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 파밀리아 크로니클 episode 프레이야 - S Novel
오모리 후지노 지음, 니리츠 외 그림, 김민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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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고결하게 살아가렴. -영웅처럼"



이번 이야기는 '소드 오라토리아', '에피소드 류'에 이어 세 번째 외전 '에피소드 프레이야'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신 '프레이야'에 관련된 이야기로 뜬금없이 도진 반려를 찾기 위한 여정을 그리고 있다. 여기서 반려란 종합적이라 하겠다. 결혼을 해서 같이 살아가는 그런 반려에 속하기도 하고, '오탈'처럼 옆에 서서 묵묵히 받쳐주는 그런 사람을 일컫기도 한다. 요컨대 마음에 드는 사람을 사냥하러 나간다는 그런 말이기도 하다. 그동안 본편에서 그녀의 이미지는 마음에 드는 남자를 잡아먹는 그런 역할이었으니까 이번에도 그런 이야기일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반전이 아닐 수 없는 신선함을 보여준다.


그동안 [헤스티아 파밀리아]나 [로키 파밀리아]는 숱하게 다뤄 왔으나 본편에서조차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프레이야'의 진짜 모습과 성격 등이 적나라하게 서술되어 있으며, 그녀가 여행을 하며 보여주는 순수함과 냉혹함 그리고 자상함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신선함을 자아낸다. 자신이 선호하는 세상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찾아 밖으로 나온 프레이야는 어떤 노예랑 마주친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프레이야의 미모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반면에 그 노예는 어찌 된 일인지 프레이야의 매료에 빠지지 않는다. 그것이 프레이야의 눈길을 잡게 된다. 하지만 그 노예의 영혼 색은...


'너의 이름은?'


'알리'


영웅은 달리 태어나지 않는다. 프레이야는 알리에게서, 알리의 영혼에서 무엇을 본 것일까. 까마득한 삶을 살아온 프레이야에게 있어서 그녀의 흥미를 끄는 알리의 정체는 무엇이고, 알리의 정체를 간파한 그녀가 알리에게 어떤 길을 제시할 것인가는 이 이야기의 백미가 아닐 수 없다.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라는 작품의 본질은 '영웅'이다. 본편의 벨이 그렇고, 소드 오라토리아의 본질도 영웅과 연결이 되어 있다. 류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알리를 사들인 프레이야는 그녀(알리는 여자다)에게 길을 제시한다. 이대로 나와 같이 오라리오로 갈 것인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영웅의 길을 갈 것인가.


알리는 왕자다. 사막 귀퉁이의 나라에서 왕녀로 태어나 운명을 비틀듯 그녀는 왕자로 키워졌다. 그녀의 나라는 침공을 받는다. 멸망의 기로에서 알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얼까. 어쩌면 프레이야를 만난 건 운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프레이야는 그녀의 영혼이 순수하고 맑게 자라길 바란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프레이야는 그녀를 도와주지 않는다. 오탈을 위시한 파밀리아 간부진이 출전한다면 알리의 나라는 분명 구원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래선 안 된다. 나라에 위기가 닥치고 노예로 전락한 왕녀의 운명은... 스스로 개척하고 잡아야만 한다. 나비가 애벌레에서 고치가 되고 고치를 뚫는 아픔을 겪었을 때, 영웅은 달리 태어나지 않는다.



고고하고 색이 넘치는 그동안의 이미지를 벗어던진다. 프레이야의 이면은 이 작품의 또 하나 백미이다. 노예가 보기 싫다고 죄다 사들여서 자기 전리품으로 삼는 장면은 어쩌면 여왕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삶의 의욕을 잃고 눈이 죽고 탁한 영혼은 그녀의 성미에 맞지 않다. 그래서 사들였다. 하지만 노예에서 해방된 사람들은 그녀의 마음이 어찌 되었든 삶의 희망을 준 그녀를 찬양하지 않을 수 없다. 프레이야의 인맥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그녀는 손을 내밀지 않는다. 하지만 같이 갈래?라는 자기 스스로 걷게 만들어 삶의 의지를 심어준다. 그러나 그것도 부질없을 때가 있다.


전쟁의 업화는 그녀, 프레이야에게 미친다. 진정으로 화가 난 것이 무엇인지, 그녀의 역린을 건드린다는 게 무엇인지 하는 대목은 소름이 다 돋는다. 때론 자신의 했던 일이 부질없을 때가 있다. 정말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자, 사람을 지킨다는 것, 백성을 지킨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리는 알아간다. 그런 과정에서 알리는 프레이야에게 연민을 느끼게 된다. 뜬금없이 백합이라니 작가가 거침이 없다. 그러나 운명은 서로의 길이 다르다는 걸 일깨워 간다. 프레이야는 손을 내밀지 않는다. 그저 길을 제시할 뿐이다. 어디로 가야 될지 몰라 가만히 서 있는 알리에게 이쪽으로 가면 된다고. 


맺으며: 본편보다도 소드 오라토리아보다도 200%는 더 흥미진진한 에피소드가 아닌가 싶다. 프레이야가 이런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본편과는 180도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실로 여신 다운, 때론 여왕 다운, 때론 인간적으로, 자유분방하게 여행을 하며 소녀처럼 웃고 떠드는 장면 장면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한다.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은 에피소드였는데 이렇게 기대하지 않는 작품일수록 당첨이 되는 행운을 얻기도 하는 게 묘미가 아닐까 싶기도 한다. 하지만 솔직히 중반 이후는 좀 질질 끄는 면이 없잖아 있다. 후기에서도 편집부에서는 170페이지로 끝내라고 했는데 작가가 300페이지로 늘렸으니 이야기가 좀 늘어지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본편보다는 흥미롭다는 게 필자의 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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