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여행 6 - S Novel+
시라이시 죠우기 지음, 아즈루 그림, 이신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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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전히 사기 치는 마녀


이전에도 언급한 거 같은데 여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돈(머니)이다. 여행 동반자? 낭만? 그딴 거 다 필요 없다. 지금 당장 먹을 게 없어서 배는 고프고, 잠 잘 곳이 없어 하늘을 이불 삼아 노숙하게 된다면 배부른 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마녀 일레이나의 여행기는 처절함으로 점철되어 있다. 누가 떠나라고 부추긴 것도 아닌데 뭐 하러 세계를 여행하며 오늘 일용할 양식을 걱정하고 잠 잘 곳을 걱정하는지 도통 모르는 게 일레이나의 기행이라 하겠다. 그래서 그럴까 사람이 참 지저분해진다. 돈을 벌어야 여행을 할 수 있고, 돈을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서 나온 결론이 사기에 가까운 행동이라 하겠다. 일례로 부탁하지도 않은 점을 봐주고 복채로 금화 한 닢 내놔라 하면 당하는 쪽에서는 칼만 안 들었지 순 도둑이나 다름없잖아. 그렇지 않나?


어느 도시에서 빗자루 레이싱 대회가 열린다. 여기에 최연소 소녀가 참가하는데 무려 9연승 중이다. 누구나 축하해줄 일이지만 어째서인지 이 도시의 사람들은 소녀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정도가 아니라 질투의 화신이 되어 소녀를 괴롭힌다. 그야 어른이 되어서 애한테 진다는 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값싼 질투가 횡행하는 도시에 일레이나가 찾아온다. 그리고 일레이나는 괴롭힘당하는 소녀에게 점을 봐준답시고 복채로 금화 한 닢을 내놔라 한다. 여기에 적당한 속담이 있었는데 생각 안 난다. 아무튼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소녀의 심지가 대단히 굵다는 것이다. 자기한테 사기 치는 마녀에게 쫄지 않고 되레 도와 달라고 부탁을 하니 말이다. 소녀는 질투를 받아도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고, 이렇게 질투를 받으면서도 대회에 참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심금을 울린다. 수전노에다 사기꾼인 일레이나는 소녀를 도와주기로 하는데...


그건 그거, 사기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


사실 이 세계는 눈 뜨고 코베이는 약간은 시리어스한 이야기도 들어 있다. 일례로 어떤 마녀가 사기 치는 것만 봐도 그렇잖은가. 하지만 악행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웬일로 좋은 일 하나 싶었더니 도박에 전 재산을 걸었다가 홀랑 날려먹는 대목은 깨소금이 아닐 수 없다. 근데 실패에서 배우는 점이 없다는 게 그녀(일레이나)의 아이덴티티라고 할까. 이번엔 다른 도시에서 여행 자금을 벌려는 목적으로 또 도매금으로 물건을 떼다가 금화 한 닢으로 팔아재낀다. 그러다 신문사 기자에게 들통나서 약점 잡혀 협박 당하게 되는데 그렇고 그런 동영상을 촬영하게 되었다면 얼마나 흥미진진할까 싶기도 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아무튼 나쁜 짓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신문 기자에게 들통난 건 다 계산된 행동이라고 밝혀지긴 하는데 언젠가 칼 맞을 일이 있지 않을까.


그도 그럴게 딱 자기와 비슷한 사기를 치는 10살 소녀에게 속아서 약을 낼름 받아먹어서 초곤란을 겪게 되니 말이다. 이렇게 이 작품은 유쾌한 일의 연속이다. 읽는 내내 지루함이란 단어는 찾을 수가 없다. 가슴이 커진다는 말에 속아 뭔지도 모를 물약을 냉큼 받아 먹어버리는 모습은 오늘만 사는 그녀답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가는 말해 뭘 하겠나. 고생이라는 말로 끝나지 않는다. 그런 주제에 부탁엔 약해서 사기꾼이 사기를 치는데 속아 넘아가는 모습이란.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일레이나로서 이걸 또 전화위복으로 삼아 사기를 치는 모습은 천성은 못 버린다 싶은, 이젠 대놓고 사람들을 호구라고 칭한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흉악한 범죄자 같은 느낌으로 비칠 수 있으나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대가를 치르니까 권선징악식 메시지로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시사하는 것도 있다.


빗자루 레이싱 대회에서 사람들이 왜 소녀를 질투했는가. 어린 나이에 승승장구하다가 패배했을 때의 반동을 어린 소녀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내적인 이야기도 있다. 근데 이건 일레이나의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장면에선 씁쓸함이 묻어나기도 한다. 그리고 친구가 부조리한 행정 때문에 날개를 펴지 못하는 것에 울화가 치밀어 세상을 바꾼답시고 나쁜 길로 빠지게 되면서 주변에 민페를 끼치는 에피소드가 있다. 근데 세상을 바꾼다 해놓고 주변을 희생 시키는 건 본말 전도라는, 정작 그 친구는 아무렇지도 않는데 혼자 나대는 장면에서는 왜 멋대로 남의 행복 가치를 자기가 판단하는가 하는 충고적인 메시지도 있다. 그 친구는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그리고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걸 이미 일레이니가 몸소 보여주고 있기도 하고.


맺으며: 일레이나라는 캐릭터를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의 부탁이 왠지 귀찮아질 거 같아 거부하려는데 돈(머니) 줄게 하니까 냉큼 응하는 거 하며, 살기 위해서라지만 사기를 아무렇지 않게 치는 죄의식이 없으면서 타인이 사기 치는 건 못 참는 성격하며, 부탁엔 또 약해서 분명 귀찮은 일이 될 텐데도 부탁을 들어주는 마음 약한 모습도 보인다. 정말 이런 캐릭터 만들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지루함이란 찾을 수가 없다. 그건 그렇고 부제목을 저리 지은 건, 이 작품이 은근히 그런 쪽(백합은 기본이고 이성간 교류도 활발하다) 개그를 많이 선보인다는 거다. 이번엔 대놓고 노빠꾸 에피소드를 보여주는데 산전수전 다 겪은 일레이나도 학을 떼는 모습은 여간 웃긴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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