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티처 14 - S Novel+
네코 코이치 지음, Nardack 그림,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꼬꼬마 '카렌'을 새로운 가족으로 받아들인 주인공 '시리우스' 일행은 대륙 간 왕족들이 집합해서 화합을 다지고 있다는 '생도르'라는 나라에 도착한다. 두 번째 부인인 '리스'의 가족과 처남 '레우스'의 여친(마리나)의 가족도 와 있다길래 인사차 들린 것이다. 그런데 도착해보니 생도르는 현재 왕좌의 게임을 찍고 있다. 그놈의 권력이 뭔지 후계자를 놓고 귀족들이 서로 다투고 있고, 리스의 언니 '리펠'이 연루되어 고초를 겪고 있다 보니 주인공으로서는 처형이 고생하고 있는데 못 본 채 할 수가 없다. 이번 이야기는 완결로 가기 위한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 그동안 여행을 하며 만났던 여러 사람들이 대거 나오고, 그들과 유대를 쌓아 인연을 만들어 두었던 것이 빛을 발하여 대규모 마물의 침공이라는 위기에 봉착하게 된 주인공이 이들의 도움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도 사실 무능력이다. 속성을 타고나지 않아 어릴 적 많은 괴롭힘을 당해야 했고, 이에 주인공은 굴하지 않고 보란 듯이 기초적인 마법을 승화 시켜 능력을 얻게 된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는 것인데 솔직히 기만하는 성격이 강하다. 이런 작품의 주인공 특징이 마법은 못 쓰지만 마력은 많아서 응용하면 감자로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 수 있듯이 그런 흐름이다. 좋게 말하면 생각과 발상의 차이라 할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이렇게 응용도 못하는 이세계 주민은 똥멍청이라는 소리이기도 하다. 아무튼 응용의 대가인 주인공은 제자들을 훌륭하게 키워냈다. '생도르'는 현재 왕위를 놓고 암운이 감돌고 있다. 이번에 제자들이 큰 활약을 하게 되는데, 그중에 처남 레우스의 활약이 매우 두드러진다. 활약도 활약이지만 그동안 레우스의 고생을 보답하듯이 그에게도 꽃 피는 시절이 도래하게 된다. 


왕좌의 난에 리스의 언니 리펠이 연루된 시점에서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는지라 주인공은 정보를 모아가게 되는데, 나라(생도르)를 어지럽히는 흑막이 있다는 걸 알아낸다. 교묘하게 사람들 틈새에 숨어 뒤에서 공작을 하는 통에 생도르는 쥐약 먹은 쥐처럼 날로 쇠약해져만 가고 있다. 위정자들은 자기 이익만 챙기며 국정은 나 몰라라 하기 일쑤고, 흑막이 꽂아 넣은 배 튀어나온 돼지들이 요직을 차지하면서 나라는 곪을 대로 곪아가고 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역사인데. 아무튼 이런 불의는 못참지하고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주인공이었다면 오지랖이 엄청난 주인공이라고 폄하해버리려고 했는데 글쎄 흑막이 주인공 세 번째 부인인 '피아'를 인질로 잡아버린다. 역린을 건드리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피아는 주인공의 아이를 임신 중이다.


피아는 엘프다. 이 작품에서도 엘프는 기나긴 세월을 살아간다. 그걸 알면서도 그녀는 인간인 주인공과 맺어지길 바랐다. 주인공이 수명이 다해 죽어도 그의 아이를 기르며 살아가겠다는 당찬 정신을 소유하고 있다. 아마 주인공으로서는 3명의 부인을 평등하게 대한다지만 피아를 더욱 각별히 대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피아가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에 모두들 제 일처럼 기뻐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만능이 아니다. 지킨다고 두 눈을 부릅뜨고 주위를 살펴도 빈틈은 있기 마련이다. 흑막은 피아를 인질로 잡고 주인공에게 어떤 요구를 한다. 이렇듯 이전에는 이런 스릴러 같은 이야기는 거의 없었는데 작가가 이번에 마음 단단히 먹은 거 같다. 이야기는 웃음기를 빼고 시종일관 진지하게 흘러간다. 위엄을 보여야 할 왕이 보여주는 딸 바보 같은, 체면을 버리고 볼썽사나운 이야기가 많이 줄었다고 할 수 있다.


어쨌거나 이번 이야기에서 특징을 틀라면 생도르 왕족 '줄리아'를 들 수가 있다. 왕녀로서 길을 걷는 것보단 기사로서의 길을 걸으며 올곧은 품성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다만 칼을 매우 좋아하고 다소 호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에 따라 강자를 만나면 싸워보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 거리게 되고 마침 눈에 띄었던 '레우스'가 그녀의 표적이 된다. 사람은 싸우며 크고 정이 든다고 했던가. 레우스는 수인이라고 차별하지 않고 올곧은 마음으로 칼을 부딪혀오는 그녀가 싫지만은 않다. 그동안 여자 보기를 돌 같이 했던 그에게도 봄날이 찾아온다. 아닌 게 아니라 매형(주인공)은 부인 3명이나 대리고 다니면서 밤마다 알콩달콩 해댄다. 레우스는 바로 곁에서 지켜봐야 했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슬슬 레우스도 부인을 들여도 될 나이다. 다만 레우스는 그럴 마음이 없다는 것이고.


그리고 일이 터진다. 생도르라는 나라를 붕괴 시키려는 흑막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면서 줄리아의 목숨까지 위협받게 된다. 사나이는 좋아하는 여자든, 우정으로 다진 관계든, 뭐든 상관없이 눈앞에 위기에 처한 사람이 있으면 구해주는 게 도리다. 레우스는 그녀를 구하면서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어떤 것을 같이 구해주게 되는데 남들은 비웃는 그것을 레우스는 비웃지 않는다. 공감능력은 이런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게 참 이번 이야기에서 가장 인성적이다. 이 일로 비로소 줄리아는 함락되어 버린다. 이 부분은 매우 흥미로운데 이 작품에서는 좀처럼 없는 러브 시추에이션을 레우스와 줄리아가 보여준다는 것이다. 주인공과 그의 부인 간 관계는 양방향 통행이면서도 한쪽이 맹목적으로 떠받드는 관계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딘가 일방통행식 느낌이라면, 레우스와 줄리아는 확실한 양방향 통행이라는 느낌을 받게 한다.


그래서 두 번째 부인인 '마리나'는 어떡하려고라는 물음을 던지게 되고, 마리나와 조우하게 된 레우스는 사면초가에 빠지게 된다. 여기서도 주인공과 그의 부인들 간 보여주지 못했던 살벌한 관계를 이들(레우스와 마리나와 줄리아)을 통해 보여주는데 여간 흥미진진한 게 아니다. 하지만 지지고 볶고 할 시간이 없다고 해야 할지 작가가 이야기 배분에 실패했다고 해야 할지. 흑막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생도르는 전장이 되어 간다. 주인공은 자신의 역린을 건드린 흑막을 때려잡기 위해, 레우스는 졸지에 지킬 사람이 둘이나 되었지만 이 작품은 양성평등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지라 여자라고 후방에서 보호받고 그런 건 없다. 이것도 사실 상당히 흥미로운 요소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저마다의 인물들은 보호받기보단 힘을 길러 어깨를 나란히 해 같이 싸우는 걸 지향한다.


맺으며: 이야기는 15권으로 이어지는데 일본에서 아직 15권이 나오지 않은 듯하다. 이 작품은 사실 뒷 권이 그렇게 기다려지지 않는 편인데 이번 14권에서 작가가 독자들로 하여금 다음이 궁금해지도록 연구한 끝에 발매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제법 충격적인 전개를 엔딩에 깔아놨다. 웃음기를 빼고 전장의 리얼리티를 제법 충실히 재현하고 있으며, 압도적인 적들을 맞이한 사람들의 심리도 잘 표현하고 있다. 저마다 분투를 하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주인공 일행, 그중에 레우스의 활약은 매우 인상적이다. 하지만 그보다도 작가가 주인공의 허를 찌르는 전개를 엔딩에 심어놔서 독자들로 하여금 제법 충격을 받도록 한 시추에이션은 제법 큰 점수를 줄만 하다.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은 힘들지만 주인공이 지키고 싶었던 사람들은 후방에 있다는 것이고, 지금은 적들을 맞아 전방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번 14권은 제법 무게감 있게 그려놔서 몰입도는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