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전설이 된 영웅의 이세계담 2 - L Novel
타테마츠리 지음, 미유키 루리아 그림, 송재희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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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1권 리뷰에서 정정할 것이 있다. 마족 안 나온다고 했는데, 이번에 나온다. 다만 판타지에서 주인공(용사)이 무찔러야 될 마왕을 숭배는 적이 아니라 이 세계에 사는 평범한 종족 중 하나라는 것이다. 종족을 표현하는 방식은 달라도 인간, 엘프, 드워프, 마족이 공존하는 세계다. 그 외에도 또 뭐가 있는 거 같은데 딱히 중요치 않다. 정령도 있고, 뭔가 세계관이 좀 복잡하다. 어쨌거나 여러 종족이 부대끼며 살다 보니 당연히 내가 우월하네, 네놈들은 하등하네 어쩌고저쩌고 쌈박질 해대는 세상이다. 주인공은 1천 년 전 전이로 이쪽 세계에 떨어져 인간들 편에 서서 전국시대 같은 세상을 평정한 영웅 뭐시기로 추앙받고 있다. 1권 리뷰에서 다른 나라 침공하고 멸망 시키고 무고한 사람들을 죽여놓은 주제에 무슨 영웅이야라고 했는데 이것도 2권을 읽고 나서 정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본적으로 주인공이 속한 그란츠 제국을 우선시하지만, 적국의 백성들을 챙기고 무고한 희생을 막으려는 착한 놈이었다고 말이다.


아무튼 주인공은 변경으로 좌천되어 가는 리즈를 따라 베르크 요새까지 오게 되었으나, 왕위 계승권을 하나라도 줄여야 하는 오빠들이 사주한(사실 명확하지가 않다. 이번 2권에서 황제의 꿍꿍이 에피소드를 보자면 딸을 위해 황제가 꾸민 짓이 아닌가 의심도 든다) 이웃나라 리히타인 공국군의 대규모 침공을 받게 된다. 리즈가 가진 병력은 거의 전무, 마찬가지로 오빠가 동생 죽이라고 보낸 아우라(히로인)가 이끄는 소규모 부대로 맞서나 중과부적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게 주인공이다. 작가가 주인공을 밀어주는 게 예사롭지가 않다. 1천 년 전의 영웅, 2대 황제를 지냈고, 후대에서 군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주인공이 위기에 빠진 히로인을 구해준다는 약속된 전개가 펼쳐진다. 혼자서 1만이 넘는 적병을 다 때려잡는다. 이렇게 적국의 침략을 물리치게 된 주인공을 당연히 나라에서 가만히 둘리도 없고, 주인공으로서도 이세계에 왔으니 무우라도 썰어야 되지 않겠냐며 왕도로 향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내가 1천 년 전 2대 황제다라고도 할 수 없어서 2대 황제의 후손이라고 밝히게 된다. 그리고 인정받게 되면서 제4황자라는 직함까지 받게 된다. 어쨌거나 지금의 사람들이 보기엔 주인공이 왕족의 피를 이은 건 사실이고(2대 황제 본인이지만), 1대 황제가 2대 황제 후손이 등장하면 대접하라는 유언도 남겼으니 어쩔 수 없다. 뭔가 일사천리고 거져먹는 느낌이 장난 아니다. 근데 주인공에게 있어서 고난은 지금부터다. 이 작품의 배경색은 파스텔톤이 피어나는 무지갯빛 세상이 아니다. 권력욕들이 충만해서 암살이 횡행하고, 대귀족이라고 안심하고 있다간 하루아침에 몰락하는 피 튀기는 세상이다. 히로인 '리즈'도 정령검에 선택받지 못했으면 일찌감치 죽었겠지. 그러니 2대 황제의 후손(2대 황제를 국민들은 추앙하고 있다)인 주인공을 가만히 내버려 둘 리 없잖은가. 사실 주인공이 먼치킨을 찍던 말던 그런 것보다 이런 사람 사는 냄새가 더 흥미진진한 게 이 작품이 가진 매력이다라고 이번 2권을 읽고 느낀 점이다.


그 절정이 리즈의 언니이자 제3황녀인 '로자'다. 나라의 중추 대귀족 가문에 시집은 왔는데 애를 만들기도 전에 남편이 암살 당하고 만다. 이렇게 황제 직계 황녀의 남편도 하루아침에 암살로 골로 가는 게 이 세상이다. 과부가 된 로자는 주인공에게 눈독을 들인다. 리즈 바로 위 언니니까 나이차는 얼마 안 나겠지만, 그래도 시가에 몸담고 있고 남편이 죽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주인공에게 눈독을 들이는 정조 관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지 모르겠다. 아닌 게 아니라 현실 중세 시대에서도 뭐 남편/부인이 살아 있어도 불륜이 판쳤다고 하니 고중에 충실하다고 받아들이면 될 것도 같다. 아무튼 '로자' 나름대로 필사적이라는, 대귀족을 먹고 싶어 하는 어중이떠중이부터 해서 남편을 죽인 경쟁 대귀족까지 로자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까 과부에게 새로운 남편 들이라는 거다. 권력의 소용돌이 결정판에 주인공이 껴여서는 결국 로자에게 붙잡힌 주인공에게 19금 동인지 같은 일이 벌어진다.


이번 이야기를 1부와 2부로 나누라면 1부는 주인공이 2대 황제의 후손으로 밝혀지면서 제4황자라는 직함을 손에 넣어 입지를 공고히 하고 로자라는 우군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로자의 철두철미한 성격은 작가가 준비를 많이 했다는 티가 묻어난다. 주인공의 씨를 얻어 2대 황제의 후손을 잇는 집안이라는 간판을 거는 것과 동시에 자신이 낳은 주인공 자식을 시가의 자식과 연결하여 시가의 피도 잇게 한다는 계략으로 적대 세력을 일소해버린다는 보통내기가 아닌 모습을 보인다는 거다. 하지만 한가지 오산은 주인공이 '고자'라는 것이고. 이 쉐키 차려준 밥상을 차버린다. 사실 주인공은 리즈를 무척 신경 쓴다. 1천 년 전 어떤 여성과 인연이 있었던 모양인데 리즈에게서 과거와 뭔가 겹쳐보는 듯 하는 복선이 나온다. 안 그래도 머리 아픈데 하나만 하자. 어쨌거나 리즈 오빠이자 제3황자의 사주로 리즈를 죽이러 군대를 이끌고 왔던 아우라도 조만간 주인공 진영에 올 거 같고, 누가 영웅물 아니랄까 봐 히로인이 점점 불어난다.


2부는 이웃나라 리히타인 공국을 혼쭐내러 가는 주인공을 그린다. 황제는 주인공에게 공적을 쌓으란다. 그러면 왕위 계승권을 올려줄게 한다. 1대 황제가 분명 2대 황제 후손에게 대접을 후하게 하지 않으면 저주를 내리겠다는 유언을 해놨는데 지금의 황제는 간이 크다. 이 세계는 정령이 있고 정령에 의해 진짜로 저주를 내릴 수도 있다. 아무튼 선행한 리즈를 도우러 가야 하는데 이미 리즈는 리히타인 공국에 진입해서 싸움 중이다. 문제는 리즈가 사령관이 아니라는 것이고, 혼쭐내러 가는 부대의 사령관은 2차원적인 돌대가리 같은 놈이다. 히로인 리즈의 고생이 눈에 훤하고 실제로 고생 많이 한다. 말빨도 안 돼서 황녀임에도 신하인 사령관에게 비아냥 들어도 반론을 잘 못하는 모습에 조금은 짜증을 불러온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주인공이다. 이성 관계에 있어서 사람을 잘 만나야 된다고, 사령관을 혼쭐 내주는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해서 아양 떠는 모습은 조금 더 짜증을 불러온다. 


리즈도 싸울 땐 잘 싸우는데 대인관계에서 괴멸적인 모습은 때에 따라 귀엽기도 하지만 한심하게도 보인다. 그럼에도 병사들이나 국민들 지지는 높다는 영문 모를 히로인이 바로 리즈다. 강적을 만나 굴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싸우는 모습은 대견하기도 해서 미워할 수 없는, 싸우는 히로인은 위대하다는 필자의 관념(觀念)에 따라 높은 점수를 줄만한 참으로 알쏭달쏭 한 캐릭터이기도 하다는 것인데. 오빠들이 자신을 죽이려는 걸 알면서도 제대로 된 대응을 준비하지 않거나, 주인공이 전술을 알려줘도 오늘은 카레다 같은 남일 같은 반응하며(비유 적임, 본문에는 카레 언급 없음)몇 개의 인격을 가진 듯한 작가가 참으로 희한한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알몸을 보이는 건 괜찮고, 간접키스에는 얼굴 빨개지고. 말은 또 잘 들어서 저기 가서 저 애 좀 구해와라 하니까 냉큼 달려가서 구해오는, 마치 막데기 주워온 개처럼 주인공과의 케미가 장난 아니다.


어쨌거나 이번 2권에서 주인공의 목적과 그의 성격의 윤곽이 드러난다. 목적은 스포일러니까 언급은 힘들고, 사실 리즈의 언니 로자와의 거래 중 하나가 리즈와 관련이 있다. 도서 제목이기도 한 영웅이라는 정의(定義)는 단순히 나라를 구하는 것이 아닌 백성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거라 할 수 있다. 이번 2권에서 주인공은 적국의 백성들이라고 함부로 대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아울러 상대가 마족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죽이지 않는 모습도 보이기도 한다. 사로잡은 적군들도 포로로 대우해주고, 포로를 학대하는 병사를 엄히 다스리는 등 법과 평등에도 솔선수범한다. 이게 영웅으로서 가져야 될 덕목일 것이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영웅이 될 수는 없다고 서술하기도 한다. 결단을 내릴 때는 과감히, 이용할 수 있는 건 뭐든지 이용하는 모습에서 조금은 소시오패스적인 면모도 보인다. 리히타인 공국과의 전쟁에서 주인공은 온화하면서도 냉철한 두 가지의 성격을 보여준다.


맺으며: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주인공의 활약보다 권력욕에 찌든 귀족들의 에피소드가 더 재미있는 작품이다. 갑자기 나타난 주인공을 두고 정치권은 격변을 예고하고, 황제는 주인공을 이용해 자신의 아들(제1 황자와 제 3황자)의 추태(리즈를 죽이려 했으니)를 무마하는 동시에 황자들을 비호하는 귀족들의 원성을 잠재우는 실력을 보여줘서 여느 판타지의 무능한 왕과 다른 모습에 몰입도가 제법 장난 아니다. 황제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딸(리즈)도 이용하려는 복선에서 주인공과 대립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느낌도 있고. 특히 로자의 파격적인(몸으로 말해요) 대시에서 싸구려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마치 범과 사자의 싸움처럼 코믹 요소는 쏘옥 뺀 진지함 그 자체다. 하지만 주인공은 고자. 주인공은 1천 년 전에 자신이 입었다는 옷을 꺼내 입었는데 그 모습은 안대까지 어우러져 중2병을 연상케 하기에 충분했고. 이런 장면 장면 있어서 작가가 거침이 없다. 1권 읽었을 때는 안 좋은 의미로 뭐 이런 게 있나 싶었는데 2권을 읽고 나니 좋은 의미로 이거 물건이네 같은 느낌을 받았다. 선입견은 좋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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