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왕자의 적자국가 재생술 ~그래, 매국하자~ 2 - Novel Engine
토바 토오루 지음, 파루마로 그림, 박수진 옮김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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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우 매우 큰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 작품이 이세계물이었다면 제목으로 '제로로부터 시작하는~'라고 붙지 않았을까. 자원은 개뿔도 없고, 인구라곤 50만 명 밖에 되지 않는 소국(小國)이 군웅할거의 시대, 틈만 나면 다른 나라 먹으려 드는 세상에서 용케도 살아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구나 싶다. 주인공의 나라 '나트라 왕국'의 이야기다. 왕국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그 이면엔 대륙의 패자 '어스월드 제국'을 동맹국으로 두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사실 같은 나라 귀족들끼리도 쌈질 해대는 판타지에서 동맹국이라고 무사할썽 싶으냐가 이런 세계의 룰이라면 룰이다. 주변 여러 나라가 속속 제국의 속국이 되어 가는 현실에서 주인공이 있는 '나트라 왕국'만은 속국으로 전락하지 않고 제국과 대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게 이 작품이 보이는 기만이다. 힘은 없으면서 나라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위정자, 그러니까 나라를 이끄는 왕의 처세와 지략이 있으니까 성립이 된다.고 말이다.


그러니까 주인공이 입만 열었다 하면 자원이고 뭐고 없는 나라를 팔아 버리고 싶다고 하면서도 나라를 지켜가는 모순이 있다는 뜻이 된다. 정말로 힘이 들어 편하고자 나라를 파는 거라면 동정의 여지는 있는데(제국에 넘기면 일단 백성들이 굶어 죽을 일은 없음), 하지만 어려움을 타파할 능력이 있고 실제로 능력을 보여주면서도 앓는 소리를 하니까 가진 자가 가지지 못한 자에게 푸념을 하는 거와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고 할까. 물론 위정자로서 힘든 부분은 있고,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으니 푸념으로 내뱉는 거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종합해보면 주인공은 매국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 된다.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으니까. 근데 나 힘들어요~ 나라 팔게요~ 하지만 진심일 수 있고, 아닐 수 있어요~라는 느낌? 그래서 필자는 이 작품을 좋게 보지 못하고 있다. 기만하면서 올바른 군주로서 노력하는 부분이 위선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이야기는 갑자기 주인공의 결혼 이야기가 나오게 되고, 어쩌다 신붓감을 찾게 되는데 제국에서 제2황녀 '로와'가 냉큼 찾아오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은 그리고 있다. 제국은 황제가 죽어 버리고 황자 3명이서 왕좌를 놓고 치열한 눈치 싸움 중이다. 많은 속국을 보유한 제국이 언제까지고 왕좌를 비어둘 수는 없는데 황위 계승자들은 싸움질만 하고 있으니 이때다 싶어 속국들이 쿠데타를 일으켜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상황을 캐치한 '로와'가 오빠들에게 정보를 알리지만 오빠들은 여동생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이에 혼인을 빙자하여 주인공을 찾아온 '로와'는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기 위해 주인공과 단판을 지어간다. 이대로는 제국이 멸망할지도 모르는데 오빠들은 자중지란, 정치적 입지가 적은 로와는 군사 한 명 없다. 요컨대 로와 왈: 우리 옛날에 친구였잖아. 그러니 옛정을 생각해서 병사 좀 내주면 안 될까? 그러나 순순히 내줄 주인공이 아니다. 이렇게 2권에서는 둘의 치열한 두뇌 싸움을 그리게 된다.


한 쪽(로와)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어떻게든 군사가 필요하고, 한 쪽(주인공)은 그렇잖아도 옆 나라 마덴과 전쟁에서 돈 다 써버린데다 몇 없는 군사를 내놓으라니 미친 거 아님? 이러며 버티기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제국이 멸망하면 주인공의 나라라고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주인공은 로와에게 군사를 내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로와는 도와 달라고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이 말은 내놔라는 뜻이 되고 주인공은 이용당 할 뿐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이걸 두고 손 안 대고 코푼다고 한다더라. 로와가 하려고 하는 짓은 이거고, 주인공은 그걸 알기에 내놓지 않으려 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속국들의 쿠데타를 막을 것인가가 이번 이야기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 핵심을 구성하는 요소는 따로 있다. 바로 남존여비 사상이다. 이걸 왜 가법게 보는 라이트 노벨에 넣어놨는지 모르겠지만, 요점만 말하면 가령 여자가 감히 어딜 남자가 하는 정치(일)에 끼어들려고 하는가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걸 타파 하려면 페미니스트 성향을 넣을 수밖에 없게 된다.


히로인 로와는 제국에서 제2황녀라는, 황위 계승권을 가졌음에도 여자라는 이유로 계승권 행사는 물론이고 정치에도 참여를 못하고 있다. 이에 그녀는 속국들의 쿠데타를 제압해 보이면서 여자도 할 땐 한다는 걸 보여주려 한다. 그러니까 남자 못지않게 여자도 능력이 된다는 걸 보여주려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로 인해서 발생하는 대등한 관계, 이런 페미니스트 사상이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근데 문제는 주인공의 조언이다. 어떤 일을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줘서 대등하다는 걸 알게 해주라는 것이 아닌, 사상과 싸워서 쟁취하라는 부분이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늘리고 선동하고, 감정을 휘둘러 이긴 다음 내 사상을 정의로 만들라는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남존여비 사상도 짜증 나는데 이런 페미니스트 사상을 굳이 넣을 필요가 있었나 싶다. 결국 그 끝은 주인공을 이용하려는 히로인 '로와'라는 것이다. 물론 말해두지만 작가가 페미니스트나 차별주의자라는 소리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네 조선시대나 유럽 중세 시대의 고증을 잘 살렸다고 할 수 있다.


맺으며: 요즘 분들은 알려나 모르겠지만 주인공이 지략을 펼치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면 은하영웅전설의 양 웬리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그 이면엔 멍청한 놈들을 적으로 맞아 이긴 것뿐이라는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그러니 양 웬리하고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상대는 지략이고 뭐고 예절이고 매너고 뭐고 정치 관계도 모르는 멍청이들뿐이다. 그 예가 히로인 로와를 스토커 하는 '게라르트'라고 할 수 있고, 그의 아버지도 무능하고, 제국은 왕좌를 놓고 황자 3명이서 쿠데타가 일어나건 말건 자중지란만 펼치는 멍청이들이다. 주인공과 대적하려면 적어도 '라인하르트'까지는 아니어도 그에 준하는 인물 정도는 데려와야 하지 않을까? 이번 로와가 그에 준하는 능력은 보여주긴 하는데 그녀는 지속적인 캐릭터는 아닌 듯하다. 뭔가 좀 이 작품에 대해 악감정이 들어가는데, 가법게 읽기엔 이 작품보다 좋은 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주인공의 일방적인 유린만 있을 뿐이다. 개그코드를 어디서 잡아야 될지 모르는 주인공 학창시절은 무미건조하기만 하고. 그래도 뭐 알맹이는 전혀 없는 건 아니니 무난하게 읽고 싶은 분들에겐 좋은 작품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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