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내 세계를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가? 4 - 신벌의 짐승, Novel Engine
사자네 케이 지음, neco 그림, 이경인 옮김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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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런 말까진 안 쓰려 했는데 주인공의 머리가 좀 모자라 보입니다. 주인공은 원래 살고 있던 세계가 덮어쓰기 당해서 동일 세계이자 다른 세계 즉, 평행세계로 넘어가게 되었죠. 거기서 주인공은 원래 세계에 있던 인간족 영웅 '시드'가 평행 세계에도 있을 거라 여겨 찾아서 누가 세계를 덮어쓰기 했나,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나를 조사하고 있었는데요. 자, 여기서 생각해 볼 일은 원래 세계는 진짜 원래 세계가 맞나? 원래 세계도 누군가에 의해 덮어쓰기 당한 거 아닐까? 답은 맞다지만 아직까진 주인공은 모른다. 이쪽 평행 세계로 넘어와 악마족, 만신족(엘프), 성령족(슬라임)과 교류하면서 보아온 주인공의 시각에 이들이 정말로 인간족을 멸망 시킬 정도로 호전적으로 비쳤는가? 답은 '아니다'죠. 물론 주인공이 건너 오면서 그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불가침조약도 맺고 공통의 적이 생겨서 손을 잡기도 하고 시한을 둔 휴전을 성립 시키기도 했지만 그 이후 이들 환수족을 뺀 3종족은 주인공 일행에게 상당히 호의적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3종족과 평화 협정을 맺고 일시적 휴전을 이끌어낸 주인공이 남은 환수족(수인)을 찾아가는 내용인데요. 환수족은 3종족과 다르게 상당히 호전적으로 특히 환수족을 이끄는 영웅 '라스이에'는 이때까지 주인공이 만난 그 어떤 적보다 강하여 상당히 고전하게 되죠. 근데 여기서 뜻하지 않게 이세계 즉, 평행 세계의 진실을 '라스이에'에게서 듣게 됩니다. 그동안 주인공이 간과했던 내용들로서 결국 주인공의 원래 세계도 덮어쓰기 당한 세계일 거라는 기정사실이 투하되고, 그 덮어쓰기를 하는 흑막이 존재함을 '라스이에'에게서 듣습니다. 덮어쓰기 하는 흑막은 1권부터 나온 복선이긴 하지만, 이번에 명확하게 드러나는데요. 결국 여기서 진실이 뭐냐면 주인공의 원래 세계에서 인간족을 뺀 4종족은 피해자라는 소리입니다. 흑막에 의해 자신들의 존재가 말살되고 봉인되었거든요(아래에서 설명). 주인공은 평행 세계에서 다른 종족들을 만나 인간과의 융화 가능성을 봤습니다.

그렇다면 주인공은 이 모든 사실을 깨닫고 환수족과 더블어 나머지 3종족과 손을 잡고 흑막을 깨 부셔야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라스이에'는 인간족을 믿지 못하고 있고, 그 이면엔 주인공이 그토록 찾고 싶었던 인간족 영웅 '시드'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원래의 세계에서 인간족만 살아남았다는 의미는 영웅 시드에 의해 환수족 포함 4종족은 전멸했다는 뜻이고, 여기까지라면 전쟁에서 패했으니 사라지는 건 당연하다 여길 수 있지만 그 영웅 시드가 흑막에 놀아나고 있었다면? 결국 환수족 입장에서는 절망 속에 죽어 갔다는 소리죠. 그걸 뒷받침하듯 주인공은 앞서 이쪽 평행 세계에서 영웅 '시드'라 자처하는 남자를 만났고, 그 남자가 가진 인간 우월 이념을 보았습니다. 그럼 여기서 주인공은 '라스이에'에게 들은 정보를 취합해 가장 이로운 해답을 도출해야 하잖아요? 누가 진짜 적인지. 그런데 해결할 머리 회전은 고사하고 흑막을 불러내 사태(덮어쓰기)를 해결하려는 '라스이에'를 막아서는 기행을 터트려 버립니다.

물론 라스이에가 너무 호전적이라 막을 시간이 부족했고, 주인공의 머리 회전율은 작가가 이렇게 의도를 했으니까 그럴 수는 있겠죠. 그것으로 인한 흥미도를 이끌어 내고, 적(에너미)이지만 말은 새겨듣자 같은 메시지도 던지기도 합니다만. 그래서 말을 새겨듣지 않은 주인공은 원래 세계에는 있지도 않은 새로운 종족 제6종족과 싸워야 하는, 가스통 들고 용광로에 뛰어드는 형국을 맞이하게 되죠. '라스이에'는 주인공에게 흑막을 처치해서 덮어쓰기를 해결해야 한다는 경고를 분명히 했고, 그 경고를 무시한 댓가는 세계 멸망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영웅 시드만 찾아대고 3종족과 소풍이나 다니며 덮어쓰기를 해결할 의지는 있나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없었던 게 확실하군요. 뭐 '라스이에'는 갑자기 등장하자마자 주인공 일행을 죽이니 마니 하며 주인공과 이야기할 생각도 없었으니 주인공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지만 교섭력과 이해력을 보여주지 않은 시점에서 뭔 변명을 한들....

사실 주인공 입장에서는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라스이에'를 만난 시점에서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실마리를 얻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작가는 집필하면서 이점을 간과한 거 같더군요. 되레 라스이에를 없애야 될 적으로 인식시켜 버립니다. 흑막을 없애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고, 주인공보다도 강한 라스이에를 이때까지 히로인들을 구워삶았듯이 구워삶으면 그보다 든든한 아군도 없을 텐데 왜 이런 설정으로 가는지 모르겠군요. 뭐 생각해 보면 오히려 이런 흐름이 식상하긴 합니다. 이렇게 흘러갔다면 필자는 또 따지고 들었겠죠. 작가 입장에서는 뭐 어떡하라는 심정일 테고요. 그래서 그런지 라스이에의 성격을 상당히 극단적으로 만들어 놨는데요. 흑막을 불러내기 위해 희생을 얼마든지 치를 태세고 그 희생은 유사 세계 덮어쓰기를 단행하여 또다시 새로운 세계로의 전이를 말하는 것이었고 주인공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막아야 되는 사태였죠.

맺으며: 아무튼 세계 덮어쓰기의 전말이 완전히 공개되었습니다. 결국 흑막은 세계를 자기 마음대로 가지고 놀고 싶었던 것이고 인간 포함 5종족(이번에 새로 1개 종족 추가해서 6종족)은 희생양이었을 뿐이라는 게 밝혀졌고요. 거기에 주인공이 시드의 목적을 간과하고, 라스이에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세계 멸망이라는 테크를 타게 되었습니다. 좀만 빨리 알아차렸다면 어쩌면 대처할 수 있었을 텐데 뒤늦게야 겨우 알아차리고 고함이나 치는 꼬라지라니... 정작 이걸 해결해야 될 인간 영웅 시드는 흑막에 놀아나는 등 이야기가 상당히 재미있어지는군요. 그건 그렇고, 자잘하게 납짝 엘프라느니 히로인들의 만담도 꽤나 재미있습니다. 원래 인간과 적대 관계였던 엘프녀는 백치미를 동원해 메인 히로인 자리로 치고 올라왔고, 주인공에게 자기(엘프녀) 약점이 될 수 있는 총알을 만들어주는 기행까지 엘프녀를 보고 있으면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메시지를 던진다고 할까요. 싫은 게 아니라 꽤나 흥미롭죠. 슬라임 양의 귀여움도 독보적이고요. 이건 진짜 보고 느껴 보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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