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이끄는 이세계 여행 9 - L Novel
아즈미 케이 지음, 마츠모토 미츠아키 그림, 정금택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0년 9월
평점 :
일시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신참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선배 노릇한답시고 벗겨 먹으려던 상인길드는 결국 주인공의 활약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애(주인공)가 워낙 어리바리하고 눈치도 없고 타지에서 뭘 어떻게 해야 될지 막막한데 어른이라는 입장을 이용해 갈궜으니 주인공 입장으로서는 불합리가 따로 없었다. 그래서 주인공은 있는 거라곤 돈 밖에 없고 이거라도 줄까요? 했더니 꼴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자기가 돈 내놔라고 은연중에 말해놓고 기본도 안 된 놈이라고 길길이 날뛰며 주인공의 자존감을 완전히 박살 내버렸던 상인 길드 마스터는 롯츠갈드를 습격하는 변이체를 소탕하는 주인공을 보며 그의 순수한 마음을 알게 된다. 근데 정작 주인공은 변이체를 소탕하는 것 자체를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데 이용하려 했으니 길드 마스터만 불쌍할 뿐이다. 변이체 소동에서 그동안 사람들이 다치고 죽어가는데 마음 아파했던 주인공은 마족과 휴만(이세계 주민)들이 자신을 이용하려는 것에서 자신의 연약한 마음을 그만두게 된다.


이번 이야기는 사실상 세계를 향한 주인공의 데뷔전이라고 해도 되겠다. 마족은 변이체를 롯츠갈드에 풀어 놓으며 세계의 이목을 이쪽으로 돌려놓고 리미와 왕국과 그리토니아 제국을 침공한다. 본격적인 마족의 침공으로 4대국(國)은 패닉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이 두 나라엔 용사가 자리하고 있다. 마족 때려잡는데 특화된 이 두 용사가 있는 한 마족의 침공은 허용이 되지 않을 터였으나 이 작품에서 나오는 용사들은 허울좋은 멀대 같은 포지션이다. 리미와 왕국의 '히비키'라는 용사는 전형적인 사람이 우선이라는 기치 아래, 정의의 이름으로 사람들을 구하려 하지만 용사는 앞뒤 생각을 안 한다. 그나마 카리스마는 있어서 사람들이 모여드는 편이다. 그리토니아 제국의 '토모키'라는 용사는 한마디로 쓰레기다. 여자만 봤다 하면 매료 스킬로 자기 하렘에 넣으려고 하고, 싸우다 불리하면 내가 있는 한 언제든 재건이 된다며 전쟁터에서 병사들을 버리고 제일 먼저 꼬랑지를 말아서 도망친다.


주인공은 롯츠갈드에서 변이체를 소탕하고, 각국의 정상들을 보호하며 눈도장 및 입지를 다지는데 성공한다. 한때 상인 길드 마스터가 꼬장을 부려 짐 쌀뻔했던 주인공은 든든한 뒷배를 얻게 된다. 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마족의 침공을 받은 두 나라는 풍전 등화다. 용사들은 별로 도움도 되지 않는다. 리미아의 용사 '히비키'는 도시의 시민을 버린 채 도망갈 궁리나 하고, 그리토니아의 '토모키'는 핵미사일을 쏴대서 지키라는 나라는 안 지키고 온통 방사능으로 오염시켜 버린다. 정말 유쾌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다. 이에 휴만(이세계 주민)의 아름다움을 설파하고 장미의 정원을 만들고 있었던 여신으로써는 내 화원이 망가질 처지다. 그래서 미(美)의 가치가 없다며 가차 없이 버렸던 주인공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소환해서 리미아 용사를 도우게 한다. 미친X이 따로 없다. 앞으로의 일정을 짜고 있던 주인공은 난데없는 여신의 소환에 원하지 않던 마족과의 싸움을 해야 할 판이다.


이 작품의 특이점은 주인공이 여신으로부터 능력을 일절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받기는커녕 되레 여신의 저주를 받아 이세계 주민들과 대화도 불가능 했었다. 주인공은 지능도 딱히 우월하지도 않다. 어디에나 있는 평범하고, 이세계 미(美)의 기준으로는 추남에 해당하는 주인공이다.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지구신으로부터 마력 운용은 받았던지라 이걸로 밥은 빌어먹고 있었다. 근데 작가가 주인공의 무능력 및 시궁창 인생을 그리려 했지만 역시나 이쪽 계통의 흐름은 거역할 수 없었는지 마력(마법X) 하나만은 우주 최강급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세계에서 나름대로 능력이 있다는 사람들을 숫자로 표현해서 5라고 치면 주인공은 100 이상의 수치를 보이게 된다. 마력은 응용하기 나름이다. 이걸로 방어를 굳히기도 하고, 응축해서 터트리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마법이 펑펑 터지는 화려한 퍼포먼스는 보여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게 단점으로 다가오지 않는 게 이 작품의 희한한 점이랄까.


어쨌거나 주인공을 어리바리하다고 얕봤던 마족부터 혼쭐난다. 주인공을 구슬려 내 마음대로 수족처럼 부릴 수 있다고 자만했던 마장(장군) '로나(한때 주인공 제자였다)'는 자신의 안이했던 마음과 주인공을 적대한 것에서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된다. 전율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작가는 담담하게 그려 간다. 리미아 왕국에서 주인공이 보여주는 싸움은 일방적이 되어간다. 용사 '히비키'조차 변변하게 대응 못했던 마장 '이오'를 맞아 마치 어린애 다루듯 주인공은 주물러 버린다. 여기에 드래곤 슬레이어 '소피아'까지 난입해서 지난번 패배를 설욕하겠다며 주인공을 공격해오지만 2:1로도 주인공은 여유다. 참고로 '소피아'는 그리토니아의 '토모키'가 쏜 핵미사일 맞고도 멀쩡했다. 사실 주인공은 싸우고 싶지 않아 한다. 이용하려 하고, 함정에 빠트리고, 얕보는 마족과 휴만들로 인해 약한 마음은 버렸지만 그래도 살생은 꺼려 하게 되고 이게 기승전결을 말아 먹어서 약간의 옥에 티로 다가온다.


근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들이 발견된다. 휴만들을 공격하며 악의 축으로 여겨지는 마족들이 굉장히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거다. 도시를 침공하며 약탈과 겁탈을 하지 않거나, 휴만들은 차별하는 아인들과 마물들을 평등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거다. 사고방식도 긍지를 가지고 전투에 임하는 전사 같은, 전쟁에 신사는 없다지만 최대한 가깝게 하려는 마족을 보고 있으면 이 작품은 사실 악은 휴만(+여신)이고 선은 마족이 아닐까 하는 공식을 은근히 내비친다. 하지만 주인공은 휴만측에서 살고 있고, 여신이 아니꼬워 휴만들이 어떻게 되든 내 알 바 아니지만 여신에게 강제 연행되었을 때 바라 마지않던 어떤 능력을 받게 되면서 주인공은 할 수 없이 휴만들 편에 서서 싸울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주인공은 마장(장군)들에게 철수하라는 권고를 하게 되고, 이게 또 마족들에게 인상 깊게 받아들여지게 되는 등 이해의 관계에서 깔끔한 진행을 보여주는 게 여간 흥미진진한 게 아니다.


맺으며: '여신과 나눈 약속에 따라, 용사를 보호한다' 리미아의 용사는 여자다. 지구에서 주인공의 선배다. 주인공은 가끔 지구에 두고 온 여친(후배)과 선배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런데 아는 이 없는 이세계에서 동향 그것도 아는 사람을 만났을 때의 기분이란, 주인공이 여신의 강제 소환으로 용사를 도우러 오지 않았다면 '히비키'는 분명 죽었을 것이다. 이렇게 이 작품은 인과 관계를 은근히 내비친다. 필자가 1~9권까지 제일 멋있는 장면을 꼽으라면 이 장면이다. 근데 정작 '히비키'는 주인공을 알아보지 못한다. 왜냐면... 이 작품은 흡입력이랄까 몰입도랄까 굉장히 좋다. 장면 하나하나에서 다음은 어떻게 진행될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진행을 보인다. 어떻게 이런 작품이 인지도가 없는지 9권까지 읽으면서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주인공은 용사 '히비키'를 구하려고 여신에게 강제 소환 당하는 이전부터 그녀를 구할지 말지 갈등을 보여 왔다. 인간적인 면을 부각 시키고, 인간적이기에 만능은 아니라고 역설한다. 그래서 주인공은 언제나 고뇌하게 되고, 최선의 길을 찾고자 노력하게 된다. 이번 9권은 버릴만한 내용이 하나도 없다고 할 수 있다. 참, 드래곤 슬레이어 '소피아'도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소피아에 대해선 10권에서 결판 날 거 같으니 그때 다시 언급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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