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탄의 망령은 은퇴하고 싶다 4 - ~최약 헌터에 의한 최강 파티 육성술~, S Novel+
츠키카게 지음, 치코 그림, 김정규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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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뭔가 활약 같지도 않은 활약을 했더니 황제께서 모임에 초대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헌터들은 어중이떠중이 무뢰배들이나 하는 직업으로 인식된 상황에서 황제가 초대했다는 건 정말로 큰 영광이 아닐 수 없는 일이죠. 영웅적인 헌터라도 극히 일부만 영광스러운 자리에 초대받는 그런 모임에 우리의 주인공이 선택한 길은? 도망가야죠. 갔다간 자신의 실력이 거짓이라는 게 들통 날 테고, 철저하게 방구석 폐인을 자처하는 주인공이 인싸들 밖에 없는 사교장에서 적응 못하고 토할게 뻔하거든요. 게다가 헌터 협회에서 클랜 하우스로 복귀하는데도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쭉정이인 주인공이 난다 긴다 하는 실력자들이 모이는 사교장에서 배겨날 제간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주인공이 선택한 길은 야반도주. 그런데 호위 없이는 클랜 하우스 밖에 한 발짝도 못 나가는 주인공으로서는 반드시 누굴 꼬셔서 같이 도주해야만 하죠. 하지만 주인공과 엮여서 좋은 꼴 못 본 클랜 소속 헌터들은 하나같이 외면하는데...

어쨌건 지체할 틈이 없습니다. 대충 누구라도 주워 출발하려 하지만, 바캉스라 명명된 도주극에 참가한 면면들로부터 재난의 시작이라는 플래그를 세웁니다. 어둠이 깔리고 비까지 쏟아집니다. 헌터 협회는 주인공이 도망갔다는 걸 알아채고, 매번 매번 주인공에게 도발 당했다 여겨 뿔이 난 시골 출신 헌터 '아놀드'의 추격도 받습니다. 이건 바캉스가 아니라 빚을 지고 야반도주하는 빚쟁이를 뛰쫓는 채권자의 구도가 펼쳐지죠. 여기서 작가는 더욱 흥미로운 설정을 쏟아붓습니다. 고생은 주인공 일행이 다 할 거 같은데, 진짜 고생은 쫓아오는 채권자들이 다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재난은 주인공 일행에게 들이닥치는 게 아니라 쫓는 자에게 들이닥치게 되죠. 사실 쫓는 자들도 나름 비중 있는 인물들입니다. 헌터 협회 직원도 비중 있는 히로인이고, 아놀드는 주인공과 대척점에 있다고 할까요. 무능력 주인공과 진짜 고생해서 성장한 아놀드, 근데 서로의 인식 차이로 원수가 되어 버렸죠.

분명 바캉스라 했는데 따라온 히로인들 때문에 바캉스가 바캉스 같지가 않습니다. 제노사이드 몬스터라 불릴 정도로 제도에서 재앙으로 취급받는 '리즈'와 사람을 무언가의 생물로 개조하는 걸 취미로 삼고 위법 약물을 아무렇지 않게 만드는 매드 사이언티스트 시트리의 동행은 주인공에게 있어서 재난이나 다름없었죠. 시트리가 만든 무언가의 생물과 무언가로 만든 키메라와의 동행은 비현실적의 끝을 달립니다. 어째서 바캉스가 언제부터 호러가 된 것이지? 같은. 설상가상으로 비 오는 한밤중에 평생에 한 번도 보기 힘들다는 번개 속성 정령의 공격을 받습니다. 그런데 인 외의 존재 같은 히로인들 때문에 주인공이 마음고생한다면, 물리적으로 고생은 주인공 뒤를 쫓는 헌터 협회 여직원과 아놀드 일행이 한다는 것이군요. 주인공으로부터 헌터 레벨 7도 고전하게 만드는 번개 속성 요정을 떠맡게 되고, 오크 군단이나 이번엔 화속성 정령까지 떠맡게 되자 사람이 돌아버린다는 게 무엇인지, 끈기가 무엇인지 아놀드는 보여주려 하죠.

하지만 주인공 일행에서도 고생하는 이가 있었으니. 본 작품에서 비련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티노'. 처음엔 그저 헌터를 동경했을 뿐인데 언제부턴가 주인공에게 거둬져 제노사이드 몬스터 리즈의 제자가 되어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싶을 정도로 혹사당하고 있죠. 주인공 대신 아놀드와 대결했다가 깔끔하게 발리고, 주인공이 내린다는 천 개의 시련인가 뭔가로 죽기 직전까지 가고, 리즈에게서 진짜로 소x을 지릴 정도로 수행이라는 명목으로 두들겨 맞고, 주인공은 신(神)이라는 리즈의 주입식 교육으로 그를 신으로 떠받들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본 작품에서 가장 불쌍한 캐릭터인데요. 사실 이 고생은 주인공이 해야만 하는 것인데, 대신 고생하게 되는 캐릭터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바캉스에 억지로 동행하게 되면서 번개에 지져지는 등 고생을 참 많이 하게 되죠. 하지만 그동안의 고생이 이번 바캉스로 인해 성장이라는 기틀을 잡게 하고, 주인공으로부터 인정받는 등 성장이라는 건 이런 건가 하는 걸 보여주기도 합니다.

맺으며: 여전히 착각과 오해가 난무합니다. 그 착각과 오해는 주인공의 이미지에 긍정적인 효과를 부여한다는 게 아이러니입니다. 가령 주인공을 뒤쫓는 아놀드 일행의 평가를 올려주게 한다던가, 주인공이 가진 생각은 일반인을 초월한 무언가라는 등 지레짐작을 해대죠. 황제가 주최하는 모임에 초대된 것도 이 착각과 오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주인공은 무능력 먼치킨이 아니라 진짜로 무능하고, 운은 지지리도 없으면서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다 해주는 지인 복은 있어서 고(高) 평가받고 있는 것뿐인 게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4권에서는 황제가 주최하는 모임에서 도망치기 위해 혈안이 된 주인공과 그 모임에 참석 시키기 위해 혈안이 된 헌터 협회 여직원, 그리고 도발에 도발을 받아 열받을 대로 받은 아놀드의 추격은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성장은 사람 잘못 만나 고생하는 '티노'가 다 하게 되고요. 자, 바캉스는 이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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