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향신료 18 -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아야쿠라 쥬우 그림, 박소영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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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권은 시간적으로 보면 늑대와 양피지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콜이 변화해가는 세계를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고 그 흐름에 몸을 담그고 자 십수 년이나 인연을 맺어온 로렌스와 호로의 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로렌스와 호로의 딸 뮤리는 콜을 뒤따라 가출해버렸고요. 시간의 흐름이라는 게 이렇습니다. 파슬로에에서의 여행이 어느덧 끝을 맺고 둘의 사랑이 결실을 맺어 아이가 태어나나 했더니 훌쩍 성장해서 이들의 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로렌스와 호로가 결혼해서 뇨히라에서 머문지도 벌써 십수 년이 흘렀습니다. 영원과도 같았던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 가버리고 어느덧 로렌스는 중년의 길에 접어들었군요. 호로는 여전히 어린 소녀 모습 그대로고요.

 

이번 이야기는 머무는 자와 떠나가는 자를 그리고 있습니다. 머무는 자는 당연히 로렌스고 떠나가는 자는 호로입니다. 이젠 이런 단어를 입력하는 것도 손가락이 아플 지경인데, 시계의 시침과 분침이 같이 갈 수 없듯이 영원을 살아가는 존재와 찰나의 시간을 살아가는 존재 또한 같이 갈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이전에도 숱하게 필자가 언급했던 것이기에 굳이 여기서 더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좀 더 명확하고 빠르게 서술되고 있어서 많이 애잔하게 한다는 것이군요.

 

늙어서 기력이 없는 자신을 부축하는 호로를 상상하는 로렌스, 촛불이 그 생명을 다 할 때 가장 밝게 빛나는 것처럼, 물고기가 알을 낳고 그 생명이 다해 쓸쓸히 죽어가는 것처럼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듯한 그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많이 먹먹해져옵니다. 그래도 아직은 조금 더 갈 수 있다는 느낌으로 아직은 이 손을 놓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호로의 손을 부여잡고 느려도 여전히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 끝이 저만치 다가왔다는 실감을 하면서... 호로는 일찌감치 그 너머를 이미 준비하고 있는 듯하였습니다.

 

로렌스는 예전 같으면 자신의 반려가 다른 남자와 있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질투심에 사로잡히겠지만 지금은 호로 곁에 누군가가 있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강해졌습니다. 그 바램에 응답하듯이 남방에서 찾아온 호로와 같은 계열의 늑대 권속 무리, 그리고 로렌스는 그 늑대 무리에게 호로를 맡기려고 합니다. 당연히 호로는 반발하고, 이제 그만 이들을 쉬게 해줘도 좋으련만 작가는 또다시 시련을 내립니다. 이별은 언젠가가 아니라 순식간에 찾아옵니다. 그렇기에 준비에 들어가는 로렌스는 위기에 빠진 늑대 무리를 돕고자 발 벗고 나섭니다. 그것이 뇨히라, 나아가서 자신의 온천장을 망하게 하는 길이라도요.

 

이 작품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작품도 참 드물 겁니다.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는 존재끼리 만나 서로에게 이끌리고 이별을 두려워하기보다 정면으로 돌파하며 후회되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궁극적으로 서로가 웃으며 이별을 선택하는 것, 운명에 발버둥 치기 보다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 그리고 행복했지라며 그때를 추억하는 것, 이런 건 참 가슴을 아려오게 합니다. 이런 이야기가 변질되지 않고 끝까지 이어지기란 참으로 어렵죠. 중간에 끼어들어 분탕질 해대거나 초 치기를 예사로 하는 작금의 라이트노벨들에 비하면...

 

"아직 여행은 계속 되는 거지?"

 

가속화된다는 것은 이런 걸까요. 이전에는 어딘가 명료하지 않았던 서로 다르게 흐르는 시간을 조금 더 명확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쇠약해져가는 로렌스와 아직도 10대 소녀 모습인 호로, 지금 로렌스와 보내는 이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필사적인 호로는 애틋하게 합니다. 그런 이들에게서 비참하거나 안타까움보단 사랑을 한다면 이들처럼 같이 불꽃같이 화려하게 살아가는 모습에서 가슴 한켠에 뭉클함이 서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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