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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했더니 드래곤의 알이었다 2 - Lezhin Novel
네코코 지음, NAJI 야나기다 그림, 김보미 옮김 / 레진노벨(레진엔터테인먼트)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주인공은 드래곤의 알로 전생해서 무사히 부화 후 두 번의 진화를 거쳤습니다. 강함과 인간화 스킬을 목표로 해서 진화한 결과 지금은 재해와 병마를 뿌리고 다닌다는 '액병 자룡'으로 진화한 상태입니다. 꿈에도 그리던 인간화 스킬도 손에 넣었고요. 그래서 오늘은 인간화 실험을 해봅니다. 친구(혹은 그녀?)인 흑도마뱀이 놀라지 않도록 자는 밤에 몰래 나와서 스킬을 발동 시켰지만...
이 작품은 여느 이세계 전생물과 똑같습니다. 다만 틀린 점이 있다면 현실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은 주인공이 이세계로 전생해서 인간이 아닌 드래곤으로 환생했다는 것이군요. 그리고 처음부터 스킬을 마구 입수하여 별다른 어려움 없이 먼치킨이 되어 가는 것이 아닌 스킬을 손에 넣긴 하지만 쪼렙 상태인 건 그대로여서 매번 하찮은 늑대에게도 쫓기는 비러머글 상황에 놓인다는 것입니다.
두 번에 걸친 진화를 했지만 여전히 늑대류에 쫓기고 원숭이에게도 고전하는 등 이세계 판타지라면 정석으로 작용하는 강자 피라미드 정점에 서있는 드래곤이라는 이름을 무색게 합니다. 왜 이럴까, 이세계 전생물에서 중요한 작용을 하는 신(神)에게 주인공이 밑 보여서? 알 수가 없지만 이번 에피소드에서 관련 복선이 투하되었습니다. 아마 신은 주인공을 이용해 뭔가 실험을 하고 있나 보더군요.
어쨌건 이런 비러머글 상황에서 주인공은 인간의 곁에서 살아가기 위해 여전히 몸부림을 치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가 재해를 뿌리고 다니는 액병 자룡, 어째 인간과 가까이 가고 싶다는 염원을 할수록 더 멀어지는 불합리가 일어납니다. 어느 날 살고 있는 동굴에 찾아온 여검사와 수인에게 자신은 무해하다고 어필하지만 돌아온 건 망치질(여검사도 복선 중 하나), 그럼에도 여전히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고 싶다는 열망은 더욱 커지게 되어 결국 주인공은 돌일킬 수 없는 짓을 저지르고 맙니다.
오로지 인간이 되고 싶고, 오로지 인간과 같이 살고 싶다는 염원에 먹혀서 결과적으로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게 되는데요. 일전에 미리아와 같이 숲에 들어왔다가 행불이 된 도즈가 어쩐 일인지 정신이 가출한 상태로 록 드래곤의 알을 훔쳐 마을로 가버린 걸 주인공이 막지 않는 일이 벌어집니다. 왜? 인간과 같이 살고 싶은 마음에 인간을 헤칠 수 없다는 마음이 발동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것만 놓고 주인공을 탓할 순 없습니다. 인간과 같이 살아가고 싶다면 인간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여야 했거든요.
하지만 그 결과, 알을 찾아 어미인 록 드래곤이 마을로 향하게 되었고, 마을은 초토화가 되어 갑니다. 뒤늦게 주인공이 가세하여 록 드래곤과 싸움을 벌이지만 마치 고질라가 도시에서 난동을 부리는 것처럼 두 거대 드래곤에 의해 마을이 짓밟히고 사람들이 죽어 갑니다.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고 싶었던 주인공이 되려 마을을 부수는 아이러니, 그리고 승산이 없는 싸움에서 솟아나고자 주인공은 세 번째 진화합니다. 액병룡으로, 신화에서 재해와 병으로 나라를 멸망 시켰다는 그 액병룡으로 진화한 주인공에게 과연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이것은 주인공 인간이 되고 싶다는 고뇌가 불러온 비극 입니다.
그리고 동굴로 돌아오던 길 이런 사단을 일으킨 장본인 슬라임을 만나게 됩니다. 판타지에서 제일 약체인 슬라임, 하지만 여기선 역대 최강의 보스가 되어 주인공 앞을 가로막습니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다는 액병룡인 주인공을 가지고 놀기 시작합니다. 거기다 주인공은 할 수 없는 인간의 말도 유창하게 하고 지능도 인간보다 더 좋은 슬라임에게서 주인공은 죽음을 예감합니다. 슬라임, 이거 완전 사기급입니다. 진짜 이세계 전생자는 주인공이 아니라 슬라임이 아닐까? 하는 느낌까지 들었군요.
그래도 명색이 주인공인데 슬라임에게 지겠어? 과연?, 액병룡이 손 한번 못 씁니다. 온갖 사기 스킬에 지능까지 더해지니 속수무책이 따로 없는데요. 솔직히 짜증 났습니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싸움이 뭐가 재미있을까, 무얼 해도 솟아날 구멍이 없는 상황을 타파하는 것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개뿔이라고 하겠습니다. 작가가 전생슬 작가와 친한 것일까요. 마치 전생슬의 주인공이 여기에 재림한 줄 알았습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짜증과 발암의 연속이었습니다. 했던 이야기를 계속하고 같은 고뇌를 계속하고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주인공에게 화가 나고 그로 인해 피해가 커져가는 상황에 아연실색하였습니다. 미리아가 숲에 들어와 고립되었을 때 구해주며 그녀의 안부를 걱정하는 게 도가 지나칩니다. 딱히 주인공이라고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야 한다는 건 없지만 페이지를 늘여 가면서 굳이 고뇌하는 장면을 계속 넣어야 했나 하는 물음이 끊이질 않습니다.
인간에 다가가고 싶다는 열망이 오히려 일을 그르칠 땐 뭐 이런 발암이 다 있나 했습니다. 정신이 나간 도즈의 상태를 보고 이미 인간이 아니라는 걸 간파해서 처치했더라면 록 드래곤이 마을로 가지 않았을 겁니다. 자신이 결단을 내리지 못해 결과적으로 마을이 쑥대밭이 되어 버렸고 주인공을 마을로 이끌었던 미리아의 입장이 곤란해져 버렸습니다. 자신에게 '이르시아'라는 이름을 지어준 미리아, 용기라는 꽃말의 이르시아, 결단 부족으로 신(神) 목소리()마져 주인공을 버리는 상황까지 몰립니다. 이 부분은 정말 신랄하기 그지없습니다. 마치 독자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군요.
흑도마뱀의 마음을 몰라주는 장면에서는 언제나 둔감한 주인공 때문에 고통받는 건 진히로인이구나 하는 걸 새삼 일깨워 줍니다. 성성이라 불리는 원숭이 무리의 우두머리를 무찌르고 무리를 받아 들었을 때 흑도마뱀은 왠지 내켜 하지 않았습니다.(성성이들이 여두목이라고 칭하는 것에서 흑도마뱀은 여자애 확정) 흑도마뱀은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받아서 심통이 났을 수도 있으나 주인공은 전혀 몰라주고 계속해서 쟤 왜저래? 라는 대목에서는 한대 패는 걸로는 분이 풀리지 않을 정도로 얄미웠습니다.
바보 같고 멍청하고 앞 일을 예상 못하는 최악의 주인공, 시간이 지나도 모래처럼 도통 연결되지 않는 인간관계, 드래곤을 쫄로 보기도 하고 최강으로 보기도 하고 줏대가 없는 세계관, 뜬금없이 세계 최강을 자처하는 슬라임, 기승전결은 남의 나라 이야기인 전개,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고, 같은 고뇌를 또 하고 또 하고, 궁금하지도 않은 전투와 일상 상황을 정말 세세하게 설명해주시고(다른 건 다 참아도 이건 정말 참기 힘들었음), 절망적일 만큼 결말이 보이지 않는 싸움과 일상생활의 갭이 너무 심해서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뭔 똥을 이리도 가늘게 누나 싶었습니다.
한마디로 끔찍했습니다. 동원 가능한 부정적인 단어를 다 소환하며 리뷰를 쓰고 싶었습니다. 처음으로 돈 아깝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주인공이 겪어야 될 시궁창의 인생이고 나중에 제대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밑밥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뉘우치고 성장하는 것이야말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걸 말하려는 건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일편단심 인간이 되고 싶다는 주인공의 마음이 불러온 비극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니 100보 양보해서 주인공의 행동은 그렇다고 칩시다. 문제는 향후 상황을 타파할 솟아날 구멍도 없고, 비극을 희극으로 바꿀만한 전개도 없는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암울함의 그 자체라는 겁니다. 주인공이 모자란다면 그것을 뒷받침하는 일명 포텐을 느낄만한 요소 같은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없어요. 일이 이런 지경인데 독자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과연 뒷 권을 구매해줄지 의문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냥 저는 포기할렵니다.
- 1, 이 작품의 최대의 복선, 위에서도 언급 했지만 신은 주인공을 이용해 무언가를 할려고 하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