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뉴 게이트 6 - 06. 광신자의 야망
카자나미 시노기 지음, 김진환 옮김 / 라루나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끝 모를 하렘이 이제 하늘을 뚫고 나갈 기세로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등장인물 8할이 여자 캐릭터고 대부분이 주인공과 연관이 있어요. 라이트 노벨의 특징이라면 특징일 수는 있으나,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것은 근본 없이 호감도가 올라가지 않는다는 거군요. 이런 히로인들이 죄다 여친이 되어 주인공 옆에서 복작복작 거렸다면 필자는 진작에 불쏘시개로 썼을 겁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하렘의 본질은 메인 히로인 '슈니'를 필두로 삼고 '티에라'를 서브로 두며 다른 히로인들은 여사친 미만으로 조절하는 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눈꼴 시린 것도, 시기와 질투가 난무해서 머리끄덩이 잡는 일도 없어요. 슈니와 티에라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 사이가 좋기도 하고, 애초에 티에라는 주인공에게 연심이 있는지조차 불명이죠. 이런 점에서 히로인들은 많이 나오지만 하렘은 정의가 되지 않는 참 요상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한번 닿은 인연은 모른 채 하지 않습니다. 그 인연의 끈으로 이어진 유대는 결코 싸구려가 아니라는 걸 이번 6권에서 보여주는데요. 1권 리뷰에서 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이 작품에는 '미리'라는 이름의 꼬마 히로인이 나와요. 엑스트라가 아니라 어느 정도 비중이 있는 캐릭터죠. 교회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살고 있어요. 성격은 밝고 쾌활해서 보고 있으면 흐뭇해지기도 합니다. 주인공이 사역마 '유즈하'를 만나게 된 계기도 꼬마 히로인 덕분이고, 꼬마 히로인을 도맡아 키우는 '라시아'라는 수녀와는 교회의 상속을 두고 동고동락한 사이기도 하니 어쩌면 이 둘은 메인 히로인 '슈니'보다도 인연이 깊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 히로인 둘이 하나는 납치되고, 하나는 곧 숨이 끊어질 정도로 큰 상처를 입게 되었다면 주인공으로써는 어떻게 해야 되나가 이번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이거 주인공의 역린을 건드린 게 아닐까 하는, 조금은 소름 돋는 전개를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가 되었죠.

납치 이야기는 저 밑에 '맺으며'에서 다시 언급하도록 하고, 사실 필자는 처음 이 작품을 접했을 때 먼치킨 주인공이 혼자 다 말아먹나 했군요. 사실 4권쯤까진 그런 느낌이 없잖아 있었고요. 근데 5권부터 세계가 넓어지며 위에는 위가 있다는 복선이 투하되기 시작하더라고요. 그중 하나가 게임 시절 최악의 PK 유저들도 이세계에 전생 했다는 것이고, 간간이 주인공보단 못하지만 준하는 실력을 가진 이레귤러(작중에서는 선정자)도 있다는 등 주인공 먼치킨설에 제동을 거는 설정이 제법 있어요. 이번엔 데몬(악마)까지 합세하면서 주인공의 앞 날이 순탄하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이 작품에서 데몬은 어중이떠중이 잡몹이 아니더라고요. 그에 대항하는 주인공은 메인 히로인 '슈니'부터 해서 주인공이 만든 서포트 캐릭터들도 하나같이 강자이고, 주인공 옛 동료들도 모이는 등 자칫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두근거림을 느끼게 해주는데요.

문제는 이 작품의 단점이기도 한, 작가가 스펙터클한 긴장감 높은 설정을 잡아놓고도 그걸 풀어내는데 서툴다는 것입니다. 태풍이 오기 전의 고요함보다는 가랑비 내리는 포근함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대단히 위험한 상황을 연출해놓고 막상 싸움에서는 주인공이 워낙 강해서 그런지 몰라도 쉽게 쉽게 끝나버리는, '녹을 먹는 비스코'라는 작품처럼 사선을 넘나드는 전투신을 보여주지 않아 아쉬운 장면들이 제법 있어요. 그래서 심각한 장면임에도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할까요. 이번 수녀 '라시아'가 사경을 헤매는 장면에서도 주인공이 만든 포션을 먹고 벌떡 일어나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행동하니까 좀 괴리감 같은 게 느껴지죠. 먼치킨의 폐해라면 폐해라 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만. 그래서 이 작품을 또 다르게 표현하면 냉탕과 온탕에 비유할 수 있어요. 금니 빼고 모조리 씹어주마!라는 분위기 잡아 놓고, 막상 본경기에서는 싸다구 한대 때리고 끝, 착한 주인공이 오히려 독이 되는 형국이랄까요.

그건 그렇고 이 작품에서 특징을 하나 찾으라면 역하렘이 있습니다. 일러스트는 좀 미묘한데, 극상의 미모를 자랑하는 메인 히로인 슈니와 티에라는 가는 곳마다 뭇남성들 시선을 사로잡고 식당 같은 데서 좀 쉴라치면 모여들어서 그녀들에게 온갖 어프로치를 해대는 장면들이 있어요. 그때마다 주인공은 주변 남자들이 보내는 질투 어린 시선을 감내해야만 하죠. 지금 생각해 보면 이런 설정들에서 성별이 바뀌었다면 좀 끔찍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서 어떤 요소가 평가에 미치는지 잘 알고 있는 듯하군요. 근데 뭐 사실 이런 설정들도 하렘의 한 축으로서 주인공이 얼마나 대단하냐는 설정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미인 둘을?). 그걸 읽는 독자들에게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상업적으로 성공하려면 이럴 수밖에 없기도 하죠. 그나마 떵인지 된장인지 모르는 양아치들에게 시비 털리는 싸구려 설정은 없어서 다행이랄까요.

맺으며: 사실 주인공이 워낙 강해서 적들이 상대조차 되지 않으니까 재미가 좀 반감돼요. 납치극을 거치며 진정한 지옥이 뭔지 보여줬다면 10점 만점에 10점을 줬을 텐데. 지금 생각해 보면 게임 시절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4권인가 5권인가에서 언급이 되었으니까 앞으로 보여주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아무튼 주인공도 주인공이지만 사실 꼬마 히로인을 돌보는 또 다른 지인(주인공 친구)도 활약해야 하는지라, 주인공이 나설 기회가 적었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내 가족은 내가 지킨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어서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그건 그렇고 꼬마 히로인이 왜 납치되었냐고 궁금하실 텐데, 스포일러라서 언급은 힘들군요. 쓸모가 있으니까 납치했겠죠? 아무튼 예전에 스포일러 좀 했더니 욕이 날아와서 최대한 스포일러 안 하고 리뷰 쓰려니 힘들군요. 주인공이 만든 서포트 캐릭터들이 계속해서 등장해서 합류하고, 게임 시절 동료들과 그들이 만든 서포트 캐릭터들과도 만나는 등 주인공의 세계관은 계속해서 넓어지고 있습니다. 그에 비례하듯 강한 적들도 등장하기 시작하고요. 7권에서는 보다 강한 적을 만나 대판 싸우지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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