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 0명 여신님과 시작하는 이세계 공략 1 - 반에서 제일 약한 마법사, Novel Engine
오사키 아이루 지음, Tam-U 그림, 박수진 옮김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이세계 전생물이고, 신자 0명이라는 것에서는 주인공의 위치를 알 수 있고, 여신이 나오는 흔해빠진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필자가 늘 얘기하는 것 중에 하나가 흔해빠진 이야기라도 작가가 얼마나 잘 풀어가느냐에 따라 그 작품의 완성도가 달라진다는 것인데요. 본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본 작품은 제목을 잘못 지었습니다. '이 멋진 세계에 축복을'식 개그와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식의 성장을 합쳐놓았는데, 즉 이 두 작품의 장점만 모아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목을 좀 더 다듬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물론 일부 사람들은 아류작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위에서 필자가 언급했듯이 작가의 능력으로 얼마나 잘 풀어가느냐가 작품 질의 성패를 좌우하고, 결론적으로 아류작 느낌보다는 작가가 자기만의 색을 작 풀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필자 주관적이고, 클리셰적인 부분도 없잖아 있습니다만.

이 작품의 줄거리는 스키 합숙을 다녀오다 버스가 눈사태에 휘말려 주인공 포함 반 친구들이 갇히게 되고, 그대로 비명횡사했더니 이세계라는 설정입니다. 보통 이런 클리셰를 보면 반 아이들에게 스킬과 능력치가 주어지는데, 속칭 인싸들이 좋은 스킬과 능력치를 다 가져가죠. 핸섬가이 난봉꾼은 빛의 용사가 되어 일찌감치 스카웃 되어 나라의 요직에 앉았고, 그 외 상급 스킬 받은 반 아이들도 스카웃 되어 출세의 길에 올랐건만, 마법 한두 방 쏘면 오링 나는 마력량과 어디에 쓸지도 모를 스킬과 물 마법 초급만 받은 주인공은 악성 재고가 되어 1년이 지나도 스카우트 제의는커녕 마을 꼬마 애들에게도 무시당하는 처지로 전락하고 맙니다. 신전에서 보살펴주는 것도 1년 한정이고 1년이 지나도 별반 달라질 게 없었던 주인공은 쓸쓸한 출발을 해야만 하죠. 그리고 더욱 문제는 이세계인(지구인)은 글쎄 수명이 10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악성 재고 취급에, 부르는 이 하나 없고, 수명도 이제 9년 남은 주인공의 앞날은...

이렇게 주인공은 눈 사태에 갇혀 얼어 죽은 것만 해도 억울한데 이세계에까지 와서도 인생의 하드(hard)를 경험해야만 하죠. 하지만 이런 작품의 클리셰이기도 한, 쓰레기 스킬이라도 노력을 하다 보면 빛을 보게 된다는 것이고, 던만추의 벨이 그랬던 것처럼 처음엔 놀림의 대상이었지만 끊임없는 노력으로 성장하여 주변의 인정(認定)을 끌어내는 모습들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사실 무능력 먼치킨과 노력형은 종이 한 장 차이일 수는 있겠습니다만, 이 작품은 무능력을 가장한 치트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가치의 판단을 왜 상급 스킬에 맞추는가 그걸 꼬집는 듯했습니다. 원래 주인공의 스킬도 유용한데 주변에 널리 쓰이지 않고, 스킬 이름도 허접해 보인다고 지례 판단해서 쓸모없다고 단정 짓는 모습들을 보이죠. 그래서 상급 스킬을 가진 아이들이 던전에 도전했다가 사망하고, 행방불명도 되는 것에서 결국 살아가려면 주인공처럼 능력에 의존하지 않고 전술을 짠다거나 노력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약간 개연성 없이 주인공 앞에 신자 0명 여신이 등장합니다. 이멋세의 아쿠아와 던만추의 헤스티아를 합쳐놓은 듯한, 어딘가 물에 담가두면 정화될 것도 같고, 식구 1호가 된 주인공을 애지중지하는 어디 여신과도 같은 여신이 나타나 나의 신자가 되라며 마치 다단계 권유 같은 세일즈로 다가오는 여신을 바라보며 주인공이 받은 첫인상은 술집 접대부 같다는... 그래도 남들은 다 치트 받아서 떵떵거리고 사는데 이멋세의 주인공이 마구간에서 지냈던 것처럼 이 작품의 주인공도 길드 한구석에서 슬럼가식 기거하고 있는 처지로서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닌지라 신자로 계약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부모님들이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하지 말라는 교훈을 던집니다. 글쎄 여신의 카테고리가 역병신(疫病神)이라는 한문을 첨부하지 않으면 대참사가 벌어질, 사기 비슷한 걸 당하게 되죠. 다행히도 그렇게 나쁜 여신은 아닌 듯하지만, 가호도 받을 겸 신자로 살아가는 게 처량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첫 번째 히로인, 여신은 다른 세계(신계?)에 살고 있어서 일단 제외하고요. 히로인 에피소드 중에 왕도이자 정도의 길이라면 역시 몬스터의 습격을 받는 히로인 구출이 되겠죠. 거기다 파티원들에게 버림받은 히로인이라면 금상첨화고요. 결국 주인공이 구해주게 되고 나중에 같이 다니게 되는데 이것도 참 현실적이라는 걸 보여주죠. 현실에서 위험에 빠진 사람을 보면 전문가를 불러야지 지식도 없이 뛰어들었다간 동반으로 큰일 납니다. 이 상황을 이 작품에 빗대보면 구해준 히로인이 하필 이멋세의 메구밍 같은 특대 화력 한방 마법사라는 것이고, 파티를 짰다 하면 한 달을 못가 쫓겨나는 0점 사격이 불가능한 실력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결국 주인공은 옆에서 도우다 통구이가 되는 경험을 해야만 하죠. 거기다 남들은 내가(여마법사) 싫다며 기피하는데 도와주는 주인공에 슬슬 감정이입해가는 모습들이 조금은 두려운 그런 히로인이 되겠습니다.

맺으며: 요약하면 더 만추의 벨처럼 노력하여 성장하는 타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벨처럼 주인공은 여마법사와 강한 몬스터를 쓰려트려 가죠. 다만 강한 몬스터와 만나는 장면들은 작위적(우연으로 조우하는 식)이어서 던만추 만큼의 무겁고 진지함은 없습니다. 약간 마이너하다고 할까요. 그래서 이멋세 같은 개그를 넣어서 지루할 틈을 보이지 않으려 하는데요. 가령 내청코의 자이모쿠자 같은 오타쿠를 투입해 주인공 친구가 되어준다거나, 주인공이 구해준 여마법사 '루시'와 루시가 이전에 몸담고 있었던 파티의 '에밀리(히로인)'와의 말싸움이 그렇고요. 사냥을 가나서도 루시의 마법이 엉뚱한 곳에 날아가거나, 위력을 줄인다고 줄였는데 숲을 다 태워버린다거나 특대 마법을 썼더니 매구밍처럼 된다거나. 이런 점들은 사실 싸구려 클리셰 같은 느낌도 없잖아 있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작가가 이런 건 개그로 잘 살리더군요(물론 필자 주관적). 인간관계에서는 주인공이 노력하며 성과를 내자 주변은 주인공의 실력을 인정해가게 되죠. 그래서 깔보던 동년배가 먼저 사과하며 동료가 되어 주고, 같이 사냥도 나가는데 결국 이 작품의 요점은 그 사람(주인공)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은 분명 있다는 걸 개그식으로 풀어내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