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의 하극상 제3부 영주의 양녀 1 - 사서가 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V+
카즈키 미야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김봄 옮김 / 길찾기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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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다는 건 이걸 두고 하는 말이겠죠. 철저한 계급사회에서 영주가 가지는 입지는 그 지방에서 왕에 버금가는 거나 다름없다는 건 다들 아실 겁니다. 사실 때와 시대에 따라 왕이라도 영주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죠. 그런 영주의 양녀로 들어갔으니 '날 괴롭히던 망할 놈들 두고 봐?'라는 수순이 되는 건 필연, 마인의 가족을 해치고 그녀를 어디 말 뼈다귀 같은 귀족에게 씨받이로 보내려던 (구)신전장은 신관장 '페르디난드'를 비롯한 영주 3형제에 의해 dog박살이 나버렸고, 영주는 마인이 가진 방대한 마력과 그녀가 가진 능력을 대가로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양녀로 들였습니다.

 

평민이 졸지에 상급 귀족이 되어 버린 것이죠. 출세도 이런 출세가 없는 것입니다. 물론 잃은 것도 있습니다. 그녀는 가족과 영원한 이별을 해야만 했죠. 어쩌다 마주 보아도 서로가 가족으로써의 이름은 금지 당해버렸습니다. 계약으로 인해 어기면 바로 저세상행이고요. 그래서 형을 형이라, 언니를 언니라, 아빠를 아빠라 부르지 못하는 눈물겨운 일이 벌어집니다.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귀족가에 몸을 위탁한 마인은 그저 멀리서 가족을 보아야만 했고 서로가 아는 제스처로 소통하는 부분은 눈물 없인 읽을 수가 없었군요.

 

그래서 애가 독기가 많이 올랐습니다. 자신을 제일 많이 괴롭히던. 아니 괴롭힌 정도가 아니죠. 가족을 몰살하려고 했으니... 그런 (구)신전장을 요단강 건너로 보내 버렸고, 자신이 눈독 들이고 있었던 신전의 서가(독서실)를 어지럽힌 청색 신관에게 위압을 가한다거나, 기껏 얻은 권력을 좀 휘두른다고 벌받지 않는다는 투로 날 방해하는 놈들을 권력으로 눌러 버리겠다는 둥 애가 많이 무서워졌어요. 뭐 물론 반농담쯤이지만요. 그만큼 여전히 책에 대한 열정도 대단합니다. 이제 절대권력 영주라는 양아버지도 얻었고(1) 자신을 노리는 사람도 없어졌으니 그녀가 추구하는 인쇄업은 탄탄대로를 달리기 시작합니다. 내친김에 (구)신전장을 몰아내고 (신)신전장이라는 약관 7살 나이에 대략적으로 한 나라의 추기경쯤 되는 위치까지 올라가 버리게 됩니다. 경사났네~~

 

어찌 되었든 이별이 있으면 새로운 만남이 있다고 하였던가요.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어느 마법소녀물에서 그랬던 게 생각이 납니다. 암투가 판을 치는 귀족가에서 조금만 걸어도 픽픽 쓰러지는 마인이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가진 적이 있었는데 이 작품 자체가 가족 드라마이다 보니 사실 심각한 건 없군요. 친가족과는 헤어졌지만 새로운 가족과의 만남은 마인에게 밝은 미래를 비추듯이 모두가 그녀에게 우호적이었습니다. 거기에 벤노부터 시작해서 영주 3형제(신관장 페르디난드 포함) 패거리들이 마인을 거의 성녀급으로 포장해버리는 바람에 귀족가에도 무사히 안착하는데다 양어머니(2)도 마인에게 매우 우호적이라는 것에서 읽는 내내 미소가 떠나질 않았습니다.

 

양어머니(3)가 얼마나 우호적이냐면 마인의 방을 매우 귀엽게 꾸민다던지 마인의 옷을 주체 못 하고 구입한다던지, 유부녀인 주제에 신관장인 페르디난드를 사모하고 있어서 마인을 통해 신관장과의 접선을 자주 만들게 되자 아주 그냥... 귀엽다는 게 양어머니를 두고 하는 말인갑다 하는 걸 느끼기에 충분하고도 남았습니다. 나잇값이 대수랴, 더 나아가 신관장을 필두로 한 연주회까지 성사시키면서 양어머니의 눈은 하트로 도배가 되고 마인은 완전히 귀족가에 녹아들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양어머니가 가진 귀족사회의 권력이 대단한다는 걸 느끼기도 하였군요. 이번 이야기는 이런 내용으로 훈훈한 이야기만 가득합니다.

 

마인에게 있어서 속된 말로 쥐구멍에도 해 뜰 날이 도래하였습니다. 그동안 살기 위해, 책을 위해 고군분투를 넘어 사선을 넘나들던 그녀에게 보답이라도 내리듯 '권력'이라는 장밋빛을 곁들인 햇빛이 온종일 내리 쨉니다. 감히 누가 영주의 양녀에게 대드느냐! 이거죠. 거기에 편승해 때는 이때다 하고 인쇄업과 출판에 관해 밀어붙이는 게 애도 보통은 아닙니다. 그리고 조금만 걸어도 픽픽 쓰러지는 데다 7살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몸이라는 귀여움을 이용해 그렇지 않은 척은 하고 있지만 사실 마인은 자신의 이런 몸을 이용하는 모습에서 굉장히 영악하다고도 할 수 있죠. 걷기 힘들다는 이유가 있지만 다 큰 성인의 기억을 가진 그녀가 성인 남자의 품에 냅다 안기는 건 거부감이 상당할 텐데도 그렇지 않아 하는 건 예사롭지가 않는 것입니다.

 

맺으며, 그녀가 문득 가족을 그리워하는 모습은 보는 이를 애처롭게 합니다. 속은 다 큰 어른이라고 해도 애는 애인 것이죠. 언니인 투리가 만든 비녀를 보고 그리움과 외로움에 대성통곡한다던지, 성결식(합동결혼식 비슷)에 찾아온 가족을 멀리서 지켜보며 서로가 제스처로 소통하는 모습에선 눈물이 다 났습니다. 이 작품의 요점은 가족의 소중함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다시 한번 느꼈군요. 물론 이게 다 주체 못 하고 일을 벌인 그녀가 선택한 가시밭길이라는 것에서 동정심은 주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요.

 

사실 아무 능력 없이 지냈다면 목숨을 위협받을 일도 가족과 떨어질 일도 없었겠죠. 그전에 그렇게 되면 이 작품 자체가 성립이 안되겠지만요. 알고 보면 영리에 의해 인간관계가 맺어지고 파고들어보면 조금은 복잡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마인이 평범한 아이였다면 죽든 말든 영주는 거들떠도 안 봤겠죠. 그래서 자신의 능력 때문에 노려지고 그 능력 덕분에 자신과 가족의 목숨을 지켜지고 있는 아이러니가 이 작품엔 존재합니다.

 

마지막으로 일러스트가 비약적으로 진화하였습니다. 그동안 본문에서는 어딘가 모르게 귀여움을 어필하고 있지만 일러스트가 뒷받침해주지 않아서 괴리감이 상당했는데 이번부터는 그 폭을 상당히 줄였더군요. 특히 마인이 엄청 귀엽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거기다 내용까지 귀여움으로 도배가 되어 있어요. 마인과 신관장 페르디난드와의 말장난 같은 에피소드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군요. ​ 


 

  1. 1,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마인에게 양아버지는 두명이 됩니다. 아무리 절대권력 영주라고해도 평민을 귀족으로 만들순 없어서 신분을 세탁해야 했는데, 중간에 상급 귀족인 영주의 사촌형 친딸로 위장해서 입적후 바로 영주 양녀로 건너간 것입니다.
  2. 2, 여기서의 양어머니는 영주의 사촌형의 첫째 부인으로 마인에겐 서류상 친엄마에 해당합니다.(사실 마인은 세째 부인이 낳았다는 설정인데 족보가 상당히 꼬이는 관계로 이렇게 표현함)
    영주의 부인이자 마인의 정식 양어머니는 별다른 활약이나 두드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아 리뷰쓸때 좀 헷갈렸군요.
  3. 3, 여기서 양어머니는 영주의 사촌형 첫째 부인, 서류상 마인 친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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