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피크닉 3 - 야마 노케하이, S Novel+
미야자와 이오리 지음, shirakaba 그림, 심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3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주의






제목 때문에 오해를 많이 받는 작품인데, 이 작품의 이세계는 우리가 흔히 아는 전생을 통한 다른 세계에서 먼치킨을 찍는 이고깽이 아닌 평행 세계 혹은 뒷세계 일컫는다. 여기서 뒷세계란, 팔척귀신 같은 괴담 혹은 괴이가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로 게이트를 통해 뒷세계로 들어가게 된 여대생 둘의 모험을 그리고 있다. 즉, 이 작품은 공포물이자 고어에 해당한다. 피크닉 또한 놀라간다는 의미가 아닌 나만의 공간을 뜻하는 것으로 히로인중 하나인 소라오가 현실 도피를 위해 찾아 들어간 세계가 뒷세계이고 나만의 세계를 찾았다는 의미에서 피크닉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작가의 의도는 다를 수 있겠지만 이번 3권에서 피크닉이 전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나온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공포가 산재한 뒷세계를 탐험한다는 의미에서 이세계(裏世界) 피크닉이라고 할 수 있다.


뒷세계에선 사람 목숨은 파리 목숨이다. 괴이나 괴담에 등장하는 무언가가 뒷세계에 침입한 현실 사람들을 현혹해서 사람이 아닌 모습으로 바꿔 버리고, 때론 목숨을 빼앗기도 한다. 그런 세계에 소라오와 토리코는 왜 탐험에 나서는가. 토리코는 뒷세계를 조사하러 갔다가 실종된 '사츠키'를 찾기 위해서고, 소라오는 생활에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서다. 둘의 성격은 상반되어, 토리코는 인싸기질인 반면에 소라오는 아싸 기질이 다분하여 초반엔 충돌을 꽤 자주 보였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서로 의존하는 관계로 발전했고, 소라오는 토리코를 이성으로서 좋아하는 백합에 눈을 뜨는 등 뒷세계가 전하는 공포와 더불어 이들의 관계 또한 매우 흥미롭게 다가온다. 더욱이 소라오는 사츠키를 찾는데 혈안이 된 토리코를 못마땅해 하고 사츠키에게 질투심을 느끼기는 등 인간관계에서 있어도 꽤 리얼리티를 보여준다.


첨언해서, 소라오(단발 검은 머리)의 성격은 매우 편중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어릴 적 종교에 빠진 집안이 풍비박산 난 사정으로 인해 정서적 불안을 안고 있으며 그로 인해 친구는 없다. 그러해서 늘 혼자였다. 토리코를 만난 이후 투닥 거리면서 자신의 피난처였던 뒷세계에 데려다주는 토리코에게 '집착성' 연정을 느끼기 시작하는데, 또 다른 히로인 코자쿠라(로리 할멈, 컴퓨터 전문가)의 말을 빌리면 소라오는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다고 한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많이 보인다고 한다. 여담으로 소라오와 토리코가 현실에 체재 중일 때는 이들(특히 소라오)에게 휘말려 코자쿠라는 늘 고생을 한다. 이번에도 엄청 구른다. 사실 이 작품에서 소라오와 토리코의 모험보다 코자쿠라가 구르는 장면이 더 흥미롭다. 울고불고 도망 다녀도 소용없다.


이번 이야기는 뒷세계의 간섭으로 능력을 얻게 된 [우루미 루나]의 습격을 받아 위기에 빠진다는 이야기다. 덤으로 코자쿠라는 더욱 굴러다니게 된다. 원래는 뒷세계와 현실 세계는 분리되어 있다. 하지만 종종 인간의 의식 속에만 존재하는 괴담이 현실에도 영향을 주기도 하는데, 그 영향을 받은 '루나'는 토리코와 소라오처럼 어떤 능력을 얻게된다. 사실 이런 부분을 놓고 보면 이세계 전생물의 한 종류에 해당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루나는 토리코가 그토록 찾고자 하는 '사츠키'에게서 계시를 받았다며 보다 많이 사츠키에 대해 알고자 소라오와 토리코를 노리기 시작하는데, 루나는 꽤 강적으로 다가온다. 뒷세계가 현실에 영향을 줘서 사람들이 뒷세계로 끌려가는 걸 막아야 하는 소라오와 토리코는 루나에 대항해가지만 루나의 능력이 워낙 강하다 보니 쉽지가 않다.


아무튼 토리코에 더욱 집착해가는 소라오는 사실 이전부터 사츠키가 자신들 주변을 맴돌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소라오의 능력은 타인이 못 보는 괴이 같은 걸 볼 수 있다. 또한 인식한 괴이를 현실화 할 수 있기도 하다. 그래서 괴이가 되어 버린 사츠키를 인식  수 있게 되었지만, 토리코가 그토록 찾고자 하는 사츠키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여기서 소라오가 이 사실을 토리코에게 알려주지 않음으로서 그녀(토리코)를 얼마나 집착하는 잘 나타나 있다. 이렇게 이 작품은 괴이나 괴담을 통한 공포를 선사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인간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거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안 보고 타인을 바라볼때의 아픔보다 질투를 느껴가는 섬뜩함이 있다고 할까. 그래서 사실 사츠키 찾는 건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닌 이들의 인간관계에 더 중점을 두고 이 작품을 접한다면 꽤나 흥미로울 것이다.


여기서 또 하나 흥미로운 건 이렇게 자신에게 집착을 보이는 소라오에게 질겁하며 멀리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녀의 행동을 용서하는 토리코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토리코 또한 과거 사츠키를 만나 같이 지내면서 어떤 감정이 생겼고, 그래서 사모하는 사츠키가 뒷세계에서 실종되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뒷세계에 가고자 하는 부분은 소라오의 집착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이 작품에서 인간관계는 매우 꼬여 있다는 게 흥미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사츠키는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닐뿐더러, 사람이 아닌 존재가 되어버린 사츠키가 현실 세계에 간섭하며 현실 사람들을 뒷세계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그래서 이 둘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변해 갈지도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인데 어떻게 보면 소라오가 인식을 현실화하고, 토리코가 현실이 된 인식에 간섭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은 건 어쩌면 예정된 시나리오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맺으며: 작가가 뒷세계를 표현하는 장면 장면은 매우 수준급이다. 몽환적인 느낌을 선사하면서도 가까이 가면 사람 목숨을 빼앗는 섬특함을 잘 섞는다고 할까. 다만 이번 3권은 '루나'를 상대하면서 이런 부분은 많이 들어가 있지 않다. 소라오와 토리코의 관계를 정립하고 그동안 애타게 찾고자 했던 사츠키를 정리하게 되는 에피소드라 하겠다. 또한 어째서 뒷세계의 능력을 얻는 건 소라오와 토리코 뿐이겠냐는 생각을 심어주게 되었다고 할까. 참고로 뒷세계는 아무나 못 간다. 게이트를 찾으면 갈 수도 있지만, 일단 일반인이 게이트 찾기란 매우 힘들다. 찾아도 살아서 돌아온다는 보장도 없다. 소라오도 사실 이렇게 살아돌아오지 못할 운명이었다. 이런 부분에서 피크닉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고 할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뒷세계는 환상적이고 몽환적이다." 하지만 밤이 되면 인식이 현실이 되어 무언가 알 수 없는 공포가 덮쳐온다는 스릴이 이 작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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