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어문 제국 이야기 3 - S Novel+
모치츠키 노조무 지음, Gilse 그림, 현노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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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난데없이 미래에서 손녀가 찾아왔다. "두유 노 사라 코너?"



겨우 단두대행을 회피하고 이제 좀 다리 펴고 자나 싶었던 '미아'에게 학원 정점 '라피나'의 폭탄이 떨어진다. 혼돈의 뱀인지 뭔지 사교의 암약으로 세계의 위기라나. 소똥을 피했더니 개똥 밭이 눈앞에 펼쳐진 상황이다. 미래의 지침이 되었던 일기장은 단두대 회피에 성공하면서 없어져 버렸던지라 더 이상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길이 없는 미아로서는 전전긍긍. 나아가 라피나는 대 혼돈의 뱀 전선을 구축해서 싸우자고 설레발을 치는데 싫다고도 할 수 없는 일. 여전히 단두대행 트라우마가 있어서 소심의 극치다. 그래서 소원을 빈다. 사람은 함부로 소원을 빌어선 안 되지만 그것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그것대로 괜찮은 일일 것이다.


이 작품은 우연이 겹치고 행운이 행운을 불러오고 오해가 오해를 낳아서 평범한 범인이 수재가 되는 그런 이야기다. 사실 미아는 성적 평범하고 친구라고는 별로 없는 아싸의 경계 직전에 있는 그런 희로인이다. 그런 희로인 주변인들은 그녀의 행동에 오해와 착각을 해서 그녀를 성녀로 떠받든다. 매사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주변인들 덕분에 그녀는 죽을 맛이다. 내심은 아버지에게서 집을 상속받으면 팔아서 그 돈으로 띵가띵가 놀고 싶은 게 미아의 본심이다. 단두대 회피 때도 자기 보신을 위해 움직였을 뿐인데 주변이 알아서 그녀를 성녀로 만들어 버린다. 이번엔 그 극치를 향해 달려간다.


어쨌거나 소원을 빌었다. 미래에 대한 지침을 달라고. 이대로 가다간 라피나에게 휘둘려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빌었더니 귀신이 나와 버린다. 그쯤 미래의 티어문 제국은 사분오열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껏 힘좀 내서 미아가 기아(굶주림)도 해결하고 정치적으로 어쩌고저쩌고 다 해놨더니 지들(귀족)끼리 치고받고 아주 난리도 아니다. 미아의 손녀 '미아벨'은 쫓기는 신세다. 할머니에 이어 손녀도 팔자가 참 기구하기 짝이 없다. 그렇게 쫓기던 손녀가 별안간 빛에 휩싸이는데... 어떻게 보면 미아의 소원은 손녀를 살렸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새로운 고난의 행군이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 이놈의 팔자는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었나 싶은 심정이 아니었을까.


14살 나이에 졸지에 손녀가 생겨버린 미아는 손녀로부터 미래의 티어문 제국의 운명을 듣게 된다. 이대로는 미아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세계대전급이다. 티어문 제국은 말 할 것도 없고. 그 중심에 대 혼돈의 뱀 전선을 구축하자고 했던 학원의 정점 라피나가 있었는데... 이렇게 놓고 보니 라피나는 T-800이고 미아는 사라 코너가 되어서 미래를 지켜라 같은 뭔가 마니악 한 기분이 든다. 여기서 라피나를 골로 보내면 미래는 바뀔까? 미아는 손녀가 미래에서 듣고 보고했던 일들을 들으며 미래에 일어날 전쟁을 회피하기로 하는데, 문제는 혼돈의 뱀이라는 암약하는 사교집단이다.


사실 이 작품은 라노벨이라는 특성에 맞게 굉장히 라이트 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기자기한 일러스트까지 더해서 심각한 건 없고 모두가 오해를 해선 해피한 마인드로 꽃밭을 향해 달려갈 뿐이다. 이번에도 라피나를 구워삶든 지지고 볶든 어떻게 처리해야 미래가 바뀌는데 미아만 심각할 뿐 정작 라피나는 오해만 거듭할 뿐이다. 결과 미아만 더욱 성녀의 자리를 굳히게 된다. 이 작품은 이런 식이다. 뭔가 심각한 주제(랄 것도 없지만)를 던져놓고 피해 가보시지?라는 숙제를 던진다. 그런데 미아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한다. 주변이 알아서 처리해줄 뿐. 이 과정이 개그라든지 독자층에 따라서는 흐뭇하게 보일 것이다. 아마도.


이 작품의 본질은 개고생이다. 모두가 아닌 히로인 '미아'에게만. 그래서 도망가고 싶은데 주변에서 성녀 취급하며 우러러보니 도망도 못 간다. 그래서 라피나가 오해를 해서 그녀(미아)의 절대적 이해자로 태어나는 장면은 이 작품의 백미가 아닐까 한다. 뭔가 두리뭉실한데 스포일러 안 하려고 그러는 거니 양해 바랍니다. 아무튼 이렇게 손녀가 들고 온 파국으로 치닫는 미래의 가능성 중 하나를 잘라 냈다. 이쯤에서 생각이 드는 게, 미아의 민낯이 백일하에 드러났을 때다. 그녀는 사실 아무것도 한 게 없고 그저 주변에서 오해를 한 것뿐이라고 들통났을 때. 만화 엔젤전설의 주인공 '기타노'처럼 주변은 그녀를 용서할까? 필자는 이것이 사뭇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맺으며: 가볍게 읽기엔 뭣보다 좋다. 다만 냉탕과 온탕의 온도차가 너무 커서 적응이 안 될 수 있다. 미아가 단두대행 때 보여줬던 삶과, 미아벨의 쫓기던 상황 등은 처절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교훈도 더러 있고. 근데 그 이외의 장면에서는 너무 가벼운 이야기를 보여준다. 가령 '설렘탱천'같은 요상한 단어를 들먹이며..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아무튼 작가는 이런 단어가 재미있나 싶을 정도로 조금 뭐랄까 저렴함?을 보여준다. 이게 코믹함을 부각 시키는 효과가 있긴 한데 그렇다면 처절함은 좀 빼던가. 아무튼 여전히 일러스트 하나는 좋다. 필자는 왜 3권을 구입했는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4권도 발매된 거 같은데 어떡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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