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의 하극상 제1부 병사의 딸 3 (일반판) - 사서가 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V+
카즈키 미야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김봄 옮김 / 길찾기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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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노가 운영하는 상점에서 실신하여 상업 길드장 집에 업혀간 마인에게 내려진 시한 선고, 마인이 앓고 있는 병은 '신식'이라는 희귀한 병으로서 열이 온몸으로 침식하여 의식을 먹어 치움으로써 죽음으로 이르게 하는 이 병은 치료제가 없습니다. 치료방법은 귀족만이 가지고 있다는 어떤 마법도구로써 이 도구로 정기적으로 열을 빼주지 않으면 보통의 아이의 경우 발병하고 4~5살이 되기 전에 사망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번엔 어찌어찌 프리다(1) 덕분에 신식을 가라앉혔지만 뚜껑을 덮어 영구적으로 막은 게 아닌 그냥 병을 약간 덜어낸 것뿐이어서 1년 후 재발할 것이라는 사망선고가 내려집니다. 감기처럼 치료제도 없고 방법도 없습니다. 그저 감기약처럼 마법도구로 잠깐 가라앉혀 놓는 것뿐, 그리고 그 마법도구는 귀족 전유물이고 가격 또한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비싸 마인의 집처럼 평민이 매번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설사 돈이 있다고 해도 귀족이 생판 남인 평민을 위해 내놓지도 않습니다.

 

중세 시대를 모티브로 해서 그런지 이번 3권에서 귀족과 평민간 계급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 있었습니다. 귀족이 다니는 공간에 들어갔다간 뼈도 못 추린다거나, 귀족의 아이인 줄 알았더니 평민의 아이라고 밝혀지자 개가 되는 신전 관리자, 자신보다 조금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의 명령이나 초대엔 거부할 권리가 없다는 것 등등 정말 구독 연령층이 조금이라도 높았다면 한순간에 시리어스 해졌지 않나 했군요.

 

여튼 마인이 살 방법은 마법도구를 가진 귀족과 계약하여 후첩이나 노예로 들어가는 것뿐, 마을에서 유력자라고 하는 길드장의 손녀 프리다마저도 귀족의 후첩(2)이라고 했으니 마인의 경우는 정말 암담했습니다. 그래서 이대로 1년 동안 가족 곁에 지내다 죽을 것인지 아니면 귀족에게 팔려가 산 게 산 게 아닌 죽을 때까지 혹사당할 것인지 결정의 때가 왔지만 마인(우라노)은 가족과 지내다 죽길 희망합니다. 우라노가 마인의 몸에 깃들고 여기 온 지도 벌써 2년이나 지났군요. 정들면 고향이라고 이제야 지금의 가족과 정이 들었는데라고 되뇌는 마인(우라노)의 마음은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3권의 표지는 의미하는 바가 상당히 큽니다. 1~2권은 마인만 등장해서 그녀가 종이를 만들고 책을 만들려는 어필성이 컸다면 이번 3권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표지가 밝아서 더 애잔하게 하는데 사망선고를 받은 날 불치병을 앓는 딸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아버지는 차마 목놓아 울지 못하고 술로 밤을 지세웠습니다. 동생의 안타까운 상황에 어쩌지 못하고 그저 안아줄 수밖에 없는 투리(언니)의 마음은 애잔하게 했습니다.

 

그렇게 마인은 덤 같은 인생이라며 죽음을 받아들이며 여전히 평소와 같이 루츠와 종이도 만들고 벤노와 상품 이야기로 으르렁거리며 지내길 6개월, 드디어 마인에게도 세례식이 받는 날이 왔습니다. 그리고 세례식을 받기 위해 들린 신전에서 뜻밖의 물건과 사람을 만나게 되면서 마인의 인생에 전환점이 찾아오는데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던가요. 하지만 가족과 지내며 유유자적 죽을 날만을 기다려온 마인에게 솟아날 구멍은 구멍인데 최악의 시련도 함께 찾아옵니다.

 

1권이 새로운 삶을 주제로 했다면 3권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그리고 있지 않나 했습니다. 자신의 죽음을 덤덤히 받아들이는 마인과 그런 그녀를 고이 보내주려는지 모든 게 밝혀진 이후 병에 대해 전혀 언급을 안 하는 일상생활, 마치 현실에서 의료로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환자를 마지막으로 가족의 곁에서 지내게 하는 그런 느낌었다랄까요. 다만 너무 차분해서 애가 곧 죽을 사람과 가족이 맞나 싶은 게 오히려 위화감이 더 컸긴 합니다.

 

하지만 6개월 후 솟아날 구멍을 찾아 신전에 들린 마인의 가족에게 찾아온 최대의 시련은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합니다. 스포일러라서 자세히는 언급하지 않겠지만 응당 가족은 이런 것이라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계급사회와 권력이라는 부조리에 맞서 아버지는 딸을 위해 목숨을 마다하지 않고, 딸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악이 되는 걸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드러나는 마인이 앓고 있다는 신식의 비밀, 그럼으로써 예상되는 앞 날... 작가가 단계적으로 이야기를 진행 시키는 능력이 대단했습니다.

 

여튼 이거 말고도 450페이지나 되는 꽤 긴 에피소드다 보니 여러 가지의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중에 이대로 성장한다면 마인의 남편이 될지 모를 루츠의 성장이 굉장히 눈부십니다. 종이 제작에 휘둘리고 걷는 건지 서있는 건지도 모를 마인을 위해 악착같이 보조를 맞춰주고 쓰러지면 업어주고 챙겨주는 루츠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하지만 불평하나 하지 않고 묵묵히 곁에 서 있어주는 루츠, 마인의 조언이 있긴 했지만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며 조금식 자신의 길을 닦아가는 모습은 대견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리고 마인은 부쩍 귀여워졌습니다. 작가가 필력이 늘었는지 마인의 표현을 세세하게 잘 했더군요. 우리 딸의 라티나 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체력이 없어 허덕이거나 풀석 주저 않는 등 마인 특유의 귀여움은 있어 보였습니다. 상인 벤노와 접촉한 이후 노하우를 전수받아 본격적으로 상인으로써 눈을 떠가며 손해를 보기도 하고 아버지가 평생 일해도 못 벌 돈을 이전 생의 지혜를 팔아 손에 넣기도 하고 과자나 종이 기술을 전파해주기도 하는 등 나름대로 이쪽 세계의 발전에 노력을 하지만 기득권 세력과 돈이 된다는 소문이 돌아 마인이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지지 않을까 내심 초사하는 벤노가 애간장 태우는 게별미입니다.

 

어린애(마인)가 어른들도 생각하지 못한 지혜를 짜내는 것에 위화감이 없잖아 있지만 적잖이 허점을 만들어 놓으면서, 가령 만드는 재료는 알고 있지만 이게 만들어졌을 때 가져올 파장은 예상하지 못한다던가, 최악의 경우 기득권 세력에 납치되 죽을 수 있다는 전재를 깔아둠으로써 이세계 전생 먼치킨이라는 선을 사전에 봉쇄하기도 해서 일을 크게 벌이지 않는 작가의 노력도 엿 볼 수 있었군요.

 

마인이 앓고 있는 신식이라는 병으로 인한 시리어스 한 내용을 빼면 유유자적 중세 시대의 일상을 그대로 옮겨 놔서 사실 무미건조해질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마인(우라노)이 이쪽 세계엔 없는 우라노 시절의 지혜를 짜내 물건을 만들고 팔고 사람들에게서 '우와!' 같은 마치 초등학교 입학하는 아이에게 구구단의 답을 알려 줬을 때의 반응이 재미있을 리는 없겠죠. 하지만 묘하게 끌렸습니다. 왜 그럴까 아마 마인의 가족애 때문이 아니었나 합니다. 세상이 다 적일지라도 나만은 너의 편이 되어주는 가족이라는 이야기가 굉장히 와 닿았군요. 

 

  1. 1, 상업 길드의 길드장 손녀, 마인은 길드장의 중개로 만나 친구가됨
    프리다 또한 신식을 앓고 있지만 돈 많은 할애비(길드장) 덕분에 목숨은 부지중이나...
  2. 2, 프리다도 마인과 마찬가지로 신식을 앓고 있지만 마을에서 유력자인 할애비(길드장)도 겨우 인맥과 재력을 동원하여 간신히 마법도구를 구입할 정도였고, 마법도구를 판매한 귀족은 그 댓가로 프리다가 성인이 되면 자신의 후첩으로 들일 것을 요구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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