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이끄는 이세계 여행 10 - L Novel
아즈미 케이 지음, 마츠모토 미츠아키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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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역시나 이 작품도 여느 이세계물 답게 흘러가게 된다. 여신의 눈 밖에 나서 능력 하나 못 받고 세계 끝으로 추방되었지만 지구의 신(神)이 준 능력을 개화 시켜서 나름대로 살 길을 찾게 되는 건 좋다. 물론 시궁창 같은 삶을 언제까지고 영유하라는 것은 불쌍하기도 하고, 이 작품을 보는 이는 우중충한 이야기에 발길을 끊을 수도 있으니 아무리 무능력 추남 주인공이라도 살 길을 모색해줘야 되지 않나 하는 게 이 바닥 계통의 불문율인 걸 어떡하겠나 싶다. 이제 주인공은 무능력을 넘어 마법적인 능력은 없어도 마력 하나만큼은 그 누구도 범접 수 없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보고 있자니 넘쳐나는 마력 하나로 누구는 효율이 나빠서 버린 능력을 주인공이 쓰면 효율적으로 쓰인다는 게 기가 막힐 뿐이다. 사실 그동안 고생을 하긴 했지만 돌이켜보면 생사를 오가는 모험을 했나? 하는 물음을 던진다면 글쎄?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힘든 건 부하들이 다 해주고 있다. 보고 있으니 현장직은 현실이나 픽션이나 힘든 건 매한가지더라.


아무튼 초반엔 고생 좀 하긴 했지만 토모에(드래곤)를 만난 후로는 죽을 만큼 고생을 하고 실패와 좌절을 겪고 일어서는 카타르시스가 전혀 없다. 그런데도 필자는 뭣 때문에 이 작품을 좋게 봤는지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보면 결국 무능력 주인공이 수련 좀 하더니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먼치킨이 되어 있다는 느낌뿐이다. 수련도 정신수양 좀 했더니 마력이 뻥튀기 되더란다. 주인공에게 있어서 마력은 곧 힘의 지표다. 이 마력을 이용해 남들은 몇 분 못 펴는 방어막도 주인공이라면 무한정이다. 작가는 정말로 노력하는 사람에게 사과해야 된다고 본다. 이번 10권은 드래곤 슬레이어 '소피아'를 맞이해 마력을 이용한 방어막을 펼치고 그 마력을 이용해 쉽게 소피아를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소피아는 이세계 휴만중에서 가장 강한 인물이다.


그녀는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칭호를 가진 모험가답게 상위 용을 몇 개체나 흡수하여 최종 진화형 셀 보다도 더 강하다. 그런 소피아를 주인공은 손쉽게 제압해 간다. 9권 리뷰에서 소피아에 대해 언급해 보겠다고 했던 거 같은데 솔직히 그녀의 등장은 갑툭튀다. 어느 날 상위 용(龍) 렌서를 대동하고 나타나나 싶더니 느닷없이 주인공에게 대들다 쪽 다 까고 죽기 직전까지 몰린 적이 있다. 휴만이면서 마족 편에 서서 휴만과 전쟁을 치르고, 그때 주인공에게 혼쭐났으면 도망이라도 가던지, 고수는 상대의 능력을 알아본다는데 이번에 다시 호전적으로 덤볐다가 비명횡사할 판이다. 결국 그녀는 고수가 아니었던 거다. 그녀의 등장으로 주인공에게 있어서 앞으로 뭔가의 실마리를 제공하거나 또 다른 복선이 있을까 하는 추측을 하였다. 또는 능력적으로 주인공의 대척점이 되거나, 주인공 인생에 개입해 뭔가 하려는 걸까 하는 의문을 가졌었다. 이번 10권에서 결말이 나지만 스포일러니까 언급은 자제한다.


마족의 침공은 주인공의 활약으로 일단락되어 간다. 여신의 강제 소환으로 이뤄진 전투는 주인공의 일방적인 승리로 점철될 뿐이다. 그러고 보니 주인공이 이렇게 마력을 키우는 이유는 여신 타도가 그 첫 번째이기 때문이다. 사실 주인공이 강해지는 것에 개연성을 두라면 이것이다. 현실 지구에서 강제로 납치한 것도 짜증 나는데, 자기 미(美) 의식에 벗어나는 추남이라고 아무런 능력도 주지 않고 세계의 끝에 처박아 버렸다. 그런 주제에 자기 꼴리는 대로 강제로 소환해서 궁지에 몰린 용사들을 도우라니 미치고 졸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도(9권에서) 마족의 침공으로 궁지에 몰린 리미아 왕국의 용사를 도우란다. 당연히 주인공은 거부하고, 만난 김에 여신을 조져버리겠다는 주인공과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간다. 하지만 간신히 타협점을 찾아 주인공은 어떠한 능력을 얻게 된다.


소피아와 주인공의 전투로 인해 리미아 왕국의 수도는 초토화되고, 정작 주인공 대신 싸워야 할 용사는 힘은 개뿔도 없으면서 자기도 싸우겠다며 설레발을 치는데, 알고 봤더니 주인공 학교 선배다. 타향에서 고향 사람을 만났으니 얼마나 기쁘겠나. 하지만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것처럼 주인공은 선배를 선배라 부르지 못하는 일도 벌어진다. 이 일은 이후에 일어날 일에서 정체를 숨긴 건 잘한 일이라고 밝혀지는데, 살짝 포인트를 언급해보자면 주인공과 같이 있으면 혹은 주인공의 가르침을 받으면 그게 누가 되었든 어떤 능력이든 소질이 각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도 일종의 주인공이 가진 치트다. 이게 앞으로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는 더 두고 봐야겠지만, 결국 종국엔 주인공 신격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마력은 이미 신(神)을 추월하기 직전이고, 그와 같이 있으면 신(神)이 치트를 내려 주는 것처럼 다들 강해지니까. 일본 작가들은 왜 이리 신격화하는 걸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사태는 일단락되고 1부(필자 마음대로 추측)가 끝이 난다. 그리고 등장하는 지구 신(神)으로부터 뭔가를 받게 되는데 이제야 이세계물 다운 모습을 보인다고 할까. 정작 이세계 여신은 나 몰라라 하는데 지구 신은 착하기 그지없다. 그보다 지구 신을 만난 김에 지구에 대려다 달라고 하지. 아무튼 더 이상 주인공은 무능력이라는 타이틀은 내려놓게 된다. 이게 이후의 이야기에서 흥미로 다가올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맺으며: 일본 작품이니까 일본색(色)이 짙은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좀 심하게 나온다. 그동안 읽어오면서 애써 외면했는데, 이세계임에도 일본식 이름, 의복이나 식습관, 일본 역사를 모르면 알지 못하는 신들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몇 권인지는 까먹었는데 어떤 에피소드에선 일본 역사 공부하는 줄) 노골적인 카타나(사무라이 칼) 찬양에 근대사를 공부했으면 입에 담지 못할 단어까지 나온다. 일본 내에서만 팔리는 작품이라면 자기들끼리 뭘 하든 상관없다. 하지만 적어도 주변국에도 팔리고 있다면 조심해야 될 단어들이 제법 보인다. 출판사야 원서에 최대한 부합하게 번역하느라 고치지 않았을 수 있으니 어쩔 수 없다지만. 작가가 주변국에 대한 배려가 상당히 부족해 보인다. 물론 이런 점들은 필자 주관적인 생각이다. 그래서 이번 10권을 읽으면서 손절해야 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것도 그렇지만 주인공의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면서 더 이상 적수가 없게 되는 것도 식상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다가온다. 일본에서는 16권까지 나왔다고 하던데 용케도 이만큼 나왔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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