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녀 전하는 화가 나셨나 봅니다 3 - L Novel
야츠하시 코우 지음, 나기시로 미토 그림, 이진주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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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레티시엘'이 과거 전쟁에서 사망하고 미래 1천 년 후에 기억을 되찾은 게 우연이 아니었다면? 나아가 누군가가 레티시엘의 정신체든 기억만이든 의도적으로 과거에서 가져와 도로셀이라는 여자 아이에게 주입했다면? 아주 가늘게 이런 가능성을 보여주는 3권이라고 하겠다. 사실 이 두 줄만으로 이번 3권을 표현할 수 있고, 리뷰를 끝낼 수 있다. 이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게, 지금 3일 전 코로나 백신 접종 2차 맞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 길게 쓸 여력이 못 된다는 것이다. 근데 이러면 재미없을 테니 필자의 아이덴티티인 길게 써볼까 한다. 이번 3권을 보다 자세히 요약해서 써보자면, 왕녀가 새로운 세계에 환생해서 적응하며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도보다는 실질적으로는 3권 부제목이기도 한 암약하는 그림자들로 인해 내 인생이 내 인생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를 그린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지금의 레티시엘은 자신이 어떻게 해서 1천 년 전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었는지 모른다. 어느 날 눈 떠보니 공작가의 영애 '도로셀'의 몸이었다는 것뿐. 그래도 이왕 제2의 인생을 얻었으니 잘 살아보자고는 하는데 어째서인지 집안 모두가 그녀를 싫어한다. 이전에 필자가 이런 그녀를 두고 미운 오리 새끼라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이번 3권에서 단순히 그녀의 기행(엉뚱한 행동이나 히스테릭 등등) 때문에 미움받는 게 아니라는 복선이 나왔다. 과거 레티시엘이 아직 기억을 찾기 전의 도로셀을 가리켜 언니 '세리냐'가 그녀에게 살인자라고 매도한 적이 있는 걸로 보아 공작가 가정사에 중대한 사고나 사건이 있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한마디로 불운한 가정사가 있다는 복선이 있지 않나 하는 건데, 문제는 이런 복선을 작가가 바로 풀려는 생각 없는지 장기적으로 끌고 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번 3권을 평하자면 굉장히 불쾌한 부분이 있는데, 대책 없이 깔아대는 복선이다. 작가는 정말로 자신이 뿌린 복선을 잊어먹지 않고 전부 회수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깔아댄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한 페이지 건너 복선이 투하된다. 가장 큰 걸 들라면 역시 레티시엘이 전생하고 1천 년 전의 기억을 되찾는 것이라 하겠다. 사실 이세계물에서도 신(神)의 개입으로 주인공이 환생을 하던 전이를 하던 개연성이 있는데 레티시엘이 기억을 되찾는 점에서도 단순히 우연일 리 없을 것이다. 이것을 여러 사건과 연결하고 레티시엘 본인도 조금식 도로셀때의 기억이 돌아오면서 과거 무슨 일이 있었는지 3권에서 조금식 풀어간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놓고 보면 치밀한 설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 과정에서 복선과 복선이 난무해서 종국에는 뭐가 뭔지 모르게 된다는 거고 작가는 3권에서 끝낼 생각도 없다.


좀 더 복선의 종류를 열거하며 치를 떨고 싶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필자의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생략하겠다. 아무튼 이번 이야기는 제1왕자를 미치게 했던 '검은 그림자'라는 일종의 마력 덩어리를 풀어 놓는 흑막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11년 전 이웃나라와 전쟁을 하며 레티시엘과 비슷한 용모의 인간병기들의 출몰에 대한 사건을 조사하던 그녀가 이들이 일으키는 소동에 휘말려 간다는 이야기를 그린다. 참, 복선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지만 중대한 복선이 또 하나 있는데 그건 레티시엘 그러니까 지금의 도로셀의 본가인 공작가가 연루되어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이것은 레티시엘이 기억을 되찾은 이유와 겹치지 않을까 하는 건데, 이런 부분까지 복선으로 만들어 놨다. 그래서 필자는 치가 떨린다. 이 복선 때문에 레티시엘은 언니와 동생과의 사이가 억수로 안 좋다는 복선도 있다. 이 정도면 복선에 환장하는 병에 걸린 게 아닐까 의심스럽다.


그 복선대로 레티시엘의 언니 세리냐와 동생 크리스타는 눈에 띄었다 하면 레티시엘을 괴롭히려 혈안이 되어 있다. 마치 자기들이 피해자인양 하는 것에서 때로는 자기들과 다름에서 오는 괴롭힘이 아닌 과거 어떤 일로 인해 무언가를 잃었고, 그게 레티시엘의 탓임에도 지금의 레티시엘은 과거를 잊고 태평하게 살아가니 부아가 치밀어서 괴롭히는 게 아닐까도 싶은 복선이다. 레티시엘은 그런 기억을 조금식 되찾아간다. 이건 마치 스릴러 영화와 같은 시나리오랄까. 결국 제3자에 의해 과거 레티시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금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은 힘들지만, 언니 세리냐가 살인자라고 레티시엘을 매도한 점을 보자면 아주 큰 사건이 있었던 듯한데 작가가 찔끔 찔끔 풀어 놓으니 환장하겠다.


맺으며: 이 작품의 제목인 '화가 났다'에서 어떤 점에서 화가 났나요?라고 묻고 싶다. 그러니까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가 무엇인가를 묻고 싶은 거다. 괴롭히는 언니와 동생에게 화가 났나? 이건 처세술로 얼마든지 흘려 넘길 수 있는 수준의 치졸한 괴롭힘 뿐이라 여기에 일일이 화를 냈다간 캐릭터가 이상해질 것이다. 그렇담 기어이 레티시엘의 주변을 괴롭히기 시작하는 언니에 대해 화가 났나? 실제로 언니는 그런 움직임을 보여 레티시엘과 그녀의 동료들을 난처하게 만들긴 한다. 하지만 이것도 1천 년 전 전쟁을 치웠던 레티시엘에게 이런 괴롭힘 따위 애들 장난 수준이다. 요컨대 언니와 동생은 흔한 악역 캐릭터일 뿐, 주인공을 화내게 할만한 힘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 남은 건... 검은 안개를 뿌려대는 흑막과 이 시대 사람들은 못 쓴다는 마술을 막 써대는 흑막, 그걸 조종하는 또 다른 흑막 때문에 화가 나나? 뜬금없이 전생의 레티시엘을 아는 사람까지 등장시키는 토나오는 복선을 끝까지 깔아대는 작가에게 필자는 화가 난다. 독자 화나게 하는 게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인가?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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