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최후의 전장, 혹은 세계가 시작되는 성전 1 - S Novel+
사자네 케이 지음, 네코나베 아오 그림, 한수진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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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좋아하는 거냐, 아니냐. 사랑은 아니고 매료되었다? 상대의 신념과 아름다움에 반했긴 한데, 그것이 사랑인가?는 모르겠고 서로 의식은 하는데, 온실 속의 화초처럼 이것이 사랑인지도 모른 채, 그 사람만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눈에 아른거리고, 이러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몰라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날이 이어지고 일도 손에 안 잡힌다면? 이래서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눈물짓는 감성 풍부한 애들을 주인공으로 하면 안 된다니까요를 외치게 해주는 작품인데요. 필자 딴에는 마법이 접목된 SF 판타지인 줄 알았더니 견우와 직녀 혹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찍는 러브 코미디 로맨스물이었을 줄이야라는 게 필자의 본심입니다. 사실 견우와 직녀 혹은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극을 다루는 이야기로 러브 코미디나 로맨스와는 조금 거리가 있죠. 그럼에도 이 비유를 쓴 것은 작중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의 관계가 이루지 못하는 사랑이라는 비극을 바탕으로 한 로맨스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에 대해 조금 설명하자면, 마법을 쓰는 마녀가 있고, 그런 마녀의 힘을 두려워해 사냥하여 죽이려 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왕을 무찌른 용사가 그 용사의 힘을 두려워한 사람들에 의해 새로운 마왕으로 몰리는 것처럼, 나보다 강한 힘을 가진 사람은 언제나 두려움의 대상이 되죠. 예전에 한번 이런 주제로 리뷰한 적이 있습니다만. 마왕(마녀) 될 운명을 짊어지고 태어난 아이를 불길하게 여긴 주변 사람들에 의해 차별당한 끝에 아이는 결국 마왕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그래서 마왕이 된다는 것은 당사자가 아니라 주변의 시선에 의해 만들어진다는걸, 이 작품 속에도 어느 정도 녹아 있습니다. 땅을 팠더니 솟아난 미지의 에너지 [성령]을 뒤집어쓴 사람들은 마법을 쓸 수 있게 되었고, 초월적인 힘을 쓸 수 있게 된 이런 사람들은 마녀(남자는 마인)라 차별 당하며 박해를 받아야만 했죠. 결국 주변의 시선으로 인해 마녀들은 마왕이 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마녀와 인간들 간 전쟁이 발발해 10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주인공 '이스카'는 마녀를 박해하는 제국의 병사로 등장합니다. 주인공은 과거 마녀에게 목숨을 구해진 이후 배웠던 것과는 다르게 마녀에 대한 인식을 고치게 되었고, 그 인식에 따라 전쟁을 끝낼 길을 찾고자 하죠. 계급은 병사이나 제국에서 내로라하는 엘리트로서 "1년 전 어떤 불미스러운 일(2권 리뷰에서 언급)"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습니다. 전장에서 여주 '앨리스'를 처음 만났을 때 나부끼는 드레스와 그녀의 미모에 한눈에 반해버리는 동정 같은 면모도 보여줍니다. 여주 '앨리스'는 마녀들이 세운 나라 '네뷸리스'의 제2왕녀로서 등장합니다. 이쪽은 마녀를 박해하는 제국을 쓸어 버리고 세계 제패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지만 주인공을 만난 이후 그의 동정 같은 면모에 이끌리고 그의 신념(전쟁을 끝내는 것)에 반하게 됩니다. 사실 여기까지 보면 순수하고 애틋한 사랑이 시작될 것도 같았습니다만, 잊으면 안 되는 게 이 작품은 라노벨이고, 라노벨계에서는 퓨어 한 사랑보다는 코미디 같은 사랑이 더 먹히죠.

그래서 이 작품도 첫 번째 만남부터 싸우다가 발이 삐끗해서 히로인은 주인공에게 공주 안기를 당하게 되고 히로인은 얼굴 빨개진 채 도망가 버립니다. 이후 엇갈림보다는 마치 운명이라는 듯, 가는 곳마다 둘은 마주치게 되고 서로 의식해 가는 부분들이 한편의 러브 코미디 영화를 보는 듯합니다. 밤에 잠을 못 자고, 눈에 아른거리고, 가슴이 답답하고, 그래서 도시로 나갔더니 마침 상대도 왔네? 같은, 그러나 둘은 맺어지지 못하는 운명이죠. 그래서 주인공은 여주(제2왕녀)를 납치하여 인질 내세워 네뷸리스(國)로 하여금 평화 협상에 나오게 하려 하고, 여주는 남주를 부하로 삼아 내 사람으로 만들어 돌파구(전쟁 끝내기)를 찾으려 합니다. 하지만 이게 얼마나 어설픈 생각이었는지를 알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을 겪으며 현실을 직시하여야만 하는 안타까운 모습도 보입니다. 애들(주인공, 여주 다 10대) 장난으로 전쟁이 끝날 거 같았으면 진작에 끝이 났겠죠. 하지만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맺으며: 작중에는 러브 코미디를 마구 찍어내지만 사실 좋아하는 감정보다는 신념이 같다(전쟁 끝내기)는 것에서 오는 동질감 같은? 그런 느낌도 없잖아 있습니다. 그래서 둘의 관계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하고요. 일단 전체적으로 보면 제국이 가해자이고 마녀의 나라 네뷸리스가 피해자임에도 이런 작품들이 다 그렇듯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인지 모를 일들을 표현하며 그 소용돌이에 휘말린 둘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그런 모습들을 보입니다. 그래서 감성이 풍부한 독자들에겐 꽤 먹히는 소재가 아닌가 싶군요. 다소 클리셰적인 장면들도 있지만 사랑에서 나오는 행동은 다 비슷하니까 넘어 가고요. 캐릭터들의 개성은 작가 '사자네 케이'의 특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서 이전 작품들을 좋게 봐온 분들이라면 쉽게 적응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주인공은 이전 작 '어째서 내 세계를~'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인상이 많이 흐리더라고요. 조금 더 치고 나왔으면 좋겠는데, 여주의 개성이 강해서 많이 묻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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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암살자, 이세계 귀족으로 전생하다 1 - L Book
츠키요 루이 지음, 레이아 그림, 송재희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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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특별한 건 없습니다. 필자는 이 작품에 대해 흥미보단, 월별 구매량이 정해져 있는데 그 구매량에 맞추려다 보니 이 작품이 낑겨온 것인데요. 그렇다곤 해도 시놉시스의 내용 중 "내 임무는 용사를 죽이는 것"에 조금 혹한 것도 있었습니다만. 사실 용사가 주인공이거나 서브 주인공이 되어 어쨌거나 정의를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는 작품이 주류인 라노벨계에서 용사가 악당으로 비춰지는 내용에 혹하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읽고 나서 흥미롭다거나 재미있었나?로 접근해 보면 일단 1권으로는 애매하다는 것입니다. 설정을 좀 소개하자면, 흔하디흔한 이세계 전생물에 실패와 좌절이 없는 먼치킨물이죠. 여신에게 치트를 받고 이세계에서 이를 바탕으로 괴물이 되어 가며, 하렘이 존재합니다. 현실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마법을 창조하기도 하고요. 주인공은 현실에서 세계 최고의 암살자였고 나이가 들자 토사구팽 당한 후 요단강 건넌 뒤 이세계로 옵니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여신에게서 미래에 용사를 암살해달라는 의뢰를 받습니다. 여기엔 필자가 예전에 언급한 적이 있는, 마왕을 무찌른 용사는 그 힘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 의해 새로운 마왕이 될 수밖에 없다는 무거운 주제가 깔려 있죠. 다만 이 작품에서는 미래에 마왕을 무찌른 용사가 자기 힘에 취해 폭주하여 세계를 멸망 시킨다고 여신은 말합니다. 하지만 보통 이런 말은 악당이 흔히 하는 블러프에 지나지 않으며, 주인공이 의문을 내비치 않는 것에서 악당은 결국 여신이 될 수밖에 없다는 복선으로 다가옵니다. 이미 그런 전조도 보이기도 하고요. 사실 현실적으로 보면 이런 설정은 이야기(목적)를 이끌어가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고, 결국 요점에 다가갈수록 나쁜 용사가 아니었습니다, 흔히 일본 서브컬처에서 표현되는 "다녀왔어요", "어서 와!"로 귀결되겠죠. 그래서 매우 알기 쉬운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런 부분들에서 라노벨이라는 특성을 매우 잘 살렸다고 할 수 있죠.

주인공은 이세계에서 암살 업을 하고 있는 남작(계급)가에 둘째(첫째는 비명횡사한 듯)로 태어나 아버지에게서 암살에 관련한 모든 기술을 전수받고, 여신에게서 받은 치트와 현실에서 암살 업을 했던 경험을 살려 자신만의 기술을 닦아 갑니다. 용사는 매우 강력하여 어쭙잖은 실력으로는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는 설정으로 정면에서 맞붙으면 아무리 노력한 들 이길 수 없는 게 이세계 용사라고 합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자신의 전문 분야인 암살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용사에 대응한다는 시나리오를 작성해 가죠. 그래서 주인공 먼치킨은 일견 개연성을 충족 시키기도 합니다. 그런데 초점이 여기에 맞춰져 있다 보니 좀 삭막한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암살에 익숙해진다며 사형수를 대량으로 데려와 교보재로 쓰고, 이세계 전생물이 다 그렇듯 스킬과 능력 맞추는데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보니 그림으로 치면 살풍경한 장면들이 많습니다. 또한 중2병식 설정이 많이 들어가 있기도 하죠.

가령 주인공 스승으로 오는 메인 히로인 '디아'는 사촌이고(동인계에서 흔한 설정), 숲에서 하녀가 되는 여자애를 줍고(보통 노예에 해당), 여신이 등장하는 치트가 있고(주인공 먼치킨은 필수 코스), 용사가 있고(더블어 마왕도), 하렘이 있고(14살에 벌써 3명 접수), 현실 신문물을 전파하는 것(우매한 이세계 사람들), 그걸 응용해서 총기류를 만드는 것(열처리는?), 그리고 중2병의 하이라이트로 마안(데빌 아이즈)을 붙이는 것, 생각만으로 뭐든 만들어내는 능력(희귀 광석, 화장품), 한창 사춘기를 구가하는 청소년의 로망인 120mm 전차포(그러니까 열처리는?)는 이 작품의 백미죠. 주인공은 이걸 14살 될 동안 다 이뤄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현실을 직시하는 어른(성인)이 봐선 안 됩니다. 너무나 비현실적이라서 아마 1/3도 못 읽고 냅다 던져버릴 테니까요. 반대로 중2병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환장하는 작품이 되겠죠. 그래서 6권이나 정발 되었을 테고요(참고로 애니화도 됨). 아마 나름대로 독자층이 형성되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주인공은 스승 '디아'를 필두로 하녀 '타르트', 상인 '마하'를 하렘이자 암살 조수로 기용하고 본격적으로 암살 업을 시작합니다. 암살은 용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일단 암살 업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났으니 본업도 해야만 합니다. 1권은 암살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가짜 신분을 만들기 위해 여러 일을 하는 등 기반을 닦는데 많은 지면을 할애합니다. 또한 자신의 스킬을 수련하는데 집중하고요. 사실 이 과정에서 스킬만 있으면 만능이라는 듯이 노력이라곤 개뿔도 없이 마구 만들어내고 스킬을 수련해가는 통에 헛웃음이 끊이질 않았군요. 사실 먼치킨은 좋은데 실패와 좌절에서도 배우는 것이 있을 텐데 작가는 이런 점을 간과하는 것 같아 많이 아쉽기도 합니다. 암살계 특성상 실패는 곧 죽음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이게(먼치킨) 이런 작품의 특징이기도 하니까, 딱히 읽는 독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니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겠죠.

맺으며: 이 작품은 '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 하위 버전쯤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아류작이라는 소리가 아니니 오해는 없길 바라고요. 스킬 명이라든지, 총기류라든지, 전차 포라든지, 마안(데빌 아이즈)이라든지, 온갖 중2병 요소는 다 나옵니다. 거기다 사촌과 하녀(노예) 히로인 속성은 오타쿠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이죠. 흔직세 또한 이런 점들을 높게 사서 인기가 있는 것이고요. 다만 이 작품(암살 귀족)은 흔직세가 가진 중2병 본연의 개그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위 버전 그 이상은 되지 않으며 그로 인해 꽤 딱딱한 느낌을 받죠. 이걸 해결하기 위해 하하 호호 단란한 주인공의 가족을 연출하려 했는지 모르겠지만 도리어 이질감만 잔뜩 선사합니다. 뒷구멍으로는 암살을 하고, 사형수들을 데려와 교보재로 쓰는 집이 요리를 누가 만들지를 두고 밝은 분위기를 내고 백치미 넘치는 엄마 속성이 더해져 웃음기 넘치는 가족애는 어딘가 삐뚤어지고 망가진 세계를 보는 듯했군요.

위에서 할 말 다 해놓고 할 말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사실 1권으로 이 작품을 예단하긴 힘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용사가 아직 등장하지 않았거든요. 진짜 악당일지 아니면 여신의 농간에 의해 혐의를 뒤집어쓰고 있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니까요. 먼치킨과 노력 없는 능력 발현을 빼고 이 작품을 접해보면, 주인공이 전생 전에 암살자로서 느끼지 못했던 인간의 따스함을 느껴가며 인간다움으로 완성되어가는 그런 면도 없잖아 있습니다. 가족을 소중히는 기본 패시브니까 일일이 열거할 필요는 없을 테고요. 그래서 저 위에서도 언급했던 "다녀왔어요", '어서 와"의 부분은 주인공이 아니라 주인공에 이끌려 세상으로 나오는 '용사'가 되지 않을까 그런 느낌도 있습니다. 이세계의 근본이 되는 여신으로부터 존재를 부정 당하는 용사의 이야기니까 어쩌면 2권부터는 중2병 요소보다는 인간미를 좀 더 부각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필자는 고민에 빠졌군요. 1권의 이야기가 워낙 허황된 이야기라 2권 구입을 망설였는데 1권 후반부터 인간미를 넣어 놓기 시작하는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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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따위가 마왕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며 용사 파티에서 추방되었으니 왕도에서 멋대로 살고 싶다 4 - S Novel+
kiki 지음, 킨타 그림, 조민경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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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이번엔 특히 심하니 주의)

사람을 구하는 데 있어서 그 기준은 무엇으로 하는가를 묻는다면 여러분은 어떤 대답을 하실 건가요. 눈앞에 예쁜 여자애와 여드름투성이에 돼지같이 생긴 일명 방구석 폐인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데 둘 중 하나만 구할 수 있다면 누굴 구할 건가요. 자, 여기서 가장 근본(사람 구하기)이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둘 다 사람들을 죽인 살인자라면? 그나마 여자애를 구할 건가요? 둘 다 버린다는 선택지는 없습니다. 이 질문을 하는 이유는 사람을 구하는 데 있어서 선악과 외모에 구분을 지어야 하는가에 있습니다. 이걸 이 작품에 빗대보자면, 이제 8살이 된 예쁜 소녀들이 있습니다. 이 소녀들은 태어날 때부터 배우길 살인이고, 자신의 존재 의의와 가치를 증명하는 데 있어서 살인밖에 없고 어느 날 세상에 버려집니다. 이 말은 곧 물에 빠진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물에 빠져 허우적 거린다는 것은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함이고, 그 증명은 사람들을 죽이는 데 있습니다. 그래도 구할 건가요?

자, 죄를 짓고 있는 소녀들이 눈앞에 있습니다. 나는 그 소녀들을 막을 힘이 있고요. 없애야 할까요? 아님 더 이상 허우적거리지 않게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길을 가르쳐줘야 할까요. 도덕적으로 보면 후자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겠죠. 근본(인간)적으로 접근하면 후자가 맞을 겁니다. 이 작품의 여주와 그 일행들은 소녀들을 없애기보단 갱생의 길을 선택합니다. 여기까지 보면 인간적으로 당연한 흐름일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하는 게 하나 있죠. 바로 "피해자들". 그 소녀들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과 그 소녀들의 만행을 벗어나기 위해 고향을 등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수가 수만 명에 이른다면? 보통 이런 흐름이라면 소녀들은 주인공(이 작품에서는 여주)에 의해 구원받고, 자신이 저지른 짓에 대한 참회와 반성을 하는 게 옳은 순서겠죠? 도덕적으로도 이게 맞고요.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쓰는 것에서 이미 눈치챈 분들 계시겠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2권에서 '잉크(꼬마 히로인)'를 구할 때부터 알아보긴 했지만 그땐 아직 1권의 여운이 남아서 제대로 캐치를 못했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군요. 이 작품은 '진짜 피해자들'을 등한시한다는 것입니다. 그 피해자들은 왕도 사람들이고요. 여기서 계란이 먼저인가 닭이 먼저인가 같은 사소한 논란이 있겠는데, 소녀들의 행동을 저지함으로써 피해를 막거나 최소화한다. 하지만 논점은 이게 아닙니다. 논점은 죄를 지은 것에 대한 반성과 참회죠. 소녀들이 살인 이외에 도덕과 사회를 배우질 못 했다면 하다못해 여주나 그 주변인들로 하여금 대리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가령 이 소녀들이 이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는 것처럼요. 가해자를 구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죠. 그러나 이 소녀들도 일종의 피해자라는 듯 대하며 왕도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보다 이 소녀들이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길만 모색하기 바쁘다는 것입니다.

소녀들은 교회에 의해 병기(칠드런)로서 길러지고 쓸모 없어지자 버려졌습니다. 키워준 사람(마더)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과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구원하려는 여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왕도 초토화라는 길을 선택하죠. 처절한 싸움이 이어집니다만. 죄를 뉘우치지 않더라도 권선징악이라는 자연의 순리에 따라 소녀들이 싸우다 죽겠다는 결단을 여주와 그 일행들이 들어 줬으면 이런 구질구질한 리뷰는 쓰지 않았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게 이번 4권의 이야기입니다. 결국 기승전결은 내다 버리고, 진짜 피해자들은 구할 생각도 없이 최우선적으로 소녀들만 구하는 여주와 그 일행을 보고 있으면 대체 무슨 생각일까 싶기도 하였군요. 그 과정에서 '밀키트' 같은 가족들은 피신 시키네요? 도시를 초토화 시키며 많은 사람들이 휘말리는데도 안중에도 없고, 악인이라도 구하고자 했다면 칠드런 제3기(소녀들은 2기)에 해당하는 '아기'들은 왜 안 구하며, 최종 보스인 '마더'는 왜 안 구해주는 걸까 싶더라고요.

결국은 작가의 입맛대로 써가는 것뿐이라는 걸 알게 되죠. 이번 4권에서 가장 어이없었던 부분을 꼽으라면, "악인이라도 행복해질 권리가 있고, 그걸 바라는 사람에게 잘못이라고 하는 사람은 소중한 것을 한 번도 잃지 않은 사람이다". 정작 피해자들(소녀들의 살육전에 휘말린 왕도 사람들)의 행복은 하나도 언급이 없어요. 그리고 최종 보스도 알고 보면 아동학대의 피해자인데 지금은 성인이라는 이유로 잘잘못을 분간 못해? 하며 매도하는 부분은 실소를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사실 최종 보스가 소녀들을 기르고 병기로 만들었으니 어쩌면 소녀들도 피해자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논점은 반성이고, 그 반성은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나중에 소녀들이 스스로 길을 선택해 죄를 갚는 장면이 나오긴 하는데, 이 또한 논점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죠. 참회의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만, 리뷰에서 언급할 수 있는 건 아니었군요.

아무튼 용사로 넘어오면 그녀의 뷔페식 사람 구하기는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눈앞에서 사람들을 학살하는 소녀를 말리기는커녕 친구라 여기고, 정작 마족에 의해 가족과 마을을 잃어 복수심에 불타는 성녀가 좀 나쁜 짓 했다고 구할 생각은 안 하고 세상 악당 취급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여주가 노예로 팔려간 걸 알았으면 냉큼 달려가 사죄하고 피해 회복할 생각은 안 하고 세상 무너진 것처럼 망가져서 폐인처럼 지내는 꼴 하며, 마음이 여리다는 걸 표현하려 했는지 모르겠지만 보고 있으니 발암 그 이상이었군요. 용사의 힘만 있었다면 왕도가 초토화되지 않았거나 좀 더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음에도 평범한 소녀에게 용사 직을 줘봐야 발암일 뿐이라는 걸 역설하려 했는지 모르겠지만, 진짜로 발암짓을 해대죠. 그럼에도 작가는 용사의 행동에 대한 잘잘못은 일절 언급을 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여주와 만나는 장면에서 폐인 된 것치곤 부활이 빠르네? 대체 폐인 짓은 뭣 때문에 한 건지도 모르게 되죠. 거기에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힘을 보태러 온 성녀 못 잡아먹어서 안달을 하죠. 작가가 이야기 구성에 있어서 사람을 구하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면 성녀도 구해야 설정 구멍은 아닐 텐데 말입니다.

맺으며: 만악의 근원인 오리진(神)에 대한 것도 언급하려 했지만 지면이 길어지는 관계로 5권이 나오면 그때 언급해 보겠습니다. 용사의 진짜 역할도 드러나는 등 이 작품에 대한 설정이 거의 다 드러나기도 했고, 소녀들이 속한 '칠드런'에 대해서도 언급하려 했습니다만, 리뷰 완급 조절에 실패했군요. 사실 4권에서 하차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게, 반성과 사과를 떠나서 작중 진행이 상당히 매끄럽지가 않습니다. 무엇보다 기승전결을 내다 버린 진행은 짜증만 불러옵니다. 읽는 내내 530페이지나 되는 분량을 허비할 필요가 있나? 같은 생각만 들었군요. 그렇다고 새로운 이야기가 있기나 하나. 소녀들(칠드런)과의 싸움만 있을 뿐이고, 그렇다고 개연성을 위해 그 소녀들이 안고 있는 마음을 구구절절하게 표현이나 했나. 그저 존재가치만 찾으며 살육전만 펼치는 상황이었죠. 번역의 문제인지 원서의 문제인지 대화 구성도 매끄럽지 않고, 오타는 집중을 방해합니다. 오역도 있는 거 같은데 이건 원서를 안 봐서 확실하진 않고... 참고로 서두에서 언급한 돼지 방구석 폐인은 최종 보스를 지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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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의 팔라딘 2 - 짐승의 숲에서 만난 사수
야나기노 카나타 지음, 린 쿠스사가 그림, 신우섭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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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세상을 어지렵혔던 데몬의 왕 [상왕]을 봉인한 3영웅, 죽어서도 언데드가 되어 200년 넘게 [상왕]이 봉인된 땅을 지키던 3영웅에게 다가온 아이. 버릴 수도 있었고, 못 본 채 할 수도 있었건만 언데드로 변한 3영웅은 멸망한 나라의 폐허에서 아이를 무사히 키웠습니다. 자신들의 능력과 경험 모두를 아이에게 전수해 주었고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지식을 전수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자라 15세 되던 날, 언데드들은 아이에게 있어서 둘도 없는 부모가 되었고, 언데드들에게 있어서 아이는 둘도 없는 자식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별은 언제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고 하죠. 성인이 된 아이가 세상에 첫발을 내디디려는 순간, 떠나려는 아이를 보며 이제 세상에 미련이 없어진 언데드들에게 과거 3영웅을 언데들로 만들었던 불사의 신(神)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불사의 신은 부모와 자식에게 마치 마지막 시련이라는 듯 가혹한 운명을 던집니다.

이번 이야기는 '변경의 팔라딘'의 의미를 되새기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부모를 윤회의 고리로 되돌려 보내고 폐허의 유적을 나와 인간의 마을을 찾아 여행을 떠나죠. 이 작품은 신(神)화가 존재하며, 그 신중에는 악(惡)신도 존재하여 그 악신의 영향을 받는 어둠의 세력 또한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 정점이 '데몬'이고 데몬의 왕 [상왕]의 시대 때 전 세계가 업화에 휘말려 인간(포함 여러 종족)은 절멸의 기로에 서 있었죠. 그런 암흑의 시대에 한줄기 빛과 같이 3영웅이 등장하였고, [상왕]은 봉인되기에 이릅니다. 이 작품의 특징은 어딘가 몽환적이고 유럽 신화 같은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내고 있는데요. 그래서 이 작품과 분위기가 비슷한 작품을 꼽으라면 '재와 환상의 그림갈'이 있고, 신과 신앙에 대해서는 '늑대와 양피지'와 유사한 느낌을 보여줍니다. 각종 데몬과 마물들의 등장으로 절망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런 상황에서 신앙의 힘은 절대적이라는 것등이 비슷하죠.

주인공은 여행 중에 숲속에서 '하프엘프 메넬도르(이하 메넬)'를 만납니다. 여기서 유념해야 될게 이 작품은 주인공이 여행을 하다가 히로인이 물가에서 목욕하는 걸 발견하고, 그냥 가면 될 것을 필연적인 이벤트마냥 어이쿠 발이 미끄러졌네 하며 뛰어드는 그런 훌륭한 이벤트는 없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 작품의 하프엘프는 '남자'라는 것이고, 그래서 김이 빠지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뻔한 클리셰가 아니어서 안도하기도 하였군요. 목욕씬? 그런 건 없고 웬 멧돼지를 잡아 사이좋게 구워 먹습니다(먼산). 약간의 에피소드를 거치며 주인공의 동료이자 친구로 영입 되는데, 이 과정에서 약간의 트러블이 발생하고 주인공이 해결하면서 '메넬'은 깊은 인상을 받아 가죠. 보통 이런 씬은 히로인과 해야 하는데, 히로인과의 썸 못지않은 브로맨스를 찍으려는지 히로인과의 이벤트였다면 만나자마자 호감도 맥스를 찍을만한 이벤트를 보여준다는 것에서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을 받기도 하였군요.

어디 마왕을 무찌르러 가는 용사가 중간 마을에서 동료 한 명을 영입한 것 같이 그렇게 메넬을 대리고 길을 떠나는데 이번엔 진짜로 히로인을 만납니다. 한 권에 너무 많은 만남이 이뤄지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만, 마물에게 쫓기는 하플링(소인족) 소녀 음유시인 '로비나'와 상인 '토니오(참고로 남자)'를 만나 동료로 영입, 다시 길을 떠나 항구도시 '화이트 세일즈'에 도착합니다. 사실 중간에 많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걸 다 언급했다간 리뷰가 한없이 길어질 테니 생략하고 여행 중 주인공에 대해 조금만 언급해 보자면 부모(언데드)에게서 교육을 참 올바르게 받았다는 걸 보여줍니다. 데몬과 마물이 날뛰는 무법의 지대 광활한 '짐승의 숲'에서 처절하리만치 궁핍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보면서 마치 늑대와 양피지의 '콜'과 같이 깊은 신앙심으로 어둠 속에서 빛을 밝혀가자는 결의를 하는 모습들이 상당히 인상 깊죠. 거기에 내 이익은 없으며, 불행하게 죽은 사람들을 윤회의 고리로 돌려보내는 일을 덤덤히 해나갑니다.

주인공은 항구 도시에서 영주를 만나 팔라딘이라는 기사직을 받고 일행들과 변경 '짐승의 숲'으로 돌아와 궁핍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돕기 시작합니다.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변경의 팔라딘이란 이런 뜻입니다. 개척의 시대라면 필수적으로 1세대가 겪는 궁핍한 삶과 처절한 생활 환경에 놓인 사람들을 대가 없이, 내 이익을 바라지 않고 사람들을 보살피는 주인공의 모습은 처절하리만치 아름다운 성녀와도 같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마음에 여유가 없어져서 실패를 하기도 하고, 비 온 뒤 땅이 더 굳는다는 말처럼 부모에게서 이론만 배웠던 애송이가 실전을 거치며 조금씩 성장하는 그런 모습들을 보이죠. 차별의 뜻은 없다는 걸 미리 밝혀놓고 언급해 보자면 작가는 왜 주인공의 성별을 남자로 했을까 하고 끊임없이 묻기도 하였군요. 하다못해 메넬이라도 히로인으로 해두었다면 조금은 더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합니다. 음유시인 소녀 '로비나'는 너무 활달해서 역할을 대신 맡기기엔 부적합해 보였고요.

맺으며: 좋았던 점을 몇 개 언급해 보자면, 기반이 이세계 전생물이다보니 약간의 치트 같은 설정도 있지만 크게 부각되지는 않습니다. 사물과 자연의 표현에서 시(詩)적인 장면도 있고, 몽환적인 장면도 있는 등 여느 판타지와는 조금 다른 면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하렘이 없습니다. 단점을 몇 개 언급해 보자면, 주인공 혼자 다 짊어지려는 버릇이 있습니다. 타인의 능력을 자신의 기준으로 맞추는 버릇이 있습니다(메넬이 골로 갈 뻔한 이후 고치긴 합니다). 마음이 망가진 거 같진 않은데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겪으면서도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더니 '메넬'이 다치자 눈 돌아가는 모습은 좀 그랬습니다. 그리고 허를 찔러 주었던 장면으로는 항구 도시에서 돼지 성직자를 만났을 때군요. 보통 판타지물에서 돼지 성직자는 부패의 표본이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상당히 신선했군요. 거기다 물심양면으로 주인공을 지원해 주기까지. 선입견은 좋지 않다는 메시지가 아닌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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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내 세계를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가? 6 - 천마의 꿈, Novel Engine
사자네 케이 지음, neco 그림, 이경인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1년 11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 작품의 특징은 주인공이 똑똑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원래 세계에서 5대 종족 대전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세계가 덮어쓰기 되어 이쪽 세계로 넘어왔을 때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죠. 그래서 주인공은 원래 세계에서 인간족을 승리로 이끌었던 '시드'라는 사람을 찾아 진상을 듣고 싶어 하지만 그 진상은 다름 아닌 환수족(수인)의 영웅 '라스이에'가 가르쳐 주었었습니다. 물론 환수족은 인간족과 적대하는 적으로서 그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것도 문제였긴 합니다만. 결국 이번 6권에서 그녀의 말이 진실이었다는 걸 알게 되죠. 그래서 주인공은 이번 6권에서 절망을 맛보게 됩니다. 악마족 영웅 '바네사'를 처음 만나 사생결단을 낼 때 그녀가 전력을 내지 않고 순순히 물러난 이유가 뭘까(물론 절제기관의 개입 때문이라고는 해도), 엘프의 숲에 갔을 때도 거만하고 오만했던 엘프가 순순해졌던 연유가 무얼까, '슬라임 소녀'가 친구처럼 인간들 사이에 녹아들 때 주인공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주인공은 자기가 잘 생기고, 배려심 많은 하렘물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했을까? 그래서 이종족 하렘을 꾸릴 수 있었다고 착각했을까? 사실 이것조차 독자는 모릅니다. 주인공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언급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하나 알 수 있는 게 있죠. 서로 적대하지만 만나고 보니 친구처럼 잘 지내더라는 겁니다. 악마족 영웅 '바네사'의 오른팔 '하인마릴', 엘프의 '레이렌', 그리고 '슬라임 소녀'가 인간들과 부대끼며 생활하는데 아무런 문제점을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인간에게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다곤 하지만, 이들이 인간과 섞여 지내고 있다는 것에 포인트가 있죠. 그렇다면 원래 5대 종족은 서로 사이좋게 지냈던 거 아닐까? 환수족 영웅 '라스이에'가 말했던 흑막 때문에 세계가 덮어쓰기 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은, 나아가 인간족에 붙어 예언해 주고 있는 '신(神)'에 대해서도 의심을 해봐야 되지 않을까? 제6종족 기강족 본거지에서 주인공은 원래 세계의 '시드'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메시지를 줍습니다.

그리고 '시드'가 남긴 메시지에서 이 세계의 진실을 알게 되죠. 5대 종족 대전을 뒤에서 조종하는 흑막이 있고, 사실 5대 종족은 다투지 않고 살아가는 미래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것은 환수족 영웅 '라스이에'에게서 들은 진실에서 조금 더 나아가는 내용이지만, 주인공 스스로 생각하고 의심을 해봤다면? 메시지를 듣고서야 '라스이에'의 말이 맞았다는 걸 깨닫는 주인공을 어떻게 봐야 할지 참 난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쯤 '라스이에'는 악마족 영웅 '바네사'와 '슬라임 소녀'와 3파전을 치르며 사생결단을 내는 중이었죠. 그제서야 '라스이에'를 어떻게든 자기 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생각에 미친 주인공이 서둘러 싸우고 있는 3명에게 달려갑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보게 되죠. 느닷없는 흑막의 출현을요. 주인공에게 그리고 인간족을 뺀 4대 종족에게 절망을 안겨줍니다. 주인공이 의심을 하고 대비를 했다면, 후에 기강족 영웅이 이런 말을 하죠. 흑막을 만났을 때 4대 종족(바네사, 슬라임 소녀, 라스이에, 엘프녀)을 끌어들여 흑막과 맞섰다면 결코 절망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맺으며: 예전에도 몇 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필자의 리뷰로 인해 출간작 판매량에 영향이 가면 어쩌나 하는 주제넘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요. 사실 신랄하게 비판한 몇몇 작품 중에 후속이 발매 안 될 때마다 이런 마음이 커져만 갔었군요. 그래서 웬만하면 중립적인 입장에서 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그런 점에서 본 작품은 어떠한가를 논해본다면, 사실 5권까지 참고 봐왔었습니다만, 이번 6권은 도저히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아마 출판사도 검수 때문에 읽어는 보셨을 테고, 그렇다면 얼마나 심각한지 인지하셨을 거라 봅니다(그래서 7권이 안 나오는 건가?). 일단 최대한 중립적인 측면에서 쓰고자 했지만, 역시 비판 좀 해야겠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처럼 무능한 놈은 없을 것입니다. 생각이라곤 전혀 하지 않으며, 하는 것도 별로 없고, 결국 주변이 알아서 온순해지고, 알아서 해주니까 해결된 것이지 주인공이 생각이 깊고 카리스마가 있어서 해결이 되었나? 전혀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 결정판이 이번 6권이죠. 이쪽 세계에서 '시드'라 자처하는 용병왕이 존재하고, 이전부터 그의 의지(인간 외에 절멸)를 알고 있다면 대비를 해야 되지 않을까요. 결국 흑막과 용병왕이 노리는 건 인간 외의 4대 종족이고, 지금 그 3대 종족이 만나 싸우고 있다면 이후 일어날 일은 뻔하죠. 3종족 영웅들이 싸우다 지치게 되면 어떤 결말을 맞을지를요. 결국 흑막에 의해 주인공을 뺀 4대 종족 영웅(엘프녀도 휘말림)과 '린네(히로인)가 추풍낙엽처럼 쓰러져도 주인공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못하는 게 아님)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더욱 문제는 갑자기 등장한 흑막의 능력인데, 그냥 내가 말하면 법이라는 것처럼 인과관계는 개나 줘버리고는 식의 게임으로 치면 '쿠소게'에 버금간다는 것입니다. 게임 좀 해본 분들이라면 '쿠소게'의 의미를 아실걸요. 이건 나무야 미안해를 넘어서는 것이죠. 주인공은 모든 걸 잃고 모든 게 끝나고 나서 뒤늦게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반격의 기회를 엿보며 끝나긴 하는데, 결국 요점은 절망을 뒤로하고 일어선 주인공이 5대 종족을 이끌고 흑막과 싸워 이겨 영웅이 된다 뭐 그런 결말일까요? 메인 히로인 '린네'의 정체와 세계 덮어쓰기에 대한 복선도 나왔는데 7권을 필자가 읽을지는 회의적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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