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뉴 게이트 4 - 04. 푸른색의 옛 성지
카자나미 시노기 지음, 김진환 옮김 / 라루나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느 날 왕족, 그것도 왕녀의 침실에 대검이 날아와 벽에 박힌다면 어떤 소동이 일어날까. 왕녀는 누가 날 죽이려고 그러나? 하면서 경비를 강화하고 범인을 찾아 3족을 멸하는 게 판타지에서 정석이잖아요. 비단 판타지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칼이 날아와 꼽힌다면 난리 나겠죠. 아무튼 아닌 밤중에 홍두깨 당한 왕녀는 어떤 반응을 내놨을까. 보통 라노벨에서 왕녀의 이미지는 두 가지죠. 음침한 히스테릭과 무지한 성녀라 할 수 있는데, 여기에 한 가지 더 해서 이 작품에서의 왕녀는 상당히 호탕한 성격으로 글쎄 이 대검을 자신에게 보낸 프러포즈로 보고 이 검을 보낸 장본인을 찾아 나서요.


이번 이야기를 한 구절로 표현 하라면, 이 검이 너의 것이냐? 너의 이름은?


또다시 히로인이 늘었습니다. 간간이 나오는 서브 히로인까지 합치면 이제 세는 것도 지겨울 정도입니다. 이러한 히로인들 속에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은 언젠가 칼 맞을 날이 오지 않을까 싶은데 정작 주인공은 히로인들에게 별 감흥이 없다는 거죠. 메인 히로인 '슈니'는 연애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자신을 돌아봐주지 않는 주인공에게 점점 얀데레가 되어 가고 있고요. 두 번째 히로인인 '티에라'는 은근히 호감을 보이지만 언제나 상식 밖의 행동을 하는 주인공을 어이없어 합니다. 사실 슈니보다 티에라와 티키타카 하는 게 더 재미있는데 요즘은 잘 안 하더라고요.


그리고 이번에 제2왕녀가 합류하게 되는데 다른 히로인들이 보면 부러워할 일들을 만들어 가죠. 이렇게 써놓고 보니 무슨 러브 코미디 연애물인가 싶지만, 일단은 이 작품의 본질은 판타지 먼치킨이고 하렘은 그 부속물에 지나지 않아요. 목적과 수단을 헷갈려선 안 돼요. 하렘 뽕빨물을 싫어하는 필자가 아직 하차하지 않고 보고 있다는 건 그 방면에선 아직은 양호하다는 소리랍니다. 아무튼 제2 왕녀는 자신의 방에 날라든 대검의 주인이 누구인지 찾다가 주인공의 짓이라는 걸 알아내죠. 보통 이런 판타지에선 그런 주인공을 자신의 수하로 삼거나 천하게 여기거나 얕잡아 보는 등 암 걸릴만한 행동을 하곤 하는데 이 작품의 왕녀는 그러지 않는다는 것이군요.


왕족답지 않는 털털함과 호탕한 성격으로 주인공을 떠보긴 하지만 굳이 강요는 하지 않는, 그러나 약간 호전적인 성격으로 주인공과 대결을 원하는 무인 기질을 보이죠. 이때까지 이런 왕녀는 없었다 싶을 정도로 배려가 넘치고, 자신을 낮추고, 그러면서 은근히 주인공을 남편으로 삼으려고 공공연히 이 나라의 포러포즈 관습(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칼을 선물)을 들먹이며 어필하는 게 귀여울 정도인데요. 다만 일러스트는 전혀 귀엽지 않아서 약간은 괴리감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귀여움은 유즈하(아무리 생각해도 네이밍 센스 꽝)의 몫이니까 넘어가고, 왕녀는 이렇게 만난 주인공과 대결을 청하게 되죠. 그리고 머나먼 여정을 떠납니다.


이번 4권의 이야기 대부분은 왕녀와 연결되어 있는지라 조금 더 언급해 보자면요. 주인공과 옛 성지에 떨어져 귀환하는 여정 속에서 주인공도 애먹는 몬스터와 마주하고도 기죽지 않고 열심히 싸우려 하고, 자신이 해야 될 일이 뭔가 찾고, 휘두르는 칼이 몬스터에 생채기도 못 내는데도 그래도 주인공의 발을 붙잡지 않으려고(나 좀 구해줘 같은) 최선을 다하고 내 말 들어 같은 억지를 부리지 않는 모습에서 진정한 위정자의 모습이 이런 게 아닐까 싶었는데요. 한마디로 발암적 요소가 하나도 없는, 하렘의 교본이라고 하면 좀 오버스럽고, 하렘을 추구하고 있다면 이런 하렘이 환영받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군요.


맺으며: 이거 메인 히로인 '슈니'의 자리가 위태로울 정도로 왕녀의 성격이 올발라서 상당히 흥미로운 4권이었습니다. 거기에 여느 라노벨 히로인들처럼 개연성 없이 호감도가 올라가는 게 아닌, 함께 사선을 넘어오며 서로 의지하고 그에 따른 신뢰를 거치며 조금씩 호감도를 키워가는 게 상당히 좋아요.  물론 주인공이 왕녀를 보호하며 왕녀로 하여금 착각에 빠지게 하는 행동을 많이 하고 그에 따른 상대가 자신을 이성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걸 인지 못하는 고자 같은 모습을 보여서 좀 답답한 게 있지만, 이번 4권에서 주인공은 왜 타인의 호감을 거부하는가에 대해 조금씩 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결국 기믹에 지나지 않더라고요.


아무튼 이번 4권은 새로운 적 '데몬'이 등장하면서 먼치킨이 퇴색되고 이제 사선을 넘나드는 싸움이 될 거라는 암시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언제나 이런 작품에서 흔히 보이는 질 나쁜 놈들도 등장하면서 조금씩 흥미도를 올려가고 있어요. 다만 몬스터와 싸우면서 기승전결이 좀 아쉽습니다. '해치웠나?' 같은 전형적인 사망 플래그를 세우면서 부활한 몬스터와 2차전 들어가며 질질 끄는 게 좀 있어요. 그리고 좀 사족으로 써보자면 멍석을 깔아주면 하다못해 고스톱이라도 치든가 작가가 전연령가를 목표로 해서 그런가요. 후반 은근히 왕녀가 어필해오는데 동인지 같으면 뭔 일 터져도 벌서 터졌을 일을 주인공은 냅다 걷어차버리니 이보다 불쌍하고 어이없는 주인공이 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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