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션빨로 연명합니다! 6 - S Novel+
FUNA 지음, 스키마 그림, 박춘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4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대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 작품은 행동엔 결과와 댓가가 따른다는 걸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또한 욕심이 과하면 놀부가 박을 갈라서 똥을 얻었듯이 탈이 나게 마련이라는 메시지도 던지는 등 교훈적으로 보면 참 훌륭한 작품이 아닌가 싶어요. 주인공 '카오루'는 여신(女神)의 실수로 죽은 뒤 이세계로 넘어오면서 여신에게 '포션을 만들 때 내 생각대로의 용기(그릇이나 병)에 담겨져 나오고 효과도 내 생각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하여 받아 냈죠. 여기까지는 문제없이 잘 처리되었고, 언뜻 포션이나 만들어 팔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이세계 라이프를 꿈꿀만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작가가 개그 4차원적으로 훌륭한 필력을 보여준다는 것이고, 그로 인해 주인공 '카오루'가 범상치 않은 성격을 가지게 되었으며(애초에 여신에게 빈 소원 자체를 보더라도), 그 성격을 기반으로 해서 악랄한 짓을 서슴없이 저질러 주시니 결국 그녀의 도착점은 '이제 가야 해!'라는 것. 이번 6권 표지가 다른 거 다 떠나서 이별의 느낌을 잘 살렸다고 할까요.


2부 완결이자 3부 시작점인 6권입니다(참고로 작가는 따로 나눠놓지 않았음). 이번 이야기는 성격대로 움직였다 제대로 반격 받아 모두와 헤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예전에 이웃 나라 알리고 제국과의 전쟁에서 발모아 왕국 편에 섰던 주인공 '카오루'는 친한 사람이 죽을 위기에 처하자 눈이 돌아가 알리고 제국의 대군을 궤멸 시키고 뒤에서 조종하고 있던 루에다 성국을 쫄딱 망하게 한 적이 있어요. 사실 잘못한 쪽은 루에다 성국이지만, 업보는 주인공 카오루가 받게 되었다고 할까요. 그 추노라는 드라마에서 원수는 꼭 갚는다고 누군가가 그랬잖아요. 여신의 사도를 자청하고 성능 좋은 포션을 팔다가 자신의 목숨을 보호한답시고 귀족들 사이에 싸움 붙이고, 그러다 주체를 못 하게 되자 야반도주하고, 진짜 아픈 주군을 치료하고 싶은 선량한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몹쓸 말을 해대고, 이세계에서 여자 몸으로 홀로 살아가애 해서 조심해야 되는 것도 있었지만 행동이 너무 과했던 것입니다.


게다가 신(神)의 이름을 들먹이며 성능 좋은 약팔이하는 소녀를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죠. 가는 곳마다 거머리가 들러붙고, 그러면 좀 자중을 하던가 그럴수록 신(神)의 이름을 들먹이며 약 팔아대고, 또 사람들이 몰려들고, 사도로서 숭배하는 지경까지 오면 모습을 바꾸던가 그래야 하는데 그런 건 생각할 머리는 또 없어요. 결국 쫓겨 쫓겨간 곳이 동쪽 끄트머리. 거기서 아동 매매범들에게서 '레이에트'라는 6살짜리 소녀를 구한 후 이제 여기서 정착하고 살아가고 싶었던 '카오루'에게 드디어 업보의 철퇴가 떨어집니다. 5권 리뷰에서 루에다 성국 잔당들의 노림수에 넘어가 적진에 뛰어들게 되었다고 썼던 거 같은데, 카오루는 그 노림수대로 이세계에 넘어올 때 최초로 발을 디뎠던 발모아 왕국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예전에 발모아 왕국에 있을 때 루에다 성국을 망하게 한 이력이 있죠. 도착해 보니 스토커 왕자(이것도 카오루 업보 중 하나)가 있는 브란코트 왕국이 싸움(전쟁)을 걸어오네요.


사실 싸움(전쟁)은 이번 이야기의 본질은 아니고, 그 전쟁이 왜 일어났냐는 것인데요.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은 힘듭니다만, 그동안 카오루가 행했던 악행(?)을 마무리 짓는 이야기라고만 해두겠습니다. 함정에 제 발로 뛰어드는 불나방과 원수는 꼭 갚아주고 싶은 악당이 철저한 준비를 거쳐 성공 시키는 장면에서는 아무리 신(神)에게서 치트를 받은 주인공이라도 빈틈은 있기 마련이라는 메시지를 던져 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비록 그 과정이 개그 난발이라 심각성은 요만큼도 없었지만요. 그렇게 주인공 카오루는 밤 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참고로 이 작품의 장르는 개그입니다). 주변의 파장은 생각도 안 하는 자기중심적이지만 그래도 약자를 보면 보호해 주고 힘든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고, 못된 사람은 영혼을 털어버리는 등 나름대로 선량하게 살아왔다고 자부는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여신 카오루 진교'라는 신흥 사이비 종교를 만들어질 정도로 한쪽으로 편중된 것이 문제지만요.


맺으며: 사실 스포일러 안 하려고 했습니다만, 이번 6권에서 작가답지 않은 장면들을 보여줘서 좀 언급해 볼까 하는데요. 필자가 예전에 장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시계를 예로 들어서 큰 시침과 작은 분침은 마주하는 순간은 있어도 영원히 같이 가는 일은 없죠. 무한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는 판타지로 예를 들면 하이엘프와 한순간을 살아가는 인간의 커플이 찰나의 시간은 같이 살아도 영원히 같이 살 수 없는, 그런 분위기를 갑자기 이번 이야기에 넣어 놨습니다. 항상 트러블이나 일으키고 악한 얼굴로 씨익 웃기나 하던 카오루가 하루 지나고 돌아왔다고 여겼건만 나만 놔두고 주변 사람들이 모두 저만치 가버린 상황을 접하고 소리 죽여 우는 장면은 이 작품답지 않은 안타까움을 보여주었는데요. 옛 민화 중에 용궁에 초대되어 놀러 갔다가 지상으로 돌아오니 몇백 년이 흘렀다(대충 비슷할 겁니다)가 있어요.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은 힘들지만 이 작품에 빗대면 카오루가 딱 그런 경우죠.


사실 이쯤에서 새로운 이야기로 넘어가는 것도 괜찮지 않나 싶더라고요. 이제 그녀(카오루)의 새로운 인연 시작됩니다. 이번엔 또 어떤 악행을 저지를지 기대되기도 하는데, 이전에 복선으로 나왔던 카오루의 친구 '레이코'가 이세계로 넘어옵니다. 옛사람들을 뒤로하고 그녀(레이코)와 함께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장면은 어쩐 일인지 황혼을 배경으로 한 천 원 돌파 그렌라간 엔딩이 생각났습니다. 좀 아련하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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