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티처 13 - S Novel+
네코 코이치 지음, Nardack 그림,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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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는 '가르침'이다. 제자들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타인을 돌보는 희생정신을 가르친다. 불의를 못 본 척하지 않고, 약한 자를 돕는다. 제자들이 언젠가 독립했을 때 어엿한 한 사람의 몫을 해내는 그날까지 주인공 '시리우스'의 가르침은 계속된다. 그런데 언젠가 독립할지도 모를 제자들을 부인으로 들이는 건 뭔가 아닌 거 같단 말이지. 현실 같으면 파렴치로 매도당할 일을 잘도 저질러 주신다. 그동안 일선만큼은 넘지 않고 보살펴 줬던 리스와 피아까지 부인으로 들이면서 명실상부 하렘이 완성되었다(4P도 거뜬하다). 에밀리아는 여행을 떠나기 전 어릴 때부터 주인공을 사모하고 있었고 일찌감치 수청을 들면서 제1부인이 되어 버렸지만. 사실 주인공이 고자인 것만큼 짜증 나는 것도 없지만, 이렇게 시원하게 진행 시키는 것도 어딘가 짜증을 불러온다. 


그리고 지금 또 한 명의 제자가 들어온다. '카렌(표지)'은 인간과 유익종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안 계신다. 선천적으로 기형인 날개 때문에 마을에선 따돌림당하며 늘 혼자였고, 엄마와 마을에서 근근이 생활하다 모험가에게 붙잡혀 노예로 팔려가는 처지에 놓였었다. 세상 참 이보다 불행한 아이가 또 있을까 싶다. 엄마와는 생이별하고, 마물에 쫓기던 노예상에 의해 마물 먹이로 던져지고, 카렌의 나이는 6살쯤이라고 한다. 작가가 애를 얼마나 굴리려고 이럴까 싶을 정도로 애잔한 삶을 살아간다. 절체절명의 순간 지나가던 주인공 시리우스 패거리에 의해 구출된 후 엄마와 극적인 상봉을 이뤘긴 한데, 어차피 마을에 있어봐야 좋은 꼴 못 볼 테니 엄마는 딸을 시리우스에게 맡기기로 한다. 손버릇이 나쁜 주인공에게 맡겨도 되나 싶었지만 보다 넓은 곳에서 보다 많은 것을 배우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번 이야기는 크게 세 가지가 들어가 있다. 새로운 가족이 된 카렌의 귀여움과 리스의 언니와 아빠를 만나기 위해 생도르라는 나라로 향하는 것, 그리고 소동에 휘말려 고생하는 것이다. 카렌의 귀여움은 13권이나 진행이 되면서 무미건조해진 이야기에 단비 같은 효과를 부여한다. 매너리즘에 빠진 끝에 링거 꼽고 사경을 헤매던 예능 프로그램에 새로운 피를 수혈하면서 기사회생하는 그런 분위기를 선사한다. 벌꿀을 너무 좋아해서 식단 관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카렌의 먹성을 조절하느라 진땀을 뺀다. 걸핏하면 훔쳐먹기도 하고, 걸리면 귀여운 변명을 하는 게 여간 흐뭇한 게 아니다. 낯은 엄청 가리면서 벌꿀로 유혹하면 졸졸 따라가가도 하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벌꿀 있어? 하며 스스럼없이 말을 걸기도 한다. 집중력은 얼마나 좋은지 한번 뭔가에 빠지면 주변의 말은 들리지 않는다. 


마법 소질도 있어서 한번 본건 따라 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하지만 이제 6살인 아이에겐 너무 위험하기도 해서 그걸 조절해줘야 하는 주인공 입장에서는 가르치는 보람이 있나 보다. 하지만 엄하게 가르치는 건 좋지만 이제 6살인 아이에게 스파르타식 교육은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카렌은 은근히 시리우스를 멀리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 아무튼 세상 풍파를 가르치겠다며 6살짜리에게 빨래를 시키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 싶다. 아이를 다뤄본 적 없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가미하려고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직 씹는 게 서투른 아이가 질긴 고기를 먹으며 딱딱하다고 하면 보통 다른 걸로 바꿔주지 않나. 그런데 난 괜찮은데? 라니 공감능력이라곤 찾을 수 없는, 조금은 비정한 모습도 보인다. 이건 뭐 작가의 문제겠지. 애를 다독이는 것보다 기 죽이는 게 종종 보여서 조금은 불편해지기도 한다.


아무튼 생도르에 도착해서 리스의 언니와 아빠를 만나려고 했는데 늘 그렇듯 소동이 일어난다. 생도르의 왕은 자리에 누워 오늘 내일 중이고, 두 명의 왕자와 한 명의 왕녀는 왕권을 놓고 대립 중이다. 겉으로는 분명 그렇게 보인다. 왕자와 왕녀는 당연히 실력 있는 사람 한 명이라도 수하에 두려는 움직임이 생기고 주인공 일행은 눈도장 찍히며 말려 들어가는 그런 이야기를 풀어간다. 사실 자기들끼리 치고받든 말든 상관은 없는데 리스의 언니 리펠 왕녀가 휘말려 고초를 겪고 있어서 리스를 제2부인으로 두고 있는 주인공 입장에서는 모른 채 할 수도 없다. 벌써 시리우스 일행을 영입하기 위해 제1왕자가 움직이는 등 본격적으로 왕권을 둘러싼 소동에 휘말려 들어가는데, 일이 요상하게 흘러간다. 서로 죽이고 죽고 철천지 원수 같아야 할 왕자들과 왕녀는 사이가 좋아 보인다.


이렇듯 이 작품도 은근히 기믹을 설치해두고 있다. 문제가 되는 건 표면적인 등장인물들이 아닌 이들의 주변과 모습을 보이지 않은 흑막이라고 넌지시 언급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진짜 적은 누구냐를 놓고 조사를 진행하게 되고 그럴수록 수렁에 빠지는, 발을 빼려고 해도 뺄 수 없는 마치 의도에 휘말린 듯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모처럼 작가가 힘을 좀 낸다고 할까. 뭐 사실 크게 놓고 보면 어디에나 있는 왕 좀 해보겠다는 설치는 귀족들이나 자기 입맛에 맞는 왕을 앉히려는 무리들의 좌중지란 같은 거긴 한데 작가는 여기에 한가지 더 뭔가를 가미해두고 있다. 뭐랄까 코난 같은 주인공이랄까. 가는 곳마다 뭔가 안 좋은 일이 벌어진다. 여관에 들렸더니 여관 딸이 유괴된다든지, 주인공을 어디에 가둬두면 세상 평화로울 수 있지 않을까.


맺으며: 이번 리뷰는 컴퓨터가 말썽을 일으키고(고칠 수가 없어 언제 꺼질지 몰라 저장을 따로 해두느라 더 지친다), 잠도 쏟아지는 새벽에 쓰다 보니 최악이 아닐까 싶다. 거기에 이 작품은 리뷰 쓰기가 곤란할 정도로 복선도 별로 없고 딴 길로 안 새는 정도의 길을 가고 있는지라 복선을 풀어내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언급하고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보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가르침'을 아이덴티티로 삼고 있다 보니 주인공이 넘지 못할 적은 없고, 여행만 할 뿐인 그런 이야기다. 사실 제자들이 성장해서 세상 밖으로 나간다는 복선이라도 있었으면 가르침이라는 것이 조금 더 빛나 보였을 텐데 왜 하필 부인으로 다 들여버려서 미래를 고정시켜버리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호쿠토(개과 늑대)가 미래에 피아(엘프)와 어쩌면 둘이서 여행할지도 모른다는 조금은 아련하게 만드는 장면(라고 해봐야 두어줄 뿐이다)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라고 할까. 예전부터 느낀 거지만 작가가 주어진 환경을 잘 살리지 못하는 듯하다. 엘프 종족인 피아에게 있어서 주인공 시리우스는 말할 것도 없고 리스와 에밀리아등 주변과는 다른 시간을 살아가게 될 텐데 이거에 대한 아련함을 조금 더 부각 시켰다면 어땠을까 싶다. 그래서 빨리 아이를 낳고 싶다는 본심을 내비치기는 하는데 그렇게 크게 부각되진 않는다. 또는 히로인 세 명 중에 한 명과 맺어지고 두 명은 떠나보낸다는 이야기도 괜찮았을 것이다. 그러면 가르침이라는 본질이 완성되었을 텐데 아쉽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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