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공작으로 전생했으니까, 이번엔 너에게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어 8 - Novel Engine
아이다 리즈무 지음, nauribon 그림, 박경용 옮김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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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와 긴 글 주의, 별로 재미없으니 굳이 안 읽어도 돼요.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집과 명예와 부와 출세를 버리고 오직 한 여자만을 바라보고 개망나니 짓을 해왔던 주인공 '데닝'이라는 쥐구멍에 드디어 햇빛이 비치기 시작한다. 아무리 간접적으로 표현해도 '난닷데?!' 여자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망국의 공주 '샬롯'에게 드디어 고백하는데 성공한 데닝은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 끓는 점을 도무지 짐작조차 못하는 이 여자(샬롯)에게서 어떤 매력을 느꼈기에 모든 걸 버리고 올인하게 되었는가는 솔직히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바람의 대정령(지금은 길고양이화 되어서 굴러 다닌다) 뒤에서 칼을 드리밀고 '그녀(샬룻)을 울리면 재미없어!'라는 협박에 마지못해 응했다는 걸 얼핏 읽은 적이 있는데 사실이야 어떻든 데닝 그 자신도 샬롯에게 푹 빠져 있었으니 이젠 어떠랴 싶다.


데닝은 지금 행복에 겨워 죽는다. 비록 살 찌우라고 거위 간 키우듯 먹을 걸 목구멍에 쑤셔 넣는 일을 당해도 말이다. 샬롯은 이전부터 은근히 질투가 심했다. 데닝의 마음은 알아주지 않으면서 자신의 마음을 알아 주지 않는다고 분개하면서 대들기도 하고, 살 빼라고 독약을 만들어 목구멍에 쑤셔 넣더니 이젠 살 찌우라고 음식을 쑤셔 넣는다. 그래서 그녀의 끓는점을 특정할 수가 없다. 그동안 데닝은 대도적을 잡아내고, 마물떼를 소탕하고, 드래곤을 퇴치해서 학원을 구한 영웅으로서, 북쪽 지방 거대 국가 도스톨 제국의 침공을 막아내는 등 데닝의 전과는 마왕을 무찌르는 용사라 할지라도 범접하지 못한다. 이에 왕국을 이끌어가는 여왕이 직접 행차해 딸(공주)의 가디언이 되어 달라고 할 정도로 출세를 하였다. 그러고 보니 왕녀를 두 번이나 구해주고 여왕도 구해준 이력도 있다.


이 정도면 학원에서 인기스타가 되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샬롯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괜히 이웃나라(지금은 망했음)의 공주라고 알려주는 바람(어릴 때 나라가 망해서 자신이 공주인 줄 모르고 자람)에 헛바람이 들어갔는지 원래 종자와 귀족은 맺어질 수 없음에도 마치 첫 번째 부인인 것마냥 데닝의 주위에 여자들이 못 오게 하는 질투가 대단해진다. 하지만 대놓고 으르렁거릴 수는 없다. 그래서 나온 답이 데닝을 예전 돼지처럼 만들면 인가기 식겠지 하는 1차원적인 생각으로 데닝에게 음식을 목구녕으로 쑤셔 넣는 게 이 작품의 첫 번째 백미다. 노골적으로 뚱뚱해져야 된다며 음식을 대령하는 호러의 상황에서 샬롯 앓이 하는 데닝으로서는 거부할 권리가 없다. 자, 그래서 그럴까.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을 만난다면 교감을 안 할 수가 없겠지 하는 게 이번 8권의 주된 이야기다.


절대적 힘을 자랑하는 어둠의 대정령을 물러나게 하고, 북방을 다스리는 도스톨 제국과의 우호조약 비슷하게 해서 전쟁을 막았더니 왜 그 나라의 제2왕자가 학원에 유학을 오는지 데닝으로서는 이해 불가능 영역이다. 오만 방자함과 자신감 충만함으로 학원에 진출하자마자 트러블 아이콘으로 등극해서 학원 전체를 무기력하게 만들어 버리는데 제2왕자 '네온'과 그의 종자 '스즈(표지 모델이다)'의 출현은 데닝에게 있어서 혹은 샬롯에게 있어서 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친구 찾아 여기까지 왔다는 네온의 말에 절대로 관여하지 않겠노라고 다짐을 하지만 진(眞) 주인공 '슈야'의 폭주로 인해 늪에 빠진 놈에게 바짓가랑이 붙잡혀 같이 빠져 가듯 휘말려 가는 게 압권이다. 친구 찾기는 자기 나라에서나 하지 뭐 하러 왔을까. 수행원이라곤 종자 스즈 밖에 없는 것도 이상하다.


그래서 휘말리지 않게 조심하고 있건만 시대는 영웅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내가 안 가면 상대가 올 뿐이니까. 네온은 데닝에게 관심을 보인다. 불쌍하게도 친구 찾아 머나먼 타국 학원까지 찾아왔건만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는다. 이야기는 여기서 1막이 끝나고 2막이 시작된다. 네온이 왜 학원을 찾아오게 되었는지 슬슬 복선을 띄우기 시작한다고 할까. 어째서 종자 한 명만 대려 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종자가 주인을 위해서라면 마치 불에도 뛰어들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어렴풋이 이야기의 윤곽이 잡혀간다. 이게 참 작가의 필력은 대단하지 않는데 구성 짜임새는 대단하다고 할까. 아무튼 네온은 자신에게 대드는 슈야에게 관심을 보이고 슈야의 정체가 들통나면 큰일이기에(도스톨은 적국이다) 관심을 자신(데닝)에게 돌리면서 뜻하지 않게 네온의 과거와 지금의 상황을 알아가게 된다.


거기엔 데닝이 있었다. 데닝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모든 걸 버린 전적이 있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때론 많은 걸 버려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왕자라는 간판은 쉽게 버리지 못한다. 도스톨에서 태어날 때부터 권력의 다툼에서 살아남기 위해 네온은 처절한 싸움을 해왔다. 그러다 스즈를 만나게 되었고, 오로지 적들밖에 없는 나라에서 오로지 단 한 명의 아군을 만났을 때는 과연 어떤 기분이었을까. 모든 걸 버리고, 모든 걸 포기하고, 오직 그녀만을 바라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네온은 제2의 데닝이 되고자 했던 거다. 이것이 밝혀지면서 데닝은 그동안 관여하기를 거부했던 것에서 관여하기로 마음을 바꾼다. 거기엔 나 자신이 있으니까. 이 과정이 백미라고 하면 어감이 좀 이상하지만 클라이맥스라고 해도 되겠다.


이번 이야기에서 눈여겨볼 것은 당연 '스즈'라 하겠다. 처음엔 데닝을 싫어하며 으르렁거리고 독설을 내뱉는 모습은 여간 짜릿한 게 아니다. 독자로 하여금 변태적인 느낌을 들게 하는 뭔가가 있다고 할까. 그런 반면에 사물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해서 쪼그리고 앉아 풀을 관찰한다든지 하는 귀여움도 내포하고 있다. 그런 귀여움과 달리 그녀의 싸움 실력은 초일류다.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본국에서 보내오는 암살자들을 상대로 홀로 싸워 가는 용기는 대단다하고 하겠다. 그리고 진짜배기는 그녀의 정체에 있다. 그녀의 정체에 관해 밝혀지고 네온의 진의가 밝혀지면서 최고의 클라이맥스를 선사한다. 관여하기 싫어했던 데닝이 후반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게 되는 것도 다 그녀의 정체와 일편단심 숭고한 정신에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맺으며: 진부하지만 이번 테마를 정하라면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네온과 스즈의 관계가 드러나면서 초반 네온이 왜 온갖 민폐짓을 다 하고 다닐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된다. 사람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일 거 같았던 네온은 사실 누구보다도 순정파였다는 걸, 사실 닭살도 돋는다. 이런 점이 이 작품의 매력이 아닐까 싶지만. 아무튼 이런 점 말고 이 작품의 매력을 꼽자면 귀찮은 건 남에게 떠 맡기자는 마인드가 또 일품이다. 트러블을 일으키는 네온을 어찌하지 못해 데닝에게 달려가 어떻게 해달라는 학생들의 이기심이라든지. 뒤에서 욕하고 앞으로는 칭찬하는 등 속물적인 현실 미도 재미있다. 좌우지간 샬롯의 얀데레도 볼만하고. 다음 에피소드(9권)는 더욱 피를 부르는 에피소드가 아닐까 하는 예고가 나와서 더욱 흥미진진해진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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