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세계는 부숴버려-퀄리디아 코드 1 - J Novel
사가라 소우 지음, 칸토쿠 그림, 정우주 옮김 / 서울문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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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구글 어느 블로그)

 

퀄리디아 코드라는 거창한 프로젝트에서 시작한 이 작품은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뭉쳐서 화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총 4개의 시리즈가 하나의 굵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각자 사이드 스토리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쓰레기와 금화의 퀄리디아, 그런 세계는 부숴버려, 언젠가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 어찌 돼도 좋아 세계 같은 건(미정발), ​작품중에 미정발을 빼고 세 작품이 국내에 정발중에 있습니다. 지금 소개할 작품은 그중에 하나로 변왕고로 유명한 '사가라 소우'가 집필한 '그런 세계는 부숴버려'입니다.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 우리에게 다소 충격을 선사하기도 하였는데요. 거창한 프로젝트 치곤 변변하지 못한 작화와 세개의 작품에서 세 방향의 등장인물들(1)을 꾸겨 넣다 보니 본연의 이야기는 산으로 가버리는 등 커다란 냄비 안에 건더기 하나만 둥둥 떠다니는 흐릿한 국 같은 전개가 이어져버려 작화와 더불어 최악으로 다가오기도 하였습니다.(물론 필자 주관적) 여튼 그런 이미지 덕분에 필자가 애써 구입한 도서는 5개월이나 방구석 어딘가에서 뒹굴 거리게 되는 비참한 생활을 해야만 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애니메이션을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잠시 이 작품의 주제를 알려 드리자면, 20년전 언노운이라는 외계 생명체의 공격을 받은 인류는 절멸의 위기를 맞아하였고, 위기의식 속에서 아이들만이라도 콜드 슬립 시켜서 전력(?)을 온존 시키려 했더니 콜드 슬립에서 깨어난 아이들이 어떤 능력을 얻게 되었고 이걸로 언노운과 맞선다는 이능력물로써 언노운의 침공이 있은지 20년 후가 이 작품의 배경입니다.

 

여튼 지금 소개할 도서와 정발된 다른 도서(미정발 포함, 쓰레기와 금화는 제외)는 애니메이션으로부터 1년전의 이야기 입니다. 그러해서 애니메이션하고는 많이 틀린점을 보여주는데요. 뭔 말이냐면 애니메이션 등장인물 몇 명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타라 카나리아(금발)'는 1권에 한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서브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1권에서 늘 주인공 '스자쿠 이치야'와 같이 다니는 메인 희로인은 '우카이 츠구미(오른쪽 트윈테일)'가 되겠고요. 만악의 근원이라 일컬어지는 언노운과의 전투는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줬던 치열함 같은 건 거의 없고, 학원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주인공의 썩어빠진 인류애(愛)가 주를 이룹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상당히 인내를 요구하는 게 바로 주인공의 인류애(愛)인데요. 하나는 대(大)를 위해, 한 사람은 다수를 위해 그러니까 미증유의 사태가 벌어진 지금 인간은 인류를 위해 자신을 받쳐야 된다는 그릇된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개인의 행복 추구와 권리는 뒷전이 됩니다. 성향과 개개인의 능력의 격차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면 돼, 너는 할 수 있어' 같은 말만 되풀이하며 학생들을 갈구기만 하고 그게 잘못되었다는 인식은 없습니다. 마치 사이비 교주가 나를 믿지 않으면 지옥 간다. 같은 오라를 풍기는 통에 학원 내에서 인상이 매우 좋지가 않습니다.라고 해도 등장인물이 워낙 적어서 크게 두각 되지는 않지만요.

 

이런 주인공의 문제는 자신의 이념에 반하게 되면 가차 없이 쓰레기 취급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성격 때문에 고생하는 학생이 생겨나고, 그로 인해 조종당하는 것인 줄도 모르는 바보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끝에 가서야 알게 된다는 것이군요. 이미 애니메이션으로 엔딩이 나버려서 주인공이 어떻게 되는지 알려진 지금 뭘 어떻게 깎아내리든 치켜세우든 소용은 없겠지만요.

 

여튼 이런 주인공과 엮여서 메인 히로인이 되어 개고생하는 '츠구미'의 인생은 참으로 기구합니다. 주인공의 휘황찬란한 껍데기만 보고 대뜸 고백했다가 이런 인간인 줄 알고 나서 매일 창문으로 몸을 던지려는 자기혐오에 빠져 삽니다. 문제는 츠구미 같은 여학생이 상당히 많다는 것인데, 웃긴 게 초반에 쬐금 언급되다가 쓰레기 인류애(愛)를 발산하는 주인공의 성격이 나오고 나선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군요.

 

이 둘이 페어가 되어 도쿄 차석인 '타카죠 우타(마법사 모자)'의 의뢰를 받아 어떤 일을 진행하게 되면서 언노운의 정체성과 학원의 어두운 면을 알아 갑니다. 언노운과 필사적으로 싸워 물리치고 얻는 포인트로 랭크를 올려 상위권에 올라가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과 거기에 탈락한 인간의 말로는 끔찍합니다. 중반부부터 등장하는 카나리아는 이런 학원 부조리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철저한 인류애를 주창하며 싸우지 않는 인간, 능력이 되지 않아 랭크 순위가 밀리는 인간을 철저히 개무시하는 주인공과는 대조적으로 넓은 마음으로 마치 성모 마리아처럼 싸우지 못하는 모든 이들을 포용하려는 카나리아와는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고 맴돌기만 합니다.

 

애니메이션에서 상당히 아까웠던 게 카나리아의 성격입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맹한 구석 일색이었던 반면에 도서에서는 다른 도시에서 전학 와서 전투과에 빌붙어 비실비실 거리고 맹한 구석은 똑같지만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근성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할 때 하는 성격이 아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그것이 아무리 힘이 들어도 해낸다는 것입니다. 타인을 의심하지 않고 불구덩이에 뛰어들라면 뛰어들 만큼 사람을 믿는 구석이 강했던 그녀는 사실 누구보다도 학원도시의 어두운 단면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후반부 그녀가 중심이 되었을 때는 분위기가 일변하게 되는데요. 자기가 믿어 의심치 않았던 세계가 바뀌기 시작합니다. '타카죠'의 의뢰에서 시작된 나비 날갯짓은 카나리아에게 도착해서 태풍이 되었습니다. 랭크가 낮으면 후방으로 보내진다는 사실, 거기에 보내지면 어떤 처우가 기다리는지 하는 진실, 랭크에 좌우되는 미래의 생활은 현실의 대입고시와도 같았습니다. 이 모든 게 부조리라고 느껴지기 시작했던 '타카죠'는 스자쿠를 카나리아와 만나게 하였습니다. 서로가 상반된 성격을 가진 사람이 만났을 때...

 

사실 필자는 이 작품을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군대식 학원과 현실을 빗대면 대학에 갈려는 듯 처절하게 시험 준비하는 학원생들, 블랙 불릿처럼 타 도시를 배척하는 이기주의, 자기보다 약한 녀석들을 인간 취급하지 않는 주인공, 그에 반해 모든 걸 포용하려는 카나리아, 초반에 주인공 성격 때문에 짜증 났고 중반에 사회 축소판을 옮겨놓은 듯한 장면은 치가 떨렸습니다. 후반은 자신이 믿어 의심치 않았던 세계가 일변했을 때는 이것이 반전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라고 해도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다는 클리셰의 한 부분이지만요.

 

차별과 괄시가 만연하고 엘리트 의식에 쩔어있는 전투과(부서)는 썩어빠진 긍지가 판을 쳤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애니메이션에서는 느끼지 못 했던 어두운 일면이 마구마구 나옵니다. 그 과정에서 피스 피스를 외치는 카나리아의 진실이 들어 났을때의 꽤나 충격적이기도 합니다. 필자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애니메이션에 실망하였다고 도서도 멀리하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다만 판치라는자중해줬으면 좋겠군요. 분위기를 망치는데 일조하는 느낌이랄까요.

 

마지막으로 주인공 성격이 쓰레기 인류애가 된 원인은 후반에 나옵니다. 결국 '네가 한 사람의 인생을 엉뚱한 곳으로 인도한 거냐?'라고도 할 수 있지만 주인공도 꽤나 불쌍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일그러진 순애에서 비롯된 인간 개조(?)랄까요.

 

 

  1. 그런 세계는 부숴버려, 언젠가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 어찌 돼도 좋아 세계 같은 건(미정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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