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탄의 망령은 은퇴하고 싶다 3 - ~최약 헌터에 의한 최강 파티 육성술~, S Novel+
츠키카게 지음, 치코 그림, 김정규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그저 달콤한 디저트 가게에 가고 싶었을 뿐인데 일이 왜 이리 커진 걸까. 이젠 호위가 없으면 클랜 건물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가는 주인공에게 있어서 모습을 바꿔준다는 '가면'은 천우 제일의 기회가 아닐 수 없습니다. 초창기 파티의 일원으로 밖을 막 쏘다니던 시절에 입수했던 가면은 능력이라고는 개뿔도 없는 주인공에게 있어서 요긴한 아이템이었죠. 시기와 질투와 물욕 등 세상 온갖 더러운 감정의 덩어리로 뭉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헌터라는 존재들에게 있어서 주인공은 그저 좋은 먹잇감에 지나지 않습니다. 헌터들에게 있어서 겉으로 봐도 아무런 힘도 없어 보이는 주제에 레벨 8(1~10까지 존재, 8이면 사실상 최강)이나 되고 제국에서 내로라하는 클랜의 마스터(회장님)를 하고 있는 놈을 쓰러트리면 그 영광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겠죠. 거기에 정신 나간 동료들이 도시와 나라를 들쑤시고 다니면서 사람이 보였다 하면 시비 털고 뒤 치기 해대는 통에 적들이 사방팔방 깔려 있는 점도 종이 인간인 주인공으로 하여금 밖으로 못 나가게 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참고로 주인공의 레벨 8은 쭉정이일 뿐으로 동료들이 던전(보물전)을 돌아 획득한 성과를 갖다 받친 결과로 주인공은 아무런 힘도 없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이걸 모르죠. 알면 진즉에 주인공은 죽었겠지만, 그래서 밖에 나갈 때마다 호위를 대동하고 나가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시골에서 올라온 신입(말이 신입이지 레벨 7짜리 알짜 헌터)이 아주 좋은 물건을 들고 왔지 않겠습니까. 그것은 무려 외모를 바꿔주는 '가면'. 뚜둥~ 예전 거는 동료들이 너무 기괴하다고 부숴 버렸거든요. 동료들은 주인공을 너무나 사랑해서 과보호 중이죠. 그 가면이 없어서 밖에도 못 나가는데. 아무튼 신입과 접선해서 가면을 양도받으려고 했습니다만, 이렇게 주인공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죠. 제도에서 내로라하는 헌터(주인공)가 원하는 아이템? 우왕~ 뭔지 모르겠지만 대단할 거 같으니까 내가 살게 하며 개떼같이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거저 줘도 안 할 가면은 억 단위로 가격이 뻥튀기 되고 그걸 둘러싼 대혼란이 벌어집니다.

주인공은 초조해지죠. 그저 달콤한 디저트 가게에 호위 없이 가고 싶었을 뿐인데, 왜 사람들이 이리도 발광을 하는지. 자기 행동에 따른 결과라는 걸 생각하길 포기한 주인공은 무슨 상황인지 알리도 없고, 가격이 올라가자 "여자들"에게 돈 꾸러 다니면서 평판은 평판대로 떨어지고 그걸 본 사람들은 주인공이 돈 꿔가면서 구입하는 아이템에 더 흥미진진해 하며 달려드는 아수라장이 펼쳐집니다. 원래 무뢰배인 헌터들이라도 딱 하나 불문율이 있다면 동료들에게 돈을 빌리지 않는다인데 주인공은 그걸 무시하고 기둥서방처럼 인격이 파탄 난 히로인들에게 돈을 빌리면서 최악의 쓰레기를 갱신해가죠. 주인공이 너무 좋아서, 정신이 망가진 히로인 2인지 3인지 하여튼 결혼 준비 자금까지 끌고 와서 주인공에게 갖다 받치는 무슨 사이비 종교를 보는 듯한 게,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정신이 망가진 히로인과 주인공과의 대화가 맞물리지 않는 상황을 작가가 참으로 잘 그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 주인공은 그 가면을 손에 넣는가? 주인공의 자그마한 소원에서 시작된 소동은 제도를 들썩이게 만드는 큰 사건으로 커지고, 그 과정에서 주인공이 히로인에게 열(10) 자리나 되는 빚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지죠. 세상 쓰레기 집합체가 누구냐고 하면 당당하게 이 작품의 주인공이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놀고먹고 유흥을 즐기며 빚을 진 게 아닌, 불면 휙 날아가는 종이 인간인 주인공에게 있어서 자신을 지킬 수단이 필요했고, 그 수단으로 보구를 주워 모으다 보니 빚이 늘어난 거죠. 애초에 클랜 마스터로서 월급이 나오는지도 애매하고, 부 마스터의 말에 따르면 클랜 운영비에 손대는 거 같다고 하니 안 나오는 거 같기도 하고. 동료들이 돈이고 간이고 쓸개고 다 갖다 받치고는 있지만 그래도 부족해서 빚을 내 보구들을 모으다 보니 어느새 빚더미에 나앉아 있더란 말이죠. 문제는 그 빚 대부분이 정신이 망가진 히로인의 돈이라는 거고, 그 히로인은 맹목적으로 그런 주인공에게 무한으로 돈 갖다 받치는 게 사람이 해선 안 될 쓰레기 짓을 주인공이 보여주고 있어서 반면교사로 딱 좋은 작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신이 망가졌다고 해서 머리에 꽃 꽂은 진짜 망가졌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매드 사이언티스트로서 감정과 생각이 일반인과 매우 다르다는 의미입니다. 연구를 위해선 무슨 짓이든 저지르죠. 그 부산물로 돈을 엄청나게 벌어들이고 있기도 하고요. 주인공의 머리에는 착함으로 인식된 동료(히로인)의 돈을 써선 안 된다고는 생각하지만 정신 차리고 보니 열자리가 넘는 빚을 지고 있고, 이번에도 더 늘어날뻔했지만, 일말의 양심으로 간신히 참나 했더니 이복 여동생이 저금해 놓은 돈까지 손대는 파렴치까지 보여주는데, 사람이 어디까지 추락하는지 봤니?를 극한까지 보여주려 하죠. 그깟 가면이 뭐라고. 그렇게 디저트 가게에 가고 싶었나? 사실 주인공에게 있어서 지금의 삶은 살아도 산 게 아니죠. 호위가 없으면 밖에도 못 나가, 동료들은 나만 놔두고 던전(보물전)에 가지, 은퇴하고 멀리 가서 디저트 가게라도 차리고 살려 했는데 못하게 하지, 도시 사람들은 뭔 말을 했다 하면 도발로 받아들여 날 죽일 듯 달려들지, 주변은 부 마스터 빼고 하나같이 정신이 망가져 있지, 라이벌이란 놈은 하렘을 꾸리고 있지, 누구라도 쭈굴쭈굴해지지 않을까 싶은...

맺으며: 이 작품과 동류를 찾으라면 어둠의 실력자가 있군요. 주인공의 행동과 말이 와전되고 부풀려져 일이 커지고, 허구 같았던 일이 정말로 생겨 사건으로 비화되기 전에 주변이 정리하면서 주인공에게 선견지명이 있다고 추어올리죠. 정작 주인공은 자신이 그런 말 했는지도, 자신의 말 때문에 사건으로 비화 되었는지도 모르는 상태고요. 그런 주인공을 추어올리는 히로인은 불에 기름 끼얹어 사건을 크게 벌이고, 안 되겠다 싶으면 물리로 해결하려 드는 게 이렇게 엉망진창인 작품은 또 없지 않을까 싶네요. 반어법이나 깎아 내리는 게 아니라 좋은 점이라는 뜻입니다. 사실 이런 게 뭐가 재미있나 하겠지만, 지루한 면도 없잖아 있긴 한데 작가가 무리 없이 잘 그리고 있어서 가볍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다만 페이지 수는 좀 줄였으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