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따위가 마왕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며 용사 파티에서 추방되었으니 왕도에서 멋대로 살고 싶다 3 - S Novel+
kiki 지음, 킨타 그림, 조민경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번 리뷰는 뭔가 멋있게 써보려다 망한 케이스다. 그냥저냥 설명에 가까우니 굳이 읽어 보시라고 권하진 않는다.

단, 이 작품은 제목과 다르게 상당히 시리어스해서 시리어스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필자가 추천하는 작품이다.



스포일러 주의 




이번 3권을 읽는 분들은 다 읽고 표지를 다시 보면 뭔가 보이는 게 있지 않을까 싶다. 바닥의 꽃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이고 꽃잎이 흩날리는 건 영혼이 하늘로 올라간다는 의미, 먹구름이 흩어지는 건 올라가는 영혼을 받아들인다는 의미, 남자는 각오를 다지고, 여자는 미련이 없어 보인다. 이번 이야기는 그런 이야기다. 이들은 주인공도 여주인공도 아닌 서브 캐릭터로서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히로인인 플럼의 동료와 동료의 옛 부인이다. 이번 3권 에피소드의 주제는 이것이다. ""죽은 줄 알았던 사랑하는 사람이 어느 날 살아 돌아온다면". 정말로 사랑했고, 무기력하게 빼앗길 수밖에 없었던 지난 과거. 지키지 못했다는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온 남자가 살아 돌아온 와이프의 해맑은 웃음을 보았을 때, 이번 이야기는 거짓된 삶인 줄 알면서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절함과 거짓을 끝낼 수밖에 없는 아픔이 공존하는 에피소드라 하겠다.


불량품이라고 버려졌던 '잉크'를 거둬들여 심장을 이식함으로써 잉크는 더 이상 인간병기로서 불안한 삶을 살지 않아도 되었다. 이로써 '에타나'와 더블어 '잉크'까지 눌러 앉는 통에 집은 제법 북적이기 시작한다. 플럼의 한때는 노예로 전락해 어떻게 되나 싶었던 삶은 의외로 잘 풀려가고 있다. '밀키트'와의 관계는 날로 발전해서 이젠 한 이불 덮고 자는 사이가 되었고. 그러나 교회의 마수는 플럼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또다시 그녀를 사지로 내몰게 된다. 마족 타도라는 명분으로 인체실험을 공공연하게 했던 교회의 산하기관 중 하나인 '네크로맨시'가 접촉해오면서 플럼은 본격적으로 교회와의 싸움에 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플럼이 가진 '반전'이라는 스킬은 교회의 인간병기를 무력화 시킬 수 있는 단 하나의 비책이다. 그러니 교회로서는 플럼을 그냥 내버려 둘 수가 없고, 플럼은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 시키려는 교회를 용납 못하게 된다. 참고로 교회의 희생자 중 하나가 '잉크'라는 소녀다.


죽은 자가 살아 돌아온다. 가족이나 사랑하던 사람이 살아 돌아온다면 이것보다 기쁜 일은 없을 것이다. 플럼의 옛 동료 '가디오'(표지의 남자)는 6년 전 부인(표지의 여자)과 잃었다. 부인이 눈앞에서 몸이 꿰뚫려 죽는 장면을 보고 트라우마가 되어 지금까지도 후회와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런 남자에게 부인이 해맑은 얼굴로 나타난다면, 죽기 전의 완전한 그대로 나타난다면, 온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고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면 지금 눈앞의 여자가 살아돌아온 부인이라는 걸 의심할 건덕지는 없을 것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교회는 이런 악행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른다. 교회의 산하기관 '내크로맨시'는 죽은 자에 대한 모독을 추억과 재회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산 사람을 농락하기에 이른다. '네크로맨시'가 주창하는 살아 돌아온 사람과의 재회와 행복은 그럴싸하게 들린다. '가디오'는 이성은 이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몸이 이성을 짓눌러 버린다.


하지만 덧없는 행복과 죽은 자들의 도시는 언젠가 파탄이 나게 마련이다. 신(神)의 변덕으로 온전히 소생한 것이 아닌 실험으로 소생한 몸은 어딘가 부자연스럽기 마련이고, 영혼이 없는 몸은 거짓된 삶이라는 듯 조금식 파탄을 향해 달려간다. 플럼을 손에 넣기 위해 주변인들부터 공략에 나섰던 교회는 아이러니하게도 교회는 명명백백 적이라는 인식을 심어줘버리는 게 이번 하이라이트다. 아무리 똑같이 만들었다고 해도 '사소한 차이'는 쌓이고 쌓이다 보면 산이 된다. 비로소 남자는 알게 된다. 눈앞의 여자는 내 부인이 아니라는걸, 그렇다면 더 이상 모독이 되지 않게 보내주는 게 인지상정이라는 대목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여자는 담담히 받아들인다. 이 거짓된 삶은 끝내야 한다는 걸 남자도 여자도 잘 알고 있다. 그저 옛날의 행복을 조금만 더 느껴보고 싶었을 뿐. 작가나 편집부에서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번 표지는 많은 것을 시사하고 먹먹하게 만든다.


여기서부터는 다른 이야기


이 작품은 왕도에서 그냥저냥 살아가는 이야기가 아니다. 안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우려가 있어서 대놓고 언급하지는 못하겠지만, 한마디로 표현 하라면 세기말적 시리어스라 하겠다. 대표적으로 플럼이 밀키트를 납치한 이전 주인을 살해하는 장면은 여과가 되었을 텐데도 끔찍함을 선사한다. 이번 '네크로맨시' 본거지에 쳐들어 갔을 때 실험실의 관계자들이 죽어가는 장면을 표현한 대목은 공포를 자아내기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은 그런 이야기다.


그리고 백합


대놓고 백합이라 광고한다. 이번 3권에서만 플럼과 밀키트를 제외하더라도 세 커플이 나왔다. 이것들 사망 플래그 뿌리나 싶을 정도로 농익은 모습들을 보인다. 그에 따라 이성 커플은 성립이 되지 않는다. 이번 3권에서만 두 커플이 산화해 갔다. 플럼과 밀키트는 이번 네크로맨시 사건을 해결하고 더욱 농익게 되어 둘의 분위기가 장난 아니다. 그래서 그럴까 둘의 의존증은 더욱 심해져만 간다. 조금만 더 진행되면 한쪽이 안 보일 때 울면서 찾아대는 파탄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고 할까.


플럼과 교회의 관계


1권부터 플럼이 교회와 관련이 있을 거라는 복선은 나왔지만, 이번엔 더욱 노골적으로 마치 어마금의 '라스트 오더'와 비슷한 느낌을 마구 풍겨된다. 결국 교회가 만드는 인간병기를 조종할 수 있는 혹은 그 중추에 플럼이 위치하지 않을까 하는 복선을 투하하기에 이른다. 교회가 플럼을 집착하는 이유랄지. 그녀가 가진 반전은 교회의 수장 격인 '오리진'을 무찌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서 경계하는 그런 상투적인 게 아닌 보다 근본적으로 플럼은 교회와 깊숙한 관계가 아닐까 하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이야기


용사 패거리를 왜 마왕성에 보내는지 드러난다. 교회는 거기서 뭔가를 탈환할 목적이고 용사 패거리는 이용당하고 있다는 게 밝혀지지만 그렇다고 용사는 아무것도 모른다. 알아도 할 수 있는 건 없겠지만. 마족 타도를 제1로 내세웠던 교회는 이제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는 식이다. 마치 네르프의 신인류 프로젝트처럼 뭔가를 하려나 본데 사실 플럼의 활약에 묻혀 분명 시리어스의 주인공이건만 크게 부각되지는 않고 있다. 다음에 잉크처럼 또 한 명의 인간병기가 플럼에게 합류하지 싶은데, 이번에 온갖 사망 플래그를 뿌려놓은 통에 힘들어 보인다.


맺으며: 원서가 그런지 몰라도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다. 여자이면서 "~xxx군요." 대사 끝맺음이 남자가 말하는 것처럼 끝나다 보니 마치 딴 이야기하는 듯한 이질감이 상당하다. 선입견일 수 있으나 "~xxx네요."라고 했으면 다소 부드러워졌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이야기를 너무 질질 끈다. 이번 3권은 450페이지나 되는데 그중 한 50페이지는 줄여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러다 보니 긴장감이 끊겨서 몰입도에 약간 지장을 준다. 다만 싸울 때나 현장 상황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공포를 조성하는 능력은 수준급이다. 등장인물들 간 감정 표현도 풍부한데, 가령 플럼이 밀키트에게 좋아한다고 말하는 대목은 그야말로 그 나이대의 풋풋한 느낌을 들게 하여 흐뭇하게 한다고 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