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소녀의 이력서 2 - Extreme Novel
카라사와 카즈키 지음, 쿠와시마 레인 그림, 한신남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이세계로 넘어와 파란만장한 삶을 구가했던 '료'는 어느새 10살이 되었습니다. 사실 주인공이자 히로인을 이렇게 막 굴리는 작품도 흔하지는 않을 거라 봅니다. 전생에서 바람피우느라 서로가 무관심했던 부모님의 관심을 돌리고자 무던히도 애썼지만 '그런 거 다 소용없다'라는 하느님의 말씀이라도 내리셨는지 먹을 거 사러 편의점 들렀다가 차 사고로 죽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먹은 게 없어서 젖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엄마, 가진 거라곤 개뿔도 없는 깡촌에서 막내로 태어나 걷기 시작할 때부터 자기 먹을 것을 스스로 구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고 결국 2~3살 때 은화 석 냥에 하녀(라 쓰고 성 노예)로 팔려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귀족 집에서 하녀로 일하며 장래에 그 집 아들내미의 성교육(행위 포함)의 재료로 쓰일 뻔도 했고 그러다 몇 년을 보낸 후 5~6살에 세상을 달관하여 이러한 들 어떠리 저러하면 어떠리 하며 어느 로리콘 상인에게 시집을 가다가 산적에게 납치되어 또 몇 년을 산을 타고 멧돼지를 잡아 해체하는 생활을 하다가 산적의 알선으로 귀족의 양녀로 들어갔다가 지금은 귀족의 영애가 되어 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콩쥐이자 신데렐라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는데요. 계급사회에서 평민의 자식으로 태어나 귀족이 되었으니 이보다 성공한 삶은 없겠죠. 하지만 지나온 과정을 돌이켜보면 정신이 망가지지 않은 것이 이상하기도 합니다.

 

어쨌건 이세계는 마법이 우선인 세상이다 보니 딱 두 부류만이 존재합니다. 마법사이냐, 아니냐, 마법사만 되면 귀족보다 더 우대받는 세상에서 료의 부모는 료의 기행에 한줄기의 희망을 품고 그녀에게 마법사 적성을 보게 했지만 전혀 가망 없음이라는 통지를 받고 고민도 없이 냉큼 그녀를 팔아 버렸다죠. 알고 보면 시리어스가 따로 없습니다. 료가 태어나기 전의 언니도 그렇게 팔려 갔다고, 머뭇거림도 없이 자신을 팔아버린 부모님, 팔려간 곳에서의 대우, 절대 편하지 않은 몇 년 동안의 산적 생활을 거치고 10살이 되던 해에 귀족의 영애가 되어 학교에 입학한 신데렐라, 이 정도면 무난하게 성공한 인생이네?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뭐랄까 필자는 어떤 의미에서 무서웠습니다.

 

보통 인격에 형성되는 유아기를 거처 유년기에 어른도 겪어보지 못할 일들을 죄다 겪어 놓고 태연자약한 료를 보고 있자니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신경 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군요. 물론 그런 그녀 곁에서 돌봐주는 사람도 있었고 동료라 불렀던 산적 등이 있었지만 필자가 보기엔 이거 스톡홀름 증후군 같은 건데?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산적에 있을 때 여장남자를 엄마라 부르며 지금도 같이 지내는 코우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워서 인격적으로 망가지고 타락하는 걸 막았다는 복선이 있긴 합니다만, 어쩌면 이전 생에서는 기겁했을 여장남자를 보고 엄마라 부르며 졸졸 따라다니는 것부터가 정신이 망가졌지 않나 하는 부분이기도 한 게 씁쓸하기도 합니다.

 

여튼 이번 에피소드는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하녀로 일할 때 신세 졌던 그 집 아들래미들인 '앨렌과 카인'과의 재회, 그리고 친구 만들기가 주된 이야기입니다. 이게 참 무미건조하면서 한편으로는 읽는 사람 신경을 살살 건드리는 게 작가가 약간은 절재하는 기술이 좋더군요. 하녀로 일할 때 '료'를 무척이나 따랐던 '앨렌'은 그녀가 산적에게 납치된 후 그녀를 되찾았을 때 지켜주겠노라 노력하며 기술을 닦다가 그만 자신만의 세계에 심취해서 진성 스토커가 되어 료를 집착하는 장면은 소름이 돋습니다. 현실에서도 그러잖아요? 내가 아니면 누가 널 지켜 주겠냐, 싫다고 하면 본심은 그게 아니지? 넌 연약하니까 내가 지켜줘야 돼, 널 때리는 건 널 사랑하니까(요건 각색), 화장실까지 따라오는 앨렌에게서 귀기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료의 동급생이자 마법사인 카테리나와의 빈번한 마찰은 두 부류만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평민은 우리가 지켜줘야 한다는 선민사상에 찌든 마법사와 그런 마법사를 바라보며 담을 쌓고 그저 그들이 내려주는 은총에 감사히 살아가는 평민이라는 부류가 융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난제가 료 앞에 떨어집니다. 마법사는 마법을 쓰지 못하는 평민을 이끌어야 될 노블레스지만 평민과는 대화하기 싫고 너희들은 그저 우리 마법사들의 말만 들으면 돼, 마법사의 위대함을 받들며 그런 자들과 감히 말을 섞다니 말도 안 돼라면서 그들에게 기대어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평민과의 미묘한 대립, 결코 섞이지 못하는 물과 기름인 상황에서 마법사들과 친하게 지내는 료는 이질적인 존재로 부각하기 시작합니다.

 

맺으며, 리뷰 끝? 사실 별거 없습니다. 학교에 입학하고 스토커에 시달리고 그러다 마음에 들은 여자애와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계급 사회의 벽 때문에 망설임이 생기고 그 망설임은 료만이 아닌 다른 여자애들도 마찬가지더라, 그래서 료의 물꼬를 터 줬고 이런 학원물이 다 그렇듯 종반에 사이좋게 계급사회를 뛰어넘어 친구가 되었습니다. 해피엔딩, 잘 되었군. 잘 되었어! 하지만 여봐란듯이 2중 생활을 구가하는 핸섬 남으로 인해 3권은 그야말로 대파란 예상, 그리고 복선으로 등장하는 계급 사회지만 서로가 이해하고 조금만 노력하면 융화하여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 '과거에도 종종 이세계로 넘어오는 현실 세계의 인간이 있었고 그 인간 덕분에 이세계의 마법 체계가 구축된 게 아닐까 하는 아마테라스설 <-중요도 상(上)'까지 우리나라 사람 입장에서 보면 다소 껄끄러운 이야기도 들어가 있습니다.

 

여기부턴 사설, 이번 에피소드를 읽는 내내 말끝마다 '응, 응'을 집어넣어놔서 아주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이 아닌 료의 1인칭 시점에서 그녀의 개인적인 감정으로 진행이 되는데, 필자가 제일 싫어하는 게 이겁니다. 뭔가 혼자 말하고 납득하곤 반드시 말미에 '응' 넣는 거요. 딴에는 귀여워라고 넣은 거 같은데 이건 닭살 돋는 수준이 아니라 분노가 치밀었군요. 거기에 료 본인은 물론이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분위기 파악 못하는 문장들도 혀를 내두르게 했습니다. 1권에서 애가 이렇게 경박했나? 싶은 게요. 이걸 어떻게 표현해서 써야 싶어 난감한데 마치 지능이 떨어지는 날라리 푼수 같다고 표현하면 적당 할려나요? 도른자(돌+아이) 같기도 하고요. 지나온 삶에 치여서 성격이 파탄 났나 싶기도 했습니다.

 

그야 이지메 가하려는 여자애에게 친구가 되고 싶다고 하질 않나, 앨렌이라는 진성 스토커를 바라보며 내가 잘못한 게 있으니 저러는게 이해가 되 같은 말도 안 되는 가해자 합리화까지, 나아가서 회해한답시고 앨렌과 결투를 벌이곤 억지로 짜 맞춘듯한 눈물 연기도 볼썽사나웠는데 바뀐 건 아무것도 없고, 후반엔 카테리나가 까칠하게 굴었던 진실이 드러나며 좋게 마무리되어 훈훈한 분위기로 넘어갈 때 정신분열인가라며 분위기를 못 읽고 망발을 일삼고 행동으로 산통 다 깨 놓는 게 미처도 이렇게 미치는 것도 가능하구나 하는 걸 여실히 보여줬군요. 애가 부모에게 버림받고 10살도 되기 전에 거친 생활에서 분명 정신이 망가진 게 틀림이 없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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