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탄의 왕과 바나디스 13 - Extreme Novel
카와구치 츠카사 지음, 한신남 옮김, 카타기리 히나타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작슈타인의 대군을 물리치고 왕도로 개선하던 티글과 에렌은 가늘롱의 부하 글레어스트가 이끄는 1만의 오합지졸에게 기습을 당해 훈련받은 3만이라는 대군은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한 채 와해되어 버렸습니다. 아무리 기습이고 독공격이라지만 1만이 넘는 막대한 사상자를 내면서 패퇴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는데요. 여기서 더욱 믿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혼전 속에서 티글과 에렌은 행방불명이 되어 버렸고, 남부 무오지넬은 또다시 15만의 대군을 이끌고 침공을 시작하여 항구도시를 차례대로 공략하면서 브륀은 2년전 내란을 시작으로 끊임없이 전란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번 13권은 꽤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데요. 여느 작품은 10권이 넘어갈수록 늘어지거나 다소 숨 고르기를 하며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반면에 이 작품은 끊임없이 일들을 벌여 두어서 나중에 어떻게 맞춰 갈려는지 오히려 걱정이들 정도군요. 여튼 우선 에렌의 실종을 언급해보자면, 그녀는 글레어스트가 이끄는 군대에 맞서 부하들의 후퇴를 돕고자 적진으로 뛰어들었다가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2년 전부터 에렌에게 끈적끈적한 시선을 보내왔던 글레어스트는 그녀를 붙잡은 것을 공표하지 않고 그동안의 욕망에 따라 할짝할짝 거리며 그녀를 자기 것으로 만들 생각으로 충만해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중세 시대 판타지를 주제로 하고 있습죠. 이런 시대에 여자에 대한 처우가 어떤지는 조금만 관련 지식이 있다면 대부분 아시리라 봅니다. 바나디스 힘을 봉인 당한체 글레어스트의 손아귀에 떨어진 에렌의 신변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고, 그쯤 에렌과 마찬가지로 행방불명 처리되었던 티글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지만 도저히 어찌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에렌을 가둔 막사에는 그 누구도 접근이 허락되어 있지 않았고, 그녀를 구출한다고 해도 기력이 다했을 그녀를 업고 어떻게 전장을 빠져나와야 될지도 문제였습니다.

 

두번째 이야기로는 그동안 간간이 나왔던 마물의 최종 목적으로 '밤과 죽음의 여신 티르 나 파'의 지상으로 현현이 언급되었다는 것이군요. 몇 권인지는 까먹었지만 '티르 나 파'는 예전 티타의 몸을 빌려 현세에 잠깐 얼굴을 비춰서 티글과 대면한 적이 있습니다. 마물에 의해 티글이 가지고 있는 검은 활과 연관이 있다는게 조금 더 밝혀지고, 티글을 이용하여 티르 나 파를 현현 시키려고 하는 거 같지만 지금은 티글이나 다른 바나디스는 이것을 모른다고 밝혀 졌습니다. 이 떡밥으로 유추하자면 최종적으로 마물의 오랜 숙적인 바나디스가 티글과 힘을 합쳐 마물이 저지르려는 일들을 저지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것이군요.

 

세번째 이야기로는 드디어 티글의 왕위 승계입니다. 이건 바나디스 전설이라는 떡밥에 기인하기도 하는데요.(1) 자신은 그렇지 않게 여기고 있는 듯하지만 대외적으로 명실공히 실력을 인정받은 티글을 브륀의 왕으로 앉혀서 정세를 안정 시키자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덩달아 하렘의 구도도 정립되어 가게 되었습니다. 필자의 예상으로는 왕녀 레긴을 본처로 하고 바나디스(일곱 전원은 아니더라도, 에렌+류드밀라) 그리고 티타가 애첩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것인데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이렇게 밖에 길이 없을 것이다라는 복선이 깔려 버려서 큰 이변이 없는 한 이렇게 가지 않을까 싶기도 하였군요.

 

네번째로는 발렌티나입니다. 지스터트의 일곱 바나디스중 한 명으로 그녀는 왕의 명령으로 전쟁터로 변한 브륀을 돕고자 티글을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열의는 보이지 않은 채, 적은 병력으로 브륀을 농락하며 얻을 수 있는 건 얻고, 발을 담그는 척만 하는 책사 기질을 가졌는데요. 이전부터 가늘롱과 내통하며 뭔가 꿍꿍이가 있을 것이다라는 복선을 깔아 왔지만 지금은 딱히 브륀을, 티글을 곤경에 처할 마음은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글레어스트와 싸우면서 그녀가 추구하는 이상이 드러나면서 티글에게는 결국 위협으로 다가오기 시작하였습니다.라고 해도 작가가 17권으로 완결 시킨다 했고, 지금 15권까지 나온 시점에서 떡밥만 풀어 놓고 회수는 못하는 거 아닐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다섯번째는 티글과 에렌이 서로에게 향하는 마음이 드디어 발현되었다는 것이군요. 에렌을 탈환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그때 류드밀라가 합세하면서 솟아날 구멍이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티글 앞에서 능욕해주겠다며 마지노선만 남겨 놓은 채, 능욕을 일삼던 글레어스트는 날이 갈수록 자제심을 잃어가고 있었고, 티글도 그 생각에 자제심을 잃어가기는 매한가지였습니다. 류드밀라가 아니었다면 자폭을 했을 만큼 티글은 정신적으로 코너에 몰려 있었지만 그것은 동료로서가 아닌 이성으로서 품고 있는 사모하는 마음이었기에, 이 마음은 방금 이해한 것이 아닙니다.

 

이전부터 티글은 에렌을 향한 마음을 품고 있었고, 에렌도 4권쯤부터던가 티글을 향한 마음을 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 때문에 표면적으로 서로에게 다가가지 못 했는데요. 백작이라도 영지를 가진 귀족 티글과 공녀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지만 평민이나 다름없는 에렌, 애초에 귀족 사회에서 귀족과 평민이 맺어진다는 건 있을 수가 없습니다. 더욱이 티글은 브륀을 포함하여 주변국 모두가 인정하는 영웅 반열이고 왕녀 레긴 또한 반려를 찾는다면 주저 없이 티글을 선택할 만큼(필자 예상) 티글은 평민이 바라볼 수 있는 대상이 아니죠.

 

하지만 댐에 가로막힌 강물은 방수(放水) 하지 않으면 언젠가 넘치기 마련입니다. 신분의 차이가 뭐 대수인가, 글레어스트에게 구출되고도 PTSD에 괴로워하는 에렌은 자학으로 그 끔찍했던 흔적을 지우려는 듯 밤마다 술에 절어 있기를 반복하였고, 티글은 그런 그녀에게 자신의 본심을 내비치며 그 흔적을 지워 주겠다고 합니다. 신분의 차이를 넘어 귀족과 평민이 맺어진다는 건 귀족계에서 있을 수가 없습니다. 후첩이나 애첩이라면 몰라도, 지금 티글은 엘리트로서 약속된 길을, 경우에 따라 왕이 될 수도 있는 길을 마다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 모든 걸 버리기로 합니다. 남자라면 당연히 이래야죠. 뜸 들이지 않고 기승전결로 후딱 거사(?)를 치러버립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13권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는 티글과 에렌이 맺어질 수 있게 하려는 개연성 부과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남녀 연애의 클리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렘은 형성하였지만 그 누구에게도 눈길 주지 않고 오로지 에렌만 바라보며 그녀에게 연심을 품어 왔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고백을 하였고 그녀는 대답을 해줬습니다. 이럴 때 질질 끌지 않고 할 땐 하자며 밀어줘버리는, 초반과 후반은 이런 마음으로 점철되어 있어서 이때까지 어느 에피소드보다 흥미로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일러스트레이터가 바뀌고 나서 일취월장하는 일러스트가 눈을 사로잡습니다. 작가도 어느 정도 기대에 찬 모습이고요. 여튼 회수하는 떡밥보다 풀어버리는 떡밥이 많아서 조금은 걱정이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흘러가고 있는지라 이번 에피소드는 몰입감이 상당했습니다. 이세계물에 찌들어서 좀 신선한 작품을 찾는다면 이 작품도 괜찮을 듯하군요. 

 

 

  1. 1, 검은 활을 가진자와 일곱 바나디스의 전설, 검은 활을 가진자가 일곱명의 여자와 같이 나라의 위기(아니 창건 했다던가)를 구하고 일곱의 여자에게 용기(用器)를 주어 바나디스에 임명하고 자신은 왕이 되었다는 이야기인데 자세한건 생각 안나지만 대충 맞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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