

그런데 활화산이 뭐냐면, 대칭이랄까요. 상스럽지만 언급해보자면 빈유(마이라벨)가 소꿉친구인 거유(아우시티나)를 바라보며 속으로 내뱉는 악담 같은 겁니다. 거의 저주에 가까운 말을 내뱉으면서도 미래의 남편이 거기에 홀딱 빠지는 게 아닐까 노심초사하는 게 이게 또 귀엽습니다. 여담으로 자신의 주신 메멘토모리도 같은 빈유라는 거에 안심하면 속으로 대놓고 빈유라고 언급하는 바람에 주신의 이마에 빠직 핏대 세우기도 하는 게 또 웃음을 선사합니다.

 

그러고 보면 이 작품은 경쟁이나 질투, 시기가 없습니다. 8명의 신중에 최상위에 서 있으며 용사를 제일 먼저 고를 수 있는 특권(1)등 모든 면에서 우수한 아우시티나를 바라보며 마리아벨은 활화산에만 신경 쓸 뿐 시기도 질투도 하지 않는, 오히려 동료로서 사교도와 싸우며 호흡을 척척 맞추는 등 배려를 잊지 않습니다. 아우시티나도 그런 그녀에게 우월감에 젖어 오만방자한 성격이 아닌 소꿉친구로서 어릴 적 어떤 일로 인해 마리아벨에게 상처를 준 것을 매우 마음 아파하는 등 훈훈한 모습을 자아냅니다.

 

사실 필자는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는 게 아닌가 했습니다. 그야 8명의 신을 보좌하는 무녀들는 자신들의 신을 추앙하게 하여 신앙을 모아야 되는 입장이니 다른 무녀는 라이벌이나 다름없거든요. 그런데 아직 1권이라서 그런지 무녀는 마리아벨과 아우시티나 밖에 나오지 않는군요. 그래도 이들의 관계를 보면 앞으로 만나게될 다른 무녀와도 관계는 원만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인간관계에서는 양호, 사교도를 무찌르는 권선징악도 양호하지만 내용이 지리멸렬합니다. 마리아벨의 꽃밭 향연은 자칫 미저리를 떠오르게 하고 그런 그녀의 4차원적인 망상으로 인해 사교도와의 싸움은 심각성을 지워 버렸습니다. 그리고 아우시티나와의 만남과 어릴 적 소원하게 했던 사건을 풀고, 두 무녀가 선택한 용사들의 힘겨루기 등 일상생활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다 보니 지루하기 짝이 없습니다.

 

마리아벨이 고른 용사(자칭 미래의 남편) 아벨카인의 과거의 복선을 넣어서 약간의 흥미로운 점을 부각 시킨 건 좋았으나 이 또한 사교도의 등장으로 대충 감이 잡히는 등 스토리가 많이 허술한 측면도 보이는군요. 하지만 초반에 보여줬던 거침없는 표현, 가령 xxx 나발이고 같은 거나 xxx 개박살 같은 흠칫거리는 단어를 과감하게 기용한 건 큰 점수를 주고 싶군요. 하지만 뒤로 갈수록 언어순화 당하는 게 안타까운...

 

일러스트는 괜찮습니다. 등장인물들의 표정까지는 살아있지 않지만 읽으면서 이런 느낌이겠다 싶은 인물상을 최대한 가깝게 표현 해놨다랄까요. 특히 죽음의 신 메멘토모리는 로리의 신으로서 이쪽 계통을 좋아하는 속칭 오타쿠들에게 먹힐만했습니다. 하지만 일러스트는 그리 많이 실려 있지는 않습니다.

 

개그 포인트가 솔찮게 들어가 있지만 작위적인 내용이 좀 강했군요. 어느 정도 기승전결을 노리고 있기도 하고 권선징악 같은 소년 영웅물에 나올법한 전개와 속칭 암 걸릴만한 내용은 없어서 읽는 데는 무난하였지만 그로 인해 내용이 다소 처지고 무미건조한 구간이 많아서 편치는 않았습니다. 

 


 

  1. 1, 죽음의 신은 제일 꼴찌로 위 7명이 고르고 남은 떨거지 용사 지망생을 받아 골라야 되는 비참함이 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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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 1 - L Novel
타오 노리타케 지음, ReDrop 그림, 이진주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작품은 리뷰 쓰기가 좀 곤란한 작품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쪽 계통에서 '중고'라는 은어는 비처녀를 의미하기 때문이죠. 요즘 세상에 비처녀가 무슨 문제 일까 할 수도 있지만 그게 그렇지 않는 게 오타쿠 문화 전반을 이루는 연애물(게임 포함)에서 비처녀는 주로 애 딸린 엄마등 주로 히로인이 가진 파급력이 미치지 못하는 엑스트라 한정이고 순수하고 깨끗해야될 진히로인(1)이 비처녀일 경우, 플레이어(독자)의 감정에 반한다 하여 거센 비난이 폭주하게 되고 심각할 때는 매출에도 영향을 끼쳐서 좀처럼 비처녀 히로인은 기용하지 않는게 철칙입니다. 단적으로 몇 년 전 모 애니메이션에서 비처녀 히로인 때문에 제작사는 항의하는 시청자 때문에 몸살을 앓아야 했고, 넷상은 전쟁터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어쩐 일인지 아x나가 이런 대접을 받고 있기도 하죠.

 

'아라미야 세이이치'는 연애 시뮬 게임에 등장하는 2차원 여자애들에게만 관심을 가질 뿐 3차원 여자는 거들떠도 안 보며 성인용 게임을 구입하기 위해 알바까지 하는 진성 오타쿠입니다. 여동생은 그런 그를 동정이라 놀리며 쓰레기 보듯이 하지만 학교에는 진성 오타쿠라 소문이 나지 않아 그럭저럭 학교생활은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여담으로 여동생하곤 한 살 터울이고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흔히 오빠와 여동생의 촌수를 초월한 츤데레 사랑 어쩌고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아라미야'는 어느 비 오는 밤 야겜을 구입하고 돌아오던 길에서 불량배들에게 겁탈당할뻔한 여자애를 구해주게 되고, 다음날 학교에서 그 여자 애가 전교에서도 알아주는 불량소녀에 원조교제까지 하는 인생 막장 테크 타고 있는 같은 반 여학생 '아야메'라는걸 알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날 어디서 아라미야의 취향을 듣고 왔는지 노란색 머리를 검은색 트윈테일로, 불량스러운 복장을 버리고 학생 버전의 교복을 입고 온 아야메에게서 고백을 받으면서 2차원 생활은 종지부를 찍습니다.

 

주인공 아라미야는 뼛속 깊이 처녀론자인데요. 사실 이게 좀 거북합니다. 좀이 아니라 상당히요. 초반 이것만 보고 책을 덮는 분들도 다수 있지 싶군요. 그의 성격은 야겜 여주가 비처녀라는 이유만으로 1만엔 가까이라는 게임을 쓰레기통에 버릴 만큼 그가 신봉하는 처녀론은 매우 다크 합니다. 사실 요기까지 보면 역시 진성 돼지 오타쿠, 나가 죽어! 밥맛, 이런 말이 나올 법도 합니다. 필자도 첫 번째 페이지부터 괴성을 지르며 컴퓨터를 부수는 주인공의 행동에 역시 이 작품을 잘 못 구입했나 했었거든요.

 

여튼 그녀의 고백이 있은 후, 처녀 2차원 여 캐릭터만 신봉하는 아라미야는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원조교제를 하는 등 비처녀인 아야메를 일고의 가치도 없이 내치게 되고, 그녀는 이에 기죽지 않고 끊임없이 도시락을 해주는 등 어필을 해나갑니다. 그리고 아라미야의 이상에 맞는 이성이 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겠다며 야겜을 구입해 연구를 시작하며 본질을 깨닫지 못하는 그녀와 황당한 아라미야는 그녀의 노력에 거짓이 없고 한편으로는 야겜 동지가 늘어났다는 것에 거부감을 보이지 않게 되어 갑니다.

 

그리고 이 둘의 관계가 크게 진전도 나빠지지도 않는 어느 날 같은 반의 '하츠시마 유우카'가 느닷없이 끼어드는데요. 성우 일을 하며 카스트 제도에서 상위권에 속한 그녀는 아야메보다 더 당황스럽게 아라미야에게 고백을 하며 대시를 시작하면서 이거 또 별 볼일 없는 주인공에게 달라붙어서 하렘으로 가는 구도인가 했습니다. 실지로 상당한 분량 동안 유우카는 아라미야와 아야메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둘을 갈라 놓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이렇게 끼여든 유우카에게 반감을 가질 독자가 상당히 많으리라 봅니다. 접점이라곤 하나도 없는 주인공에게 부비부비를 시도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짜증지수가 올라가기도 할 겁니다.

 

불량스럽지만 차분하고 말이 별로 없는 아야메와 반 분위기를 휘어잡고 나를 거스르면 학교 인생 쫑 날 수 있다는 유우카의 행동에서 누가 날라리이고 누가 모범생인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아야메와 유우카의 2파전이 시작되고 아라미야는 아야메에게 따라다니는 불량소녀에 원조교제라는 딱지가 어울리지 않는 조신하고 정의로운 성격이라는 본 모습을 보아 가게 되면서 그녀가 왜 뒷골목 타이틀을 달고 다니는 것인지 의문을 품어 갑니다. 여담으로 의문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아야메의 처녀니 비처녀니 하며 보는 이들을 들었다 놨다하는 진행이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그리고 아야메가 초등학교부터 알고 지내온 '손고 나오스미'라는 남학생이 개입되면서 그녀, 아야메가 그동안 받아온 부당한 대우를 받게한 원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되고, 아라미야는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아야메를 본의 아니게 도와주면서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싶었던 그는 태풍속으로 몸을 날리게 됩니다.

 

아라미야는 '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 최강'에서 나오는 '시라사키 카오리'와 비슷합니다. 카오리는 주인공 '나구모 하지메'가 사실 타인을 도와주는 착한 애라는 본모습을 보고 그를 좋아하듯이, 아라미야는 아야메의 본모습을 보아가며 사실 그녀는 부당한 처우를 받을 만큼 나쁜 녀석이 아니라는 걸 알아 갑니다. 불량소녀라 여겨지며 누구와도 친하게 지낼 수 없었던 지난 나날, 이것은 불우한 가정사가 가져온 그녀의 비극이었습니다. 부모의 관심이 필요했던 사춘기 소녀는 불량스러움으로 지금의 기분을 표출하였고 그것이 고착화되어 발목을 잡아 버렸습니다.

 

그래서 아야메를 도와가는 아라미야를 보고 있으면 지금은 돌아가신 '카츠노 아키나리' 작가가 집필한 MM이라는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 '사도 타로'가 '유우노 아라시코'를 구하기 위해 힘도 없으면서 권투 하는 상대를 찾아가 결투하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2차원 밖에 관심이 없었던 그가 3차원 여자 아야메를 만나 그녀가 가진 2차원의 여자애들과 같은 순수함을 엿보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녀를 위해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 장면은 애처롭습니다.

 

'아야메가 내 이상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유치한 문구입니다. 자신의 신념 속에 가둬둘 거 같은 저 발언은 과연 오타쿠 답 네...라는 비아냥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아라미야는 아야메가 부당한 대우를 받게 한 출처를 찾아가며 진실을 접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아야메는 중학교 시절부터 집요한 집착을 보여온 '손고(아야메 소꼽친구)'를 위시한 불량배들에게 몹쓸 짓을 당할뻔합니다. 그런 그녀를 구해주며 아라미야는 그동안 그녀의 본모습에서 보아온 자신의 이상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습니다. 그리고 유우카가 왜 자신들 사이에 껴들었는지도 밝혀 집니다. 유우카 때문에 아야메는 겁탈당할뻔 하였지만 어리석고 안타까운 그녀의 가족사정이 들어나면서 벌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주인공이 왜 처녀 2차원 여자만 찾는지 이유가 나옵니다. 그 이유가 들어나면서 초반에 그가 보여준 진성 돼지 오타쿠 같은 행동은 사실 기만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물론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가 왜 2차원 여자애만 찾고 그가 왜 처녀만 찾게 되는지 알아가면서  그럴 수밖에 없겠다. 하는 동정을 하게 됩니다. 이점은 내청코의 하치만과 비슷한 구도입니다. 사실 필자는 이 작품을 보면서 내청코의 분위기를 느껴서 책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사회 비판적인 시각은 안 나오지만 분위기는 빼다 박았습니다. 특히 아야메의 경우 독설 날리지 않는 유키노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2)

 

이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기승전결 입니다. 깔끔하게 사태를 매듭짓고 인간 관계를 정립 시키는 것이 매우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추리물과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원인이 있고 해결 과정이 있고 답이 있습니다. 아야메를 중심으로 그녀에게 쏟아지는 부당한 현실을 파헤치며 악의적이고 노골적인 집념이 그녀를 아무도 없는 사지로 몰아넣었지만 진실은 언제나 하나라는 모 작품의 캐치프레이즈처럼 진실을 알아가는 구도는 매우 흥미진진합니다. 결국은 소문은 소문일 뿐이고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진부하지만 재미로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는 생과 사를 넘나든다고 하죠.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접점이 없던 인간이 모여 상대방이 가진 순수한 마음을 꿰뚤어보고, 누구도 이해해주지 않는 취미를 이해해주며 곁에 머무는 클리셰를 동반하고 있습니다. 보잘것없는 주인공이라도 그가 보인 작은 선의로 시작된, 몇 년간 사람의 온기를 별로 느끼지 못 했던 아야메에게 그날 밤 겁탈당할뻔하였던 자신을 구해준 아라미야가 진심으로 고마웠습니다. 그의 이상이 되어 여친이 되겠다는 꿈을 꾸게 할 정도로... 그래서 필자는 아주 드물게 이 작품을 추천 합니다.

 

 

1.1, 이건 필자가 그렇다는게 아니고 이쪽 계통에 은근히 그런 흐름이 있다는 것 입니다.

2.2, 냉정한척 하지만 고양이를 좋아한다던지 하는 약간 나사가 빠진 듯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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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언의 나이트메어 1 - V Novel
다히미아기 지음, Bea.C 그림 / 길찾기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아포칼립스가 도래한 세계, 미지의 생명체 '나이트메어'에 쫓겨 70억 인구가 모조리 사라진 지구의 대한민국 어느 도시 지하에 위치한 실험실에서 5명의 남, 여 학생이 수면캡슐에서 눈을 뜹니다. 수면 캡슐에 들어가기 전의 기억이 애매모호한 이들은 지상으로 나가기 위해 여러 가지 정보를 모아가면서 20년 전 자신들은 인류를 궤멸로 몰아넣은 '나이트메어'를 구축하고 지상에 새로운 생명체를 도래 시키기 위해 선택되었다는 걸 알아 갑니다.

 

하지만 20년 전 원래 30명이 캡슐에 들어갔으나 기기 오류로 중간에 25명은 사망하였고, 자신들만 살아남았다는 천운에 감사할 겨를도 없이 '살아남은 인간'들이 나이트메어 대항마로 키운 '베나토르 퓨라'라는 소녀의 거센 공격을 받으며 한편으로는 살아 있는 인간이 있었다는 안도감, 한편으로는 박쥐와 같은 신세가 되어버린 자신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위에 언급했듯이 이 작품은 아포칼립스를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작품을 꼽으라면 블랙 불릿을 들 수가 있는데요. 가스트레아가 그랬듯이 나이트메어 또한 문답 무용으로 인류를 습격하여 궤멸로 몰아넣었습니다. 하지만 블랙 불릿은 간신이 모놀리스를 세워 최후의 보류를 만든 반면에 이 작품은 사실상 지구 상에 인류는 남아 있지 않습니다. 살아남은 인간은 우주로 올라가 몇 안되는 인구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고 아이들을 가혹하게 훈련시켜 지구로 보내 나이트메어를 구축 중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암담하기 그지없습니다. 베나토르 퓨라도 이렇게 지구로 왔습니다. 오로지 나이트메어를 구축하기 위해 강하하여 지구로 왔다가 5명의 학생과 조우하였던 것입니다.

 

그렇담 5명의 학생의 신분은 무엇인가, 20년 전 모두가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던 학생으로 슬리핑나이트라는 단체에 납치되어 20년 전부터 준비한 인간병기에 준합니다. 무엇의 기준으로 이들이 선택되었는지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잠들기전 기억이 애매모호하다는 단서를 남긴 채, 이들의 정체는 위 블랙 불릿에서 이니시에이터와 비슷한 위치라면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1) 그래서 '퓨라'는 나이트메어의 인자를 인식(2) 하고 이들을 습격한 것인데 여기엔 다소 흑막과 플래그가 있습니다.

 

언제까지고 지하에 틀어박혀 있을 순 없었던 5명의 학생들은 지상으로 나가 보다 안전한 장소의 거처를 찾아 서울로 입성합니다. 이 과정에서 나이트메어와 전투를 치르며 몇 명이 각성하여 힘을 얻게 되고, 그 힘으로 인해 좌절을 겪는 등 전형적인 아포칼립스적인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그리고 한창때인 청춘들의 풋풋한 이야기와 갈등과 협동을 보여줍니다.

 

제각각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암울한 도시 배경을 잘 표현하였군요. 입이 험하고 남을 배려해주지 않지만 옳은 말을 하는 '석도'는 자칭 아웃사이더 기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타인을 배려하고 다독여주는 마음씨 착한 성격의 '태범'은 규율과 상식을 벗어나는 사람을 경멸하는 타입으로 석도와는 성격이 맞지 않습니다. 옳고 그름을 놓고 언쟁을 벌이는 곳에 겁도 없이 끼어들어 중제를 자처하는 '가연'은 게임으로 치면 모든 스테이터스가 평균치입니다. 활발한 성격으로 지뢰를 밟아도 '뭘 그렇게 심각한 얼굴을 하고 그래?'라며 천진난만하게 웃어서 주변 사람들을 기겁하게 만드는 '미하'는 사실 마음이 여립니다. 울보에다 타인의 발목이나 잡아대며 온갖 발암물질을 퍼트리는 나호는 알고 보니 게임으로 치면 스테이터스가 공격에만 몰빵한 캐릭터입니다.

 

이런 제각각의 캐릭터가 모여 마음이 안 맞으면서도 협동을 하여 위기를 넘기고 동료가 되어 갑니다. 이런 이들을 치러 왔던 퓨라는 이들의 뒤를 밟으며 보호자 역할이 되어 버렸고, 5명만이 살아남았다고 여겨졌던 슬리핑나이트 실험실 지하에서 최악의 여신이 깨어나면서 사태는 이들의 생각과 여건에 상관없이 태풍이 되어 시시각각 이들의 목을 옥죄어 오기 시작합니다.

 

이 작품은 국산 라이트 노벨입니다. 필자가 처음으로 접한 국산 라노벨은 일본 작품에 비해 얼마나 틀리고 재미가 있을지 사뭇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전체적인 분위기는 일본 작품에 비해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당연한 거겠죠. 표현에 있어서는 중상급 정도였습니다.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도시 설정과 배경 설명, 나이트메어와 전투신 설명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나이트메어가 탄생하는 개연성은 다소 불안정하였군요. 이런 아포칼립스의 탄생 비화가 다 그렇듯 이 작품도 어디서 어떻게 바이러스가 왔는지 명확하게 밝히고 있진 않습니다. 다만 그 바이러스로 인해 인류가 어떻게 나이트메어로 바뀌어가는지 하는 설명을 빼놓지 않아 이건 높은 점수를 주고 싶군요. 그리고 소소한 개그도 있어서 자칫 심각하고 무미건조해질 수 있는 이야기의 단비를 내려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아포칼립스 분위기와 학생들의 알콩달콩한 이야기는 괜찮으나 의미 없는 부분(예로 신체 접촉이나 목욕신)은 굳이 넣지 않아도 되었지 않았나 합니다. 그리고 중반 이후 학생들의 미래, 가령 이대로 지구에 눌러 살면서 후대를 생각하여 아이를 가져야 되지 않나 하는 주제로 좀 끄는 듯한 이야기는 다소 지루하게 다가옵니다.

 

본 리뷰는 네이버 라노벨 카페 NTN과 출판사 V노벨이 주관한 리뷰 이벤트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책을 제공해주신 라노벨 카페 NTN과 V노벨에 감사를 드립니다.



 

  1. 1, 블랙 불릿을 안보신분들의 이해를 돕자면, 이니시에이터는 가스트레아의 인자를 가진 아이들을 지칭 합니다.
    가스트레아 인자의 수치가 일정 수준 돌파하게 되면 가스트레아화 하여 인간을 습격 합니다.
  2. 2, 블랙 불릿에서 이니시에이터는 언제 가스트레아로 변할지 모르는 인간들(소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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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 2 - 마유즈미는 결코 신에게 기도하지 않는다, NT Novel
아야사토 케이시 지음, 이은주 옮김, kona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초콜릿 귀신 '마유즈미'와 뱃속에 도깨비를 품고 있는 '오다기리'가 그리는 미스터리 탐정물 제2탄입니다. 마유즈미 가(家) 초대 당주에 버금가는 힘을 보유하여 일족으로부터 살아있는 신(神)으로 추앙받으면서도 신을 믿지 않으며 추앙받는 것도 싫어하는 14살 소녀는 남을 깔보고 도움을 외면하고 가십거리를 즐기지만 미스터리 사건 같은 흥미가 돋는 것에는 친히 앞장서서 달려들어 발을 담그는 통에 조수 오다기리는 매번 죽을 만큼 고생을 합니다.


마유즈미와 다르게 완전판 일반인인 오다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뛰기 싫어하는 마유즈미를 안고 대신 뛰어주는 것, 만난 천날 초콜릿만 먹어대는 그녀의 영양분을 걱정하여 가끔 밥상을 차려주는 것, 월급도 안주는 마유즈미 때문에 지갑이 털리는 일상을 보내는 그의 뱃속에는 어떤 여자가 만들어낸 사념 덩어리(1)인 도깨비 아기가 들어 있습니다. 이름은 '우카'...


2권 주제는 신(神)의 피입니다. 이번 무대는 마유즈미 가(家)와 앙숙 지간인 미나세 가(家)에서 얼어난 배반자 처단에 휘말린 마유즈미를 그리고 있는데요. 자칭 신이라고 추앙받고 있는 마유즈미의 피를 원하여 그녀를 노리는 배반자에게서 그녀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미나세 가(家)는 일족을 총동원하여 그녀를 보호에 나서지만 되려 당하면서 궤멸로 몰리게 될 만큼 배반자의 힘은 굉장했는데 알고 보니 배반자가 미나세 가(家) 전(前) 당주, 어떻게 현 미나세 가(家) 당주 '시라유키'의 활약으로 배반자를 물러나게 하는 데는 성공합니다. 결국 알고 보니 집안싸움이었습니다. 거기에 마유즈미가 휘말려 버렸군요.


여튼 이 과정에서 미나세 가(家)의 이능력(2)으로도 어떻게 하지 못 했던 배반자를 마유즈미가 간단하게 해결해버리는 등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진리를 보여주면서 허탈하게도 합니다. 참고로 마유즈미가 가진 힘은 심에 버금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능력에 있어선 괴물 축에 속합니다. 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신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본진(몸체)은 일반인과 똑같아서 칼에 찔리거나 하면 죽는 건 매한가지인지라 그녀 자체적으로 만능은 아닙니다. 그래서 고생하는 건 조수 오다기리로 19살에 요통을 불러올 만큼 혹사당하고 있습니다.


지켜준다고 떵떵거리다 패망한 미나세 가(家) 현 당주 '시라유키'가 가세하여 배반자를 찾으러 다니면서 몇 가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오싹한 에피소드가 일어납니다. 오다가리가 베푼 약간의 친절에 기대어 호감을 나타내고 있었던 소녀의 전화에서 시작된 개의 죽음을 조사하면서 소녀의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악의는 전율을 느끼게 합니다. 숙모에게서 받은 개가 밥을 제대로 먹지 않고 자기(개) 발을 물어뜯는 이상 현상을 보고도 소녀는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고, 그렇게 개는 야위어 가다가 굶어 죽게 되었습니다.


미련이 남아 이승을 전전하는 것이 아닌 굶어 죽은 것에 원한이 사무친 개의 원혼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는 소녀, 소녀를 탓하는 마유즈미와 오다기리에게 11살 소녀가 보여준 행동은 어른의 이중성(3) 그것을 뛰어넘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절대로 적으로 돌리면 안 되는 타입을 가지고 있는 소녀의 행동은 소름을 돋게 합니다. 필자는 몇 개의 에피소드 중 이것이 가장 인상에 남았습니다.


이거저거 에피소드를 거치면서 배반자를 찾아가는 이들은 드디어 배반자를 찾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미나세 가(家)가 저지른 과오를 접하게 되고, 마유즈미는 그 중간 과정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미나세 가(家)에서 저지른 일은 천벌받아 마땅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몇 개의 집안이 얽혔을 때의 클리셰인 가문에 인정받지 못해 일어난 사단이었다고 할까요. 하지만 날 놔두고 감히 저 녀석을 인정해? 같은 게 아닌 인연으로 만났지만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운명이 불러온 슬픔이었습니다.


마유즈미 아자카 영능력 사무소, 마유즈미가 왜 사무실을 차렸는지는 잘 모릅니다. 1권을 읽은 지도 오래되었고... 그저 그녀는 따분함을 견디지 못해 사무실을 차려 흥미로운 사건에 뛰어드는 걸 즐기는 건지도 모릅니다. 오빠 아사토에게 반드시 죽임을 당할 운명인 그녀, 죽어가는 오다기리를 주워서 치료해주고 조수로 삼아 맨날 고생시키지만 오다기리가 보상받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도 오다기리는 마유즈미를 안아들고 죽을 만큼 뛰고 배가 찢기는 등 온갖 고생을 다 하였습니다. 마유즈미와 다르게 오다기리는 사람을 구하는데 망설임이 없는 정의감이 높지만 현실은 시궁창... 하지만 사건을 해결해나가면서 미나세 가(家) 현 당주 시라유키의 마음을 훔치는데 성공하여 장밋빛 미래의 가능성을 열었지만 본인은 무감각하여 굴러들어온 복을 차버립니다.


1권보다 시리어스가 다소 줄어들긴 하였지만 여전히 그로테스크를 넘나듭니다. 억지로 당주가 된 것도 모자라 이능력 강화를 위해 혀가 잘려야 했던 미나세 현 당주 시라유키, 인격이 말살되고 호사가의 금붕어가 되어야 했던 자매는 충격을 던져 줍니다. 그걸 슬퍼해주는 오다기리와 그런 오다기리를 이해하지만 도와주지 않는 마유즈미, 그리고 오다기리 뱃속에 있는 우카의 섬뜩함... 이런 스토리와 어우러져 표현되는 배경 설명은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그리고 오다기리는 자신의 뱃속에 있었던 딸 우카를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일본 특유의 가문 이야기는 좀 식상합니다. 가령 애니메이션에서도 간혹 나오는 일본 전통 가옥을 배경으로 하고, 끝이 어딘지 모를 재산과 부동산, 그리고 엄격한 규율, 그리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같은 권력형은 시리어스 한 작품에서 마이너스로 다가옵니다. 그래도 작가의 필력은 꽤 높은 편이어서 몰입도를 높여 줍니다. 사람이 걸어가는 방식과 주변을 빗대어 한 폭의 시와 같은 표현은 좋았다고 할까요.


 

  1. 1, 1권을 읽은지 하도 오래되서 정확히는 모릅니다.
  2. 2, 이 작품은 영능력물이기도 합니다.
  3. 3, 구체적으로 가해자이면서 '난 잘못이 없는데 왜 나한테 그래?' 라며 울며 불며 오히려 피해자 코스프레하여 진짜 피해자를 오히려 가해자로 만드는 종족을 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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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10 한정판 - S Novel
오모리 후지노 지음, 김완 옮김, 야스다 스즈히토 그림 / ㈜소미미디어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던전에서 인간의 말을 하고 지능을 가진 '제노스'들과 만난 벨 일행, 용종 소녀 '비네'를 만나 그들이 지상과 인간을 선망한다는 걸 이해하고 몬스터와의 공존을 모색하지만 인간과 몬스터 간의 불변의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굴하지 않고 비네를 지상으로 데려와 지내며 어쩌면 서로의 이해 속에서 공존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장밋빛 미래를 예상하지만 돌아오는 건 인간들의 악의에 찬 시선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비네를 던전으로 돌려보내야만 했고, 송충이는 솔잎을, 몬스터는 던전에라는 공식 앞에 또다시 좌절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벨 일행이 비네를 던전에 보내고 무료한 나날을 보낼 때, 말하는 몬스터를 잡아다 밀매하는 이켈로스 파밀리아에 의해 제노스들이 습격 당해 괴멸 상황에 몰리고 비네가 잡혀 가버리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어쩌면 서로가 이해하여 공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인간을 선망하여 인간이 되고자 했던 몬스터 '제노스' 들은 그저 지상으로 나가 진짜 하늘이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악의에 찬 시선들뿐...

 

상황은 악화일로를 달리며 잡혀간 동족을 구출하고 싶어 하는 '제노스'들과 이들을 배척하고 잡아가는 인간들 간 이해하지도, 받으려고도 하지 않는 전쟁터 속에 몸을 던진 벨, 그리고 제노스를 지원하러 왔던 검은 미노타우로스에게 괴멸 당해 가는 가넷샤 파밀리아와 벨을 지원하러 왔다가 중상을 입게 된 엘프 '류'가 벌이는 전투는 이제까지 있어왔던 가볍다는 느낌을 단박에 지워버립니다.

 

'공존'

 

판타지물에서 흔히 다뤄지는 주제가 이것입니다. '공존' 판타지에서 인간과 몬스터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언제나 인간은 몬스터를 사냥하여 인간들의 안녕을, 몬스터는 인간을 쓰러트려 자신들의 안녕을 추구합니다. 그것은 공기를 들이쉬고 밥을 먹듯 당연한 자연의 순리라 여겨 누구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인간이 인간이 아니게 될 때, 몬스터가 몬스터가 아니게 될 때 자연의 순리라 여겨 그동안 쌓아왔던 모래성은 한순간에 무너지게 됩니다. 인간이 몬스터가 되고, 몬스터가 인간이 되어 '벨'의 앞에 나타났을 때 소년은 지금까지 꿈꿔오고 밑어 의심치 않았던 정의가 한순간에 박살이 나버렸습니다.

 

중층에서 인간의 말을 하고 지능을 가지고, 마음을 가진, 같은 몬스터에게도, 인간에게도, 공격받는 몬스터 '제노스'들과 조우한 벨 일행, 그중에 용종 소녀 '비네'와의 만남은 지금까지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인간과 몬스터의 관계를 뒤집어 버렸습니다. 인간과 똑같이 희로애락을 느끼고 악의 없이 인간 소녀와 같은 느낌으로 벨에게 다가오는 비네를 오라리오 파밀리아 홈에 대려 가는 등 관계를 이어가지만 역시나 인간은 인간이고 몬스터는 몬스터일 뿐, 몬스터가 인간이 될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껴버린 벨 일행은 다시 비네를 던전으로 돌려보내야만 했습니다.

 

인간의 말을 하고 인간의 지능을 가지고 인간의 마음과 똑같은 것을 가진 '제노스'들의 비원은 언젠가 인간과 공존하여 지상으로의 진출이었습니다. 오라리오가 생기기 이전부터의 기억을 전생으로 물려받은 이들은 인간들을 선망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이것이 자기들의 발등을 찍어버릴 줄은 꿈에도 모른 채, 그저 인간에게 다가가고 싶어 했습니다.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

 

알콩달콩한 분위기는 찾을 수 없습니다. 9권 중반부터 그러더니 이번 10권은 처음부터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를 풍깁니다. 제노스를 습격한 이켈로스 파밀리아가 자행하는 악의와 그에 맞서는 제노스들의 처절한 분투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지경입니다. 그저 인간들에게 이해받고 싶었던 제노스,  분위기는 하루 종일 잿빛 하늘처럼 우중충하게 흘러갑니다. 그리고 무언가가 부서졌을 때, 살기 위해 동족을 위해 종을 초월하여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인간에게서 비네를 구하고자 악의에 맞서 처절한 싸움을 선택한 살아남은 제노스들의 전투는 결코 해피엔딩을 바랄 수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인간들을 배려하는 제노스들... 인간으로서 벨은 제노스편에 서서 인간이면서 인간이 아닌 이켈로스 파밀리아와 전투를 치러 갑니다.

 

벨이 쏜 아르고노트도 허망하게 흘러가던 전투 종반, 이켈로스 파밀리아의 딕스에 의해 이마의 보석을 빼앗긴 비네의 폭주가 이어지고 이건 지상으로까지 번집니다. 지상에서 폭주하는 비네를 진정시키려 하지만 때마침 로키 파밀리아와 마주하게 되면서 벨은 인간으로서 있을 것인가 몬스터로써 있을 것인가 기로에 서게 됩니다. 애초에 이해는 바라지 않았습니다. 최종전에 들어가면서 마을은 초토화되기 시작합니다. 비네를 쫓는 사람들을 가로막는 벨에게 쏟아지는 악의... 그리고 벨이 비네를 따라잡았을 때 최후의 순간이 찾아오고 비네는 벨에 안겨 재가 되어 갑니다.

 

'이제까지는 없었던 처절한 싸움'​

 

그동안 전투에 들어가면 알게 모르게 심각한 분위기는 없었으나 이번 10권에서는 자칫 누군가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전투신이 꽤 들어가 있습니다. 제노스를 제압하러 주력을 보냈던 가넷샤 파밀리아는 괴멸, 헤르메스 파밀리아의 아스피는 꼬챙이, 엘프 류도 중상, 벨은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벨이야 항상 만신창이가 되곤 하여서 그리 놀라운 건 아니지만 이번엔 유력 파밀리아의 레벨 4~5대의 인간들이 죄다 전멸해버렸다는 것이군요. 특히 로키 파밀리아의 피해가 막심...

 

사실 위에 언급한 건 그동안 있어왔던 전투라서 그리 큰 반향은 없었지만 제노스와 이켈로스 파밀리아 간 전투가 상당히 처절하였습니다. 돈을 위해 제노스를 잡아가고, 거기에 대항하여 싸우는 제노스는 일방적인 유린에 능욕까지 당하는 이 작품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표현까지 있어서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종을 초월하여 서로가 이해할 수 있을까'

 

없을 겁니다. 비교적 인간과 가까웠던 비네조차 인간에게 발각되었을 때 오라리오 전체가 발칵 뒤집어 버렸으니까요. 그럼에도 벨은 무던히도 노력합니다. 그런 벨을 보며 딕스(이켈로스 파밀리아)는 위선자라고 하였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벨은 이때까지 경험치를 위해 돈을 위해 숱하게 몬스터를 죽여왔었는데 어느 날 인간이 인간의 지능을 가지고 인간의 말을 한다는 이유로 보호해야 될까 하는 물음을 ​던집니다.

 

현실에서 어느날 돼지나 소가 인간의 지능을 가지고 말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장 실험의 재료가 된다는 건 차지하더라도 그걸로 인해 다른 말 못하는 소와 돼지를 먹지 말아야 될지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 된다고 하였을 때... 제노스와 인간의 관계가 그렇습니다. 인간의 지능과 마음을 가지고 인간의 말을 하지만 겉모습이 몬스터라 해서 구축해야 될 존재일까? 이것을 두고 벨이 선택한 길은...

 

'맺으며'

 

소책자에 들어있는 토막 만화에 출연한 릴리가 상당히 귀엽습니다. 본편에서는 그리 활약을 하지 않아 아쉬웠군요. 하기사 차원이 다른 전투에 낑겼다가 괜히 죽기라도 하면 작가의 신변이 위태로웠겠지만요(농담). 9권을 읽은 지 거짐 10개월이나 되어서 앞의 내용이 잘 생각 안 나서 좀 고생하였군요. 페이지도 400페이지나 되어서 허투루 읽어선 의미를 알지 못하게 될까 9권을 다시 읽기도 하였습니다.

 

9권 중반부터 느낀 거지만 이야기가 상당히 무겁습니다. 진심으로 누군가를 위한다는 건 이걸 두고 하는 걸까 할 정도로 처절한 싸움의 연속이었군요. 그리고 그걸 알아주지 않는 주변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이전부터 이상한(?) 사람을 데려와 파티를 맺더니 이젠 몬스터까지 끌어들이나 해서 좀 나른하게 다가오기도 하였지만 10권을 읽으면서 종을 초월한 이해라는 걸 알았을 때 공감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여튼 벨은 싫든 좋든 또다시 파밀리아 브레이커가 되어버렸습니다. 몬스터보다 벨을 어찌하지 않으면 파밀리아가 남아나지 않을 듯한데 누구도 이걸 지적하는 사람은 없군요. 사실 보고 있으면 애처롭습니다. 이해받지 못하는 종(種)을 이해받게 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지만 정작 자신을 이해받지 못하는 아이러니를 동반하며 이물질이 되어 배척되어야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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