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세계는 부숴버려-퀄리디아 코드 1 - J Novel
사가라 소우 지음, 칸토쿠 그림, 정우주 옮김 / 서울문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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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구글 어느 블로그)

 

퀄리디아 코드라는 거창한 프로젝트에서 시작한 이 작품은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뭉쳐서 화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총 4개의 시리즈가 하나의 굵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각자 사이드 스토리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쓰레기와 금화의 퀄리디아, 그런 세계는 부숴버려, 언젠가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 어찌 돼도 좋아 세계 같은 건(미정발), ​작품중에 미정발을 빼고 세 작품이 국내에 정발중에 있습니다. 지금 소개할 작품은 그중에 하나로 변왕고로 유명한 '사가라 소우'가 집필한 '그런 세계는 부숴버려'입니다.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 우리에게 다소 충격을 선사하기도 하였는데요. 거창한 프로젝트 치곤 변변하지 못한 작화와 세개의 작품에서 세 방향의 등장인물들(1)을 꾸겨 넣다 보니 본연의 이야기는 산으로 가버리는 등 커다란 냄비 안에 건더기 하나만 둥둥 떠다니는 흐릿한 국 같은 전개가 이어져버려 작화와 더불어 최악으로 다가오기도 하였습니다.(물론 필자 주관적) 여튼 그런 이미지 덕분에 필자가 애써 구입한 도서는 5개월이나 방구석 어딘가에서 뒹굴 거리게 되는 비참한 생활을 해야만 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애니메이션을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잠시 이 작품의 주제를 알려 드리자면, 20년전 언노운이라는 외계 생명체의 공격을 받은 인류는 절멸의 위기를 맞아하였고, 위기의식 속에서 아이들만이라도 콜드 슬립 시켜서 전력(?)을 온존 시키려 했더니 콜드 슬립에서 깨어난 아이들이 어떤 능력을 얻게 되었고 이걸로 언노운과 맞선다는 이능력물로써 언노운의 침공이 있은지 20년 후가 이 작품의 배경입니다.

 

여튼 지금 소개할 도서와 정발된 다른 도서(미정발 포함, 쓰레기와 금화는 제외)는 애니메이션으로부터 1년전의 이야기 입니다. 그러해서 애니메이션하고는 많이 틀린점을 보여주는데요. 뭔 말이냐면 애니메이션 등장인물 몇 명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타라 카나리아(금발)'는 1권에 한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서브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1권에서 늘 주인공 '스자쿠 이치야'와 같이 다니는 메인 희로인은 '우카이 츠구미(오른쪽 트윈테일)'가 되겠고요. 만악의 근원이라 일컬어지는 언노운과의 전투는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줬던 치열함 같은 건 거의 없고, 학원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주인공의 썩어빠진 인류애(愛)가 주를 이룹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상당히 인내를 요구하는 게 바로 주인공의 인류애(愛)인데요. 하나는 대(大)를 위해, 한 사람은 다수를 위해 그러니까 미증유의 사태가 벌어진 지금 인간은 인류를 위해 자신을 받쳐야 된다는 그릇된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개인의 행복 추구와 권리는 뒷전이 됩니다. 성향과 개개인의 능력의 격차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면 돼, 너는 할 수 있어' 같은 말만 되풀이하며 학생들을 갈구기만 하고 그게 잘못되었다는 인식은 없습니다. 마치 사이비 교주가 나를 믿지 않으면 지옥 간다. 같은 오라를 풍기는 통에 학원 내에서 인상이 매우 좋지가 않습니다.라고 해도 등장인물이 워낙 적어서 크게 두각 되지는 않지만요.

 

이런 주인공의 문제는 자신의 이념에 반하게 되면 가차 없이 쓰레기 취급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성격 때문에 고생하는 학생이 생겨나고, 그로 인해 조종당하는 것인 줄도 모르는 바보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끝에 가서야 알게 된다는 것이군요. 이미 애니메이션으로 엔딩이 나버려서 주인공이 어떻게 되는지 알려진 지금 뭘 어떻게 깎아내리든 치켜세우든 소용은 없겠지만요.

 

여튼 이런 주인공과 엮여서 메인 히로인이 되어 개고생하는 '츠구미'의 인생은 참으로 기구합니다. 주인공의 휘황찬란한 껍데기만 보고 대뜸 고백했다가 이런 인간인 줄 알고 나서 매일 창문으로 몸을 던지려는 자기혐오에 빠져 삽니다. 문제는 츠구미 같은 여학생이 상당히 많다는 것인데, 웃긴 게 초반에 쬐금 언급되다가 쓰레기 인류애(愛)를 발산하는 주인공의 성격이 나오고 나선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군요.

 

이 둘이 페어가 되어 도쿄 차석인 '타카죠 우타(마법사 모자)'의 의뢰를 받아 어떤 일을 진행하게 되면서 언노운의 정체성과 학원의 어두운 면을 알아 갑니다. 언노운과 필사적으로 싸워 물리치고 얻는 포인트로 랭크를 올려 상위권에 올라가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과 거기에 탈락한 인간의 말로는 끔찍합니다. 중반부부터 등장하는 카나리아는 이런 학원 부조리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철저한 인류애를 주창하며 싸우지 않는 인간, 능력이 되지 않아 랭크 순위가 밀리는 인간을 철저히 개무시하는 주인공과는 대조적으로 넓은 마음으로 마치 성모 마리아처럼 싸우지 못하는 모든 이들을 포용하려는 카나리아와는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고 맴돌기만 합니다.

 

애니메이션에서 상당히 아까웠던 게 카나리아의 성격입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맹한 구석 일색이었던 반면에 도서에서는 다른 도시에서 전학 와서 전투과에 빌붙어 비실비실 거리고 맹한 구석은 똑같지만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근성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할 때 하는 성격이 아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그것이 아무리 힘이 들어도 해낸다는 것입니다. 타인을 의심하지 않고 불구덩이에 뛰어들라면 뛰어들 만큼 사람을 믿는 구석이 강했던 그녀는 사실 누구보다도 학원도시의 어두운 단면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후반부 그녀가 중심이 되었을 때는 분위기가 일변하게 되는데요. 자기가 믿어 의심치 않았던 세계가 바뀌기 시작합니다. '타카죠'의 의뢰에서 시작된 나비 날갯짓은 카나리아에게 도착해서 태풍이 되었습니다. 랭크가 낮으면 후방으로 보내진다는 사실, 거기에 보내지면 어떤 처우가 기다리는지 하는 진실, 랭크에 좌우되는 미래의 생활은 현실의 대입고시와도 같았습니다. 이 모든 게 부조리라고 느껴지기 시작했던 '타카죠'는 스자쿠를 카나리아와 만나게 하였습니다. 서로가 상반된 성격을 가진 사람이 만났을 때...

 

사실 필자는 이 작품을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군대식 학원과 현실을 빗대면 대학에 갈려는 듯 처절하게 시험 준비하는 학원생들, 블랙 불릿처럼 타 도시를 배척하는 이기주의, 자기보다 약한 녀석들을 인간 취급하지 않는 주인공, 그에 반해 모든 걸 포용하려는 카나리아, 초반에 주인공 성격 때문에 짜증 났고 중반에 사회 축소판을 옮겨놓은 듯한 장면은 치가 떨렸습니다. 후반은 자신이 믿어 의심치 않았던 세계가 일변했을 때는 이것이 반전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라고 해도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다는 클리셰의 한 부분이지만요.

 

차별과 괄시가 만연하고 엘리트 의식에 쩔어있는 전투과(부서)는 썩어빠진 긍지가 판을 쳤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애니메이션에서는 느끼지 못 했던 어두운 일면이 마구마구 나옵니다. 그 과정에서 피스 피스를 외치는 카나리아의 진실이 들어 났을때의 꽤나 충격적이기도 합니다. 필자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애니메이션에 실망하였다고 도서도 멀리하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다만 판치라는자중해줬으면 좋겠군요. 분위기를 망치는데 일조하는 느낌이랄까요.

 

마지막으로 주인공 성격이 쓰레기 인류애가 된 원인은 후반에 나옵니다. 결국 '네가 한 사람의 인생을 엉뚱한 곳으로 인도한 거냐?'라고도 할 수 있지만 주인공도 꽤나 불쌍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일그러진 순애에서 비롯된 인간 개조(?)랄까요.

 

 

  1. 그런 세계는 부숴버려, 언젠가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 어찌 돼도 좋아 세계 같은 건(미정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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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티처 1 - S Novel+
네코 코이치 지음, Nardack 그림, 이승원 옮김 / ㈜소미미디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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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로 활약하며 많은 임무를 완수했던 주인공은 퇴역하여 제자를 가르치며 노년을 보내다 상부의 알력으로 마지못해 나갔던 임무를 완수하였지만 중상을 입어 버렸고, 그대로 저세상으로 가나 했더니 이세계에서 다시 태어났습니다. 전생의 경험을 고스란히 가지고 태어나 그걸 바탕으로 아기 때부터 남다른 성장과 능력을 보여주며 속된 말로 주인공은 먼치킨이 되어 갑니다.

 

이 작품은 이세계물의 전형적인 클리셰 입니다. 이고깽과도 비슷한데요. 이 작품에서 다른 것은 주인공이 60대 할아버지였다가 이세계로 환생했을 때는 갓난아기부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갓난애부터 시작은 'Re:Monster'의 주인공과 비슷하고, '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의 주인공처럼 마법 쪽으로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주인공이 자신만의 마법을 만들어 가는 것이 비슷하고, 여담으로 독창적으로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걸 만들어가는 모습에서는 흔직세에 더 가까웠지만, 여튼 여기서 더 나아가 '치트 약사의 이세계 여행'처럼 고정관념의 세계를 넘어서 아주 편한 대로 마법을 구사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 게 아니라 어디서 많이 본 장면들을 섞어 놓은 듯했습니다. 솔직히 주인공 보정이 너무 심해서 작가 편한 대로 마구 갖다 붙이는 거 아닐까 하는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주인공 '시리우스'는 귀족의 사생아로 태어나 어머니의 얼굴을 보지도 못한 채, 시종 '에리나'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며 세상에서 멸시를 받는다는 무속성(마법 종류 중 하나)이었지만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법으로 되려 다른 정통 속성 마법보다 더 강하게 발전을 시켜 나갑니다. 거기다 검술도 대단하여 7살(8살인가)에 당대 최강 검사에 비견할 정도로 성장하는 등 이거 너무한 거 아냐?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작가는 주인공을 키워댑니다.

 

불행한 과거, ​현세에 있을 때부터 주인공은 철이 들 때부터 전장을 누비고 있었습니다. 부모의 얼굴을 모른 채, 전투와 암살로 점철된 삶을 살았고, 이세계에 환생하고도 어머니는 주인공을 낳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는 아무 여자에게나 찝쩍거리는 쓰레기였고, 본처에게서 차남이 태어나자 스페어로 키우던 주인공을 매몰차게 차버리는 만행을 저질러 버립니다. 9살까지 어떻게든 원조를 받아낸 시종 에리나 덕분에 시간적 여유를 가졌지만, 이것은 새로운 비극으로의 출발이 됩니다.

 

교육자로의 길, ​현세에서 은퇴하며 가르쳤던 제자들이 생각나서 이세계에서도 제자를 기르려고 합니다. 이점은 여느 이세계물과는 조금 다른 노선입니다. 모험을 하며 사람을 돕고 마물들을 무찔러서 영웅이 되어가는 게 아닌 제자를 기르고 싶다고 피력하는 주인공이 좀 신선하긴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만남은 필연이었는지도 모르겠군요.

 

어느 날 마물에게서 쫓기던 수인(개과)이자 노예였던 에밀리아와 레우스 남매를 구해주고 인연을 쌓고 이들 남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기 시작 하면서 제자 1호와 2호가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노예상에 잡혀 모진 고초를 겪었던 남매는 인간 불신에 빠져 있었습니다. 누나인 에밀리아는 동생을 위해 위험을 마다하지 않았고, 동생은 누나를 지키기 위해 독해지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시간을 들여 남매의 마음을 열어가는 주인공과 에리나....

 

본처와 후처는 누구? ​역시나 이세계물에서 하렘은 빠질 수 없는 스파이스인가 봅니다. 치트 마법을 써가며 대륙을 횡단하던 주인공은 인간들에게 쫓기는 어떤 엘프 소녀를 구해주게 됩니다. 당연하겠지만 7살 주제에 벌써 먼치킨이 된 주인공을 이길 불량배 따윈 없습니다. 자신을 구해주고 상처를 치료해주는 주인공에게 플래그를 백두산 높이만큼 키워버린 엘프 소녀는 주인공이 성인이 되는 10년 후를 기약하며 자신의 마을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수인 소녀 에밀리아도 자신을 구해주고, 치료해주고, 먹여주고, 재워주는 주인공에게 플래그를 오만상 세워 버렸습니다. 벌써부터 하렘 형성을 시작하는 주인공의 싹의 굵기는 대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안 잡힙니다.

 

이세계물의 왕도, ​현세의 기억을 가지고 있고, 그걸 바탕으로 해서 남들보다 뛰어난 재능을 보유한다.라는 클리셰를 잘 따라가고 있습니다. 마치 게임을 한번 클리어해서 다시 시작할 때의 기분처럼 남들보다 출발선상을 달리하면서 얻는 이익을 고스란히 주인공이 가져갑니다. 그러니까 하렘은 둘째치고, 주인공이 살아가면서 앞으로 어떤 결과를 얻을지 뻔한 미래가 보인다는 겁니다. 정령 모험물처럼 처음부터 차곡차곡 시작해서 성장하는 그런 작품은 없는 걸까요.

 

가족의 소중함,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주인공은 줄곧 에리나와 노엘, 그리고 디의 보살핌 속에서 커왔습니다. 어릴 때부터 부대껴온 이들에게서 주인공은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보았고, 현세에서도 느끼지 못 했던 따스함을, 친어머니 이상으로 보살펴주는 에리나에게서 엄마의 그림자를 보았습니다. 그러길 몇 년, 언제고 이별은 한순간에 찾아옵니다. 아니 전조는 있었지만 고칠 방법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주인공이 먼치킨이라고 해도 수명까지는 관여하지 못하였고, 그 수명을 받아들이며 애틋한 이별의 순간이 찾아옵니다.

 

맺으며

 

전체적으로는 나쁘지 않은데 어딘가 글을 이어 붙이는 듯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러니까 여기저기 널려있는 이야기를 끌어다 붙인 느낌인, 좀 더 구체적으로는 다른 작가의 이야기를 갖다 붙인 게 아닌, 작가 본인이 이거저거 준비한 이야기를 순서 배열 없이 혼합기에 넣고 돌려버린 느낌이랄까요. 이야기 굴곡이 좀 심합니다. 거기다 신파극도 우려되는 수준이고요.

 

그리고 주인공이 아기 때부터 강해지다 보니 아무리 현세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곤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주인공을 세상에서 괄시를 받는다는 무속성(마법속성)으로 만든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마고열처럼 할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나마 비슷한 류의 흔직세의 주인공은 양호한 편이라면 어떤 기분일지, 하지메는 죽도록 고생해서 얻는 마법이니까 아무리 먼처킨이라도 동정의 여지는 있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놀고먹으면서 먼치킨이 되어가니 다른 먼치킨 능력자들을 능멸해도 유분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필자에겐 이세계물을 많이 접한 것에서 오는 식상함일 수도 있겠는데 주인공이 교육자로의 길을 가겠다는 것외에는 필자에겐 신선한 게 거의 없었습니다. 이런 것이 이세계물의 폐해가 아닐까 하는데요. 독자에게 긍정을 얻어 내려면 아무리 현세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곤 해도 노력과 고생을 거치지 않고 무작정 앞으로 나아가는 건 어딘가 문제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아직 1권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일러스트가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더군요. 마물에게 쫓기던 에밀리아와 레우스 남매를 그린 일러스트에선 위기감을 느끼지 못 했습니다.

 

여튼 이걸로 프롤로그는 끝입니다. 주인공이 태어나 자라고, 사람들을 만나서 인연을 쌓기 시작하고, 아픈 이별을 겪었으며, 이젠 학교라는 속세로 내려갑니다. 그러니까 2권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지 싶군요. 1권을 프롤로그로 다 써버리다니.. 여튼 2권은 필자의 기대를 저러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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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핀 모험가 1 - Lezhin Novel
아토 케이이치 지음, bob 그림, 최승원 옮김 / 레진노벨(레진엔터테인먼트)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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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무리 노력해도 남들보다 뒤떨어지고 결국 더 이상의 성장을 하지 않고 정체되어버린 모험가가 있습니다. 나라를 세운 모험가 왕을 동경하여 모험가의 길을 들어섰지만 레벨 3에서 정체된 지 어언 10년, 슬슬 같은 나이대의 모험가들은 은퇴를 하여 새로운 생활을 찾아 떠나는 상황에서 모험가 '이그니스'도 슬슬 장래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동료 한 명이 그렇게 은퇴를 하여 떠났습니다.

 

이 작품은 정통 판타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요즘 트렌드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현실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한 이세계물이 아닌 처음부터 판타지의 세계이고, 주인공도 뼛속까지 판타지에서 자란 20대(아마도) 아저씨입니다. 오크와 고블린, 코볼트가 등장하고 엘프와 드워프도 나옵니다. 단, 마법은 거의 사문화되다시피한 형태가 일그러진 사도격의 마술과 정령술만 존재합니다. 그리고 당연하다면 당연한 노예제도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작품은 노예제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은퇴의 기로에 서있던 어느 날 이그니스는 지금 살고 있는 테레시아에서 왕도로 향하는 상단의 호위 임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노예로 끌려가는 엘프 소녀 '실비아'를 운명적으로 만났습니다. 왕도로 향하는 상단을 호위 하면서 줄곧 자신을 바라보는 '실비아'의 시선을 느낍니다. 하지만 애써 외면하고, 하면 할수록 계속 처다보는 그녀의 시선에 결국 져버리고 전 재산을 들여 실비아를 구입하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엄청난 바가지를 쓰고, 빚까지 지면서, 왜, 그랬을까...

 

불행한 과거, 어느 엘프족 마을에 정령의 힘을 다루는데 탁월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무녀라 치켜세웠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술을 쓸 수 있는 소녀에게 축복이라며 마을 사람들은 남들 보는 앞에서 그녀에게 위해를 가했습니다. 정신이 아득해지고 기억의 소실까지 불러온 그 행위는 소녀가 인신매매에 넘겨진 후에야 멈췄습니다. 그리고 만났습니다. 운명의 상대 이그니스를... 꿈에서 바라마지 않던 계약자를...

 

[계약] 무녀로서 수업을 받아오며 자신의 정체를 어렴풋이 알아왔던 소녀, 소녀는 왜 일면식도 없는 이그니스가 이리도 신경이 쓰일까, 위험에 처한 그를 위해서 몸을 던지기까지 하는 그녀의 행동은 짐짓 어리둥절하게 만듭니다. 상단을 습격해오는 몬스터를 쓰러트리며 큰 상처를 입고만 이그니스, 그리고 그걸 고쳐준 실비아, 상처를 치료하면서 그녀를 줄곧 신경 쓰게 하였던 그것의 정체는 '계약자' ​정령의 힘을 쓸 수 있는 능력자를 인식할 수 있었던 실비아는 이그니스가 계약자로서 능력이 있는 걸 무녀의 감으로 알고 줄곧 쳐다봤습니다. 그리고 이그니스는 실비아의 과거를 떠올리게하는 어떤 말 한마디에 그녀와 계약 하기로 합니다.

 

독해력을 그렇게 요구하는 건 아니지만 이그니스와 실비아의 만남이나 계약까지의 장면이 상당히 개연성 부족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주인공 보정빨, 아무리 못난 주인공이라도 소꿉친구가 있고 반에서 제일 예쁜 여학생이 말을 걸어온다 같은. 또 이쁜 히로인이 들러붙는 거 아닌가? 하는 지레짐작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계약에 관련된 설명은 누구의 입장과 시각에서 설명하는지 자칫 헷갈릴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군요. 물론 필자만 이해력이 딸렸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실비아를 노예로 구입하여, 사족을 달자면 사람을 구입하니 산다느니 같은 단어가 많이 나와서 읽는 내내 상당히 거슬렸습니다. 여튼 당분간 왕도에 자리 잡고 그녀와의 계약으로 얻은 정령술을 시험하고, 알프 파티를 만나 다사다난한 나날을 보내며 다시 테레시아로 돌아오면서 또 다른 사태를 겪으며 주인공 이그니스는 모험가로서 늦게나마 성장을 이우고, 그렇게 주인공 이그니스는 모험가로서 세상으로 향해 늦은 출발을 하게 됩니다. 자신도 처음엔 이런 여행을 떠나게 될지 몰랐겠죠.

 

하렘의 시작? ​이그니스에겐 10년 지기인 엘프 소녀 '마르시아'가 있습니다. 테레시아에서 길드 수납원을 하며 주인공과 인연을 맺은 게 어언 10년이 지난 지금 허울 없이 막말을 하며 지내는 그녀 또한 주인공을 눈독 들이고 있습니다. 그것도 엄청난 기세로... 정통 판타지답게 장수하는 엘프인 마르시아는 어린 시절 이그니스가 모험가를 시작할 때부터 봐 왔고 그렇게 티격태격하는 사이 알게 모르게 연심을 품고 말았는데요. 상당히 쾌할한 성격에 남을 가지고 놀다 보니 첫인상 아니 중간 인상은 좋지가 않습니다.

 

첫인상은 일러스트가 좋아서인지 상당한 호감이 갔는데 그녀의 행동이 드러나는 중간부터는 거의 일방적으로 주인공에게 대시하는 장면이 이어지며 이거 무슨 한대 쥐어박아선 분이 풀리지 않겠는데? 같은 왈가닥 같은 성격에 이그니스는 용케 어울려주고 있다 싶더군요. 하지만 그녀가 파티로 들어오면서 활약을 하며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면서부터는 일직선입니다. 그리고 마르시아가 도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막 나가는지에 대해 드러나면서 좀 허탈하게 합니다. 실비아가 했던 계약의 재림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결국 못난 주인공이라도 하렘은 필수인가? 같은 결말로 이어진다는 것이군요.

 

이 작품은 늦게 시작해도 용사가 될 수 있다. ​​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결국은 이런 것이냐?라고 기존 모험작과 비교해서 바뀐 게 뭘까 하는 디스 당할 우려가 크기도 합니다. 일찍 시작했던 늦게 시작했던, 레벨 3에서 정체되어 은퇴할까 했던 아저씨는 치트 쓰는 엘프 아가씨 둘을 만나 계약하고 용사가 되어 간다는 스토리는 신선한 감은 있지만 결국은 용사가 되기 위해 떠났던 소년이 몬스터와 전투를 벌이며 사선을 넘나들고 최종적으로 보스를 쓰러트리며 개선하는 용사와 다름없다는 것이 씁쓸하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꼭 그렇게 나쁜 쪽으로 볼 수만은 없는 게 매미 유충은 성충이 되기까지 땅속에서 7년이라는 시간을 보냅니다. 대나무는 꽃을 피우기 위해 몇십 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요. 몇 년을 기다려 이제야 꽃을 피운 식물이 있습니다. 마르시아는 이그니스에게 이 꽃을 보여주며 그를 빗대었습니다. 늦게 피어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그만큼 기다린 보람이 크다는, 정말로 중요한 건 시작점이 빠르고 늦냐가 아니라는 걸 이 작품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맺으며

 

전체적으로는 어딘가 던만추를 보는 듯하였습니다. 주인공 벨의 시각이 아닌 오라리오의 이름 없는 어느 모험가의 시각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듯하여 몰입감은 의외로 좋았습니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지만 자신의 능력으로는 여기가 한계라는 것마냥... 같은 모험을 해왔던 동료들은 성장하여 떠나갔습니다. 홀로 남겨진 자신, 살기 위해 달려왔던 지난 나날에 동료라 부를 수 있는 자는 존재해도 같은 인생을 살아갈 동료가 없다는 것의 씁쓸함, 그리고 여보란 듯 그런 빈자리는 채워주기 시작하는 실비아와 마르시아...

 

라고 해도 솔직히 말해서 좀 지루합니다. 위에서 몰입감은 좋다고 했는데도 지루한 모순적인 양면을 보여주는 게 상당히 특이한 작품이랄까요. 아직 1권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주인공이 실비아를 만나기까지, 만나고 나서 상당 부분을 무미건조한 일상이 흘러갑니다. 가끔 입꼬리가 올라가는 흐뭇한 장면이 있긴 합니다. 그에 반해 짜증지수 올려주는 장면도 더러 있는데 이것은 후반에 왜 그렇게 되는지 알고 나면 아무렇지 않게 되는 게신기합니다.

 

마지막으로 전투 쪽은 정통 판타지처럼 흘러가서 마법이 날아다니고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는 건 아닙니다. 아무래도 이것 때문에 필자는 던만추를 떠 올린 거 같은데 소규모의 파티로 이뤄진 전투만 간간이 나올 뿐이군요. 그렇게 박진감 넘친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시작에 불과해서 그런지 하렘을 형성하는 단계이고 그렇게 알콩달콩한 장면은 나오지 않는군요. 그래서 전체적으로 좀 희미한 느낌이랄까요.

 

 

본 리뷰는 네이버 라노벨 카페 NTN과 출판사 레진노벨이 주관한 리뷰 이벤트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책을 제공해주신 라노벨 카페 NTN과 레진노벨에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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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 환상의 그림갈 8 - 그리고 우리는 내일을 기다린다, NT Novel
주몬지 아오 지음, 이형진 옮김, 시라이 에이리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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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룽갈에서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여 겨우 그림갈로 넘어왔습니다. 오크 마을을, 화룡의 둥지를 거치며 누구 하나 탈락자를 내지 않고 무사히 그림갈로 넘어온 하루히로 일행의 고난은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였습니다. 다룽갈과 그림갈을 잇는 동굴을 나온 일행을 반겨준 건 지독한 안개, 그리고 자신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이들이 시작의 마을 오르타나로 돌아가기 위해선 수백키로나 되는 기나긴 여정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무턱대고 움직이기 힘들어 하루히로와 유메가 정찰 나간 사이, 예전부터 유메를 의식했던 란타의 설레발로 하루히로와 유메의 수색에 나사게 되면서 란타와 메리가 2차 조난 당하고, 쿠자크와 시호루 마져 흩어지게 하였습니다. 그런 가운데 하루히로 앞에 새벽의 연대 '록스 파티'가 나타나면서 한편으로는 든든한 아군을, 한편으로는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 했던 충격과 공포를 하루히로에게 선사합니다.

 

'재발하는 하루히로의 걱정증'​

 

다룽갈에서 넘어오며 하루히로의 리더로서 잘해 나갈 수 있을는지 하는 걱정증이 재발합니다. 지금 가는 길이 그림갈로 이어지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과연 자신이 옳은 선택을 하였을까, 누가 대신 나서 줬으면 하는 생각, '모든 걸 그만두고 싶다.'​ 늘 자기가 나서서 모든 걸 선택하고 실패하면 돌아올지 모를 책망, 후회, 죄책감에 억눌려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그에게 '그걸로 괜찮은 거야?'​​라며 마나토가 말을 걸어옵니다.

 

죽어서 이젠 없을 그의 목소리가... 그리고 모구조의 목소리도... 이젠 그만 포기하고 싶었던 하루히로는 마나토처럼 파티를 어딘가로 이끌어 가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기 시작 합니다. ​왜, '좋은 파티가 되었어'​라고 마나토가 이야기해주었으니까... 불사족 노라이프킹의 부하들과 맞서 처절한 전투를 벌려가며 자신에게 맡겨진 파티를 책임감 있게 끝까지 완수하려는 하루히로는 더이상 초식동물이 아닌 리더로서 빛을 발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노력을 절실히 느껴가는 파티원들...

 

'적지에서 만난 아군, 그리고 찢어지는 파티'

 

그림갈로 넘어와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안개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하루히로는 유매와 함께 정찰을 나가서 만납니다. 오르타나와 600키로​나 넘게 떨어진 적지 한가운데서 같은 클랜 소속의​ '록스'를 만나 이들과 동행하기로 합니다. 예전부터 새벽의 연대 클랜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고, 그 행동에 따라 새벽의 연대 클랜 활동 반경이 엄청 넓어져 버렸습니다. 지금은 어떤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이곳에 와 있다는 록스의 말에 따라 하루히로 일행은 지금 당장 오르타나라 돌아가지 못하고 남겨진 파티원들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전투에 휘말리며 피말리는 상황이 이어져 갑니다.

 

록스를 만난게 하루히로 일행에게 있어서 천운이나 다름 없었지만, 오크와 언데드가 득실거리는 이곳을 지도도 없이 빠져나간다는 건 있을 수 없었던지라 어쩔 수 없이 같이 행동​한 것이 그만 돌이킬 수 없는 사태로 번지게 되는데요. 하루히로와 유메가 돌아오지 않자, 하루히로와 유메를 구조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란타와 메리를 대리고 나섰다가 2차 조난에 빠져 버리고, 남아 있던 시호루와 쿠자크는 예전부터 살고 있는 원주민을 만나 따로 행동하게 되면서 뿔뿔이 흩어지고 맙니다.

 

'란타, 이 남자가 세상을 살아가는 법'

 

기어이 똥 덩어리 포지션이 빛을 볼 날이 왔습니다. 그동안 이것이 남자로서 정상적인 반응이라며 숱하게 파티 내 여성진​들에게 상스러운 말을 던지고, 나오는 대로 내뱉는 말로 인해 호감도를 끝 모르게 추락 시켰던 그, 시호루는 란타에게 '죽어버리지' 같은 독설을 아무렇지 않게 날릴 만큼 경멸을 하였고, 하루히로는 늘 파티에서 방출해버릴까 하는 생각에 빠지게 하였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차지하고 있는 포지션 덕분에 파티가 위험에서 벗어난 적도 있었고, 말은 썩어빠져도 일리는 있었적도 있었고, 전투에서도 한쪽을 맡아 밀리지 않고 잘 막아줘서 든든한 아군이었다는 것이 하루히로로 하여금 고뇌하게 하였습니다.

 

늘 약자에겐 강하고 강자에겐 머리를 조아리고, 말 싸움에서 밀린다 싶으면 뜻 모를 말을 뱉고 걸핏하면 성희롱을 마다하지 않던 그가 드디어 일을 저질러 버렸습니다. 그림갈에 넘어와서도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급기야 대놓고 여자를 안고 싶다는 말을 꺼내는 통에 이번 에피소드에서 뭔 일 나겠다 했습니다. 오크, 언데드, 인간, 엘프, 드워프등 온갖 군상들로 합쳐진 '불사족 노라이프 킹'을 기반으로하는 '포르간'이라는 새로운 적의 집단을 마주하게 된 이 시점에서 조난 당했다가 '포르간'의 포로가 되어버린 란타와 메리, 최소한 메리만이라도 도망치게 했더라면 란타는 파티에서의 호감도 업은 따놓은 당상이었건만 그만 차버리고 말았습니다.

 

제목에 스포일러라고 해뒀으니 조금 심한 스포일러를 하자면, 그 란타가 어디 가겠습니까. 포위되자 머리 조아리기 신공으로 냉큼 포르간에게 항복을 해버립니다. 결국 여기서 하루히로 파티에게 분기가 찾아왔습니다. 파티로 남을 것인지 떠날 것인지하는 분기점, 한때는 유망한 파티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올 정도로 입은 험해도 나름 실력과 의리 면에서는 타인에게도 인정 되었던 란타, 그동안 축 처지는 작품 분위기를 띄워주는 소방수 역할을 충실히 해왔던 그, 겉으로는 잘란척 폼을 잡아도 본심은 유약하기 그지 없었던 그가 어째서 제 버릇을 버리지 못한 것일까요. 란타 때문에 메리는 위험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메리의 각오'

 

이 작품은 이세계물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판타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정통 판타지에서 오크나 고블린이 마을 여자를 잡아다 어떤 일을 벌이는지 잘 아실 겁니다. 메리는 각오를 다집니다. 자신에게 다가올 운명을, 아니 하루히로 파티를 만나기 전 예전 파티원들을 전멸로 이끈 자신은 살 가치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루히로 파티를 만나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있어도 괜찮다는, 힘들 때 누군가가 어깨를 빌려준다는 안도감, 다룽갈에서 급속도로 가까워진 시호루와 유메와 많은 우정을 쌓았습니다.

 

모든 것이 끝났습니다. 한때 자신을 구해주지 않을까 일말의 희망을 걸었던 란타는 머리 조아리기를 시전하여 적의 편이 되어 버렸습니다. 하루히로는 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그에게, 하루에게 도와줘​라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나약해지는 자신, 고개를 떨구고 한없이 지난 나날을 생각합니다. 무슨 짓을 당하더라도 결코 소리를 지르지 않겠다는 마음, 하지만 모든 게 끝나고 살아나더라도 다시 하루히로 파티에 얼굴을 내밀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가슴이 아려 옵니다.

 

'애틋해지는 관계'

 

그동안 하루히로 파티에게 연애는 남의​ 이야기였습니다. 시호루는 마나토가 죽은 후 더 이상 남자를 이성으로 보지 않으려 했습니다. 일행과 떨어져 쿠자크와 시호루는 이야기를 나누며 둘은 무언가가 싹트는 모습을 보이지만 갈 길은 좀 멀어 보입니다. 이성으로써 연애 감정을 일절 몰랐던 유메는 이성을 좋아한다는 개념을 쪼금 알아 갑니다. 자기를 지켜 주려는 하루히로의 등을 바라보며, 먼저 다가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사랑인지는 알지 못 합니다. 하루히로도 이성보다 가족으로서 좋아하는 게 아닐까 짐작할 뿐...

 

그리고 대망의 하루히로와 메리의 관계는 정말 애틋합니다. 작가가 쪼금만 더 극적으로 표현했다면 진짜 이거 보는 사람들 죄다 눈물바다로 만들어 버렸지 싶은데 작가가 이상한 데서 절제하고 그러는군요. 정말 안타깝습니다. 메리는 하루히로를 좋아한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약해지는 자신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애써 둑을 쌓아둔 듯하였습니다. 이걸 부수면 걷잡을 수 없게 되겠죠.

 

하루히로는 처음으로 메리를 인식하고 그녀를 걱정하기 시작합니다. 애써 파티원으로서, 동료로서 걱정한다지만 필사적으로 메리를 구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하루히로가 멋있게 다가 옵니다. 그도 이젠 누군가가 등을 조금 밀어주면 이 또한 메리를 향한 마음이 걷잡을 수 없게 될 겁니다. 시호루는 그걸 알고 있습니다. 쿠자크도 어느 정도 눈치 체고 있고... 모두가 떨어져 있기에 비로소 소중한 걸 알아 갑니다. 부족해도 지친 삶에 버둥거려도 누군가가 곁에 있기에 견딜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하루히로는 목숨을 걸었고, 메리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약간 뜬금없는 진행은 분위기를 좀 먹습니다.'

 

다룽갈에서 넘어와 그림갈에 도착하고 록스 파티를 만난 건 좋은데 뜬금없이 일본 사무라이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마을은 좀 아니다 싶군요. 판타지를 지향하는 장소에 일본색이 짙은 폐쇄적이고 사무라이 집단 같은 마을을 집어넣는 건 좀 마이너스군요. 물론 록스 파티와 하루히로 일행이 앞으로 닥칠 복선을 대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나 굳이 판타지 분위기를 망쳐가며 그런 마을을 넣었어야 했었군요.

 

맺으며

 

사람은 살아가면서 베푼 만큼 돌아온다고 했습니다. 자신을 죽여가며 파티원들을 위해 무던히도 애쓰는 하루히로의 마음이 유독 강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흑자는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고도 하지만 말을 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게 있습니다. 하루히로가 리더로서, 남자로서 얼마나 믿음직한지는 시호루와 유메의 행동에서 절절히 묻어나고 있습니다.

 

그의 희생정신에 보답하듯이 다룽갈에서부터 몸을 사리지 않고 용감무쌍하게 싸워대는 유메, 1인 몫을 하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치는 쿠자크는 애처로웠습니다. 독설을 마다하지 않고 자신이 더 힘들면서도 유메를 위로해주고, 늘 누군가가 지켜줘야만 했던 시호루는 더이상 울지 않는 성장을 이뤄내고 있습니다. 하루히로는 언제나 걱정병이 도지지만 도망치지 않습니다. 뿔뿔이 흩어지고서야 하루히로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알아가는 파티원들(란타 빼고)이 애잔합니다.

 

뜬금없는 사무라이 마을 관련 진행을 빼고는 전반적으로 매우 훌륭했습니다. 특히 메리의 다짐은 눈물을 자아냅니다. 시종일관 록스 파티와 포르간 전투에 휘말린 전투를 펼치며 사선을 넘나들고 초심으로 돌아간 듯한 하루히로 일행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지경이라서 주몬지 아오 작가의 작품 답지 않게 엄청 진지하였습니다. 뭣보다 란타 빼고 하루히로 일행의 연애 관계도가 진전을 보여서 매우 흥미로웠군요.

 

그래서 필자는 조심스럽게 자주 있지 않는 추천작 반열에 올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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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녀전기 5 - Abyssus abyssum invocat, Novel Engine
카를로 젠 지음, 한신남 옮김, 시노츠키 시노부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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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냐 데그레챠프, 10대 초반의 나이로 203 마도대대를 꾸려가며 이제까지 사실상 무패를 자랑하는 전설을 쌓을 수 있었던 건 극단적인 효율성만 추구한 그녀의 성격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극단적인 효율성만 추구한 나머지 사회에서 성과를 내지 않는 직원 따위 대리고 있을 가치 따윈 없다고 하는 악덕사장이나 직속상관에 비유하는 건 틀립니다. 그로 인해 이해하지 못한 어느 사람 덕분에 30대 아저씨가 10대 여자애가 되어 버렸다는 건 차지하고, 타냐는 왜 그렇게 되는지하는 분석을 제시하고 그 이치에 맞지 않는 사람을 가차 없이 내치는 성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분석이 듣는 사람에겐 무지막지하고 일방적이라는 건 함정이지만요. 하지만 이해력이 빠른 사람은 또 알아듣는 게 함정이라는 아이러니의 연속입니다.

 

그런 타냐가 대학을 나오고 자신의 부대를 꾸릴 때 부하들에게 그 이치에 맞게 고된 훈련 시킨 건 익히 알려진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로 인해 그녀와 그녀의 마도대대는 승승장구를 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경미한 피해도 입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타냐가 놀고먹을 수 있는 기반 조성의 희생양이라는 건 비밀에 속합니다. 즉, 그녀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출세는 하고 싶지만 귀찮은 건 싫어서 부하를 키워 대신 써먹을 생각이 가득 찬 못된 상사와 비견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무능한 상사에서는 무능한 부하 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진리에 따라 유능한 부하를 키우려면 유능한 상사는 필수라는 아이러니로 인해 결국 고생하는 건 타냐라는 것이죠.

 

여튼 타냐는 전시에서 혼합 부대의 운영 실험을 겸해서 보병과 포병을 흡수하여 전투단을 꾸렸습니다. 거기에 소령에서 중령으로 진급을 하였고요. 언제나 후방에서 놀고먹을 생각으로 가득 찼지만 자신이 내세운 독트린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기 위해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일을 처리하여 현대로 치면 육군과 공군을 통합하여 전술을 짜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갑니다.

 

적당히 놀고먹고 싶지만 효율성을 따지는 결벽증 때문에 유능한 사람은 혹사당한다는 사회의 진리(?)에 따라 실험이 적당히 끝날무렵 또다시 참모부의 부름으로 육군과 해군의 알력에 낑겨 북해까지 원정까지 갔다 왔더니 이번엔 새로운 글자 그대로 육군 신입들을 붙여주며 또 다른 실험을 강요 당합니다. 자기가 내리친 도끼, 자신이 주창한 독트린이라는 도끼에 계속해서 발등이 찍힙니다. 전쟁이 길어지며 병참이 무너져가고 신병의 질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작금에서 계속해서 한직으로 돌고만 있는 타냐와 부하들...

 

그 반동인지 점점 타냐의 지성이 폭발합니다. 똥만 가득 찬 상부가 미처 생각도 못한 전술과 전략을 진언하여 전쟁의 판도를 바꿔 갑니다. 하지만 날카롭게 창의 날을 갈아가는 그녀의 부대는 이젠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악마가 되었다는 그 순간을 노린 듯 대규모 역습을 당하면서 전장의 신은 그녀에게 치명타를 날립니다. 처음으로 맛보는 굴욕감과 패배감, 그리고 부하를 키우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대한 분노, 구멍 난 자리를 메꾸기 위해 할당된 신병의 질적 하양...

 

그리고 더욱 타냐에게 굴욕적이었던 건 부하들을 만나기 위해 향했던 장교 전용 술집 입구에서 미성년은 출입 금지라며 제지 당하는 모습은 이 작품 유일하게 개그코드입니다.(권두 컬러 일러스트도 있어서 더욱 빛이 납니다.) 유녀이면서 유녀 다운 모습은 나오지 않는 작품에서 유일하게 유녀스러운 모습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그러고 보면 은근히 자신이 처한 현실을 자각하는 장면이 다수 들어가 있고, 연방의 수장 레니야가 타냐에게 집착하는 모습 등, 결국은 30대 아저씨의 성격이라도 자신의 몸 상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이제야 인정하는 듯한 장면들을 보여줘서 의미가 깊습니다.

 

이전 에피소드보다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독해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당사자의 입장이 아닌 제삼자의 입장에서 타냐가 내뱉는 독트린과 그녀의 생각을 이해하기란 꽤나 힘이 듭니다. 이것은 다른 등장인물들만 출연하는 장면과 확연히 구분이 되기도 합니다. 무난하게 읽을만하다 싶었는데 타냐가 등장하는 구간에 들어서면 난데없이 브레이크가 걸리는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작가도 이런 점을 의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주변 등장인물, 특히 여성 등장인물들을 부각 시키며 분위기를 다소 누그러뜨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2차대전을 모티브로 하고 있어서인지 그에 관련된 역사적 사실이 조금식 가미되고 있습니다. 소련의 참전과 영국의 지원, 간 보는 미국, 그로 인한 태풍 속 소용돌이의 정치적 배경과 동부전선 전반을 집중했던 독일로 하여금 초조하게 만들었던 다가오는 겨울, 마도대대 1/4을 잃어버리고 갓 입대한 신병들로 꾸며진 부대를 합쳐 또다시 전투단을 꾸린 타냐에게 겨울이 닥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타가 너무 심합니다. 그냥 대충 읽으려고 해도 용서가 안되는 몇 곳이 있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높은 독해력을 요구하는 작품에서 오타까지 합처지니 최악이었습니다. 만약 출판사가 본 게시물을 본다면 찾아서 수정해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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