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의 하극상 제2부 신전의 견습무녀 3 - V+
카즈키 미야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김봄 옮김 / 길찾기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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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노가 지진으로 무너진 책에 깔려 죽고 이세계로 전생해서 넘어온지도 벌써 2년하고 반이 흘렀습니다. 말이 전생이지 깨어나 보니 신식이라는 병으로 다 죽어가는 5살짜리 여자애였고 조금만 움직여도 앓아눕는 통에 뭘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전생에서 책을 워낙 좋아했는지라 마인의 몸에 깃들고서도 아등바등 움직여 책을 만들길 2년여, 전생에서 책에 깔려 죽었는데도 보통 죽은 원인이 자기가 좋아하는 거라면 다신 거들떠도 안 볼만하겠건만 이세계로 넘어와도 여전히 책을 갈구하며, 책을 만들기 위해 참으로 무던히도 노력하였고 드디어 결실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전생의 기억을 더듬어 인쇄술을 개발하고 자기가 맡은 고아원 애들과 함게 지금은 어린이용 성경책을 만들어 냈습니다. 나아가 대량 생산에 착수하게 되는데요. 참고로 우라노가 마인의 몸에 깃들어 환생한 곳은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세계입니다. 마력과 마법이 있고 판타지에서나 나올법한 여러 가지 설정 등이 나옵니다. 이 작품은 특이한 게 작중의 리얼리티를 강조하기 위함인지 보통 여타 판타지를 지향하는 작품에서는 거의 언급이 되지 않는, 가령 화장실 문제라던가 다소 비위생적인 서민들이 거주하는 거리의 풍경이라던가가 참 리얼하게 표현하고 있는 게 특징이기도 합니다.

 

여튼 이번 에피소드는 책을 만드는 건 종말 단계에 접어들었고 이제 새로운 세계로 넘어가기 위한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마인이 가진 이익을 노리는 불온한 세력의 대두와 그로 인한 현재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신변 위협으로 다가오고 이들을 지키기 위해 마인은 이별이냐 파멸이냐는 기로에 서게 됩니다. 현재의 마인이 선택할 수 있는 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귀족의 양녀로 들어가는 것뿐, 그러려면 가족과 이별을 해야 하지만 그녀는 전생에서 가족들에게 제대로 이별의 말도 못 건네고 왔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가족을 무엇보다 소중히 하려고 했고, 그런 마인에게 세상은 또다시 이별을 요구합니다.

 

마인이 앓고 있은 신식은 처음엔 그냥 몸을 좀먹는 병이라 여겼는데 알고 보니 이 병은 토지를 활성화할 때 필수적인 마력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마인의 가치는 단숨에 올라가버렸습니다. 그것도 어중이떠중이가 가진 고만고만한 마력이 아닌 속된 말로 몇백 년 만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한 전설급이었고, 엄마(모계)의 마력이 높을수록 영향력이 큰 귀족 사회에 마인이라는 존재가 불러올 파장은 예상을 할 수 없는 지경이었는데요. 그런데 여기서 더 불행한 게 마인은 평민이라는 것에서 잘해야 씨받이 정도로 일생이 끝날 것이라는 말은 이미 이전부터 나왔었습니다.

 

신관장과 벤노의 필사적인 정보 조작으로 마인의 정체가 그리 알려지지 않고 있었으나 언제까지고 정보를 막을 수 없었는데다 애(마인)가 자꾸 발명이니 뭐니로 이세계엔 없는 물건을 만들어내는 통에 결국 정체가 들통나기 시작하는데요. 그로 인해 막대한 마력 보유자라는 타이틀과 돈이 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마인을 노리는 세력이 등장하게 되고 슬슬 시리어스 한 분위기가 되어 갑니다. 이전엔 그냥 평범한 판타지 라이프였다면 지금부터는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아포칼립스의 도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급기야 마인을 노리고 습격하는 자들이 나오고 사망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마인은 지금의 가족과 이별을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이게 참 애잔합니다. 정신은 전생 전의 우라노의 것이라서 다소 차분하지만 역시나 몸은 어린 데다 전생에서 제대로 이별의 말을 건네지 못했다는 마음에 어떻게든 최후까지 지금의 가족과 지내려는 그녀에게서 애틋함이 묻어났습니다. 하지만 이별이 있다면 새로운 만남이 있다는 것처럼 마인에게 동생이 태어나고 이들을 지키기 위해 결국 마인은 귀족의 양녀가 되기로 결심을 합니다. 그러면 가족도 지키고 자신의 몸도 지킬 수 있기에, 하지만 이것은 두 번 다시 지금의 가족과 만날 수 없다는 것과도 같습니다.

 

음... 뭐랄까 작가의 필력이 준수하도가 할까요. 일상적인 이야기를 이끌어가면서 이면에서 일어나는 암투를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마인이 가진 여자애라는 매력을 거침없이 표현하고 있는데요. 가령 많이는 없지만 아장아장 걷는 표현과 신관장에게 안겨 어리광을 부린다거나 때론 우라노의 마음으로 신관장을 대한다거나 같은, 뒷일은 생각도 안 하고 발명을 마구 하는 바람에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만 주면 사람들은 아이고 골치야 하면서도 마인을 미워하지 못 한다던지, 얄미워 꿀밤을 먹이고 싶지만 그랬다간 앓아누울 거 같아 어른이고 애들이고 간에 전전긍긍하는 게 여간 귀여운 게 아닙니다.

 

참고로 이 작품은 역 하렘입니다. 물론 마인이 이제 7살이라 그렇고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마인의 주변 사람들(애들이고 어른이고) 상당수가 남자로 채워져 있어요. 특히 신관장과 벤노중에 누가 본남편이 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도 펼쳐지기도 합니다. 같이 걷다 보면 답답해서 마인을 들춰안고 걸어간다던지, 평민이면서 우라노의 기억 때문에 계급사회의 개념을 밥 말아먹은 통에 원래는 사형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행동을 서슴없이 해대서 늘 두통을 퍼트리지만 미워할 수 없도 없어서 볼을 양손으로 잡아당긴다던지 꿀밤을 먹이는, 사실 이런 장면은 여타 작품에서는 흔치가 않죠.

 

맺으며, 사실 그렇게 손에 땀을 쥘만 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책을 기반으로 한 만남과 이별의 이야기입니다.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러다 기세가 올라 폭주하는 그녀를 제어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은 늘 고생을 하면서도 그녀가 이룩하는 결과를 보며 세상이 바뀌어 간다는 걸 조금식 깨달아 가죠. 그렇게 만남을 계속해 가면서 해피한 상황을 시기하듯 마인이라는 이익을 알아보는 세력의 등장으로 이젠 이별의 시간이라는 것마냥 그녀에게 가시밭길을 걷는 걸 강요하기 시작합니다. 이건 필연적이라고도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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